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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붕없는 미술관', 봄 햇살에 바스라지다
  • [여행] '지붕없는 미술관', 봄 햇살에 바스라지다
  • 외나로도 봉래산 정상에서 바라본 고흥반도[전남 고흥=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이른 아침 들이치는 바람결이 포근하다. 창문으로 침입하는 햇살은 따사로운 기운을 품고 있다. 어느새 봄이 사뿐히 내려앉았다. 남해안 끝자락 전남 고흥은 봄 햇살이 바스러지는 소리에 귀와 눈이 따가울 정도다. 산길과 해안길은 따사롭고 온화하다. 봄 햇살을 받으며 걷고, 때로는 쉬며 호사를 누린다. 상록 숲에서 만나는 피톤치드는 덤이다. 이뿐인가. 고흥 땅 어디든 초록으로 가득 차 있다. 액자에 가두어 그대로 간직하고 싶을 정도. ‘지붕 없는 미술관’이 있다면 바로 고흥이다. 섬 능선길 경치도, 전망도, 등대 밑 해안 절벽에서도 봄 정취는 가득하다.미르마루길 길은 유채꽃 핀 다랑논 사이를 지나 해안 절벽을 따라 걷도록 조성했다.◇용이 바다에 새긴 ‘하늘의 꿈’미르마루길 용바위.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용암지층 절벽과 널찍한 반석이다고흥 봄 여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봄 바다의 정취다. 그중에서도 영남면 남열리에서 우천리로 이어지는 해안도로가 단연 압권이다. 이 일대는 지난 2012년 산림청이 ‘우리나라 100대 산림경관관리지역’으로 꼽은 곳이다. 길을 따라 다도해의 봄 바다가 주르륵 펼쳐지고, 남열해돋이해변·우주발사전망대·사자바위·용바위 등의 명소도 몰려있어 볼거리가 풍부한 곳이다.그래서일까. 최근 이곳에 새길을 열렸다. 미르마루길이다. 미르는 ‘용’, 마루는 ‘하늘’(우주)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총 길이는 약 4km. 왕복으로 3시간 정도면 천천히 둘러볼 수 있다. 다도해의 수려한 경관과 나로호 발사의 역사적인 순간을 볼 수 있는 우주발사 전망대, 용바위와 사자바위에 얽힌 전설 등 고흥의 생태문화를 즐길 수 있다. 미르마루길의 가장 큰 장점은 여태 볼 수 없었던 웅장한 해안 절벽을 줄곧 눈에 담으며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들머리는 우주발사전망대다. 고흥의 랜드마크 중 하나다. 나로호우주센터와 직선거리로 17km 떨어졌다. 본래 우주선 나로호의 발사광경을 바라보기 위해 지어진 것이지만, 우주선 발사보다는 주변의 빼어난 해안 경관을 바라보는데 더 적격인 명당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낭도, 목도, 증도, 장사도, 하화도 너머로 여수 일대가 한눈에 펼쳐진다. 발아래로는 해안가 다랑논의 계단과 남열해변의 경관이 그림 같다.전망대에서 시작한 길은 사자바위와 다랑논, 몽돌해변 등 여러 볼거리를 품었다. 용굴 등 기암절벽도 지난다. 곳곳에 스카이워크 전망대와 용 조형물 등도 세워뒀다. 특히 용암마을 언덕에서 보는 해안 풍경이 빼어나다. 용암마을에는 고흥 8경 중 6경인 영남 용바위가 있다.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용암지층 절벽과 널찍한 반석이다. 바닷가에서 절벽을 따라 용의 흔적이라는, 암석 띠가 드러나 있다. 마을에는 용의 머리를 닮은 바위 용두암도 있다. 둥근 갓처럼 생긴 자태가 압도적이다. 승천의 꿈을 품은 해룡의 전설과 용이 승천하면서 남긴 발자국이 기이하여 몇 번이나 손으로 만져본다. 억겁의 풍상이 남긴 반석은 기묘한 광경으로 신비하다.외나로도 봉래산 정상에서 바라본 편백과 삼나무 숲◇ ‘숲’을 보거나, ‘나무’를 보거나봉래산 하산길에는 우거진 삼나무, 편백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고흥읍에서 더 남쪽에 자리한 외나로도의 봉래산(410m). 이곳에서는 오래된 아름드리 편백 숲길을 걸을 수 있다. 고흥에서 내나로도 연륙교를 건너, 다시 내나로도에서 외나로도 다리를 건너야 하는 멀고 먼 곳이다. 정확한 지리명은 봉래면 예내리다. 이 산자락에 편백 700여 그루와 삼나무 2000여 그루가 심겨 있다. 대부분 수령이 100년 가까이 된 것들이다. 1920년대에 예내면 산림계원들이 당시 황폐했던 봉래산을 살리기 위해 심었다.봉래산 편백 숲을 즐기는 방법은 두 가지다. ‘숲’을 보거나, ‘나무’를 보는 것이다. 숲을 보려면 산행을 선택하는 게 좋다. 무선국~봉래산 정상~시름재로 이어지는 코스다. 나무를 보려면 무선국~시름재로 돌아가는 숲탐방로 코스를 이용하는게 좋다. 들머리는 무선중계소 주차장. 여기서부터 봉래산 정상까지 오르막 코스다. 정상에서 시름재까지는 내리막 코스로 일반 산행과 다를 게 없다. 총 6.4km 남짓한 거리로, 보통 3~4시간 코스다. 주차장 왼편으로 난 길로 들어서면 바로 갈림길이다. 봉래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과 숲 탐방로 코스다. 일단, 숲을 보기 위해 정상으로 향한다. 여기서부터 약 20여 분간은 오르막이다.오르막이 끝나면 정상까지는 능선을 따라가는 길이다. 북쪽으로 외나로도와 내나로도가 연결하는 연도교가, 남쪽으로는 나로우주센터가 내려다보인다. 그 뒤편은 예내저수지다. 약간의 굴곡이 있지만, 오르막내리막을 반복하며 정상까지 길은 이어진다. 곳곳에 전망대도 있어 푸른 바다 위에 점점이 박힌 섬들을 두 눈에 담을 수 있다. 이 광경에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봉래산을 이름을 따 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정상을 지나 시름재로 넘어간다. 이 길은 삼나무와 편백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이 숲은 예내저수지에서 시작해 봉래산 칠부 능선 군락까지 삼나무와 편백으로 빼곡하다. 서서히 신록으로 물들고 있는 다른 나무와 달리 일 년 내내 푸름을 유지한 채 곧게 뻗어 있다. 나무둥치 사이로 이어지는 숲길에서는 나무 향이 어찌나 짙은지 아찔해질 정도다.전남 고흥의 우도는 하루에 딱 두번만 물길이 열린다.◇하루에 딱 두 번만 허락하는 섬내나로도 형제섬의 일몰득량만의 ‘우도(牛島)’도 빼놓기에 아까운 곳이다. 섬 이름처럼 소가 누워있는 모양과 닮았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고려말에 섬에 들어와 살던 황씨가 지형을 살피다 소의 머리 형상을 한 암석을 발견하고, ‘소섬’ 또는 ‘쇠섬’이라고 부른 것이 시작이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 섬에 대나무가 많아 한때는 우죽도(牛竹島)라 부르기도 했다. 고흥 섬 중 유일하게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섬이다. 지금도 70여 가구가 사는 작지 않은 섬이지만, 관광지로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가 지금은 하루 두 번 열리는 바닷길로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발길도 많아졌다.섬으로 들어가는 길은 남양면 중산일몰전망대에서 가깝다. 물이 빠지면 6시간가량 바닷길이 열린다. 이때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섬까지 들어갔다 나올 수 있다. 입구에는 앞으로 2개월간 바다가 갈라지는 시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이 외에도 ‘바다타임닷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3km로 걸어서도 20분이면 충분한 거리다. 하루 두 번 간조 시에 물길이 열린다. 물이 들어오면 12시간 동안 섬이 되고, 물이 빠지면 12시간 동안은 육지가 된다. 사실 지금이야 물이 빠졌을 때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놓였지만, 과거에는 뭍에 나오려면 물 빠진 뻘밭을 걸어야 했다.밀물과 썰물 때를 기다렸다가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고, 갯벌에 나가 바지락과 낙지를 잡는다. 물때는 하루하루 달라지는데 보통 바닷길은 6시간 동안 열린다. 물이 많이 들어오는 사리 때에는 시간이 길어지고, 물이 조금 밀려드는 조금 시에는 시간이 짧아진다. 물이 빠졌을 때는 무인도인 각도와 보치섬이 우도와도 이어진다. 또 상구렁섬, 중구렁섬, 소구렁섬도 나란히 형제처럼 떠 있다. 무인도 주위 갯벌에서 다량의 굴과 바지락, 낙지 등 수산물도 많이 잡힌다. 우도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서 이 섬들을 조망할 수 있다.전남 고흥 해주식당의 낙지팥죽◇여행메모△가는길= 호남고속도로 익산 갈림목에서 익산~장수 간 고속도로로 갈아탄다. 이어 완주에서 다시 완주~순천 간 고속도로로 들어서 순천에서 내려선다. 여기서 벌교를 지나면 바로 고흥이다.△잠잘곳= 사실, 고흥은 숙박시설이 많지가 않다. 그중 최근 문을 연 고흥읍 외곽에 자리한 명품무인호텔(832-6300)이 그나마 깨끗하다. 마복산 아래 목재문화체험장(830-5123)의 전통한옥체험도 권할 만하다.△먹을것= 고흥낙지는 몸에 꽃무늬가 있어 ‘꽃낙지’라고 한다. 꽃낙지는 작아서 한 입에 쏙 넣을 수 있다. 매년 4~5월경에 금산 앞바다, 나로도, 초도, 거문도 해상에서 집중적으로 잡힌다. 갯벌에서 바로 잡아 참기름과 함께 깨소금, 달걀 노른자에 비벼 먹는 산낙지 맛은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다. 국물이 시원한 낙지연포탕과 낙지를 살짝 익혀 양념하여 볶아 먹는 연포구이도 즐겨 찾는 메뉴다.
2018.04.20 I 강경록 기자
 백련사 붉은 융단, 다산도 춘심에 물들다
  • [여행] 백련사 붉은 융단, 다산도 춘심에 물들다
  • 백련사 사적비에서 서쪽에 자리한 허물어진 행호토성 너머로 펼쳐진 동백 숲에는 지금쯤 붉은 동백꽃이 융단처럼 깔려 있다.[전남 강진=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숲 그늘이 붉다. 깊고 넓은 푸른 숲속에 선홍빛 꽃이 노을처럼 깔렸다. 멀리서 보면 초록빛 숲 그늘에 깔린 붉은 융단 같고, 가까이서 보면 화려한 왕관 같다. 동백 이야기다. 그 붉은 꽃 바다에 풍덩 빠지고 싶어 전남 강진으로 향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시간이 빚어낸 그윽한 정취로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다. 다산 정약용이 ‘목민심서’를 완성한 유배의 땅이자, 진각국사의 혼이 어린 월남사지와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와 탄성을 자아내는 무위사를 차치하고라도 고려청자의 혼이 서린 청자도요지이다. 여기에 조선을 해외에 최초로 알린 하멜의 거주지이기도 하다. 이 뿐이랴. 멋과 운치를 완상할 수 있는 비밀의 정원 ‘백운동 별서정원’, 강진만을 배경으로 드넓게 펼쳐진 ‘갈대숲’, 해풍을 벗 삼은 드넓은 ‘차밭’에 이르기까지 강진에서는 숨 쉴 겨를이 없을 정도다. 수백 수천년의 시간아 켜켜이 쌓인 곳이 바로 강진이다. 백련사 입구 동백숲 길 양쪽으로 동백꽃이 카펫처럼 깔려 있다◇비장하면서도 처연한 백련사의 ‘동백’첫 방문지는 백련사다. 도암면 만덕리 만덕산에 자리하고 있다. 강진읍에서 다산초당이 있는 귤동마을 약 1.2km 못 미쳐서 길 오른쪽 백련사 표지판과 함께 외딴길 사이로 난 시멘트길을 따라 올라가면 백련사 주차장이다. 주차장에서부터 동백나무 숲이 이어지는 데 이 숲을 따라가면 백련사에 이른다.백련사는 통일신라시대 고찰이다. 과거 만덕사로 불렸다. 신라 문성왕 1년(839년)에 무염선사가 창건했다. 무염선사는 선종 구산선문 가운데 충남 보령의 성주산문을 새로 세운 스님이다. 이후 절이 없어지고 터만 남았는데, 고려 후기 무신정권 시절에 요세(1163~1245)가 창건했다. 백련사는 국사를 많이 배출한 사찰로도 유명하다. 오세를 시작으로 고려시대 120년간 총 8명의 국사를 배출했다. 조선시대에도 8명의 큰 스님을 배출하는 등 명성을 이어갔다. 지금도 당시의 위세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사찰 맨 앞으로는 만경루가 있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 대웅보전과 명부전, 칠성각, 응진당이 나란히 남향으로 앉았다.백련사 대웅보전백련사에서 빼놓지 말고 봐야 할 것 중 하나가 대웅보전이다. 전남 유형문화재 제136호인 대웅전은 조선 영조 때 화재를 입은 후 다시 세워진 건물이다.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다포집으로, 기둥이 지붕 무게를 감당하기 겨운 듯 네 귀퉁이에 활주(活柱)를 받쳐 놓았다. 사실 이 대웅전은 건물보다 현판 글씨 구경이 앞선다. ‘대웅’‘보전’이라고 두 쪽으로 나뉘어 걸려 있는 현판이다. 동국진체를 완성한 원교 이광사의 글씨로 무게감이 남다르다.또 하나는 백련사 사적비다. 보물 제1396호다. 명부전을 지나 북서쪽 빈터에 자리하고 있다. 사적비에는 숙종 7년(1681)에 당시의 홍문관 수찬이었던 조종저가 지은 비문이 새겨져 있다. 사실 비석의 비문보다 아래위 돌거북과 머릿돌이 더 가치가 있다. 비석은 조선 숙종 때 것이지만, 아래 돌거북과 머릿돌은 고려시대 것이다. ‘만덕사지’에 따르면 원래 이곳에는 고려의 문필가 최자가 비문을 지은 원묘국사 부도비가 있었다. 그 비신이 언젠가 훼멸 되었고, 이후 돌거북과 머릿돌만 남았다가 다시 이렇게 사용한 것이다. 고려 돌거북은 점잖게 수염을 늘어뜨리고, 두 눈을 부릅뜨고 아래윗니를 맞물고 있다. 여의주를 물고 있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백련사 서쪽 너머의 동백숲에는 단정한 부도 4기가 자리하고 있다백련사는 동백숲으로도 유명하다. 절을 에워싸듯 1500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모두 천연기념물 제151호로 지정되어 있다. 절 앞의 숲도 대단하지만, 백련사 사적비에서 더 서쪽으로 가서 허물어진 행호토성 너머로 펼쳐지는 동백 숲이 진짜다. 이곳의 동백나무들은 해묵어서 둥치가 기둥만큼이나 굵다. 잎이 짙어 침침한 숲속 여기저기에는 단정한 부도 네기가 흩어져 있다. 3월 말을 전후로 꽃필 철이면 이 동백숲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동백꽃이 한꺼번에 피어오르고, 떨어져 황홀할 정도다. 울창한 숲속 평지에 붉은 융단처럼 깔린 동백은 아름답다 못해 처연하기까지 하다.백운동 별서정원 동백나무 아래 동백꽃들이 붉은 융단처럼 떨어져 있다◇월출산이 아래 숨겨진 비밀 정원 ‘백운동 별서정원’월출산이 숨겨둔 비밀의 정원이다. 담양 소쇄원과 보길도의 부용동과 함께 호남 3대 원림으로 불리는 백운동 별서정원이 그 주인공이다. 성전면 월하리 안운마을 백운계곡에 자리잡고 있백운동 별서정원 앞 정자로 오르는 계단에도 동백꽃이 붉은 카펫처럼 깔려 있다다. 강진읍에서 무위사 방향으로 20분 정도 가면 닿는다. 한적한 안운 마을을 지나 백운동 계곡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작은 동산이 눈앞에 있다. 입구에서 동백과 돌담을 지나는 작은 소로를 지나다 보면 밀림 같은 숲이다. 계곡은 월출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계류를 이루고 지나며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단풍나무, 비자나무, 팽나무 등이 어우러져 숲을 이루고 있어 낮에도 어둑하다. 밀림 같은 계곡 입구를 막 지나다 보면 ‘백운동’이라 쓰여 있는 바위가 나타난다. 비밀의 정원의 입구다. 정원 주위에는 이미 봄 기운이 가득하다. 정원 주위에는 붉은 꽃을 떨구고 있는 아름드리 동백숲이 어둑하고, 담 밖으로는 물길을 끌어들여 만든 계곡의 물소리가 청아하다. 이 계곡을 따라 동백나무와 대나무, 비자나무 등 상록수림의 원시림처럼 숲이 빼곡하다. 이 깊은 숲에 백운동 별서정원이 숨어 있다.좁은 동백나무 숲길을 따라 걷는다. 붉은 꽃길을 따라 걷다보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얽혀 세월을 가늠키 어려운 나무와 계곡, 처서가 나온다. 집 안에는 계곡의 물이 흘러들었다가 빠져나가는 유상구곡이 있다. 백운동 별서정원 좁은 계곡사이로 흐르는 동백이 정원의 주인은 조선 중기의 처사 이담로(1672~?)다. 그가 말년에 둘째 손자 이언길(1684~1767)을 데리고 들어와 은거하며 짓고 가꿨다. 월출산의 암봉인 옥판봉 아래 세 칸짜리 초가를 짓고, 마당에는 계곡물을 끌어들여 아홉 굽이 물길을 만들었다. 기기묘묘한 바위는 그대로 두고, 주위에는 100그루의 홍매화를 심었다. 이 정원은 다산 정약용에 의해 더욱 빛을 발한다. 다산은 이담로가 정원을 만든 지 100년쯤 지난 뒤에 유배 중에 다녀갔다. 다산은 제자들과 함께 월출산 등반을 바치고 백운동 정원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다산의 막내 제자가 정원의 주인 이담로의 6대손이란 인연 덕이었다. 당시 다산은 백운동 정원의 아름다움에 단번에 매료됐다. 이에 다산은 정원 주변의 빼어난 풍경 12곳을 정해 ‘백운동 12경(景)’을 정하고, 초의선사를 불러 백운동 그림을 그리게 한 뒤 자신의 친필 시를 한데 묶어 ‘백운첩’으로 남겼다.이후 이 정원은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멀어지며 방치되었다. 허물어진 담과 쓰러져가는 농가는 그곳이 정원이었다는 사실조차 믿을 수 없게 했다. 그러던 것이 정원 발굴과 복원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다산이 남기고 간 백운첩을 근거로 재현했다. 아쉽게도 과거의 모습을 완벽하게 다시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당시 12경의 한 자락을 느끼는 데 부족함이 없다. 지금 백운동 별서정원에는 다산이 보지 못한 아름다움이 숨겨져 있다. 바로 동백이다. 여기 백운동 정원의 동백은 다른 곳의 동백과는 좀 다르다. 꽃잎이 두껍고, 꽃이 크다. 색감도 훨씬 짙다. 계곡 사이로 동백이 흐른다. 마치 꽃배를 띄운듯하다. 좁은 계곡사이로 흐르는 동백꽃은 그 자체만으로도 순수하고 아름답지만, 때로는 물에 젖은 모습이 더 청초하면서도 매혹적이다.강진다원에서 백운동 별서정원으로 내려가는 길◇여행메모△가는길=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천안분기점에서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갈아타고 논산에서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광주까지 간다. 동림IC를 조금 못 가서 나주로 나가는 길로 빠진다. 이후 나주-영암-강진 표지판을 보고 따라가면 된다. 고속철도(KTX)를 탄다면 나주역에서 내려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먹을곳= 강진을 대표하는 먹거리는 강진한정식과 회춘탕, 그리고 탐진강을 오르내리며 살을 찌운 짱뚱어 등 지역민들보다 외지인들에게 더 이름값을 자랑한다. 강진한정식은 강진군도서관 인근에 전문점 있다. 대표적인 곳이 ‘다강’과 00이다. 중앙로의 ‘하나로식당’은 회춘탕 원조식당이다. 소금을 한 톨도 넣지 않고 12가지 한약재를 1시간 이상 푹 고아서 담백하게 우려낸 국물에 문어와 전복, 닭을 넣고 끓여 낸다. 강진만의 갯벌을 누비는 짱뚱어로 만든 짱뚱어탕은 ‘동해회관’과 ‘000’이 유명하다.△잠잘곳= 강진의 푸소(FU-SO) 체험 운영농가에서 숙박할 것을 추천한다. 푸소(FU-SO)는 ‘필링-업(Feeling-Up)‘과 ‘스트레스-오프(Stress-Off)’의 줄임말이다. 푸소는 ‘덜어내시오‘라는 뜻의 전라도 방언이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모두 떨쳐버리라는 뜻이다. 시골집에서 하룻밤을 지내면서 훈훈한 농촌의 정과 감성을 경험할 수 있다. 현재 120곳의 푸소 체험 운영농가가 참가하고 있다. 1인당 5만원(1박 2일 기준)이다.한상 가득 차려지는 강진한정식회춘탕
2018.03.30 I 강경록 기자
호주오픈 4강 진출…亞 테니스 새 역사 쓰는 정현
  • [줌인]호주오픈 4강 진출…亞 테니스 새 역사 쓰는 정현
  • 정현. 사진=AFPBBNews[이데일리 문승용 기자][이데일리 문승용 기자][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정현(22·세계랭킹 58위·삼성증권)은 테니스 선수를 꿈꾸지 않았다. 잘 알려진대로 테니스 집안에서 태어났는데도 말이다. 아버지 정석진(52)씨는 실업팀 선수로 활약하다 은퇴 후 정현의 모교인 삼일공고 테니스부 감독을 지냈다. 정현의 형인 정홍(25)도 현재 테니스 선수로 활약 중이다.정현이 테니스를 시작한 것은 선수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금은 키가 188cm의 건장한 체격이지만 어릴 때 키는 또래에 비해 많이 작았다. 유망주로 주목받기 시작한 10대 중반까지 키가 그리 크지 않았다.어린 시절, 정현은 공부 잘하는 우등생이었다. 책을 많이 읽은 덕분에 생각이 깊었고 주변에서 나이에 비해 의젓하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의 부모는 운동을 가르칠 생각이 전혀 없었다.정현이 7세 되던 즈음 눈을 자주 깜빡거렸다. 어머니 김영미 씨는 병원을 찾았다가 약시 때문에 시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말을 들었다. 고도근시에 난시까지 겪었다. 안과 의사는 책을 읽는 것보다 초록색 코트를 바라보는 것이 낫다고 권유했다. 눈에 도움이 될까해서 겸사겸사 테니스 라켓을 잡았다.특수제작한 안경을 쓰고도 정현의 교정시력은 0.6 아래다. 정현은 경기 중에도 땀을 닦기 위해 안경을 수십번씩 썼다 벗었다 반복한다. 공교롭게 약시가 강점이 됐다. 시력이 좋지 않아 사물을 볼 때 일반인들보다 더 집중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동체시력(움직이는 물체를 바라보는 시력)이 발달했다. 기본적으로 테니스는 서양인들에 비해 선천적으로 팔·다리가 짧은 아시아 선수에게 불리한 스포츠다. 테니스의 오랜 역사 속에서 세계 정상 근처까지 도달한 아시아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정현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장애물을 넘어섰다. 어머니 김 씨가 퇴근길에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정홍과 정현 형제가 나란히 벽면에 대고 테니스를 하는 모습을 보고 ‘운동을 즐기고 있다’고 다행스러워했을 정도다. 대회에 다녀오면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데 어떻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느냐고 정현이 반문할 정도였다. 테니스 전문가들은 정현의 강점으로 투핸드 백핸드와 빠른 발을 꼽는다. 사실 투핸드 백핸드 역시 한 손으로 백핸드를 넘기기에 힘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기술이었다. 서브 역시 팔과 복근에 의존하는 대신 체중을 이동하는 폼으로 바뀌면서 힘을 더 빼고 칠 수 있는 타법으로 교정했다.정현을 조금 더 잘 아는 이들은 그의 가장 큰 무기를 ‘승부욕’이라 말한다. 정현은 2013년부터 자신을 전담 지도한 윤용일(45) 코치와 지난해 3월 결별했다. 2달 전 그리고르 디미트로프(3위·불가리아)와의 호주오픈 2회전 아깝게 패한 뒤 주위 사람들은 모두 ‘잘 싸웠다’고 칭찬했다. 위로하기 위해 한 말이 아니었다. 내용면에서 정현이 박수받을 만했다.정작 정현은 분을 참지 못했다. 접전이 계속될수록 기술적인 한계를 느꼈다. 더 높은 곳을 오르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결국 정현은 5년간 자신과 함께 한 윤용일 코치 대신 남아공 출신의 명코치 네빌 고드윈(43)과 손을 잡았다. 이 선택은 더 큰 도약을 위한 신의 한수가 됐다.정현은 24일 호주오픈 남자단식 8강전에서 미국의 테니스 샌드그렌(98위)을 세트스코어 3-0(3-0(6-4 7-6<7-5> 6-3)으로 완파했다. 이틀전 16강전에선 전 세계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를 제압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정현이 1년 전 디미트로프와의 경기 후 그대로 만족해하고 멈췄다면 여전히 지금의 성공은 없었다.정현은 부족한 신체적 한계와 환경적 어려움을 이겨내고 세계 정상을 향해 한 발씩 다가서고 있다. 한국 테니스 역사는 정현의 의해 새로 쓰여지고 있다. 그랜드슬램 4강이라는 대위업을 이뤘지만 정현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정현의 별명은 테니스 선수로는 드물게 안경을 쓰고 경기한다고 해서 교수(The Professor)다. 또 젊은 나이에도 냉정함을 잃지 않아 아이스맨(Iceman)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의 별명은 하나 추가됐다. AFP 통신은 “즈베레프와 조코비치를 연달아 제압한 ‘거물 사냥꾼’ 정현이 준결승에서도 꿈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며 ‘거물 사냥꾼(Giant killer)’이라고 불렀다. 정현은 8강전을 마친 뒤 코트 인터뷰에서 “아직 대회는 안끝났다. 계속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준결승 진출로 정현은 88만 호주달러(약 7억5600만원)의 상금을 확보했다. 페더러(2위·스위스)와 결승 진출을 놓고 겨룬다. 정현은 “금요일에 뵐게요”라는 말로 여전히 더 높은 목표를 꿈꾸고 있다. 꿈은 4강이 아닌 우승일지 모른다.
