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투표 당선] ①'3분요리' 보다 쉬운 지방의원 배지달기

류규하 대구시의회 의장, 6번 중 3번 무투표당선
의석대비 무투표당선, 경북>전남>대구>전북 順
경북도의회, 4년만에 무투표 당선자 2배 늘어
  • 등록 2018-02-13 오전 6:00:00

    수정 2018-02-13 오전 11:12:49

6.13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이 13일부터 시작되며 120일 간의 지방선거가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특정 정당과 특정인을 중심으로 지방의회 권력독점이 지속되고 있다. 선거를 치르지 않고 당선되는 ‘무투표 당선’ 사례는 무풍지대에 있는 기초의회의 현주소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다. 이데일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역대 무투표당선자 명부를 받아 무투표 당선 양상을 전수분석했다.[편집자주]

대구광역시의회 회의 모습(사진=대구광역시의회 제공)
[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류규하 대구광역시의회 의장은 행운아다. 6번 배지를 다는동안 3번 무투표로 당선됐다. 1998년(중구의원)·2002년·2014년(대구시의원) 선거에서 무혈입성했다. 대구 중구를 기반으로 활동해온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중구청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라북도의회 의장을 지낸 최진호 전 의원도 선거 운이 좋다. 류 의장과 마찬가지로 6번 중 3번 무투표 당선됐다. 1995년·1998년(전주시의원)·2010년(전북도의원) 후보로 등록했지만 선거벽보 사진조차 찍을 필요가 없었다.

20명 중 1명은 ‘무혈입성’
[이데일리 이서윤 기자] 역대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 인원


지방의원 무투표 당선자가 늘고 있다. 막강한 조직력과 인지도를 가진 후보에 기가 죽어 상대가 등록을 포기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오랫동안 한 지역에서 정치를 해 온 터줏대감들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다. 경쟁자가 사라지면 ‘민주적 장기집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데일리는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확보한 역대 지방선거(광역·기초자치단체장 및 의원, 비례포함) 무투표 당선인 명부를 전수 분석했다. 류 의장과 최 전 의장을 포함해 무투표로 2번 이상 당선된 사람은 58명에 이른다. 이 중 10명은 구의원에서 시의원으로 혹은 시의원에서 구청장으로 신분이 바뀌면서도 선거를 치르지 않는 행운을 얻었다.

무투표 당선자 숫자는 최근 들어 빠르게 늘고 있다.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2006년) 당시 48명이었던 무투표 당선자는 2014년 195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체 당선자 수가 비슷한 수준(3900명 내외)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무투표 당선자 수는 4배 늘어난 셈이다. 지난 지방선거만 놓고 보면 당선자 중 5%가 선거운동을 하지 않고 당선증을 받았다는 의미다.

무투표 당선, 지역 장악력의 지표

류규하 대구시의회 의장은 총 6번 구의원과 시의원을 지내는 동안 3번을 투표 없이 당선됐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중구 구청장에 도전할 계획이다. 류 의장이 지난 16일 2018년 대구여성 신년교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무투표 당선은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이 한 지역을 장악했을 때 나타난다. 지난 지방선거(2014년)에서 지방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한 정치권 인사는 “골목골목마다 큰 정당에 소속된 현역(의원)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며 “돈만 쓰고 몸 버릴 거 같아 본선 후보등록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해당 선거구 지방의원은 결국 무투표로 당선됐다.

이러한 현상은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지역에 집중돼 있다. 특히 역대 지방선거에서 2회 이상 무혈입성한 정치인 58명 중 39명이 경북(14명), 부산 (10명), 대구(9명), 경남(6명)에서 나왔다. 이들은 모두 한국당 계열 정당 소속이었다. 호남에서도 민주당 계열 후보 다수가 투표 없이 당선됐다. 다만 2번 이상 무투표로 당선된 경우는 전남 5명, 전북 2명이었다. 영남의 8분의 1 수준이다.

기초단체장 무투표 당선자도 비슷한 모습을 나타냈다. 2014년 대구 남구청장과 달성군수, 경북 고령군수와 봉화군수가 투표 없이 당선됐다. 모두 새누리당 후보였다. 2010년에는 한나라당 소속 부산 서구청장과 남구청장, 경북 청송군수와 의성군수가 단독 입후보해 당선증을 받았다. 이외에도 강원도 양구군수와 영월군수, 인천 옹진군수가 한나라당 소속으로 무투표 당선됐다. 민주당은 전남 영암군수 선거에서만 무투표 당선의 행운을 얻었다.

다당제 역행하는 지방의회..경북, 무혈입성 가장 많아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2014년 지방선거 광역의원 의석수 대비 무투표당선자 비율
전체 의석수 대비 무투표 당선 비율로 보면 거대 양당의 골목 장악 현상은 매우 뚜렷하다. 중앙 정가에서 다당제가 안착을 시도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경북도의회 지역구 의원의 경우 무투표 당선자는 31.5%(54명 중 17명)에 달한다. 대구시의회는 지역구 의원 22.2%(27명 중 6명)로 집계됐다. 경북도의회와 대구시의회 무투표 당선자는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었다. 전남도의회의 경우 지역구 의원 26.9%(52명 중 14명)가, 전북도의회는 14.7%(34명 중 5명)가 무투표 당선됐다. 모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다.

문제는 무투표 당선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은 지난 2014년 지방(기초·광역)의원 선거에서 44명의 무투표 당선자를 배출했다. 2010년 당시 한나라당 무투표 당선자 수가 21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전 선거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경남에서도 무투표 당선자가 △2006년 6명 △2010년 11명 △2014년 20명으로 2배씩 증가하는 추세다.

민주당 계열 역시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다수의 무투표 당선자를 내고 있다. 전남에서는 △2006년 2명 △2010년 30명 △2014년 29명의 민주당 계열 후보가 무투표 당선됐다. 전북 역시 △2006년 2명 △2010년 14명 △2014년 15명의 후보가 선관위 등록 마감과 동시에 당선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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