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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택 "총선으로 두개의 권력 탄생…尹, 노태우식 협치 배워야"[만났습니다①]
- [이데일리 김기덕 이수빈 기자] “그동안 여소야대는 (야당이) 견제하고 비판하는 수준이었다면, 이번에는 (야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통제할 수 있는 전혀 다른 개념의 여소야대 지형이다. 이런 정치 체제가 잘못 작동하면 대통령제의 최악의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가 작동할 수 있는 협치 모델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지난번 21대 국회는 여당(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대통령이 바뀌며 여소야대 상황이 벌어졌지만, 최근 선거를 통해 별개의 (윤석열 정부와 거대 야당이라는) 두 개의 권력이 만들어졌다”며 “대통령과 국회가 계속 싸우고 반목하면 남은 기간 양쪽 모두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젠 정말로 타협과 절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지난달 29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이데일리 기자)강 교수는 과거 노태우 정부의 협치 모델을 본받을만한 사례로 꼽았다. 민주화 이후 첫 여소야대를 경험했던 노 전 대통령은 거대 야당을 이끄는 DJ(김대중)·YS(김영삼)·JP(김종필)를 수시로 만나 남북 기본 합의서를 이끌어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야3당이 의회에서 통과시킨 지방자치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이후 집권여당인 민정당이 야당과 타협안을 만들어 결국 4개 당의 합의로 관련 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강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은 야당을 자주 만나 최대한 수용하고 타협하면서 정치가 작동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며 “앞으로 서로가 일방적으로 하기보단 난제가 있을 땐 해결할 부분을 서로 조정하거나 타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지나치게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 구조를 바꿀 수 있도록 개헌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총선 이후 윤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를 이유로 망설이고 있는 총리 인선 문제를 의회가 추천하도록 책임을 넘겨 독자성 있는 총리를 선출하자는 논리다. 강 교수는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는 방식이면 국회에 총리에 대한 책임성이 부여되고, 총리는 내각에 대해 일정한 자율·독자성이 생기면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개헌을 통해) 행정부에 집중된 예산 편성 시스템도 손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강 교수와 일문일답이다. -총선이 끝나고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첫 회담을 진행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일이 어렵게 꼬였다. 윤 대통령이 앞으로 이재명 대표를 국정운영 파트너로 인정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앞으로 두 사람이 자주 만나면서 국정 운영과 관련해 큰 그림을 풀어내는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2년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지난 2년 동안의 평가가 이번 총선에서 드러났다. 2년 전 윤석열 후보에게 기대를 걸고 표를 던진 사람들이 10% 이상, 상당수 많은 숫자가 이탈했다. 윤 대통령은 본인이 대통령이 됐는데 여전히 정치인이란 생각은 안 했다. (대선 득표율 격차인) 0.73%포인트로 당선된 것은 국민 중 절반이 나를 찍지 않았다는 의미인데 그 절반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앞으로 윤 대통령이 바뀔 것 같나. △이제는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기 때문에 그래야만 한다. 이젠 주요 참모들과 소통하고 경청을 해야 한다. -총리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 야당 동의나 추천을 받는 방안은 어떤가. △야당이 어떤 인물을 추천할 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 다만 야당과 합의 과정으로 총리가 선출한다고 해도 국정 기조나 대통령과 생각이 너무 다른 사람이 총리가 되면 총리가 허수아비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 -책임총리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지금으로선 어렵다. 현재와 같은 대통령이 인사권자인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미국식 부통령제를 도입하는 방안은 어떤가.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이 권한을 나누고 싶어하지도 않고, 부통령을 원하는 사람도 없어 쉽지 않다. 만약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민심은 다 부통령에게 간다. 그럼 대통령과 부통령 간 갈등도 생길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와 같이 윤석열 정부가 이재명 대표에게 대연정을 제안한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외교, 국방 등의 권한만 갖는 프랑스식 동거정부 같은 형태를 생각한 것 같다. 