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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는 누런소가 아니다
  • 황소는 누런소가 아니다
  •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유독 `황`자가 많다. 우리 동물이름 말이다. 물고기에 황어, 황복, 황돔이 있고 황여새, 황오리, 황조롱이라 불리는 새도 있다. 여기엔 노랗다, 누렇다는 의미가 있는 한자 황(黃)을 붙인다. 그렇다면 황소나 황새도 `누렇고 노란` 소와 새를 의미하는 건가. 답은 `아니다`다. 황소와 황새는 큰 소와 큰 새라는 뜻이다. 눈처럼 희고 광택이 도는 피부에 호리호리한 체구를 자랑하는 나무가 있다. 자작나무다. 북유럽의 울창한 수림을 떠올리게 하는 자작나무는 한자어 같지만 순우리말이다. 얼핏 서양 귀족의 다섯 품계를 나타내는 한자어(공작·후작·백작·자작·남작)와 연결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그 뜻은 알려진 바가 없다. 이름으로 다시 들여다본 우리 자연생태계의 숨은 이야기다. 여러 말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근원적인 어휘와 형태소로 이루어진 생물이름들을 표제어로 빼냈다. 42종을 다뤘다. 얽힌 사연은 물론 과학적 지식이 필요한 부분에선 충분한 설명을 곁들였다. 잡지 `자연과생태`에서 오래도록 기자로 활동했던 저자가 언어로 표기되기 전 생물에 붙여진 이름을 통해 우리말 어원을 찾아나선 성과물이다. 서양철학을 전공했던 데다 생물의 유래나 연구사 혹은 생물학의 철학에 관심이 많았던 덕분에 다룰 수 있는 이야기가 크게 늘었다. 궁극적으로 생물학이 품고 있는 인문학적 주제로 귀환한 셈이다. 가을을 여는 꽃 코스모스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고 전했다. 흔히 우주라는 뜻과 함께 질서, 조화, 조정자로 이해되는 `코스모스`와 어원이 같다. 서양철학에서 혼돈을 뜻하는 카오스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썼다. 자연스럽게 선하고 아름답다는 뜻을 함축하게 됐다. 우리말로는 `살살이꽃`으로 불리기도 하고 북한말로 `길국화`라 칭하기도 한다. 도마뱀은 행태가 그대로 이름이 된, 재미있는 어원을 가지고 있는 생물 중 하나다. 위급할 때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는 것으로 유명한 도마뱀에 쓰인 `도막`은 토막의 옛말이다. 칼로 요리재료를 다듬을 때 사용하는 받침대인 도마도 도마뱀의 도마라고 설명한다. 의미가 왜곡된 후 굳어진 경우도 있다. 백조가 대표적이다. 백조(白鳥)는 일본인이 만든 한자어다. 고니가 우리말이다. 생물학계에선 이미 백조라는 말을 퇴출시켰으나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는 아직도 `고니의 호수`가 못되고 있다. 또 진달래에는 진짜 달래라는 의미가 들어 있고, 박쥐는 밤에 돌아다니는 눈 밝은 쥐라는 뜻이 있다. 미더덕과 미나리에 붙은 `미`는 물이라는 순우리말이며, 말나리, 말매미, 말벌의 `말`은 크다는 속뜻을 품고 있다. 우리 마당에 사는 생물의 정체성을 세우고 확보해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 기초인 이름을 규명하는 시도가 생명의 근원을 밝히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사라져 가는 생물과 언어는 처지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생물이 진화하듯 언어도 진화하고, 생물이 멸종하듯 언어도 사멸한다. 방학 중인 아이들 붙들어두고 생물과 언어의 생명력을 주제 삼아 책 얘기 한 번 풀어봄직 하다. ▶ 관련기사 ◀☞100년 전 예술의 거리 빈을 걷다☞[새 책] 경제학 혁명 외☞[책꽂이] 내 주변의 싸이코들 외
2011.07.29 I 오현주 기자
독학으로 우뚝 선 역사학자의 삶
  • 독학으로 우뚝 선 역사학자의 삶
  •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나의 아버지는 자식들은 물론 집안 조카들에게까지 철저하게 한문만 가르치고 학교에 보내주지 않았다.” 이이화, 그의 아버지가 그랬다. 일제 때 학교에 가면 일본놈이 된다고 했고, 해방 뒤는 서양놈이 된다고 생각했다. 열다섯 살에 가출을 감행했고, 친척집과 고아원을 전전했다. 학교에 들어가야겠다는 결심에 아이스케키 장사와 여관종업원 등 스무 가지 직업을 거쳤던 팔삭둥이 서자의 고졸학력은 그렇게 얻어졌다. 역사학자 이이화의 자서전은 혹독했던 유년기와 청년기에 대한 신고로 운을 뗀다. 개인사를 넘어서면 험악한 세월에 빚어진 사회사가 보인다.  서른한 살이던 1967년 동아일보사 연감작업 임시직이 역사가로 출발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역사 대중화`의 시작점이었던 1986년 역사문제연구소의 탄생, 1990년 촉발된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성격규명, 1995년부터 10년 간 칩거해 써낸 `한국사이야기` 집필에 이어 최근 역사바로잡기운동과 과거사청산문제까지, 굵직굵직한 이슈와 맞물린 시대사의 연대기가 긴 숨으로 펼쳐진다. 역사를 잠시라도 공부했다면 이이화의 한국사에서 벗어나긴 쉽지 않다. 좌우로 갈리는 사회적 편견과 개인적인 호불호가 평가를 어긋나게 한다고 해도 역사학을 대중 속으로 끌어들인 공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빽빽하게 500쪽이 넘는 분량이다. 철저하지 못했던 연구에 대한 자기반성, 한 발 떨어져 방관했던 민주화운동 앞에 드러낸 부끄러움의 깊이까지, 일흔다섯에 다시 맞은 산고가 크다. ▶ 관련기사 ◀☞마흔, 오토바이가 찍은 쉼표
2011.07.29 I 오현주 기자
100년 전 예술의 거리 빈을 걷다
  • 100년 전 예술의 거리 빈을 걷다
