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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기자칼럼] 관료 무기력증
- [이데일리 송길호 금융전문기자] 경제정책은 정치과정의 일환이다. 정치적 이념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경제정책은 없다. 그러나 이상(理想)에 지나치게 치우친 정책은 교조화되게 마련이다. 정치공학적 의도가 내재되면 대중영합적으로 변질된다. 도그마(dogma)가 된 정책, 포퓰리즘적 정책을 현실에 맞게 유연히 보정하는 일, 바로 관료들의 몫이다. 이상과 현실이 조화될때 정책은 현장을 파고든다. “기계적인 집행자 같다” 한 전직 경제관료는 사석에서 후배 관료들을 이렇게 묘사했다. 청와대 지침에 따라 이 눈치 저 눈치보며 단순 기술자처럼 정책을 만들 뿐 주도적으로 의견을 내고 관철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관료집단에 대한 청와대의 정책 관여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요즘 그 정도가 부쩍 심해진 것 같다.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관료들을 철저히 다그치는 게 잘하는 일이라고 참모진 스스로 착각하는 듯하다. 물론 근저에는 엘리트 관료집단에 대한 불신도 자리잡고 있다. 대선캠프 출신의 비주류 경제학자나 시민운동가들이 대거 정책 포스트에 중용된 건 이 같은 인식을 투영한다.당연히 관료사회의 무기력증은 심화되고 있다. 청와대 코드맞추기에 급급할 뿐, 운신 폭은 좁아지고 보신과 안일 복지부동은 점점 확산된다. 어쩌면 관료들도 굳이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은 없다. 정책의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일단 윗선 뜻을 고분 고분 따르는 게 최선의 생존전략일지 모른다.문제는 이 과정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정책들이 난무한다는 점이다. 이해관계자들의 복잡한 유인체계를 고려하지 않은 단선적 정책, 장기적 파장까지 면밀히 계산하지 않은 즉흥적 대책들이 경제현실을 왜곡한다. 고용감소의 역설에 직면한 최저임금 파격 인상, 약자의 처지를 되레 악화시키는 비정규직 제로정책, 투기광풍을 부채질한 오락가락 가상화폐 대책, 여기에 중소기업 신입사원 1000만원 보너스 정책까지…. 모두 눈 앞의 정책목적에만 급급, 무리하게 밀어붙인 청와대 참모진과 정책 하청업자로 전락한 관료들간 합작품이다.모든 정책은 비용을 수반한다. 선의(善意)로 출발하지만 의도치 않은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 이를 예견하고 실질적인 해법을 마련하는 건 오롯이 전문관료들의 역할이다. 정책의 품질, 정책의 성패는 관료집단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이를 ‘선택과 책임의 일치’라고 표현했다. 일을 추진하는 관료 스스로 결단을 내리고 책임 질 수 있어야 정책에 탄력이 붙는다는 거다. 청와대는 큰 방향만 정한 후 완급만 조절한 채 거의 간섭하지 않고 맡겨야 관료집단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정책환경은 조성되는 법이다. 불행히도 문재인정부 청와대와 관료들간 심리적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청와대의 깨알같은 간섭에 관료들은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는 이념의 푯대를 향해 ‘돌격 앞으로’를 외치지만 관료집단은 저 멀리 ‘헉헉’ 달리며 책임만 떠안는 모습이다. 관료사회의 우울한 자화상, 그에 따라 파생되는 정책실패의 모든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 [지질여행①] 바람과 시간이 빚은 푸른 땅
- 장엄한 주왕산 용추협곡위풍당당한 자태로 눈길을 사로잡는 주왕산 기암단애신비한 하얀색의 돌들이 장관을 이루는 백석탄[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4월, 청송(靑松)은 푸르다 못해 눈부시다. 천혜의 자연 속에 원시의 비경이 있는 주왕산과 주산지, 신성계곡 등으로 청송은 가족 여행에 최적화된 땅이다. 2017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면서 청송은 지질 관광의 선두 주자로 떠올랐다. 발길 닿는 곳마다 장엄한 협곡과 암석의 역동적인 등장에 수려한 자연경관까지, 청송 지질 탐험은 감동의 파노라마다. 청송의 대표적인 지질공원인 주왕계곡 지질탐방로는 주왕산국립공원에서 시작한다. 대전사 앞에서 바라보는 주왕산의 첫인상은 우뚝 솟은 기암 단애다. 중생대 백악기에 화산이 아홉 번 넘게 폭발했는데, 뜨거운 화산재가 쌓이며 굳은 용결 응회암이 기암 단애를 형성했다. 하늘로 향한 손 모양 기암 단애는 관광객에게 환영하는 인사처럼 반갑다.