당시엔 명분이 있었지만 현 정부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연정을 하려면 민주당도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데 현재와 같이 경제가 어렵고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 -현 정부가 3대 개혁(노동·연금·교육)을 내세우고 있다. △개혁은 국회에서 힘이 뒷받침될 수 있을 때 통솔력 있게 끌고 갈 수 있다. 지금은 여소야대 상황이라 쉽지 않다. 대체로 개혁은 기득권에 손을 대는 것이기 때문에 큰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그걸 끌고 나갈 강한 힘이 없으니 힘든 상황이다. -의료 개혁은 어떻게 풀어야 하나. △처음 의대 증원 2000명 얘기했을 때 (반대 의견에 대해) 다른 대안을 얘기하거나 또는 여론을 믿고 강하게 가면서 문제를 풀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용산 대통령실이 끌려다니는 느낌이 드니깐 오히려 의사들이 더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이다. 이건 갈등 해결 역량의 문제인데 실력이 없다고 보면 된다. -이제 2년 뒤 지방선거, 3년 뒤에는 대선을 앞두고 있다.△지방선거는 사실상 대선의 전초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 그때는 윤 대통령이 평가 대상이 되지 않을 거다. 이재명 대표와 미래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사람을 보고 투표를 할 거다. -앞으로 보수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지. △위기 의식을 가져야 한다. 지금의 보수는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과 같은 옛날 얘기만 한다. 당장 국민들의 삶에 대한 얘기가 없다. 총선도 결국 국민의힘은 영남당, 노인당, 부자당으로 인식됐는데 이런 사람들은 소수다. 이런 이미지가 고착되면 외연 확장을 할 수 없다.-극한 대립의 여야 구도가 계속되면서 정치 혐오층이 많아지고 있다. 22대 국회의 역할은. △여권과 야권의 리더인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여기서 타협적이고 조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지도자들은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권도 중도를 향해 뻗는 경쟁을 해야 한다. 의회에 좀 더 건강한 다당제 형태가 나타날 필요가 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지난달 29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이데일리 기자)
- “韓 금리인하 시기, 美경제지표에 달렸다”
-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최근 ‘3고(고금리 장기화·고유가·고환율)’ 현상이 이어지면서 국내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강달러 정책 기조가 큰 원인인데 2년 뒤쯤에는 미국이 약달러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 우리나라 금리 상황에도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신임 소장은 8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얘기가 연초부터 계속 나왔지만 지연되고 있고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경제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하반기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에 미국 경제가 매우 좋은 게 변수다”고 밝혔다.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사진=정병묵 기자)정 소장은 성균관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금융연구원(KIF) 연구원, 광운대 겸임교수를 거쳐 2004년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입사했다. 금융산업팀장과 연구기획분석실장을 거쳐 지난해 12월 연구소장으로 부임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일반산업, 금융산업뿐만 아니라 금융소비자분석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연구 분야를 다루고 있는 민간 최대 종합연구소다. ◇“美 금리 인하 시기 촉각…금리 내려야 강달러 꺾일 듯”정 소장은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고용지표 등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바이든 정부가 이민 정책을 완화하면서 저임금 직업이 많이 생겼고 막대한 소비가 일어났다”며 “또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시행으로 투자가 엄청나게 들어왔기 때문에 미국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이것이 금리 인하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그는 “그런데 막대한 투자로 지금 공장을 짓고 있고 2년 뒤쯤 본격 생산을 하게 되면 일부 내수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수출용으로 활용할 것이다”라며 “그렇게 되면 분명히 약달러 정책을 쓸 텐데, 장기적으론 미국 금리도 이와 연동해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정 소장은 “어쨌든 당분간은 고환율도 결국 금리랑 연동하는 것인데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 때문에 세계 강달러 현상이 계속되고 