  •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음악가 구스타프 말러, 극작가 후고 폰 호프만슈탈, 건축가 오토 바그너,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그다지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거장들을 아우르는 한 가지 교집합이 있다. 오스트리아 빈이다. 이들은 한때 빈에 적을 뒀다. `음악이 미술이 되고 문학이 오페라가 되는` 예술도시가 형성된 배경이 이해가 된다. 1900년 즈음 이야기다. 빈은 세기말 예술의 극을 이뤘다. “빈은 도시가 아니다. 정신의 덩어리다”를 외치며 예술이야기를 따라 빈으로 갔다. 정신과 전문의란 본업을 접고 오페라 평론가와 여행저술가로 활동하는 저자가 풀어낸 `예술견문록`이다. 찾아간 곳은 현재가 아닌 1900년대 빈이다. 100년 전인 근대사회 형성기의 정수였던 빈은 음악·미술·건축·문학·연극·오페라 등이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그 지점에 이른 저자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수많은 예술인들의 흔적을 차례로 불러낸다. 그들은 20세기를 향한 동지들이었다. 그런 이유로 미술을 모르고 빈의 음악가를 잘 알 수 없으며, 음악을 모르는 채 빈이 화가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클림트를 알아야 말러를 이해할 수 있고, 말러를 알아야 클림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종합예술 탄생의 결정적 지점이 된 카페, 환경까지 바꿔놓은 예술품이 된 쓰레기소각장까지, 여정은 100년 전 흔적을 스치며 현재로 돌아 나왔다. ▶ 관련기사 ◀☞[새 책] 경제학 혁명 외☞[책꽂이] 내 주변의 싸이코들 외☞아내 없었다면 내 詩도 없었다
2011.07.29 I 오현주 기자
 경제학 혁명 외
  • [새 책] 경제학 혁명 외
  • [이데일리 문화부] 경제학 혁명 데이비드 오렐|392쪽|행성:B웨이브 주류경제학의 목적은 한정된 자원의 최적화된 분배에 있다. 하지만 현실은 `부익부 빈익빈`. 경제가 영원히 성장할 수 있다? 이것도 불가능하다. 인구·기후·환경 등 제약조건은 경제의 암세포다. 주류경제학이 신화처럼 떠받드는 10가지 가설의 오류를 낱낱이 파헤쳤다. 균형이 아닌 변화를 정상으로 이해하는 혁명적인 전환을 역설한다. 전집 디자인 최성일·정재완|162쪽|북노마드 “모든 책은 그 출판사의 전집이다. 텍스트의 정체 혹은 성향의 절반은 표지에 담겨 있다. 이를 파악하는 것은 독자의 능력이다.” 미술·디자인 등 동시대 시각문화에 대한 인문학적 사고를 나누기 위해 기획됐다. 한국의 전집 디자인을 정착시킨 정병규·안지미·이승욱·강찬규 등이 출판사의 맥을 잇는 줄기를 말한다. 출판평론가 최성일의 유작이다. 위대한 침묵 51초 장경수|260쪽|지식의숲 유세의 어려움은 설득하려는 상대의 마음을 알아채서 자신의 말을 상대의 심정에 잘 끼우는 데 있다(`한비자`). 전통 수사학의 목적은 설득이었다. 현대로 오면서 설득보단 이해가 중시됐다. `소통의 리더`는 브라질 전 대통령 룰라. 루터 킹 목사의 연설기법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수된 과정도 짚었다. 수사학을 리더십 차원에서 분석했다. ▶ 관련기사 ◀☞[책꽂이] 내 주변의 싸이코들 외☞아내 없었다면 내 詩도 없었다☞주식은 왜 팔고 나면 오를까
2011.07.29 I 문화부 기자
 내 주변의 싸이코들 외
  • [책꽂이] 내 주변의 싸이코들 외
  • [이데일리 문화부] 내 주변의 싸이코들 두에인 L. 로버트|248쪽| 황소걸음 살다보면 이해가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상식의 바깥에 있는 이들, 혹은 그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불편한 이들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이해할 게 아니라 성격장애로 인식해야 한다. 성격장애에 대한 개론서로 쓰인 책은 유형별 사례와 대처방안을 무난하게 알려준다. 기적을 부르는 네트워킹 조 스위니|384쪽|초록물고기 한국에서만 인맥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서구사회에서도 인맥, 다른 말로는 네트워킹이 인생의 성공에 중요한 도구로 평가 받는다. 저자는 인맥을 넓히기 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알려준다. 우리와 문화적으로 이질적인 부분도 있지만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으라는 건 동서양 똑같다. 책상이 지저분해도 머릿속이 정리된 사람 책상이 깨끗해도 머릿속이 복잡한 사람 나가노 케이타|228쪽|위즈덤하우스 머릿속이 복잡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두뇌의 용량이 작아져 스트레스가 가중될 수 있다. 머릿속을 지적 키친이라 정의하고 마치 잘 정리된 주방처럼 여러 가지 업무와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으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스트레스는 자연히 줄어든다. 하루에 적어도 네 개의 즐거움 에블린 비손 죄프루아|248쪽|초록나무 몸이 아닌 심리적인 문제로 고생하는 이들이 많다. 프랑스의 긍정심리 연구자인 저자는 평생에 걸쳐 내담자와 함께 실행해온 즐거움의 치유처방전을 내놓는다. 결국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고 웃음을 주는 일을 찾아 꾸준히 반복하면 마음의 문제는 치유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남자와 여자에 관한 50가지 이중기준 제시카 발렌티|312쪽|책세상 대개 영화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집착하면 순애보로 포장되고 여자가 남자에게 집착하면 스토커나 정신병자로 몰린다. 페미니스트인 저자는 동일한 잣대로 남자와 여자가 평가받지 않는 불평등한 현실을 고발한다. 성차별주의자와 논쟁할 때 유용한 근거가 많다. ▶ 관련기사 ◀☞아내 없었다면 내 詩도 없었다☞주식은 왜 팔고 나면 오를까☞"사귀자"…남자엔 과제, 여자엔 친밀감
2011.07.29 I 문화부 기자
아내 없었다면 내 詩도 없었다
  • 아내 없었다면 내 詩도 없었다
  •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수십년 전 그날로/ 오늘도 나는 감히 사랑의 떨려오는 처음입니다/ 다리미질 못한 옷 입고/ 벌써 이만큼이나 섣불리 나선/ S를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사랑은 사랑의 부족입니다`). “천 권의 해석/ 천 권의 설명을 떠나는 것처럼 떠난다/ … / 나는 아내에게 푸른 하늘의 편지를 쓴다/ 무식하게/ 그리움이 외로움이라고/ 외로움이 그리움이라고 쓴다”(`편지`). 이제 곧 여든 살. 일흔여덟의 노시인이 사랑의 시를 썼다. 53년 문학인생을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절절한 사랑고백을 한 상대는 그의 아내다. 시집은 시인 고은이 28년을 같이 산 아내 이상화 중앙대 영문과 교수에게 바치는 시 118편을 묶은 것이다. 시집에선 30년 시인 부부의 세월이 고스란히 들여다보인다. 일상에서 피어오른 생각들을 보이고(`아내의 퇴근` `임신`), 하루하루 얻어낸 소박한 행복감을 굳이 감추려 들지 않는다(`저녁 요구르트` `계산`). 