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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멕시코와 WBC 2R 첫 대결...쿠바 B조 1위
  • 한국, 멕시코와 WBC 2R 첫 대결...쿠바 B조 1위
  • ▲ WBC 한국 대표팀[이데일리 SPN 김영환 인턴기자] 한국 야구 대표팀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첫 상대가 멕시코로 정해졌다. 멕시코는 13일(이하 한국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WBC B조 1,2위 결정전에서 쿠바에 16-4, 7회 콜드게임 패를 당해 조 2위로 1라운드를 마감했다. 이로써 A조 1위로 B조의 판도를 지켜보고 있던 한국의 상대로 멕시코가 낙점됐다. 3연승으로 B조 1위에 오른 쿠바는 한국에 밀려 A조 2위가 된 일본과 제 1회 WBC 결승에서 패했던 복수전을 갖는다. 한국은 우선 ‘아마최강’ 쿠바를 피하게 돼 준결승 진출에 다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와 1차전을 승리로 이끈다면, 쿠바나 일본, 혹은 멕시코와 이후 대결에서 1승만을 얻어도 4강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은 멕시코와의 좋은 기억이 있다. 1회 대회에서 멕시코와 2라운드 첫 경기를 벌여 2-1로 승리를 거뒀던 것. 한국은 이승엽의 투런 홈런과 서재응-구대성-정대현-봉중근-박찬호의 이어던지기로 멕시코의 추격을 1점으로 막아낸 바 있다.  쿠바는 이날 장단 17안타를 퍼부으며 멕시코를 대파하는 막강 전력을 과시했다. 멕시코도 3개의 홈런으로 대항했지만 모두 솔로포인 것이 아쉬웠다.쿠바는 1회말 무사 1,3루 기회에서 프레드리히 세페다가 병살타를 치며 1점만을 올린 데다 3회초 멕시코에 프레디 산도발, 오스카 로블레스의 백투백 홈런으로 역전을 허용하는 등 출발은 불안했다. 쿠바는 3회말 미첼 엔리케스의 적시타로 2-2 동점을 만들었지만 4회초 오거스틴 무리요에게 2루타를 맞으며 곧바로 실점, 2-3으로 다시 끌려갔다. 그러나 쿠바는 4회말 대거 5점을 뽑아 단번에 전세를 뒤집었다. 유니에스키 구리엘의 투런 홈런, 요에니스 세스페데스의 적시타와 엔리케스의 2타점 2루타 등을 묶어 순식간에 스코어를 7-3으로 벌렸다. 멕시코는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고 있는 카림 가르시아가 대회 3호포로 4-7로 추격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쿠바는 7회말 멕시코 투수 데니 레이에스가 범한 와일드 피치 3개에다 구리엘의 2타점짜리 2루타, 레이에스를 구원한 루이스 아얄라를 아리엘 페스타노와 프레데릭 세페다가 스리런 홈런 2방으로 두들겨 9득점, 6.1이닝 만에 경기를 끝내 버렸다.▶ 관련기사 ◀☞[이진영의 WBC 일기]시차적응 왜 어려울까 생각해보니...☞전력분석 그래픽으로 살펴 본 김태균의 진화☞한국 LA 다저스에 2-4 패...졌지만 소득 얻은 한판☞대표팀 불펜 페이스 업! 2라운드 운영 숨통☞[이진영의 WBC 일기⑨]아침 식당이 붐비는 이유
2009.03.13 I 김영환 기자
2006년 3월19일 일본전...'딱 한번 졌을 뿐인데'
  • [영광의 기억-WBC 리뷰.끝]2006년 3월19일 일본전...'딱 한번 졌을 뿐인데'
  • ▲ 김인식 감독과 이종범이 WBC를 마치고 귀국하며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KIA 타이거즈[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거 참. 징그럽게 따라오네..." 2006년 3월16일 미국이 멕시코에 1-2로 덜미를 잡히며 4강 진출에 실패하자 대표팀 주장 이종범이 했던 말이다. 징그럽게 따라온 팀은 바로 일본이었다. 일본은 한국과 미국에 패해 탈락 위기에 놓였지만 멕시코가 미국에 승리를 거두며 극적으로 4강에 진출했다. 일본과 미국은 나란히 1승2패. 실점도 5점씩 똑같았지만 일본의 수비 이닝이 1이닝 더 포함돼 있었다. 말 그대로 기적의 4강행이었던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1회 대회에서 무려 3번이나 일본을 상대하게 됐다. 밀어내고 잡아채도 기어코 따라오는 물귀신 같았다. 기사회생한 일본은 기운이 상승하는 분위기였지만 한국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자"며 각오를 다졌지만 가슴 한켠에 불안감이 자리잡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머니 볼'로 이름 높은 빌리 빈 오클랜드 단장은 "A팀이 B팀 전력 수준의 15%만 돼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야구의 단기전"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의 이론을 참고하자면 한국이 일본을 세번 내리 이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국과 일본은 '대등한 전력'이라는 것이 가장 후한 평가였기 때문이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경기 초반 그런대로 승부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한번 둑이 무너지자 손쓸 틈도 없이 휩쓸려가 버렸다. 0-0이던 6회 1사 2루. 김병현이 대타 후쿠도메에게 우월 투런 홈런을 얻어맞고 말았다. 크게 흔들린 김병현은 몸에 맞는 볼과 2루타를 연속으로 허용 1점을 더 빼앗기고 강판됐다. 이후 손민한과 배영수가 투입됐지만 각각 1점씩을 더 내줬을 뿐이다. 사실상 승부는 여기서 끝이었다. 이 장면에선 아쉬운 것이 또 한가지 있다. 특급 좌완 불펜인 구대성이 담 증세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것이다. 구대성이 건재했다면 좌타자인 후쿠도메 타석때 김인식 감독은 사이드 암 스로 김병현 대신 다른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 결과는 6-0. 한국의 완패였다. 7번의 경기서 단 한번밖에 패하지 않은 한국이 4강에서 탈락한 반면 3번이나 패한 일본은 결승에 진출, 우승컵까지 거머쥐었다. 납득하기 어려운 대회 규정은 또 한번 우리 가슴에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한국 야구가 1회 WBC서 남긴 족적은 결코 초라하지 않았다. 세계 4강이라는 수치 말고도 빼어난 수비, 강인한 정신력을 앞세워 한국 야구의 매운 맛을 보여준 무형의 자산을 얻게 된 대회였다. *정작 더 큰 절망은 2006 시즌에 접어들며 생겨났다. 당시 한국 프로야구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WBC의 선전이 정규 시즌 흥행으로 이어질 거라 기대해 마지 않았다. 그러나 희망은 이내 무너졌다. 2006시즌 한국 프로야구는 304만254명의 관중이 입장, 전년 대비 -10.3%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손에 쥐고 말았다. 1회성 이벤트 만으로는 돌아선 팬심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라 하겠다. 또 한가지. 1회 대회 승리의 주역은 대부분 해외파 선수들이었다. 박찬호 이승엽 서재응 김병현 등은 대회가 끝난 뒤 모두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영광의 얼굴들 대부분이 빠진 프로야구는 그만큼 맥이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오히려 2회 대회는 더욱 기대가 된다. 해외파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전력 약화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김태균 이대호 류현진 김광현 등 주축 선수 대부분이 현재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고 있기 때문이다. 1회 대회 못지 않은 성과가 나온다면 정규 시즌서 열기를 이어갈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하는 대목이다.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올림픽서 우승한 이후 관중 몰이가 이어지며 500만 관중 시대를 다시 연 2008시즌이 그 중거 중 하나다.▶ 관련기사 ◀☞팔꿈치 부상 임창용 '1일 MRI 정밀 검진'☞린웨이추 대만 대표팀 합류 '중심 타선 완성'☞[영광의 기억-WBC 리뷰⑤]2006년 3월15일 일본전...세계야구의 중심에 서다☞日언론 "日대표팀 요미우리 평가전은 김광현 가상훈련"☞[영광의 기억-WBC 리뷰④]2006년 3월14일 미국전...상상 그 이상의 힘
2009.03.01 I 정철우 기자
2006년 3월15일 일본전...세계야구의 중심에 서다
  • [영광의 기억-WBC 리뷰⑤]2006년 3월15일 일본전...세계야구의 중심에 서다
  • ▲ 사진=KIA 타이거즈[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한국 야구가 다시 한번 세계를 향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여기서 우리가 '다시 한번'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것은 3년 전 영광의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2006년의 추억은 여전히 어제 일 처럼 우리 가슴 속에 남아 있다. 비단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날 우리가 걸었던 승리의 길 속에선 '다시 한번' 이길 수 있는 해법도 찾아볼 수 있다. ▲2006년 3월15일 일본전 실은 져도 되는 경기였다. 6점차 이내로만 져도 세계 4강이라는 최대 목표를 이룰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긴장감은 최고였다. 누구도 '져도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상대가 일본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시아예선에서 이미 한차례 일본을 꺾으며 기세가 올라와 있는 상황.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또 한번의 승리가 반드시 필요했다. 승부는 팽팽했다. "일본을 반드시 이기겠다"며 선발을 자청한 박찬호는 5이닝을 4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제 몫을 다했다. 이어 등판한 전병두 김병현도 모두 무실점 행진. 대회 내내 빛났던 한국의 수비는 이날도 승부처서 힘을 발휘했다. 0-0이던 2회말 2사 2루. 