있고 미국과 금리 차가 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며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터치하고 1300원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는데 미국이 만약 9월에 금리를 인하한다면 일단 달러 강세가 다소 꺾이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태영건설 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정리에 대해서는 우량 사업장들을 중심으로 선별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 소장은 “부동산 PF가 은행 쪽은 상황이 괜찮은데 비은행권이 문제다”며 “이제 하반기부터는 일시적인 유동성에 처해 있는 우량한 사업장을 민간에서 흡수할 수 있도록 하고 좀 취약한 사업장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고 했다.◇인구위기 심각…이민 정책 변화 통해 풀어야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사진=정병묵 기자)정 소장이 요새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인구감소와 그에 따른 부동산 시장 상황 변화다. 경제성장률이 완만해지고 출생률이 1% 밑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이 수도권 중심으로 집중될 것으로 예측했다. 정 소장은 “전체 인구가 줄면서 서울 인구도 줄어들 수 있겠지만 직장과 교육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에는 주택 수요가 계속 있을 수밖에 없다”며 “다만 예전 국민 평형이 30~40평대였으면 이제는 핵가족화하면서 한 25평 정도가 국민 평형이 되는 변화는 있을 것이다”고 언급했다.이어 “지방 미분양이 쌓이면서 주택 구매 수요가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다”며 “지방 부동산 가격은 하락세가 예상되지만 서울, 수도권 쪽은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그는 획기적인 이민 정책 변화를 통해 고령화와 저출생 문제를 풀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 감소가 종국에는 집값 하락과 국민연금 고갈 등 여러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소장은 “선진국은 이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데 시간이 매우 오래 걸렸는데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한국은 거의 20~30년 만에 고령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 왔다”며 “세 나라 모두 각각 단일 민족성향이 크기 때문인데 이민자에 대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정 소장은 “지금 출생률을 더 올리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이민 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인구 감소를 겪는 여러 국가도 적극적인 이민자 수용 정책으로 저출생, 고령화 문제를 풀었다”며 “일시적 지원금은 임시방편인 것 같고 지금부터 단계적으로 준비해 나가야 노동, 국민연금 등 우리 사회에 당면한 각종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고 부연했다.
- 절반으로 갈린 의료개혁…증원 강행 vs 원점 재검토 '팽팽'
-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찬반 의견이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중도층에서는 ‘현 정부의 방침대로 의대 증원을 고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반면 진보 지지층에서는 ‘의료 개혁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많았다. 8일 이데일리가 여론조사기관 피앰아이(PMI)에 의뢰해 전국 거주 만 20~65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진행한 결과, 현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을 ‘끝까지 밀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 50.6%로 집계됐다. 이는 의료계 의견대로 ‘원점 재검토가 필요하다’(49.4%)는 의견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높은 수준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앞서 지난 2월 보건복지부가 의대 2000명 증원을 발표한 이후 의정 갈등이 3개월 넘게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일부 의대의 자율 감축안을 허용하면서 내년도 의과대학 모집 정원은 당초 2000명에서 15000여명으로 줄어들게 됐지만, 의사단체는 여전히 원점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의대 교수들이 이달 중순 이후로 집단 휴진을 예고하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현 정부의 의료개혁을 지지하는 연령층은 60~65세(64.4%), 40대(53.7%)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나머지 연령대에서는 20대(52.5%), 30대(55.5%), 50대(53.5%)에서 의료계 주장대로 정책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세부적으로 현 정부의 의료개혁 지지층은 60~65세 남성(66.7%), 60~65세 여성(62.2%), 40대 남성(56.0%), 50대 남성(54.6%), 40대 여성(51.4%) 등의 순이었다. 