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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덕현의 끄덕끄덕]‘연인’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
- 국가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걸까. 그리고 그건 어떤 효용가치와 한계를 지닐까. tvN 토일드라마 ‘아라문의 검’은 판타지를 통해 그려낸 국가의 탄생기를 문화인류학적인 바탕을 통해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질문에 대한 일단의 답을 제시해준다. 먼저 청동기 무기 기술을 갖게 된 아스달이라는 문명이 그 무력을 바탕으로 주변 부족들을 침략, 약탈하는 정복전쟁을 벌이고, 그러자 이 부족들이 연맹을 해 아스달과 맞서는 이야기가 바로 ‘아라문의 검’이다. 시즌1에 해당했던 ‘아스달 연대기’에서는 문명이 어떻게 자연 속에서 그 이치에 따라 살던 이들을 핍박하고 약탈해 덩치를 키워가는가를 그렸다면, ‘아라문의 검’은 그 자연 속에 살던 이들마저 아스달에 노예로 끌려온 후 그 문명의 맛에 변화해가는 과정 또한 담는다. 인간의 욕망에 불을 질러 이미 시작된 문명은 그래서 결코 과거로 회귀하지 않는다. 문명의 맛을 본 이들은 그 속에서 저마다 더 큰 부와 권력을 위해 자신을 내던진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처럼 문명은 끝없는 전쟁과 약탈을 밑바탕으로 커져간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보다 체계적인 국가 시스템이 필요해진다. 적어도 부족 간의 전쟁과 약탈을 없애기 위해서는 이를 하나로 통합하는 강력한 국가가 요구되는 것. 물론 이렇게 탄생한 국가는 또 다른 국가와의 더 큰 전쟁을 예고하지만, 적어도 국가라는 틀 안에서는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통해 질서가 유지된다. 그런데 빠른 문명으로 청동기 기술에서부터 이제 철기 기술 까지 갖춘 아스달이 그러한 무력 하나로 유지되지 못하고 또 국가로 성장할 수 없다는 걸 이 드라마는 이들과 맞서는 세 인물을 통해 보여준다. “칼과 방울 그리고 거울의 상징인 세 아이들이 한날한시에 태어나 결국 이 세상을 끝낼 것이다”라는 신탁에 등장하는 이 세 아이들은 각각 칼을 상징하는 은섬(이준기), 방울을 상징하는 탄야(신세경) 그리고 거울을 상징하는 은섬의 배냇벗(쌍둥이) 사야(이준기)다. 이 세 인물들은 각각의 위치에서 자라나 아스달을 무너뜨리고 새 세상을 열게 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제대로 정비된 국가의 탄생을 말해준다. 여기 등장하는 칼과 방울 그리고 거울은 각각 물리적인 무력과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종교의 힘 그리고 부와 더불어 타자를 받아들이는 포용력이나 정치력을 상징한다. 즉 국가란 무력 하나만으로는 부족하고 국민들을 결집시키고 위로, 위안해줄 수 있는 종교 같은 정신적인 힘은 물론이고, 타인들이 국가라는 범주 안에서 하나의 국민이라 여기게 해주는 포용력이나 정치력이 요구된다. 이미 단군신화에도 등장하는 칼과 방울 그리고 거울의 의미는 현재까지도 국가에 대한 질문 앞에 해석의 가능성을 지닌다. 즉 국가의 기본적인 존립 기반은 역시 칼로 대변되는 힘이 아닐 수 없다. 무력이든 경제력이든 힘이 밑바탕 돼야 일단 외세로부터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독재이자 폭압이 된다. 생명과 영혼 같은 보편적인 가치를 지킴으로써 하나로 결집시켜주는 현대적 의미로서의 방울이라 할 수 있는 정신적인 힘이 필요하고, 나만이 아니라 타자를 인정하고 그래서 외부 문화나 문명에 대해서도 열려있는 현대적 의미로서의 거울이라 할 수 있는 공감능력 또한 필요하다. 한편 최근 파트2를 시작한 MBC 금토드라마 ‘연인’ 역시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하는 사극으로, 국가의 존재이유를 국가 부재가 만들어내는 백성들의 비극을 통해 그리고 있다. 