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소득세나 법인세 등 주요 세제의 큰 틀을 건드리거나 굵직한 새로운 제도 도입은 눈에 띄지 않았다. 고령화가 점차 가속화되면서 복지 지출 수요가 늘어나고 국가부채가 쌓이는 상황에서 나라 곳간을 채울 방안은 도외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국회 통과 과정에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세제 혜택 줘 신성장 산업 육성, 민생 안정 유도
정부가 미래형 자동차·바이오헬스·로봇 등 신성장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하고, 고용·투자 세제지원대상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 그간 제조업에 비해 소외받던 서비스업을 과감히 육성하기로 한 것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신성장산업 연구개발(R&D) 세액공제를 11대 신산업 기술을 중심으로 전면개편하고, 매출액 대비 신성장산업 R&D투자가 많을수록 투자비의 최대 30%까지 세액을 공제해주기로 했다. 리스크가 많은 신성장산업이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뛰어든다면 정부가 최대한 지원을 해주겠다는 ‘시그널’을 준 셈이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업에 대한 지원도 유도했다. 유흥주점업을 제외한 모든 서비스업을 대상으로 제조업과 똑같은 수준의 세제지원을 하기로 한 것이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신성장산업과 서비스업을 육성해 고용을 많이 일으키는 게 포용적 성장의 해법이라고 봤다”면서 “정부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발상의 큰 전환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산·육아에 대한 세제지원도 확대했다. 둘재를 낳을 경우 기존 30만원이었던 세액공제를 50만원으로 확대하고, 셋째 이상을 낳으면 세액공제를 70만원을 받게된다. 근로자의 학자금 상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든든학자금(소득 발생시 원리금 상환하는 제도)의 원리금 상환액을 교육비 세액공제 대상에 추가했고,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월세 세액공제율도 기존 10%에서 12%로 상향했다
◇안 보이는 세수 확보 방안
문제는 정부가 이렇다 할 세수 확충 방안을 충분히 담지 못하면서 이번 세제개편안이 ‘땜질’수준에 그쳤다는 점이다.
정부가 이번 세법개편안을 통한 연간 세수 확충 규모는 3171억원이다. 8600억원을 더 걷어들이지만 5400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지난해 1조원의 확충규모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가계부에 담긴 자본소득 과세 강화 방안도 ‘찔끔 대책’에 그쳤다. 정부는 주식양도소득이 과세되는 상장법인 대주주의 범위를 일부 확대하는 방안을 담긴했다. 코스피시장의 경우 지분율 1%, 종목별 보유액 25억원인 대주주의 과세 범위를 15억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이것도 2018년 4월부터 시행이다. 수년간 정부와 정치권에서 논의돼 온 소액투자자에 주식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방안은 아예 담지도 못했다. 근로소득자의 48%나 되는 면세자 비율 축소 문제도 차기 정부로 넘겼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내년 대선 국면을 의식해 세수를 확보하는 방안을 과감하게 짜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식양도소득 과세는 그간 오랫동안 지적됐지만 상당히 미흡한 수준에서 개편하고 주택임대소득 세제지원 적용기한을 연장하면서 근본적인 세제 합리화 과제를 미뤘다”고 지적했다. 임주영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도 “정부가 정권 말기라고 과제를 미루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라며 “당장 어렵더라도 단계별로 세제를 개편하는 방안을 내놨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최 차관은 “법인세 인상 여부는 현재 추경 등 경제활력 제고 노력에 배치되고, 대기업 실효세율이 오르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했다”면서 “소득세는 최고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고, 부가세도 저소득층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세율체계 조정은 이번 개정안에 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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