우익수 이진영은 사토자키의 우전 안타 때 빠르고 정확한 송구로 홈을 파고들던 이와무라를 잡아내며 '국민 우익수'의 실력을 뽐냈다. 그리고 8회. 매번 한.일전의 승부처가 됐던 그 이닝에 다시 한번 역사가 쓰여졌다. 1사 후 김민재가 볼넷을 얻어 출루했고 다음 타자 이병규가 중전 안타를 때려냈다. 이때 김민재가 3루까지 파고들었다. 아웃 타이밍이었다. 그러나 중견수 긴죠의 송구는 바운드되며 3루수 이마에의 글러브를 외면했다. 눈이 터질 듯 힘껏 내달렸던 김민재는 공이 바닥에 떨어졌음을 알아챈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만화가 최훈은 이 장면을 놓고 "기합의 승리"라고 표현했다. 그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찾기 어려웠다. 1사2,3루. 그리고 타석엔 이종범이 들어섰다. 대회 내내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팀을 이끈 대표팀의 주장. 모두의 간절한 소망이 그의 방망이에 전해졌다. 이종범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신께서 내 야구인생의 마지막 테스트를 하시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대~한민국"의 함성은 내 가슴을 벅차게 만들었다." 상대는 일본 불펜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던 후지카와였다. 직구의 위력이 일본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선수. 이종범은 볼 카운트 1-2에서 그 후지카와의 4구째를 때려내 좌중간을 갈라버렸다. 전광판엔 '2'라는 숫자가 아로새겨졌다. 이종범은 3루를 욕심내다 아쉽게도 태그아웃 됐다. 그러나 관중석은 귀환하는 영웅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줬다. 아마 그의 야구 인생에서 아웃된 뒤 받은 최고의 박수였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게도 마지막 위기가 찾아왔다. 9회 구대성이 니시오카에게 솔로 홈런을 맞으며 흔들렸다. 1점차로 쫓긴 9회 1사 1루. 한국 벤치는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아직 신인이었지만 풋풋함 보다는 담대함이 더욱 빛나던 시절의 오승환이었다. 오승환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두명의 타자를 내리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매조지했다. 이로써 한국은 전승으로 4강행을 확정지었다. 감격에 겨운 선수단은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이때 서재응이 슬쩍 무리에서 벗어나 태극기를 들고 마운드에 오르더니 그 한 가운데 꽂은 뒤 입을 맞췄다. 모두의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순간이었다. *"거짓말로 멋있어지면 안되는데..." 경기 후 최고의 영웅은 단연 결승타의 주인공인 이종범이었다. 이종범에 대한 팬들의 찬사는 경기 후 한참 동안 인터넷을 달궜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한가지 있었다. 9회 구대성에서 오승환으로 교체되는 순간 카메라에 잡힌 이종범의 행동에 대한 해석이었다. 이종범은 글러브를 벗어 누군가에게 사인을 보내고 있었다. 네티즌 들은 이 장면을 두고 "이종범이 오승환에게 "우리는 글러브 벗고 쉬고 있을테니 네가 다 처리하라"고 응원했던 것"이라며 흥분했다. 실제로 오승환이 두명을 내리 삼진으로 잡아냈으니 시나리오는 더욱 완벽하게 짜여진 셈이었다. 그러나 사실은 달랐다. 이종범은 김재박(LG 감독) 수비코치에게 수비 위치를 묻고 있었던 것이다. 글러브는 김 코치가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해 벗었다. 경기 후 팬들의 반응을 전해들은 이종범은 슬몃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좋아해주는건 고맙지만 거짓말로 멋있어 지면 안된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솔직하게 밝혀야겠다." 이종범은 실제로 대회가 끝난 뒤 한 방송 인터뷰에서 이 사실을 공개했다. 글러브로 사인을 보내던 모습보다 더욱 멋있었던 순간이었다.▶ 관련기사 ◀☞日언론 "日대표팀 요미우리 평가전은 김광현 가상훈련"☞김현수 스리런포, WBC 대표 한화 11-4 대파☞[영광의 기억-WBC 리뷰④]2006년 3월14일 미국전...상상 그 이상의 힘☞[정철우의 1S1B]'진인사대천명' 그 평범한 진리의 힘☞日언론 "WBC 2연패 경제효과 7,800억원"
2009.02.28 I 정철우 기자
2006년 3월13일 멕시코전...세계를 향한 첫 걸음
  • [영광의 기억-WBC 리뷰③]2006년 3월13일 멕시코전...세계를 향한 첫 걸음
  • ▲ 이승엽[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일본에서 뛸 때 특급 선수들과 외국인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신경이 쓰였다. 언제든 한방을 때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에 오니 모두 외국인선수 아닌가. 게다가 가끔 만나는 일본 선수가 이치로(시애틀)나 마쓰이(뉴욕 양키스)였다." 보스턴 레드삭스 특급 불펜으로 활약중인 오카지마가 밝힌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를 보낸 소감 중 일부다. 농담을 섞어 이야기하긴 했지만 그 속엔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뿌리 깊은 부담감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그랬다. 외국인 선수들은 동양권 선수들에게 부담 그 자체였다. 기량도 기량이지만 체격 조건부터 너무 큰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이같은 분위기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얼마든지 해볼 수 있는 상대'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의 WBC 2라운드 첫 상대는 멕시코였다. 너무도 중요한 경기였다. 한국과 2라운드에 한조에 속한 나라는 멕시코와 미국, 그리고 일본이었다. 4강 진출을 위해선 멕시코와 일본을 반드시 잡아야 했다. 1라운드를 전승으로 통과하며 가파르게 살아난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도 멕시코전은 매우 중요했다. 부담감을 극복하는 것이 먼저였다. 멕시코는 메이저리그 A급 선수들로만 구성됐던 미국이나 도미니카만큼 화려하진 않았지만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었다. 메이저리그서 한 몫을 했던 선수들은 물론 적어도 멕시칸리그서 펄펄 날던 선수들이 주축이었기 때문이다. 한국 입장에서 보면 'A급 용병들로만 구성된 팀'을 상대해야 했던 셈이다. 실타래는 또 한번 이승엽이 풀어냈다. 이승엽은 1회 멕시코 선발 로드리고 로페스를 상대로 우월 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볼 카운트 1-3에서 몸쪽 체인지업을 걷어올려 우측 담장을 훌쩍 넘겨버렸다. 선수들의 가슴 한켠에 자리잡고 있던 불안감을 날려버린 한방이었다. 로드리고 로페스는 약체 볼티모어에서 뛰면서도 2005시즌 15승(12패)을 거둔 투수. 막연한 불안감은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이후 타선은 좀처럼 점수를 뽑지 못했다. 이날 한국이 때려낸 안타는 5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빈자리는 마운드로 메웠다. 선발 서재응이 5.1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뒤 구대성 정대현 봉중근이 이어던지며 멕시코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특히 정대현은 3타자를 내리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쾌투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마무리는 다시 박찬호였다. 박찬호는 안타 1개를 내준 뒤 내야 땅볼과 패스트볼로 2사 3루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마지막 타자 제로니모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매조지했다. 삼진을 잡은 뒤 힘껏 내지른 오른손 포효는 거침없는 한국의 질주를 세계에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날 숨은 수훈 선수는 단연 유격수 박진만이었다. 경기 후 파킨 에스트라다 감독은 "박진만은 모든 타구를 다 잡아내는 선수 같다. 위치 선정이 빼어나고 민첩하다. 박진만 때문에 안타성 타구가 잡혔고 그것이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았다"고 평가했다. 에스트라다 감독이 박진만의 수비에 얼마나 놀랐었는지는 이 한마디에서 가장 잘 알 수 있다. "공이 가는 곳 마다 그가 있는 것 같았다."▶ 관련기사 ◀☞마쓰자카 "평가전 조기강판? 구단 요청 때문"☞대표팀 합류 추신수 "대표팀 합류 꿈만 같다."☞WBC 대표팀 득점력 배가? 6번타자에게 물어봐☞[영광의 기억-WBC 리뷰②]2006년 3월5일 일본전...아 !'국민타자 이승엽'☞케이블 Xports, WBC 독점 생중계
2009.02.26 I 정철우 기자
2006년 3월5일 일본전...아 !'국민타자 이승엽'
  • [영광의 기억-WBC 리뷰②]2006년 3월5일 일본전...아 !'국민타자 이승엽'