원점 재검토 의견은 50대 여성(61.4%), 30대 여성(59.3%), 20대 여성(52.0%), 20대 남성(53.8%), 20대 여성(52.0%) 등으로 젊은 층과 여성을 중심으로 의료계 주장을 더 많이 지지했다. 지역별로는 인천(58.3%), 부산(57.1%), 강원(55.6%), 경북(53.3%) 등에서 의대 증원 방침에 찬성하는 의견을 보였다. 이들 지역은 인천을 제외하고 대부분 보수 정당 지지층이 높은 지역에 속한다. 수도권에 속한 서울, 경기는 각각 50.8%, 52.9%로 근소하게 의료 개혁에 찬성하는 의견을 보였다. 반면 의대 증원 방안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은 지역은 전남(75.0%), 광주(64.3%), 울산(59.1%), 대전(56.7%) 등으로 진보 정당을 지지하는 지역이 많았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 지지층은 10명 중 6명에 해당하는 64.7%가 의료개혁 재검토를 지지했다. 반면 보수(69.2%)와 중도(53.4%)는 상대적으로 현 정부의 의대 증원을 찬성하는 의견이 더 많았다. 이념 성향이 없는 무당층에서는 원점재검토(70.1%) 의견이 현 정부 정책(29.9%)를 지지하는 비율보다 더 많았다. 한편 이번 조사는 4월 30일부터 5일 5일까지 온라인 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응답률은 28.9%(3459명 중 10000명)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 의대증원 ‘회의록’ 공방…변수될까 '촉각'
-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의-정 갈등이 회의록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논의하면서 회의록을 남기지 않았다고 전공의 등 의사단체가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논란이 의대 증원의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8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문제 삼은 회의록은 크게 4가지다. 지난 2월 증원을 심의한 보건의료정책심의회와 산하 의사인력 전문위원회, 의료현안협의체와 교육부의 의대 정원 배정위원회다.복지부는 앞서 2000명 증원 규모를 결정한 보정심과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록이 있는지를 두고 번복을 거듭하다 전날 “회의록을 작성·보관하고 있다”면서 회의록을 법원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의대 증원분의 대학별 배분을 결정한 ‘배정위원회’ 회의록 제출 여부를 밝힐 수 없다면서도 해당 회의록은 ‘요약본’으로만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배정위원회는 ‘비법정위원회’, 즉 법에 근거를 둔 회의체가 아니기 때문에 회의록을 작성할 법적 의무도 없다는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첨단, 보건 등 정원 관련 위원회는 비법정위원회로 별도의 회의록 작성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히포크라태스 동상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공공관리기록물에 관한 시행령(제18조 제2항)은 회의록에 회의의 명칭, 개최기관, 일시 및 장소, 참석자 및 배석자 명단, 진행 순서, 상정 안건, 발언 요지, 결정 사항 및 표결 내용에 관한 사항이 포함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모두 충족하는 회의록 작성은 없었다는 뜻이다. 복지부 역시 대한의사협회가 함께 한 의료현안협의체는 법적 협의체가 아니라 양측 협의로 녹취와 속기록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의료계는 즉각 공세에 나섰다. 이들 주장은 회의록 작성 의무가 없다는 정부 입장이 현행 공공물기록관리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조석주 부산의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일본의 소방 및 후생노동성의 자료의 경우 회의의 이름을 검색하면 홈페이지에 들어갈 필요도 없이 회의자료와 의사록 즉 회의발언록을 내려받을 수 있는 점을 예로 들었다. 조 교수는 “회의록은 트집을 잡히지 않기 위해 작성을 기피하고 감춰야 하는 것이 아니다”며 “회의자료와 회의록의 적극적 공개가 사회 갈등을 줄이는 가장 좋은 수단 임을 우리는 여러 선진국의 예에서 배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오는 10일까지 각 부처에 관련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 이 자료를 검토해 이르면 다음주 항고심 결정을 낼 예정이다. 법원은 또 결정 전까지 각 대학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의대 증원을 반영해 제출한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승인하지 말라고도 요청했다. 만약 법원이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승인할 경우 각 의대는 증원 없이 올해와 같은 규모로 신입생을 선발하게 된다. 한편 의정 갈등이 잇따른 소송전으로 번지고 있다. 전날 복지부 장·차관과 교육부 장·차관 등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데 이어 이날 사직전공의 907명은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행정소송 및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사직 전공의 1050여명은 이번 주 또 다른 보건복지부의 행정명령인 ‘업무개시명령’과 ‘진료유지명령’에 대해서도 행정소송 및 행정심판을 제기할 예정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집단으로 비우는 불법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 대상의 고소·고발과 소송이 난무한 지금의 모순된 상황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의료 공백 문제를 해소하고 병원의 운영 상황이 회복될 수 있도록 전공의들은 조속히 집단 행동을 중단하고 의료 현장으로 돌아와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 한은 "지구온난화, 시장메커니즘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
