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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소는 누런소가 아니다
-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유독 `황`자가 많다. 우리 동물이름 말이다. 물고기에 황어, 황복, 황돔이 있고 황여새, 황오리, 황조롱이라 불리는 새도 있다. 여기엔 노랗다, 누렇다는 의미가 있는 한자 황(黃)을 붙인다. 그렇다면 황소나 황새도 `누렇고 노란` 소와 새를 의미하는 건가. 답은 `아니다`다. 황소와 황새는 큰 소와 큰 새라는 뜻이다. 눈처럼 희고 광택이 도는 피부에 호리호리한 체구를 자랑하는 나무가 있다. 자작나무다. 북유럽의 울창한 수림을 떠올리게 하는 자작나무는 한자어 같지만 순우리말이다. 얼핏 서양 귀족의 다섯 품계를 나타내는 한자어(공작·후작·백작·자작·남작)와 연결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그 뜻은 알려진 바가 없다. 이름으로 다시 들여다본 우리 자연생태계의 숨은 이야기다. 여러 말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근원적인 어휘와 형태소로 이루어진 생물이름들을 표제어로 빼냈다. 42종을 다뤘다. 얽힌 사연은 물론 과학적 지식이 필요한 부분에선 충분한 설명을 곁들였다. 잡지 `자연과생태`에서 오래도록 기자로 활동했던 저자가 언어로 표기되기 전 생물에 붙여진 이름을 통해 우리말 어원을 찾아나선 성과물이다. 서양철학을 전공했던 데다 생물의 유래나 연구사 혹은 생물학의 철학에 관심이 많았던 덕분에 다룰 수 있는 이야기가 크게 늘었다. 궁극적으로 생물학이 품고 있는 인문학적 주제로 귀환한 셈이다. 가을을 여는 꽃 코스모스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고 전했다. 흔히 우주라는 뜻과 함께 질서, 조화, 조정자로 이해되는 `코스모스`와 어원이 같다. 서양철학에서 혼돈을 뜻하는 카오스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썼다. 자연스럽게 선하고 아름답다는 뜻을 함축하게 됐다. 우리말로는 `살살이꽃`으로 불리기도 하고 북한말로 `길국화`라 칭하기도 한다. 도마뱀은 행태가 그대로 이름이 된, 재미있는 어원을 가지고 있는 생물 중 하나다. 위급할 때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는 것으로 유명한 도마뱀에 쓰인 `도막`은 토막의 옛말이다. 칼로 요리재료를 다듬을 때 사용하는 받침대인 도마도 도마뱀의 도마라고 설명한다. 의미가 왜곡된 후 굳어진 경우도 있다. 백조가 대표적이다. 백조(白鳥)는 일본인이 만든 한자어다. 고니가 우리말이다. 생물학계에선 이미 백조라는 말을 퇴출시켰으나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는 아직도 `고니의 호수`가 못되고 있다. 또 진달래에는 진짜 달래라는 의미가 들어 있고, 박쥐는 밤에 돌아다니는 눈 밝은 쥐라는 뜻이 있다. 미더덕과 미나리에 붙은 `미`는 물이라는 순우리말이며, 말나리, 말매미, 말벌의 `말`은 크다는 속뜻을 품고 있다. 우리 마당에 사는 생물의 정체성을 세우고 확보해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 기초인 이름을 규명하는 시도가 생명의 근원을 밝히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사라져 가는 생물과 언어는 처지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생물이 진화하듯 언어도 진화하고, 생물이 멸종하듯 언어도 사멸한다. 방학 중인 아이들 붙들어두고 생물과 언어의 생명력을 주제 삼아 책 얘기 한 번 풀어봄직 하다. ▶ 관련기사 ◀☞100년 전 예술의 거리 빈을 걷다☞[새 책] 경제학 혁명 외☞[책꽂이] 내 주변의 싸이코들 외
- 마흔, 오토바이가 찍은 쉼표