2018.01.25 I 이석무 기자
디테일하거나 미니멀하거나…공간 훔친 두 시선
  • 디테일하거나 미니멀하거나…공간 훔친 두 시선
  • 최영걸의 ‘바르셀로나 찬송’(2017·왼쪽)과 황선태의 ‘빛이 드는 공간’(2017). 성당 외장조각 위에 트롬본 부는 남자를 세운 ‘바르셀로나 찬송’은 1㎜ 세필로 서양종이 아티스트코지를 촘촘히 채워낸 수묵담채화다. 강화유리에 초록선으로 윤곽만 잡아낸 미디어회화 ‘빛이 드는 공간’에서 주목할 건 창으로 스며드는 햇살. 0.41㎜ LED를 부착해 자연조명 같은 빛을 빼냈다(사진=이화익갤러리·아트사이드갤러리).[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1. 그림자에 혹했다. 바깥 풍경 어딘가를 잡아낸 작품은 온통 흑백톤. 그럼에도 맑은 날인지 흐린 날인지, 양지인지 음지인지를 알아챌 수 있다. 그림자다. 프라하 어느 길가에서 첼로를 연주하는 길거리 아티스트와 카렐교의 브릿지밴드, 베니스의 고풍스러운 건물 앞에서 일광욕 중인 비둘기 등. 이들 모두는 시공간을 가르는 그림자를 내렸다. #2. 빛에 혹했다. 집안 전경 어딘가를 잡아낸 작품은 쏟아지는 햇살을 품고 있다. 그런데 같은 빛이 아니다. 밀도로 시간을 가늠케 하는 빛이다. 티테이블을 놓은 응접실은 오후 어느 한때, 소파 위 쿠션이 엉클어진 거실은 분명 아침일 거다. 통창 밖으로 낮은 산을 걸친 또 다른 거실은 이제 막 해넘김 중이다. 최영걸이 캔버스에 그린 수묵채색화 ‘프라하의 아티스트’(2017·왼쪽)와 황선태가 선과 빛으로 만들어낸 미디어회화 ‘빛이 드는 공간’(2017)(사진=이화익갤러리·아트사이드갤러리).한 사람은 수묵화를 ‘그리고’, 한 사람은 미디어회화를 ‘만든다’. 한 사람은 사람·동물이 꽉 찬 공간을 옮겨오고, 한 사람은 가구·사물뿐인 공간을 빚어낸다. 작가 최영걸(49)과 황선태(45)다. 두 작가가 국내서 자주 접할 수 없던 작품을 걸고 개인전을 열고 있다. 최 작가는 서울 종로구 율곡로 이화익갤러리서 ‘성실한 순례’ 전을, 황 작가는 자하문로 아트사이드갤러리서 ‘빛·시간·공간’ 전을 열었다. 한쪽은 먹과 한지, 한쪽은 유리와 LED. 기본적인 작업툴이 빚어낸 작업물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두 작가는 다른 듯 닮았다. 흑백·모노톤으로 작품을 내놓고 단 한 지점에 색을 입히는 화법을 즐긴다는 점이 닮았다. 방점으로 뒤바뀔 분위기를 계산한다는 얘기다. 빛과 그림자를 가늠한다는 점 역시 닮았다. 빛이 없다면 그림자가, 그림자가 없다면 빛이 의심을 받는다. 다른 점은 방법론. 최 작가가 미세한 떨림까지 잡아내 공간을 채웠다면 황 작가는 거대한 덩어리까지 빼내며 공간을 비운다. 결국 공간을 훔친 두 시선이다. 디테일하거나 혹은 미니멀하거나. △1㎜ 세필로 그어낸 풍경…최영걸 전 돌이 차가운 걸 아는 개다. 터키 에게해 연안의 한 유적지에서 넓은 돌계단 하나를 차지한 채 한여름 지친 잠에 빠졌다. 멀찌감치 한 남자가 보인다. 하늘색 셔츠에 푸른색 반바지. 그 혼자만 ‘컬러’다. ‘행복’(2017)이란 작품이다. 편안한 풍경. 하지만 오래 가지 않는다. 신경줄이 죄이는 듯했던 이유가 있었다. 작품에 다가갈수록 당혹스러운 탓이다. 멀리서 이미 사진이라 단정했으니까. 유적지 돌계단의 틈새, 개의 콧수염, 남자의 슬리퍼끈까지 모두 붓으로 그어낸 것이었다. 최영걸의 ‘행복’(2016). 화선지에 그린 수묵담채화다. 터키 에게해 연안의 한 유적지를 여행하던 중 넓은 돌계단이 드리운 그늘에 잠든 개를 모티브로 그린 작품이다(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작가 최영걸에게 굳이 타이틀을 붙이자면 한국화가다. 한지를 고르고 먹으로 작업을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순박한 정서 물씬 풍기는 한국풍경을 고집하지도 않고, 수묵화를 반드시 한지에 그려야 한다는 고집도 없다. 전시작 대부분은 유럽의 어디쯤이고, 절반은 전통한지가 아닌 수채화용 캔버스나 서양종이다. 사실 이는 6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개인전을 하며 달라진 ‘변화 1·2호’이기도 하다. 우연찮은 ‘사고’를 기회로 바꿔낸 순발력 덕이다. 몇년 전 홍콩에서 판 화선지작품에 불평이 들어왔단다. 화폭 뒤쪽에 핀 곰팡이 때문이었다. 한국에선 없던 일이다. 습한 기후 탓에 풀로 한 배접이 문제려니 했지만 그것도 추측일 뿐. 어쩐다? 최 작가의 대안은 이랬다. “판을 바꾸자.” 이후 적어도 홍콩으로 나갈 작품에는 서양종이를 깔았다. 어찌 쉬운 일이었겠나. 점 하나를 찍어도 종이가 다르면 다른 번짐이 나오는 법인데. 최영걸의 ‘화양연화’(2017). 전시에 나온 대부분의 유럽풍경화 중 유독 도드라진 국내 풍경이다. 전남 구례 산수유나무서 아래 산책하는 강아지를 포착해 화선지 위에 수묵담채로 담아냈다(사진=이화익갤러리).‘바르셀로나 찬송’(2017), ‘에르미타주의 두 남자’(2017), ‘프라하의 아티스트’(2017) 등. 마치 여행자의 공간찾기인 듯한 작품 16점을 걸었다. 1㎜ 세필 그림 한 점을 그리는 데 두 달은 족히 걸린단다. 테마인 ‘성실한 순례’가 맞다. 굳이 종교적인 성지를 좇는 것만이 순례가 아니니까. 전시는 7일까지. △0.41㎜ LED로 창조한 햇살…황선태 전불투명한 유리판에 초록색 실선. 대략 그어낸 인테리어 디자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끝이 아니다. 반전은 스위치에 있다. ‘온’으로 전환한 순간 빛이 생긴다. 차가운 유리공간에 햇살이 비추기 시작하는 거다. 황선태의 ‘빛이 드는 공간’(2017). 미니멀한 공간에 깔린 카페트 위로 햇살이 만든 그림자를 드리웠다(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작가 황선태는 선과 빛으로 공간을 창조한다. 흔히 지나칠 평범한 장소에 선과 빛을 입혀 온도를 높인다. 도구는 유리와 LED다. 우선 사물을 스케치하고 컴퓨터로 라인작업을 한다. 깎고 자른 강화유리에 작업한 이미지를 입힌 뒤, 이어 빛을 붙이고 그림자를 덧대면 완성. 황 작가가 쓰는 빛은 LED다. 특히 전시작은 LG디스플레이가 후원한 0.41㎜ OLED를 사용했단다. 휘기도 하고 얇기도 하고 넓은 판처럼 돼 있는데다가 발열온도도 낮은 “첨단조명이 따로 없다”. 첫 작업에 형광등을 사용했던 걸 생각하면 격세지감인 셈이다. 연작 ‘빛이 드는 공간’(2017)을 메인으로 삼고 유리책의 낱장처럼 작업한 소품 ‘낯선 글자들’(2017), ‘낮잠’(2017) 등 24점을 선뵌다. 이번 전시에선 특히 해질 무렵의 노란빛에 주목했다. 햇살에 붉은 기운이 돌고 그림자가 길어졌다면 날이 저무는 거다. 실내가 아닌 실외 작품도 한 점 나왔다. 가로등이 비추는 골목길 전경이다. 자연조명에서 인공조명으로 영역을 확장할 모양이다. 황선태의 ‘빛이 드는 공간’(2017). 통창 밖으로 낮은 산을 걸친 거실에 붉은 기운을 드리운 햇살이 이제 막 해넘김을 하려 한다(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어쩌다 유리판과 씨름하게 됐나. 독일 유학 중이던 어느 날. 책상 위 올려둔 유리판에 햇빛이 들어온 순간 드로잉이 보였던 거다. “이거다!” 싶었단다. 이후 유리로 작업하며 만들 수 있는 시행착오를 죄다 겪으며 여기까지 왔다. 이젠 손에 착 붙는다. 100호 정도라면 한 주면 완성을 본다. 빛의 밀도는 늘 신경쓰이는 대목이란다. 철학은 ‘과유불급’. “좋다고 과하게 쓰면 싸구려처럼 보이게 되니까.” 단순하고 미니멀한 공간이 드라마틱한 생명력을 얻는 건 딱 한 과정이다. 햇살의 찰나를 잡아낸 몰입. 작가는 멈췄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움직였다고 본다. 전시는 27일까지. 황선태 작가가 연작 ‘빛이 드는 공간’(2017) 중 한 점 옆에 섰다. 가로등이 비추는 골목길 전경. 전시작 중 실내가 아닌 실외 풍경을 잡아낸 유일한 한 점이다(사진=오현주 선임기자).
2017.12.04 I 오현주 기자
 속세 넘어 왕이 거닐던 길을 따라 걷다
  • [가을속으로①] 속세 넘어 왕이 거닐던 길을 따라 걷다
  • 단풍이 흐르는 계곡복천암 전경[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속리산은 고운 최치원의 ‘산은 사람을 떠나지 않는데 사람이 산을 떠나는구나(山非離俗 俗離山)’라는 시가 전해오는 명산이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속리산은 우리 땅의 큰 산줄기 13개 가운데 한남금북정맥이 가지를 뻗어 내리고, 한강과 금강, 낙동강 물길이 나뉘는 분수령이다. 산세는 한마디로 기골이 장대하다. 최고봉 천왕봉, 문장대, 입석대 등 장대한 바위가 솟구쳤다. 험준한 산세가 품은 유순한 길이 ‘세조길’이다. 조선 7대 임금 세조가 요양 차 복천암으로 온 역사적 사실에 착안하여 붙인 이름이다. 현재 법주사 매표소부터 세심정 갈림길까지 이어진다. 세조길 탐방은 속리산 오리숲길과 세조길을 함께 걷고, 이어 복천암과 비로산장을 둘러보는 게 좋다. 1단풍이 물든 세조길◇가을의 붓질 그린 ‘속리산의 가을’서늘한 공기에 잠이 깼다. 청아한 새소리와 진한 나무 향이 텐트 속으로 밀려온다. 아침부터 아이들이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듣기 좋다. 간밤에 속리산사내리캠핑장에서 묵었다. 속리산 오리숲길 옆에 자리한 캠핑장으로, 사이트가 널찍하고 숲이 좋아 가족 캠퍼들이 많이 찾는다. 캠핑장의 아침은 여유 있고 평화롭다. 그 분위기에 젖어 느긋하게 아침을 지어 먹고 길을 나선다.캠핑장에서 나와 속리산 오리숲길을 걷는다. 속리산버스터미널부터 법주사까지 가는 이 길은 10리(4km)가 안 되고 5리(2km)만 이어진다고 해서 오리숲길이다. 먼저 밑동 굵은 소나무가 터널을 이룬 길이 나온다. 자유롭게 가지를 뻗어 곡선을 그리는 소나무가 성스럽게 느껴진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되도록 천천히 걷는다. 법주사 매표소를 지나면 ‘세조길 자연관찰로’ 안내판이 반긴다. 여기부터 세조길이다. 침엽수와 활엽수가 어우러진 속리산 오리숲길에 가을의 붓질이 시작됐다. 초록 잎사귀 일부는 울긋불긋 단풍이 들었다. 초록과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에 설렌다. 속리산 오리숲길 종착점에 법주사가 있다. 관음봉, 문장대, 천왕봉 등 속리산 주봉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속리산 최고의 명당이다. 법주사는 553년(진흥왕 14)에 의신이 창건했고, 776년(혜공왕 12)에 진표와 그의 제자들에 의해 미륵 신앙의 중심 도량으로 바뀌었다. ‘호서 지방 제일 가람’이란 별칭처럼 법주사 경내와 암자에는 국보 3점, 보물 12점, 시도유형문화재 22점 등 문화재가 많다.법주사 일주문경내로 들어서 금강문과 천왕문을 지나면 보은 법주사 팔상전(국보 55호)을 만난다. 5층 건물인 팔상전은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은 목탑이다. 팔상전이라는 이름은 팔상도를 모신 건물이라는 뜻이다. 팔상도는 부처님의 일생을 여덟 장면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부처가 도솔천에서 내려오는 모습, 룸비니에서 탄생하는 모습, 세상을 관찰하는 모습, 성을 넘어 출가하는 모습, 설산에서 수도하는 모습, 보리수 아래서 마귀의 항복을 받는 모습, 녹야원에서 첫 설법을 하는 모습, 열반에 드는 모습이다. 그중 열반에 드는 모습이 무척 편안해 보여 한참을 쳐다본다. 이어 팔상전 뒤의 쌍사자 석등(국보 5호)을 감상하고, 법주사의 중심 법당인 2층 대웅보전(보물 915호)에서 부처님께 인사를 올린다. 법주사 경내에는 원통보전, 석연지, 철당간, 무쇠 솥, 마애여래의좌상 등 유물이 많으니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둘러보자. 법주사에서 나와 다시 세조길을 걷는다. 세조길과 나란한 도로는 예부터 있던 길이다. 주말이면 등산객과 부속 암자를 찾는 차량이 뒤엉켜서 혼잡했는데, 속리산국립공원이 세조길을 연 덕분에 호젓한 숲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 길은 계곡을 막으며 생긴 널찍한 저수지 옆을 따른다. 저수지 안에 가을 하늘이 잠겼고, 물고기가 살랑거린다. 휴게소를 지나면 계곡을 따라 데크가 이어진다. 수량이 적어도 물소리가 제법 크다. 계곡으로 크고 작은 바위가 있는 까닭이다. 귀를 열고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물소리가 번뇌와 망상을 씻어주는 느낌이다. 이윽고 도착한 목욕소. 세조가 이곳에서 목욕하다가 월광태자를 만나 피부병이 깨끗하게 나았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목욕소를 지나 세심정 입구에서 세조길이 끝난다. 그 지점부터 세조길 연장 공사가 한창이다. 세조길 종착점은 세조가 다녀간 복천암으로 하는 것이 좋다. 세심정휴게소를 거쳐 이뭣고다리를 건너면 복천암으로 들어선다. 복천암은 세조가 마음의 병을 고친 곳으로 알려졌다. 사흘 동안 기도하고 신미대사의 설법을 들은 뒤 복천(福泉)을 마시고 병이 나았다고 한다. 복천을 마셔본다. 달고 진한 맛이 일품이다. 왠지 복 받을 거 같아 벌컥벌컥 들이켠다. 비로산장 아래 산길◇속리산의 숨은 보물 ‘문장대, 비로산장’이후에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내처 문장대에 오른다. 좀 더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복천암 입구 오른쪽으로 난 데크를 따라 올라가자. 이정표도 없는 이 길이 복천암의 숨은 보물이다. 설렁설렁 이어진 오솔길을 10분쯤 오르면 고갯마루에 이르는데, 여기에 신미대사와 그의 제자 수암화상의 승탑이 있다. 승탑 뒤 소나무 사이로 속리산의 우람한 바위 능선이 보인다. 승탑에서 내려오면 속리산의 숨은 명소 비로산장이 나온다. 계곡을 낀 산장은 주변으로 큰 바위와 나무가 어우러져 분위기가 그만이다. 고 김태환 씨가 지은 개인 산장으로, 52년 역사를 자랑한다. 지금은 대를 이어 가족이 운영한다. 산장 마당에 들어서면 녹차를 건네며 쉼터를 제공한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산장을 바라보는 맛이 그윽하다. 계곡 물소리 벗 삼아 하룻밤 묵어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난다. 속리산을 떠나 들러볼 만한 곳은 성족리에 자리한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이다. 보은은 동학농민군이 최후를 맞은 곳이다. 1894년 12월 공원 근처 북실마을 일대에서 전투가 벌어졌는데, 이때 동학군 약 2500명이 사살되면서 동학농민운동은 막을 내린다. 통곡의계단을 올라 동학농민혁명군위령탑에 묵념을 올리는 것으로 보은 여행을 마무리한다.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의 통곡의벽◇여행메모△당일 여행 코스=속리산 오리숲길→법주사→세조길→복천암→비로산장→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1박 2일 여행 코스= 속리산 오리숲길→법주사→속리산사내리캠핑장→(숙박)속리산 오리숲길→세조길→복천암→비로산장→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가는길= 당진영덕고속도로 속리산 IC→상장교차로→장안로→속리산국립공원 주차장△먹을곳= 이호정(043-543-3734)에서는 산채정식·버섯전골, 문장대식당(문장대토속음식,043-543-3655)에서는 버섯전골, 영남식당(043-543-3924)에서는 대추한정식,, 신라식당(043-544-2869)에서는 북어찌개가 유명하다. △주변 볼거리= 보은 삼년산성, 보은 우당 고택(선병국가옥), 오장환문학관 등
2017.10.29 I 강경록 기자
 느릿느릿 버스타고…제주 중산간을 '기웃기웃'
  • [여행] 느릿느릿 버스타고…제주 중산간을 '기웃기웃'
  • 용눈이 오름에서 바라본 동부 중산간 순환버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제주 뚜벅이 여행자 사이에 버스여행이 뜨고 있다. 최근 한라산 중산간 일대를 둘러보는 ‘관광지 순환버스’ 노선이 새로 생기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서부지역과 동부지역의 2개 노선에 총 16대의 버스를 운행한다. 한번 요금을 내면 하루에도 여러차례 타고 내릴 수 있는 관광지 투어버스와는 달리 승차 때마다 요금을 내야 한다. 다행히 시내버스 요금 수준인 1150원 선이라 그다지 부담스럽지도 않다. 게다가 여행안내사 자격증을 보유한 교통관광 도우미가 버스에 함께 타 안내를 돕는다. 요즘 세상에 버스여행이 조금 어색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천천히 달리는 버스를 타다 보면 제주 중산간이 품은 낭만을 느리게 만날 수 있는 진정한 뚜벅이 여행이다. 저지오름에서 바라본 저지리마을◇관광지 호핑투어…제주 서부 중산간 버스 제주 서부 중산간 코스는 테마형 관광지를 중심으로 운행한다. 버스는 제주 서부 중산간의 대표적인 관광지를 모두 다 들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버스는 서귀포 안덕면 동광 육거리 부근의 동광환승센터에서 출발하지만 꼭 여기서만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820-1번(반시계방향), 820-2번(시계방향)을 탈수 있는 곳은 동광환승센터, 세계자동차 박물관, 서광리마을, 노리매, 구억리ㆍ신평리 마을, 제주평화박물관, 저지오름, 저지리 현대미술관, 방림원, 생각하는 정원, 환상숲 곶자왈, 오설록 티뮤지엄, 항공우주박물관, 신화역사공원 등이다. 대정으로 가고 싶으면 신평리에서 761-3번을, 저지리에서 제주서부끝 지질 절경 수월봉으로 가려면 772-2번 등을 타면 된다.모두 이름값을 하는 유명 관광지들이다. 특히 초록의 다원이 끝 없이 펼쳐지는 오설록 티 뮤지엄은 겨울에도 청량한 초록빛을 만날 수 있어 늦가을부터 이른봄까지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목적지다. 지난 2014년 문을 연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항공과 우주를 테마로, 교육과 엔터테인먼트를 접목한 아시아 최대 항공우주 전문 박물관이다. 박물관 안에는 39대의 실물 비행기가 전시돼 있다.초록의 다원이 끝없이 펼쳐지는 오설록 티 뮤지엄우거진 난대림 숲으로 이뤄진 환상 숲 곶자왈과 산양곶자왈 앞에도 각각 정류장이 있다. 곶자왈은 가시덤불과 나무들이 혼재해 있는 지형을 이르는 말. 신비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곶자왈에는 마치 숲의 정령이 깃들여 있는 듯하다. 