-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지구온난화 문제는 ‘시장메커니즘’으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 전제로 환경세(탄소배출권), 기후 관련 공시 의무화, 글로벌 기후클럽 조성 등 글로벌 대응 차원의 해결책이 적절하게 시행돼야 한다는 조건이 따랐다.(사진=픽사베이)◇“환경문제, 시장실패 영역”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나승호 한은 지속가능성장실장은 최근 한은소식지에 담긴 칼럼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나 실장은 환경문제가 경제학에서 시장메커니즘이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하는 데 실패하는 소위 ‘시장실패’의 영역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실패의 대표적 사례인 △외부성 △정보의 비대칭성 △공공재 문제에 환경문제가 모두 해당한다는 근거에서다.그는 온실가스 배출이 ‘외부성’을 발생시킨다고 봤다. 온실가스는 시장에 맡겨둘 경우 그 피해는 사회 전체가 부담하는 반면, 발생주체가 어떤 부담도 지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인 적정량보다 과도하게 생산된다. 이를 ‘부정적 외부성’이 발생했다고 하는데, 효율적인 자원배분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이에 사회 부담을 개인의 부담으로 전환하는 탄소배출권제도가 나왔다. 탄소배출권 구입비용보다 온실가스 저감장치 설치비용이 낮다면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저감장치를 설치할 것이란 판단에서다.나 실장에 따르면 탄소배출권 제도가 발생하려면 각 기업이 방출하는 온실가스량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기업들은 배출량을 과소보고해 비용을 줄이려는 유인이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장치로 ‘기후관련 공시제도’가 제시됐다. 현재 유럽연합(EU)는 내년부터, 미국은 2026년부터 상장대기업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기후관련 공시제도 적용이 시행될 전망이다.또한 나 실장은 ‘좋은 기후’는 ‘공공재’ 성격이 있다고 언급했다. 공공재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기에 시장에 맡겨두면 적정량보다 과소생산되는 측면이 있다. 이에 윌리엄 노드하우스 미국 예일대 교수는 글로벌 기후클럽을 주장했다. 클럽멤버들의 지역에 대한 비가입 멤버의 수출에 관세 형태로 벌금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나 실장은 “EU가 2026년부터 본격 시행하려고 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EU 내에서만이라도 구현해 보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국내 한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韓, 2026년 이후 공시 도입나 실장은 지구온난화는 한국경제가 넘어야할 하나의 장벽이라고 짚었다. 그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위기는 음모론이든 과학자들의 섣부른 가설이든 선진국의 무역장벽 핑계이든지 상관없이 이미 글로벌 차원의 대응이 시작된 문제”라며 “주요 선진국들은 최대한 시장메커니즘에 따른 해결책을 모색해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는데, 이 제도들은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경제적 장벽”이라고 지적했다.지속가능성장실에 따르면 우리나라 역시 ‘글로벌 트렌드’를 따르고 있다.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는 지난달 30일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초안을 공개하고 의견조회에 착수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발표한 공시 기준을 국내 설정에 맞게 재구성, 정보 가치가 높은 사항에 대해 선택적으로 공시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다. 금융위원회는 작년 10월 지속가능성 공시 도입시기를 2026년 이후로 잡았다.탄소배출권은 환경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정부는 작년 9월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 활성화 방안을 통해 시장 참여자 확대와 상품 다양화 등을 추진했다. 배출권 거래법 개정안이 지난 1월 국회를 통과, 내년 상반기부터 위탁매매제도를 시행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나 실장은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경제학적 관점에서 원론적으로 봤을 때 시장 실패(외부성, 공공제 등)에는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본다”며 “한은이나 정부가 개입하는 것에 대해 일반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글을 썼다”고 말했다.한편 지속가능성장실은 올 상반기 조직개편을 통해 이창용 한은 총재 직속으로 신설됐다. 지속가능성장 이슈의 실물·금융 부문에 대한 경제적 영향 분석을 강화하고 기후변화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을 구축, 위험분석 능력을 높인다는 취지다.
