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읽어주는 남자]재무제표로 보는 '가짜 백수오'사건

재고자산회전기간 갈수록 길어져→백수오 인기 점차 '시들'
제품가격 낮추려 '가짜 백수오' 섞었을 가능성 커…검찰 수사로 밝혀내야
  • 등록 2015-05-05 오전 10:19:57

    수정 2015-05-05 오전 10:19:57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잘 나가던 코스닥 시장을 한 방에 주저앉힌 사건. 내츄럴엔도텍(168330)의 ‘가짜 백수오’ 파문이 주식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츄럴엔도텍이 보관 중인 백수오 원료를 검사해 보니 가짜 성분인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는 얘깁니다.

저도 장모님께 이 회사가 만든 백수오궁을 선물해 드린 적이 있는데요, 강남 사모님들 사이에서도 인기였던지라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유통 시장에서의 파장도 꽤 클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내츄럴엔도텍이 가공매출(架空賣出)을 늘려온 것은 아닌지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백수오 제품이 본격적으로 팔린 2013년부터 매출액이 급증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허위 매출이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이런 의심이 사실이라면 가공할 만한 가공매출의 선구자 모뉴엘과 비슷한 분식회계 사건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가짜 백수오 원료는 진짜 백수오 원료보다 원가가 더 싸게 먹힐 텐데,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면, 매출원가를 속여(과소계상) 당기순이익을 부풀린 분식회계를 했다고 볼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회계 전문가들은 재무제표만 봤을 때 내츄럴엔도텍이 가공매출을 늘렸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창고에 쌓여 있는 자산, 즉 재고자산이 함께 늘었고 재고자산이 매출액으로 바뀌는 속도인 재고자산회전율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데 주목합니다. 이건 어떤 의미일까요?

내츄럴엔도텍의 재무제표를 보면 이 회사의 재고자산은 2012년 말 14억원에서 2013년 말 43억원, 2014년 말에는 109억원으로 늘어납니다. 팔리지 않고 창고에 쌓이는 백수오궁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데요, 물론 백수오 수요가 늘면 그만큼 창고 규모도 커져야 하니 재고자산이 늘어날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주목해야 하는 것이 재고자산 그 자체보다는 재고자산이 매출액으로 바뀌는 속도, 즉 재고자산회전율입니다. 내츄럴엔도텍은 이 재고자산회전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재고자산회전율은 연간 매출액을 재고자산으로 나눠 구합니다. 재고자산이 1년 동안의 영업활동으로 실제 매출액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어떻게 되는지를 나타내는 숫자이지요. 재고자산회전율이 높다는 얘기는 상품이 창고에 쌓이기 무섭게 불티나게 팔린다는 의미입니다. 1년 365일에서 이 재고자산회전율을 나눈 것이 재고자산회전기간입니다. 몇일 만에 재고자산이 매출로 바뀌는지를 쉽게 볼 수 있지요.

2013년 말 내츄럴엔도텍의 재고자산회전기간은 19.0일이었지만, 작년 말에는 32.3일로 늘어납니다. 즉 예전에는 창고에 쌓인 백수오궁이 19일 만에 동났지만, 이제는 32일은 지나야 동난다는 얘깁니다. 백수오궁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지요.

이 때문에 내츄럴엔도텍이 가짜 백수오를 섞은 것은 매출원가를 속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제품 가격을 내리기 위해 실제 원가를 낮추기 위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회계 전문가들의 얘깁니다. 소비자들의 인기가 주춤하자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기 위해 원가가 낮은 원료를 섞었다는 것이지요.

내츄럴엔도텍은 홈쇼핑 채널에서 파격적인 할인행사도 자주 벌였는데요, 이렇게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것도 원가가 싼 가짜 백수오를 섞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재무제표만 봐서는 내츄럴엔도텍이 왜 가짜 백수오를 섞었는지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재무제표는 흔히 사람의 건강진단서와 비교되는데요. 건강진단서에는 혈압이나 간 수치, 혈당 검사 결과 등이 표시돼 있지만, 왜 간 수치나 혈당이 높아졌는지는 그 사람의 평소 생활 습관을 봐야 알 수 있겠지요.

재무제표만 보면 기업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선전하는 책이나 사람은 그래서 믿어선 안 됩니다. 기업의 윤리 경영이나 건강한 조직 문화와 같은 진정 중요한 가치들은 재무제표에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 내츄럴엔도텍 사태가 보여주고 있지 않나요? 결국 이런 시장의 의문들은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할 부분입니다.

△자료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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