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식품부는 이달 초부터 3000수 이상을 사육하는 양계농가 1060여 곳(친환경 농가 780여 곳, 일반 농가 300여 곳)에 대해 잔류농약검사를 진행했다. 현재 조사를 마친 친환경 농가는 불과 5%(40여 곳)에 그친다. 이 중 친환경 농가 두 곳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온 것인데, 조사가 진행될수록 살충제 성분을 사용한 친환경 농가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살충제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이 발견된 친환경 농가는 농식품부로부터 항생제 등 농약 사용을 최소화했다는 ‘무항생제 축산물인증’을 받은 곳이다. 통상 소비자들은 무항생제 인증마크를 단 계란을 농약 사용이 전무한 농장에서 출하된 것으로 판단하지만, 현행 제도는 수의사 처방, 휴약기간 2배 등의 조건만 만족하면 항생제나 농약을 사용해도 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무항생제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즉, 상대적으로 유해성분에 ‘덜’ 노출된 계란이라는 것이다.
동물용의약품의 안전사용기준에 따르면 항생제별 휴약기간은 상이하다. 그 중 양계업계에서 수의사 처방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엔로플로삭신(Enrofloxacin) 계열 항생제는 휴약기간이 12일이다. 엔로플로삭신은 닭에게 호흡기 질환이 있을 경우 사용된다.
최근 건강을 염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무항생제 계란은 일반 계란에 비해 비싼 가격에 팔려나가고 있다. 통상 계란 전문점에서 무항생제 계란 1판(30개)은 약 7000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이는 일반적인 계란 1판값(5000원)보다 40%나 비싼 값이다.
정부의 무항생제 인증을 믿고 계란을 구입했던 소비자들은 인증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경기도 시흥에 사는 주부 김은하(40) 씨는 “보통 ‘무(無)’가 들어가는 인증은 말 그대로 ‘절대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게 된다”며 “무항생제 계란은 (항생제를) 쓰지 않은 것으로 알고 비싸게 샀는데, 결과적으로 속은 기분”이라고 했다.
앞서 농식품부와 농산물품질관리원은 지난해 9월 무항생제 인증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친환경농축산물 및 유기식품 등의 인증에 관한 세부실시요령 개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개정안은 분만·포유·거세 등 예외상황을 포함한 ‘질병 취약시기’에만 항생제·구충제 등 동물약품 사용을 허용하도록 했다. 휴약기간의 2배가 지나면 무항생제 축산물로 인증하는 현재보다 인증기준이 대폭 강화한 셈이다. 국정감사에서 인증농가 중 일부(0.05%)에서 항생제가 검출되는 상황이 지적된 데에 따른 조처였다.
결국 농식품부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겠다며 제도 시행을 2018년 1월1일로 미뤘는데,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가 발발하면서 한국육계협회와 농식품부 모두 살충제에 대해 안일한 의식을 갖고 있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무항생제 인증농가에 대한 검사가 허술하지 않았다.잔류농약 검사를 지속 실시해 왔지만 피프로닐이 검출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전수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제도 보완 등) 대책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