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직전 회사도 주가 폭등…커지는 美증시 버블 우려

뉴욕시, 78일 만에 경제 재개 문 열었다
뉴욕 상징하는 월가 증시, '사상 최고' 축포
구세주 자처하는 연준, 유동성 장 이끌어
韓 증시 8일 연속 상승…오름세 가팔라
너무 올랐나…국내외 과열 후유증 지적도
  • 등록 2020-06-09 오후 9:28:17

    수정 2020-06-09 오후 9:29:24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건설공사장에서 8일(현지시간) 인부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뉴욕시는 이날부터 1단계 경제 정상화 조치를 취했다. (사진=신화/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권소현 기자] 최근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의 렌터카업체 허츠(Hertz). 공항 내 렌터카 서비스로 재미를 봤던 102년 역사를 자랑하는 허츠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22일 허츠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기재한 부채는 244억달러(약 29조2000억원). 그러나 허츠가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은 10억달러에 불과했다.

그런데 허츠의 주가는 정반대였다. 8일(현지시간) 나스닥 시장에서 허츠는 주당 5.53달러에 마감했다. 파산 뉴스가 나온 직후인 지난달 26일 56센트로 최저점을 찍은 후 2주 만에 10배 오른 것이다. 각국의 경제 재가동 흐름 덕에 하늘길이 다시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허츠의 펀더멘털이 개선된 징후는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 시장에는 이런 회사들이 적지 않다. 또다른 파산보호 업체인 백화점 체인 JC페니의 주가는 이날 장외거래에서 95.90% 올랐다.

뉴욕 79일만에 열었다…나스닥 축포

코로나19 이후 경제 재개 기대와 유동성 확대로 주식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은 물론이고 국내 증시 상황도 다르지 않다. 다만 실물지표는 아직 주춤하다는 점에서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이라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10.66포인트(1.13%) 상승한 9924.74에 마감했다. 사상 최고다. 1만포인트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게 월가의 분위기다.

미국 내 코로나19 최대 발병지인 미국 뉴욕시가 경제 정상화 작업의 막차를 탄 날, 뉴욕을 상징하는 월가 증시가 축포를 터뜨린 것이다. 뉴욕시는 3월 22일 뉴욕시를 포함한 뉴욕주 전체에 내려진 록다운(봉쇄·lockdown) 조처에 들어간 지 78일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날 근로자들의 애용하는 맨해튼 지하철에 탑승해 현장 점검에 나섰다. 그는 “우리가 돌아왔다”며 “다시 경제를 다시 연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수개월간 집에 머물던 뉴요커들이 경제 회복을 위한 희망의 여정을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요즘 웬만한 회사들의 주가는 상승일로다. 이날 나스닥 시장에서 테슬라 주가는 7.26% 폭등한 949.92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가장 높다. 항공주를 대표하는 보잉의 경우 하늘길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하루새 12.26% 올랐다.

이날 월가에는 △세계은행(WB)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인 -5.2%로 하향 조정했고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미국 경제가 지난 2월 경기 침체에 진입했다는 등의 소식이 전해졌지만, 투자 심리를 가라앉히는데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경제 재개 외에 유동성 확대도 한몫했다. 그 배경에는 ‘구세주’를 자처한 연준이 있다. 파산 기로에 놓일 정도로 어려운 회사들의 주가가 고공행진할 만큼 연준이 증시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준은 이날 ‘메인스트리트 대출 프로그램’의 최소 금액을 50만달러에서 25만달러로 낮추겠다고 밝혔고, 증시는 또 환호했다. 연준은 “더 많은 중소기업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 증시 역시 마찬가지다. 코스피 지수는 8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며 9일(한국시간) 2188.92까지 올라섰다. 개장 초 2212.17까지 오르면서 올해 들어 장중 기준 연고점인 2277.23까지 65포인트 차이로 따라잡았다. 코로나19가 한참이었던 3월 저점과 비교하면 52% 회복했다. 60일 이동평균선과 비교하면 코스피 상승세가 얼마나 가팔랐는지 가늠할 수 있다. 60일 이평선 대비 코스피 수준을 의미하는 이격도는 이날 116.62%에 달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코스피지수의 60일 이격도는 110% 아래에서 고점대가 형성된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 상반기 반등 과정에서도 116%를 넘지 못했다”고 했다.

일각서 “과열 양상 경계해야” 지적도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열 양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 역시 나온다. 가파른 증가 상승세를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이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BI)에 따르면 투자은행(IB) 소시에테 제네랄의 앨버트 에드워즈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미국의 기술주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 8일 기준 12.64배까지 상승했다. IFRS 도입으로 회계기준이 바뀐 2011년부터 보면 역대 최고다. 기업 실적 눈높이는 하향하는 추세인데, 증시는 경제 재개 기대감만 보고 오른 탓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가 단기 급등하면서 펀더멘털과 괴리가 생겨 현재 주식은 싸지 않은 상황”이라며 “유동성 확대와 경제 기대감 때문에 미·중 갈등 등이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이 양극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기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칼럼을 통해 “코로나19로 실업률이 급등하면서 대부분 소득계층에서 소비가 감소하고 이자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그러나 고소득층은 증시 호조로 자산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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