잠시 떨어져 있는 동안 생긴 아쉬움이 큰 만큼(`국제전화` `다시 국제전화`), 아내를 세상에서 떠나보낼 날의 형상이 가슴 아프다(`무덤`). 곳곳엔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회고가 자리한다. 특히 1983년 5월5일 결혼식 풍경에 대한 묘사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유리/ 안병무네 집 마당/ … / 주례 함석헌/ 축시 문익환/ 축사 이문영 백낙청”(`수유리`), “초례 마치고/ 한강가에서/ 하룻밤 자고/ 안성 대림동산으로 왔다/ 축의금 봉투를 꺼내보았다/ 이백만원 얼마”(`자전거`). 노벨문학상 후보로 해마다 거론되는 시인이 사랑에 웃고 우는 모습은 익숙지 않다. 독자의 불편함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노시인은 사랑고백을 꽤나 즐기는 듯하다. 과연 처음인가 싶다. 50년 시인의 관록이라 보기도 어렵다. 범부의 순수함이 더 크게 보이는 탓이다. ▲ 국내 최대 연작시 `만인보`를 통해 시공의 한계를 초월한 인간사를 읊었던 시인 고은이 범부로 돌아가, 사랑은 `하였다`도 아니고 `하리라`도 아닌 바로 지금이라며 아내 앞에 연시집을 바쳤다(사진=창비). `이성에 의한 플라톤의 유토피아를 사절한다.` 서문에 밝힌 시집에 대한 변명이다. 어떤 원인으로 아내를 만나고 자신이 그에 의해 존재를 드러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제 아내 상화와 함께한 세월을 반추는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시집은 그 결과물이다. `상화와 함께`라는 표현조차 `상화 속에서`라는 표현의 부족이라고 토로했다. 그래서 “그토록 지난 세월은 상화 속의 세월이다.” 시인에게 정신적 삶을 만들어준 아내가 없었다면? 그는 두 가지가 불가능했을 거라고 했다. 지금껏 살아있는 것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고, 1983년 이후 문학의 결실을 얻어낼 수도 없었을 거란다. 올해 5월5일 부부의 결혼기념일에 아내 상화가 시인에게 내주었다는 시 두 편 중 한 편을 시집의 첫머리에 세웠다. “어느 별에서 왔느냐고/ 불쑥 묻지 말아요/ … / 이 행성의 한 점에서/ 내가 당신에게로 갈 때/ 이 행성의 한 점에서/ 당신은 내게로 온 것이에요”(이상화, `어느 별에 왔을까`). 행성에서 시작됐을 지난한 그 사랑이 비로소 온전히 시인 부부의 것이 된 듯하다. ▶ 관련기사 ◀☞주식은 왜 팔고 나면 오를까☞"사귀자"…남자엔 과제, 여자엔 친밀감☞[책꽂이] 내 농장은 28번가에 있다 외
2011.07.22 I 오현주 기자
마흔, 오토바이가 찍은 쉼표
  • 마흔, 오토바이가 찍은 쉼표
  •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나에게 오토바이는 자유입니다. 두 바퀴 위에 몸을 싣고 눈앞의 길과 내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의 인생길 사이를 넘나들며 질주합니다.”  자연과 인간의 도시를 맨몸 그대로 누비는 오토바이 여행. 아무리 자유라지만 정말 욕망하는 모든 것을 얻은 뒤 오는 성취감 혹은 그 무엇에도 구속받지 않을 때 느끼는 초연함과 `감히` 비견될 수 있을까. 일과 일에 몰입되는 삶에 염증을 느끼던 한 남자가 위험한 여행을 떠났다. 오토바이 한 대를 몰고 무작정 길을 나선 그는 경기도 김포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던 수의사다. 학교를 졸업하고, 정신없이 밥벌이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또 헤어지다 보니 십몇 년이 훌쩍 지나갔다고 했다. 돌아보니 마흔 살이 넘어 있었다. 돌파구는 먼 길 떠나는 일에서 찾았다. 부리나케 면허를 따고 3개월 주행연습 후 5대륙 12만킬로미터를 달렸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해 로마에 도착하고, 아프리카를 내리달려 희망봉을 찍었으며, 최북단 알래스카 앵커리지부터 최남단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까지 북·남미를 종단했다. 보통 여행기와는 다르다. 홀리듯 만난 자연풍광이나 여행지에서 받은 느낌을 날짜와 방문지의 순서대로 기록하지 않았다. 대신 주제를 던져놓고 여행의 갖가지 에피소드를 연결시켜 인문학적 문제제기를 했다. 가는 곳마다 길의 성격도 다르고 스쳐간 흔적도 달랐다. 하지만 어느 곳을 가든 사람이 그 중심에 있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선 `필요할 땐 도움을 주겠다`는 쪽지가 오토바이에 붙어있기도 했고, 말도 통하지 않는 페루에선 주민의 도움으로 밤비를 피해 지친 몸을 누이기도 했다. 그러나 긴 여정이 어디 순탄대로였겠는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롭스크까지 가는 도중 오토바이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해 석 달간 여정을 멈추기도 하고, 사라예보로 가는 길 산 중턱에선 큰 눈을 맞아 돌아가신 아버지를 부르며 길을 찾기도 했다. 사람에게서 벗어나고자 택한 여행이지만 결국 텅 빈 길 한가운데서 사람이 그리워 대성통곡하기도 했다. ▲ 아프리카 케냐 북부 모얄레에서 이시올로로 가는 길에 마주친 진창길(사진=일리)2010년 8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여행기는 끝난다. 만신창이가 된 오토바이를 보고, 더 이상 회생이 어렵다는 정비사의 진단을 듣고 여행을 끝날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고 했다. 일상의 `비겁한` 탈출구로 삼았을지는 몰라도 여행이 최소한 삶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고 정리한다. 오토바이로 장거리 해외여행을 꿈꾸고 있는 이들을 위한 몇 가지 팁을 따로 묶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오토바이. 125cc 이상 되는 오토바이를 타기 위해 2종 소형면허는 필수다. 하지만 할리데이비슨인지 50cc 스쿠터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수많은 험로를 견뎌내기 위해 내구성, 비포장도로 주행 능력, 유지보수 여건, 큰 연료탱크 등이 중요하지만 모두를 충족시키는 오토바이는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여행에 동반해야 할 것은 합리적 요소와 감성적 느낌이 절충된 선택이었다. 오토바이든 사람이든 먼 길 함께 떠나는 동행자는 다를 바가 없다 싶다.
