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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검색결과 425건

  • '기대신간 250만원..' 대형서점 책 소개는 '돈'낸 순서?
  •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기대신간’은 250만원 내셔야 하고요, ‘주목 신간’이면 100만원 정도면 됩니다.” A사 출판사 관계자는 신간을 들고 대형 인터넷 서점을 찾았다 황당한 주문을 들었다. 책 내용에 자신이 있어, 혹시 온라인 서점 홈페이지에 소개 이야기를 꺼냈더니 대뜸 광고 단가 이야기가 돌아왔다. 다른 대형서점을 찾았지만,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금액만 소폭 차이가 날 뿐 이었다.독자들이 바쁜 시간 탓에 서평이나 책소개를 일일이 읽어볼 수 없기에 가장 많이 참고하는 것이 대형 서점의 추천 코너다. 하지만 ‘추천’·‘기대’ ‘베스트’ 등의 용어를 사용한 서적 추천 리스트는 서점 관계자들이 읽어보고 엄선한 코너가 아니라 단순히 광고비를 낸 출판사에 붙여주는 관행에 불과하다는 소문이 실상으로 드러났다.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 대형 온라인 서점의 전상법 위반 행위를 점검해, 예스 24·인터파크·교보문고·알라딘 등 소비자를 유인한 4개 대형 온라인 서점에 시정명령과 함께 2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대형 서점은 일반 소비자들이 서점의 추천 리스트 코너에 대한 신뢰성이 높은 것을 이용해, 광고비를 받아 추천 서적 목록을 작성했던 것. 대형 서점의 추천 도서 코너에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하루 15분 정리의 힘’, ‘나는 꼼수다 기획전’, ‘이외수의 절대강자’ 등 베스트셀러 도서가 대부분 이름을 올려 독자들은 혼선이 더욱 크다는 반응이다.광고비가 가장 높은 곳은 예스 24였다. 예스 24는 ‘기대 신간’에는 250만원, ‘주목 신간’에는 100만원을 청구했다. 인터파크는 ‘급상승 베스트’에 120만원, ‘핫클릭’을 붙이는 데는 70만원이 들었다. 알라딘과 교보 역시 각각 ‘화제의 책’, ‘이츠 베스트’로 표시되려면 150만원, 100만원을 내야 했다.공정위는 대형 서점의 이같은 관행을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로 해석했다. 단순히 광고비를 낸 출판사의 서적에 붙여주는 것을 소비자들은 마치 온라인 서점이 서적에 대한 평가로 오인하게 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서점은 공정위에 앞으로 금지 명령과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쇼핑몰 초기화면의 6분의 1 크기로 5일간 게시해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를 통해 서적소개 코너가 광고비를 받아 소개하는 코너인지, 자체 평가기준에 따라 소개하는 것인지를 명확히 하도록 했다”면서 “4개 대형 서점 외에도 30여개 종합도시 쇼핑몰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2.11.12 I 김보리 기자
  • 수원시, 8일~22일 2012 수원독서문화축제 개최
  • 【수원=뉴시스】 경기 수원시는 오는 8일부터 22일까지 ‘2012 수원독서문화축제’를 개최한다고 2일 밝혔다.축제기간 동안 수원 선경도서관, 서수원지식정보도서관, 북수원지식정보도서간, 영통도서관, 지혜샘어린이도서관 등 9개 도서관에서 인문학 명사특강, 독서문화심포지엄, 아름다운 책 장터, 청소년독서토론 워크숍, 문화공연 및 전시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개막행사는 8일 오후 2시 선경도서관에서 북콘서트 형식으로 개최된다. 식전공연, 공식행사, 북콘서트, 체험행사, 아름다운 책장터 등이 진행되는 개막행사에는 고은 시인이 참석해 수원시민과 함께 시낭송을 할 예정이다.