병자호란이 끝났지만 이 전쟁에서 패배한 결과는 백성들에게 참혹한 결과로 이어진다. 청나라에 노예로 끌려간 조선인들은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죽지 못해 살아간다. 참다못해 도주했다 붙잡혀온 조선인들은 짐승처럼 발뒤축이 잘리고, 여인들은 저들의 노예로 팔려가 노리개가 되거나 질투한 상전에게 팔이 잘리고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는 참혹한 처지가 된다. 또 도주한 조선인들을 다시 잡아오라는 청나라의 압박에 의해 인조(김종태)는 이들에게 자복하고, 그들을 숨겨주는 자들 역시 엄히 죄로 다스리겠다는 방을 붙인다. 백성을 지켜주지 못하는 국가는 더 이상 국가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연인’은 파트1에서도 오랑캐들이 쳐들어와 남한산성에 유폐된 왕을 선비들이 나서 구하자고 하자, 주인공인 이장현(남궁민)이 반대하는 대목이 나온다. “임금이 백성을 버리고 도망을 하였는데 왜 백성이 임금을 구해야 한단 말입니까?” 이 질문은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조선시대와 현재의 달라진 관점을 보여준다. 실제 조선시대의 상황이라면 그 유교적 가치관 속에서 왕을 먼저 구하는 것이 나라의 근간을 세우는 일이라 여겼을 터다. 하지만 조선을 배경으로 하곤 있어도 현재의 관점이 투영된 사극 ‘연인’은 주인공 이장현을 통해 지금의 관점을 드러내준다. 나라가 있어야 백성도 있다는 조선시대적 관점과는 다른, 백성이 있어야 나라도 있다는 현재적 관점이 그것이다. 현재 세계정세는 혼돈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장기화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최근에는 중동에서도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하마스의 갈등이 극한으로 고조되면서다. 이스라엘은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이번 기회에 가자지구를 점령하려는 의지를 드러냈고, 여기에 하마스 역시 물러서지 않음으로써 전쟁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만일 전쟁이 본격화되면 레바논 헤즈볼라와 이란까지 가세될 것으로 보여 중동 다른 지역으로까지의 확전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다. 모든 세계가 연결돼 있는 현시대에 전쟁이란 국지전의 차원을 넘어 모든 국가들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국내의 정치적 상황은 더욱 암담하다. 민생은 사라지고 당파적 대결만 첨예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연인’이 보여주는 국가 부재가 만드는 비극들은 그저 사극 속에서나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그것이 이미 병자호란이라는 실제 역사 속에서 분명 벌어졌던 일들이라는 걸 되새겨볼 시점이다.
- 머스크, 자녀만 10명된 사연…女임원에 정자 기증
- 일론 머스크와 뉴럴링크 임원 시본 질리스(사진=X 게시물 캡처 이미지·연합뉴스).[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월터 아이작슨 전기 전문 작가가 일론 머스크(52)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지난 2년간 근거리에서 관찰하며 집필한 평전이 13일(한국시간) 미국과 한국 등 32개국에 동시 출간됐다.국내에서는 21세기북스를 통해 출간된 책 ‘일론 머스크’(Elon Musk)에는 자신이 설립한 회사 뉴럴링크의 임원 사이에 둔 쌍둥이 자녀가 정자 기증을 통한 것이었다는 전기 내용이 공개됐다.책에 따르면 머스크는 “인류의 장기적인 생존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출산율 하락에 대한 두려움으로 다른 직원들에게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권해왔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2016년 설립한 ‘뇌 임플란트’ 기업 뉴럴링크의 임원 시본 질리스(36)에게 “아이를 가질 준비가 됐다면 내가 정자기증자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후 질리스는 머스크의 정자를 기증받아 체외수정을 통해 2021년 이란성 남녀 쌍둥이를 낳았다. 