2011.07.22 I 오현주 기자
주식은 왜 팔고 나면 오를까
  • 주식은 왜 팔고 나면 오를까
  •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1000만원이 생겼다. 주식투자, 투자신탁, 보험상품 가입?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리스크가 낮은 상품이라면 저금과 복권이 있다. 갑자기 복권 쪽으로 마음이 쏠린다. 당첨만 된다면 1000만원쯤은 푼돈이 될 억만장자 반열에 오를 것이다. 복권이 답인 것 같다. 한번 걸어볼까. 투자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나 오류, 혹은 확률을 따지거나 가치를 평가할 때 범하기 쉬운 주관적인 잣대들을 검토했다. 쉽게 말해 `왜 내가 팔고 나면 주가가 오르는가`에 대한 이론적 설명이다. 가장 합리적이어야 할 경제적 의사결정 순간에 우리는 왜 번번이 비합리적인, 나아가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고 있는가를 행동경제학의 입장에서 분석한다. 여기엔 `인간은 합리적, 시장은 효율적`이란 전제에서 만들어진 전통 경제학으로는 부동산·IT 거품, 금융위기 등의 이상현상을 절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논리가 들어 있다. 이익이 나면 금방 확정 짓지만 손실이 나면 과감하게 기다리는 `전망이론`, 알면서도 손해 보는 쪽을 선택하는 `투자성향 효과`, 자기 잘못은 인정하기 힘든 `인지부조화` 등이 투자자들의 심리문제를 파악하는 도구로 적절히 동원됐다. 다시 복권으로 돌아가보자. 사람들은 발생 확률이 낮은 일은 과도하게 기대하면서 발생 확률이 높은 일은 끊임없이 걱정하는 경향이 있다. 당첨 확률이 낮은 복권에 거는 지나친 기대는 이상현상이다. 주관적 판단에 따라 확률을 왜곡시키는 일 역시 투자자가 경계해야 할 `요주의 항목`이다. ▶ 관련기사 ◀☞"사귀자"…남자엔 과제, 여자엔 친밀감☞[책꽂이] 내 농장은 28번가에 있다 외☞[새 책] 100억짜리 생각 외
2011.07.22 I 오현주 기자
"사귀자"…남자엔 과제, 여자엔 친밀감
  • "사귀자"…남자엔 과제, 여자엔 친밀감
  •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그 여자는 1시간 전부터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퇴근한다던 남자에게서 집에 들어갔다는 연락이 올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여자는 남자가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를 다 알 수 있도록 자주 `교신`해주는 것이 관계지속성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에티켓이라고 믿는다. 그 남자의 이상형은 `예쁜 여자`다. 다른 조건이 좀 떨어진다고 해도 외모가 예쁘다면 모든 것을 다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놓고 자신의 이상형을 말하진 않는다. 하지만 동성 친구들끼리 있을 땐 `예쁘지 않으면 그게 어디 여잔가`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사회심리학자인 저자가 꿰뚫은 남녀 연애심리보고서다. `사귀자`는 말에 대한 해석, 결혼관, 소통능력, 밀고 당기기 실태 등 다양한 심리실험의 결과가 분석의 바탕이 됐다. 남자는 과제지향적인 데 비해 여자는 관계지향적이다. 남자는 연애조차 목적이 부여한 과제로 받아들이는 반면 여자는 친밀감의 척도로 여긴다. 남자는 보통 말을 들을 때 상대를 바라보지만 여자는 말을 할 때 상대를 바라본다. 하지만 연애의 생명은 역시 대화라고 했다. 자신의 약점이나 고민거리를 공유하지 못하는 남녀 사이는 언제까지나 맹숭한 관계로 남아 있을 수 있다. `해결책도 없는 고민을 털어놓고 들어줘봐야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고 생각한다면? 고요한 침묵 속에 평생 혼자 지낼 확률이 높다. ▶ 관련기사 ◀☞[책꽂이] 내 농장은 28번가에 있다 외☞[새 책] 100억짜리 생각 외
2011.07.22 I 오현주 기자
 내 농장은 28번가에 있다 외
  • [책꽂이] 내 농장은 28번가에 있다 외
  • [이데일리 문화부] 내 농장은 28번가에 있다 노벨라 카펜터|376쪽|푸른숲 최근 주말농장을 가꾸거나 건물 옥상에서 텃밭을 키우는 도시농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돼지나 오리, 닭을 키워서 직접 먹을 생각까지 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도시 복판에서 아예 자급자족을 위한 농장을 시도한 저자의 경험담은 황당하지만 설득력이 있다. 감히 엄두가 나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철학자, 와인에 빠져들다 로저 스쿠루턴|277쪽|아우라 와인에 대한 골치 아픈 철학서는 아니다. 철학자가 각종 와인을 마시며 연상한 온갖 종류의 지적유희가 담겨 있다. 와인 한 병에도 갖가지 스토리가 있고 또 사색거리가 농익어 있다는 것을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으로 펼쳐놨다. 덕분에 와인 한 잔을 마셔도 우아하게 마시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한다.   스마트경영을 위한 핫트렌드 83 양창삼|280쪽|코리아닷컴 세레토닌효과, 초과이익공유제, 스토리텔링 마케팅, 감성경영, 등등 최근 경제와 경영학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핫트렌드 83가지의 핵심을 간결하고 알기 쉽게 요약했다. 