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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굳이 한계령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우리 산이란 더도 덜도 아닌 딱 이 정도, 이 크기, 이 거리니까. 작가 김준권(66)이 제대로 꿰뚫어낸 거다.
작가는 민족의 산하를 최소한의 먹과 색으로 풀어낸다. 방식이자 도구는 목판. 여러 장의 목판을 겹쳐 판화로 찍으면서도 마치 한 붓으로 그린 듯한 거대한 산세를 눈앞에 들이대는데. 진하고 흐린 여운만으로 진지하다 못해 엄숙한 풍광을 펼쳐내는 거다.
24일까지 서울 중구 통일로 아트스페이스선서 여는 ‘홍대 75전’에서 볼 수 있다. 홍익대 미대 75학번의 동기전이다. 작가 27명이 회화·조각·설치작품 등 29점을 걸고 횟수로는 5번째, 햇수로는 4년 만에 다시 열었다. 채묵목판. 60×60㎝. 아트스페이스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