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상차림… 품격은 아쉽다

레스토랑 크리틱_두레
  • 등록 2009-03-05 오후 12:00:00

    수정 2009-03-05 오후 12:00:00

[조선일보 제공] 오래된 한정식집들이 점점 쇠퇴하는 중에도 '두레'는 지난 20여년간 서울 인사동에서 발전을 계속하고 있다.

한옥을 부분 개조한 식당 내부는 청국장 냄새가 진하지만 곧 익숙해진다(이 냄새를 거북해 하는 사람들도 있겠다). 2만원짜리 점심코스를 먹어봤다. 점심이나 저녁 코스가 대단히 격식을 갖추어 차려내는 상차림은 아니다. 모양 내 담은 요리접시들이 두세 차례 나뉘어 나오면서 한 상을 가득 메운다.

'식당의 냉장고는 가능한 비어 있어야 한다'는 이 집주인의 주장대로 매일 아침 장을 보아온 신선한 재료의 음식들이다. 계절 음식인 봄동 겉절이를 맛깔스럽게 무쳐낸 솜씨에서 이 집 주방장의 손맛이 가늠된다. 막 숙성되기 시작한 갓김치의 향기를 지닌 유채김치의 식감은 참으로 촉촉하다. 두부로 속을 채운 오징어 순대나 홍어를 족편 모양으로 만들어 초겨자 소스를 곁들인 홍어편도 훌륭하게 개발된 요리이다. 백 김치와 두부로 소를 넣은 메밀전병은 온당하게 절제된 맛의 품위가 느껴진다. 

▲ 한정식집 "두레"의 밥상. 흔치 않은 요리는 반갑지만 산만함이 아쉽다. / 조선영상미디어

점심 코스는 그날의 재료 사정에 따라 준비되는 서너 가지 요리와 수육이나 불고기 등의 육류요리, 그리고 약간의 생선회가 나온 후 찌개와 십여 가지의 반찬이 나오는 식사로 마무리된다. 염분이 많아 덜 먹으려 해도 역시 맛있는 젓갈과 장아찌는 밥 도둑이다. 이 집의 곰삭은 어리굴젓, 멍게 젓이 그렇고 산초나 죽순 장아찌는 가정에서는 흔히 먹기 어려운 음식이다.

아쉽지만 식사 때 나온 된장찌개는 졸아서 강된장 같았고, 배춧국은 기름기가 너무 많으며, 늦게 나온 홍합탕은 코스와 어울리지 않는다. 요리에 간혹 섞여 있는 알팔파(alfalfa) 따위의 서양채소도 어색한데, 이런 것들을 대체할 훌륭한 우리 재료가 많을 터이다.

식사가 끝나갈 때쯤 대충 세어보니 삼십여 개가 넘는 그릇에 음식이 담겨 나온다. 점심치고는 좀 많은 것 아닐까? 나름대로 좋은 그릇에 음식을 담아내려는 노력은 있지만 각 요리의 프레젠테이션과 그릇 사용이 연계성이 없어 상차림이 산만해 보인다. 이런 상차림은 이 식당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간단히 먹는 음식과 여유를 가지고 먹는 코스요리는 다르다. 그러나 그런 의미에서라도 식당의 한정식은 가정식과는 달라야 한다. 한정식 식당은 올바른 한식 식탁을 제안할 책임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맛과 품격을 갖춘 특별한 식당은 일반인의 대중적 취향을 따라가지 않는다. 두레는 그런 기준에 비교적 가까운 한식당이다. 올가을에는 대(大) 수선을 한다니, 인테리어뿐만이 아닌 보다 더 발전된 색깔과 목소리를 가진 한정식을 기대해 본다.

>> 두레 ★★★☆

(5개 만점=맛·가격·분위기·서비스 총점)

주소_ 서울 종로구 인사동 8-7(인사동사거리에서 낙원상가 방향, 미로화방 옆 골목)

전화_ (02)732-2919

영업시간_ 점심 정오~오후 3시, 저녁 오후 6~10시·큰 명절에만 휴무

메뉴_ 점심코스 2만·3만·5만원, 저녁코스 6만·8만·10만·12만원·부가세 10% 별도

주차_ 점심시간 주차 불가. 오후 6시 이후 인근 건국주차장 무료 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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