곶자왈을 거쳐 버스는 1968년 분재 재배농장으로 시작해 국가지정 민간정원 1호로 지정된 ‘생각하는 정원’에 선다. 잘 가꾼 정원의 경관도 훌륭하지만, 불모지를 이렇게 빼어난 정원으로 가꿔낸 노고에 마음이 숙연해지는 곳이다. 아름다운 숲 전국 대상을 받은 저지오름에 오르면 저지리 마을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 그 아래 저지리마을에는 제주현대미술관, 야외전시관, 갤러리 등이 있어 천천히 걸으며 마을 곳곳에 있는 예술작품들을 둘러보기 좋다. 제주 현대미술관 정류장에서 내리면 김창렬 도립미술관,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야생화 농원 방림원 등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 강제노역의 현장을 둘러볼 수 있는 제주 평화박물관도 인상적인 곳이다. 구억리 마을의 노리매 공원은 이른 봄에 찾아가 볼 만한 곳이다. 노리매 공원은 매화를 테마로 한 공원인데, 해마다 이른 봄이면 공원 가득 심은 매화가 피어나 고고한 향기를 피워낸다. 노리매 공원의 제철은 봄이지만 9월에도 꽃잔디와 야생화가 만발한다. 소인국 테마파크와 세계자동차박물관 등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적당한 곳이다. 일출 무렵 다랑쉬 오름에 올라 바라본 전경◇거문·다랑쉬·용눈이 오름 순환형 투어 ‘동부 중산간 버스’아부오름제주 동부 중산간 일대는 오름의 전시장이라 할 만큼 많은 오름이 있다. 초록의 들판에 봉긋하게 솟아오른 오름들이 부드럽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이런 지형 탓인지 동부 중산간에는 사설 관광지보다는 자연 관광지가 특히 많다. 동부지역 관광지 순환버스는 많은 오름들을 경유해 운행하니 ‘오름 순환버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발지점은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의 대천교차로 인근의 대천환승센터. 서부지역 관광지 순환버스와 마찬가지로 버스요금은 1회 탑승에 1150원이다. 810-1번 버스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810-2번 버스는 시계방향으로 순환한다. 버스는 제주 동부의 이름난 오름을 빼놓지 않고 들른다. 버스가 처음으로 정차하는 곳은 거문오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다. 화산체에서 흘러나온 용암류가 해안선까지 흘러가면서 김녕굴과 만장굴 등 자그마치 20여개의 동굴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 뿐아니라 오름 곳곳에서 만나는 비경과 독특한 생태는 탄성을 자아내기에도 충분한다. 세계자연유산센터 버스정류장 인근에 거문오름이 있다. 거문오름은 하루 450명, 한 팀당 50명까지 예약을 받아 출입을 허락한다. 거문오름 세계자연유산센터제주 습지의 생태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동백동산에도 버스가 정차한다. 동백동산은 생태학적 가치에 비해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여행지다.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10호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거문오름 일대에서 뿜어져 나온 용암이 흘러 만들어진 암반층이 넓게 분포해 있고, 물웅덩이나 소 같은 형태의 습지를 조성했다. 동백나무 군락 외 희귀식물이 자생하고 있어 학술적인 가치도 높다. 선흘동백동산 습지센터를 시작으로 긴 숲을 향한 걸음을 걷다보면 먼물깍 습지를 만나게 된다.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자연환경해설사 투어를 진행한다. 거문오름 외에도 버스는 오름의 여왕이라 불리는 다랑쉬오름, 들판 위로 펼쳐지는 능선이 가장 회화적인 용눈이오름, 일대 오름의 유려한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특급 조망대로 꼽히는 손지오름 등을 들른다. 작지만 아기자기한 아부오름, 거슨세미오름, 안돌오름, 밧돌오름, 민오름, 알밤오름, 어대오름, 돈지오름 앞에도 차가 선다. 동부 중산간에는 워낙 오름이 촘촘하게 솟아 있어 첫머리와 끝머리를 정해놓고 오름과 오름을 이어붙이면서 걸을 수도 있다. 거슨세미오름과 민오름 부근에는 소와 말을 방목하는 송당목장이 있는데,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삼나무가 도열해 까마득한 소실점을 이루는 목장길의 정취가 그만이다. 목장 안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별장도 남아 있다. 버스는 수령 500∼800년의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제주의 명소 비자림을 비롯해 현무암과 나무로 조성된 5㎞의 미로가 펼쳐진 미로테마파크인 메이즈랜드 등의 관광지에도 선다. 아기자기한 다원과 동굴 찻집이 있는 다희연과 한 세대 전의 누추했지만 따스했던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선녀와 나무꾼’ 등에도 정류장이 마련돼 있다.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오조만에서 패러세일링을 즐기는 사람들◇여행메모△잠잘곳= 중산간 버스를 이용한다면 서귀포 안덕면의 항공우주호텔, 토마스하우스, 더살다, 두린벨쉼빵, 텔레스코프 등을 비교적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먹을곳= 제주시 조천읍 빌레와너드랑은 나물비빔밥과 들깨칼국수, 선흘방주할머니식당은 삼색곰취만두와 두부한접시, 제주시 구좌읍의 웅스키친은 파스타와 샌드위치, 한울랜드는 돔베고기정식과 고등어구이, 메이즈웰빙한식당은 한식뷔페 등을 제주도청에서는 추천했다. 제주시 연동의 ‘앞뱅디 식당’은 제주 전통음식인 각재기와 멜을 이용한 국과 조림 등을 내놓는다. 서귀포 쪽에서는 모슬포구를 가야만 제대로 된 먹을 거리가 있다. 모슬포 포구의 모슬포 포구 식당에서는 벵어돔은 물론 방어, 각재기, 무늬오징어 등 제주 앞바다에서 잡히는 다양한 어종으로 만든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각재기국멜조림모슬포 포구 식당의 방어회모슬포 포구 식당의 우럭 조림
2017.09.22 I 강경록 기자
 김재철 동원회장의 역발상..′거꾸로 세계지도′ 보셨나요?
  • [영상] 김재철 동원회장의 역발상..′거꾸로 세계지도′ 보셨나요?
  • [이데일리 이준우 PD]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남보다 앞설 수 없다.” ‘발상의 전환’으로 남이 보지 못하는 길을 보고 걸어감으로써 성공을 이룰 수 있습니다.하단에 있던 버너를 위로 올리는 독특한 발상의 ‘거꾸로 타는 보일러’. 뛰어난 연료 절감 효과로 귀뚜라미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붉은색 부분과 초록색 부분을 바꾼 ‘거꾸로 수박바’. 출시 열흘 만에 100만개를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1초에 1개 이상 팔린 셈이죠.‘거꾸로 세계지도’ 혹시 들어보셨나요? 최근 세계지도를 거꾸로 한 ‘거꾸로 세계지도’가 청와대에 배포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소개한 ‘거꾸로 세계지도’에 문재인 대통령이 큰 호응을 표시하며 정부 각 부처에 배포를 지시했습니다.‘거꾸로 세계지도’는 1996년 길광수 박사가 고안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이를 대중에 널리 알린 사람은 ‘현대판 장보고’로 불리는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입니다.“지도를 거꾸로 보면 달라집니다. 한반도는 더 이상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끄트머리에 매달린 반도가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을 발판으로 삼고 드넓은 태평양의 해원을 향해 힘차게 솟구치는 모습입니다.”사실 동원그룹 직원들에게 ‘거꾸로 세계지도’는 생활처럼 익숙합니다. 동원그룹 본사 1층 현관 로비와 18층 회장 집무실 등 곳곳에 거꾸로 된 세계지도가 걸려 있거든요.한국무역협회장을 역임하던 지난 2000년에 집필한 ‘지도를 거꾸로 보면 한국인의 미래가 보인다’라는 저서는 故 김대중 대통령께서 휴가 때 읽은 것으로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육지 자원은 거의 한계가 왔고 앞으로 해양자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축복받은 나라다.” -동원그룹 회장 김재철-원양어선 선장 출신의 자수성가 기업인이자, 현대판 장보고로 불리는 김 회장은 해양 예찬론자이기도 합니다.“발상을 전환해, 세계시장에 진취적으로 도전하자.” 도전 정신과 발상의 전환을 통한 차별화 전략은 성공의 필수조건이 되었습니다. 김재철 회장의 소망대로 ‘거꾸로 세계지도’가 우리나라 세계지도의 표본이 되는 날도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2017.08.28 I 고영운 기자
김재철 동원회장의 역발상..'거꾸로 세계지도' 보셨나요?
  • [카드뉴스]김재철 동원회장의 역발상..'거꾸로 세계지도' 보셨나요?
  • [이데일리 그래픽 유재정]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남보다 앞설 수 없다.” ‘발상의 전환’으로 남이 보지 못하는 길을 보고 걸어감으로써 성공을 이룰 수 있습니다.하단에 있던 버너를 위로 올리는 독특한 발상의 ‘거꾸로 타는 보일러’. 뛰어난 연료 절감 효과로 귀뚜라미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붉은색 부분과 초록색 부분을 바꾼 ‘거꾸로 수박바’. 출시 열흘 만에 100만개를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1초에 1개 이상 팔린 셈이죠.‘거꾸로 세계지도’ 혹시 들어보셨나요? 최근 세계지도를 거꾸로 한 ‘거꾸로 세계지도’가 청와대에 배포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소개한 ‘거꾸로 세계지도’에 문재인 대통령이 큰 호응을 표시하며 정부 각 부처에 배포를 지시했습니다.‘거꾸로 세계지도’는 1996년 길광수 박사가 고안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이를 대중에 널리 알린 사람은 ‘현대판 장보고’로 불리는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입니다.“지도를 거꾸로 보면 달라집니다. 한반도는 더 이상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끄트머리에 매달린 반도가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을 발판으로 삼고 드넓은 태평양의 해원을 향해 힘차게 솟구치는 모습입니다.”사실 동원그룹 직원들에게 ‘거꾸로 세계지도’는 생활처럼 익숙합니다. 동원그룹 본사 1층 현관 로비와 18층 회장 집무실 등 곳곳에 거꾸로 된 세계지도가 걸려 있거든요.한국무역협회장을 역임하던 지난 2000년에 집필한 ‘지도를 거꾸로 보면 한국인의 미래가 보인다’라는 저서는 故 김대중 대통령께서 휴가 때 읽은 것으로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육지 자원은 거의 한계가 왔고 앞으로 해양자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축복받은 나라다.” -동원그룹 회장 김재철-원양어선 선장 출신의 자수성가 기업인이자, 현대판 장보고로 불리는 김 회장은 해양 예찬론자이기도 합니다.“발상을 전환해, 세계시장에 진취적으로 도전하자.” 도전 정신과 발상의 전환을 통한 차별화 전략은 성공의 필수조건이 되었습니다. 김재철 회장의 소망대로 ‘거꾸로 세계지도’가 우리나라 세계지도의 표본이 되는 날도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2017.08.28 I 유재정 기자
무대, 소설을 읽다
  • 무대, 소설을 읽다
  •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내로라하는 국내외 소설가들의 대표작들이 줄줄이 무대에 오른다. 원작의 유명세를 발판 삼아 작품 완성도를 높이고 관객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다. 극단 걸판의 뮤지컬 ‘앤 ANNE’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연작소설 ‘빨강머리 앤’ 가운데 1권 ‘녹색 지붕의 앤’이 원작이다. “해와 달이 있는 한 나 앤 셜리는 내 마음의 벗 다이애나 베리에게 충실할 것을 맹세합니다”라든지, “앤 뒤에 e자가 붙은 철자의 앤으로 불러주세요” 등 원작 속 대사를 무대 위에 입체적으로 살려낸 것이 백미다. 오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CJ아지트 대학로에서 공연한다.원작을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다. 걸판여고 연극반이 정기공연으로 ‘빨강 머리 앤’을 올리기로 하면서 생기는 소동을 유쾌하게 그린다. 극 중 앤 역을 3명의 배우가 나누어 연기해 성장하는 앤을 표현했다. 초록지붕 집에 살게 되기까지의 과정, 학교생활의 모습, 집을 벗어나 도시로 나가 새로운 꿈을 꾸는 장면을 각각 나누어 보여준다. △사건·대사 입체적으로 되살아나다극단 걸판의 대표 최현미 연출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앤이라는 인물이 매우 다르게 남아 있더라. 그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많은 베스트셀러 중 ‘빨강머리 앤’을 무대화한 이유는 뭘까. 최 연출은 “대학로에 여성이 목소리를 내는 작품은 많지 않다. 왜 남자 역할이 주인공이고 여자는 시련을 받기만 할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면서 “시련받는 여주인공이 아니라 여자 주인공을 인간으로서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소설을 무대화한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유독 올해 눈에 띈다. 이미 공연 중이거나 예정된 대작 뮤지컬의 반 이상은 소설이 원작이다. 출판사 한 관계자는 “무대에 바로 쓸 수 있는 독특한 감성의 묘사와 대화문이 있는 작품을 공연계에서 선호한다”며 “리메이크에 성공한 원작자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이어 “과거 읽는 맛에만 머물렀던 문학 텍스트를 배우의 언어와 노래·연기 등을 통해 복합적 방식으로 즐기려는 소비층이 늘고 있는 것도 이유”라고 전했다. 뮤지컬 ‘레베카’는 영국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미스터리 원작 소설과 서스펜스 영화의 대가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를 모티브로 했다. 뮤지컬 ‘아리랑’은 탄탄한 원작을 충실히 옮기는 데 집중했다. 조정래 작가가 1990~1995년 한국일보에 연재한 동명의 대하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지구를 3바퀴 반 이상 돌 정도의 거리를 직접 취재하면서 쓴 것으로 알려졌다. 원고지 2만 매, 전 12권의 대작을 스타연출가 고선웅이 대본화해 2시간 40분짜리 뮤지컬로 만들었고, 이번이 재연이다.24일과 내년 2월 개막하는 뮤지컬 ‘벤허’와 ‘닥터지바고’ 역시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벤허’는 ‘유다 벤허’라는 한 남성의 삶을 통해 고난과 역경, 사랑과 헌신 등 숭고한 휴먼 스토리를 담아낼 예정이다. ‘닥터지바고’는 러시아 10월 혁명의 격변기를 살아간 의사이자 시인이었던 유리 지바고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을 그린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동명 장편소설이 원작으로 노벨 문학상 수상작에 빛나는 작품이다. 이후 1965년 데이비드린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져 아카데미 5개 부문을 수상했다.△검증된 내용…실패 확률 적어 ‘선호’ 일본 유명 소설가 야마다 무네키의 소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도 뮤지컬로 옮겨진다. 제작사 파파프로덕션은 “상처만 안기는 세상을 뜨겁게 살다 간 여인 ‘마츠코’의 내면을 섬세하고 감각적으로 그려낼 예정”이라고 소개했다.임권택 감독이 영화화해 먼저 유명해진 작품도 있다. 오는 30일 4년 만에 재공연을 앞둔 뮤지컬 ‘서편제’는 작가 이청준(1939~2008)이 1976년 발표한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1993년 임권택 감독이 동명 영화로 제작해 100만 관객을 동원했다. 불행한 측면들을 포착하면서도 그 이면을 냉정하게 응시한 작가 세계를 무대화했다. 공연제작사 한 관계자는 “아예 새로운 창작물을 선보이는 것보다 실패할 확률이 적다”면서 “신작의 경우 짧게는 2~3년, 길게 10년 이상 작품 개발에 시간과 돈을 쏟더라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반면 대중적으로 검증된 소설은 사건과 서사가 뚜렷하고 인물 심리 묘사가 탁월해 무대화하기에 좋다”고 했다. 다만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친숙한 원작을 얼마나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의외성을 갖느냐가 작품의 성패를 가른다”고 덧붙였다.통상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작품을 연극화할 경우 저작권은 1000만원을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계 측 관계자는 “계약 조건에 따라 작가와 출판사가 7대 3 또는 8대 2의 수익비율로 나누는 게 일반적”이라며 “짧은 기간의 소극장 작품의 경우 무료로 지원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귀띔했다.
