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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우 정의당 비대위원장 “연동형 유지시 민주당과 선거연대 검토”
-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조건을 유지할 경우 더불어민주당과 선거연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연합뉴스)김 위원장은 16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민주당과 선거연대 가능성에 대해 “병립형이 아닌 상황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는 당연히 연대 연합의 필요조건이고, 그 다음에 무엇인가 민주당에서 당론으로 접수가 된다면 우리 안에서 토론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당 차원에서 제안이 들어온다면 저희가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노란봉투법과 쌍특검법에 대해 (민주당과) 같이 정책을 공조했다. 법안 발의는 다 정의당이 했다”며 “저희(정의당) 보고 2중대라고 얘기하는 것보다 무엇을 하는 데에 집중해달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녹색당 등 다른 당과 선거연합 여부에 대해선 “녹색당이랑 같이 선거연합정당 노선 승인을 대의원들한테 받았다”며 “최종적 귀착지가 될 수 있고, 중간 귀착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그러면서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열린민주당이 어제 비례연합정당을 하자고 공동 기자회견을 했는데, 백브리핑이나 기사를 보면 진보당, 정의당, 민주당의 조국 전 장관까지 열어놓겠다고 얘기를 했다”며 “나머지 가치에 기반한 이야기나 구호는 저희랑 크게 다른 바 없는데, 조국 전 장관이랑 같이 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라고 선을 그었다.그는 또 “나라를 위한 일이면 국민의힘, 민주당, 예를 들면 지금 밖에 있는 이른바 자칭 제3지대 정당들과 정책 공조를 할 수 있다”며 “요즘 보면 연합 정치의 핵심은 정치인데 연합이 핵심이 되는 시기가 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어울러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탈당 선언 이후 이날 당기위원회에 출석하는 것과 관련해서 “류호정 의원이 시기적으로나 여러 부분에서 유감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1월 내에 탈당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머지 세부사항에서 1~2주 조금 더 당적을 유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본인 판단이라서 제가 해석을 붙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 정유미 감독 애니메이션 '서클' 베를린영화제 초청…이번이 4번째
-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정유미 감독의 새로운 단편 애니메이션 ‘서클(Circle)’이 제 7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이미 수학시험(2010), 연애놀이(2013), 존재의 집(2022)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정유미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네 번째로 베를린의 주목을 받게 됐다.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4회 이상 초청받은 연출자는 정유미 감독이 최초다.매년 2월 열리는 베를린 국제영화제는 칸 영화제, 베니스 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특히 베를린 국제영화제는 비평가와 감독 위주의 예술 작품 발굴을 중시하며, 올해 74회 영화제는 2월 15일부터 25일까지 열릴 예정이다.독창적인 단편 애니메이션 ‘서클(Circle)’, 고정된 관념의 벽을 벗어나길 갈망하는 자유의 메시지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의 제작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서클(Circle)’은 세상의 수많은 관념이 만드는 벽에 대해 은유적으로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소녀가 그린 서클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비좁게 가득찼다가, 소녀가 서클을 지우자 다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영상이 7분 여의 러닝 타임 동안 전개된다. 정유미 감독은 이를 통해 본래 존재의 목적을 잃어가고, 타인들과 사회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느라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서클(Circle)’은 이렇게 심플한 이야기 구성으로도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연애놀이’, ‘존재의 집’, ‘파도’ 등 전작에서 보여줬던 정유미 감독 특유의 세밀한 연필 드로잉 기법은 작가만의 고유한 개성을 담아낸다.정유미 감독은 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고 졸업 후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에서 애니메이션 연출을 전공했다. 2009년 연출한 단편 애니메이션 ‘먼지아이(Dust Kid)’가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받으면서 국내외에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2013년에는 ‘연애놀이(Love Games)’가 자그레브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또한 2010년 단편 애니메이션 ‘수학시험(Math Test)’은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받았으며, 최근작인 ‘파도(The Waves)’ 또한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로카르노영화제 단편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받는 등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는 작가이기도 하다.‘먼지아이(Dust Kid)’는 2014년 그림책으로도 출간되면서 한국 그림작가로는 처음으로 볼로냐 라가치 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15년 ‘나의 작은 인형상자(My Little Doll’s House)‘ 그림책으로 볼로냐 라가치상을 2년 연속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 4대 애니메이션 영화제인 자그레브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연애놀이(Love Games)’로 대상인 그랑프리를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이력이 있고, 2022년 ‘존재의 집(House of Existence)’에 이어 총 4회 연속 베를린 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에 초청되고 있는 만큼, 이번 신작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 기대가 높다.
