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안]가계소득 늘린다더니 배당만 듬뿍…'기업소득 환류세' 뒷북 손질

  • 등록 2016-07-28 오후 3:00:00

    수정 2016-07-28 오후 6:25:44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정부가 기업에 쌓인 돈(사내 유보금)을 가계로 흐르게 한다며 도입한 ‘기업소득 환류세제’ 시행 결과, 회사가 주주 배당에 쓴 돈이 근로자 임금 증가로 돌아간 몫보다 7배가량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사용액 가중치를 바꿔 임금 인상을 유도하기로 했다. 하지만 바뀐 기준 적용 기간이 1년에 불과해 효용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소득, 임금 증가에 쓰도록 가중치 변경

28일 발표된 ‘2016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투자·임금 증가·배당 가중치를 현재 ‘1 대 1 대 1’에서 내년부터 ‘1 대 1.5 대 0.8’로 바꾸기로 했다. 기업이 직원 임금 인상에 10억원을 쓰면 15억원을, 배당에 10억원을 사용하면 8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뜻이다.

기업소득 환류세는 2015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한 ‘가계소득 증대세제’ 3종 세트의 하나다.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 법인 중 비중소기업,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 집단) 소속 기업이 투자·임금 증가·배당에 쓴 돈이 당기 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하면 미달액의 10%를 추가 과세하는 방식이다. 사용액 인정 범위에 기업 투자를 포함하는 ‘투자 포함형’과 ‘투자 제외형’으로 나뉜다.

이번 개정은 환류세 도입 이후 기업이 임금보다 배당을 주로 늘렸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기재부가 12월 결산 법인의 지난해분 환류세 신고 실적을 집계한 결과, 2845개 법인이 총 139조 5000억원을 투자·임금 증가·배당 등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세부 내역을 보면 투자(100조 8000억원), 배당(33조 8000억원) 등에 지출한 돈이 임금 증가액(4조 8000억원)보다 각각 21배, 7배 많았다.

정부는 내년부터 투자 제외형을 택한 법인이 투자 포함형으로 전환하는 것도 허용키로 했다. 배당에만 몰두하는 기업이 투자에 돈을 쓰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현재는 한 번 유형을 택하면 3년간 바꿀 수 없다. 벤처 기업에 대한 신규 출자도 투자로 간주해 신생 기업 육성을 촉진하기로 했다.

‘배당소득·근로소득 증대세제’도 손질

3대 세트 중 나머지 둘인 ‘배당소득 증대세제’와 ‘근로소득 증대세제’도 일부 규정을 손본다.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시장 평균 배당 성향·배당 수익률 120% 이상이고 총 배당금 증가율 10% 이상인 기업 △평균 배당 성향·배당 수익률 50% 이상이고 배당금 증가율 30% 이상인 기업 등 고배당 상장 기업 주식을 보유한 개인 주주의 배당 소득세율을 14%에서 9%로 인하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 주주도 분리 과세해 세율 25%를 적용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금융소득 종합과세자 분리 과세 제도를 세액공제(5%)로 전환하고 공제 한도(2000만원)도 신설하기로 했다. 지금은 분리 과세를 통해 낮은 세율을 적용받지만, 내년부터 배당소득의 5%만 세금에서 빼주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고배당 기업 253개가 신고한 배당금 약 8조 4000억원 중 국내 거주 개인에게 돌아간 몫이 1조 3000억원인데, 이 중 7700억원(59%)이 고소득층인 금융소득 종합과세자에게 집중됐기 때문이다.

또 근로소득 증대세제를 적용받는 중소기업의 임금 증가 산정 기준은 기존 ‘직전 3년 임금 증가율 평균의 초과분’에다 ‘전체 중소기업 임금 증가율 평균의 초과분’을 추가하기로 했다. 기업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 제도는 과거 3년 치 임금 증가율 평균을 초과해 임금을 올려준 기업에 초과 임금 증가분의 5%(대기업)·10%(중소·중견기업)를 세액에서 감면해주는 제도다.

전문가 “실패한 정책…폐지해야”

문제는 가계소득 증대세제 3종 세트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제도라는 점이다. 이번에 개정한 기준은 내년 한 해 기업 실적에만 적용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이 제도를 연장할지 결정된 바 없다”며 “시행 실적을 좀 더 따져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기업의 사내 유보금 해석을 잘못해서 법인이 이익을 뽑아서 억지로 배당을 하거나 투자를 하게 몰아붙였다. 배당보다는 회사가 성장해서 주가가 올라야 주주가 이익을 보는데 기업의 장기 투자 사이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세금 낸 기업은 억울하고, 빠져나간 기업은 돈을 경제에 도움이 안 되는 방향으로 썼다. 실패한 정책이므로 당연히 폐지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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