취업준비생이나 입사 새내기, 혹은 신문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싶은 샐러리맨들에게는 유용하다.   나쁜 보스가 회사를 살린다 조지 클루디어·사만다 마셜|240쪽|랜덤하우스코리아 냉혈한 보스가 회사를 망하지 않게 한다는 주장이다. 중소기업 컨설팅을 주로 하는 저자는 결국 피도 눈물도 없이 회사를 운영해야 흑자를 본다고 강조한다. 위기상황에 대한 처방전으로는 유용한 부분이 많다. 중소기업이 망하는 지름길은 능력 안 되는 가족의 기용이라고 역설한 부문도 눈에 띈다.   흔들리는 30대를 위한 언니의 독설 1·2 김미경|202·195쪽|21세기북스 개천에서 알파걸이 된 저자의 체험적 조언서. 똑순이 언니가 세상 물정 모르는 막내 동생들을 위해 따끔하게 가르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그 잔소리들이 모두 체험에서 우러나온 생생한 것이고 애정이 묻어나기에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누나의 독설로 읽어도 손색이 없다. ▶ 관련기사 ◀☞[새 책] 100억짜리 생각 외
2011.07.22 I 문화부 기자
 100억짜리 생각 외
  • [새 책] 100억짜리 생각 외
  • [이데일리 문화부] 100억짜리 생각 마이클 미칼코|328쪽|위즈덤하우스 세상을 뒤흔든 아이디어는 하필 천재들의 눈에만 띄는 걸까. 천재들은 남들이 빠져 있는 생각상자를 넘나들고(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사물의 연관성을 찾아낸다(레오나르도 다빈치 `종소리와 돌이 연관된 소리의 파동`). IQ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천재의 발상법 9가지를 빼냈다.  화가의 집 제라르 조르주 르메르|272쪽|아트북스 노년이 된 클로드 모네는 풍경화를 그리기 위해 야외에 나가 원하는 각도와 광선이 나올 때까지 한없이 기다리는 일이 힘겨워졌다. 모네는 자연을 집에 옮겨놓기로 결심한다. `수련` 연작을 탄생시킨 `지베르니 저택` 정원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19∼20세기를 빛낸 14명 화가들의 인생·작품세계를 집이란 예술적 영감의 원천으로 투영했다. 확신의 함정 금태섭|272쪽|한겨레출판사 항상 자신이 옳다고 확신하는 사람이 있는가. 더구나 다른 사람을 단죄해야 하는 경우라면. 현직 변호사가 12년 검사시절에 다뤘던 사건을 바탕으로 딜레마에 빠진 법과 정의를 말한다. 교육적 체벌이란 것이 가능한지, 연쇄살인범에게도 관용이 필요한지 등, 국가와 정의라는 알리바이 아래 펼쳐지는 법의 함정과 진실의 오류를 찾았다.
2011.07.22 I 문화부 기자
 1800자의 시대 스케치 외
  • [새 책] 1800자의 시대 스케치 외
  • [이데일리 문화부] 1800자의 시대 스케치 김기정|406쪽|오래 “가장 정확한 미래예측은 미래를 만드는 것.” 인간의 분석행위는 결국 예측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불확실성 때문이다. 변하지 않는 건 아니다. 미래는 현재의 사람들이 어떤 구상을 하느냐에 달렸다. 10년간 발표해온 사회·정치·북한·외교에 관한 칼럼들을 묶었다. 당시의 논점들이 미래시점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시대의 흔적으로 되짚었다.        빌 게이츠의 창조적 자본주의 마이클 킨슬리|432쪽|이콘 2008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빌 게이츠의 파격적인 연설이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불평등이 심화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혜택이 모든 이들에게 돌아가도록 시스템을 혁신하자는 것. `창조적 자본주의` 논쟁의 시작이다. 에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를 선두로 40여명의 경제학자, 사상가들이 토론을 벌였다. 황금비율의 진실 마리오 리비오|432쪽|공존 이집트 `피라미드`, 그리스 `파르테논`, 레오나르도 다 빈치 `모나리자`. 위대한 문명·문화·예술작품에는 1.1618이란 황금비율이 보인다. 그런데 실체를 들여다보니 이들 작품들이 황금비율과 관련 있다는 주장에는 과학적·역사적으로 근거가 없었다. 완벽을 추구하려는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의 실체로 등장한 황금비율의 진실을 파헤쳤다. ▶ 관련기사 ◀☞[책꽂이] 왕의 여자 외☞인내와 끈기…초심 되살려라☞디자인, 세상을 움직이다
2011.07.15 I 문화부 기자
 왕의 여자 외
  • [책꽂이] 왕의 여자 외