2017.08.28 I 김미경 기자
꽃무릇 즐기며 산삼 한 뿌리 꿀꺽
  • [가볼만한 축제③]꽃무릇 즐기며 산삼 한 뿌리 꿀꺽
  • 꽃무릇이 활짝 핀 상림(사진= 함양군청)꽃무릇이 활짝 핀 상림(사진= 함양군청)함양산삼축제(사진=함양군청)[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9월이면 함양상림(천연기념물 154호)에 붉은 융단이 깔린다. 꽃무릇이 피기 때문이다. 초록이 우거진 숲과 붉은 꽃이 여행자를 유혹한다. 9월 8일부터 17일까지 이곳에서 함양산삼축제와 함양물레방아골축제도 열린다. 올가을에는 푸른 산과 맑은 물이 있는 함양의 축제 속으로 풍덩 빠져보면 어떨까. 지리산과 덕유산 자락에 들어앉은 함양은 예부터 오지로 통했다. 전체 면적 중 산지가 78%를 차지하고, 해발 1000m가 넘는 산이 15군데나 된다. 도시에 비해 공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토양은 몸에 좋은 게르마늄을 품어, 산삼을 비롯한 약초가 자라기 적당하다.올해로 14회를 맞는 함양산삼축제는 함양의 산삼을 맛보고 즐기는 건강 축제다. 산삼이라고 하면 가격 부담 때문에 엄두도 못 내는 이들이 대부분. 함양산삼축제에 가면 저렴한 산삼부터 고가의 산삼까지 한자리에서 구경하고 맛볼 수 있다. 올해 축제는 ‘산을 느끼고 삼을 만나고 삶을 즐기자’는 주제 아래 산삼골과 산삼숲, 산삼아리랑길, 심마니 저자거리 등 네 가지 테마로 각종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대표 프로그램은 ‘황금산삼을 찾아라’와 산삼 캐기 체험이다. 황금산삼을 찾아라는 상림공원 앞에 조성된 황금삼밭에서 진행자의 설명을 들으며 황금산삼을 찾는 프로그램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참여할 수 있다. 산삼 캐기 체험은 관광객이 상림공원 건너편 필봉산에 있는 산삼을 직접 채취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산양삼 떡 만들기, 산삼 꿀단지 담기 등 산양삼을 이용한 체험 행사도 마련된다. 함양군은 지역 농·특산물을 이용한 향토 음식을 개발해 축제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산양삼을 재배하는 모든 농가를 대상으로 산삼왕선발대회를 개최, 전국의 산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산삼을 평소보다 저렴하게 구매하는 기회는 덤이다. 부스도 심마니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초가로 만들었다. 아이들은 신나게 뛰놀며 산삼을 접하고, 어른들은 저잣거리에서 옛 추억에 빠진다.거대한 물레방아와 연암 동상이 있는 연암 물레방아공원함양산삼축제가 건강 축제라면, 물레방아골축제는 문화 예술 축제다. 56년 역사를 자랑하는 함양물레방아골축제는 함양의 옛 지명인 ‘천령’이라는 축제를 진행하다가, 2003년 크고 작은 축제를 통합해 물레방아골축제로 이름을 바꿨다. 올해는 ‘보고 즐기고 화합하고’라는 주제 아래, 전국지리산트로트가요제를 비롯한 각종 예술 경연과 주민 참여 행사가 열린다. 물레방아는 함양의 중요한 아이콘이다. ‘함양 산천 물레방아 물을 안고 돌고 / 우리 집에 서방님은 나를 안고 도네’라는 민요도 전해진다. 함양이 물레방아골이 된 배경에는 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이 있다. 연암은 청나라에 다녀와 《열하일기》를 썼는데, 여기서 물레방아를 소개했다. 이후 1792년경 함양군 안의현감으로 재직할 때 물레방아를 실용화한 것. 물길을 이용한 물레방아는 농업혁명의 시작이었다. 겉으로는 평화로운 시골 정취를 풍기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연암의 실학 정신이 오롯이 담겼다. 함양에서 물레방아가 자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용추계곡 입구에는 지름 10m, 폭 2m로 거대한 물레방아와 연암 박지원의 동상이 있는 연암물레방아공원이 조성되었다. 산삼축제와 물레방아골축제가 열리는 상림공원은 함양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천년의 숲’이라는 수식에 걸맞게 남다른 기품이 느껴진다. 상림은 신라 진성여왕 때 함양태수를 지낸 최치원 선생이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조성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림이다. 당시에는 10리(4km) 숲길이었으나, 중간 부분이 파괴되어 상림과 하림으로 나뉘었다. 현재 1.6km 둑을 따라 낙엽활엽수 120여 종이 자란다. 우거진 숲 속 오솔길을 걷다 보면 마음의 때가 씻기는 듯하다. 사계절 다른 풍광을 보여줘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때로는 혼자 걸어도 좋은 길이다. 상림에는 함화루와 사운정, 최치원 신도비, 이은리 석불 등 함양의 소중한 유적도 있다. 유서깊은 고택들이 모여있는 개평마을상림공원에서 축제를 즐긴 뒤에는 함양 속으로 한 발자국 더 들어가자. 함양은 ‘좌 안동, 우 함양’이라고 불릴 정도로 선비가 많았다. 선비 문화를 엿보기 위해 먼저 가볼 곳은 함양 남계서원(사적 499호)이다. 조선 성리학의 대가 정여창의 위패를 모신 곳으로, 소수서원에 이어 두 번째로 건립된 사액서원이다. 홍살문을 지나 풍영루에 오르면, 들판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남계서원에서 차로 5분 거리에 개평한옥마을이 있다. 일두 정여창 선생이 태어난 함양일두고택(국가민속문화재 186호), 풍천노씨대종가(경남문화재자료 343호), 함양개평리하동정씨고가(경남문화재자료 361호), 함양오담고택(경남유형문화재 407호) 등 유서 깊은 고택이 여럿이다. 이중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은 일두고택으로, 솟을대문 아래 걸린 편액을 보면 집안에 충신과 효자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일두고택은 경남 지방의 대표적인 건축물이자, 개평한옥마을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드라마 〈토지〉가 이곳에서 촬영된 후 여행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걷기를 좋아한다면 선비문화탐방로를 추천한다. 함양은 선비 마을답게 정자와 누각이 100여 개나 있다. 선비문화탐방로는 과거를 보러 가는 영남 유생들이 덕유산 육십령을 넘기 전에 지난 화림동계곡에 있는 정자를 따라 걷는 길이다. 거연정에서 영귀정, 동호정을 지나 농월정에 이르는 6km 구간과 농월정에서 월림마을, 광풍루까지 이어지는 4.1km 구간으로 나뉜다. 선비문화탐방로가 시작되는 거연정은 남강천 암반 위에 세운 정자로, 당시 정자 건축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달을 희롱하며 논다’는 뜻의 농월정은 앞에 펼쳐진 거대한 너럭바위가 인상적인 정자로, 선비들이 시를 읊으며 풍류를 즐긴 곳이다. 2003년 화재로 전소되었다가 2015년 복원, 예전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숲과 계곡을 거닐다가 정자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아보자.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가을 여행이 완성될 것이다. 시원한 너럭바위가 멋진 농월정◇여행메모△당일 여행 코스= ▶걷기 여행= 상림공원→개평한옥마을→남계서원→선비문화탐방로 ▶전통주 체험 여행= 상림공원→개평한옥마을(솔송주)→남계서원→두레마을(머루와인)△1박 2일 여행 코스= 상림공원→개평한옥마을→남계서원→선비문화탐방로→오도재→지리산제일문→벽송사→서암정사△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함양,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1회(07:00~23:59) 운행, 약 3시간 20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8회(07:30~23:50) 운행, 3~4시간 소요. 부산-함양, 부산서부버스터미널에서 하루 직통 6회(07:00~17:00) 운행, 약 1시간 50분 소요. △자가운전 정보 = 경부고속도로→통영대전고속도로→함양 IC△주변 볼거리= 함양 용추계곡, 함양약초과학관, 하미앙 와인밸리, 오도재, 서암정사, 벽송사새싹삼을 넣은 쇠고기버섯전골
2017.08.27 I 강경록 기자
 폭포수 아래 부동자레로 '얼음'
  • [더위야가라①] 폭포수 아래 부동자레로 '얼음'
  • 남도에서 첫째가는 물맞이 명소, 수락폭포[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한여름 무더위를 쫓는 데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만 한 것이 없다. 올여름엔 구례 수락폭포로 떠나보자. 남도에서 첫째가는 물맞이 명소로 피서에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지리산 줄기가 이어진 구례 산동면에는 구례10경에 드는 수락폭포가 있다. 깊은 산속에서 굽이굽이 흘러온 물줄기가 높이 15m 절벽 아래로 떨어져, 소리만 들어도 더위가 싹 가신다. ◇물맞이 폭포로 유명한 ‘수락폭포’기암괴석과 울창하게 자라난 수목이 주변을 둘러싸, 폭포 소리가 더 크게 울린다. 그래서인지 소리 공부를 위해 다녀간 소리꾼이 많다고 한다. 동편제의 대가인 국창 송만갑 선생도 이곳에서 수련했으며, 폭포 맞은편에는 득음한 자리에 득음정이 세워졌다. 수락폭포는 ‘물맞이 폭포’로 유명하다. 예부터 인근 주민이 논일이나 밭일을 마치고 이곳을 즐겨 찾았는데, 신경통과 근육통, 산후통 등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졌다. 지금은 전국에 입소문이 나서 여름만 되면 수많은 사람이 물맞이하러 몰려든다. 낙차가 큰 물줄기를 맞으면 더위가 사라지는 건 물론, 마음까지 후련해진다. 폭포수의 차가운 기운이 온몸 구석구석 스미는 느낌이다. 폭포수가 떨어지는 곳에 넓은 암반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물맞이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어른 예닐곱 명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자리가 넉넉해, 물맞이하느라 눈치 볼 걱정 없다. 2013년 전라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곳에서 산소 음이온이 월등히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더위를 쫓고, 건강도 지키는 일석이조 피서지인 셈이다. 수락폭포는 원래 지역민에게 인기 있는 곳으로, 폭포 입구까지 길이 잘 닦여 접근하기 쉽다. 폭포 아래 천연 물놀이장 시설이 잘 꾸며져 아이들이 있는 가족에게 적합하다. 지난해 이곳에서 〈해피선데이―1박 2일〉을 촬영한 뒤 찾는 발걸음이 늘어, 전국적인 피서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탈의실과 화장실, 음식점, 카페, 주차장 등 편의 시설을 갖춰 여름휴가지로 손색이 없다. 폭포를 둘러싼 주변 경관이 뛰어나, 물맞이하지 않아도 천천히 산책로를 거닐거나 정자에 앉아 쉬면서 더위를 식히기 좋다. 쏟아지는 폭포수가 내뿜는 서늘한 기운에 한여름 무더위가 발붙일 구석이 없다. 폭포 주위로 단풍나무와 소나무 등이 우거져 싱그럽고 청량하다. 그늘막이 펴진 평상에 누워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한숨 자거나 계곡물에 발 담그고 더위를 식히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주홍빛 원추리와 보랏빛 리아트리스가 수놓은 야생화테마랜드의 소나무 숲길◇야생화 100종이 한자리에 ‘야생화테마랜드’수락폭포에서 내려오는 길목에 야생화테마랜드가 있다. 지리산 권역에 자라는 야생화 100여 종을 심어놓은 곳으로, 여름에는 주홍빛 원추리와 산꼬리풀, 섬초롱꽃, 보랏빛 리아트리스, 하늘거리는 가우라도 볼 수 있다. 음악 분수와 어린이 놀이터, 유리온실 등 부대시설이 잘 꾸며졌고, 열대야 걱정 없이 시원한 여름밤을 보내기 좋은 숲속수목가옥도 있다. 압화(꽃누르미)에 관심이 있다면 한국압화박물관에 들러보자. 세계 최초이자 국내에서 유일한 압화 박물관으로, 수준 높은 국내외 압화 작품이 전시된다. 이곳에 전시된 작품은 해마다 4월에 개최하는 대한민국압화대전 수상작이다. 전시관은 2층 규모로 작품 수가 상당하다. 천천히 감상하다 보면 압화의 매력에 흠뻑 빠진다. 작가마다 다른 소재와 재료, 표현 방법을 비교해서 보면 더욱 흥미롭다. 박물관 옆에 있는 체험관에서 간단한 압화 체험도 가능하다. 체험 시간은 약 30분, 비용은 5000원 선이다. 아이와 함께 나선 여행이라면 섬진강어류생태관을 추천한다. 구례군을 관통해 흐르는 섬진강의 자연환경과 생태를 배우고 체험하는 공간이다. 커다란 원통형 수조와 물고기를 만져보는 터치 풀이 특히 인기다. 물고기 스탬프 찍기, 수달 색칠하기 등 아이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구례 운조루 고택(국가민속문화재 8호)은 조선 영조 때 삼수부사를 지낸 류이주가 지었다. 명당에 들어앉은 고택이 풍기는 분위기가 멋스럽다. 운조루에서 꼭 봐야 할 것이 ‘타인능해(他人能解)’라 새겨진 통나무 뒤주와 낮은 굴뚝이다. 타인능해는 ‘누구나 이 쌀독을 열 수 있다’는 뜻으로, 흉년에 굶주린 백성이 이곳에서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굴뚝이 낮은 것도 밥 짓는 연기 때문에 끼니를 거른 이가 소외감이 들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선조의 미덕이 큰 울림을 준다.고택에서 하룻밤 머물고 싶다면 운조루와 더불어 쌍산재를 추천한다. 상사마을에 자리한 쌍산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골 외가처럼 서정적인 풍경이 마음을 어루만진다. 특히 서당채로 이어진 죽로차밭길은 옛이야기가 스민 시간의 통로다. 초록색 대나무 터널을 지나는 동안 마음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옛집이라 다소 불편하지만, 자연을 벗 삼아 보내는 하룻밤이 운치 있다.시골 정서를 더 느껴보고 싶다면 구례 읍내로 가자. 끝자리 3·8일에 오일장이 서는데, 시장 골목을 따라 아케이드가 설치되어 비 오는 날에도 장이 열린다. 아이들과 함께 장 구경을 하며 정겨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여행메모△당일 여행 코스= 한국압화박물관→야생화테마랜드→수락폭포→섬진강어류생태관 △1박 2일 여행 코스= 한국압화박물관→수락폭포→야생화테마랜드(숲속수목가옥→숙박→구례오일장→구례 운조루 고택, 쌍산재→섬진강어류생태관 △가는길=순천완주고속도로→구례화엄사 IC→용방교차로에서 남원·지리산온천 방면 좌회전→산업로→원촌교차로에서 수락폭포 방면 우측→수락폭포로 따라 263m→수락폭포 방면 우측→수락폭포로→수락폭포△주변 볼거리= 화엄사, 노고단, 지리산반달가슴곰생태학습장, 구례 오산 사성암 일원, 구례오일장, 지리산온천랜드, 천은사 등폭포 맞은편에 세워진 득음정섬진강어류생태관 입구에 있는 원통형 수조조선 후기에 지은 구례 운조루 고택
2017.07.29 I 강경록 기자
 연꽃의 바다에 감성이 폭발하다
  • [雨中산책①] 연꽃의 바다에 감성이 폭발하다
  • 빗방울 머금은 하얀수련(사진=한국관광공사)빗방울 머금은 분홍 수련(사진=한국관광공사)강원도 화천의 오지마을 비수구미마을의 숲으로 다리로 비치는 반영(사진=한국관광공사)강원도 화천의 오지마을 비수구미마을의 숲으로 다리로 비치는 반영(사진=한국관광공사)[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강원도 화천의 7월은 물빛, 하늘빛, 연꽃 빛이 어우러진 풍경화다. 화천과 춘천의 경계쯤 자리한 서오지리는 북한강을 끼고 있는 마을이다. 춘천에서 5번 국도를 타고 사북면 소재지를 지나 현지사 입구에서 오른편 길로 접어들면 서오지리다. 7월이면 강변에 조성한 드넓은 연꽃단지에 연꽃이 피어 날이 맑으면 맑은 대로 좋고, 비가 오면 연꽃에 물방울이 맺혀 운치 있다.◇꽃향기 나는 마을 ‘서오리지’서오지리는 옛날 이곳에 살던 세 노인이 ‘자신[吾]이 호미[鋤]로 약초[芝]를 캤다’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다. 1965년 춘천댐이 생기면서 건넌들이라고 부르는 마을 앞들 일부가 물에 잠겼는데, 쓰레기가 쌓여 악취가 나고 물고기가 죽었다. 오염된 습지를 살리기 위해 2003년부터 연을 심어, 지금은 꽃향기가 온 마을을 감싸는 연꽃단지가 됐다. 6월부터 꽃을 피우는 수련과 손톱만 한 노란 꽃이 고운 왜개연꽃, 연꽃의 대명사인 백련과 홍련, 가시 돋은 큰 잎사귀가 인상적인 가시연, 작지만 사랑스러운 어리연꽃 등이 어우러진 연꽃단지는 넓이가 15만 ㎡에 이른다. 주변에 방죽, 징검다리, 관찰 데크, 벤치 등이 마련되어 연꽃과 습지의 수생식물을 관찰하며 쉬기 좋다. 백련과 홍련은 7월 초부터 8월 말까지 피고 지기를 거듭한다. 초록 연잎에 커다란 촛불을 켜놓은 것 같은 연꽃은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한다. 연꽃은 오후에 꽃잎을 오므리니 가급적 정오 이전에 찾는 게 좋다. 북한강과 어우러지는 풍광도 근사하다. 방죽 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전망 데크에 서면 호수처럼 넓은 북한강이 반긴다. 강 하류는 춘천, 상류는 화천이다. 생태가 살아난 습지에 깃들어 사는 생명체도 다양하다. 물방개와 물장군, 참붕어, 미꾸리, 잉어는 기본이요, 열목어와 버들치, 황쏘가리가 한 식구다. 물닭, 호반새, 뜸부기, 꾀꼬리, 왜가리 같은 조류도 반갑다. 고운 연꽃에 눈 맞추고, 연잎에 또르르 구르는 물방울에 미소 짓고, 지난해 따고 버린 연밥 근처에서 연 씨를 줍다 보면 시간이 금세 흐른다. 가례리 수목원의 노란 금계국(사진=한국관광공사)연꽃단지를 느긋하게 둘러보고 연체험관으로 향한다. 연꽃과 연잎을 맛보고 체험하기 위해서다. 연잎을 곱게 갈아 넣어 초록빛을 띠는 연아이스크림은 산뜻하고 개운한 맛이 아이는 물론 어른 입에도 잘 맞는다. 달큼하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연잎차, 구수하고 쫄깃한 연잎밥도 맛있다. 꽃 한 송이 통째로 우려내는 연꽃차는 눈, 코, 입으로 세 번 맛을 즐길 수 있어 더 특별하다. 연꽃차와 연잎을 잘게 썰어 만드는 연잎차는 백련만 사용한다. 녹차는 맨 처음 자란 새순으로 차를 덖지만, 연잎은 연밥이 익는 가을에 따야 깊고 그윽한 맛을 낼 수 있다고. 미리 신청하면 다도와 연잎밥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체험 신청은 화천군청 관광정책과나 화천군관광안내소에 문의한다. 붕어섬은 쪽배축제의 주행사장이다(사진=한국관광공사)◇포천의 자연 속으로연꽃단지에서 5km 거리로 가까운 화천목재문화체험장은 화천에서 난 목재로 직접 만들고, 체험하는 공간이다. 굵직한 나무 기둥을 세워 원형으로 만든 건물이 남다른 인상을 준다. 휴대폰 거치대처럼 간단한 것부터 만드는 데 몇 시간 혹은 며칠이 걸리는 가구까지 체험 종류가 다양하다. 잣나무 칩을 잔뜩 깔아놓은 목재놀이체험장도 재밌다. 붕어섬은 신나는 수상 스포츠를 즐기거나 편안하게 쉬기 좋다. 패들을 밟아 움직이는 수상 자전거(월엽편주)가 제일 인기다. 월엽편주는 소설가 이외수가 지은 이름으로, 한가로이 강 위를 떠가는 듯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허벅지가 꽤 뻐근하다. 카누와 카약, 범퍼보트도 있고, 자전거나 전동 스쿠터, 전동 휠, 레일바이크, 짚라인도 즐겁다. 짚라인을 제외한 모든 즐길 거리 이용료가 30분에 1만 원인데, 비용을 지불하면 화천사랑상품권 5000원권을 준다. 화천군 전역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다. 물의나라화천 쪽배축제 기간에는 붕어섬 전체가 축제의 장으로 변신한다. ‘파로호 산소 100리길’은 화천의 청정한 자연을 대표한다. 산소길 중 백미로 꼽는 구간이 숲으로다리 일대다. 길고 긴 다리는 차라리 물의 다리에 가깝다. 다리 끝까지 걸어가서야 “아!” 하고 무릎을 친다. 물 위에 놓인 다리의 끝은 울창한 숲으로 연결된다. 수면에서 한 뼘이 될까 말까 한 높이로 나무다리가 길게 이어진다. 출렁이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을 정도로 폭이 넉넉하다. 다리 길이는 약 1.2km, 물에 비친 산과 숲, 하늘과 구름, 마을이 어우러진 풍광이 걸작이다. 다리 중간쯤에는 숲에서 물줄기를 끌어와 설치한 음수대, 잠시 쉬었다 갈 벤치도 있다. 여름에는 오전 7~9시가 햇살이 고루 퍼져 근사하고, 오후에는 산 그림자가 다리를 덮는다. 숲으로다리에 가려면 미륵바위 앞 주차장에 차를 두는게 좋다. 인공폭포 아래 다슬기 줍고 캠핑하기 좋은 딴산유원지(사진=한국관광공사)숲으로다리를 지나 파로호 방면으로 가다 보면 딴산유원지와 토속어류생태체험관이 나온다. 산줄기에서 따로 떨어졌다고 해서 딴산이라 부르는데, 인공 폭포와 유원지가 조성되어 낚시꾼, 나들이객, 캠핑객이 모여든다. 토속어류생태체험관은 화천에 서식하는 다양한 어류를 전시·체험하는 곳이다. 화천은 겨울철 산천어축제로 큰 인기를 끄는데, 그 주인공 산천어의 생태와 자라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황쏘가리와 쏘가리, 배스, 자라에게 먹이 주는 것을 구경하고, 붕어 먹이 주기 체험도 가능하다. 서오지리, 숲으로다리와 함께 화천 3대 감성 여행지로 꼽는 거례리 수목공원의 사랑나무도 볼 만하다. 물안개 자욱한 이른 아침이나 비가 내리는 날에는 또 다른 운치가 있다. ◇여행메모△당일 여행 코스= 서오지리 연꽃단지→화천목재문화체험장→숲으로다리→붕어섬△1박 2일 여행 코스= 서오지리 연꽃단지→화천목재문화체험장→붕어섬→거례리 수목공원→(숙박)→숲으로다리→화천 꺼먹다리→토속어류생태체험관→딴산유원지△가는길 ▷기차= 용산역-춘천역, ITX-청춘 하루 18~30회(06:00~22:44), 약 1시간 15분 소요. 춘천농협 앞에서 39번 버스(원평마을·지촌리행), 지촌리 정류장 하차, 약 1시간 30분 소요. ▷버스 서울-화천,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4회(07:05~19:35) 운행, 약 2시간 45분 소요. ▷자가운전= 서울춘천고속도로 강촌 IC→403번 지방도→강촌로→경춘로→의암교차로에서 화천 방면 우측→박사로→신매교차로에서 좌회전→서상로→영서로→말고개터널→영서로→현지사 옆길→서오지리 연꽃단지팔당대교→6번 국도→조안교차로에서 45번 국도→금남교차로에서 가평 방면 좌회전→경춘북로→경춘로→의암교차로에서 화천 방면 우측→박사로→신매교차로에서 좌회전→서상로→영서로→말고개터널→영서로→현지사 옆길→서오지리 연꽃단지△주변 볼거리= 감성마을(이외수문학관), 동구래마을, 파로호, 비수구미, 물빛누리호(파로호 유람선), 화천박물관, 화천생태영상센터, 삼일계곡 등&#160;