질리스는 아이작슨에게 “머스크가 많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 같은 역할 정도만 하리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들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전했다. 다만 질리스의 임신·출산 당시 이 사실을 몰랐던 머스크의 여자친구 그라임스(클레어 바우처)는 지난해 이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며 머스크에게 화를 냈다고 한다. 그라임스가 질리스와 임신, 출산 시기가 겹쳐 한때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었던 사실도 알려졌다.아이작슨은 이 외에도 여러 여성과 교제한 머스크는 배우 조니 뎁의 전 부인인 앰버 허드와의 교제를 가장 고통스럽게 생각했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그라임스와 3째 아이까지 얻어 그의 자녀는 총 10명으로 확인된 상태다.저자는 평전을 통해 머스크가 일에 집착하게 된 계기를 학교 폭력과 아버지의 학대로 봤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머스크는 수시로 또래 아이들에게 폭행 당했다. 고등학생 때 한 동급생 무리가 계단에서 머스크를 밀어 일주일간 입원해야 할 정도로 크게 다쳤는데, 그는 되레 아버지에게 혼이 났다.어린 시절의 머스크(사진=21세기북스 제공).머스크는 구타당할 때마다 자신을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라고 상상하며 버텼고, 감정을 차단했다. 이런 냉정한 성향이 사업적인 측면에서 장점으로 발휘돼 전기차, 우주산업 등 기발한 아이디어를 낳았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어린 시절의 상처에 대해 “나를 키운 것은 역경”이라며 “내가 견딜 수 있는 고통의 한계점이 크게 높아졌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테슬라,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등 6개 기업을 통솔하는 현실판 ‘아이언맨’이며 철부지처럼 소셜미디어에 끝없이 ‘망언’을 쏟아내는 기행의 달인이다. 저자는 괴팍하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머스크의 성격과 세 번에 걸친 불안정한 결혼 생활, 리스크를 추구하는 사업 스타일 등 그의 공적·사적 생활을 상세하게 담았다.머스크와의 인터뷰뿐 아니라 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 등 실리콘밸리의 거물들, 고난과 영광을 함께한 동료들, 가족, 전처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머스크란 복잡한 성격의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렸다.시본 질리스(왼쪽)와 일론 머스크가 그들의 쌍둥이와 함께 찍은 사진(사진=월터 아이작슨 X 캡처 이미지).
- 세상에 내민 가장 친밀한 언어…은혜씨의 알록달록한 '포옹'
