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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노란 리본이 바람에 나부낀 이곳 팽목항에서 미수습자 가족들을 묵묵히 배웅한 이들이 있었다. 이름이 ‘팽이’(2·수컷)와 ‘목이’(2·암컷)인 한 쌍의 진돗개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 눈물 닦아준 ‘팽이와 목이’
진도군민들은 세월호 유가족·미수습자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지난 2015년 1월 팽이와 목이를 기증했다. 처음 팽목항에 왔을 때만 해도 작디 작았던 강아지들은 어느새 덩치가 큰 성견(成犬)이 됐다. 세월호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에게 팽이와 목이는 든든한 지킴이자 위로 받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였다.
세월호 희생자 고(故) 진윤희 양 삼촌 김성훈(40)씨는 팽이와 목이를 ‘식구’라고 했다. 김씨는 “최근엔 세월호 인양 문제로 팽목항에 사람들이 많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외롭고 쓸쓸한 곳이었다”며 “희생자 가족들의 외로움을 덜어준 게 바로 팽이와 목이였다”고 말했다.
팽이와 목이는 좀처럼 짖지 않는다. 취재진 등 낯선 사람들이 다가가도 심드렁할 뿐이다. 하지만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다가오면 펄쩍펄쩍 뛰거나 졸졸 따라다니며 애교를 피운다. 마치 그 모습이 쓸쓸히 팽목항을 지키는 가족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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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 현장이 내려다 보이던 동거차도에도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한 진돗개가 있다.
지난해 8월쯤 세월호 가족 중 한 분이 이곳으로 옮겨온 ‘진돌이’다. 진돌이는 가족들이 산등성이를 오르려 하면 앞장 서고 가족들이 바다로 나갈 때는 배 타는 데까지 배웅한다.
고(故)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45)씨는 “지금은 진돌이라고 부르지만 가족들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 달랐다”며 “인양이 안 된다고 하는 정부를 상대로 ‘잘 싸우라’는 뜻에서 ‘계백이’라고 부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진돌이는 차가운 바닷 바람을 맞으며 유가족을 맞았다.
전씨는 “반년 만에 동거차도를 찾았는데 훌쩍 큰 진돌이를 처음엔 못 알아봤다”면서 “진돌이는 잊지 않고 꼬리치며 부비는 걸 보고 우리를 지켜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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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마지막 항해’를 떠난 뒤 팽이와 목이는 진도에 거주 중인 세월호 유가족 한 명이 데려가기로 했다. 하지만 동거차도에 남은 진돌이 등 2마리는 행선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팽이와 목이, 진돌이야 말로 우리의 슬픔을 함께 한 고마운 존재죠. 어디에서든 항상 건강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