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게임체인처' 기아 렌터카, 기아 중고차 사업 선봉에 선다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기아가 계열사인 ‘기아 렌터카’를 중고자동차 사업의 핵심 축으로 삼고 시장 공략에 나선다. 기아 렌터카를 활용하면 중고차 구매시 15일 이내 소유권 이전 등록해야 하는 현 자동차관리법의 구애를 받지 않아도 되서다. 내년 1월부터 중고차업계 최초로 ‘한 달 무료 체험 후 구매 전략’을 펼칠 예정인 기아로선 ‘기아 렌터카’를 통해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는 묘책을 찾아낸 셈이다. 기아는 향후 체험 프로그램뿐 아니라 구독 프로그램까지 활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기아는 내년 5월 중고차 사업을 시행할 수 있게 된다. (사진=기아 제공)

내년 1월부터 중고차 시범 판매…5월부터 본격 판매

31일 중고차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기아 렌터카를 중고차사업에 활용한다. 기아와 현대차는 내년 1월부터 중고차사업을 시범운영할 예정이다. 기아와 현대차는 내년 1월부터 4월까지 각각 5000대 내에서 중고차를 시범 판매할 수 있다. 기아와 현대차의 본격적인 중고차 판매는 내년 5월부터 가능하다.

기아가 기아 렌터카를 중고차사업에 활용하기로 한 것은 지난 4월에 발표한 중고차사업 전략과 관련이 있다. 당시 기아는 중고차업계 최초로 최장 한 달 무료 시승 후 중고차를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선(先) 구독·후(後) 구매 결합 프로그램’(한 달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기아가 한 달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은 중고차에 대한 불신을 없애기 위한 취지다. 기아의 한 달 체험 프로그램 계획은 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중고차업체 케이카와 엔카가 각각 3일 책임 환불제, 7일 책임 환불제 등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아의 한 달 체험은 확실한 비교우위가 있기 때문이다.

한 달 체험 프로그램은 중고차시장 개방 초기 기아만의 무기가 될 전망이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중고차를 산 사람은 15일 이내에 자동차 소유권 이전등록을 해야만 한다. 케이카와 엔카가 환불 책임제 기간을 더 길게 하려 해도 최장 7일까지만 운영하는 이유다. 하지만 기아는 기아 렌터카를 활용해 중고차를 단기 렌터카 형식으로 빌려주면 소유권 이전등록 기간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현대차그룹 내에서 렌터카사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는 현대차는 한 달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못한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대기업은 렌터카 사업, 특히 단기 렌터카 사업이 제한된다. 실제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단기 렌터카 사업에 대해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권고하기도 했다. 대기업 중 단기 렌터카 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곳은 기아, 롯데렌터카, SK렌터카 뿐이다. 기아가 처음 렌터카 사업을 시작한 건 1998년이다. 당시 외환위기로 부도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신차가 판매되지 않자 정부가 ‘기아자동차 살리기’라는 사회적 합의로 렌터카 사업을 허용해준 것이다. 현대차는 렌터카사업을 하지 않고 기아만 렌터카사업을 하고 있는 이유다. 이후 기아의 렌터카사업은 조명받지 못했지만 기아가 중고차시장에 진출하면서 비로소 빛을 보게 됐다.

기아가 운영 중인 자동차 구독 프로그램 ‘기아 플렉스’. 현재 기아 플렉스는 기아 렌터카가 주체가 운영되고 있다. (사진=기아 제공)

구독 프로그램과 연계해 중고차사업 고도화

기아는 렌터카를 활용한 한 달 체험 프로그램으로 중고차시장 개방 초기 확실한 게임체인저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이를 바탕으로 기아는 중고차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진 뒤 사업 범위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현재 운영 중인 구독 프로그램 기아 플렉스(KIA Flex)도 중고차사업과 결합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 플렉스를 운영하는 주체는 기아 렌터카인데 3년간 누적 이용자 수가 1700명에 불과할 정도로 입지가 좁은 상태다. 기아는 구독 프로그램 확장을 위해 내년 5월부터 구독 계약이 만료돼 반납된 차량을 리컨디셔닝센터에 입고해 상품화과정을 거친 후 구독서비스에 재투입한다는 방침이다. 기아 플렉스가 제공하는 구독차량 범위가 신차에서 중고차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고객은 신차 구독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기아의 인증중고차를 구독할 수 있다. 중고차는 신차와 같은 출고 대기가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차량을 빠른 시점에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현재 구독 만료된 차량은 중고차업체에게 매물로 넘기고 있지만 중고차사업이 개시되면 직접 소비자들에게 매물로 팔 수 있게 돼 관련 이익도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가 현대차그룹의 일원이 돼 글로벌 완성차브랜드 4위 자리에 오르는 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기아 렌터카가 이제는 중고차사업에 핵심이 된 상황”이라며 “다른 대기업은 시행할 수 없는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게 된 만큼 중고차시장에서 기아의 입지는 단숨에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