축제기간동안 평소 쉽게 만나보지 못한 명사들을 초청해 강의를 듣는 인문학 명사특강도 각 도서관에서 열린다.11일 서수원지식정보도서관에서는 인문학 서평가로 유명한 로쟈(이현우)가 ‘로쟈의 인문학 서재-책읽기는 계속된다’라는 주제로, 18일에는 영통도서관에서 ‘상처와 유머를 만나는 문’을 주제로 김창옥 교수가 소통에 대한 유쾌한 이야기를 풀어낼 계획이다.주말에는 시민들이 참여해 나눔의 소중함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책 장터’가 열리고 20일 선경도서관 강당에서는 ‘수원을 어떻게 인문학 도시로 만들 것인가? -잃어버린 책읽기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독서문화심포지엄이 진행된다.15일 선경도서관 강당에서는 책과 토론을 통해 행복한 독서토론 문화를 청소년들에게 파급해 정착시키고자 하는 ‘청소년독서토론 워크숍’이 열린다.기타 축제에 대한 자세한 일정은 도서관사업소 홈페이지 (http://www.suwonlib.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2.09.02 I 뉴시스 기자
  • `저녁이 있는 삶-손학규의 민생경제론` 출판기념회
  •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민주통합당 대선 주자인 손학규 상임고문은 5일 오후 6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저녁이 있는 삶-손학규의 민생경제론’ 출판기념회를 연다.‘저녁이 있는 삶’은 손 고문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공약으로 제시한 것으로, 최근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출간되는 책은 손 고문이 이번 대선의 캐치프레이즈로 내거는 경제, 복지, 노동, 교육 등 사회 각 분야에 대한 철학을 총집약했다. 손 고문은 이 책에서 근로시간 단축과 일자리 창출을 핵심으로 진보적 자유주의와 공동체 시장경제, 경제민주화, 사람 중심의 복지, 진보적 성장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조정식 민주당 의원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날 행사는 식전행사에 이어 국민의례와 애국가 제창을 시작으로 본 행사가 시작된다. 저자 인사와 사회자의 내빈 소개에 이어 서평 및 축사가 이어진다. 서평은 장하성 고려대 교수, 축사는 손 고문의 후원회장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박형규 목사, 이 대표, 박 국회부의장, 박 서울시장이 맡았다.특히 이날 행사는 ‘음악이 있는 토크쇼’가 포함돼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진행을 맡게 되는 이 토크쇼는 ‘내가 본 손학규’라는 주제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손 고문의 인간적인 면모를 다룬다.손 고문의 서울대 정치학과 재학 시절 ‘서울대 운동권 3총사’로 불리던 고 조영래 변호사의 부인 이옥경 여사와 손 고문이 대학 졸업 후 노동운동에 뛰어드는 계기를 만들어준 고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순옥 민주당 의원이 함께할 예정이다.페미니트스 가수로 잘 알려진 안혜경씨도 토크쇼에 참가해 피아노 연주와 노래를 선사한다. 이어 유홍준 전 청장은 토크쇼가 끝날 무렵 자신이 직접 그림을 그린 부채를 손 고문에 헌정할 계획이다.이날 출판기념회에서 손 고문은 좀처럼 보기 힘든 트럼펫 연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손 고문이 경기고 재학 시절 밴드반 활동을 했던 인연으로 경기고 밴드반 선후배 동문들이 7인조 금관악 협연을 펼친다.또한 민중가요 1세대인 박치음 순천대 교수가 출판기념회에 맞춰 작사작곡한 노래 ‘저녁이 있는 삶’을 손 고문에게 헌정하는 순서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박치음씨가 직접 기타를 연주하면서 노래하고 후렴 부분은 행사에 참석한 관객들과 함께 부른다.