-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나에게 오토바이는 자유입니다. 두 바퀴 위에 몸을 싣고 눈앞의 길과 내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의 인생길 사이를 넘나들며 질주합니다.” 자연과 인간의 도시를 맨몸 그대로 누비는 오토바이 여행. 아무리 자유라지만 정말 욕망하는 모든 것을 얻은 뒤 오는 성취감 혹은 그 무엇에도 구속받지 않을 때 느끼는 초연함과 `감히` 비견될 수 있을까. 일과 일에 몰입되는 삶에 염증을 느끼던 한 남자가 위험한 여행을 떠났다. 오토바이 한 대를 몰고 무작정 길을 나선 그는 경기도 김포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던 수의사다. 학교를 졸업하고, 정신없이 밥벌이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또 헤어지다 보니 십몇 년이 훌쩍 지나갔다고 했다. 돌아보니 마흔 살이 넘어 있었다. 돌파구는 먼 길 떠나는 일에서 찾았다. 부리나케 면허를 따고 3개월 주행연습 후 5대륙 12만킬로미터를 달렸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해 로마에 도착하고, 아프리카를 내리달려 희망봉을 찍었으며, 최북단 알래스카 앵커리지부터 최남단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까지 북·남미를 종단했다. 보통 여행기와는 다르다. 홀리듯 만난 자연풍광이나 여행지에서 받은 느낌을 날짜와 방문지의 순서대로 기록하지 않았다. 대신 주제를 던져놓고 여행의 갖가지 에피소드를 연결시켜 인문학적 문제제기를 했다. 가는 곳마다 길의 성격도 다르고 스쳐간 흔적도 달랐다. 하지만 어느 곳을 가든 사람이 그 중심에 있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선 `필요할 땐 도움을 주겠다`는 쪽지가 오토바이에 붙어있기도 했고, 말도 통하지 않는 페루에선 주민의 도움으로 밤비를 피해 지친 몸을 누이기도 했다. 그러나 긴 여정이 어디 순탄대로였겠는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롭스크까지 가는 도중 오토바이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해 석 달간 여정을 멈추기도 하고, 사라예보로 가는 길 산 중턱에선 큰 눈을 맞아 돌아가신 아버지를 부르며 길을 찾기도 했다. 사람에게서 벗어나고자 택한 여행이지만 결국 텅 빈 길 한가운데서 사람이 그리워 대성통곡하기도 했다. ▲ 아프리카 케냐 북부 모얄레에서 이시올로로 가는 길에 마주친 진창길(사진=일리)2010년 8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여행기는 끝난다. 만신창이가 된 오토바이를 보고, 더 이상 회생이 어렵다는 정비사의 진단을 듣고 여행을 끝날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고 했다. 일상의 `비겁한` 탈출구로 삼았을지는 몰라도 여행이 최소한 삶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고 정리한다. 오토바이로 장거리 해외여행을 꿈꾸고 있는 이들을 위한 몇 가지 팁을 따로 묶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오토바이. 125cc 이상 되는 오토바이를 타기 위해 2종 소형면허는 필수다. 하지만 할리데이비슨인지 50cc 스쿠터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수많은 험로를 견뎌내기 위해 내구성, 비포장도로 주행 능력, 유지보수 여건, 큰 연료탱크 등이 중요하지만 모두를 충족시키는 오토바이는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여행에 동반해야 할 것은 합리적 요소와 감성적 느낌이 절충된 선택이었다. 오토바이든 사람이든 먼 길 함께 떠나는 동행자는 다를 바가 없다 싶다.
- 디자인, 세상을 움직이다
-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사과는 그저 사과였다. 낙원에 뱀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시간이 흘러 윌리엄 텔이란 궁사는 사과를 매개로 삼아 대단한 용기를 보여줬다. 그가 쏜 화살에 꽂힌 사과는 스위스 독립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시간이 좀 더 흘러 나무에서 뚝 떨어진 사과 하나가 과학을 뒤집어놨다. 뉴턴이 끌어온 중력의 법칙이 그것이다. 그리고 21세기 누군가 한 입 베어 문 사과가 다시 세상을 바꾸고 있다. `애플`이다. `다르게 생각하라`는 것이 애플을 이끄는 CEO 스티브 잡스의 주문이다. 실제 잡스는 디자인을 통해 21세기의 아이콘이 됐다. 아이팟에서 아이패드까지 애플의 디자인에는 정체성과 일관성이 있다. 잡스가 끌어가는 이 고집스런 추구는 `애플교`를 만들 정도였다. 