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오가 드러낸 국가불신시대

먹거리 안전하나 책임지지 못하는 무능한 국가
기본 책무못하는 정부,국민은 철저한 무관심으로 응수
  • 등록 2015-05-11 오전 3:00:00

    수정 2015-05-11 오전 3:00:00

[이데일리 류성 벤처중기부장] 최근 미수(米壽)를 맞이한 아버지 덕분에 온 가족이 오랜만에 자리를 함께하며 회포를 풀었다.

이 자리에서 최근 세간의 관심과 질타를 한몸에 받고 있는 건강보조식품 ‘백수오’가 자연스레 화제로 떠올랐다. 그도 그럴것이 누나 셋 가운데 둘이나 백수오를 장기 복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갱년기를 맞이한 여성들에게 더없이 좋다길래 철석같이 믿고 장복해왔다고 한다.

“모르고 먹은 사람만 바보지, 이제 와 누구 탓을 해봐야 소용이 있냐, 앞으로 쳐다보지 않으면 되지.”

가짜 백수오에 속아 분하고 억울할 법도 한데 누나들은 이상스레 원망보다는 체념하는 모습이었다. 백수오 제조업체나 이를 관리할 책임이 있는 국가나 정부에 대한 불편한 심기는 쉽사리 드러내지 않았다. 이 땅에서 한 두번 당하는 일도 아닌데 요란떨 필요 없다는 세상살이에 통달한 듯한 ‘삶의 지혜(?)’마저 엿보였다.

이 체념의 의미가 뭘까. 국민들이 국가와 정부에 대해 갖고 있던 일말의 믿음과 신뢰가 송두리째 사라지고 있다. 증오와 미움보다 더한 게 ‘무관심’이라고 했던가. 지금 국가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철저한 무관심이 바로 그것이다. 국가와 정부가 개선될 조짐과 희망이 보이지 않기에 국민들은 아예 관심을 끊고 외면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국민의 먹거리 안전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먹거리에 관한한 이제 국민들은 일종의 안전 노이로제에 걸려있다. 오죽했으면 “모르고 먹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는 국민 공감대가 형성됐을까. “시중에 판매하는 먹거리가 어떻게, 무엇으로 만들어지는 지를 알게 되면 먹을 게 없다”는 체념에서 나온 일종의 ‘생존술’이다. 신랄하게 표현하면 잘못된 먹거리로 인한 몸 건강피해는 이제 어찌 할수 없는 상황이니 그나마 정신 건강이라도 챙기자는 생존본능이 발동하고 있다.

먹거리 안전에 대해 느끼는 이런 국민들의 체념과 좌절은 국가와 정부라고 크게 다르지 않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백수오 파동을 국가와 관련 정부 부처가 지금처럼 강넘어 불구경 하듯 팔짱만 끼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책임지는 일을 임무로 하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국민 앞에 엄숙히 선언하고 있는 존재 이유다. 나아가 식약처는 먹거리에 관한 한 ‘안전을 넘어 안심 확보’라는 야심찬 비전까지 제시하고 있다.

먹거리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다. 먹거리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가 존재하는 가장 기본적인 당위성이다. 나아가 어떤 경우라도 저버려서는 안되는 근본적 책무다.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수록 국가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바닥에 떨어지게 되는 이치다. 국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팽배한 현실에서 창조경제니 국가백년대계니, 통일이니 하는 거창한 어젠다는 무력해진다. 먹거리 안전하나 책임지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와 국가가 다른 어떤 일을 벌인다 한다 한들 믿고 따를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지금의 예산과 인력으로 백수오 같은 파동을 사전에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관련 정부 부처의 변명은 차라리 솔직하게 들린다. 이제부터라도 기초부터 하나하나 늦더라도 다져나가야 한다. ‘먹거리 안전’같은 국가의 존립을 지탱하는 대들보를 탄탄하게 정립하지 않고서는 한국의 미래는 없다. 설사 선진국에 진입한다 한들 그것은 곧 무너질 모래위의 성일 뿐이다.

언제까지 국민들은 식약처의 ‘안전 넘어 안심 확보’라는 비전이 실현불가능한 홍보성 멘트일 뿐이라는 절망과 체념속에 살아야 하는가. 언제까지 우리 국민들은 제2, 제3의 백수오는 또 무엇이 될까하며 전전긍긍하며 살아가야 하는가.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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