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 `재벌개혁` 카드 내세운 김상조 공정위원장 후보자

`삼성저격수`로 국내 재벌 개혁 선도해
법 개정보다는 시행령 등 행정조치 강화
`조사국` 같은 대기업조사 전담조직 신설
범 4대 대기업 집중 조사로 법준수 시그널
  • 등록 2017-05-17 오후 4:24:19

    수정 2017-05-18 오전 8:07:22

김상조 교수. 이데일리DB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재벌 개혁’을 내세우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첫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를 내정했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은 17일 “경제력 집중의 완화 등 경제개혁에 대한 새정부 국정철학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대·중소기업 관계의 정립 등 경제개혁에 대한 방향을 정립할 수 있는 적임자라 판단돼 내정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다이나믹 코리아라고 불렸던 한국의 경제 활력이 떨어진 이유는 공정한 시장 질서가 무너졌기 때문”이라며 “모든 경제 주체들이 최대한 활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겠다”고 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재벌개혁론자`다.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경제개혁센터 소장 등을 역임하면서 끊임없이 재벌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특히나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소자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청문회 스타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는 당시 “재벌은 이제 정경유착 고리를 끊고 새로운 발전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사이다` 발언을 했다. 특검이 이재용 삼성 전자 부회장을 구속할 때에는 참고인 신분으로 들어가 `검찰 경제교사` 역할을 하면서 논리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 현실 정치에 참여하기보다는 시민 사회에서 재벌 견제 역할을 했다. 주변에도 정치를 할 뜻이 없다는 점을 수차례 밝혀왔다. 여야를 막론하고 누구든 만나면서 재벌개혁에 대한 정책 자문을 해주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랬던 그는 지난해 3월 갑자기 문재인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무엇보다 국내외 경제 상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차기 대통령은 재벌개혁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는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부위원장을 하면서 문 대통령의 경제 철학이 된 `제이(J)노믹스` 중 경제민주화 공약을 주도적으로 만들었다. 문 대통령은 이런 개혁의지를 강하게 갖고 있는 김 후보자가 공정거래위원장의 적임자로 판단했다.

날 선 칼날은 실용성을 겸비했다. 재벌 개혁의 목표와 수단이 좀더 유연해졌다. 본인 스스로도 `우측 깜빡이를 켰다`는 지적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과거처럼 `재벌 해체`만을 주장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저성장·불확실성이 고착된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시대에 개혁이라는 명문만을 가지고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기가 쉽지 않다는 인식에서다.

이를테면 그는 재벌의 시장지배력을 확대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제도인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부활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재벌도 양극화가 진행된 상황에서 과거처럼 행정규제 방식으로는 편익 못지않게 비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일률적으로 규제를 제한하면 겉으로는 효과가 바로 나타나겠지만,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규제를 제한하는 객관적 근거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그가 내건 재벌 개혁의 성공을 위한 전략은 ‘시장 기능 강화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이다. 정부가 사전적으로 일률적인 규제를 하기보다는 사후적 수단인 주주권 강화 등의 방식으로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재벌의 불공정 행위를 막자는 취지다. 다양한 시장참여자가 동의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얘기다.

상법에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는 다중대표소송제 △전자투표제 △집중투표제 또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 도입 △횡령, 배임 등 경제범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과 사면권 제한 등을 포함시키면서 총수 일가의 전횡을 막고, 투명하고 건전한 경영문화를 확립하겠다는 판단이다.

김상조 교수. 이데일리DB
하지만 그가 공정위원장이 된 만큼 상법보다는 공정거래법 집행이 최우선 업무다. 그는 이미 공정위의 기능 중 대기업 전담 조사 조직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른바 국민정부, 참여정부 시절 존재했던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던 조사국 부활 카드다. 그는 대선 기간 동안 “과거 공정위 조사국 조직처럼 (대기업) 조사 기능을 강화하고 기업 갑질과 소상공인 어려움을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당장 대기업 전담 조직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현재 공정위가 짜고 있는 업무보고 초안에는 `기업집단국(局) 신설`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종의 별동대 형식으로 신속하게 30~40명의 인력을 대거 투입해 범 4대 대기업 그룹을 중심으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문제, 부당 내부거래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전망이다.

특히나 불공정행위를 판단할 수 있는 시장 분석 기능도 핵심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매번 법원에서 패소한 것은 법 위반 사실을 확인하더라도 시장경쟁을 훼손하지 않았다는 로펌의 논리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해서다. 그는 이데일리와 최근 인터뷰에서 “대기업 집단의 불공정행위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분석한 뒤,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조사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시장 지배력이 상당한 범 4대 대기업 그룹을 중심으로 집중 조사하되,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나머지 대기업집단에는 법 준수 시그널을 보내면 된다”고 했다.

추가적인 공정거래법 개정보다는 법 집행에 방점을 찍을 전망이다. 이미 공정거래법은 충분히 만들어졌다는 판단이다. 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완화됐던 시행령 이하 하위 규정에 대한 수준도 다시 원상복구할 방침이다.

대표적인 게 과징금 강화다. 지난해 8월 대규모유통업법 과징금 고시를 개정해 부과 기준을 전체 납품대금에서 관련법 위반 금액으로 완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과징금 부과 실효성을 높이는 취지라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었지만, 과징금 깎아주기라는 비판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김 후보자는 당시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데 정부가 지난한 법개정보다는 시행령, 고시, 지침 개정 등으로 은근 슬쩍 규제를 완화한 게 많다”면서 “이를 재점검하고 합리적 수준으로 올려 공정위 직원들이 제대로 시장 경쟁을 감시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겠다”고 했다.

▶김상조 교수는?

△1962년생 △경북 구미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경제학 박사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 단장, 경제개혁센터 소장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경제개혁연대 소장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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