- “이런 포즈의 작가 정은혜도 있다!”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아트스페이스선에서 여는 ‘정은혜 초대전 포옹’에 나선 정은혜 작가가 자신의 작품 ‘친구와 만남: 반가워’(2022·50×72.7㎝·왼쪽)와 ‘대학로에서 만난 포옹’(2022·50×72.7㎝) 앞에 섰다(사진=이영훈 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이쯤 되면 세상의 모든 얼굴은 둘로 나뉘어야 한다. 어떻게? ‘고운 얼굴과 못난 얼굴’? ‘온화한 얼굴과 냉랭한 얼굴’? 아니라면 ‘성형한 얼굴과 성형하지 않은 얼굴’? 왜 아니겠는가. 우리가 살아온 세상은 이런 반응들을 ‘답’이라 가르쳐 왔던 거다. ‘잽싸게 내밀 수 있는 처세’라고. 하지만 이젠 내려놓을 때가 됐단 얘기다. 적어도 여기 이곳에서의 정답은 ‘이 작가의 화면에 이미 뜬 얼굴과 이 작가의 화면에 아직 뜨지 못한 얼굴’이니까. 그도 그럴 것이 4000명을 넘겼단다. 연필 끝으로 꾹꾹 눌러 인물의 특징을 잡고, 콩테로 진하고 연한 명암을 만들든지 아크릴물감으로 형형색색을 입히든지,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옮겨낸 사람들의 얼굴이 말이다. 게다가 공평하기까지 하지 않은가. 이 작가의 화면에 들 수 있고 없는 자격조건 따위는 아예 없다니까. 그저 작가 앞에 얼굴을 들이밀고 “예쁘게 그려주세요!”이렇게 말 만하면 다 그려준다니까. 아트스페이스선 ‘정은혜 초대전 포옹’ 전경. 5일 개막에 앞서 한 관람객이 ‘까비’(2022·53×65.1㎝·오른쪽), ‘두 여자’(2020·61×139.5㎝·왼쪽 두 번째) 등 정 작가의 작품들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고객인데, 간혹 그들의 마음에 차지 않을 때도 있는 모양이다. “너무 못생겼어요” “다시 그려주면 안 될까요” 등 보통의 투정을 넘어서 “환불해주세요”라는 다소 강도가 센 컴플레인도 왕왕 터진다니. 그래도 이 작가, 그런 불평 정도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단다. “개성 있는 캐리커처를 그려요” “초상화가 아니라 캐리커처를 그려요”로 밀어붙인다지 않는가. 이 작가 정은혜(33). 사실 지금 활약하는 여느 작가들과 다를 건 없다. 그림 그리는 일을 좋아하고, 그림이 사는 일의 목적이며, 그림으로 돈을 벌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 여느 작가들과는 다르다. 그이의 이름 앞에 세상이 붙인 타이틀이 그리 말한다. 단순한 작가가 아니라 ‘발달장애인 화가’인 거다. 아트스페이스선 ‘정은혜 초대전 포옹’ 전경. 왼쪽 벽에 작가가 가장 아낀다는 콩테 작품 ‘김풍자 할머니’(2020··63×139㎝·왼쪽), ‘박순덕 할머니’(2020·63×139㎝)가 보인다. 이어 오른쪽으로 ‘나의 이란성 쌍둥이 친언니’(2022·45.5×53㎝)와 ‘갤러리B 대표님’(2022·50×72.7㎝)(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그렇다고 눈부터 흘길 건 없다. ‘나와 다른 남을 굳이 드러내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이들이 없다곤 단정하지 못하겠지만, ‘아무나 못 가진 재능이 더 귀하고 아무나 못 하는 위안이 더 고맙다’는 의미도 적잖을 테니 말이다. 곽재선문화재단 주최로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아트스페이스선에서 5일 개막하는 ‘정은혜 초대전 포옹’이 내다보는 세상풍경이 바로 그거다. 그림을 그린 작가는 작가대로, 그림을 바라보는 우리는 우리대로 서로가 서로에게 살가운 마음을 전하는 고마운 풍경. ◇규칙·법칙과는 거리가 먼 자유로운 화면 전시는 정 작가의 ‘진면목’을 압축해 한자리에 모은다. 정 작가의 장기라면 단연 보는 이들을 무장해제시키는 화풍에 있다. 들여다보고 있자면 결국 빙긋이 미소를 흘리게 된다고 할까. 작가 정은혜. 누군가를 바로 끌어안을 듯한 포즈다. ‘포옹’은 작가 작업의 키워드다. “사람을 안아주는 게 좋고, 안으면 내가 따뜻해지고, 따뜻하면 기분이 좋고, 그래서 포옹은 사랑”이라고 했다. 아트스페이스선 ‘정은혜 초대전 포옹’에 나선 정 작가 뒤로 ‘친구와 만남: 반가워’(2022·50×72.7㎝·왼쪽)와 ‘대학로에서 만난 포옹’(2022·50×72.7㎝)이 보인다(사진=이영훈 기자).사람 아니면 사람과 사는 반려동물을 주요 ‘모델’로 작업하는 정 작가의 작품에 모나고 어두운 구석이 없다는 게 가장 크다. 장난스럽게 펼쳐놓은 ‘누군가의 한때’에 알록달록 색 입히길 즐기는데, 마음에 드는 모델 곁에 강렬한 원색의 꽃한송이 더 얹어 화려함을 키우는 일쯤에는 도가 트인 듯 보인다. 규칙이나 법칙과는 거리가 먼 자유로운 화면도 한몫한다. ‘구도파괴’ ‘원근파괴’는 기본. 