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이세돌은 졌지만 인간으로써 인공지능에 무너지지는 않았다. 이세돌 9단은 구글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와의 최종 대국에서 아깝게 패해 인간 최고수와 인공지능의 역사적 바둑대결은 인공지능의 4대 1 승리로 끝났다.
1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국에서 이 9단은 280수 만에 불계패했다. 경기시간은 5시간이었다.
이날 대국은 양측의 미세한 수읽기로 팽팽하게 이어졌다. 알파고도 이번 시리즈 최초로 4시간30여분이 지난 시점, 초읽기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 9단은 경기 초반 실리를 꾀하는 작전을 들고 나왔다. 우하귀 접전에서 우위를 확보했으나 상변 타개 과정에서 다소 움츠러들었고 하변 삭감 과정에서도 큰 이득을 보지 못해 알파고의 추격을 허용했다.
중반까지 팽팽한 형세가 유지됐다. 흑 75집, 백 67집, 덤 7.5집을 감안하면 반집 차이의 근소한 승부가 이어졌으나, 계가(집 수를 계산하는)에서 앞서는 알파고가 힘을 발휘해 최종 승리를 쟁취했다. 이 9단은 사실상 승부가 결정난 이후 화장실을 다녀와 대국을 이어가면서 끝까지 승부를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현장 해설을 맡은 김정룡 9단은 “오늘 대국은 1~4국에서 한 번도 없었던 매우 미세한 계가 바둑이었다. 이 9단이 안정적으로 뒀으나 알파고가 더 안정적이었다”면서도 “이 9단이 오늘 계가를 통해 컴퓨터를 이길 수 있다는,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고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