- "멈춰선 이중구조 개혁…노사정 원팀 기대[3대개혁 골든타임④]
- 정승국 고려대 노동대학원 객원교수[정승국 고려대 노동대학원 객원교수] 각국 정부는 다양한 이유 때문에 노동개혁을 추진한다. 경제위기 때문에, 높은 실업률 때문에, 낮은 성장률과 경쟁력 회복을 이유로, 노동시장이중구조와 불평등 해소를 위해 노동개혁을 추진한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은 경쟁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 이중구조개혁을 배경으로 하여 추진되었다. 애초에 대통령 인수위에서 다듬은 국정과제에서는 근로시간제도 개편과 임금체계 개편을 통한 이중구조 개혁이 노동개혁의 주 항목이었다. 그러나 2022년 11~12월 화물연대 파업 이후 노사법치주의가 노동개혁의 기본 과제로 추가되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에 발표된 고용노동부의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문을 거쳐 개혁의제가 더욱 확대되었다. 대우조선 사내하청 파업 이후 추진된 “조선업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상생 협약”이 2023년 2월에 결실을 거두면서 원하청상생협의 강화가 이중구조 개혁의 항목에 추가되었다.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이중구조 개혁안 가운데 호봉제 개혁 및 임금차별 격차 해소방안은 지난해 2월 고용노동부 상생임금위원회의 논의 사항으로 배치되었다. 원하청 상생협의 강화, 미조직근로자 근로조건 개선, 미조직 사업장 근로자대표제도 개선, 비정규직 차별제도 개선, 특고 플랫폼 종사자 보호방안 등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이중구조개선위원회로 할당되었다. 그리고 파견제도 수정, 사용자대체근로 금지 검토 등은 경사노위 노사관계제도 관행개선 자문위의 논의사항으로 배치되었다. 그리고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문 가운데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인데, 그 정부안은 지난해 3월 발표되었다.이상이 정부 노동개혁의 정책 디자인인데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신속하게 확정될 노동개혁안이 입법절차를 밟거나 총선 전 정부의 개혁안으로 확정되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었을 것이다.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구상을 뒤흔든 것이 “근로시간제도 개편 방안”이었다. 정부의 개편방안은 여러 구상을 갖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근로시간의 상한과 하한을 두고 수요의 변동에 따라 근로시간을 불균등하게 배분하는 평균화 방식을 연장근로에 적용한 연장근로총량관리제였다. 이 제도에 대한 노조와 근로자의 광범한 반발로 인하여 근로시간 유연화 제도는 수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23년 11월 결국 원래의 근로시간제도 개편방안은 대폭 수정되어 첫째 주 52시간제를 유지하되 필요한 업종 직종에 한해서 연장근로총량관리제 실시, 둘째 근로시간 주 상한의 설정, 셋째 구체적인 내용은 노사정 대화를 통해서 논의하겠다는 것으로 바뀌었다.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기존의 동원전략과 갈등전략을 포기하고 경사노위에 복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의 상생임금위원회나 경사노위의 이중구조개선위원회와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자문단의 권고문은 원칙적이고 선언적인 수준에서 작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에서 기술한 노동개혁의 특징을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유럽 여러 국가들의 노동개혁이 부채위기나 높은 실업률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 하에서 추진되었다면 이번 노동개혁은 그렇지 않은 상황 속에서 전개되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개혁은 흔히 위기의 담론 하에서 집권여당과 야당, 노동조합까지 포함하는 광범한 개혁연합의 지지를 받아 추진되지만, 이번 노동개혁은 공식적 노동개혁연합의 부재 속에서 정부 주도와 전문가 위원회 중심으로 추진되었다. 노동개혁은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를 우회했고, 온건 노조의 참여를 배제했다. 둘째, 노사 법치주의가 노동개혁과정의 기본 축으로 등장한 특성을 갖는다. 노사 법치주의는 화물연대파업과 건설노조 불법행위를 계기로 하여 본격적인 노동개혁 과제로 승격하였으며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 불법·부당 관행 개선, 채용 공정성 개선, 5대 불법·부조리 개선 등을 내용으로 한다.셋째, 이중구조 개혁을 뚜렷한 기치로 내건 개혁의 특성을 갖는다. 이중구조 개혁이란 노동시장의 내부자(대기업 정규직)와 외부자(중소영세기업 정규직, 비정규직, 실업자 등 취약근로자) 사이의 구조적인 사회경제적 불균형을 교정하여 노동시장의 위험과 기회를 균등하게 배분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노동시장이중구조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의 문제와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의 문제가 혼합된 특성을 갖는다. 노동시장이중구조를 분절화(segmentation)라고도 부르는데, 그렇게 명명할 때 이중구조의 핵심적 문제는 비정규직이나 취약계층의 크기나 근로조건 격차보다는 분절들 사이의 이동의 어려움이다. 