2017.07.02 I 강경록 기자
‘바릇잡고, 반딧불이 만나고, 열기구 타고’ 디스커버 제주
  • ‘바릇잡고, 반딧불이 만나고, 열기구 타고’ 디스커버 제주
  • 청수리 곶자왈 반딧불이(사진=제주관광공사)[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부담없이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는 6월이 왔다. 더구나 미세먼지 없는 맑은 날이 이어지면서 여행객들의 발길은 숲으로, 바다로 향한다. 특히 제주는 이색적인 모험을 하기에 6월만큼 좋은 날도 없다. 이에 제주관광공사는 6월을 맞아 ‘이색적인 모험, 디스커버 제주’라는 테마를 주제로 10곳을 추천해 발표했다.바릇잡이(사진=제주관광공사)◇맨손으로 얻는 바다의 선물 ‘바릇잡이’바릇잡이는 아이들과 어른 모두 좋아하는 바다체험으로 물이 빠져나간 바닷가나 얕은 바다에서 손으로 보말, 조개, 미역 등을 채취하는 것을 말한다. 자연의 소중함도 알게 되고 채취한 수산류로 요리를 해먹을 때의 감동도 커 가족단위로 체험하는 사람들이 많다. 제주에는 대정 신도, 제주 도두, 조천 함덕, 서귀포 대포, 성산 시흥 등 40여개의 일부 마을어장을 개방하고 있어 바릇잡이를 즐길 수 있다. 단 마을어촌계에서 일반인들을 위해 어장을 개방했기 때문에 채취가 금지된 곳에는 들어가면 안 되며 수경 등 전문장비를 갖추고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것 또한 금지된다. 어장이 전면 개방된 신도에서는 미역, 조개를 잡을 수 있고, 일부 개방된 대포에서는 보말과 해삼, 함덕에서는 보말과 톳, 도두에서는 보말, 미역, 게, 시흥에서는 바지락 등을 잡을 수 있다. 성산에서 오조리 사이의 성산 오조리 어촌계 앞쪽 바다는 조개잡이 체험을 할 수 있게 개방해놓았다. ◇반딧불이와의 만남 ‘수리 곶자왈 반딧불이 축제 & 에코파티’어둠을 밝히는 초록색 작은 불빛. 가만히 손을 뻗어 만져보려고 하면 팝콘처럼 흩어진다. 불빛을 흩을까 숨조차 멈추게 되는 광경. 한밤에 벌어지는 반딧불이의 고요한 축제다. 한경면 청수리에 위치한 청수곶자왈에서는 6월 한 달 동안 곶자왈 반딧불이 축제를 연다. 저녁 8시부터 9시 반까지 30분 간격으로 20명씩 해설사와 함께 한 시간가량 걸으며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생태관광지와 마을에 관광객들을 초대하는 생태문화 이벤트인 에코파티가 6월 10일 토요일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청수리에서 열린다. 로컬국수 체험, 보리를 이용한 미숫가루 시식 체험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고 하이라이트인 청수곶자왈 반딧불이 체험을 할 수 있다.송당 오름 열기구 투어(사진=제주관광공사)◇한 번은 꼭 경험해야 할 ‘송당 오름열기구 투어’브로콜리처럼 몽글몽글 피어난 숲과 동그란 분화구가 한눈에 보이는 아부오름, 용눈이 오름과 체오름 등의 오름 군락, 미니어처만한 마을과 소떼 풍경, 그리고 성산일출봉 너머 바다에서 잔잔히 밀려오는 태양의 빛. 100미터 상공위에서 바라보는 제주의 일출은 평생 한 번은 경험해봐야 할 버킷리스트로서의 가치가 있다. 열기구 자유비행 상품은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목장지대에서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카메론 벌룬즈가 제작한 열기구는 최대 16명이 탈 수 있다. 하루에 한 번 동이 트기 전, 약 50분 정도 운행한다. 바람이 가는 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볼 수 있는 풍경도 다르고 이륙장소와 착륙장소가 변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소원 비는 마을로 유명한 송당 마을은 오름으로 둘러싸여 있고 아름다워 돌아보기에 좋다. 또한 매주 토요일 1300K 옆 공터에서 ‘토요일은 송당에서 놀자’ 이벤트가 8월26일까지 열린다. 6월에는 푸드트럭에서 더덕쉐이크와 아이스더덕을 판매하며 현장 인증샷 이벤트, 사진공유이벤트, 소원빌기 체험 등의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서귀포 치유의 숲(사진=제주관광공사)◇비오면 더 좋은 길 ‘서귀포 치유의 숲·교래자연휴양림·명월리 팽나무 마을길’비오는 숲속을 걸어보고 싶은 로망이 있다면 6월의 제주가 제격이다. 빗방울 떨어지는 초록색 숲길 사이로 뽀얗게 피어오른 안개 속을 걷다보면 신비함이 가득해지고, 더욱 짙은 숲의 향기를 맡을 수 있어 힐링에도 좋다. 서귀포 치유의 숲은 총 11km의 길이로 들어가는 순간 느껴지는 숲의 향기가 걷는 내내 지속된다. 수령이 60년이 넘는 편백나무와 삼나무길을 비롯한 10개의 치유숲길이 있는데 산림치유프로그램과 숲길 힐링프로그램 등이 마련되어 있어 힐링을 경험할 수 있다. 모든 탐방은 사전예약제이며 산림치유지도사와 함께 이동한다.교래자연휴양림은 곶자왈 시대에 위치한 곳으로 치유와 휴식공간을 위해 천연림을 원형 그대로 보전한 곳이다. 촉촉이 젖은 숲을 바라보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 한림읍에 위치한 명월리 팽나무 마을길은 500년 이상 된 팽나무 6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모진 비바람을 이겨내며 자란 나무들에게서 뿜어나오는 신비함과 웅장함이 멋스럽다한화리조트 아쿠아테라피 프로그램(사진=제주관광공사).◇청정제주에서 찾은 리얼 힐링 ‘제주 디톡스 투어’한 해의 반을 열심히 달려온 나에게 제주가 선물하는 힐링을 받아보는 건 어떨까. 청정제주의 보물인 자연을 통해 몸과 마음에 있는 독소를 빼고 힐링할 수 있는 곳이 많다. 특히 쉬고, 먹고, 자는 동안 디톡스를 하는 여행은 여성관광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깨끗한 제주의 물을 이용한 힐링으로는 한화리조트의 아쿠아테라피 프로그램이 있다. 수중 힐링프로그램과 제주건초를 이용한 헤이베스를 1시간30분 동안 체험할 수 있다. 제주허브동산 J-detox패키지는 화산송이 침구류와 허브를 활용한 허브룸에서의 숙박, 건강식 브런치, 아로마 찜질방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플레이스 제주의 YOLO 패키지는 요가와 자전거 하이킹으로 건강한 체험을, 캘리그라피 수업으로 감성힐링을 할 수 있고, 감귤꽃꿀과 한라봉이 들어간 통곡물 시리얼바 등 건강한 디톡스 식단을 체험해볼 수 있다.제주 금능으끔원해변 승마체험(사진=제주관광공사)◇재미와 건강을 동시에 ‘승마체험’말을 타고 초원을 질주해보는 상상은 늘 즐겁다. 말과 교감하고 하나가 되어 들판과 숲을 탐험해보는 것. 이 상상이 쉽게 현실이 되는 곳이 바로 제주다. 어린 아이가 체험할 수 있는 조랑말 타기부터 성인들의 체험 승마, 그리고 외승까지 제주에는 다양한 종류의 승마체험을 할 수 있다. 승마는 신체의 유연성과 균형성을 길러주는 것은 물론, 장기능이 강화되고 신체의 균형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 외승은 야외로 나가 오름이나 길을 따라 말을 타는 것을 의미하는데 주로 전문가들이 하지만 초보들도 교육을 받은 뒤 1시간~2시간가량 외승을 할 수 있다. 초보자들이 외승을 할 수 있는 곳은 제주승마공원, 리딩팜승마클럽, 제주홀스타승마장 등이 있다. 외승비용은 교육비를 포함해 10만원에서 20만원 사이다.황우지해변(사진=제주관광공사)◇6월의 제주 바다에 빠지다 ‘스킨스쿠버 & 스노클링’물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6월은 스킨스쿠버와 스노클링을 하기에 좋다. 특히 서귀포 범섬의 연산호 군락지와 섶섬, 문섬 등은 다이버들이 가장 선호하는 스킨스쿠버 장소다. 스킨스쿠버는 30분 정도 물속에 들어가는 체험다이빙과 수영장교육과 바다에서 실습 등 2일~4일 동안 교육이 이뤄지는 자격증 코스로 나뉘어져 있다. 현재 제주에는 약 30여개의 스킨스쿠버업체들이 운영 중인데 세계적인 스쿠버훈련단체인 PADI, NAUI 등 교육단체에서 발급되는 다이버 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 곳도 있다. 엔돌핀 스쿠버다이빙, 스쿠버스토리, 다이브프로 등 여러 업체가 있다.사면이 아름다운 바다인 제주는 스노클링을 하기에 적합한 장소가 많다. 물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와 바닷속 생태계를 보는 것은 어른들에게도 진기한 체험이다. 다른 해양스포츠보다 난이도가 쉽지만 주의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안전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협재해변, 판포포구, 월정리해변, 황우지해안 등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장소다. 개인적으로 구입한 스노클링 마스크를 갖고 가도 되고, 하도해변이나 월정리해변에는 스노클링 장비를 대여해주기도 하지만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보롬왓 메밀밭(사진=제주관광공사)◇신비로운 보라색 솜사탕과 눈꽃의 파티 ‘수국길, 보롬왓 메밀밭’몽글몽글 피어난 수국은 어디에서 보아도 신기하고 아름답다. 보라색과 초록색의 강렬한 대비. 제주의 곳곳에서 숨바꼭질하듯 피어있는 수국은 모든 감성을 폭발시키는 마력을 지닌 꽃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피어있는 종달리 수국길의 수국은 연보라 파스텔 색깔로 바다와 어우러진다. 하도초등학교 쪽에는 진한 보라색 수국이 그림처럼 피어있다. 천국의 계단이라고 불리는 영주산 산수국길은 푸른 산수국이 피어있는 모습이 절경이다. 이밖에도 김녕해안도로, 화순해안도로 등에서도 수국을 볼 수 있고, 한림공원 등에서 수국축제가 열린다.푸른 들판 속에 소복이 쌓인 꽃눈. 바람부는 밭이라는 뜻의 보롬왓의 6월은 메밀꽃으로 뒤덮여있다. 흡사 눈이 덮인 것처럼 순결한 기쁨을 주는 것은 그곳에 담긴 농민들의 땀과 수고가 더해져서일 것이다.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 약 33만㎡에 걸쳐 있는 보롬왓의 메밀꽃은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절정이며 6월에는 라벤더가 만개해 메밀꽃과 보라색 라벤더의 조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물찻오름의 산정화구호(사진=제주관광공사)◇비밀의 빗장을 열다 ‘사려니오름과 물찻오름, 한라산둘레길 목장길’자연치유와 산림테라피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사려니숲이 일 년에 약 열흘간 통제됐던 구간을 열어 일반인들에게 개방한다. 올해는 5월27일부터 6월6일까지 11일간 ‘사려니숲 에코힐링체험’이 열리는데 사려니오름과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하고 있는 물찻오름이 개방된다. 또한 새롭게 선정된 14km의 한라산둘레길 목장길 또한 새롭게 탐험할 수 있다. 이번 행사에는 신형원의 공연, 허수경의 북콘서트 및 작은 음악회, 전문가와 함께하는 숲길 탐방, 체험 프로그램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다. 이와 별개로 사려니오름에서 삼나무숲을 지나 월든 삼거리 방향으로 이어지는 사려니숲길 중 통제되었던 10.8km 구간은 5월17일부터 10월31일까지 공개된다.애플망고주스와 빙수(사진=제주관광공사)◇꼭 경험해야 할 6월의 맛 ‘애플망고주스, 깅이튀김’ 망고빙수와 망고주스로 대표되는 6월 제주의 디저트. 빨간 사과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애플망고는 과육이 부드럽고 당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제주산 애플망고는 가격이 높지만 당도가 높아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선호하는 과일이다. 애플망고에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베타카로틴 성분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다. ‘깅이’는 게의 제주어로 5월부터 바닷가나 갯벌에서 잡히기 시작한다. 칼슘과 인 등이 풍부해 신경통과 골다공증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해녀들이 자주 먹었다.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깅이를 이용해 튀김과 조림, 죽 등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바릇잡이로 깅이를 잡은 뒤 튀김이나 조림요리를 해먹는 재미도 쏠쏠하다.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자연환경이 뛰어난 제주는 어느 곳에서나 모험을 즐길 수 있다”며 “야외에서 활동하기 좋은 6월, 이색적인 액티비티를 통해 새로운 제주를 발견하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관광공사 6월 추천 10선은 제주관광정보 사이트(www.visitjeju.net)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깅이튀김(사진=제주관광공사)
2017.06.04 I 강경록 기자
 사계절 보약 같은 치유의 숲 '산음자연휴양림'
  • [힐링여행②] 사계절 보약 같은 치유의 숲 '산음자연휴양림'
  • 데크깔린 ‘산음자연휴양림’(사진=한국관광공사)[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숲은 듣는다. 밤사이 피운 꽃망울의 열림, 바람 따라 여행을 시작하는 씨앗의 떨림, 서걱서걱 풀잎을 꿰는 애벌레의 움츠림 하나하나에 귀 기울인다. 나무는 땅속 깊이 뿌리내려 울창한 그늘을 만들고, 한 걸음 비켜서서 물길을 틔운다. 생을 다하는 순간까지 살아 있다는 증거로 싹을 틔우고, 때가 되면 스스로 거름이 된다. 숲은 인내하고, 생명을 보듬고, 마지막에 길을 낸다. 숲을 찾는 사람에게 내미는 손길과 발길이다. 양평에 자리한 산음자연휴양림의 숲길이 그렇다. 화려하지 않아 아지트로 삼고 싶은 공간이다. 휴양림은 사계절 내내 마음을 다독이는 치유의 숲을 품었다. 위로가 필요할 때면 찾아가고 싶은 곳이다. ◇산그늘 우거진 숲길을 걷다산음은 산그늘이란 뜻이다. 휴양림 인근 봉미산과 용문산, 소리산의 높은 봉우리가 병풍처럼 에워싸, 산그늘에 있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꼬불꼬불한 도로를 따라 휴양림에 도착하면 잣나무와 낙엽송, 물푸레나무, 참나무가 하늘로 솟았고, 국수나무와 병꽃나무, 쪽동백, 노린재나무가 어른 키와 맞닿는다. 숲길은 매표소와 야영장을 지나 산림문화휴양관에서 시작한다. 건강증진센터 기준으로 왼쪽 치유의 숲과 2야영장 오른편에 난 치유의 숲을 따라 전체 2km 정도 산책로가 이어진다. 건강증진센터 입구의 데크 로드는 약 260m로, 잣나무 숲에 조성되었다. 센터 뒷길에서 본격적인 산책로가 시작된다. 천천히 걸으며 고개를 숙여보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계절은 낮은 곳부터 천천히 오는 모양이다. 초록 잎을 이불 삼아 덮은 홍자색 족도리풀도 그렇다. 땅의 온기에 기대어 새색시 족두리처럼 오므린 입을 둥지의 아기 새처럼 봄 햇살을 향해 벌린다. 족도리풀은 커다란 잎 아래 숨어 땅벌레가 꽃가루받이해준단다. 그 뿌리인 세신이 진통에 효과가 있고, 구취가 심할 때 좋아 은단의 원료로 활용되는 풀이다. 애호랑나비는 족도리풀의 잎 뒷면에 알을 낳는다. 벌이 와서 수정되면 꽃 색이 변한다는 병꽃나무, 쪽동백과 당단풍이 하나가 된 연리목도 만날 수 있다. 연리목은 시간이 흐르면 유전자를 공유하며 살아간단다. 국림산음자연휴양림의 산그늘 아래 캠핑을 즐기고 있는 야영객(사진=한국관광공사)◇계곡물 소리에 장단 맞추는 ‘산음 자연휴양림’ 산음자연휴양림 치유의 숲은 양 갈래 큰 숲길 사이로 오솔길이 다리처럼 나서 오르다가 힘들 때 옆으로 내려오면 된다. 걷다 보면 거미줄이 가로막기도 한다. 멈춰 세웠다고 탓하지 말자. 자연을 걸으며 뿌리내린 시간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니까. 숲길 따라 아홉 갈래 계곡물 소리가 발길에 장단을 맞춘다. 여름이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다. 산책하듯 걷다가 편평한 돌에 걸터앉아 계곡물에 발 담그면 피로가 사라진다. 일급수에 산다는 도롱뇽도 만날 수 있다. 돌덩이를 들추면 도롱뇽 알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산음자연휴양림에는 볼거리, 즐길 거리도 많다. 휴양림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LOVE 포토 존과 생태연못, 산음약수터가 나온다. 야영데크에서 시원한 밤을 보내는 이들, 멀리 지방에서 물맛 좋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 등산객까지 모든 이의 목을 적셔줄 소중한 수원이다. 산림청 1호 ‘치유의 숲’으로 지정된 이곳에서 진행하는 산림 치유 프로그램은 단연 인기다. 산림치유지도사가 건강증진센터에 상주하며 이용객을 대상으로 명상, 숲 속 체조 등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예약하지 않아도 당일 5인 이상이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산림치유지도사는 “처음 참여할 때는 어색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숲길을 걷고 나면 어느새 마음을 열고 힘든 이야기를 털어놓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면서 치유가 시작되죠”라며 한 번 온 사람들이 다시 찾는다고 했다. 혼자 숲길을 걸을 때와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있는 숲 해설은 산림문화휴양관 인근 정자에서 시작한다. 이곳 뚝딱이 공방에서도 오전 10시와 오후 2시 목공예 체험이 가능하니, 아이들과 함께 가족 나들이로 찾아도 좋다. 주말마다 가족과 함께 온다는 야영객은 221·222번 야영데크를 추천한다. 이른 아침 곤줄박이와 동고비, 다람쥐가 주로 찾는 곳이란다. 