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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엔 드레곤볼을 잡아라
-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타조세대`란 말을 들어봤는가. 노후 불안에 시달리면서도 딱히 대비책이 없는, 그래서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맹수가 다가오면 머리만 모래 속에 파묻는 타조를 빗댔다. `생활스터디`는 어떤가. 취업준비생들이 하루 거의 모든 일과를 함께하며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학습스터디를 일컫는다. 공무원이나 임용고시부터 토익점수 올리기까지 그 영역은 상황을 넘어선다. 타조세대나 생활스터디는 2011년을 `빛낸` 신조어다. 경제적 불안과 일상을 위협하는 어려움은 곧바로 사회문화를 읽어내는 공식코드로 연결됐다. 그렇다면 이 신조어들이 과연 2012년에도 위력을 떨칠 것인가. 해마다 이맘 때 사회경제를 꿰뚫는 10대 트렌드를 선정해온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김난도 교수팀이 올해도 쉬지 않았다. 내년을 전망하는 트렌드를 짚어냈다. 10가지 트렌드 키워드는 앞자를 따서 `드래곤볼(DRAGON BALL)`로 깔끔하게 정리됐다. D는 진정성을 전하라(Deliver true heart), R은 이제는 로가닉 시대(Rawganic fever), A는 주목경제가 뜬다(Attention! Please), G는 인격을 만들어 주세요(Give’em personalities), O는 세대공감 대한민국(Over the generation), N은 마니아, 세상 밖으로(Neo-minorism)다. 또 B는 스위치를 꺼라(Blank of my life), A는 자생·자발·자족(All by myself society), L은 차선, 최선이 되다(Let’s plan B), L은 위기를 관리하라(Lesson your risk)로 설명한다. 키워드를 관통하는 공통분모로는 `불확실성 시대에 혹독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설득과 공감 능력`을 꼽았다. 그러나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갈수록 똘똘해지는 소비자들에게 `진정성`을 전해 `주목` 받되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상품에 `인격을 부여하는 일`도 필요하고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면 기꺼이 `차선책`도 선택해야 한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오가닉만으로 부족해 여기에 날것 상태가 유지된 `로가닉`을 선호하기 시작한다. 메이저가 지배하는 주류보다는 희소성을 중시하는 `마이너`를 좇는 추세가 늘어난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자발`적 성향이 뚜렷해지고, 가끔 자신의 스위치를 끄기도 하는 `여백`의 삶을 지향한다.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비주류가 전면에 나서게 된다는 `마이너`에 대한 조명이다. “저마다 독특한 스토리로 무장했을 때 마이너는 더 이상 약점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거만하고 지루한 전통적인 메이저가 소멸해가는 징후를 포착한 것이기도 하다. 60년 만에 돌아온다는 흑룡해를 맞을 드래곤볼은 던져졌다. 해마다 그래왔듯 잡느냐 못 잡느냐는 장비를 고민했느냐 아니냐에 따라 결정되지 않겠는가.
- 예술의 요람엔 삶이 배어 있다
-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사진작가로 50년. 여전히 필름카메라를 고집한다. 그는 성철스님에게 포즈를 취하게 한 유일한 사진가였다. 소설가 최인호는 그 앞에서 딸을 목마까지 태웠다. 문화·종교계 인물들은 그가 들이댄 카메라를 보곤 순순히 어떤 표정을 보여줬다. `아시아 최초의 매그넘 회원` `1세대 기록사진의 선구자`란 수식이 늘 따라붙는 주명덕. 그러나 칠순을 넘긴 노작가에게 더이상의 명성은 필요없다. 작업공간이 그렇게 말한다. 주명덕의 작업실은 경북 안동에 있다. 잡풀 우거진 길목을 따라들어가야 다다를 수 있는 외진 마을이다. 원래는 시골분교였다. 1995년부터 `주명덕 아뜰리에`라 이름 붙이고 그는 그곳에 `잦아들었다`. 작업실에서 가장 애정을 쏟는 곳은 암실이다. 그는 붉은색이 아닌 주황과 노랑 사이 색을 띠는 암등을 쓴다. 감도 높은 고급인화지 탓이다. 불을 끄고서도 한참을 기다려야 서서히 켜지는 암등은 시간을 기다릴 줄 아는 그와 썩 닮았다. 27살 젊은 디자이너. `장기하와 얼굴들` `브로콜리 너마저` 등 앨범 디자인에 박은 복고풍 한글 레터링으로 히트를 쳤다. 김기조는 아직 학생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만이 그의 무기다. 홍대 앞 사무가 잦지만 정작 그가 작업실을 차린 곳은 서울 쌍문동 어느 부동산 옆 가겟방이다. 뭐하는 데냐며 불쑥 문을 열기도 하고, 길에서 끌어온 잡동사니를 보고선 혹시 고물상이 아니냐고 물어오는 동네 사람들도 작업실 풍경의 일부다. 한켠을 차지한 로봇 같은 크고 작은 장난감 소품까지 영감의 원천이다. 한국 문화계를 이끌고 있는 스물네 명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들여다봤다. 거장 반열에 오른 이도 있고 이제 막 아티스트란 타이틀을 단 이도 있다. 화가, 패션디자이너, 가구디자이너, 미디어아티스트, 일러스트레이터, 건축가 등 장르를 국한하지 않았다. 그저 그들의 고유 공간을 소개하면서 예술관에 대해 묻고 답을 들었다. 인터뷰에 나선 저자들도 이들과 무관치 않다. 두 저자는 한 디자인잡지에서 기자로 같이 일했다. ▲ 회색벽돌로 뒤편의 쇼룸과 구분한 작업실. 이인우와 이현석, 두 패션 디자이너가 이끄는 SLWK의 서울 소공동 작업공간이다(사진=우듬지).전체적인 분위기나 입체적인 조망이 주도하지만 세부적인 묘사에도 공을 들였다. 다양한 각도에서 담아낸 사진들이 한몫을 했다. 사진은 공간적 상상력을 프레임 밖으로 넓히고 또 가지 친다. 무엇보다 예술가들의 취향에 따라 특징을 잡아낸 것이 흥미를 돋운다. 이런 식이다. “벽에 세워둔 150호짜리 캔버스는 높은 천장 때문에 오히려 작아 보인다”(화가 하상림), “옛날 관공서에서 썼을 법한 철제책상 등이 미국영화 속 사립탐정의 사무실을 재현해놓은 듯하다”(인테리어디자이너 김승재), “1·2층은 사무실, 다목적홀, 전시실, 생활공간, 손님방, 주방, 세탁실 등으로 꼼꼼히 나눠져…”(사진작가 주명덕). 작품이 탄생하는 현장이 작업실이다. 책은 그 안에서 도대체 무엇이 나오는가가 궁금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그곳이 철저하게 생존의 장소였다는 것을 저자들은 강조한다. 낭만과 여유, 기개와 신념보다는 규칙과 착오, 맥락과 흐름이 지배하는 것을 봤다고 했다. 결국 스물네 명 작업실에 비친 자신 삶의 공간을 제대로 들여다보라는 의미로 읽힌다. ▶ 관련기사 ◀☞불확실한 미래, 시나리오로 대응☞화성서 `서바이벌` 찍을 날 온다☞갈림길에선 어려운 길을 선택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