  • ▲ 이승엽[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한국 야구가 다시 한번 세계를 향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여기서 우리가 '다시 한번'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것은 3년 전 영광의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2006년의 추억은 여전히 어제 일 처럼 우리 가슴 속에 남아 있다. 비단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날 우리가 걸었던 승리의 길 속에선 '다시 한번' 이길 수 있는 해법도 찾아볼 수 있다.  ▲2006년 3월5일 도쿄돔 일본전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리기 전 일본은 우리가 넘기 힘든 산처럼 여겨졌다. 사상 처음으로 일본인 메이저리거까지 대거 참가하는, 진짜배기 국가대항전은 사실상 그때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전력을 기울인 일본에는 우리 야구가 아직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당시의 지배적인 평가였다. 일본전에 대한 부담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1차전이었던 대만전 투수 운영에서도 엿볼 수 있다. 김인식 감독은 선발 서재응에 이어 김병현 구대성 박찬호 등 해외파를 총동원, 대만 잡기에 온 힘을 기울였다. 특히 마무리 박찬호에겐 무려 3이닝을 맡겼다. 대만을 잡으면 일본전서 패하더라도 2라운드에 나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운영이었다. '두려운 일본'의 중심엔 이치로가 있었다. 일본을 넘어 메이저리그까지 평정한 이치로의 존재감은 그 자체로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대회를 앞두고 묘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소리내어 이야기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본때를 보여주자'는 암묵적 합의가 대표팀 내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원인 제공자 역시 이치로였다. 이치로는 WBC 1라운드를 앞두고 "상대가 30년 동안은 일본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다분히 라이벌 한국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이치로의 건방은 우리 선수들의 투지를 자극하는 기폭제가 됐다. 그리고 그의 실언은 오래지 않아 커다란 후회가 돼 돌아갔다. 3월5일 도쿄돔. 2승씩을 거둔 한국과 일본은 2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은 채 경기에 나섰다. 그러나 '다음 승부'에 대한 준비 따윈 의미가 없었다. 자존심이 걸린 한판이었기 때문이다. 출발은 썩 좋지 못했다. 선발 김선우가 경기 초반 흔들리며 1회와 2회 각각 1점씩을 빼앗겼다. 4회 2사 만루 위기서 우익수 이진영이 니시오카의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걷어내지 못했다면 승기를 완전히 빼앗길 뻔 했다. 공격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5회 1사 2,3루서 이병규의 희생플라이로 한점을 따라붙었지만 계속된 2사 1,3루서 이승엽이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답답증의 중심엔 이승엽이 있었다. 이승엽은 5회 찬스를 무산시킨 것을 비롯,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그러나 이승엽은 그냥 '국민 타자'라는 칭호를 얻은 것이 아니었다. 모두의 소망이 하나로 모아진 순간 더욱 빛을 발하는 그의 방망이는 이날도 여지없이 그때 그 순간, 불을 뿜었다. 한국이 1-2로 뒤진 8회 1사 1루. 이승엽은 일본 마무리 이시이(야쿠르트)로부터 우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역전 투런 홈런을 쏘아올리며 승부를 뒤집었다. 그리고 9회, 임시 마무리로 변신한 박찬호가 일본 타선을 틀어막으며 승리가 확정됐다. 한국 야구가 일본 야구의 심장인 도쿄돔에서 힘과 힘의 대결 끝에 승리를 거두게 된 것이다. 한국 야구의 무한질주를 예고한 통쾌한 승리였다. *당시 경기엔 또 한명의 숨은 영웅(?)이 있었다. 배영수(삼성)는 이날 0.2이닝을 던졌을 뿐이었지만 그 누구 못지 않은 인기몰이를 했다. 이치로와 승부에서 몸에 맞히는 볼을 던졌기 때문이다. 고의성 여부와 관계 없이, 함부로 입을 놀린 이치로에 대한 징벌로 받아들인 팬들은 그를 '배열사'라 부르며 추앙해 마지 않았다.▶ 관련기사 ◀☞일본 WBC 열기 최고조 '연습경기에 암표상 등장'☞대만 '쿠바 킬러' 리쩐창, 한국전 선발 유력☞'대안 혹은 대타' 김태균 이대호 그리고 박기혁에 대한 기대☞[영광의 기억-WBC 리뷰①]2006년 3월3일 대만전...'철벽 수비의 출발'☞노무라 감독 "日WBC 대표 선정 문제 있다"...하라 감독 정면 비판
2009.02.25 I 정철우 기자
SK 신인 박현준 연습경기 5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
  • SK 신인 박현준 연습경기 5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
  • ▲ 사진=SK와이번스[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SK 신인 투수 박현준이 연습경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박현준은 21일 오키나와 구니가미 구장에서 열린 니혼햄 2군과 연습경기서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박현준은 SK의 연습경기(청백전 제외)에 모두 5번 마운드에 올라 7.2이닝 무실점을 기록중이다. SK 투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사이드암 스로임에도 140km대 후반의 묵직한 공을 던지는 것이 장점. 이날도 직구 최고 구속이 147km까지 나왔다. SK 포수 박경완은 박현준에 대해 "공도 빠르지만 투구 폼이 와일드하다. 타자들에게 실제 공 스피드 이상의 위압감을 줄 수 있는 스타일"이라고 높게 평가한 바 있다. 특히 이날은 변화구를 중점적으로 테스트 해 눈길을 끌었다. 이 계획은 박현준 스스로 세운 것이었다. 이날 2이닝 동안 22개의 공을 던졌는 데 이 중 13개가 변화구였다. 볼 카운트 0-3에서도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는 등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선발로 나선 제춘모는 3이닝 2피안타 2볼넷 2실점(1자책점)을 기록했다. 묵직한 직구로 힘에서는 압도했지만 변화구 제구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타자들은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김재현은 8회 추격의 투런 홈런을 때려냈다. 경기는 SK가 2-3으로 패했다.▶ 관련기사 ◀☞'총알 탄 사나이' 엄정욱 3년만의 실전등판 합격점☞한화 구대성 탈장 검진 위해 23일 조기 귀국☞유영구 이사장, KBO 총재 정식 취임☞[정철우의 1S1B]범 무서운 줄 모르던 하룻강아지의 힘☞LG 야구장비 및 신발 선수용 가방 출시
2009.02.21 I 정철우 기자
유영구 이사장, KBO 총재 정식 취임
  • 유영구 이사장, KBO 총재 정식 취임
  •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이 한국야구위원회(KBO) 정식 총재로 취임했다. KBO는 20일 "선출을 위한 서면결의 결과, 유영구 이사장이 8개 구단 구단주(대행)들로터 만장일치로 KBO 17대 총재에 선출됐다"고 밝혔다. KBO는 이에 따라 이날 감독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유영구 총재 선임 승인을 요청했다. 유 총재는 지난 9일 이사회에서 추천을 받았으며 이틀 뒤인 11일 이사 간담회에 참석, 프로야구 발전에 대한 비젼과 철학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야구와 함께 할 생각을 하니 기쁘지만 커다란 책임감도 느낀다. 그 동안 쌓아온 경륜과 식견을 바탕으로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유영구 총재는 경기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를 졸업했으며 명지대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또한 열성적인 야구팬으로서 지난 1990 LG트윈스 고문을 역임했고 2003년에는 서울돔구장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야구계와 오랜 인연을 쌓아 왔다. KBO는 문화체육관공부의 승인이 나오는 대로 다음주 중 야구회관에서 신임 유영구 총재 취임식과 기자회견을 연다. 유 신임 총재는 취임식 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하는 대표팀을 격려하는 일을 시작으로 공식업무에 들어 갈 예정이다. ▶ 관련기사 ◀☞한화 구대성 탈장 검진 위해 23일 조기 귀국☞[정철우의 1S1B]범 무서운 줄 모르던 하룻강아지의 힘☞LG 야구장비 및 신발 선수용 가방 출시☞마쓰자카 "상대팀 데이터,전력분석 개의치 않겠다"☞日 퍼시픽리그 순위 결정 방식 변경
2009.02.20 I 정철우 기자
김혁민 한화 '전설의 학원' 우등생 계보 이을까
  • 김혁민 한화 '전설의 학원' 우등생 계보 이을까
  • ▲ 한화 김혁민 [사진=한화이글스][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맹모 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근묵자흑(近墨者黑)은 환경이 한 인간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 알려주는 고사다. 공부가 됐건 운동이 됐건 보고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한화 고졸 3년차 투수 김혁민(22)은 또래들에 비해 매우 유리한 환경에서 성장 과정을 걷고 있는 셈이다. 송진우(43) 구대성(40) 등 살아있는 전설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이런 선수들과 유망주들의 관계에 대해 '00학원'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만큼 보고 배울 것이 많다는 뜻이다. 김혁민은 지난해 4승5패 방어율 4.55를 기록하며 한화 마운드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은 투수. 140km대 중.후반의 평균 구속을 자랑하는 힘있는 직구가 장기인 기대주다. 송진우와 구대성은 한켠에 밀려나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그저 그런 고참이 아니다. 여전히 팀의 중심에서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200승을 넘어선 송진우나 213세이브를 기록 중인 구대성은 그 존재만으로도 후배들에게 시사하는 점이 크다. 특히 오랜 세월 마운드를 지킬 수 있었던 노하우가 녹아있는 그들의 생활은 좋은 교과서가 된다. 