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치러진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는 3선인 이인영·노웅래·김태년 후보(기호순) 3명이 출마했다. 1차 투표에선 이 후보가 총 125표 중 54표를 받아 1위를 차지했고, 김 후보가 37표, 노 후보가 34표로 각각 2,3위를 기록했다. 1차 투표 결과가 나오자 선거장내가 술렁였다.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와서다.
당초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는 김 후보의 우세가 예상됐다. 당의 주류인 친문(문재인)으로 분류되는데다 이해찬 대표가 전폭적으로(?) 밀고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김 후보를 원내대표로 만들기 위해 경쟁상대인 3선 윤호중 의원을 당 사무총장으로, 4선 조정식 의원을 당 정책위의장으로 앉히는 인사를 했다는 소문이 났다. 한마디로 이(이해찬)심은 김 후보에게 가 있었다는 얘기다. 이런 영향으로 선거 전망은 김 후보가 앞서가고 이 후보와 노 후보가 뒤를 쫓는다는 식으로 나왔다. 또 이·노 후보가 이기기 위해선 1차 투표에서 김 후보가 과반 득표에 실패한 1위를 하는 대신, 결선투표에서 2,3위표가 합쳐지면서 뒤집기를 하는 그림이 나와야 한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김 후보가 1위와는 27표차, 3위와 3표차밖에 나지 않는 2위를 기록한 것이다. 1차 투표 결과가 나오자 이 후보의 승리가 유력하게 점쳐졌다. 당내 비주류인 노 후보의 표가 주류인 김 후보에게 갈 가능성보다는 이 후보에게 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해서다. 이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1,2위가 치른 결선투표 결과 이 후보는 76표를 받아 49표를 받는데 그친 김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리고 신임 원내대표가 됐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 역시 비슷한 분석을 했다. 차기 총선에서 색깔이 비슷한 이 대표과 김태년 의원이 당대표와 원내대표 투톱으로 나설 경우, 친문색채가 강해지면서 친문중심의 공천 논란이 나올 수 있고, 선거 구도도 여당에 불리해질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좀더 사정을 들어보면 청와대 출신 차기 총선 출마 인사들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차기 총선에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출마가 줄줄이 예고돼 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필두로 한병도 전 정무수석, 전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권혁기 전 춘추관장, 송인배·백원우 전 비서관 등이 총선 출마 준비에 돌입하는 등 최소 20여명이 출마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관료 출신들 중에서도 출마설이 돌고 있는 인사들까지 합치면 30여명이 이번 정권과 관련된 인사들로 포진된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개혁공천의 핵심은 일명 ‘어벤저스’라고 불린 문재인의 영입인사들이었다. 이들은 신선하고 개혁적인 이미지로 민주당의 분위기 쇄신에 일조했다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차기 총선에서는 ‘어벤저스’ 대신 ‘청벤저스’가 뜨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여의도시선]은 국회를 출입하는 이 기자의 눈길을 끈 장면이나 소식에 이 기자의 시각을 담아 전하는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