- 최재천 교수 "숙론 못하고 싸우는 국회의원은 직무유기"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대한민국에서 숙론은 고사하고 토론, 아니 논쟁도 제대로 못하는 가장 뒤처진 집단은 국회다.”동물학자이자 생태과학자인 최재천(70)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신간 ‘숙론’(김영사)에서 국회의원에 대해 꼬집은 내용이다. 최 교수는 책에서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집단적으로 대의를 저버린 채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상황에서도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서로에게 흠집을 내려고 말꼬투리나 잡고 고함을 지르며 정쟁을 일삼는다”고 썼다.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7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신간 ‘숙론’(김영사)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집필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영사)국회의원에 대한 최 교수의 비판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신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어졌다. 최 교수는 “국회의원은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선출직 공무원인데, 막상 만나기만 하면 서로 싸우는데 시간을 다 보내고 있다”며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부터라도 교육 과정에 ‘숙론’이 생기면 언젠가 국회도 지금보다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최 교수는 ‘통섭’,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 공생하는 사람) 등 한국 사회에 필요한 화두를 던져온 시대의 지성이다. 신간에서 꺼낸 새로운 화두는 제목과 같은 ‘숙론’(熟論)이다. 숙론은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찾는 과정이다. 최 교수가 정쟁만 일삼는 국회의원들에게 숙론이 필요함을 강조한 이유다.국회의원뿐만이 아니다. 위기에 처한 한국 사회도 숙론이 필요하다. 최 교수는 “‘미국은 재미없는 천국,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라는 표현처럼 한국은 지옥이 됐다”고 진단했다. 그 예로 광화문에서 열리는 시위를 꼽았다. 한 곳에서는 촛불을 들고, 다른 한구석에서는 태극기·성조기 등을 들 정도로 극렬하게 다른 생각이 표출되고 있어서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 갈등과 분열이 만연하다는 의미다. 최 교수는 “이제는 갈등을 밀어붙일 때가 아니다”라며 “서로 둘러앉아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에 대해, 그리고 나는 왜 이들처럼 생각해보지 않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함께 나눠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의 신간 ‘숙론’ 표지. (사진=김영사)최 교수는 9년에 걸쳐 ‘숙론’을 집필했다. 그만큼 ‘숙론’은 최 교수가 평생 고민해온 화두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유독 토론 수업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최 교수는 “한국에서 ‘토론’(discussion)은 ‘내가 옳다’, ‘당신이 틀리다’라며 싸우는 ‘언쟁’(debate)으로 오염됐다”며 “깊이 있게 생각하며 이야기하자는 의미에서 ‘숙론’(discourse)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최 교수는 숙론을 위해 토론회나 심포지엄 형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했다. 2018년 김동연 경제부총리 시절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 위원장으로 전문가 20여 명과 숙론을 한 경험을 예로 들었다. 최 교수는 “심포지엄을 할 때 저의 노하우는 오전에 발제 등을 모두 마치고 오후에는 참석자들을 동심원 형태로 배치해 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며 “결론을 꼭 도출하진 않더라도 참여자들이 각자의 생각을 공유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최 교수가 생각하는 지금 가장 숙론이 필요한 이슈는 저출생 문제다. 최 교수는 “저출생은 답이 없다. 대한민국은 지금 수렁에 빠진 상태”라며 “경제학, 인구학은 물론 정치, 행정, 교육 등의 전문가들이 모여 이야기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숙론을 통해 얻어낸 지식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도 그렇지만 소통은 원래부터 안 되는 게 정상이다. 그렇기에 더욱 더 소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소통을 위해서라도 숙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7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신간 ‘숙론’(김영사)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