작가를 감동시킨 내용은 앞으로 크게 빼고 그다지 중요치 않은 건 저만치 밀어두거나 과감히 빼버리는 식이다. 큰 비중을 두는 건 역시 누군가의 얼굴, 마음까지 투영한 표정이다. 묘사가 아닌 표현이 작가의 주요 기법인 거다. 그러니 만약 작가의 작품 속 얼굴이 좀 찌그러져 있다면 ‘어딘가 못생긴 게 아니’라 ‘어딘가 편치 않은’ 거다. 아트스페이스선 ‘정은혜 초대전 포옹’ 전경. 정 작가가 그린 ‘니얼굴 은혜씨’(2019·53×65.1㎝·왼쪽)와 ‘서른살 은혜’(2020·45.5×53㎝)가 나란히 걸렸다. 한눈에 알아볼 정 작가의 자화상들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아트스페이스선 ‘정은혜 초대전 포옹’ 전경. 정 작가의 작품 ‘모녀’(72.5×60.5㎝·왼쪽)와 ‘양희은 양희경 두 자매’(2020·72.7×60.6㎝)가 어깨를 맞댄 채 걸려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전시는 정 작가의 이 같은 작품세계를 녹여낸 60여점을 건다. ‘두 여자’(2020),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희경 작가님’(2022), ‘대학로에서 만난 포옹’(2022), ‘양희은 양희경 두 자매’(2020) 등 펜과 아크릴로 색을 올린 캔버스화를 메인으로, ‘니 얼굴 은혜씨’(2019), ‘서른 살 은혜’(2020), ‘사랑을 받는다’(2020) 등 디지털프린팅으로 제작한 에디션화가 함께 나온다. 종이에 콩테나 연필로 그린 드로잉도 여럿이다. 그중 연필선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작가가 가장 아낀다는 작품 ‘김풍자 할머니’(2020), ‘박순덕 할머니’(2020), ‘이점달 할머니’(2020)는 길이 139㎝에 달하는 대표작으로 나선다. 정 작가의 첫 작품인 ‘향수 푸는 외국모델’(2013)과 어머니를 생생한 필치로 그려낸 ‘엄마 장차현실’(2018) 등 귀한 작품도 볼 수 있다. 정은혜의 ‘엄마 장차현실’(2013·지름 53㎝). 정 작가가 그린 어머니 의 초기 드로잉이다. 그림 안에 “나를 사랑스러운 딸로 태어나게 한 엄마 장차현실”이라고 써넣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아트스페이스선 ‘정은혜 초대전 포옹’ 전경. 앞쪽에 정 작가의 첫 드로잉 작품인 ‘향수 푸는 외국모델’(2013·18.5×26㎝)가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전시명 ‘포옹’ 그대로 서로 보듬어 안은 모습의 작품이 대부분이다. 키가 150㎝ 남짓이라는 작가가 누군가의 가슴에 스며들 듯 안겼거나, 서로를 와락 끌어안고 어깨라도 다독이는 장면. 나머지는 ‘포옹을 부르는’ 작품들이랄까. 눈치챘겠지만 사실 포옹은 작가 작업의 키워드다. “사람을 안아주는 게 좋고, 안으면 내가 따뜻해지고, 따뜻하면 기분이 좋고, 그래서 포옹은 사랑”이란 게 정 작가의 철학이다. 결국 포옹은 정 작가가 세상에 내미는 가장 친밀한 언어인 거다. ◇2017년 첫 개인전 후 꾸준히 작품활동 2016년 경기 양평군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데뷔’하며 정 작가는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나섰다. 집 근처 벼룩시장이었다. ‘니얼굴’이란 부스를 차리고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누고 얼굴을 그렸다. 2013년부터 어머니 장차현실이 운영하는 미술학원에서 청소일을 돕다가 빗자루 대신 붓을 들고 수련한 뒤 나선 첫걸음이었던 거다. 생후 3개월에 다운증후군 진단을 받고 학교를 제대로 다닌 적 없는 정 작가의 유일한 스승은 동양화가이자 만화가로 활약한 어머니뿐이었다. 물론 “미술규칙을 가르치려 들다가 실패했다”는 어머니의 시행착오까지 커리큘럼이었고. 아트스페이스선 ‘정은혜 초대전 포옹’ 전경. 전시에 나온 연필 드로잉 30점 중 일부다. 