입단 3년만에 한화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한 류현진은 신인 시절 구대성으로부터 체인지업을 전수받자마자 레벨이 다른 투수로 탈바꿈했다. 송진우로부터 출발한 체인지업 익히기는 구대성-류현진으로 이어지는 체인지업 계보는 한국 투수사의 한 획을 그은 것이나 다름없다. '한화 불펜의 핵' 안영명도 이들의 영향권에 있는 투수다. 특히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전천후 마당쇠 활약을 할 수 있는 비결 속엔 송진우와 구대성의 조언이 담겨져 있다. 안영명은 "평소에 먹는 음식부터 관리 요령까지 정말 많은 얘기를 듣는다. 송진우 구대성 선배님이 특히 신경써 주신다. 한마디도 허투루 듣지 않으려고 애쓴다. 잘 듣고 따라하면 정말 도움이 된다"며 효과를 자랑한 바 있다. 물론 아무리 교재가 좋아도 따르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면 돼지 목의 진주 목걸이나 다름없다. 이런 관점에서 김혁민은 매우 좋은 자세를 갖고 있다. "송진우 구대성 선배 옆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특히 자기 관리 부분이 그렇다"고 말했다. 수동적인 자세는 신인급 선수들에게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문제점이자 한계라 할 수 있다. 시키는 것은 열심히 하지만 정작 본인에게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하고 준비하는 것에 대한 노하우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김혁민은 대선배들의 생활에서 이에 대한 해법을 찾았다. "송진우 구대성 선배는 보기에는 일반적인 훈련만 하는 것 같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내서 땀을 흘리는 모습을 자주 본다. 그런 모습을 보며 며 많은 것을 배운다"는 말로 학습 효과를 설명했다. 김혁민이 살아있는 교과서인 노장들의 삶에서 자신을 감싸고 있던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는 원동력을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관련기사 ◀☞이영우 "잃어버린 내자리를 되찾겠다"☞LG 새내기들 "선배들과 생활하는 건 힘겹지만..."☞정근우 1억7,000만원 재계약...SK 계약 완료☞정민철 "스프링캠프 화두는 보폭 확대로 볼끝 살리기"☞이대호 연봉 동결...3억6,000만원 재계약
2009.02.02 I 정철우 기자
스토브리그서도 증명된 한국야구 세대교체
  • [베이스볼 테마록]스토브리그서도 증명된 한국야구 세대교체
  •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2008시즌 한국 프로야구 최대 화두는 뭐니 뭐니 해도 '세대교체'였다. 시즌은 물론이고 베이징 올림픽서도 한국 야구의 젊은 피는 펄펄 끓어오르며 세계 제패라는 위업을 이뤄냈다. 유망주들의 빠른 성장은 스토브리그서도 확실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여전히 A급 선수의 기준으로 통용되고 있는 '억대 연봉'선수에 새 이름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 김현수, 김광현▲20대 억대연봉 러시 아직 주민등록증의 잉크도 채 마르지 않을 나이. 그러나 한국 프로야구엔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일찌감치 억대연봉 대열에 합류한 선수들이 적지 않다. 특히 2008시즌이 끝난 뒤 대거 몰려오고 있다. 2008시즌 한국 프로야구의 투.타를 양분한 김광현(SK)과 김현수(두산)는 연봉 계약 테이블에서도 활짝 웃었다. 김현수가 200% 오른 1억2,600만원에 계약하자 김광현은 이를 넘어선 225%의 인상률을 기록하며 1억3,000만원짜리 선수가 됐다. 225%는 2008~2009 스토브리그 최고 인상률이기도 하다. 역대 최고령 신인왕 최형우(25.삼성)도 100% 오른 1억원에 계약하며 부자 선수 대열에 합류했다. 2008시즌 최고 마당쇠 마정길도 100%나 수직상승하며 억대 연봉 선수가 됐다. 또한 2007시즌 최다패 불명예를 딛고 에이스로 거듭난 KIA 윤석민이나 데뷔 첫해(2006년)부터 한국 프로야구를 들썩이게 했던 류현진 등은 일찌감치 억대 연봉 선수로 부와 명예를 누린 바 있다. 이밖에도 SK의 정규시즌 및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끈 최정(내야수) 정우람 송은범(이상 SK) 등도 신규 억대 연봉 선수가 됐다. 가장 알찬 세대교체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은 정현욱 안지만 권혁 윤성환 등 포함 무려 5명이나 1억원을 넘긴 연봉을 받게 됐다. ▲수치로 드러난 젊어 진 한국 야구 2008시즌 투.타 성적 상위 랭킹 선수들은 새 이름들의 향연이었다. 그만큼 성적 우수 선수의 평균 연령도 크게 낮아졌다. 2008시즌 타격 20걸에 포함된 한국 선수 평균 연령은 26세다. 1년 전(2007년 30.2세)에 비해 4년 이상 낮아진 수치다. 투수 부문도 마찬가지다. 방어율 10걸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25.8세. 1년 전(2007년 27.4세) 보다 2년 정도 낮아졌다. 2007시즌 방어율 10걸 중엔 20대가 6명,타격 20걸 중엔 고작 9명의 20대가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올해 방어율 10걸 중 30대는 2명 뿐이다. 타격 20걸엔 20대가 13명으로 크게 늘었다. ▲ 마해영, 안경현▲노장들의 마지막 화두 '생존'젊고 유능한 선수들의 등장은 기존 고참급 선수들의 입지를 흔드는 계기가 된다. 자연스럽게 이번 스토브리그는 한 시대를 풍미한 노장들에게 가혹했다.  마해영(전 롯데)은 은퇴했고 안경현(전 두산)은 방출된 뒤 SK에 새 둥지를 틀었다. 안경현의 연봉은 3억원에서 8,000만원으로 급전직하 했다.  이종범(KIA)도 마음 고생이 심했다. 은퇴를 종용하는 구단에 맞서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지난해 연봉 삭감 제한(25%)이 사라지며 계약 협상 테이블에서도 불이익을 크게 받는 선수가 늘어났다. 지난해 4억7,000만원을 받은 구대성(한화)은 36.2%나 깎인 3억원을 받았고 문동환도 36.8%나 삭감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이미 산전 수전을 다 겪었기에 '노송'이란 칭호를 받을 수 있었던 선수들이다. 이종범은 당당하게 구단 방침에 맞서 2억원의 연봉 동결을 이뤄냈다.  또한 김인식 한화 감독은 "우리 팀의 경우 젊은 선수들이 제대로 성장해줄 때까지 여전히 고참(구대성 정민철 문동환 등)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안경현 역시 일찌감치 'SK 3연패의 핵심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새 팀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  약진하는 젊은 피와 생존을 위해 자존심을 던져버린 노장들의 물러설 수 없는 승부. 2009시즌을 더욱 뜨겁게 달굴 새로운 볼거리가 아닐 수 없다.  ▶ 관련기사 ◀☞MLB 최향남 신분조회 요청...ML 재도전 길 열리나☞류제국 탬파베이서 지명양도...향후 거취 관심☞롯데 캐치프레이즈 확정 'Together we can make it!'☞성구회 공식 출범 '후배들의 지향점이 목표'☞KBO '끝장 승부 폐지, PS 운영세칙' 등 확정 발표
2009.01.14 I 정철우 기자
한화 류현진 4년차 최고연봉 신기록...33%오른 2억4,000만원
  • 한화 류현진 4년차 최고연봉 신기록...33%오른 2억4,000만원
  • ▲ 한화 류현진이 계약 후 윤종화 단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괴물' 류현진(22.한화)이 한국 프로야구 4년차 최고연봉 신기록을 세웠다. 류현진은 6일 지난해(1억8,000만원)보다 33% 오른 2억4,000만원에 한화와 계약했다. 기존 4년차 최고 연봉은 오승환(삼성)의 2억2,000만원이었다. 팀의 4강 진입 실패와 부상 등으로 빛이 바래긴 했지만 류현진은 변함 없이 제 몫을 해냈다. 2008시즌 성적은 14승 7패 방어율 3.31. 이름값에는 모자라는 기록이었지만 팀 에이스로서는 충분한 성적이었다. 류현진은 계약 후 구단을 통해 "자존심을 세워 준 구단에 감사드린다. 올해는 반드시 팀을 우승으로 이끌어 5년차 최고 연봉에 도전하고 싶다. 팬들이 즐거워하는 야구를 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편 한화는 38경기에서 2승3패, 홀드 9개를 기록하는데 그친 좌완 구대성과 4억7천만원에서 36.2% 깎인 3억원에 계약했다. 구대성은 "지난해에는 정상적인 내용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해는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화는 재계약 대상자 51명 중 45명과 계약을 완료했다.▶ 관련기사 ◀☞류택현의 100홀드 도전과 중간계투 투수의 불편한 현실☞류택현 "사상 첫 100홀드 도전위해 포크볼 도전"☞김현수의 연봉 대박이 김광현에게 미치는 영향☞LG 좌완 투수 김경태 영입☞두산 ML 출신 외야수 맷 왓슨 영입
2009.01.06 I 정철우 기자
