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의 지킴이…세월호 가족 눈물 닦아준 '팽이와 목이'

진도군민 기증 2년, 어엿한 성견(成犬)으로
유가족·미수습자 가족에 위로와 애교
세월호 '마지막 항해'로 가족과도 이별
  • 등록 2017-04-02 오후 1:00:00

    수정 2017-04-02 오후 1:00:00

‘팽목항 지킴이’ 진돗개 목이(2·암컷)가 전남 진도 팽목항에 앉아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이슬기 기자)
[진도=이데일리 김성훈 이슬기 기자]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 마린호’에 실린 세월호가 전남 목포신항으로 ‘마지막 항해’에 나선 지난 31일 오전. 생때같은 아이들을 가슴에도 묻지 못한 미수습자 가족들은 눈물과 한이 서린 진도 팽목항과 작별을 했다. 세월호가 진도군 동거차도 인근 깊고 어두운 바닷 속에 잠든 지 1080일 만이다.

빛바랜 노란 리본이 바람에 나부낀 이곳 팽목항에서 미수습자 가족들을 묵묵히 배웅한 이들이 있었다. 이름이 ‘팽이’(2·수컷)와 ‘목이’(2·암컷)인 한 쌍의 진돗개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 눈물 닦아준 ‘팽이와 목이’

진도군민들은 세월호 유가족·미수습자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지난 2015년 1월 팽이와 목이를 기증했다. 처음 팽목항에 왔을 때만 해도 작디 작았던 강아지들은 어느새 덩치가 큰 성견(成犬)이 됐다. 세월호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에게 팽이와 목이는 든든한 지킴이자 위로 받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였다.

세월호 희생자 고(故) 진윤희 양 삼촌 김성훈(40)씨는 팽이와 목이를 ‘식구’라고 했다. 김씨는 “최근엔 세월호 인양 문제로 팽목항에 사람들이 많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외롭고 쓸쓸한 곳이었다”며 “희생자 가족들의 외로움을 덜어준 게 바로 팽이와 목이였다”고 말했다.

팽이와 목이는 좀처럼 짖지 않는다. 취재진 등 낯선 사람들이 다가가도 심드렁할 뿐이다. 하지만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다가오면 펄쩍펄쩍 뛰거나 졸졸 따라다니며 애교를 피운다. 마치 그 모습이 쓸쓸히 팽목항을 지키는 가족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것 같다.

김씨는 “어느 날은 팽이가 죽은 쥐를 잡아다가 내 앞에다 가져다 준 적이 있다”며 “우리를 든든히 지키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나보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지난 2015년 1월 진도군민들이 세월호 유가족들과 미수습자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기증했을 당시 팽이(왼쪽)와 목이. (사진=세월호 유가족)
추운 바다에서 세월호 가족들 맞이한 ‘진돌이’

세월호 인양 현장이 내려다 보이던 동거차도에도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한 진돗개가 있다.

지난해 8월쯤 세월호 가족 중 한 분이 이곳으로 옮겨온 ‘진돌이’다. 진돌이는 가족들이 산등성이를 오르려 하면 앞장 서고 가족들이 바다로 나갈 때는 배 타는 데까지 배웅한다.

고(故)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45)씨는 “지금은 진돌이라고 부르지만 가족들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 달랐다”며 “인양이 안 된다고 하는 정부를 상대로 ‘잘 싸우라’는 뜻에서 ‘계백이’라고 부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진돌이는 차가운 바닷 바람을 맞으며 유가족을 맞았다.

전씨는 “반년 만에 동거차도를 찾았는데 훌쩍 큰 진돌이를 처음엔 못 알아봤다”면서 “진돌이는 잊지 않고 꼬리치며 부비는 걸 보고 우리를 지켜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미소지었다.

지난 2015년 1월 진도군민들이 세월호 유가족들과 미수습자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기증했을 당시의 팽이 모습. (사진=세월호 유가족)


세월호가 ‘마지막 항해’를 떠난 뒤 팽이와 목이는 진도에 거주 중인 세월호 유가족 한 명이 데려가기로 했다. 하지만 동거차도에 남은 진돌이 등 2마리는 행선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미수습자 가족들은 팽이와 목이, 진돌이를 보는 게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팽이와 목이, 진돌이야 말로 우리의 슬픔을 함께 한 고마운 존재죠. 어디에서든 항상 건강했으면 합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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