  • [이데일리 문화부] 왕의 여자 김종성|336쪽|역사의아침 사극에서 보는 왕후들의 자태는 곱고 아름답다. 실제로도 왕후들은 그리 미모가 뛰어났을까. 조선시대 왕궁의 또 다른 주인공들이었던 왕후들을 비롯해 후궁과 궁녀들의 실제 삶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들이 어떻게 남존여비 유교사회 왕궁에서 살아갔는지를 풍부한 사례로 꼼꼼히 펼쳐놓는다.         서른과 마흔 사이 어떻게 일할 것인가 김준희|376쪽|리더스북 책임을 떠미는 상사,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후배들 때문에 울화가 터지고 경쟁으로만 내모는 조직 논리에 질식할 것 같다. 다행히 이런 고민은 비단 서른 중반에 접어든 직장인 A씨명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샐러리맨 출신 CEO가 쓴 삼십대 직장인이 일터와 삶에서 겪는 고민 49개에 대한 조언서. 이부진 스타일 김종원|292쪽|살림 마흔 살 이부진 신라호텔 대표이사는 삼성에 입사한지 15년 만에 사장에 올라 뛰어난 경영수완을 보여주고 있다. 단지 재벌3세로 태어난 덕만은 아니다. 타고난 복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쇄신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여성 리더십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부진에 대한 부담 없는 개론서.      브랜드 상식 피터 채버튼|227쪽|비즈니스맵 같은 품질의 상품일지라도 브랜드의 여부에 따라 소비자의 평가는 천차만별이다. 브랜드는 이제 단순히 이름표가 아니라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팀장이 알아야 할 브랜드에 관한 모든 것`이란 부제처럼 브랜드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과 역사, 활용 방안을 읽기 쉽게 담았다.   일하기 멘토링 시노하라 요시코|248면|참나무 원천징수조차 몰랐다. 서른아홉 살에 이혼녀에 학력은 고졸. 게다가 보수적이었던 1970년대 일본사회. 그렇지만 저자에게는 일에만 120% 열중할 수 있는 에너지와 용기가 남아있었다. 연 매출 3조원의 인재파견업체 템프스텝 창업주이자 사장인 저자가 직접 쓴 자기계발서. 요점은 내 자신에게 지지 말자다. ▶ 관련기사 ◀☞인내와 끈기…초심 되살려라☞디자인, 세상을 움직이다☞비우고 비웠더니 채워지더라
2011.07.15 I 문화부 기자
인내와 끈기…초심 되살려라
  • 인내와 끈기…초심 되살려라
  •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경영학을 전공한 두 친구가 백화점에 입사했다. 배치된 부서는 엘리베이터 안내직. 좋은 부서를 기대했던 한 친구는 하찮은 일에 불만을 품고 그만두었다. 다른 친구는 고객심리 파악에 좋은 기회라고 오히려 감사해 했다.  결과가 어떠했을까. 그만 둔 친구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남은 친구는 미국의 `백화점 왕`이 됐다. J C 페니 얘기다. 세상에서 가장 더디게 자라는 나무에 이름을 올린 `회양목`의 별명은 `느림보`다. 줄기의 직경이 25cm가 되려면 적어도 600∼700년은 걸려야 한다. 그러나 늦은 성장 덕에 다져질 대로 다져진 조직은 치밀하고 균일하다. 느린 것이 다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두르며 속이 물러진 나무보다 쓰임이 크다. 역사와 세월을 거스르고 동양과 서양을 넘나들며 일상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지혜를 건져냈다. 향기를 품고, 순결함을 지키고, 마음을 비워 평화를 얻으라는 사계절 지침을 `매난국죽`으로 나눠 정리했다. 소소한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서 후덕함을 배우고, 위인들이 남긴 일화에선 인생의 가치를 되새기라 조용히 이른다.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철학은 `수급불류월(水急不流月)`. 물은 급하게 흘러도 물속의 달은 흐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세월이 아무리 빠르게 변한다고 해도 초심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새김이다. ▶ 관련기사 ◀☞디자인, 세상을 움직이다☞비우고 비웠더니 채워지더라
2011.07.15 I 오현주 기자
욕 먹으면 오래 사는 이유 있었네
  • 욕 먹으면 오래 사는 이유 있었네
  •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그라운드에 긴장감이 흐른다. 유럽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영국과 포르투갈이 맞붙고 있다. 연장 혈투 끝에 2대 2 무승부 상황. `러시안 룰렛`에 비유되는 승부차기가 시작됐다.  첫 키커로는 차라리 아름답다고 말해야 할, 정확한 킥을 자랑하는 영국의 데이비드 베컴이 나섰다. 긴장된 그 순간 그러나 공은 허망하게 관중석으로 날아갔다. 프리킥의 달인이던 베컴이 `홈런볼`을 날린 이유는 뭘까. `사회적 억제효과`다. 사이보그였으면 가능했을 이 일이 실패로 끝난 것은 그가 심리적 작용에 민감하게 반응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담대한 사람도 지나친 각성을 하게 되면 불안해진다는 거다. 성공, 욕망, 가치관, 범죄, 미신행동, 사랑 등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11가지 현상을 추려 설명했다. 스트레스를 받아야 엔도르핀이 나오고, 사람들이 동안에 열광하는 것, 불륜전문 배우를 바람기 많은 사람으로 보는 편견에도 이유가 있다. 흔히 말하는 `욕을 먹으면 오래 산다`란 속설의 근거도 짚었다. 주위에서 싫은 소리를 많이 듣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 대해선 신경쓰지 않는 성향이 있다. 하고 싶은 일은 앞뒤 보지 않고 `저질러버린다`는 거다. 이는 암환자의 생존율로써 설명이 가능하다. 자신이 암에 걸린 것에 순순히 인정한 환자의 75%가 10년 내 사망했다. 반면 그 사실에 강하게 불평한 환자 50%는 10년 후에도 생존했다. 사소한 듯 하지만 강하게 지금 나를 지배하는 심리학의 비밀스런 힘을 해부했다.