김인식 감독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 [과연 그럴까]김인식 감독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 [이데일리 SPN 백호 객원기자] 올스타 브레이크 당시 2위와 승차 없는 3위를 달리고 있던 한화는, 불과 20경기를 더 치른 지금 포스트시즌 탈락 일보 직전에까지 몰렸다. 후반기 20경기에서 5승 15패(.250). 1년 중 가장 중요한 시기에 형편없는 부진에 빠졌다. 한화의 예기치 않은 몰락의 이유를 분석한 기사들이 많았다. 한화의 후반기 스케줄이 좋지 않아서, 에이스 류현진이 올림픽 결승전에 등판해서, 용병 클락이 계속 부진해서, 노장 투수 송진우 구대성의 구위가 저하되어서 등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한 번쯤 도마 위에 오를 법한 이야기가 끝내 나오지 않았다. 바로 한화 김인식 감독의 책임 문제다. 김인식 감독이 야구는 역시 모르는 거라고 했다는 둥, 이렇게 방망이가 안 맞는 경우는 처음 봤다고 했다는 둥 하는 이야기만 매스컴에 오르내릴 뿐이었다. 정작 한화의 극심한 부진에 대해 선수단의 최고 책임자인 감독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물론 타자들이 안타를 안 치는 게 감독의 잘못은 아니다. 클락이 감독 때문에 태업을 한 것은 아니며, 송진우 구대성이 감독 미워서 슬슬 공을 던진 것도 아니다. 김인식 감독이 김경문 대표팀 감독에게 류현진을 결승전에 내보내달라고 청탁을 했을 리도 없다. 한화의 역사에 남을만한 붕괴는 분명 김인식 감독의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김 감독의 잘못이 없다고도 할 수 없다. 후반기 타율이 1할1푼, OPS가 3할8푼밖에 안 되는 클락을 계속 중심타선에 기용한 것은 김 감독이다. 출루율과 장타율이 모두 3할도 안 되는 한상훈을 올시즌 118경기에나 내보낸 것도 김 감독이다. 후반기 방어율이 5.91인 구대성을 20경기 중 13경기에나 내보낸 것도 김 감독이다. 김인식 감독은 WBC 4강 신화를 일군 국민감독이다. 두산에서 2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고, 만년 중하위권 팀이던 한화를 포스트시즌 단골 팀으로 바꿔놓았다. 그렇다고 해서 올 시즌 막판 한화의 부진에 대해 그에게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5승15패로 무너지는 팀을 보며 야구의 오묘함만을 깨닫고 있어서는 한국 최고 수준의 감독다운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 메이저리그 밀워키는 지난 16일(한국시간) 올 시즌 겨우 12경기를 남긴 채로 네드 요스트 감독을 해임했다. 경질 당시 밀워키는 여전히 와일드카드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밀워키 구단은 최근 14경기에서 3승11패(.214)에 빠져 5.5경기차의 리드를 날린 것에 대해 요스트 감독에게 책임을 물었다. 다시 말하지만 한화 부진의 책임은 감독에게만 있지 않다. 한화 구단이 김인식 감독에게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언론과 야구팬들이 김인식 감독에게만 지나치게 관대한 시선을 보내는 것에 대해서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7월에 롯데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감내해야 했던 비난, 시즌 초 KIA가 꼴찌를 헤맬 때 조범현 감독이 겪었던 곤경을 생각해 본다면 더욱 그렇다. 한화는 투수력이 아주 나쁘고, 공격력도 생각만큼 좋지 않다. 이는 구조적인 문제로, 내년에도 한화를 계속 괴롭힐 것이다. 김인식 감독이 겨우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를 보면 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올 시즌 막판 김인식 감독의 성적표는 분명 ‘C’ 이하다.▶ 관련기사 ◀☞[과연 그럴까]롯데와 두산이 3위로 밀리면 안되는 이유☞[과연 그럴까]메이저리그 통산 OPS '1'을 넘긴 선수들☞[과연 그럴까] 발야구의 산물 '홈런 제로 타자 풍년'☞[과연 그럴까]과소평가 되고 있는 타자 이택근☞[과연 그럴까] 순위 경쟁팀 잔여경기 일정 분석
2008.09.20 I 백호 기자
  • 한화 두산, ‘1박2일’ 최장이닝 18회 혈투
  • [경향닷컴 제공] 국내 프로야구 최장 이닝·최장 시간 기록이 세워졌다.3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한화전이 사상 처음으로 연장 18까지 열리는 ‘끝장 승부’가 연출됐다. 종전까지는 연장 15회가 최장 이닝 기록이었다. 연장 15회 승부는 이날 경기를 포함해 올시즌 6월29일 인천 SK-한화, 7월6일 대구 삼성-KIA에서 3차례 기록됐고 통산으로는 15번째 나왔다.최장 시간 기록도 경신됐다. 종전 기록은 2001년 잠실 두산-LG전에서 작성된 5시간 45분이었지만 이날은 경기 시간만 무려 5시간51분. 3일 오후 6시31분에 시작된 경기는 4일 오전 0시22분에 끝났다. 잠실구장을 찾은 관중 7273명.  메이저리그 최장 이닝 경기는 1920년 5월1일 열렸던 브루클린 다저스와 보스턴 브레이브스의 연장 26회다. 당시는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1-1로 비겼다. 두산 정재훈(6이닝 2안타 무실점 7삼진)과 한화 유원상(6이닝 4안타 무실점 6삼진)의 선발 투수전은 정규 이닝인 9회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두산은 정재훈에 이어 이재우-임태훈-김상현을 투입하며 총력전을 벌였다. 이에 맞선 한화도 유원상-구대성-최영필-토마스-박정진-마정길-안영명으로 맞불을 놓았다. 이날 경기는 38개 삼진이 기록돼 한경기 최다 탈삼진도 갈아치웠다. 두산은 한화 타선을 상대로 삼진 22개를 잡아내면서 팀 최다 탈삼진 기록도 작성했다. 먼저 끝내기 찬스를 잡은 쪽은 두산이었다. 두산은 0-0이던 연장 11회 1사 1·3루에서 김현수의 중견수 플라이 때 3루 주자 이종욱이 태그 업을 했지만 클락의 정확한 송구에 아웃됐다. 두산은 연장 15회 2사 1·2루에서도 채상병이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결승점을 뽑지 못했다. 언제 끝날지 기약없던 경기는 연장 18회 승부가 갈렸다. 두산은 2사 만루에서 김현수가 안영명으로부터 끝내기 밀어내기로 1-0으로 승리했다.
 맏형 김민재가 야구 대표팀 분위기에 만족하는 이유
  • [올림픽] 맏형 김민재가 야구 대표팀 분위기에 만족하는 이유
  • ▲ 김민재[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다른 건 아무 문제 없습니다. 분위기 가라앉지 않게만 신경쓰는데 그것도 다 괜찮네요." 베이징 올림픽 야구 대표팀의 맏형 김민재(35.한화)가 현재 대표팀 분위기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세계 4강의 신화를 만들었던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때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탄탄한 팀 워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김민재는 "WBC때는 (이)종범이 형이나 (구)대성이 형이 있어서 내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이번엔 내가 최고참이라 (진)갑용이와 함께 도움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특별히 나서지 않아도 될 만큼 좋은 분위기 속에서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재가 꼽은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우선 확실한 목표 의식이 있다는 점이다. WBC의 경우 대회가 한참 진행될때까지만 해도 병역 혜택이 주어진다는 확신을 갖지 못했다. 대회기간 중 '4강'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생겼다. 그러나 올림픽은 다르다. 메달권에만 들면 4주간의 군사 훈련으로 병역을 대체할 수 있게 된다. 또 WBC 대표팀은 이미 병역 문제를 해결한 고참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팀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은 류현진(한화) 김광현(SK) 이대호 등 투.타의 핵심 선수들이 아직 병역 의무가 남아 있다. 김민재는 "동기부여가 확실하게 돼 있는 만큼 각오가 남다르다. 특히 (임)태훈이가 교체되며 더 집중력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쿠바전의 성과다. 대표팀은 6일 쿠바와 첫 경기서는 2-6으로 패했지만 7일 경기서 15-3으로 대승을 거뒀다. 쿠바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있지만 아마 최강인 쿠바에 거둔 완승은 대표팀 선수들의 어깨를 한결 가볍게 해줬다. 김민재는 "두번 모두 완패했다면 긴장감이 너무 지나쳐 자신감을 잃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다행히 두번째 경기를 이기면서 부담을 한결 덜어낸 것 같다. 본선에서 좋은 징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국제대회는 젊은 선수들의 정신력과 고참들의 경험이 더해질때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대표팀은 그런 면에서 아주 좋은 조합이 이뤄진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재는 한국 프로야구 선수 중 야구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탁월한 선수로 꼽힌다. 그런 그의 눈에 현재 대표팀이 가고 있는 방향이 꽤 이상적으로 보인다면... 기대를 걸어봐도 좋다는 뜻이다. ▶ 관련기사 ◀☞[올림픽 이렇게 보면 더 재밌다⑤]태권도 '최강의 고독을 아시나요'☞日한국전 선발 다르빗슈? 한국의 대응은...☞[베이스볼 테마록]올림픽 대표팀 테이블 세터진에 주어진 두가지 임무☞[올림픽 이렇게 보면 더 재밌다④]농구 '골밑 열세 만회가 초점'
2008.08.08 I 정철우 기자
  • ‘토종 군단’ 삼성 5연승 꿀 맛
  • [경향닷컴 제공] 혹이라도 떼버린 듯 가볍다.유례 없이 외국인선수 2명을 동시에 퇴출시킨 뒤 용병없는 남은 시즌을 선언한 삼성. 삼성이 외국인투수 2명을 내보낸 뒤 5연승했다. 전과 다른 뒷심이다. 삼성은 20일 대구 한화전에서 8회초까지만 해도 1-4로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8회말 무사 1·2루에서 터진 1번 박한이의 좌월 3점홈런으로 균형을 맞춘 뒤 9회말 8번 신명철의 끝내기 2루타로 5-4로 경기를 마무리했다.지난주만 해도 포스트시즌에 대한 욕심을 버린 듯도 했지만 실제 페이스는 정반대. 연승에 들어선 동안 내림세의 4위 롯데에 1.5게임차까지 따라붙으며 4강 문턱에 이미 바짝 다가섰다.한화 역시 대구 원정 3연패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8회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한화는 선발 정민철-구대성(7회)에 이어 8회말 등판한 셋업맨 윤규진이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흔들린 것이 뼈아팠고, 8회초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도 후회스러웠다. 한화는 3-1이던 8회초 1사 1루에서 8번 한상훈의 우중간 3루타로 4-1로 도망갔지만 다시 이어진 1사 3루 찬스에서는 후속 타자들의 범타로 추가 득점하지 못했다.반면 급반전에 성공한 삼성의 9회말 공격은 거셌다. 삼성은 선두 5번 최형우의 우중간 2루타로 시작된 찬스를 1사 1·2루까지 키운 뒤 신명철의 2루타로 승리했다. 신명철은 앞선 타자 7번 채태인이 고의4구로 나간 뒤 새로 바뀐 사이드암 투수 마정길로부터 중견수를 넘기는 결승타를 뽑았다. 한편 LG-롯데(잠실), 우리-SK(목동), KIA-두산(광주)전은 비 때문에 취소됐다.
