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개헌 논의 등 다른 곳으로 국가역량을 분산시킬 경우 또 다른 경제 블랙홀을 유발시킬 수 있다”면서 정치권에서 불붙은 개헌론을 진화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이 ‘블랙홀’을 언급하면서 개헌론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연초 기자회견에 이어 두번째다.
물론 박 대통령이 개헌 자체에 반대한 것은 아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가까스로 정국이 안정된 상황에서 경제살리기에 주력해도 모자랄 판에 개헌을 논의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의미다.
그러나 경제가 중요한 것은 박 대통령이 개헌론을 처음 주장했을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같은해 4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경제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중 하나는 정치의 비생산성 때문이다. 정치의 비생산성은 단임제라는 잘못된 권력구조때문이다. 권력구조부터 고쳐야 한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의 입장이 돌변한 것은 조기 ‘레임덕’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창조경제 구현과 통일 기반구축 등 주요 과제가 성과를 내기도 전에 권력 누수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란 해석이다.
박 대통령에게 개헌론은 마뜩잖을 수 있다. 솔직히 ‘남 좋은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진정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다면 다음 정부를 위해서라도 개헌에 대한 ‘소신’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 스스로도 지난 2000년 12월 한 대학 특강에서 “5년 단임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기 힘들다”고 지적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