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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무역 기회 측면에서 약(弱)달러가 미국에 좋습니다.”
지난 1월24일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은 예기치 못한 이 한 마디에 출렁였다. 주인공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달러화 가치가 내려야 미국의 수출 가격 경쟁력에 유리하다는 속내를 이례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곧바로 트럼프식(式) 환율전쟁 압박 우려가 커졌고, 국제금융시장은 널뛰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해 미국 달러화 가치는 14년 만에 최대 폭 평가 절하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우리나라 원화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원화의 절상률은 13년 만에 가장 컸다.
최근 약달러는 이례적이다. 통상 강한 경제는 강한 통화를 뜻한다. 미국 경제의 반등을 등에 업고 금리가 인상되고 주가가 치솟는 와중에 달러화가 맥을 못추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이 때문에 미국의 환율 강경책을 주시하는 시각이 있다.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펼치는 ‘무역전쟁’처럼 만성적인 무역 적자를 줄이고자 ‘환율전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역수지 적자가 제조업 일자리를 없앤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은 무역전쟁을 약달러 재료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요 대미(對美) 무역 흑자국인 중국 일본 독일 등은 협상력이 있다”며 “(정치적 발언권이 작은) 우리나라가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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