청량한 공기, 새소리와 함께 맞는 아침은 만병통치약이다. 소나기마을(사진=◇세미원·두물머리 등 볼거리 많은 ‘양평’청정 도시로 알려진 양평은 찾아갈수록 마음이 물드는 곳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자연정화 공원 세미원, 용문산 용문사로 향하는 산책로,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의 수숫단 오솔길까지. 자연과 어우러진 모든 길이 양평으로 난 셈이다. 두물머리는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로, 그 고즈넉함을 맛본 이들은 이른 새벽에 찾는다. 조선 시대에 이곳은 강원도 산골에서 뗏목 타고 물길 따라 한양으로 향하는 떼몰이꾼들이 하루 쉬었다 가는 지점이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얼싸안으며 흐르는 풍경이 한 폭의 수묵화 같다. 세 그루가 한 그루처럼 생긴 느티나무가 이곳의 상징이다. 두물머리에서 배다리를 따라 강을 건너면 세미원이다. 자연정화 공원으로 조성된 이곳은 7월이면 연꽃이 피어 더욱 아름답다. 세미원은 관수세심(觀水洗心), 관화미심(觀花美心)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뜻인데, 정원에 가득한 수목과 풍경에 마음이 놓인다. 용문사로 향하는 길 또한 힐링이 된다. 1km 남짓한 길에 흐르는 도랑물 소리가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0호)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은행나무다. 수령 1100년으로 추정되며, 가까이에서 보면 장엄한 자태와 영적인 기운까지 느껴진다.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테라로사 서종점도 인기다. 시간대에 따라 갓 구운 빵이 나와, 식사 후 카페 나들이하기 좋다. 붉은 벽돌 건물 내부는 1·2층 중간이 트여 커피 공장 같다. 테라로사 바로 옆에는 다양한 영업점이 있어 볼거리도 많다.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은 단편소설 〈소나기〉에 묘사된 장면을 재현한 공간이다. 맑고 순수한 소년과 소녀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 배경이 바로 양평. 황순원문학관은 지상 3층 규모로 황순원 선생의 유품과 작품을 전시한다. 학의 숲, 송아지 들판, 수숫단 오솔길을 걸으며 동심과 마주할 시간도 놓치지 말자. ◇여행정부▶당일 여행 코스=두물머리→세미원→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테라로사 서종점→산음자연휴양림▶1박 2일 여행 코스= 두물머리→세미원→들꽃수목원→양평군립미술관→용문산관광단지→용문사→(숙박)→산음자연휴양림→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잔아문학박물관→테라로사 서종점→남양주종합촬영소→수종사▶가는길= 설악IC교차로→신천중앙로 따라 18.5km→양평·단월·산음자연휴양림 방면 우회전→석산로 6.5km→고복·산음자연휴양림 방면 우회전→산음보건진료소 지나 산음자연휴양림 방면 우회전→고복길 따라 약 3km→아띠울펜션 지나자마자 우회전→산음자연휴양림▶주변 볼거리= 두물머리, 세미원, 용문사, 구둔역, 양평레일바이크,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양평군립미술관, 민물고기생태학습관 등
2017.05.27 I 강경록 기자
 '섬 속의 섬' 가파도 사잇길로 흩날리는 청보리밭
  • [여행] '섬 속의 섬' 가파도 사잇길로 흩날리는 청보리밭
  • 가파도 청보리밭 사이를 다정하게 걷고 있는 여행객들. 바다 너머로 단산이 보인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섬 속의 섬으로 떠난다. 제주를 둘러싼 크고 작은 유인도들. 마라도·가파도·차귀도·비양도·우도…. 사실 제주도보다 더 제주다운 곳이 여기다. 휴양지로 잘 가꿔진 본섬인 제주도에 비해 아직은 옛 풍경과 경치가 남아 있어서다. 섬 속의 섬으로 떠나는 여행이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유다. 이번에 찾은 곳은 제주 남서쪽의 작은 섬, 가파도다. 제주도에 딸린 섬 중 가장 투박하다. 덩치 큰 섬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가파도행 여객선에서 바라본 가파도의 모습◇가파도(갚아도) 그만, 마라도(말아도) 그만서귀포 모슬포항. 가파도행 여객선을 탈 수 있는 곳이다. 여기서 가파도가지는 약 5.5km. 여객선으로 20분이면 닿는 거리다. 가파도(加波島)는 제주 본섬과 국토 최남단 마라도 사이에 놓였다. 면적은 0.85㎢(26만평). 2.94㎢ 서울 여의도(89만평)의 3분의1 정도에 불과하다. 바람이 세차고 파도가 유난히 거칠다고 해 가파도라 불렸다. 오죽하면 가파도 사람이 돈을 빌리면 ‘가파도(갚아도) 그만, 마라도(말아도) 그만’이라고 했을까.섬은 지도로 보면 마름모꼴이다. 언뜻 보면 마치 가오리같다. 해안선 길이가 4.2km에 불과하다. 마라도보다는 2.5배쯤 크다. 우리나라 유인도 중 가장 키 작은 섬이다. 해발 20.5m에 불과하다. 아랫 섬인 마라도는 39m다. 섬에는 산은 커녕 언덕 하나 없다. 마치 바다 위에 얇은 방석을 펴 놓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단순하면서도 정갈한 옛 모습이 그대로다.섬 전체를 둘러보려면 걷는 게 좋다. 자전거를 빌려 타는 방법도 있다. 상동 선착장 바로 앞에 대여소가 있다. 가파도 올레길(10-1코스)은 불과 5㎞ 거리다. 두세 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다. 길은 두갈래다. 보리밭 들판을 따라 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길과 해안을 따라 한 바퀴 빙 도는 길이 있다. 어느 길을 택하든 섬 전체를 고루 밟아 볼 수 있다. 그래도 섬을 제대로 느끼려면 해안을 따라 가는 것이 좋다. 가파도의 낮은 무덤들이 이름모를 야생화로 뒤덮여 있다. 바람 많은 가파도의 무덤들은 육지보다 낮은 것이 특징이다.길의 시작은 상동 선착장. 왼쪽으로 길 머리를 잡는다. 자박자박 걷다보면 ‘6개의 산’이라는 이정표를 만난다. 제주의 산 7개 가운데 영주산을 제외한 한라산·산방산 등 6개의 산을 볼 수 있다는 곳이다. 제주의 가장 낮은 땅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을 조망하는 경험은 특별하다. 남쪽에는 마라도가 떠있다. 동쪽 끝 해안가에는 ‘제단집’이 있다. 둥글게 돌담을 쌓고 가운데 작은 돌 두개를 받쳤다. 그 위에 평평한 반석을 얹었다. 이를 ‘춘포제단’이라 부른다. 춘포제는 음력 정월에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며 지내는 제사다. 가파도는 대정읍에서 유일하게 춘포제를 봉행하는 곳이다. 그 역사가 무려 150년을 헤아린다.해안과 마을 말고는 들판 전체가 청보리밭이다. 60만㎡(약 18만평) 넓이의 보리밭 지평선이 그대로 수평선으로 이어진다. 가파도 청보리는 어느새 훌쩍 자라 알이 배고 이삭이 패기 시작했다. 가파도의 보리는 ‘향맥’이라는 제주 재래종이다. 일반 보리보다 키가 훨씬 커서 1m를 넘는다. 그러니 섬을 가득 채운 초록빛 보리가 바닷바람에 일제히 넘실대는 모습이 더 장관이다. 바람 불 때마다 바다의 파도와 같은 리듬으로 크게 물결친다. 가파도 청보리밭 사잇길을 다정하게 걷고 있는 연인◇ 넘실대는 청보리밭을 거닐다.가파도는 바람의 섬이다. 옛부터 배들의 표류와 난파가 잦았다. ‘정이월 바람살에 가파도 검은 암소뿔이 휘어진다’는 속담까지 있을 정도다. 1653년 네덜란드인 하멜 일행의 배가 난파된 곳을 가파도로 추정하는 학자들도 있다. 네덜란드 사람 하멜이 조선에서 14년 동안 억류돼 있다가 탈출한 뒤 귀국해서 쓴 ‘하멜표류기’에 등장하는 ‘케파트(Quepart)’라는 지명이 가파도라고 본다. 제주도 새끼섬 중 식수가 가장 넉넉한 곳이 가파도였다. 우물은 섬 내 두 곳에 있다. 주민이 물 긷고 빨래하던 ‘동항개물’과 물질 끝낸 해녀들이 겻불을 쬐던 ‘불턱’ 등을 줄줄이 지나면 ‘하동 할망당’이다. 가파도 주민들은 우물을 ‘할망당’이라 부른다. 상동 할망당은 ‘매부리당’, 하동 할망당은 ‘뒷서낭당’이다. 마을을 상·하동으로 나눈 것도 따지고 보면 우물이 있던 곳을 기준 삼은 것이다. 할망당은 차곡차곡 돌을 쌓아 만들었다.수십 년의의 시간을 족히 넘어온 듯하다. 재단이 주로 남성 위주로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비는 축제 성격의 제사를 지내는 곳이라면, 당은 여자들이 주도해 어부와 해녀의 안전과 풍어를 빌던 곳이다. 지금은 물이 거의 나지 않는다. 바다를 메워서다. 지금은 담수화 시설에서 식수를 얻고 있다. 이 작고 바람 센 섬에도 선사시대 때부터 사람이 살았던 모양이다. 보리밭 사이사이 자리한 커다란 바위는 고인돌이다. 제주도에 남아 있는 180여기의 고인돌 중 무려 95기가 가파도에 있다. 가파도 아랫마을인 하동마을을 걷고 있는 올레꾼과 마을전경가파도 돌담은 특이하다. 제주도는 대부분 검은색 현무암으로 담을 쌓지만 이곳은 바닷물에 닳은 마석(磨石)을 쓴다. 바닷돌 하나하나가 훌륭한 수석인데, 환경보호 문제로 제주도 밖으로 가져갈 수는 없다. 마을이나 방파제 곳곳에 훌륭한 수석들이 놓여 있다. 집담과 밭담은 제주도의 다른 곳보다 성글게 쌓았다. 가파도 센 바람이 숭숭 뚫린 구멍으로 지나가기 때문에 잘 무너지지 않는다. ‘섬 시인’ 강제윤은 가파도 돌담은 ‘바람의 방어막’이 아니라 ‘바람의 통로’라고 썼다. 햇살 맑은 날, 가파도의 봄은 참 싱그럽다. 걷기에 이만한 곳도 없다. ‘보리밭 올레길’을 따라 걷다보면 깊은 평화와 고요에 안겨있는 느낌이 든다. 제주의 가장 낮은 땅, 청보리 넘실대는 봄날의 청정 가파도에서 아주 천천히, 여유롭게 거닐어 본다.◇여행메모△가는법= 가파도 가는 배는 서귀포 모슬포항에서 하루 네 차례 운항한다. 왕복 요금은 1만 1400원이다. 입도료 1000원은 별도다. 아울러 신분증은 승선객 모두 반드시 지참해야한다. 승선에 앞서 모슬포여객터미널(794-5490~3)에 좌석을 예약해야한다. △먹을곳= 해녀촌(794-5745), 바다별장(794-6885), 올레길식당(792-7575), 춘자네식당(794-7170) 등이 있다. 가파도 어촌계 해녀들이 직영하는 해녀촌은 용궁정식과 해물정식이 유명하다. 4명에 5만원 정도다. 해녀들이 금방 잡아온 문어, 전복, 소라, 전복 등을 통째로 냄비에 끓여 낸다.가파도 올레길을 걷고 있는 여행객들가파도 청보리밭 너머로 보이는 송악산과 산방산가파도 청보리밭 너머로 보이는 송악산과 산방산의 모습가파도 청보리밭 너머로 보이는 형제섬가파도 청보리밭에서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관광객들가파도 청보리밭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여행객들가파도에서 바라본 마라도의 모습가파도에서 바라본 마라도의 모습가파도에서 바라본 형제섬가파도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충분히 섬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청보리밭 한가운데 서 있는 가파도 교회바다의 산삼이라고 불리는 ‘홍삼’청보리밭 너머로 보이는 가파도 상동마을출렁이는 가파도 청보리밭 너머로 보이는 송악산과 산방산
2017.04.28 I 강경록 기자
 달리는 봄, 잠시 머물다 가시오… ‘三色島’ 제주
  • [여행] 달리는 봄, 잠시 머물다 가시오… ‘三色島’ 제주
  •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핀 사계해안도로에서 바라본 산방산[제주=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제주는 드라이브 천국이다. 한없이 너그러운 길이라서다. 쫓기듯 달리는 도심과는 또 다르다. 기어를 한 단 낮추는 그런 여유로움이 있다. 달리는 곳마다 그림 같은 풍경도 이어진다. 해안도로에서는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포구가 펼쳐진다. 비자림로에는 쭉쭉 뻗은 삼나무가 반긴다. 여기서는 창을 내려야 한다. 그야말로 운전하는 맛이, 보이는 멋이 있는 제주의 길이다. 이번 제주여행의 콘셉트는 ‘봄길을 달리다’. 여유로운 4월의 제주를 만끽하러 가는 길이다. 사계해안도로에서 바라본 형제섬◇봄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사계해안도로’제주의 봄을 알리는 전령사는 역시 유채꽃이다. 제주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다. 그래도 유채꽃 향에 취하고 싶다면 서귀포를 추천한다. 번잡한 북적임이 싫다면 사계리 해안도로로 운전대를 돌리자. 사계해안도로는 제주 명품 7대 도로다. 사계 포구로부터 송악산까지 약 5㎞의 해안도로다. 산방산과 송악산이 유채꽃 너머로 수호신처럼 서 있어 출사지로도 인기가 높다. 특히 푸른 바다를 옆에 끼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맛이 남다르다. 사계 바닷가에서는 남쪽 바다를 지키는 형제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좋으면 저 멀리 건너의 가파도와 국토 최남단의 마라도도 한눈에 들어온다. 송악산에 정상에 서서 보는 풍경도 좋다. 송학산 주차장 입구에서 불과 20분만 오르면 정상이다. 여기 풍광은 발품을 팔며 오른 노고에 충분히 보답할 만큼 아름답다. 해안과 산, 도로가 조화를 이루며 그리는 풍광이 뛰어나다. 특히 바다를 삼키는 듯 환상적인 낙조도 유명하다. 산방굴사에 올라도 좋다. 산방산에 있는 천연석굴이다. 원래는 산방굴(山房窟)인데 안에 불상을 안치하고 있어 ‘산방굴사’라는 사찰로 불린다. 굴 내부는 암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천장 암벽에서는 사시사철 눈물처럼 맑은 물방울이 떨어진다. 이는 산방산 암벽을 지키는 산방덕(山房德) 여신이 흘리는 사랑의 눈물이란 전설이 전해온다. 굴 밖에 서 있는 노송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절경이다. 사계해안도로로 아쉽다면 화순서동로도 인근에 있다. 화순과 서광동리를 잇는 도로다. 약 5㎞에 걸쳐 유채꽃이 펼쳐진다. 왕복 2차선의 비교적 좁은 도로라 잠시 정차하기보다 조용히 드라이브하면서 꽃을 감상하는 것이 훨씬 인상적이다. 화순서동로 유채꽃길은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B코스의 일부다. 원시림인 화순 곶자왈 지대를 가로지른다. 또 도로 중간지점에는 곶자왈 탐방로도 있다. 트레킹을 하고자 한다면 숲과 함께 유채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장소 중 하나다. 연두빛 초록물결이 넘실거리는 ‘서귀다원’◇연두빛 바다 펼쳐지는 ‘1121번 지방도로’1121번 지방도로는 연둣빛 바다가 펼쳐지는 길이다. 이 도로 중간에 서광다원이 있다. 하늘과 맞닿은 초록물결이 넓은 도화지를 펼쳐내는 곳이다. 쌉싸름한 겨울 추위를 이긴 새순 돋운 녹차나무가 만든 녹색의 파도다. 국내 최대 규모의 차 생산지다. 너른 평야지대에 92만㎡ 규모다. 아모레퍼식픽이 1981년 조성했다. 길도 닦이지 않았던 거대한 황무지의 돌무더기를 일일이 손으로 치워가며 개간했다고 한다. 조선의 명필 추사 김정희가 유배생활을 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추사 김정희는 초의선사가 보내준 차로 유배생활의 외로움과 고통을 달랬다고 전한다. 차밭을 돌아본 다음에는 맞은편의 오설록티뮤지엄으로 향한다. 이곳에 놀러 온 사람들뿐 아니라 땀 흘리며 곶자왈을 걸어온 올레꾼들이 쉬면서 시원하게 목을 축이는 곳이다. 카페에서 긴 줄을 만드는 사람들의 반 이상이 녹차 아이스크림을 주문한다. 달지 않으면서 적당히 씁쓰름한 뒷맛이 혀끝을 개운하게 얼린다. 아이스크림으로 땀을 식힌 다음 박물관으로 간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전통 찻잔과 세계의 차문화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찻잔들이 정갈하게 전시돼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전망대가 있다. 전남 보성의 차밭이 계단식의 독특한 풍경을 자아내는 반면, 제주의 차밭은 탁 트인 너른 평지라 멀리 오름과 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오설록티뮤지엄 인근에 있는 곶자왈 에코랜드는 가족과 함께하기 좋다. 수제로 만든 영국산 링컨기차를 타고 곶자왈숲을 여행할 수 있다. 992㎡(약 30만평)의 원시림을 가로지르며 곶자왈에서 서식하는 다양한 식물과 곤충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기차를 타고 제주도의 원시숲인 곶자왈지대를 관람하고 테마가 다른 여러 역에 정차해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함덕 서우봉 해변◇유채꽃 명품코스 ‘조천~함덕 해안도로’제주바다는 4월부터 완연히 달라진다. 백사장은 순백색이고 바다는 비췻빛으로 물든다. 영화나 그림엽서 속에 등장하는 남태평양의 예쁜 섬 같다. 낙원 같은 바닷가를 달릴 수 있는 것이 제주도 해안도로 일주코스다. 조천~함덕 해안도로가 그중 으뜸이다. 바다 빛깔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도로다. 함덕 서우봉 해변은 바다 색깔로 유명한 곳이다. 모래사장이 무려 300m나 펼쳐져 있다. 동쪽에는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바다 속은 수심이 얕은 모래밭이 500m 정도 펼쳐져 있다. 한참을 들어가도 바닷물이 허리춤까지밖에 안 된다. 바다가 얕아지면서 만든 하얀 패사층은 산호바다와 같이 맑은 빛깔이다. 그리고 현무암 위에 가로 놓인 아치형 구름다리, 빨간 등대 등이 한 데 어우러진 것도 낭만적이다. 특이한 점은 바다 한가운데 하트 모양이 있다는 것이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한 이유다. 서우봉에 오르면 봄을 만끽할 수 있다. 함덕해변을 낀 서우봉은 봄이면 유채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바다와 노란 유채꽃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바다 곁에 선 노란 유채꽃은 서우봉 위에서 먼바다를 향한 눈길을 떼지 않는다. 시리도록 파란바다와 더불어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온이 느껴진다. 바다에서 바람이 부는 대로 살랑이며 손짓하는 노란 손길. 이렇듯 바다와 유채꽃의 애틋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함덕 서우봉이다. 함덕 서우봉 해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서우봉 언덕에서는 날씨가 좋으면 한라산과 동쪽 오름까지 눈 안으로 들어온다. 올레길 19코스인 ‘조천~김녕 올레’의 일부이기도 한 이곳에는 둘레길과 산책길 두 개의 길이 있다. 둘레길은 서우봉을 따라 돌며 둘러볼 수 있게 조성한 길이고, 산책로는 서모봉 정상과 망오름·봉수대 방향으로 가는 길이다. ◇여행메모△잠잘곳=제주의 수많은 숙소 중 엘리시안제주는 청정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자연의 소리가 가득해 진정한 힐링을 취하기에 제격이다. 단독주택 식으로 마련한 객실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원하는 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리조트 입구에서 콘도까지 카트로만 이동할 수 있어 새소리·바람소리 등을 들을 수 있다. 특히 거실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초록빛으로 물든 산의 아름다운 전경이 일품이다. △제주관광공사 추천 4월 가볼 만한 곳=벚꽃길로는 제주대 입구 왕벚나무 벚꽃길, 야생화와 유채꽃은 대록산, 동백은 한라산 둘레길 동백길 코스, 백서향은 제주곶자왈도립공원, 청보리는 가파도올레길을 추천했다. 이외에도 북촌 포구와 너븐숭이 4·3기념관, 갈매예술마을, 이중섭거리를 추천했다. 서우봉 언덕 위에서 바라본 유채꽃과 함덕서우봉 해변산방산에서 바라본 용머리 해안함덕 서우봉해변과 서우봉 언덕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핀 사계해안도로에서 바라본 산방산함덕 서우봉해변해안도로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는 인근 가게에서 스쿠터를 빌려타고 가는 것이다.