이 분절화는 애초에는 사용자 전략의 산물로 간주되었으나 90년대 이후에는 노동시장제도의 결과로 인식되고 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하는 것을 탈분절화(de-segmentation) 혹은 탈이중구조화(de-dualisation)라고 한다. 2010년 이후 추진된 유럽의 탈분절화 개혁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EPL(employment protection legislation: 고용보호법) 격차를 좁히는 것이 지배적 관행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노동개혁에서 핵심적 지위를 갖는 것은 호봉제 등 임금체계의 개선과 원하청 상생을 위한 방안 등이다. EPL을 노동개혁의 항목에 포함시키지 못한 것은 경제적 위기의 시기에만 EPL 개혁이 가능한 기회의 창이 열리기 때문일 것이다.넷째, 정부의 노동개혁은 자유주의적 개혁과 이중적 노동시장 개혁(재조정: recalibration이라고 한다)의 결합으로서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자유화와 이중구조 개혁의 동반은 정부의 노동개혁이 경쟁력과 사회적 연대성을 촉진시키는 정책 혼합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다섯째, 이중구조의 개혁에서 핵심적 지위를 갖는 실업급여 수급권의 개선과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확대는 이번 개혁안에서 배제되었다. 이중적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 등 취약근로자들은 실업자가 되거나 빈곤덫에 갖힐 가능성이 크다.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확대는 취약근로자들이 직업훈련과 고용서비스를 통해서 고용안정성과 괜찮은 근로조건을 갖는 좋은 일자리로 이동할 가능성을 높인다.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 배제된 것은 비정규직을 비롯한 취약계층이 괜찮은 일자리를 갖도록 지원하는 것보다는 격차해소에 비중을 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정부 노동개혁의 전망은 경사노위에서의 정치적 교환의 기술에 의존하게 되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거시경제적 비효율성을 낳고 노동자 복리에 큰 문제를 초래한다. 비정규직의 증가는 생산성 성장을 방해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강한 사회는 예외 없이 청년실업률이 높거나 청년니트 비율이 높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가족주의적 성격이 강한 복지제도와 상호작용하여 저출산 문제를 낳는다. 불안정하고 분절화된 노동시장과 가족주의적 복지는 2차 노동시장에 위치한 여성들의 엄마 되기를 늦추며 가족 형성을 방해한다. 24년은 노동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화가 총선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올해마저 그 기회를 놓친다면 우리는 노동개혁의 소중한 기회를 또다시 상실하게 될 것이다. 노사정은 노동시장정책과 복지국가제도에서 노동시장 외부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이중구조를 축소하는 정책을 합의하여 거시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고 취약근로자의 복리를 향상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연금 개혁은 고차방정식, 쉬운 것부터 풀어나가자"
-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나의 노후를 생각해보자. 70세 혹은 80세 그리고 90세의 나의 모습은 어떨까. 건강하게 가족과 좋은 관계 속에 지내는 나를 그리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토대 중 하나는 경제적 여건일 것이다.아쉽게도 현재 우리 어르신들의 삶은 이러한 멋진 전망을 실현하고 있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2023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건강이 좋다고 응답한 이들은 27% 그리고 가족과의 관계에 만족한 인구의 비중은 55%였다. 또 소득수준이 여유 있다고 응답한 65세 이상 인구는 8%에 지나지 않았고 적정하다고 응답한 이들까지 합해도 40%가 되지 않았다. 반면 60%가 넘는 인구가 부족하다고 답했다.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사진=이데일리 DB)현 노인뿐 아니라 현재 근로연령대 국민들의 노후 역시 그다지 안전하지는 않다. 2020년 말 기준 의무가입연령 대상 중 1263만명, 약 43.3%가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10명 중 4명 이상이 노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고 이는 비정규 일자리를 가지고 있거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이들일수록 더 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40년 가입해야 평균소득의 40% 정도의 연금을 받는데 평균 가입자가 30년 이상 보험료를 기여하는 것이 쉽지 않다.그러니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답이 된다. 하지만 이를 우려하고 심지어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이 주목하는 현실은 극도로 낮은 출산율과 증가하는 평균수명이다. 이로 인해서 2050년에는 10명 중 4명 이상이 65세 이상 인구가 된다고 한다. 근로연령대 인구가 빠르게 줄어드는 현실을 고려할 때 노년층이 가져가는 사회적 몫이 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인구구조의 변화는 몇 가지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 만일 지금의 보험료율이 오르지 않을 경우 기금이 2055년 고갈될 수 있고 그다음부터 상당이 높은 보험료를 후세대들이 부담해야 한다. 