정 작가가 2016년 경기 양평군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니얼굴’이란 부스를 차리고 사람들의 얼굴을 그리던 시절부터의 작업을 모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지난해 드라마 출연으로 스타덤에 오르며 ‘유명배우’란 타이틀까지 거머쥐었지만, 갑자기 뚝 떨어진 ‘벼락작가’는 아니다. 2017년 7월 첫 개인전인 ‘천 명의 얼굴전’을 신호 삼아, 북한산 우이역 공공예술프로젝트 ‘달리는 미술관’(2017), 서촌갤러리B ‘니 얼굴의 은혜씨’(2019), 양평 폐공장 ‘스프링’(2019), 국회 아트갤러리 ‘시선을 포개다’(2020), 창성동실험실 ‘그대로가 좋아 니얼굴’(2020)과 ‘개와 사람전: 개人전’(2021), 토포하우스 ‘포옹전’(2022) 등 작가이력을 제대로 쌓고 있다. 그 덕에 정겨운 얼굴들이 만드는 세상풍경도 덩달아 쌓여간다. 전시는 29일까지.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아트스페이스선에서 여는 ‘정은혜 초대전 포옹’ 전경. 5일 개막에 앞서 한 관람객이 전시장을 둘러보다 정 작가의 작품 ‘두 여자’(2020·61×139.5㎝) 앞에 오래 머물렀다. 그 왼쪽으론 ‘아빠와 은백이’(2021·60.6×72.7㎝)(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 "위험하고 아찔"… '결혼 말고 동거' 첫 방송 어땠길래
- (사진=채널A ‘결혼 말고 동거’ 방송화면)[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채널A ‘결혼 말고 동거’가 대망의 1~2회 첫 방송을 선보였다. 한혜진X이용진X아이키X이수혁 4MC는 “위험하고 아찔하다”며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세 쌍의 동거 커플을 지켜봤다.20일 첫 방송된 ‘결혼 말고 동거’ 1회에서는 첫 커플로 외국계 회사원 안주연&스타트업 대표 김한균 커플의 동거 이야기가 공개됐다. 안주연&김한균 커플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연애 3달 만에 동거를 시작해 벌써 1년 2개월째를 맞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두 사람은 예식장까지 잡고 결혼까지 생각했으나, 안주연과 시어머니의 사이가 틀어지며 결국 동거라는 형태로 함께 살고 있었다. 그렇지만 김한균은 이미 안주연을 주변에 ‘와이프’라고 소개할 정도로 부부처럼 지냈다. 안주연이 자신의 이란성 쌍둥이 동생에게 결혼식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 그 과정에서 입은 상처를 전하는 모습도 공개됐다. 인터뷰에서 김한균은 “이게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 아닌 걸 알지만, 저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며 동거를 선택한 심정을 밝혔다. 며칠 뒤, 두 사람이 누군가의 어머니를 뵈러 가는 모습이 예고돼 궁금증을 더했다. 이어 모델 겸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 정세미&회사원 최준석 커플이 등장했다. 7일 중 3일을 함께 지내는 ‘반동거’ 형태로 같이 사는 두 사람은, 출근하는 최준석이 짧은 점심시간에도 정세미의 자취방으로 식사를 가지고 와 함께 먹을 정도로 사랑하는 사이였다. 다만 ‘본격 동거’를 하는 부분에서는 의견이 맞지 않았다. 정세미의 적극적인 권유로 둘은 결국 동거하기로 했지만, 이사 전날 두 사람은 다퉜다. 다툼은 프리랜서 모델 활동 중인 정세미에게 커플 웨딩 촬영 건이 들어온 것에서 시작됐다. 타인과의 웨딩 촬영이 탐탁지 않았던 최준석은 헤어지자고 통보했지만, “헤어지는 걸 염두하고 싸운 건 아니었다. 겁을 주고 싶었는데…”라며 심정을 밝혔고, 정세미가 최대한 웨딩 촬영을 받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며 둘의 다툼은 마무리됐다. MC 한혜진은 “웨딩드레스를 175번 정도 입어본 사람으로서, 비즈니스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며 프로다운 경험담을 전했다. 두 사람은 본격 동거를 준비하며 또다시 다퉜지만, 결국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동거 첫날 밤을 행복하게 마무리했다. 그리고 ‘돌싱맘’ 배수진, 그녀의 첫사랑 배성욱 커플이 등장했다. 