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까지 붙잡고, 택시타고 따라오고…은행권 '총파업 막아라' 백태

  • 등록 2016-09-23 오후 1:40:47

    수정 2016-09-23 오후 2:04:54

지난 22일 기업은행의 서울 한 지점에서 사측이 총파업 참가를 제지하기 위해 참석자 명단 제출을 강요하며 퇴근을 시키지 않고 있다. (사진=금융노조 제공)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가겠다는 행원, 막으려는 은행’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의 총파업을 하루 앞둔 지난 22일부터 당일인 23일 이른 아침까지 전국 은행권에서 지점장들과 은행원들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파업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엄포에 참석률을 낮추라는 은행의 지시를 받은 지점장은 직원들의 불참을 유도했고, 파업을 해서라도 성과연봉제를 막겠다는 은행원들은 이를 거부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2일 늦은 오후 IBK기업은행 서울 종로·서소문지점 등 일부 지점은 총파업에 참가하는 조합원들의 명단을 제출하기 전까진 퇴근할 수 없다며 행원(노조원)의 귀가를 막았다. 본사에서 총파업에 참석하는 인원을 최소화하라는 지시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업은행 일부 지점에서는 밤늦게까지 퇴근을 하지 못하고 지점에 묶인 직원들이 속출했다. 한 직원은 “지점장이 총파업 불참을 종용하며 퇴근을 시키지 않았다”며 “다른 사람들의 참석을 위해 하는 수 없이 지점에 남기로 한 직원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지점에 남기로 결정한 직원들도 간접적으로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행원은 “파업 때문에 업무가 어렵다”며 방문한 고객들을 돌려보내고 있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노조원에 대한 사측의 방해도 진행됐다. 대구와 광주 등 지역에서 버스를 대여해 상경하는 노조원들을 지방 임원이 택시를 타고 따라와 휴게소 등지에서 회유작업에 나섰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지방 직원들이 이동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측의 방해 공작이 극심했다”며 “택시를 타고 따라오면서 삿대질을 하는 지점장도 있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비교적 갈등이 적었던 신한·우리은행 등에서도 갈등은 있었다. 우리은행 일부 지점에서는 지점장들이 “일정 규모 이하 점포에서는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다른 은행들은 다 안 나간다는데 너희는 왜 나가려 하느냐”며 직원들의 총파업 참가를 막았다. 노조가 협의하지 않은 내용이라고 설명하면서 결국엔 일부 노조원에 참가하기로 했지만, 오후 늦게까지 혼선을 빚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이번 집회가 불법 집회도 아니고, 정당한 절차를 밟아 진행하는 적법한 쟁의행위”라며 “이를 방해하는 사측의 행위가 오히려 불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권 사측과 노조가 총파업 참가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는 데에는 정부의 압박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21일 금융노조 파업 관련 은행권 상황점검회의에서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를 앞세워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파업은 정당성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며 “불법행위 탓에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민·형사상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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