번트를 위한 변명
  • [베이스볼 테마록]번트를 위한 변명
  •  (제공=삼성라이온즈)[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번트가 천대 받는 시대다. 언제부턴가 번트는 '소심하고 소모적인 공격의 표현'이며 '재미없고 지루하여 팬들이 싫어하는 공격'의 대명사가 돼 버렸다. 틀린 지적만은 아니다. 통계적으로 무사 1루에선 번트나 강공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또 "번트로 아웃 카운트가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더 편해진다"고 말하는 투수들도 있다. 팬들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번트는 재미없다"고 판단하는 것을 누가 뭐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번트가 지금처럼 천대 받을 만한 소재는 아니다. 감독들이 아웃 카운트 하나를 손해 보고라도 시도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나침(기준을 어디에 둬야할지는 애매하지만)만 없다면 꼭 필요한 야구의 한 요소다. 또 보기에 따라선 매우 재미있는 공격방식이기도 하다. ▲홈런보다 값진 번트 지난 2006년 월드시리즈 우승팀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였다. 알버트 푸홀스,데이빗 엑스타인(MVP) 등이 당시 우승의 주역. 여기에 빼 놓을 수 없는 선수가 있다. 일본 출신 다구치 소가 주인공이다. 다구치는 공격 보다는 수비에 비중이 높은 선수였지만 그해 포스트시즌서는 방망이로도 제대로 한 몫을 했다. 특히 당시 최강 전력으로 꼽히던 뉴욕 메츠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2차전서는 9회 동점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팀 승리에 일등공신이 됐다. 일본 프로야구 스타 출신으로 한때 마이너리그를 전전해야 했던 다구치 입장에선 감격스럽기 그지 없는 순간이었을 터. 그러나 다구치에겐 이보다 더 벅찬 순간이 있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월드시리즈 4차전, 무사 2루서 7회 대타로 등장해 번트를 성공시킨 것이 그랬다. 일본의 스포츠전문지 '니칸스포츠'의  데츠야 다미코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다구치 부인의 말을 빌어 "그 밤 다구치는 너무 흥분해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전했다. 사실 번트는 그리 쉬운 행위가 아니다. 특히 요즘처럼 150km가 훌쩍 넘는 강속구를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는 시대에 그 공을 향해 고개를 숙여 다가간다는 행위 자체는 '공포'와 떼어놓기 힘들다. 어디 그 뿐인가. 다구치의 경우처럼 대타 기용의 이유가 '번트'라는 게 뻔한 상황에선 수비수들의 압박은 더욱 강해질 수 밖에 없다. 다구치는 그런 상황을 모두 이겨내며 팀을 '세계 제1'로 이끈 자신이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5회 이전 번트 감상법 김인식 한화 감독은 22일 잠실 LG전서 무려 4개의 희생번트를 댔다. 대학(동국대) 감독시절부터 번트 연습하는 선수들에게 농담을 섞어 "뭐하러 그래. 그냥 세게 쳐서 넘겨"라고 했던 그다. 특히 5회 이전의 번트가 3차례나 나왔다. 갑자기 야구 스타일을 바꾼 이유가 뭘까. 원인은 하나였다. 이날 경기는 경기 내내 비가 왔다. 언제 경기가 중단될 지 예상하기 어려웠다. 결국 빨리 한점이라도 뽑아 두는 것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김 감독은 무사 1루 찬스가 하위타순에 몰리자 주저 없이 계속된 번트로 LG를 압박했다. 3년 전 지바 롯데와 소프트뱅크의 경기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던 두 팀의 경기 도중 비가 와서 강우 콜드가 선언됐고 소프트뱅크가 이겼다. 당시 일본의 한 평론가는 "롯데는 경기 초반 찬스에서 평소처럼 번트를 대지 않았다. 강우 콜드에 익숙하지 않은 밸런타인 감독이 하늘을 감안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라고 평한 바 있다. 다음은 투수 입장에서 본 번트다. 몇년 전 4강권을 간신히 노려볼 수 있는 팀의 에이스 투수가 한 말이다. 잘 던지고도 득점 지원이 부족해 승수 쌓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그 에이스는 "감독님이 나만 나오면 번트를 잘 대지 않는다. 나를 믿어주는 건 고맙지만 가끔 맥이 풀릴 때가 있다. 1회부터라도 번트를 대 점수를 뽑아준다면 한결 수월할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에이스가 나오는 날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에이스에게 승리가 기록되는 것과는 별개로 그 경기를 가져와야 한다. 그래야 순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스가 나오는 날 많이 이기지 못하는 팀이 4강을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번트 댄다고 반드시 점수가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감독의 의지가 선수들에게 얼마나 전달되느냐에 있다. 푸념을 늘어놓던 그 투수는 "번트는 자칫 방심할 수 있는 선수들에게 "오늘은 꼭 이겨야 한다"는 감독의 뜻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미처 소개하지 못한, 또 다 알지 못하는 번트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번트 자체에 진저리를 내기 보다는 '왜'를 생각해보면 꽤 재미있는 세계이기도 하다. 다음 타자와 상대 투수의 성적, 상대 불펜이나 우리쪽 벤치의 대타 상황들도 한번 꼼꼼히 따져보자. 시대가 바뀌고 야구의 흐름도 바뀌며 다양한 공격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번트는 그 중 하나다. ▶ 관련기사 ◀☞[베이스볼 테마록]'최소 실책' 삼성이 수비에 우는 이유☞[베이스볼 테마록] 폼생폼사의 비밀 '구대성 그리고 김광현'☞[베이스볼 테마록]원 포인트 릴리프 이승호에 대한 단상☞[베이스볼 테마록]포수에게 물었다. 초구 치는 타자 어때요?☞[베이스볼 테마록]위기의 조범현호 05년 SK VS 08년 KIA
2008.04.23 I 정철우 기자
'최소 실책' 삼성이 수비에 우는 이유
  • [베이스볼 테마록]'최소 실책' 삼성이 수비에 우는 이유
  • ▲ 심정수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삼성은 21일 현재 팀 실책이 6개 뿐이다. 8개 구단 중 가장 적은 수치다. 가장 많은 히어로즈(14개)의 절반 이하이고 7위 롯데(11개)보다도 5개나 적다. 그러나 심리적인 수비 실력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삼성이 정말 수비가 강한 팀일까...' 삼성과 상대해 본 팀 선수들은 "기록만으로는 알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외야 수비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보이고 있다. 그 중심에 심정수가 있다. 심정수는 올시즌 들어 아직 단 한개의 실책도 기록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삼성 수비수 중 가장 큰 구멍은 그가 맡고 있는 좌익수에서 생기고 있다는데 이견이 없다. 물론 수비력을 평가하는 또 다른 통계인 레인지 팩터(RF)로 따져보면 심정수는 8개구단 외야수 중 꼴찌에서 두번째다. 그러나 1위가 삼성 박한이이고 두산 민병헌이나 SK 조동화가 심정수보다 2,3칸 위라는 점 등을 비춰봤을 때 이마저도 수비력에 대한 정확한 평가라 하기 어렵다. 지난 주 삼성은 1승5패로 크게 부진했다. 그 중 몇차례의 승부는 고비마다 심정수의 부실한 수비가 숨어 있었다. 15일 문학 SK전. 0-1로 뒤진 6회 2사 1루서 SK 김재현이 좌중간으로 안타를 때려낸다. 이때 공을 잡으려 대시하던 심정수가 공을 뒤로 빠트리며 김재현에게는 2루타를, 1루주자 박재상에게는 득점을 허용하고 만다. 실책은 기록되지 않았지만 팽팽하던 승부가 한순간에 SK쪽으로 기운 순간이었다. 19일 대구 LG전. 1-2로 뒤진 3회 무사 1루. LG 이종렬이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쳤다. 이 공은 심정수가 잡았다. 이때 1루 주자 최동수가 3루까지 내달았다. 히트 앤드 런이 걸린 것도 아니었다. 최동수가 심정수의 약한 어깨를 감안해 과감한 베이스러닝을 한 것이다. 결과는? 최동수가 3루에서 세이프 된 것은 물론, 이 틈을 타 이종렬까지 2루에 안착했다. 결국 다음 타자 조인성의 우익수 희생 플라이로 LG가 추가점을 뽑았다. 평생 발야구와는 거리가 멀었던 최동수가 다른 팀을 상대로 좌전 안타 때 1루서 3루까지 내달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비단 심정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익수로 나선 조동찬은 다이빙 캐치를 하다 땅에 머리를 부딪혀 1군 엔트리서 제외된 상황이다. 