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플랜B 있었던 채권단‥'KDB아시아나' 되나

채권단, 매각무산 대비 최대주주 등극 위해 영구채 인수
주식전환시 36.9% 확보해 현 대주주 금호산업 앞서
기안기금 통해 추가 자금투입·구조조정 등 진행 전망
"HDC현산 재실사 요구는 기존 계약 뒤엎자는 것"
  • 등록 2020-07-30 오전 6:11:00

    수정 2020-07-30 오후 6:08:22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른바 ‘국유화’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정부 산하 국책은행이 대주주에 올라 경영을 맡는 ‘채권단 관리체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배제하지 않는다”며 채권단 관리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데다 채권단이 이미 지원 자금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뒀다는 점에서,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인수 포기가 확정될 경우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대우조선해양처럼 KDB산업은행 계열사로 일단 편입해 구조조정 등을 거친 뒤 시장에 다시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8000억원 영구채 출자전환…“매각무산 때 최대주주 염두”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해 4월 아시아나에 총 1조6000억원을 지원했다. 구체적으로 신용한도 8000억원과 스탠바이 LC(보증신용장) 3000억원, 아시아나가 발행한 영구채 5000억원 인수로 구성된다. 이 영구채는 출자전환을 통해 회사 주식이 될 수 있다. 채권단 측은 당시 영구채 인수에 대해 “매각이 무산됐을 때 어느 정도면 최대주주가 될 수 있을지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아시아나 매각이 깨지는 ‘노딜’(No Deal) 상황을 맞을 경우 채권단이 최대주주가 되겠다는 잠정 계획인 것이다.

두 국책은행은 이어 올해 4월 아시아나에 추가로 1조7000억원을 지원한 것과 별개로 영구채 3000억원을 또 인수했다. 채권단이 인수한 총 8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모두 전환하면 보유 지분은 36.9%가 된다. 현재 아시아나의 대주주인 금호산업(30.7%)을 앞선다.

채권단이 이에 더해 금호산업 측에 주식감소(감자)를 요구해 관철시키면 보유지분은 더 높아진다. 2016년 현대상선 대주주 7대 1 무상감자와 2013년 STX조선해양 대주주 100대 1 차등감자 등 국책은행이 구조조정 기업의 대주주가 되면 대부분 기존 대주주 감자가 이뤄진 전례가 있다.

채권단은 이와 함께 매각무산 시 사실상 주도권을 갖는 방안도 갖춰놨다. 채권단은 지난해 4월 1조6000억원 지원 때 ‘매각 무산 때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 지분을 임의 조건으로 처분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매각 무산 시 채권단이 매각조건 변경 등을 주도해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HDC현산과의 딜이 깨질 경우 당장 새 인수자를 찾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플랜B는 채권단 관리체제로 두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28일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원론적 입장임을 전제하면서 아시아나 인수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했다는 해석이 많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국내 2번째 국적항공사인 아시아나를 법정관리 체제로 하는 건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정부가 맡을 거라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유화 시 구조조정·추가자금 투입 전망

과거 대우조선해양 등 사례를 보면, 채권단이 아시아나 대주주가 되면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이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추가로 공적자금을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으로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등 저비용항공사(LCC) 자회사의 분리매각 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두 LCC 모두 자본잠식 상태여서 분리매각이 수월하게 될 지는 불투명하다.

추가자금 투입은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아시아나가 기안기금 지원기준을 충족한다고 보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아시아나가 기안기금을 신청하면 현재 상태에선 지원대상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의 올해 차입금만 2조5000억원 상당이어서 인수 무산시 2조원 이상의 기안기금 투입이 필요한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채권단이 언제쯤 아시아나 재매각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현재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성사되면 1999년 산업은행의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후 20년 만이다. 국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를 위해 직·간접적으로 1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여객 시황은 내년에도 흑자를 장담할 수 없고 대주주가 바뀌어도 글로벌 경쟁력 제고나 자본 확충 등 체질 개선에는 수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후의 방법인 국유화 방안까지 거론되는 건 채권단에서 HDC현산의 인수조건 재검토에 이은 재실사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기류가 강하기 때문이다. HDC현산은 지난해 아시아나 실사 후 2조5000억원 상당의 인수계약을 체결했는데 재실사를 요구하는 건 기존 계약을 뒤엎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6280%로 지난해 말의 4배 이상으로 높아지는 등 아시아나 재무상황은 더 나빠졌다. 더구나 12주간 재실사를 해도 HDC현산이 인수를 할 거란 보장도 없다.

이 때문에 HDC현산의 재실사 요구는 인수포기와 이후 계약금(인수가액 10%·2500억원)의 반환소송을 대비한 명분쌓기란 분석이 우세하다. 은 위원장도 이날 국회에서 “HDC현산의 의지가 없다면 대안을 검토해야한다는 차원에서 아시아나와 채권단이 자체적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호산업은 거래 종결을 위한 선행 요건이 충족됐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8월 12일 이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HDC현산 측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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