2017.04.07 I 강경록 기자
 "꽃길만 걷게 해줄게"
  • [e주말] "꽃길만 걷게 해줄게"
  • 화사하게 핀 ‘벚꽃’(사진=제주관광공사)[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제주의 4월은 완연한 봄이다. 유채꽃, 벚꽃은 물론 오름의 야생화까지 많은 꽃들이 피어난다. 가는 곳마다 꽃길을 걷는 활기를 느낄 수 있는 시기다. 이에 제주관광공사(사장 최갑열)는 완연한 봄이 무르익는 4월을 맞아 ‘4월 제주, 꽃길만 걸어요’라는 테마를 주제로 오름, 트레킹, 마을, 자연, 관광지, 포토스팟, 음식 등 7가지 분류에 대해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제주관광 추천 10선을 발표했다.제주대학교 입구의 왕벚꽃 ‘기준어미나무’◇팝콘처럼 피어나는 벚꽃 가로수길 ‘제주대입구, 관음사, 위미리 일주도로’살랑살랑 바람이 일렁이면 꽃비가 내린다. 나뭇가지 위에서나, 떨어지는 순간에나 화사하게 자태를 뽐내는 벚꽃. 벚꽃이 만개하는 4월의 제주에는 곳곳마다 사람들의 탄성도 만개한다. 특히 제주의 벚꽃은 더 크고 탐스러운데 벚꽃의 원조인 왕벚나무가 많기 때문이다. 제주대학교 입구는 대표적인 왕벚나무 벚꽃길로 축제 때면 사람들이 북적인다. 왕벚꽃 자생지로 유명한 관음사에는 왕벚나무 자원화와 명품숲 조성을 위해 모본으로 삼은 ‘기준어미나무’가 있다. 나무 형태가 웅장하고 꽃 모양이 아름답다. 왕벚꽃은 아니지만, 위미 1리에서 2리로 이어지는 위미리 일주도로도 한적한 시골마을의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벚꽃길이다. 이달 31일부터 4월9일까지 제주시 전농로, 제주대 입구, 애월읍 장전리 일대에서 ‘제주에서 펼치는 새봄의 향연’이라는 주제로 제주왕벚꽃축제가 열린다.대록산의 봄은 유채꽃 잔치가 열릴 정도로 만발한 유채꽃 길이 아름답다.◇소박한 야생화와 유채꽃의 하모니 ‘대록산’(큰사슴이오름)넓은 평야 위에 살포시 앉은 거대한 사슴 한 마리. 봄부터 피어나기 시작한 야생화와 유채꽃이 이 거대한 사슴과 친구가 되려는 듯 재잘댄다. 봄의 대록산은 이렇듯 경쾌하다. 큰 사슴을 닮았다고 해서 큰사슴이 오름으로 불리는 대록산은 표선면 가시리에 위치한 오름이다. 이 일대는 조선시대 국영목장이었던 산마장 중 가장 규모가 큰 녹산장과 최고 등급의 말을 사육했던 갑마장이 설치될 만큼 제주 목축문화의 역사를 잘 드러내는 곳이다. 이 일대 오름과 목장, 평원을 연결해 만든 약 20km의 갑마장길은 도보여행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대록산은 봄에는 유채꽃 잔치가 열릴 정도로 만발한 유채꽃 길이 아름답고 오르기에 높지 않아 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한라산 둘레길 5개 코스 중 동백길은 제주 항일운동의 발상지인 무오법정사에서 돈내코 탐방로까지 13.5km에 이른다③ 등산이 부담스러울 땐 둘레길 ‘한라산 둘레길 동백길 코스’한라산 둘레길은 한라산 국립공원 내 해발 600~800m의 국유림 일대를 둘러싸고 있는 80㎞의 숲길이다. 동백길, 돌오름길, 수악길, 사려니숲길, 천아숲길 등 총 5개의 코스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중 동백길은 제주 항일운동의 발상지인 무오법정사에서 돈내코 탐방로까지 13.5km에 이른다. 동백길은 난대림지역의 대표적인 수종인 동백나무가 최대군락지를 이루고 있어 겨울을 지나 봄에도 붉은 동백을 볼 수 있다. 이 코스 내에는 4·3의 아픈 역사가 새겨진 주둔소, 화전민터 등 역사적 아픔이 많이 서려 있는 장소들이 있어 제주의 역사를 마음에 새겨볼 수 있다.아름답고 작은 포구 마을 ‘북촌’◇제주 4·3의 역사적 현장을 만나다 ‘북촌포구, 너븐숭이 4·3기념관’ 아름답고 작은 포구 마을 북촌. 하지만 이 마을 사람들에게 북촌이라는 이름은 아름다움이라기보다는 슬픔일 것이다. 북촌은 4·3 당시 400여명이 넘는 마을 사람들이 짓밟힌 꽃처럼 스러져간 곳으로 현기영의 소설 <순이 삼촌>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슬픔이 가득한 마을을 다독이듯 찬란하게 빛나는 다려도를 볼 수 있는 포구에 서노라면 이 마을을 꼬옥 품에 품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2016년 완성된 ‘4·3길’을 따라 걸어보거나, 북촌포구, 환해장성, 몬주기암을 지나 너븐숭이 4·3기념관 방향으로 걸어보는 것도 좋다.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비극의 과거를 상생의 미래로 연결하기 위해 만든 너븐숭이 4·3기념관에서 4·3에 대해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산방산 일대에 핀 유채꽃◇유채를 만난 제주 지질트레일 ‘산방산 용머리 지질트레일 A코스’‘유네스코 지질공원’으로 등재,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제주의 지질을 활용해 만든 지질트레일. 그 중 산방산 용머리 지질트레일 A코스는 80만년 지구의 시간을 품은 용머리해안과 산방산을 중심으로 한 지질자원을 살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계리, 화순리, 덕수리 등 주변마을의 역사와 문화 속에 들어갈 볼 수 있는 코스다. 용머리해안에서 사계포구를 거쳐 형제해안로, 대정향교, 산방산을 거쳐 다시 용머리해안으로 돌아오는 13km의 코스는 특히 봄에 곳곳에 펼쳐진 유채꽃으로 인해 더욱 극명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제주곶자왈도립공원은 제주의 허파라고 불리는 곶자왈 중 하나다◇사랑을 부르는 벚꽃과 백서향의 축제 ‘제주곶자왈도립공원’4월이면 숲 속에 피어난 백서향과 벚꽃을 하나의 그림에 담을 수 있는 제주곶자왈도립공원은 제주의 허파라고 불리는 곶자왈 중 하나이다. 곶자왈이란 나무, 덩굴식물, 용암으로 만들어진 암석 등이 뒤섞인 밀림처럼 보이는 곳을 일컫는 제주도 방언으로, 사계절 내내 푸르름을 자랑한다. 특히 제주 곶자왈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특별한 곳이다. 제주곶자왈도립공원은 다양한 생명들이 살아 숨 쉬는 신비로운 곳인 곶자왈의 생태를 보호하고, 사람들에게 휴양 공간, 체험·학습 등을 제공하는 생태관광지로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4월 가파도는 청보리가 꽃처럼 피어난다◇ 청보리가 꽃처럼 피었습니다 ‘가파도 올레길’4월과 5월, 가파도의 청보리는 꽃처럼 피어난다. 이 광경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나비처럼 가파도로 모여든다. 해마다 봄이 되면 가파도의 60만㎡에 달하는 넓은 청보리밭의 푸른 물결이 춤을 춘다. 섬 둘레를 따라 걸을 수 있는 해안 산책로와 마을을 관통해 산책할 수 있는 올레길이 있어 청보리밭 사이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올레길은 10-1코스로 상동포구에서 출발해 바다를 따라 내려오다 가파도의 중앙을 가로질러 하동포구 쪽으로 내려오는 길이다. 길이가 4km 정도밖에 되지 않고 난이도가 낮아 한두 시간이면 쉽게 걸을 수 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마을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해마다 청보리 축제가 열리지만 올해는 여러 가지 공사관계로 축제는 열리지 않는다. 서귀포 이중섭거리◇담벼락과 길가에 피어난 예술 꽃 ‘걸매예술마을, 이중섭거리’걸매 생태공원 동쪽 절벽 위 마을에는 벽화가 꽃처럼 피어있다. 걸매 예술마을은 2007년 서귀포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졌는데 ‘풍경이 있는 오솔길’이라고 명명된 길에 소박한 마을 풍경과 골목길에 어우러지는 아담한 벽화와 설치물들이 전시되어 있어 편안함을 준다. 골목길이 끝나는 지점에는 별빛 전망대가 있는데 이곳에서 걸매 생태공원과 삼매봉, 한라산을 조망할 수 있다. 이 주변에는 서귀포를 소재로 많은 작품을 남긴 화가 이중섭거리도 조성되어있다. 이중섭거리는 피난당시 이중섭이 거주했던 초가를 중심으로 조성된 거리로 이중섭미술관과 작가의 산책로, 독특한 조형물이 있는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고 주말에는 문화예술시장이 열린다. 서귀다원의 녹차밭◇초록물결 포토 스팟 ‘서귀다원, 올티스다원’ 하늘과 맞닿은 초록물결이 넓은 도화지를 펼쳐낸다. 초록물결이 일렁이는 이 풍경 앞에서 카메라를 들고 자신을 피사체 자연 안에 담는 일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새로 나기 시작한 녹차잎을 담을 수 있는 4월은 녹차밭에서 인생샷을 찍기에 좋은 달이다. 청정 공기와 깨끗한 물로 재배되는 제주의 녹차는 품질이 우수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데 따뜻한 서귀포 지역에 대부분 농장이 운영되고 있다. 서귀포의 서귀다원, 조천의 올티스다원, 표선의 오늘은 녹차한잔에서는 녹차밭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녹차로 만든 다양한 음료와 디저트 등을 즐길 수가 있다.멜국◇바다의 꽃 은빛멸치와 과일의 여왕을 만나다 ‘멜국, 멜조림, 천혜향’제주어로 멸치를 의미하는 ‘멜’. 특히 멜국은 제주인들의 소울푸드로 불리며 사랑받고 있는 대표음식이다. 어른 손가락만한 크기의 멜은 살이 통통하게 올라온 4월에 맛이 더 좋다. 국이나 조림에서 비린내가 나지 않고 뜻밖의 담백함에 놀라게 된다. 특히 멜은 단백질과 칼슘, 타우린이 많은 생선으로 영양가가 풍부하다. 4월의 제주 과일의 여왕은 단연 천혜향이다. 하늘이 내린 향기라고 불리는 천혜향은 오렌지와 감귤을 더해 만든 품종으로 신맛이 적고 당도가 훨씬 높은데다 과즙이 또한 매우 풍부하다. 비타민 C와 구연산 등 피부에 좋은 무기질이 가득해 방심하기 쉬운 4월 피부 관리에 특히 좋다.
2017.03.26 I 강경록 기자
 파릇파릇 돋아난 봄 기운에 살며시 '봄'
  • [여행] 파릇파릇 돋아난 봄 기운에 살며시 '봄'
  • 전남 고흥 인학마을 대화농장에는 봄의 전령사 매화들이 꽃망울을 터뜨린 채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아직 바람이 차지만 어떤 꽃보다 먼저 꽃을 피워 봄이 왔음을 알린다.고흥 거금도 해안일주도로 길가에 핀 매화를 여행객이 카메라에 담고 있다.‘섬 속의 섬’ 연홍도 어느 들판에 봄 야생화인 ‘광대나물’이 따스한 봄 햇살에 기지개를 털고 있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3월이다. 산과 들에 봄빛이 눈부시다. 봄기운이 손목 잡아 이끄는 대로 그냥 발길을 맡겨두고 싶은 때다. 정처 없이 돌아다니기만 해도 몸과 마음이 저절로 충전될 봄날 이어서다. 코끝을 스치는 갯내음은 코끝에 향기를 더하고, 저 멀리 남녘에서 불어온 따스한 바람은 이마를 간지럽힌다. 섬마을 산자락마다 햇살이 콕콕 찔러 밭이랑마다 아지랑이가 자욱하다. 꽃그늘 드리운 바닷길과 푸른 새싹 융단처럼 깔린 푸른 언덕에도 봄의 전령이 소식을 알린다. 전남 고흥 거금도 들판에는 마늘·양파들이 이룬 초록융단이 펼쳐져 있다.◇봄기운 가득한 남도 섬마을 ‘거금도고흥군 금산면 거금도. 소록도 바로 아래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10번째로 큰 섬이다. 금이 겁나게 많이 나서 거금도(居金島), ‘거억금도’라고 불렀다는 기록도 있다. 지난 2011년 거금대교가 개통하면서 섬에서 벗어나 육지가 됐다. 거금대교의 영문 표기는 ‘골든 브리지(Golden Bridge)’이다. 소록도와 거금도를 연결하는 2km의 사장교. 이 다리로 인해 30분 뱃길이 5분으로 단축됐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전거·보행자 도로(1층)와 차도(2층)을 구분한 복층 교량이다. 걸어 다니는 사람에 대한 배려인 셈이다.거금도에 들어가면 해안도로를 따라 가는 것이 좋다. 최근 거금도 일주도로가 개통하면서 찾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다. 금산 몽돌해변, 갯바위 낚시터 등 해안을 따라 볼거리가 이어진다. 수평선 위로 크고 작은 섬들이 보석처럼 총총히 박혀있어 그림같은 풍경의 연속이다. 더불어 맑은 해풍과 따뜻한 햇살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은 거금도 봄 여행의 ‘덤’이다. 이미 섬 곳곳에는 봄빛이 스며들었다. 들판에는 마늘·양파들이 이룬 초록융단이 펼쳐져 있고, 매화도 수줍은 듯 꽃잎을 내밀었다. 그중에서 눈에 확 띄는 초록빛 주인공은 양파와 쪽파다. 이 일대 산자락과 들판은 온통 양파와 쪽파 천지다. 아삭하고 달큰한 맛을 자랑하는 거금도 양파는 풍부한 일조량과 해풍을 맞고 재배돼 매운맛이 강하지 않고 아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밭마다 두셋씩 앉아 밭을 일구는 노파의 모습에서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다. 이 나른한 초록 들판을 매만져 다독이는 건 할머니, 할아버지 손길이다. 투박한 손 끝에서 흙더미는 자지러지며 푸릇푸릇한 냉이, 달래 내음을 내뿜는다. 고흥 거금도 공룡알해변 앞에 핀 홍매화거금도 일주도로가 열리면서 오천 몽돌해변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고흥의 아름다운 해변 중 하나다. 모래대신 커다란 몽돌바위부터 아기 고사리 손 마냥 아기자기한 몽돌이 가득하다. 잔잔한 파도가 밀려와 몽돌시아로 스쳐지나가는 파도소리에 호젓한 분위기가 난다. 국도 27호선 종점인 오천항 가기 전 하얀파도 펜션 앞에 ‘공룡알 해변’도 꼭 가볼만하다. 모난 돌이 파도를 만나 둥글어지면서 만들어진 몽돌이 수두룩하다. 이곳에는 돌의 크기가 워낙 커서 공룡 알이라 부르는 몽돌이 펼쳐져 있다. 얼마나 긴 시간이 흐르면 공룡 알이 모래알이 될까. 이 공룡 알 들고갈 생각은 아예 접는게 좋다. 무거워서 들지도 못할 정도다.신양선착장에서 바라본 영홍도. 우뚝솟은 산은 바다 건너 완도 금당도의 절벽바위다.◇ 지붕없는 미술섬 ‘연홍도’연홍도는 거금도에 딸린 작은 섬이다. 넓은 바다에 떠 있는 연(鳶)과 같이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100여 가구에 500여 명이 살았던 적도 있다. 지금은 50여 가구 80여 명이 거주한다. 연홍도는 거금도 신양선착장의 코앞에 떠 있다. 선착장에서 연홍도까지 거리는 불과 500m. 신양선착장에서 연홍도를 작은 통통배가 섬과 섬 사이를 오간다. 사실 여객선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작은 배다. 승선표는 없이 선장에게 직접 뱃삯을 치러야 하는데, 섬에 들어갈 때는 요금을 받지 않고 나올 때 왕복 요금을 받았다. 섬 주민은 1000원이고, 외지인에게는 3000원을 받았다. 간혹 급행이 필요할때는 선장에게 1만원짜리 고흥 매화마을로 유명한 인학마을의 대화농원지폐를 살며시 내밀고 부탁하면 웬만해선 거절하지 않는다.연홍도 선착장에 도착하자마자 눈길을 붙잡는 것은 방파제에 세워놓은 조형물이다. 방파제 끝에 소라껍데기 조형물 두개를 세웠고, 그 뒤로 바다를 배경으로 자전거를 타거나, 바람개비를 돌리며 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원색의 철제 구조물로 형상화해 세워두었다. 노인들만 남은 이 섬에도 저렇게 아이들이 뛰어놀던 때가 있었을까. 선착장에서 자그마한 마을을 기웃거리며 걷다 보면 이내 반대편 바다다. 이쪽에서는 완도에 속한 섬 금당도의 우람한 석벽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기암괴석이 많기로 이름난 금당도는 완도 쪽에서 들어갈 때보다, 이곳 연홍도에서 보는 경관이 더 훌륭하다. 연홍미술관은 금당도가 마주 보이는 해변에 있다. 미술관 정원 앞의 바닷속에는 물고기 조형물이 설치돼있다. 옥빛 바닷속에서 은빛 스테인리스스틸 물고기가 등을 드러내고 있는 형상이다. 연홍미술관은 연홍도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국내 유일의 섬마을 미술관으로 현재 재건축이 한창이다. 공방을 새로 짓고 내부 조명시설도 교체했다. 미술관은 4월 7일 ‘섬 여는 날’ 행사 때 재개관한다. 선창가 집은 사진박물관으로 변신했다. 주민들이 기증한 추억의 사진 400여 장이 박물관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작가가 1주일 넘게 머물면서 흉물처럼 남아있던 김 가공 공장을 훌륭한 예술품으로 탈바꿈시켰다. 섬 남쪽 끝에서 북쪽 끝을 잇는 둘레길도 만들어졌다. 반대편 바다에는 완도에 속한 섬 금당도의 우람한 석벽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그래서 이름조차 병풍바위라 불린다. 기암괴석이 많기로 이름난 금당도는 이곳 연홍도에서 보는 경관이 가장 웅장하고 아름답다.연홍미술관 정원 앞 바다속에 설치한 물고기 조형물◇여행메모△가는길= 고흥읍에서 27번 국도를 타고 끝까지 가면 소록대교를 건너 거금대교를 지나면 거금도다. 거금대교를 지나자마자 죄회전해서 들어가면 거금도 일주도로를 따라 들어갈 수 있다.금산면사무소를 지나자마자 중촌삼거리에서 배천·신양 방면으로 우회전해 들어가면 연홍도 가는 배가 뜨는 신양선착장이다. 선착장에서는 하루 일곱 번 연홍도로 가는 배가 뜬다.△그외 가볼만한 곳= 팔영산은 고흥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곳. 산자락 아래 징검다리처럼 솟은 섬들이 펼쳐진 섬들이 펼쳐진 다도해의 풍경을 감상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용바위는 영남면 우천리 용암마을 해변에 위치했다. 옛날 남해바다의 해룡이 하늘로 승천할 때 이곳 암벽을 타고 기어 올라갔다 하는 전설이 있다. 과역면에 위치한 커피사관학교는 커피 마니아를 위한 맞춤 공간이다. 커피콩이 한 잔의 커피가 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고흥 거금도 거금일주대로전망대에서 바라본 고흥 앞바다고흥 거금도 공룡알해변녹동항에서 바라본 소록대교 일몰연홍도 방파제 위에 설치한 철제 조형물
2017.03.10 I 강경록 기자
 기암괴석 넘어 섬과 섬 사이…경남 거제
  • [여행] 기암괴석 넘어 섬과 섬 사이…경남 거제
  • 섬 전체가 이국적인 정원으로 꾸며진 해상공원인 외도 ‘동백나무 터널. 바다 건너 멀리 해금강이 보인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경남 거제는 한국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크기도 크기지만 대단히 매력적이다. 특히 여름철 거제는 바다가 가진 매혹적인 풍경을 두루 갖추고 있다. 그래서 여름 휴가철에는 피서객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런 번잡함이 싫다면 거제 앞바다에 총총히 박힌 섬으로 들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여름철 거제의 작은 섬은 여행자들의 천국이다. 일단 자동차가 없어 청정하고 섬 안의 길을 따라 구석구석 돌아보기가 편안하다. 자연히 오가는 길에 만나는 섬주민과도 친근해진다. 작은 섬이 주는 여행의 맛인 게다. 거제 앞바다에는 무려 70여개가 넘는 작은 섬이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다. 해금강과 외도는 물론이고 지심도까지. 굳이 섬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바람의 언덕, 신선대, 여차~홍포 해안도로, 구조라·몽돌해변 등등. 거제는 그 자체가 절경이다.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무더위를 피해 이제라도 거제 앞바다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바다 위의 금강산 ‘해금강’ 해금강 십자동굴. 유람선이 이 사이를 통과한다.거제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여행지는 아무래도 해금강일 게다. 해금강은 갈곶의 끝에 있는 섬. 남해의 금강산이라고 해서 해금강으로 불리며 명승 2호로 지정된 절경 중의 절경이다. 찾아가는 길 또한 그다지 어렵지 않다. 도심에서 14번 국도를 타고 바람의 언덕 또는 신선대 방향으로 운전대를 잡으면 된다. 신선대 전망대에서 약 2.5㎞를 더 들어가면 바로 해금강을 바라볼 수 있는 해금강마을이 나온다. 정확한 지명은 남부면 갈곶리 갈매마을. 이 마을 앞에 떠 있는 작은 돌섬이 바로 해금강이다. 유명세만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해금강이란 이름은 그 모습이 마치 금강산 해금강을 닮았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조선 중엽 무명의 화가가 그린 거제 해금강과 1934년 발행한 ‘통영궁지’에 ‘거제 해금강의 절경’이라고 칭한 것에서 유래했다. 해금강의 원래 이름은 ‘갈도’(葛島)였다. 기암괴석의 형상이 마치 칡뿌리가 뻗은 모양이라 해서 불리기 시작했다. 삼신산(三神山)이란 이름도 있다. 하늘에서 보면 3개의 봉우리로 나뉜 듯한데 각 봉우리를 바다와 하늘, 땅의 신이 관장한다고 해서 지은 이름이다. 또 진시황의 불로장생초를 캐러 온 서불이 이곳에 반해 돌아가지 않고 머물렀다는 전설이 남아 있어 ‘약초섬’으로도 불린다. 해금강을 가까이에서 보려면 유람선을 타야 한다. 거제의 도장포·해금강·구조라·장승포·와현·다대 등 6곳에서 유람선이 뜬다. 해금강 선착장은 갈매마을 해변가에 있다. 유람선으로 10여분 거리다. 선착장에서 출발한 배는 곧장 해금강의 돗단섬을 스쳐 사자바위를 향해 나아간다. 사자바위는 명칭 그대로 사자의 형상을 닮아 불리는 이름. 사자바위와 해금강 사이로 연출되는 일출은 애국가의 한 장면으로도 유명하다. 4월과 10월에만 섬과 바위 사이로 그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다. 해금강 십자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유람선.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해금강은 경이의 연속이다. 보는 방향과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섬의 각 바위들에는 각각의 이름과 전설이 있어 보는 재미뿐만 아니라 유람선 선장의 유려한 말솜씨를 듣는 재미도 있다. 해금강 최고의 비경은 십자동굴이다. 바위틈으로 들어온 파도가 십자물길을 만드는데 유람선은 석문을 통해 아슬아슬하게 그 물길을 드나든다. 석문을 다시 나와 해금강을 돌면 신랑신부바위, 병풍바위, 촛대바위, 두꺼비바위 등 기괴한 모양의 바위와 만난다. ◇다도해 위 떠 있는 초록빛 천국 ‘외도’ 외도 전경해금강 절경을 감상한 후 도착한 곳은 외도다. 14만 8760㎡(약 4만 5000평) 섬 전체가 이국적인 정원으로 꾸며진 해상공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하나의 섬 같지만 실제로는 동도와 서도, 두 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이중 서도가 공원으로 꾸며져 있고 동도는 자연상태 그대로 동백숲이 섬 전체를 덮고 있다. 외도는 원래 사계절 풍부한 수량을 가진 후박나무 약수터가 있는 우물을 중심으로 7~8가구가 모여 살던 척박한 바위 섬이었다. 하지만 40여년 전 이 섬을 사들인 한 개인이 한평생에 걸쳐 가꿔 세계적인 관광지가 됐다. 사연은 이렇다. 1969년 이창호(1934~2003) 씨가 부인 최호숙(77) 씨와 함께 낚시를 왔다가 태풍을 만나 우연히 외도에서 하룻밤을 묵은 것이 인연이 됐다. 이들 부부는 외도의 아름다움에 반해 마을 사람들로부터 외도를 샀다. 그때가 1973년이다. 당시 섬에는 전기도 전화도 들어오지 않았고 8가구만 살고 있었다. 섬을 사들이면서 이들 부부는 다양한 시도를 했다. 처음에는 밀감나무를 심었다가 겨울 한파로 물거품이 됐고 돼지도 키워봤지만 돼지파동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잦은 실패 끝에 이들 부부가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식물원이었다. 1976년 관광농원을 시작해 20년 동안 서울에서 나무를 옮겨와 심는 작업을 했다. 이들 부부는 직접 나무를 심고 계단을 만들어 섬을 조금씩 바꿔 나갔다. 마침내 1995년 4월 15일 ‘외도 해상농원’이란 이름으로 섬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이국적인 풍경이 입소문을 타면서 삽시간에 전국의 관광객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2005년 농원의 이름을 ‘외도 보타니아’로 바꾸며 변화를 거듭했고 2007년 8월에는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됐다. 외도 정상에서 바라본 외도 전경.이들 부부의 정성으로 잘 가꾼 보태니컬가든에는 아열대식물을 비롯한 희귀식물은 물론 공룡 발자국 화석 등이 있는가 하면 비너스가든, 천국의 계단, 조각공원, 겨울연가 촬영지 등 다양한 테마가 잘 어우러져 있다. 아쉬운 점은 외도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1시간 30분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유람선 시간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들어올 때 타고 온 유람선에 정확히 다시 승선해야 유람선을 탔던 선착장으로 나갈 수 있다. 유람선을 타기 전 식별가능한 번호표를 나눠주는데 외도에서 재승선할 때 꼭 지참해야 한다. ◇동백 숲 터널을 거닐다 ‘지심도’거제 섬 여행의 마지막은 지심도에서 마무리하는 게 좋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섬의 모양새가 마음 심(心)자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외도와는 다르게 화려하진 않지만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 거제 장승포항에서 남동쪽으로 5㎞ 남짓 떨어진 지심도는 33만㎡(11만평) 규모로 그다지 크지 않은 섬이다. 