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살충제 계란’ 파문이 인 지난 15일.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한숨도 뒤따랐다. 답답하다고 했다. 정부가 조사결과를 빨리 내놔야 계란의 판매 유무를 결정할 수 있는데, 식약처도 농림부도 손발이 맞지 않는 탓에 유통사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소비자에 대한 보상책을 물었다. 마트 관계자들은 다시 입을 모아 “기존 환불정책을 따를 뿐, 보상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답변에는 헛웃음까지 묻어났다. 그러면서 억울하다고 했다. 말인즉슨 이 사태를 유발한 가해자는 양계농가와 정부이며 소비자와 유통사는 그 반대편에 선 피해자라는 얘기였다.
지난 17일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책임을 물어 재판에 넘겨진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관계자들은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수익에 급급한 나머지 소비자의 안전을 외면하고 옥시 제품을 벤치마킹한 상품을 판매해 상당한 매출을 올렸다”며 “그 결과 회사나 제품 라벨의 표시를 믿고 제품을 쓴 다수의 사람이 사망하거나 중한 상해를 입는 끔찍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질타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들은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취지로 허위·과장 광고를 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 선고문에 유통사가 짊어져야 할 책임감과 수치(羞恥)가 있다. 말로만 외치는 고객우선주의는 공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