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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의회 의장을 지낸 최진호 전 의원도 선거 운이 좋다. 류 의장과 마찬가지로 6번 중 3번 무투표 당선됐다. 1995년·1998년(전주시의원)·2010년(전북도의원) 후보로 등록했지만 선거벽보 사진조차 찍을 필요가 없었다.
20명 중 1명은 ‘무혈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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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 무투표 당선자가 늘고 있다. 막강한 조직력과 인지도를 가진 후보에 기가 죽어 상대가 등록을 포기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오랫동안 한 지역에서 정치를 해 온 터줏대감들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다. 경쟁자가 사라지면 ‘민주적 장기집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데일리는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확보한 역대 지방선거(광역·기초자치단체장 및 의원, 비례포함) 무투표 당선인 명부를 전수 분석했다. 류 의장과 최 전 의장을 포함해 무투표로 2번 이상 당선된 사람은 58명에 이른다. 이 중 10명은 구의원에서 시의원으로 혹은 시의원에서 구청장으로 신분이 바뀌면서도 선거를 치르지 않는 행운을 얻었다.
무투표 당선, 지역 장악력의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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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상은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지역에 집중돼 있다. 특히 역대 지방선거에서 2회 이상 무혈입성한 정치인 58명 중 39명이 경북(14명), 부산 (10명), 대구(9명), 경남(6명)에서 나왔다. 이들은 모두 한국당 계열 정당 소속이었다. 호남에서도 민주당 계열 후보 다수가 투표 없이 당선됐다. 다만 2번 이상 무투표로 당선된 경우는 전남 5명, 전북 2명이었다. 영남의 8분의 1 수준이다.
기초단체장 무투표 당선자도 비슷한 모습을 나타냈다. 2014년 대구 남구청장과 달성군수, 경북 고령군수와 봉화군수가 투표 없이 당선됐다. 모두 새누리당 후보였다. 2010년에는 한나라당 소속 부산 서구청장과 남구청장, 경북 청송군수와 의성군수가 단독 입후보해 당선증을 받았다. 이외에도 강원도 양구군수와 영월군수, 인천 옹진군수가 한나라당 소속으로 무투표 당선됐다. 민주당은 전남 영암군수 선거에서만 무투표 당선의 행운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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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의회 지역구 의원의 경우 무투표 당선자는 31.5%(54명 중 17명)에 달한다. 대구시의회는 지역구 의원 22.2%(27명 중 6명)로 집계됐다. 경북도의회와 대구시의회 무투표 당선자는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었다. 전남도의회의 경우 지역구 의원 26.9%(52명 중 14명)가, 전북도의회는 14.7%(34명 중 5명)가 무투표 당선됐다. 모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다.
문제는 무투표 당선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은 지난 2014년 지방(기초·광역)의원 선거에서 44명의 무투표 당선자를 배출했다. 2010년 당시 한나라당 무투표 당선자 수가 21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전 선거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경남에서도 무투표 당선자가 △2006년 6명 △2010년 11명 △2014년 20명으로 2배씩 증가하는 추세다.
민주당 계열 역시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다수의 무투표 당선자를 내고 있다. 전남에서는 △2006년 2명 △2010년 30명 △2014년 29명의 민주당 계열 후보가 무투표 당선됐다. 전북 역시 △2006년 2명 △2010년 14명 △2014년 15명의 후보가 선관위 등록 마감과 동시에 당선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