그때까지 보험료율이 오르지 않을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에 과장된 측면이 크지만 이런 메시지가 국민이 지속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그러면서 제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2023년 7월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24%, 30대의 25%만이 향후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재테크보다 국민연금이 더 낫다’라고 생각하는 비중 역시 20대 21%, 30대 15%로 나타났다. 과장된 우려 때문이라 해도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우리의 노후와 연금제도를 둘러싼 이러한 배경은 연금개혁을 더 강하게 추동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연금개혁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어떠한 문제를 더 강조하는지에 따라서 의견이 상당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금개혁에 지지부진했던 전 정부를 비판했던 현 정부가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개혁이 금방이라도 이루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연내에 혹은 현 정부 임기 내에 연금개혁이 단행될 것이라 예상하는 이들은 매우 적다. 보험료율 인상이라는 ‘인기’ 없는 대책 앞에서 한 발씩 뒤로 물러서는 대통령, 부담스러워하는 국회, 그리고 합의가 되지 않는 전문가들의 평행선 논쟁이 그 뒤에 존재한다. 연금개혁은 노후소득보장이나 재정안정, 그 어떤 것이 목적이든 빨리 될수록 그 효과가 더 강해진다. 뒤로 미루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도 제도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다만 연금개혁이 고차방정식처럼 어렵고 멋진 하나의 완성된 안으로 합의를 이루기 어렵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언급되지 않았지만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과의 관계나 퇴직연금과의 관계까지 확장되면 더욱 그러하다. 어떻게 풀어나갈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복잡하고 어려운 연금개혁, 합의할 수 있는 작은 걸음부터 내딛자는 것이다. A부터 Z까지 합의를 하기 전에 A와 B부터 합의하고 나머지를 맞추어 나가보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2024년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예정대로 40%로 낮추지 말고 현재 42.5%(40년 가입 기준)에 멈추고 보험료율을 2% 높이는 것이 필자와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는 작은 걸음이다. 그 이후 국민들과 함께 숙의하며 2~3년 시계를 잡고 큰 개혁에 도전해보면 어떨까.지금 대립하는 양쪽의 전문가 집단은 국민연금 강화와 재정부담 방식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양쪽 전문가 대부분이 이 상태로 노후소득이 안정적이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동시에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높이지 않고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 역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노총과 같은 노조 쪽 역시 이 입장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이고 유일하게 보험료 인상에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쪽은 고용주 입장을 대변하는 기관들이다. 경영자측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고용주는 이미 퇴직금이나 퇴직연금을 부담하고 있고 1년에 1개월을 퇴직금으로 적립할 경우 이는 노동자 소득의 8.3%에 해당한다. 즉, 이미 국민연금과 퇴직금/연금을 부담하고 있는데 추가부담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큰 개혁으로 갈 때에는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2% 보험료 인상은 고용주와 피고용인 각각 1% 추가부담이다. 이것이 안정된 국민연금으로 가는 길에 장애물이 될 수는 없다. 다만 영세자영업자는 본인이 오롯이 2%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지원제도를 고려해 볼 수 있다.작은 걸음은 큰 개혁으로 가는 중요한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 정부와 정치인들은 전문가들의 평행선 논쟁에 수혜자처럼 보인다. ‘비난회피정치’를 합의가 되지 않는 전문가들에게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의의 경험은 정치의 책임성을 회복하게 할 것이며, 국민 역시 제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작은 걸음 이후에도 노후는 여전히 불안하고 보험료를 추가로 높이는 일은 더욱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것이다. 큰 개혁에서 몇 가지 고려할 점들을 제안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먼저 국민연금이 국민 노후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기초연금이라는 동생도 많이 컸다. 국민연금이 가지고 있는 딜레마를 기초연금은 잘 보완할 수 있다. 더 나은 노동시장을 위한 노력도 필수적이다. 둘째, 세대 간 분배정의도 중요하지만, 여전히 세대 내 분배정의도 중요하다. 미래세대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면 같은 세대 내 부의 재분배가 잘 활발히 이루어 ‘빈곤’이라는 문제를 다음 세대에 넘기면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을 믿고 개혁을 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국민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다. 제대로 설계된 공론화 과정을 포함해 2~3년 동안 개혁을 진행한다면 큰 개혁이라는 항구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 "저출산·사교육 등 문제 산적...교육개혁 시급"[3대개혁 골든타임③]