2011.07.15 I 오현주 기자
디자인, 세상을 움직이다
  • 디자인, 세상을 움직이다
  •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사과는 그저 사과였다. 낙원에 뱀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시간이 흘러 윌리엄 텔이란 궁사는 사과를 매개로 삼아 대단한 용기를 보여줬다. 그가 쏜 화살에 꽂힌 사과는 스위스 독립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시간이 좀 더 흘러 나무에서 뚝 떨어진 사과 하나가 과학을 뒤집어놨다. 뉴턴이 끌어온 중력의 법칙이 그것이다. 그리고 21세기 누군가 한 입 베어 문 사과가 다시 세상을 바꾸고 있다. `애플`이다. `다르게 생각하라`는 것이 애플을 이끄는 CEO 스티브 잡스의 주문이다. 실제 잡스는 디자인을 통해 21세기의 아이콘이 됐다. 아이팟에서 아이패드까지 애플의 디자인에는 정체성과 일관성이 있다. 잡스가 끌어가는 이 고집스런 추구는 `애플교`를 만들 정도였다. 소비자들은 외친다. “애플은 종교죠. 잡스는 애플교의 교주입니다.” 이런 반응에 붙인 잡스의 대답은 가벼웠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보여주기 전에는 원하는 것을 모른다.” 아이디오, 애플, 삼성, 나이키, 스타벅스, 피앤지, 버진. 이들 기업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디자인으로 성공했다는 거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역시 디자인이다. 그러나 베스트 디자인, 그런 건 없다. 어제 좋았던 것이 오늘 좋지 않을 수 있는 것처럼 오늘 좋은 디자인이 내일에도 좋다는 보장은 없다. 방법은 하나다. 더 좋은 답을 찾아내는 것이다. 2007년 1만5000개 매장을 열어두고 최고의 상승세를 달리던 스타벅스가 휘청했다. 금융위기에다가 던킨도너츠, 세븐일레븐까지 커피시장 공략에 나서면서부터다. 일선에 물러나 있던 하워드 슐츠가 급히 복귀했다. 그는 600개 점포의 문을 닫고 매장에서 샌드위치를 서둘러 빼냈다. 매장에서 커피향과 뒤섞이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판단한 거다. 슐츠는 스타벅스가 가라앉은 것은 단순히 커피판매뿐이 아니란 걸 간파했다. 스타벅스가 끌어온 콘셉트는 `문화를 디자인한다`는 거였다. 커피를 마시는 것은 문화를 마시는 행위가 됐다. 1000년 이상 습관적으로 마시던 커피는 어느새 커피잔의 영역을 넘어선 `가치`가 됐다. 또 아이디오에선 사람·기술·사업의 3개 요인이 만나 유기적 혁신을 이루는 디자인을 강조했고, 나이키는 운동화에 날개를 단 기업이 됐다. 갖가지 세제를 만들어내는 피앤지의 디자인은 곧 문제해결의 실마리였고, 버진은 디자인으로 하늘을 누볐다. 성패는 디자인을 미래경쟁력으로 둔 그 과정에서 나왔다. 디자인을 위한 변명이다. 디자인은 정체성을 인식할 때 가능성이 열리고, 일상과 고정관념에 과감히 도전하며, 세상과 인간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낸다는 과정을 세세히 짚어 설득력을 높였다. 디자인이 세상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은 기업들에겐 절박감 그 자체다. “디자인은 재미있는 단어다.” 잡스의 말이다. 단순히 어떻게 보이는가의 문제로 생각하면 예술이 된다. 하지만 디자인은 결국 어떻게 작동하느냐의 문제여야 한다. 제품과 소통하지 않은 디자인은 난삽한 낙서에 불과할 수 있다. ▶ 관련기사 ◀☞비우고 비웠더니 채워지더라
2011.07.15 I 오현주 기자
비우고 비웠더니 채워지더라
  • 비우고 비웠더니 채워지더라
  •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2003년 만우절. 마치 거짓말처럼 국수를 공짜로 주는 집이 문을 열었다. 동인천역 근처 화수동에 자리를 잡은 `민들레국수집`이다. 노숙인들을 위한 무료식당이다.  7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장 서영남은 가진 것을 다 내놓는 `무소유`를 사랑의 다른 이름으로 여기고 산다.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독특한 사랑법까지 편다. 그러면서도 배고픈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따뜻한 밥 한 그릇이 아니라 사람대접이라고 강변한다. 경남 양산의 천성산터널을 `목숨 걸고` 반대한 이가 있다. 242일간 단식, 도롱뇽 소송으로 더 유명한 지율스님이다. 그의 집요한 원칙주의에 여러 사람들이 난감해 했다. `도롱뇽에 뭇매 맞은 고속철도`라는 기사까지 등장해 여론을 갈라놨고, 정부 측에선 지율스님의 반대로 공사가 지연돼 2조5000억원의 손실이 생겼다고 펄펄 뛰었다. 하지만 결국 터널은 뚫렸다. 그는 이제 낙동강으로 옮겨갔다. 4대강 개발로 천성산보다 1000배나 많은 생명이 파괴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했다. 채우고 채워도 충족되지 않는 요즘을 사는 사람들의 허기를 위한 해결책을 엿봤다. `민들레국수집`의 서영남, 환경운동가 지율스님을 비롯해 `산위의마을` 공동체의 박기호 신부, `좋은마을`의 이남곡, `시골교회`의 임락경 목사, 요가수행단체 `아난다마르가`의 칫다다 등 여섯 사람이 나서 독특한 색깔로 생각을 풀어놨다. 무소유와 버림의 미학을 묻고 답하는 이들은 “보통사람이 듣기엔 좋은데 실천하기엔 고통이 따르는 삶을 천연덕스럽게 살아내고” 있었다. 살아온 모습과 내놓은 형식은 다르다. 하지만 `함께 나눈다는 뜻`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민` `진리에 대한 집요한 추구`라는 공통분모는 발밑에 뒀다. 한결같이 내세우는 것은 `비워서 채운다`다. 가지지 않았더니 오히려 편안해졌다는 거다. 문제는 소유욕이었다. 종교든 옛 선인이든 `많이 가지라`고 가르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가지라는 것을 가르치지 않으니 어떻게 가지라는 것에 대한 얘기도 필요치 않았다.  ▲ `민들레국수집` 주인장 서영남은 노숙인 돕는 일을 `줄탁동시(啐啄同時)`의 마음이라고 설명한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선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말이다(사진=휴). 그러나 서둘러 자신들의 방식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다만 `꼭 그래야 하는가`를 묻는 이견에 대한 답은 태도로써 보였다. 박기호 신부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이어지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인류를 고통 속에 몰아넣은 그 시작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가 속한 마을공동체가 도피처가 아니라 등대이기를 바란다. 자본금 300만원으로 차린 민들레국수집은 오늘도 500명의 손님이 찾는 세상에서 가장 풍족한 레스토랑이다. 그리고 지율스님은 외등도 없는 오두막에서 30년째 입고 있는 누더기 승복을 입고 오늘도 강가를 지킨다. 책은 `가진다는 것`의 확대된 개념을 던져놨다. 그 방향을 가늠할 좌표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이제 독자들의 몫이다.