섬 안에는 동백나무와 함께 후박나무·소나무 등 37종의 식물이 뒤섞여 자라는데 10그루 가운데 7그루가 동백이다. 제주 서귀포 다음으로 강수량이 많아 난대성 상록활엽수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서는 ‘지삼도’(只森島)라는 기록에서 찾을 수 있다. 상록수가 우거진 섬이라는 뜻이다. 지심도의 동백꽃은 12월 초부터 피기 시작해 봄기운이 무르익는 4월 하순경이면 대부분 꽃잎을 감춘다. 이처럼 다섯 달가량 이어지는 개화기에는 어느 때라도 동백의 요염한 꽃빛을 감상할 수 있지만, 꽃구경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3월경이다. 붉은 동백꽃이 길 위에 떨어져 융단처럼 덮인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하지만 여름날 짙은 동백 숲터널의 분위기도 그에 못지않다. 지심도 전망대지심도는 그렇게 높지 않다. 해발 97m에 불과하다. 하지만 선착장에서 마을로 가는 길은 꽤 비탈지다. 이 길을 올라가면 3.7㎞의 섬 둘레길을 만날 수 있다. 섬을 한 바퀴 둘러보는 코스로 평지를 걷는 듯 순탄한 길이다. 길을 따라 1시간 30여분을 도는 동안 시원스럽게 펼쳐진 바다와 태고의 원시림이 번갈아 나타나며 지루할 틈 없이 여행자를 반긴다. 아픈 역사의 흔적도 고스란히 품고 있다. 포진지, 탄약고, 서치라이트 보관소, 욱일기 게양대, 방향지시석 등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주둔했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전까지는 섬에 17가구만이 살고 있었는데 일본군이 해군기지로 지심도를 개발하면서 강제로 주민을 이주시켰다. 지금 남아 있는 가옥도 당시에 지어진 것이다. 일본군 전등소장의 사택으로 쓰였던 건물은 이제 아담한 커피숍으로 바뀌어 있다. 마음 심(心)자를 닮은 섬 ‘지심도’의 산책로.◇여행메모△가는길=수도권에서 가자면 경부고속도로나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대전을 지나 비룡분기점에서 대전∼통영고속도로로 갈아타고 통영까지 간다. 통영에서 14번 국도를 타고 신거제대교를 건너면 거제도다.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 KTX로 이동해 차를 빌려 거제로 향하는 방법도 있다. 부산역에서 거제까지는 50여분이 걸린다. 가덕도를 거쳐 거제시 장목면까지 잇는 거가대교를 타야 한다. 차량으로 이동한다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통영대전고속도로를 갈아탄다. 이어 통영을 지나 거제대로를 따라 약 15㎞를 내려가면 거제시다. △먹을곳=장승포 ‘항만식당’(055-682-3416)과 상동동 ‘백만석’(055-637-6660)이 대표적인 맛집이다. 항만식당은 갖은 해물에다 된장을 풀어 끓인 해물뚝배기를 낸다. 백만석은 다져서 네모꼴로 냉동한 멍게와 김가루·참기름 등을 넣고 비벼 먹는 멍게비빔밥의 원조로 꼽히는 집이다. 장승포 ‘싱싱게장’(055-681-5513)도 알아주는 맛집이다. △잠잘곳=거제 지세포에는 대명리조트 거제마리나(1588-4888), 와현해수욕장 근처에는 호텔 리베라 거제(055-730-5000)가 있다. 여름 휴가철에는 주변 일대에 거의 빈방이 없다. 최근에는 장목면에 한화리조트가 복합리조트를 짓고 있어 조만간 숙박난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람의 언덕 전경무더위를 피해 거제 바람의 언덕을 찾은 피서객들.무더위를 피해 거제 바람의 언덕을 찾은 피서객들.무더위를 피해 거제 바람의 언덕을 찾은 피서객들.무더위를 피해 거제 바람의 언덕을 찾은 피서객들.해금강 사자섬.신선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거제 앞바다신선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신선대와 거제 앞바다외도 선착장 옆 계단에서 바라본 남해 앞바다.외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거제 앞 바다외도 선착장 옆 계단을 오르고 잇는 관광객.잘 정돈된 정원 같은 외도 내 풍경외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해 바다마음 심(心)자를 닮은 섬 ‘지심도’의 산책로.지심도 적벽사이로 난 산책로.지심도 바위 끝에서 남해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관광객해금강마을에서 바라본 해금강과 사자섬해금강과 사자섬 전경외도에서 바라본 해금강 전경.해금강 전경해금강 십자동굴 남쪽 입구
2016.08.05 I 강경록 기자
`장사의 신` 김유진이 돌아왔다, 100가지 `장사 전략`을 들고
  • `장사의 신` 김유진이 돌아왔다, 100가지 `장사 전략`을 들고
  • [이데일리 김병준 기자] “저는 스스로를 대한민국 외식업계의 SM 엔터테인먼트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꿈은 발굴하거나 조언을 건넨 식당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드는 것입니다. 의심은 결국 부정적 결말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은 아이디어라도 지금 바로 실행하길 바랍니다. 당신의 노력은 반드시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한국형 장사의 신’이라는 책으로 대한민국 외식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던 김유진제작소 대표 김유진 칼럼니스트가 신간 ‘장사는 전략이다’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전쟁을 방불케 하는 외식업계에서 당신만은 반드시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들어 줄 노하우 100가지를 준비했다.김유진 대표는 상호 정하기, 간판 디자인, 주력 메뉴 차별화, 고객을 부르는 인테리어, 손님을 맞는 방법 등 장사에 필요한 모든 전략을 이 책에 담았다고 자신했다.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기준 프랜차이즈 통계에 따르면 사업자로 등록된 치킨 전문점은 전국 2만2529곳에 이른다. 하지만 이 수치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가맹 등록된 상표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불과하다.같은 기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프랜차이즈를 비롯한 개인사업자, 주 메뉴가 치킨이지만 주점 등 타업종을 병행하고 있는 치킨 전문점을 모두 합산한 집계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의하면 현재 국내에서 영업 중인 치킨 전문점은 총 3만6000여곳에 육박한다. 이는 글로벌 패스트푸드 전문점 맥도날드의 전 세계 매장 수를 넘는 엄청난 숫자다.문제는 이같은 포화상태가 오직 치킨 전문점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 음식점, 레스토랑, 패스트푸드점은 물론 카페와 생과일주스 전문점까지, 외식업종 대부분은 이미 ‘레드오션’에 돌입했다.이같은 무한경쟁 속에서 외식업에 뛰어든 장사꾼들은 매일같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1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가게도 상당수다.그렇다면 과연 대한민국에서 외식업은 이제 답이 없는 것일까? 김유진 대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치밀한 전략과 지속적인 노력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싱싱한 재료와 비장의 메뉴를 보유한 음식점도, 좋은 상권에 위치하고 친절한 서비스로 소문난 맛집도, ‘전략’ 없는 장사를 반복한다면 결국 모래 위에 지은 성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20여년 가까이 전국을 돌아다닌 김유진 대표는 300만명이 넘는 외식업 종사자에게 성공 노하우를 전수하고 300곳이 넘는 식당을 성공으로 이끌어 온 인물이다.김유진 대표는 자신이 만나 온 소위 ‘장사의 신’들에게는 공통된 ‘장사 DNA’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공통점을 ‘근면’ ‘성실’ 등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발상의 전환을 통한 창의’로 정의했다.그는 전국 각지의 장사 신들로부터 배운 창의적인 노하우를 전파하고자 글을 썼다고 말했다. 그리고 2014년 이같은 노하우가 담긴 채 서점의 책장에 꽂힌 ‘한국형 장사의 신’은 좋은 반응을 얻었다.단돈 1만5000원짜리 책이지만, 그 효과는 엄청났다고 김유진 대표는 전했다. 그는 불과 2년 만에 매출을 12배(1200%)나 끌어올린 독자로부터 감사 전화를 받은 이야기도 들려줬다. 다만 김유진 대표는 이 드라마 같은 성장은 책을 보고 배운 것들을 즉각 실천했기 때문이라며 독자에게 공을 돌렸다.김유진 대표는 지금도 매주 수십통의 컨설팅 요청과 질문을 받고 있다고 했다. ‘장사의 신’들의 노하우를 취합한 책으로 장사의 방향성을 제시했지만 상호, 간판, 인테리어 등 세부적인 문의가 끊이질 않았던 것이다.김유진 대표는 ‘디테일’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하면서 외식업계 종사자를 돕기 위해 다시 펜을 잡았다. 그렇게 외식업의 두 번째 교과서 ‘장사는 전략이다’가 탄생했다.역시 폭발적인 반응이다. 출간 26시간 만에 4쇄를 돌파했고 열흘 만에 주요 서점의 경제·경영 부문 베스트셀러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또다시 붐을 일으키고 있는 필독서 ‘장사는 전략이다’에서 김유진 대표는 ‘끌어당기기’ ‘차별화’ ‘호기심 유발하기’ ‘기본기’ ‘비주얼’ ‘내실 다지기’ ‘스토리텔링’ ‘확장’ 등 8가지 전략을 공개했다.이데일리가 만난 김유진 대표는 긍정적이고 확신에 찬 식자였다.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장사꾼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에 무엇이 있는지 그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김유진 대표가 제시한 전략 중 일부를 아래에 간략하게나마 정리해봤다.◇ 장사는 이름을 잘 짓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외식업에서 첫인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의 뇌에는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어색한 것을 접하게 될 경우 무의식적으로 이를 거부하도록 하는 방어 체계가 구축돼 있다. 매장을 방문한 고객의 뇌가 노동의 과정을 거친 뒤 ‘가게 이름이 이상하다’ 혹은 ‘요리 이름이 맛없을 것 같다’라고 판단한다면 그 식당이 마주하게 될 결말은 불 보듯 뻔하다.따라서 상호, 간판, 메뉴 등 고객이 처음으로 접하게 될 모든 것의 이름은 의아하지 않으면서도 독창적으로 작명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히 상호, 메뉴 등 이름의 앞과 뒤에 붙는 수식어와 접미어의 간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빽 다방, 빽 카페, 빽 커피. 이들이 각기 다른 느낌이 든다는 걸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 작은 포인트 하나가 장사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결국 장사는 목표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다. 이름을 짓는 것부터도 치밀한 전략을 무기로 승부해야 실패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장사는 전략이다’에는 이같이 장사에 관련된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략이 다수 담겨 있다.◇ 재미를 통해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이 장사다.‘장사는 전략이다’의 첫 장에 소개돼 있는 전략은 ‘끌어당기기’다. 장사가 절대 나를 중심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고객을 유치하는 ‘호객’이 아니라 고객을 오게끔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 끌어당기는 힘은 치명적인 매력의 ‘마성’보다는 치밀하게 계획된 ‘자성’에 가깝다.고객을 오게 하려면 ‘재미’라는 요소가 필요하다. 음식 장사는 재밌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재미란 코끼리 복장을 하고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식당을 찾은 고객이 문을 여는 순간부터 음식을 먹고 문을 나서는 순간까지 느끼는 소소한 행복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재미를 통한 끌어들이기는 손해를 보고 싶지 않은 고객의 심리를 이용한 전략이다. 손님이 쾌적한 시설, 친절한 종업원, 맛있는 음식, 푸짐한 양, 저렴한 가격 등으로 재미와 행복을 느낀다면, 그는 다음에 이곳에 다시 오지 않을 이유가 없게 된다. 다른 곳에서 느끼지 못한 재미와 행복을 음식과 함께 제공하는 게 장사의 기본이다.◇ 가격 경쟁보다는 브랜드 속 신뢰를 구축하라.장사하는 사람이 가장 자주 하는 실수가 바로 가격 차별화 전략이다. 가격만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사고방식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대부분 불경기를 근거로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즉, 누구나 다 생각할 수 있고 취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이야기다.하지만 이 방법은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다. 결국 언젠가는 더 참신하고 질 좋고 저렴한 후발 주자에게 덜미를 잡힐 수밖에 없다. 방송 출연으로 유명세를 탄 외식업계 큰손이 론칭한 커피 전문점이 최근 생과일주스 전문점의 유행에 따라잡힌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그렇다면 어떤 전략을 통해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까? 정답은 바로 ‘브랜드화’다. 당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고객의 뇌리에 각인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익숙하면서도 신뢰감 있는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 똑같은 커피를 일반 컵과 브랜드 커피잔에 나눠 담은 뒤 내 놓을 경우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브랜드 제품을 선택하게 돼 있다.다만 운영 중인 업체를 브랜드로 만들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충분한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골리앗 같은 대기업 프랜차이즈와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특히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SNS를 활용해 고객에 선한 이미지를 어필하라.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에 기반을 둔 마케팅을 잘만 활용한다면 당신의 브랜드 가치는 쉽게 높일 수 있다. 온라인 공간은 노력만 수반된다면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공간이며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점이다. 오프라인 매장과는 달리 온라인은 임대료가 없다.게다가 외식업체 장사꾼이 주 타깃으로 삼아야 할 2040 연령대 고객과 가장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온라인 공간이다. 매일 그리고 수시로, SNS와 포털을 통해 자신의 업체를 알리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이 정보가 온라인에 쌓이다 보면 어느새 당신의 가게는 브랜드가 돼 있을 것이다.SNS를 통한 고객과의 소통으로 유관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전략 없는 온라인 마케팅은 자칫 시간 낭비가 될 수 있다. 사실 SNS는 사적인 공간이 아니다. 제삼자가 게시물 작성자의 글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보여지는 글을 통해 이미지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책에 제시된 SNS 글쓰기 전략 중 ‘의인화’는 굉장히 효과적이다. 생명이 없는 사물, 음식 등에 애정을 불어넣는 순간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다. ‘오늘은 김치를 담글 때 쓸 배추를 사러 농수산물 시장에 나왔어요’라는 글보다 ‘배추야, 너 오늘 표정이 굉장히 신이 나 보인다’라는 문장이 당신의 가게를 브랜드로 만들어 준다.◇ ‘노(NO)’보다는 ‘예스(YES)’ 마케팅이 좋다.대부분이 “우리 집에서는 화학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습니다”라며 ‘노 마케팅’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역지사지로 생각해 봐라. 손님이 이 문구를 본다면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쓰여 있는 글을 곧이곧대로 믿어줄까? 일반적으로 사람은 의심부터 시작한다. 따라서 이같은 방식은 효율적이지 않다.‘장사의 신’이 되려면 ‘노’대신 ‘예스 마케팅’을 구사해야 한다. ‘예스’를 잘만 활용할 수 있다면 엄청나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다. 다만 ‘마음’ ‘정성’ 따위의 추상적인 단어가 아닌 구체적인 언급이 중요하다. 핵심은 ‘무엇을 하지 않습니다’가 아닌 ‘무엇을 합니다’다.예를 들어 문 앞에 적힌 “매주 일요일은 쉽니다”는 문구를 “우리는 매주 일요일에 식자재 여행을 떠납니다”라고만 바꿔도 큰 차이가 발생한다. ‘영업하지 않고 쉰다’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요리를 연구한다는 긍정적인 느낌으로 탈바꿈했다. 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무시할 수 없다. 가게를 찾아왔다가 되돌아가는 사람마저 기분을 좋게 만든다.그리고 복습하자면, 주말 쉬는 날에 다녀온 ‘식자재 여행’의 결과를 SNS에 올리며 고객과 소통한다면 그 효과는 배가된다. 더불어 앞서 언급한 의인화 기법을 활용한다면, 금상첨화다.◇ 고객은 가산점을 주지 않는다는 걸 명심하자.고객은 대부분 가산점을 주지 않는다. 가산점은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장사의 귀재들 극소수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사실 감점만 당하지 않아도 다행이라고 보면 된다. 사소한 것들에서 감점을 받기 위해 작은 것에서부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살아남기 위해서는 디테일한 전략 100가지 정도는 필요하다. 사소한 것부터 챙기는 게 의외로 통하는 면이 있다. ‘이쑤시개’ 같은 것도 좋은 아이템이다. 대부분이 녹말로 제작된 저렴한 초록색 이쑤시개를 사용할 때 당신은 고객을 위한 치실을 준비하는 것이다.식사를 마친 고객은 치실을 구비한 당신의 노력을 보고 적어도 감점은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식사를 마치고 이를 쑤시던 중 녹말 이쑤시개가 부러져 잇몸에 낀다면? 그 짜증 나는 감정과 불편함은 조금 전에 맛있게 먹었던 음식에서 느꼈던 감정을 일순간 없애 버린다.일부 삐딱한 시선을 가진 사람은 치실을 갖춤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에 주목한다. 하지만 이들처럼 원가 계산에만 집착하는 것은 장사 필패의 지름길이다. 본인이 대접받고 싶은 만큼 고객에게 베풀어야 한다. 계산기를 두드리는 시간에 어떻게 하면 매장과 음식이 더 근사해 보일지,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즐거움과 만족감을 줄지를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딱 4cm만 높여라.사소한 것만 바꿔도 고객을 즐겁게 만들 수 있는 전략은 아주 많다. 일례로 음식을 담는 접시의 높이를 살짝 높이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차이가 생긴다. 이것이 ‘4cm의 비밀’이다. 높낮이가 다른 접시에 음식을 담고 사진을 찍어보면 그 결과물은 잔인할 정도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같은 장소와 같은 음식임에도 4cm 높은 그릇에 담긴 음식이 더 맛있어 보이고 감동까지 선사하기도 한다. 이는 우리가 소중한 것을 가까이에 두고 들여다보려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고급 레스토랑이나 호텔의 식당에서 높은 식기를 사용하는 이유를 이같은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색을 선택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색을 잘 활용한다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브랜드를 관통하는 색을 선정할 때도 전략적 고심이 필요하다. 이마트와 함께 떠오르는 노란색, 스타벅스와 함께 떠오르는 초록색, 삼성전자와 함께 떠오르는 파란색 등이 대표적인 예다.조명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운영하는 업종과 판매하는 음식에 색온도가 높은 푸른 조명과 낮은 붉은 조명 중 무엇이 더 잘 어울릴지를 고민해야 한다. 뜨거운 요리와 차가운 음식에 맞는 조명은 각기 다르다. 이는 사진을 찍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음식이 맛있어 보이기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하지만 이같은 미적 감각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공부와 연구를 반복해 적절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외식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은 디자인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 고객에게 재미, 행복, 감동을 선사할 수 있다면 포토샵, 영상 작업, 미술 학원, 인테리어 등 무엇이라도 좋다.◇ 당장 시작해야 한다. 불필요한 의심은 독이다.지금 당장 당신이 해야 하는 것은 바로 ‘실행’이다. ‘장사는 전략이다’를 보다가 도움이 될 만한 것을 발견하면 즉시 실행에 옮겨야 한다.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면 즉시 구현해야 한다. 당신과 당신의 매장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판단이 들면 당장 실천해야 한다. ‘장사의 신’들은 그렇게 해 왔다.반면 ‘의심’은 절대로 삼가야 할 것이다. ‘과연 내가 세운 전략들로 매출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품는 순간 일은 잘 안 풀리게 되기 마련이다. 모두가 안 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힘이 필요하다. 음식은 주인을 닮는다. 자신감 넘치고 긍정적이고 훌륭한 음식의 기운은 고객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김유진 대표는 외식업계에서 자신의 역할이 SM 엔터테인먼트 같은 연예 기획사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맛있다고 소문난 음식점이 아이돌 연습생으로 보인다고 그는 말했다. 이들의 이름을 전국에 알리고, 더 나아가 해외에서까지 러브콜을 받을 수 있게 만드는 게 그의 최종 목표라고 덧붙였다.‘장사는 전략이다’의 책장을 넘기면서 김유진 대표와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보길 바란다. 그리고 그에게 뭔가를 배웠다고 판단되면 즉시 실행에 옮기길 당부한다. 다만 의심은 금물이다.
2016.07.21 I 김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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