소비자들은 외친다. “애플은 종교죠. 잡스는 애플교의 교주입니다.” 이런 반응에 붙인 잡스의 대답은 가벼웠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보여주기 전에는 원하는 것을 모른다.” 아이디오, 애플, 삼성, 나이키, 스타벅스, 피앤지, 버진. 이들 기업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디자인으로 성공했다는 거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역시 디자인이다. 그러나 베스트 디자인, 그런 건 없다. 어제 좋았던 것이 오늘 좋지 않을 수 있는 것처럼 오늘 좋은 디자인이 내일에도 좋다는 보장은 없다. 방법은 하나다. 더 좋은 답을 찾아내는 것이다. 2007년 1만5000개 매장을 열어두고 최고의 상승세를 달리던 스타벅스가 휘청했다. 금융위기에다가 던킨도너츠, 세븐일레븐까지 커피시장 공략에 나서면서부터다. 일선에 물러나 있던 하워드 슐츠가 급히 복귀했다. 그는 600개 점포의 문을 닫고 매장에서 샌드위치를 서둘러 빼냈다. 매장에서 커피향과 뒤섞이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판단한 거다. 슐츠는 스타벅스가 가라앉은 것은 단순히 커피판매뿐이 아니란 걸 간파했다. 스타벅스가 끌어온 콘셉트는 `문화를 디자인한다`는 거였다. 커피를 마시는 것은 문화를 마시는 행위가 됐다. 1000년 이상 습관적으로 마시던 커피는 어느새 커피잔의 영역을 넘어선 `가치`가 됐다. 또 아이디오에선 사람·기술·사업의 3개 요인이 만나 유기적 혁신을 이루는 디자인을 강조했고, 나이키는 운동화에 날개를 단 기업이 됐다. 갖가지 세제를 만들어내는 피앤지의 디자인은 곧 문제해결의 실마리였고, 버진은 디자인으로 하늘을 누볐다. 성패는 디자인을 미래경쟁력으로 둔 그 과정에서 나왔다. 디자인을 위한 변명이다. 디자인은 정체성을 인식할 때 가능성이 열리고, 일상과 고정관념에 과감히 도전하며, 세상과 인간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낸다는 과정을 세세히 짚어 설득력을 높였다. 디자인이 세상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은 기업들에겐 절박감 그 자체다. “디자인은 재미있는 단어다.” 잡스의 말이다. 단순히 어떻게 보이는가의 문제로 생각하면 예술이 된다. 하지만 디자인은 결국 어떻게 작동하느냐의 문제여야 한다. 제품과 소통하지 않은 디자인은 난삽한 낙서에 불과할 수 있다. ▶ 관련기사 ◀☞비우고 비웠더니 채워지더라
- [새 책] `영자신문을 읽는 10가지 공식` 외
- [이데일리 문화부] 영자신문을 읽는 10가지 공식 이창섭|376쪽|한나래 영어학습 발상의 전환을 영자신문에서 찾았다. 10가지 공식이면 영자신문의 본문은 물론 칼럼, 논설까지 읽을 수 있다. 종착역은 1만 단어 학습이다. 지난 15년간 `코리아타임스`에 나왔던 어휘를 분석했더니 수능, TOEIC 등 공인 영어시험 기출어휘 100%가 들어 있었다. `한국어 뿌리`를 살리는 방법을 가장 적합한 영어학습으로 봤다. 법가, 절대권력의 기술 정위안 푸|224쪽|돌베개 “시황제가 책을 태우고 유학자를 생매장했다고 비난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는 유학자를 너무 적게 죽였다.” 마오쩌둥의 이 말은 중국공산당에 내재된 법가의 통치철학을 드러낸다. 진시황부터 마오쩌둥까지 법가가 중국사에 끼친 영향을 풀어썼다. `외유내법`. 유교라는 지배이데올로기 이면에 감춰진 법가철학의 핵심원리를 추렸다. 공자와 잡스를 잇다 심상훈|468쪽|멘토프레스 주인 주(主), 지킬 수(守), 시 시(詩), 생각 상(想), 나 오(吾) 등을 축으로, 한자 40개 글자가 가지는 함축적인 의미를 찾아내 인문경영에 적용했다. `수 경영`은 나를 지켜야 하는 가장 어려운 경영이며, 성공하는 CEO는 시인처럼 상상하는 `시 경영`이 필요하다. 과거와 현대를 넘나들며 열린 사고를 통한 창의적 발상을 강조한다. 셰익스피어, 사랑의 대화 마이클 베스트|424쪽|영림카디널 “그의 아름다움을 검은 글씨로 쓴 이 시구에서 보리니, 이 시들은 살아남고, 그는 이 시 안에서 영원히 푸르리라”(`소네트`). 대문호 셰익스피어 작품에 표현된 17세기 사랑의 인식을 분석했다. 셰익스피어 사랑시의 대명사격인 `소네트` 154편과 비극적인 사랑을 노래한 ‘비너스와 아도니스’의 중요한 장면들을 옮겨왔다.▶ 관련기사 ◀☞[책꽂이] `아름답게 욕망하라`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