2011.07.15 I 오현주 기자
 `영자신문을 읽는 10가지 공식` 외
  • [새 책] `영자신문을 읽는 10가지 공식` 외
  • [이데일리 문화부] 영자신문을 읽는 10가지 공식 이창섭|376쪽|한나래 영어학습 발상의 전환을 영자신문에서 찾았다. 10가지 공식이면 영자신문의 본문은 물론 칼럼, 논설까지 읽을 수 있다. 종착역은 1만 단어 학습이다. 지난 15년간 `코리아타임스`에 나왔던 어휘를 분석했더니 수능, TOEIC 등 공인 영어시험 기출어휘 100%가 들어 있었다. `한국어 뿌리`를 살리는 방법을 가장 적합한 영어학습으로 봤다.         법가, 절대권력의 기술 정위안 푸|224쪽|돌베개 “시황제가 책을 태우고 유학자를 생매장했다고 비난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는 유학자를 너무 적게 죽였다.” 마오쩌둥의 이 말은 중국공산당에 내재된 법가의 통치철학을 드러낸다. 진시황부터 마오쩌둥까지 법가가 중국사에 끼친 영향을 풀어썼다. `외유내법`. 유교라는 지배이데올로기 이면에 감춰진 법가철학의 핵심원리를 추렸다. 공자와 잡스를 잇다 심상훈|468쪽|멘토프레스 주인 주(主), 지킬 수(守), 시 시(詩), 생각 상(想), 나 오(吾) 등을 축으로, 한자 40개 글자가 가지는 함축적인 의미를 찾아내 인문경영에 적용했다. `수 경영`은 나를 지켜야 하는 가장 어려운 경영이며, 성공하는 CEO는 시인처럼 상상하는 `시 경영`이 필요하다. 과거와 현대를 넘나들며 열린 사고를 통한 창의적 발상을 강조한다. 셰익스피어, 사랑의 대화 마이클 베스트|424쪽|영림카디널 “그의 아름다움을 검은 글씨로 쓴 이 시구에서 보리니, 이 시들은 살아남고, 그는 이 시 안에서 영원히 푸르리라”(`소네트`). 대문호 셰익스피어 작품에 표현된 17세기 사랑의 인식을 분석했다. 셰익스피어 사랑시의 대명사격인 `소네트` 154편과 비극적인 사랑을 노래한 ‘비너스와 아도니스’의 중요한 장면들을 옮겨왔다.▶ 관련기사 ◀☞[책꽂이] `아름답게 욕망하라` 외
2011.07.11 I 문화부 기자
 `아름답게 욕망하라` 외
  • [책꽂이] `아름답게 욕망하라` 외
  • [이데일리 문화부] 아름답게 욕망하라 조주희|240쪽|중앙북스 내 인생을 위해 가져야 하는 현명한 욕심을 아름다운 욕망으로 칭했다. 그 아름다운 욕망을 열정적으로 추구하라. ABC 뉴스 한국 지국장이 된 조주희 기자가 한국의 청춘들에게 보내는 조언이다. 전형적인 커리어우먼 성공기지만 그의 바람대로 누군가의 인생에 작은 동기부여는 충분히 될 듯싶다.        유머로 리드하라 박인옥·최원호|224쪽|북인 유머는 위기 속에서도 잠시 한 걸음 물러나 위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강인한 배짱을 갖게 한다. 우울증을 극복하고 유머강사가 된 박인옥의 깨달음이다. Fun리더십을 강연하는 최인호는 유머감각은 훈련하고 개발하면 자연스럽게 발현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웃기는 책 맞다. 달인, 자전거를 말하다 김병만·최제남|248쪽|바이클로지 매주 `개그콘서트`에서 달인 코너로 웃음과 놀라움을 동시에 선사하고 있는 개그맨 김병만. 그의 체력의 비결은 바로 자전거였다. 무명시절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자전거로 출퇴근 해오며 실제 `자전거 달인`이 된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와 자전거 타기 노하우를 차근차근 소개했다. 도서관 여행 권희린|296쪽|네시간 도서관은 책을 읽는 곳이 아니라 참고서를 펴고 시험점수를 올리기 위해 두뇌를 혹사하는 일종의 트레이닝 공간이었다. 현직 교사인 저자는 도서관을 아무 일 없이 `그냥` 가는 곳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직접 마음의 놀이터이자 훌륭한 문화공간이 된 여러 도서관을 구석구석 살폈다. ANATOMY 복근 트레이닝 프레데릭 데라비에 외|184쪽|삼호미디어 의과대학에서 해부학을 공부하고 역도대회에서 우승한 트레이너. 25년 이상 근육 트레이닝에 전념한 운동전문가. 두 사람이 세세한 해부학 그림과 실제 운동사진을 교차 편집해 복근 트레이닝의 방법을 정리했다. 미적 기준을 넘어 척추·소화기건강까지 개선하는 복근운동의 과정을 짚어준다.
2011.07.11 I 문화부 기자
폭탄 하나에 산산조각난 월가
  • 폭탄 하나에 산산조각난 월가
  •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월가가 폭발했다. 1920년 9월16일 정오 미국 뉴욕 심장부에서 벌어진 일이다. 마차에 실려 있던 270kg짜리 폭탄 하나가 순식간에 월스트리트를 무너뜨렸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오직 딱 한 단어만이 그러한 행위의 범인을 묘사할 수 있었다. 테러리스트.” 여전히 미제로 남아 있는 미국 역사상 첫 테러에 인문학적 상상력을 보탠 팩션이다. 30여명이 사망한 이 사건을 예일대 법대 교수인 저자가 재구성했다.  미스터리 장르의 한 줄기를 거머쥐게 된 그의 전작 `살인의 해석`에 등장했던 인물들은 다시 생명력을 얻었다. 스트래섬 영거 박사와 지미 리틀모어 형사가 나서 폭탄 테러사건에 숨어 있는 인간의 탐욕과 파괴본능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폭탄 사건과 때를 맞춘 것은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공표한 그의 마지막 학설 `죽음본능`이다. 1차대전에서 촉발된 전후 트라우마에 프로이트는 인간 본능의 핵심은 생의 본능이 아니라 죽음의 본능이라 결론을 내렸다. “과학에선 선과 악이 없어. 죽음본능은 우리 생물학의 일부일세. 우리 세포 하나하나는 정해진 시간이 되면 자기 파괴를 초래하네.” 실제의 뼈대에 허구의 살이 제대로 붙었다. 20세기 초 미국의 풍경에 촘촘히 배치된 인물들에 대한 밀도 있는 해석까지, 완성도 높은 과학·심리극이 꾸려졌다.
2011.07.09 I 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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