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영란법이 '이명박근혜' 정권의 치적인가

  • 등록 2016-10-16 오후 2:49:51

    수정 2016-10-16 오후 3:00:03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나는 김영란 대법관의 생각이 우리 정부의 공정사회 철학과 일치한다고 느꼈고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이명박대통령기념재단’ 홈페이지에 ‘김영란법 시행에 부쳐’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 일부이다. 이 전 대통령은 글에서 자신이 발탁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의 입안으로 지난 2011년 6월 국무회의에서 법 제정 논의가 시작됐음을 수차례 강조했다. 나아가 이 전 대통령은 “법 해석과 세부 적용 사례에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예기치 못했던 문제 또한 발생할 것이나 이 역시 우리 사회가 성숙해 가는 과정으로 겪어내야 한다”며 법 시행의 당위성·불가피성을 설명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그러자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예고 없이 춘추관에 내려와 언론에 법 취지를 살리겠다는 이유로 김영란법 대신 ‘청탁금지법’으로 기사를 써달라고 요청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것인가라는 물음에도 이 관계자는 부인하지 않았다. 뒤이어 황교안 국무총리는 14일 ‘청탁금지법관련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인명(김영란법)으로 법명을 호칭하는 것보다 법의 제정 취지와 내용을 보다 명확히 반영한 정식명칭을 사용하는 게 청렴사회 구현, 분위기 조성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법을 입안한 전 정권과 법을 시행한 현 정권 간 ‘기 싸움’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 전 대통령 측이 ‘김영란법은 MB정권의 치적’임을 은근히 내세우자, 현 정권이 ‘청탁금지법’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며 맞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김영란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MB정부 때인 2012년 얼개를 처음 드러낸 김영란법은 한동안 ‘묻힌 법안’으로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7월 국회에 법안이 제출됐음에도 8개월 동안 단 한 차례의 심의를 열리지 않을 정도로 사실상 ‘사장화’된 법으로 치부됐다. 이 법이 다시 국민 호응을 받으며 부각된 건 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 관피아가 지목되면서부터다.

김영란법은 수년간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국민 머릿속 깊이 각인돼왔다. 가뜩이나 적용대상자만 400만명, 직간접적으로 국민 대부분이 영향을 받는 터다. 전직 대통령이 ‘홍보’하지 않아도 또 이름을 바꾸지 않아도 국민은 법 취지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 보이는 이유다. 무엇보다 김영란법은 학연·지연이 아닌 실력중심으로, 적당한 봐주기가 아닌 엄격한 법집행으로 가야만이 선진국 대열에 한 걸을 수 더 내디딜 수 있다는 국민적 요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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