- [나승일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전 교육부 차관] 2022년 5월 10일에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국정 비전으로 채택하고 교육개혁을 노동·연금 개혁과 함께 3대 개혁 중의 하나로 선포했다.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개혁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교육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는 현재 저출산, 사교육 문제, 국가 간 기술 경쟁 등 다양한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교육개혁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미래 사회에 대응할 교육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추진돼야 한다. 2022년에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은 27위이지만, 대학교육 경쟁력은 46위에 머물고 있다. 더욱이 내년에는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하락할 전망이다. 이미 학생 수 부족으로 폐교가 증가하는 현상을 농어촌뿐만 아니라 도시에서도 보게 되는 것이다.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전 교육부 차관. (사진= 김태형 기자)교육부에 따르면 2023년 사교육비 총액은 24조 2000억원으로 발표됐다. 이러한 과도한 사교육은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뿐만 아니라 학교 교실 수업도 소홀히 만들고 있다. 특히 초등돌봄교실을 확대한 ‘늘봄학교’는 저출산 문제를 완화할 정책으로 꼽힌다. 맞벌이·저소득 가정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초등돌봄교실을 최장 저녁 8시까지 운영하기 때문이다. 이는 돌봄 부담 완화와 저출산 대응을 위한 긍정적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다만 늘봄학교는 교사들의 반발을 해소해야 한다는 점이 교육부에 주어진 과제이다. 정부가 관련 인력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늘봄학교가 초등학교에서 운영된다는 점에서 교사들은 추가적 업무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학교의 본래 기능인 ‘교육’이 ‘돌봄’에 의해 훼손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더욱이 교육부는 당초 계획보다 6개월 앞당겨 올해 2학기부터 전체 6100여개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운영키로 한 만큼 학교·교사들의 반발에 직면하면 정책이 안착되기 힘들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이후 교사들의 의견 수렴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를 새해에도 이어가 늘봄학교도 부작용 없이 현장에 안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맞벌이 부부들이 돌봄 부담을 덜 수 있으며, 이는 향후 우리 사회 저출산 극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 사회 저출산 문제는 사교육비 부담에서도 기인한다. 그런 면에서 교육부가 내년부터 본격 도입할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는 사교육비 부담 완화를 위해 학생 ‘맞춤형 교육’을 위한 정책이 돼야 한다. 학생 개개인의 취약점을 해소할 수 있게 수준별 학습이 가능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공교육에서도 기초학력을 다질 수 있게 된다. 교육부는 교사들이 디지털 교과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운영상의 오류나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술적 측면에서도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고등교육 분야에선 이공계열 인재 양성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모든 산업 분야가 그렇듯이 인재가 몰려야 해당 산업 분야 발전이 가능하다. 윤석열 정부는 반도체·인공지능·이차전지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성장동력을 찾으려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과 같은 과도한 ‘의대 쏠림’ 현상은 반드시 완화되도록 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국가 간 기술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치명적 위기를 맞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공계 최우수 인재들이 너도나도 의대로만 향한다면 다른 첨단기술 분야에선 그만큼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공계 최우수 인재들이 의대로 몰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어떤 직업군보다 고소득이 보장되고 직업적 안정성까지 뛰어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의사 평균연봉은 2억3070만원에 달했다. 