배수진은 23세 때 한차례 결혼 후 이혼한 돌싱녀로, 전남편과의 아이를 남자친구와 같이 동거하며 양육하고 있었다. 이들은 MC 아이키가 “그냥 결혼한 가정 같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화목한 동거생활을 꾸리고 있었다. 거기다 두 사람은 이미 배수진의 결혼 전에 서로의 첫사랑이었던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한혜진은 “동거가 성립되려면 남자가 반은 여자에게 미쳐있어야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고, 이용진도 “일단 눈 자체가 ‘동거눈(?)’이 되어야 한다”고 맞장구를 쳐 웃음을 자아냈다. 마찬가지로 두 사람도 결혼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동거 중이었다.3쌍의 동거 커플을 지켜본 MC 한혜진과 아이키는 “원래 드라마와 영화가 현실을 못 이긴다”며 ‘현실 동거’ 이야기에 감탄했다. 또 한혜진은 “구남친의 부모님들 중에서는 저를 별로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있었다”며 “저라면 결혼하고픈 사람을 부모님이 반대해도 무조건 밀어붙인다”며 화끈한 사랑꾼 면모를 다시 한 번 뽐냈다. 이에 이수혁 역시 “반대해도 어떻게든 설득해야죠”라며 동감했다. 이용진은 ‘결혼 말고 동거’에 빠져든 나머지 “이제 2회냐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청자들 역시 이용진과 같이 생전 처음 보는 ‘동거 관찰기’에 뜨거운 반응을 보이며, 3회 방송을 더욱 기다리게 했다. 또 다른 사랑의 형태인 ‘동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던질 하이퍼리얼리즘 동거 관찰 러브스토리 ‘결혼 말고 동거’ 3회는 내달 6일 오후 9시 10분 채널A에서 방송된다.
- 30년 된 美냉동 배아서 쌍둥이 탄생…역대 최장
- [이데일리 유찬우 인턴기자] 네 자녀를 둔 미국의 한 부부가 30년간 냉동 보관한 배아를 기증받아 쌍둥이를 최근 출산했다. 이는 역대 가장 오랜 기간 냉동 보관한 배아에서 나온 아이다.30년 된 냉동 배아에서 태어난 쌍둥이 남매 리디아와 티모시.(사진=미국 CNN 캡처)21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미국 기독교 비영리단체인 국립배아기증센터(NEDC)는 지난달 31일 이란성 쌍둥이 남매 리디아와 티모시가 30년간 보관한 냉동 배아에서 태어났다고 밝혔다. 이 배아는 테네시주(州) 녹스빌 NEDC에서 1992년 4월 22일 냉동된 것으로, 필립과 레이첼 부부가 기증 받아 레이첼 자궁에 이식했다. 쌍둥이 남매의 몸무게는 각각 5파운드 11온스(약 2.57kg), 6파운드 7온스(약 2.92kg)다. 쌍둥이 남매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 보관한 냉동 배아에서 탄생했다고 CNN은 추정했다. 기존 최장 기록은 27년이다. 해당 배아의 정자 기증자는 익명의 50대 초반 남성이고 난자 제공자는 34세 여성이다. 필립과 레이첼 부부는 기증자의 신체조건, 학력, 직업, 취미 등 특징을 고려해 배아를 선별하긴 했지만, 일부러 냉동 기간을 고려한 것은 아니었다.남편 필립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 보관된 냉동 배아를 얻으려던 것은 아니었다”며 “다만 선택 가능한 배아 중 가장 오랜 기간 부모를 기다려온 배아를 고르고 싶었다”고 말했다. NEDC측은 냉동 보관 기간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지만, 기증자 번호를 유추해 맨 앞 자리에 있는 배아를 선택했다는 게 부부의 설명이다.이 부부는 쌍둥이를 출산하기 전 이미 8살, 6살, 3살, 생후 24개월 된 네 자녀를 슬하에 두고 있다. 필립은 “쌍둥이 남매가 내 자식 중 가장 어리지만 어떤 의미에선 제일 나이가 많기도 하다”며 “자식을 몇 명 낳을지는 정해두지 않았고 단지 신의 뜻대로 살아갈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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