국립공원은 지형에 따라 정기적으로 위험도 점검을 위해 균열측정기를 설치해놓는다◇감동의 파노라마 ‘주왕계곡 지질탐방로’청송군 전역(845.71㎢)이 유네스코 지질공원이라고 할 만큼 드넓은 지질탐방로는 크게 세 코스로 나뉜다. 국립공원 주왕계곡 지질탐방로(4.5km), 신성계곡 녹색길 지질탐방로(12.4km), 청송자연휴양림 지질탐방로(5.5km)다. 지질공원 해설사와 함께하면 교과서보다 이해하기 쉽고 흥미로운 설명으로 지루할 틈이 없다. 청송 지질 탐방을 계획할 때는 청송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 홈페이지에서 해설사 예약이 필수다.백학과 청학이 살아 청학동으로 불렸다는 용추협곡은 주왕산에서 가장 압도적인 절경을 보여준다. 백학과 청학이 평화롭게 살던 학소대는 포수에게 백학이 잡힌 뒤에도 청학이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떠돌았다는 애잔한 사연이 있다. 떡을 찌는 시루처럼 보이는 시루봉은 각도에 따라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옛이야기를 듣다 보면 슬렁슬렁 느려지는 걸음에 몸도 마음도 한 템포 쉬어 간다. 백학과 청학이 살아 청학동으로 불렸다는 용추협곡의 아찔한 풍경용추협곡은 자하성에서 용추폭포까지 주방천을 따라 이어지는 약 1km 계곡이다. 가파른 기암괴석과 단애가 발달하여 화려한 산세를 자랑하며, 연화봉과 병풍바위, 망월대, 급수대, 학소대, 신선대, 촛대봉, 관음봉, 시루봉 등 수직 절벽이 아찔한 비경을 보여준다. 학소대 앞 학소교부터 용추폭포까지 100여 m는 데크가 설치되어 유모차를 밀고도 갈 수 있다. 신성계곡 녹색길 지질탐방로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방호정을 만난다. 조선 중기 학자 조준도가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달랬다는 정자다. 약 1억 년 전에 만들어진 퇴적암 위로 길안천이 흐르고, 수평으로 쌓인 퇴적암은 지층이 융기하며 기울어졌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소나무 숲과 정자가 한 폭의 동양화처럼 어우러진다. 계곡 하류 지역은 기암절벽과 울창한 소나무 숲, 맑은 물과 자갈밭, 야영장이 있어 가족 휴양지로 사랑받는다.신성계곡 녹색길 지질탐방로에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신성리 공룡 발자국 화석이다. 1억 년 전 백악기를 누빈 공룡 발자국 화석으로, 단일 지층면에서 발견된 국내 최대 규모다. 백악기 퇴적암에 새겨진 초식 공룡 용각류와 조각류, 육식 공룡 수각류의 발자국을 찾다 보면 영화 〈쥬라기공원〉에서 질주하던 공룡들이 떠오른다. 지질탐방로를 걷다 만나는 화석 발굴 체험장도 인기 만점이다. 공룡 알 모형 속에 들어가 기념사진을 찍고, 흙에 묻힌 공룡 화석 발굴 체험도 할 수 있다. 체험장에서 공룡 모형과 공룡 발자국 모양을 비교한 뒤 400여 개 공룡 발자국을 찾으면 신기하게 더 잘 보인다.신성계곡 녹색길 지질탐방로의 절경 중 하나인 만안자암 단애는 길안천을 따라 붉은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1억 2000만 년 전 백악기 퇴적암으로, 오랜 풍화와 침식을 겪으며 아름다운 절벽이 되었다. 길안천 맑은 냇물에서 다슬기를 잡고 울창한 숲에서 생태 체험을 할 수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하얀 돌이 반짝거리는 개울’이란 뜻이 있는 백석탄(白石灘)은 신비한 하얀색 돌이 모여 장관이다. 백석탄에 생긴 포트홀(돌개구멍)은 계곡의 흐름에 따라 오랫동안 풍화·침식되어 암반에 생긴 작은 항아리 모양의 구멍이다. 백석탄 하부에서 이암편, 사층리, 생흔 화석 등 수많은 퇴적 구조가 발견되는 자연 학습장을 만난다.마그마가 가장 느리게 냉각될때 생기는 목단꽃무늬의 꽃돌◇돌꽃·객주문학관·달기약수탕 등 청송의 볼거리청송꽃돌이라 불리는 구과상 유문암은 5000만 년 전 지층의 약한 부분을 뚫고 유문암질마그마가 들어가 생성된 것으로, 세계적으로도 매우 희귀한 지질자원이다. 구과상 조직의 형태에 따라 민들레, 국화, 해바라기, 장미, 모란 등 신비하고 아름다운 꽃 모양이 나타난다. 꽃돌과 수석 900여 점을 전시하는 청송군수석꽃돌박물관은 주왕산관광단지에 있다. 객주문학관은 김주영의 소설 《객주》를 만나는 곳이다. 《객주》는 1878~1885년 조선 팔도를 누빈 보부상의 삶과 활약상을 생생하게 그린 작품으로, 객주문학관에서 작가의 집필 배경과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전국 오일장을 떠돌며 쓴 원고 일부와 취재 카메라도 전시된다. 대학 노트에 깨알 같은 글씨로 빽빽하게 적은 육필 원고를 보면 작가의 열정과 노고에 경외감이 든다. 청송읍 부곡리에는 사계절 탄산수가 샘솟는 달기약수탕이 있다. 지질 명소로 지정된 달기약수탕은 130여 년을 이어온 원탕 약수의 성분이 우수하고 맛이 진하다. 달기약수탕 주변에는 달기약수로 토종닭백숙을 내는 식당이 늘어섰다. 진보면 ‘신촌약수탕’의 달기백숙이 유명하다. 