마침 보건복지부는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수요 조사 결과에선 전국 40개 의대가 2030학년도까지 최소 2738명에서 최대 3953명의 증원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대한의사협회 등과의 협의 과정에서 대학들이 원하는 만큼의 증원은 힘들겠지만 그렇더라도 정부가 의지를 갖고 의사들을 설득, 정원 증원을 추진해야 한다. 그 이후 국민 생명·안전과 직결된 필수·지역의료분야에서의 복무 기준을 새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지난 연말 국회에선 의대 정원 일부를 별도 선발한 뒤 의료취약지역 병원에서 10년간 의무 복무토록 하는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법안이 의결된다면 과도한 의대 쏠림이 완화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학 구조개혁 부분도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교육부는 ‘글로컬 대학’ 30곳을 선정, 대학 1곳당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방대의 경우 글로컬 대학으로 선정된 대학 외에도 생존할 대학이 많아질수록 나쁘지 않다고 본다. 지방에서 대학 하나가 사라지면 지역 소멸과 지역 경제 위축을 동시에 불러올 수 있어서다. 학생 부족 문제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 평생교육 활성화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글로컬 대학의 성과를 여타 다른 지방대로 확산, 생존할 대학이 최대한 늘어야 한다. 생존할 대학은 살리되 더 이상 운영이 어려운 ‘한계 대학’은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국회에는 스스로 대학을 청산할 때 남은 재산 일부를 설립자 등에 돌려주는 ‘해산 장려금’ 조항을 담은 법안이 계류돼 있다. 일각에선 이를 ‘먹튀’ 조항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부실 대학을 그대로 운영하는 것보다는 해산 장려금을 돌려주더라도 학교법인이 스스로 대학을 정리토록 하는 게 더 교육계에는 더 이익이 된다. 부실 대학이 오래 존속할수록 그 피해는 학생의 학습권 피해로 돌아가기 때문이다.교육개혁의 성공이 윤석열 정부 성공을 뒷받침할 것이다. 이를 통해 미래를 대비하고 국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교육부가 정부부처 간 유기적 연계를 활용한 교육개혁 추진방안을 설계하길 기대한다.
- 악재 잇따르는 코스피…'지정학 리스크, 업종별 전략은'
-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바람 잘 날 없는 국제 사회의 지정학적 이슈에 증시 투자심리가 출렁이고 있다. 안 그래도 코스피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 갈등에 더해 대만 총통 선거 결과에 따른 미·중 마찰 부담까지 겹겹이 쌓이면서다. 증권가에서는 해당 이슈에 따라 업종별 주가가 엇갈리는만큼 글로벌 이슈를 고려한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지정학적 갈등 심화에 해상운임이 상승하며 해운주는 오르고. 부품 수급 우려에 테슬라와 함께 2차전지주는 내리고 있다. 대만 선거가 곧바로 극단적인 무력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향후 반도체, 방산 등 업종을 유의해 살필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코스피, 지정학 이슈에 ‘희비’…해운↑2차전지↓1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94포인트(0.04%) 상승한 2525.99에 거래를 마쳤다. 9거래일 만의 상승 전환이다. 코스피 업종들은 이날 주요 지정학적 이슈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친(親)이란 예멘 반군 후티의 공격에 홍해가 위협받는 가운데 이란이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 부근의 해상 무역로인 오만만 해역에서 미국 유조선을 나포하면서 중동 지정학 긴장이 고조됐다. 지정학적 갈등에 철강(-1.03%%)과 화학(-1.09%) 업종은 2차전지주 약세로 ‘파란불’을 켰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3%대, LG화학(051910), 포스코퓨처엠(003670)은 2%대, POSCO홀딩스(005490), 삼성SDI(006400)는 1%대 하락했다. 홍해를 비롯한 핵심 교역 항로가 군사분쟁에 휩싸이자 공급란 대란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전기차 공장들이 중국에 핵심 부품을 의존하고 있는데, 홍해는 유럽과 중국을 잇는 주요 경로다. 이에 따라 홍해 봉쇄로 독일 내 차량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힌 테슬라도 3%대 하락했다. 반면 물류난에 해상운임이 치솟은 가운데 흥아해운(003280)이 14%대 급등하는 등 해운주는 강세를 보였다. 운수창고업도 영향을 받아 0.79% 올랐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 갈등에 따른 운송 차질 우려에 테슬라, 포드 등이 하락했고, 이와 함께 배터리 셀 가격 하락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2차전지 밸류체인 종목들이 동반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홍해 리스크가 중소형 해운주 강세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대만 선거, 미·중 분쟁 유의…반도체·방산 주목지난 13일에는 친미(親美)·반중(反中)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대만 대선에서 승리하며 국내 투자자들도 셈이 복잡해졌다. 