투지는 높이살 수 있지만 매끄러운 수비가 아니었음은 물론이다. 3루수 박석민도 1루수 크루즈도 잘 하는 수비수는 아니다. 중견수를 맡고 있는 박한이도 수비력에선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선동렬 삼성 감독도 이런 약점을 잘 알고 있다. 시범경기부터 "수비에서 불안한 구석이 많다. 하지만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특히 외야가 그렇다"고 말해왔다. 문제는 타격도 맘 처럼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크루즈는 타율이 2할9푼9리지만 지난주에야 첫 장타를 쳤을만큼 파워면에서 아쉬움을 보이고 있다. 심정수는 3개의 홈런을 치며 2할7푼6리를 치고 있는데 2할1푼4리의 타율에 1홈런을 기록중인 양준혁(14개)보다 타점이 절반(7개)밖에 안된다.  물론 나름대로 제 몫을 해주고는 있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동료들과 팬들의 기대치는 보다 높은 곳에 있다. 삼성 유격수 박진만(그는 현재 팀내 최다실책(2개) 선수다)은 지난해 '달인에게 묻는다' 인터뷰서 이런 말을 했다. "수비는 절대 숫자로 평가해선 안된다. 숫자가 좋다고 좋은 수비수는 아니다"라고 못 박은 뒤 "수비는 투수와 동료 야수들에게 심리적으로도 도움이 돼야 한다. 꼭 아웃 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일단 타구를 막아내 실점을 최소화하면 안타가 되더라도 투수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바꿔 말하면 야수가 '난 실책이 없다'에만 만족할 경우 팀 전력에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보다 냉정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보다 노력해야 한다. 아, 물론 보상은 수비가 아닌 방망이로 해줘도 된다.▶ 관련기사 ◀☞[베이스볼 테마록] 폼생폼사의 비밀 '구대성 그리고 김광현'☞[베이스볼 테마록]원 포인트 릴리프 이승호에 대한 단상☞[베이스볼 테마록]포수에게 물었다. 초구 치는 타자 어때요?☞[베이스볼 테마록]위기의 조범현호 05년 SK VS 08년 KIA☞[베이스볼 테마록]숫자가 말해주는 로이스터 매직
2008.04.22 I 정철우 기자
  • LG 삼성전 5연패 탈출...옥스프링 5연승
  •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LG가 원하는 경기 스타일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준 한판이었다. LG는 19일 대구 삼성전서 짜임새 있는 공격력과 효과적인 계투 작전을 앞세워 4-1로 승리를 거뒀다. 삼성전 5연패 사슬을 끊으며 컴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았다. 극심한 결정력 부족에 허덕이던 시즌 초반의 모습을 이날은 찾아볼 수 없었다. LG는 1회 1사 후 이성렬의 볼넷과 박용택의 좌전안타 최동수의 볼넷이 이어지며 만루 찬스를 잡았다. 기분 좋은 출발이었지만 점수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오히려 분위기를 삼성에 넘겨줄 수도 있는 상황. 올 시즌 수없이 그런 아픔이 있었기에 불안감을 안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음 타자 이종렬이 삼진으로 물러나 그런 우려를 더했다. 그러나 조인성이 해결사로 나섰다. 조인성은 윤성환의 명품 커브를 걷어올려 좌월 2루타로 주자 두명을 불러들였다. 집중력은 3회에도 이어졌다. 선두타자 최동수의 중전 안타로 기회를 잡은 뒤 이종렬이 좌전 안타를 때려냈다. 이때 최동수가 과감하게 3루를 파고들었다. 약한 심정수의 어깨를 파고든 주루 플레이. 심정수의 팔랑이는 송구가 3루에 닿을 무렵 이종렬은 잽싸게 2루까지 내달려 세이프 됐다. 무사 1,2루가 될 찬스가 무사 2,3루로 불어난 것이었다. 다음 타자 조인성은 우익수 희생 플라이로 뒤를 받쳤고 계속된 2사 2루서 박경수의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가 터져나와 2점을 보탰다. 타선이 일찌감치 힘을내자 마운드 릴레이도 탄력을 받았다. LG 타선은 이후 찬스를 살리지 못해 추가 득점에 실패했지만 마운드의 높이만으로도 승리를 지키기는 충분했다. 호투하던 선발 옥스프링이 5이닝(1실점)을 마친 뒤 오른쪽 허벅지 통증으로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JJ 듀오로 주목받고 있는 정찬헌과 정재복, 그리고 마무리 우규민이 삼성 타선을 실점 없이 틀어막아 승리를 지켜냈다. 삼성 박한이는 3회 중전안타를 때려내며 개인 통산 1,000안타(52번째)를 기록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한편 롯데는 히어로즈를 이틀 연속으로 꺾고 돌풍을 이어갔다. ▶ 관련기사 ◀☞오버뮬러 LG와 재대결도 완승 "감독님 조언 덕분"☞에이스의 존재감이 무엇인지 보여준 한판...LG 삼성에 완패☞[정철우의 1S1B]추락이 두렵지 않은 남자 이야기☞SK 정대현 "팀이 필요할때 내 몫을 하는 것이 목표"☞[베이스볼 테마록] 폼생폼사의 비밀 '구대성 그리고 김광현'
2008.04.19 I 정철우 기자
 폼생폼사의 비밀 '구대성 그리고 김광현'
  • [베이스볼 테마록] 폼생폼사의 비밀 '구대성 그리고 김광현'
  •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구대성(40.한화)과 김광현(20.SK). 얼핏 별반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사이처럼 보인다. 실제 둘 사이에 이렇다 할 교류도 없었다. 그러나 20년 차이의 두 투수 사이엔 공통점이 한가지 있다. 독특한 투구폼 만으로 타자를 피곤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코치 생활을 한 이만수 SK 수석 코치는 한국으로 돌아온 뒤 "우리 타자들은 좋은 능력은 있는데 폼이 다 똑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나같이 교과서 속에서 볼 수 있는 폼으로 친다는 뜻이다. 한국 투수도 마찬가지다.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는 보다 쉬운 폼'을 익혀야 비로서 KS 마크가 찍힌다. 그러나 구대성과 김광현은 다르다. 여타의 투수들과는 다른 폼으로 최고의 공을 던질 수 있다. 자연스럽게 타자들에겐 부담스런 존재다. 쉽게 볼 수 없는 폼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 있는 공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협적인 무기가 된다.  ▲ 구대성 (제공=한화이글스)▲감춤의 미학-구대성구대성은 공을 놓는 순간을 최대한 타자에게 노출하지 않는 투구폼을 갖고 있다. 마치 일본과 미국 무대를 평정한 노모 히데오(캔자스시티)를 연상시킬 정도로 몸을 비틀어 공을 던진다.  구대성이 이 폼을 익히게 된 것은 충남중학교 3학년때. 대전고 진학이 확정된 구대성에게 대전야구의 대부 고(故) 이성규씨가 찾아오면서 부터다.  이성규씨는 야구를 직접 하진 않았지만 야구에 대한 학구열이 강해 어느 야구인 보다 뛰어난 지도력을 갖고 있었다. 현재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인 이효봉씨의 부친이기도 하다.  이성규씨는 당시 일본에서 크게 유행했던 '과학하는 야구'라는 책에서 힌트를 얻어 구대성에게 이 폼을 전수하게 된다.  낙점 이유는 타고난 근력. 워낙 힘이 좋았던 어린 구대성은 이성규씨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게 된다. 몸을 비트는 동작은 허리와 무릎에 큰 무리가 될 수 밖에 없다. 보통 선수라면 따라하기도 어려웠겠지만 구대성이라면 해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투구판 밟는 법에도 비밀이 숨어 있었다. 구대성은 투구판을 45도 정도로 빗겨 밟는 것으로 유명하다. 보통의 투수들은 힘을 받기 위해 투구판에 발을 걸치고 던진다. 그러나 구대성은 투구판을 이용해 자신의 폼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중3때부터 부단히 던지고 또 던지며 익힌 기술이다.  끝까지 공이 보이지 않는 투구폼에서 대각선으로 뿜어져 나오는 공은 그야말로 위력 그 자체였다. 특히 구대성의 전성기 시절 한국 프로야구는 스트라이크 존의 좌,우 폭이 넓었다. SK 포수 박경완은 "대성이 형 공은 치지 말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효봉 위원은 "구대성이 아니면 그폼으로 공을 던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몸에 무리가 되는 폼이다. 그러나 구대성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겨냈다. 프로 입문 후에도 폼이 흐트러지면 아버님을 찾아와 대전고 비닐 하우스에서 공을 던지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난다"고 말했다.   ▲ 김광현 (제공=SK와이번스)▲높이와 역동성의 미학-김광현김광현의 투구는 보는 것 만으로도 시원하다. 