산삼 배양근을 푸짐하게 올린 ‘신촌명궁약수가든’의 누룽지백숙과 닭불고기, 닭날개구이 세트는 온 가족 보양식으로 제격이다. 청송 지질 여행은 트레킹 코스부터 숙소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추천할 만한 숙소도 퇴적암층을 볼 수 있는 지질 명소 청송자연휴양림, 한옥의 정취가 그윽한 송소고택과 청송민예촌, 지질탐방로를 걷고 뜨거운 온천수에 여독을 푸는 주왕산온천관광호텔과 새롭게 문을 연 대명리조트 청송 등 다양하다. 주왕산온천관광호텔에 있는 청송솔기온천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지하 700m에서 용출되는 알칼리성 온천수로 지역민의 사랑을 받아온 곳이다. 경북 민속자료 제63호인 송소고택◇여행메모▷당일 여행 코스= 국립공원 주왕계곡 지질탐방로→주산지→청송군수석꽃돌박물관→신촌약수탕 ▷1박 2일 여행 코스= 국립공원 주왕계곡 지질탐방로→주산지→신촌약수탕→청송솔기온천→숙박→신성계곡 녹색길 지질탐방로→청송군수석꽃돌박물관→달기약수탕→객주문학관 △가는길= 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당진영덕고속도로→청송 IC→주왕산로→주왕산국립공원△주변 볼거리= 송소고택, 청송백자전시관, 군립청송야송미술관, 태행산꽃돌생태탐방로
- [카드뉴스]여유를 가져라…'오늘의 운세'
- [이데일리 그래픽 정은주] 2018년 3월 23일 오늘의 운세입니다.△물병자리 : 당신 주변의 상황들이 굉장히 빠르게 흘러갈 수 있는 날입니다. 이럴 때는 그러한 흐름을 잘 타야 하며, 페이스를 잘 조절해야 합니다. 잘못 휩쓸리면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결과와 직면하게 될 수 있습니다.△물고기자리 :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갑작스러운 반전을 경험할 수 있는 날입니다. 이러한 반전이 급작스러울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의 선회이니 적응해야만 합니다.△양자리 :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우게 되는 날입니다.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고, 생전 처음 가보는 곳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당황하지 말고 이러한 것들을 즐길 수 있어야 행운이 따릅니다.△황소자리 : 그간 다툼이 있었다면 이제 급격한 화해무드가 조성될 것입니다. 멀어졌던 친구나 소원했던 가족들과 다시 잘 지내게 될 수도 있고, 직장에서도 선후배들과 급격하게 사이가 좋아지게 됩니다.△쌍둥이자리 : 이런저런 일로 바빠 여유를 부릴 틈이 없습니다. 차근차근 정리를 해나가야 합니다. 매일매일 할 일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그 리스트를 체크해가는 것이 좋습니다. 시간이 없다면 중요한 일에만 집중하도록 하세요.△게자리 : 많은 행운이 있고, 당신이 발전하게 되는 날입니다. 다만 사소한 일에 집착하지 말고 여유를 가질 때 이러한 행운과 발전이 따르게 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세요.△사자자리 : 사람들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 날입니다. 친구들, 가족들, 직장동료들에게 되도록 좋은 말만 하도록 애쓰세요. 그들로 인하여 피해를 볼 수도 있고 그들을 통하여 이득을 볼 수도 있는 날입니다.△처녀자리 : 당신의 사고방식에 변화가 생기는 날입니다. 지금까지 당신이 고수하던 원칙을 깨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거부하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이해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천칭자리 : 많은 일들 때문에 쌓였던 스트레스가 풀어지는 날입니다. 사람들과의 만남도 좋고, 운동도 좋습니다.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하면 행운이 따르는 하루가 될 것입니다.△전갈자리 : 자신이 생각하기에 조금 어른스러워졌다고 느끼게 되는 날입니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것이나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어떤 깨달음을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성숙함이 자신을 돋보이게 만들게 될 것입니다.△사수자리 : 마음속에 그득하던 그리움과 우울 그리고 불안감이 해소되는 날입니다. 특별한 만남이 생길 수 있는 날이며, 이를 통해 당신의 삶은 일보 전진하게 될 것입니다.△염소자리 : 겉모습에 유난히 신경이 쓰이는 날입니다. 당신과 가까운 사람들이 이에 대해 지적을 하기도 하지만 고쳐지지 않네요. 너무 화려하게 당신을 치장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합니다.