증권가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이전까지의 국제 분쟁과 달리 이번 대만 총통 선거 결과에 따른 증시 영향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패권 전쟁 속 대만은 지리적 중요성과 더불어 인공지능(AI) 혁신 근간인 반도체 기술의 거점이기 때문에 더욱 첨예한 갈등이 예상되며, 미국의 군사 재정정책 등에 영향을 미칠 경우 증시에 주요 변수인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며 “올해 코스피 관련 영향을 선제적으로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관찰하며 대응해야 하는 변동성 요인이 발생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 결과로 극단적인 무력 충돌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되지만, 반도체 섹터는 유의해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잇따른다.최원석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대만에게 일종의 경고 차원의 무력 시위, 경제적 제제를 가할 수 있지만 명분을 고려하면 무력 충돌, 전쟁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방산업에도 관심이 쏠린다. 강재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국 선거에 지정학 리스크가 부각할 수 있고, 전 세계 국방 지출 확대가 예상되면서 지난해 소외됐던 방위 산업 기업이 반사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코미디 소설가 우희덕, 러블로그 5년만에 '캐스팅' 출간
-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2018년 ‘러블로그’로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던 코미디 소설가 우희덕 작가가 5년만에 두번째 장편소설 ‘캐스팅’을 출간했다.15일 서로북스는 “우 작가의 ‘캐스팅’이 이날 출간됐다”며 이번 작품은 “기존 마니아적 코미디에 현실감각을 더한 트래지코미디, 희극적이면서도 진중한 코미디 문학”이라고 말했다.‘캐스팅’은 비하와 비아냥이 아니면 사람을 웃길 수 없는 듯, 자극적인 코미디가 넘쳐 나는 현실에서 이 소설은 특유의 언어유희로 심심한 위로와 위트를 전한다. 언뜻 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 웃음 코드를 숨긴 채 시치미를 떼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단순히 웃기려는 것을 넘어 인간 본성과 사회 모순을 예리하게 들춘다. ‘캐스팅’의 코믹적인 문장과 장면은 마지막 반전을 향한 치밀한 단계들이었다는 데서 전작 ‘러블로그’와 맥이 같다. 그러나 이번 소설이 주는 페이소스는 그 이상이다. 작가가 주조한 이야기는 이전보다 더욱 깊은 곳을 노린다. 작가의 강력한 메시지는 소설 말미 펼쳐놓은 모든 퍼즐이 맞춰질 때 오롯이 드러난다. 진실은 현상 이면에 있다.캐스팅 (사진=서로북스)이 소설의 제목이자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키워드인 ‘캐스팅’은 다의적 의미를 내포한다. 이야기의 줄기인 팟캐스트 방송과 이를 위한 섭외 작업, 또 무엇을 던진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 무엇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다. 힘을 가진 이들이 축조한 게임 세계, 운명이라고 믿는 것의 부속물이 되기보다 자신을 던져 자신의 삶을 찾아 가는 것이 이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다. ‘캐스팅’ 1장의 제목인 ‘리와인드’에서 보듯, 작가는 소설 곳곳에서 이야기를 시간의 역순으로 배치했다. 삶이 우리를 캐스팅하기 위해 우리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야만 한다. 그것은 기억을 환기시키는 마들렌의 향기처럼, 현실을 거슬러 올라가야 찾을 수 있다. 막연한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돌아봐야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동시대를 살며 동시에 많은 것을 잃고 있다. 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정체불명의 노인, 도시에서 사라진 맛을 간직한 국숫집 아주머니,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는 인력사무소 소장, 대중의 시야에서 이탈한 톱스타,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이들까지.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삶을 유예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또한 저마다의 방식과 형태로 모 피디가 성장하는 데 관여한다.모 피디는 삶이라는 모순과 일이라는 고통 속에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그 끝에 캐스팅하는 한 사람이 있다. 자신의 꿈을 남을 위해 쓰는 사람들이 만나 결국 서로가 서로의 꿈을 이루어준다. 우희덕 작가는 1979년 서울 출생으로, 숭실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학에서 15년 동안 일하며 퇴사 전까지 13년간 홍보 업무를 담당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발행 정책주간지 ‘공감’에 ‘우희덕의 코미디 로드’, ‘우희덕의 제주 표류기’를 연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