사람이 닿을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찍는 듯 던지는 투구폼은 그만큼의 힘을 느끼게 한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인 좌완 샌디 쿠펙스는 현역 시절 높은 타점으로 더욱 유명했다. 김광현의 현재 모습은 당시의 쿠펙스 보다도 더 높고 역동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해 11월, 주니치 코치연수 중 코나미 컵에서 김광현을 처음 본 LG 서용빈은 "일본에서도 저렇게 높은 타점이 있는 선수는 없다. 저 폼에 밸런스까지 좋다. 정말 대단하다"고 혀를 내두른 바 있다.   타자들, 특히 좌타자들에겐 그 자체만으로도 버겁다. 한 고참 선수는 "마치 앞으로 달려드는 듯 한 느낌이 위압적인 것은 사실이다. 예전에 임창용이 그랬다. '우욱' 하며 내 쪽으로 덤벼드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광현의 투구폼은 독학으로 익힌 것이다. 조금씩 조언을 받기도 했지만 스스로 힘 있는 공을 던지는 길을 찾다보니 현재의 폼이 완성됐다.  김광현은 "좀 더 빠르고 힘 있게 공을 던지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이게 어렵다거나 하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결은 하체 힘에 있다. 보통 튼실한 하체가 아니라면 김광현의 키킹 부터 릴리스 까지의 역동성을 이겨낼 수 없다.  김광현은 "그게 얼마나 필요한 건지는 몰랐지만 어릴때부터 공 던지는 것을 빼면 무조건 하체 운동을 했었다. 중,장거리 뛰기는 물론 하체에 힘이 붙을 수 있는 모든 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한참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을 나이. 당장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지 않는 하체 단련이 반가웠을리 없다. 그러나 김광현은 선뜻 즐거움을 말했다.  "도전하는 것이 좋았다. 너무 너무 힘이드는 순간을 이겨냈을때의 성취감이 컸다. 가슴이 '뻥'하고 열리는 느낌이랄까. 프로에 온 뒤 보다 체계적으로 하체 단련을 할 수 있어 좋다. 하지만 기분은 그때가 더 좋았다"고 말했다.   ▲ 구대성-김광현 (사진제공=한화,SK)▲'양신'이 보는 구대성과 김광현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2,000안타 고지를 넘어선 삼성 양준혁(39)은 투수, 특히 좌투수에 대한 분석 능력이 탁월하다. 좌타자에게 버거운 좌투수를 공략하기 위해 스스로 연구하고 또 공부하기 때문이다. 팬들은 그를 '양신'(양준혁 신)이라 부른다.  양준혁은 늘 우스갯 소리로 "우투수는 10억짜리가 들어왔다 해도 잘 안 보지만 좌투수는 2,000만원 짜리라 해도 유심히 살핀다"고 말하곤 한다. 그런 그가 보는 구대성과 김광현은 어떤 좌완 투수일까.  먼저 양준혁이 본 구대성. "구대성 선배는 공을 언제 놓는지 보기가 너무 어렵다. 그 폼으로 스트라이크 존 양 사이드를 구석 구석 찔러대기 때문에 타자들에겐 버거운 투수다." 실제로 공이 어느 정도까지 늦게 보이는 것일까. 양준혁은 "시간을 실제로 재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심리적으로 2~3초 정도 늦게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통 투수가 던진공이 홈 플레이트까지 오는 데 0,4초가 걸리고, 따라서 타자가 공을 인지하고 치는 데는 0.2초밖에 주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1초마저도 토막을 내야 하는 타격에서 (비록 심리적이지만)2~3초란 시간은 실로 어마어마할 수 밖에 없다.  다음은 김광현. 양준혁은 김광현에 대해 묻자 조금 고개를 갸웃 거렸다. 아직 더 가야한다는 뜻이었다.  양준혁은 "타점이 높아 위협적인 것은 사실이다. 타자에게 위압감을 주는 폼이고 또 그런 투수다. 지금까지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정말 톱 클래스가 되기엔 아직 부족함이 있다. 타점이 높다고 하지만 내가 느끼기엔 류현진(한화)이 더 높은데서 던지는 느낌이다. 류현진이 릴리스 포인트를 더 끌고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아직 제구가 부족하다. 홈 플레이트 양 사이드를 확실히 공략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분명히 좋은 투수다.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 내가 이 말을 한 뒤 한달 뒤에 더욱 뛰어난 투수가 돼 있을 수도 있다.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폼을 갖고 있는 만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투수가 돼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베이스볼 테마록]원 포인트 릴리프 이승호에 대한 단상☞[베이스볼 테마록]포수에게 물었다. 초구 치는 타자 어때요?☞[베이스볼 테마록]위기의 조범현호 05년 SK VS 08년 KIA☞[베이스볼 테마록]숫자가 말해주는 로이스터 매직☞[베이스볼 테마록]기록으로 본 두산과 LG의 허약한 득점력
2008.04.17 I 정철우 기자
  • [정철우의 1S1B] 고참, 그 존재의 이유
  •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13일 경기 전 목동구장 원정팀 라커룸. SK 포수 박경완과 볼배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누군가 옆에서 유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걸 안 것은 한참 뒤였다. 유격수 나주환이었다. 그는 동그래진 눈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박경완이 말을 마치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선배님 볼카운트 1-2에서 말입니다. 직구 파울이 뒷그물로 갔거든요. 잘 친건 아니고 방망이가 좀 늦었어요. 근데도 직구가 또 들어오는거에요. 계속 그런게 헛갈리니까 2스트라이크만 되면 무지 힘듭니다." 흔히 파울 타구가 뒷그물로 가면 타이밍이 맞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타자가 그 구종을 노렸거나 컨디션이 좋은것으로 여겨지는 것이 보통이다. 나주환의 말은 직구 파울이 뒷그물로 갔으니 어찌됐든 상대 배터리가 변화구 승부를 할거라 생각했었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박경완은 물론 옆에 있던 투수 가득염까지 펄쩍 뛰며 소리를 질렀다. 마치 짠 것처럼 똑같은 말을 했다. "네가 그런 모습 보이는 순간 바로 호구 잡히는거야." 이후 설명이 이어졌다. "투수와 포수는 타이밍이 맞아서 뒷그물로 갔는지 늦게 쳐서 그랬는지 다 알아. 다음 공을 어떻게 선택하는지 다 예상할 순 없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공을 치러가는 순간 고민해선 안된다는 거야. 그런 타자는 우습게 보일 수 밖에 없어. 알았냐." 나주환이 그동안 알고 있었던 것은 '상식'이었지만 박경완과 가득염이 들려준 것은 '경험'이었다. 나주환은 말 없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 속 응어리 하나가 풀린 듯한 표정이었다. 야구는 수학과는 달라서 공식을 쫓아가도 답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럴때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경험이다. 오랜 세월 실전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쌓인 고참들의 경험담은 후배들에게 살아있는 교과서 역할을 한다. 한화 투수 안영명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송진우 구대성 정민철 등 쟁쟁한 선배들의 모습만 잘 지켜봐도 투수가 어떻게 생활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세상의 시선은 베테랑 선수들에게 냉정하다. 예전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당장 날 선 비난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들의 역할은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사람들의 눈이 미치지 못하는 덕아웃 뒤켠 어딘가에선 지금도 그들이 뿌리는 희망의 씨앗들이 자라나고 있다.▶ 관련기사 ◀☞[정철우의 1S1B]'대안2'였던 사나이,그리고 그의 한☞[정철우의 1S1B] 로이스터 돌풍과 귀네슈의 2007 시즌☞[정철우의 1S1B]이봄,캐치볼로 마음을 전해보세요☞[정철우의 1S1B]야구장의 전봇대도 뽑아버리자
2008.04.14 I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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