- 러스트벨트 보는 트럼프 '약달러' 베팅…美 제조업 회복약 될까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대통령에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지난해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벽 3시 자신의 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곤 다짜고짜 ‘강한 달러가 좋은 거냐, 약한 달러가 좋은 거냐’고 물었다. 하필 전화를 받은 상대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던 마이클 플린이었다. 군인 출신의 군사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무척 당황했다. 그리곤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저는 잘 모르니, 경제학자에게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맨큐의 경제학’으로 유명한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다른 건 몰라도 (잘 모른다는) 플린의 답이 아주 훌륭했다”면서 “강달러냐 약달러냐는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이득을 주면 다른 누군가가 손해를 입는 문제”라고 말했다.◇“강달러냐 약달러냐는 좋고 나쁨 문제 아냐”맨큐 교수의 말처럼 통화 가치의 문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강한 달러는 전 세계 기축통화로의 달러의 지위를 공고하게 만드는 힘이다. 가격이 불안하면 안정적인 통화가 될 수 없다. 빚으로 정부를 운영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달러 값이 받쳐줘야 채권을 발행하기도 쉽다.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어야, 달러채권을 팔아 해외에서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면 미국의 수출기업은 곤혹스럽다. 달러 가치가 낮아져야 해외에 싼값에 팔 수 있고, 같은 가격에 수출해도 달러로 바꿨을 때 수출기업의 이익이 많아진다. 달러의 상대적인 가치가 떨어져야 사업환경이 좋아진다. 그래서 미국은 강한 달러와 약한 달러를 동시에 원하는 모순적인 위치에 있다. 새벽 3시에 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에는 달러 방향에 대한 그의 고민이 묻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새 방향은 달러화 약세로 뚜렷해졌다. 미국의 곳간을 책임지는 재무장관 스티븐 므누신이 올해 초 공개적으로 “약달러가 좋다”고 폭탄 선언하며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고, 실제로도 달러는 가파른 속도로 떨어졌다. 주요 6개국 통화와 비교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기준금리 인상에도 지난해 10.33% 하락했다. 14년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노골적인 달러화 약세 정책은 여전하다. 백악관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새로 지명된 래리 커들로도 최근 달러 약세를 용인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달러인덱스의 90 언저리를 가리키며 “난 이 정도가 좋다”고 말했다. 이미 작년보다 10% 이상 떨어진 달러 가치를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말이다. 그가 말하는 “안정적이고 강한 달러”는 지금 수준에서 더 값이 올라가지 않고 계속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백악관 NEC 위원장 “약달러, 이 정도가 좋아”트럼프 대통령이 달러화 약세를 밀어붙이지만, 생각보다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수출 상품의 경우 저가품이 아니고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낮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달러화 약세는 미국의 수입 가격을 높이지만, 마땅한 대체 미국 제품이 없으면 수입 감소 효과가 크지 않다. 결국 달러 약세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더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달러화 약세 속에서도 지난해 미국의 무역적자는 작년보다 10% 이상 늘어났다. 달러화 약세가 곧바로 무역적자 감소로 이어지는 건 아닌 셈이다. 홍익희 세종대 교수는 “미국의 제조업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10% 남짓한 국가여서 환율이 미국 상품의 수출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력은 극히 제한적”이라며 “환율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크게 호전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위적인 달러화 약세는 주변국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통화정책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기로 한 지난해 10월 국제사회 합의를 깨고 있다”고 대놓고 불만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효과도 미비하고 통화 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달러화 약세에 기대는 이유는 정치적 효과 때문이다. 쇠락한 미국의 제조업 지역인 ‘러스트벨트(Rust belt)’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다. 러스트 벨트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남들이 뭐라 건 트럼프 대통령에겐 러스트벨트가 정책의 최우선 고려대상이다. 가뜩이나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인 코너에 몰려 있다. 지지율은 답보 상태고, 여당인 공화당의 지지율은 민주당과의 격차가 두 자릿수 격차로 뒤쳐졌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연방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직접 유세에 나서며 지원했지만, 공화당은 또 패배했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0%포인트의 표차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던 대표적인 러스트벨트 지역에서의 패배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강한 걸 내놓아야 할 판이다. 그는 지난 8일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자리에도 러스트벨트 철강 근로자들을 초청했다. 작업모를 쓴 이들을 병풍 삼아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약속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달러화 약세는 그들에게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