2012.07.05 I 김진우 기자
아마존이 세금을 피하는 방법
  • 아마존이 세금을 피하는 방법
  •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21일자 35면에 게재됐습니다.[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세금은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것이다.” 뉴욕 백만장자인 리오나 헬름즐리가 던진 발언이라 했나. 그래 여기, `별 볼일 없는 사람`과는 차원이 다른 이들이 있다. 그 중 한 사람이 루퍼트 머독. 미디어제왕으로 불리는 머독은 `폭스뉴스` `마이스페이스` `더 선` 등으로 뉴스 코퍼레이션을 꾸리고 있다. 그런데 뉴스 운영에만 능통한 것이 아니다. 그는 역외(offshore)금융을 통해 재주를 부리는 달인으로 꼽힌다. 호주달러로 신고된 뉴스 코퍼레이션의 재무제표상 계정을 한 번 보자. 364,364,000달러(1987), 464,464,000달러(1988), 496,496,000달러(1989), 282,282,000달러(1990). 장난처럼 보이는 숫자가 우연의 일치인가. 영국의 한 기자가 그 의미를 회계사적으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엿이나 먹어라!”다. 글로벌 경제·정치 분야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선진국들이 앞다퉈 벌이는 역외금융 행각을 폭로했다. 단순 절세 얘기를 벗어난다. 세금을 피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부상한 조세피난처와 역외체제에 대한 고발이다. 지난 100여년에 걸쳐 세계금융자본에 끼친 해악을 파헤친다. 주장은 한 마디로 이렇다. “범죄자들이 암약하는 지하세계와 금융엘리트들, 외교·정보세력과 다국적기업들이 역외체제를 통해 하나로 연결돼 있다.” 조세피난처들이 이미 글로벌 경제의 중핵을 이루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당연히 글로벌 금융위기를 유발하는 주범도 된다. 조세피난처는 다국적기업과 슈퍼리치들이 앞다퉈 탈세·거래조작 등을 벌이는 주무대이기 때문이다. 역외시장은 한때 마약·도박 등 조직범죄와 관련된 돈이 은밀히 거래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젠 아마존 같은 세계적 기업도 공개적으로 이용할 만큼 보편화된 자금운용법으로 통한다. 사실 조세피난처는 비밀주의 사법체제와 동의어다. 조세회피뿐만 아니라 비밀주의도 가능하고, 다른 주권국의 법규정까지 가볍게 무시할 수 있어서다. 한마디로 탈세의 치외법권이란 거다. 100년 탈세사 시작점을 글로벌 다국적기업의 개척자로 꼽히는 영국 베스티 형제로 봤다. 1차대전을 거치며 영국이 자국민 해외소득에 세금을 물리기 시작하자 형제는 당국과 끊임없이 싸움을 벌였다. 전통적인 `비밀금고`의 대명사인 스위스도 빠지지 않는다. 2차대전 당시 나치로부터 유대인의 자금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은행비밀주의는 그저 신화에 불과하다고 폭로한다. 도리어 제국주의에 둘러싸인 스위스가 살아남기 위해 택한 전략이었다는 거다. 1950년대 후반은 영국은행이 주도한 런던 유로마켓이 장악했다. 진정한 역외체제의 시작이었다. 이들에 대한 대척점은 뒤늦게 미국이 내놨다. 유로마켓에 자국은행들을 빼앗겼던 미국은 1981년 IBFs(미국역외금융시장)를 설립하며 조세피난처로 성장해갔다. 국가별 부패순위를 조사할 때마다 `가장 깨끗한 나라`로 분류되는 나라가 미국·영국·스위스라 했는가. 그러나 이것이 얼마나 허위적인가는 다음 통계에서 드러난다. 금융비밀주의를 비판하는 전문가모임인 조세정의네트워크가 2009년 `금융비밀주의지수`를 집계했더니 미국·룩셈부르크·스위스·케이맨제도(카리브해 한복판에 위치한 섬나라)·영국이 5위까지 싹쓸이를 했다. 조세피난처는 일반인들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해악은 일반인들에 미칠 수 있다. 일단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격차를 고착시킨다. 특히 가난한 나라의 지배엘리트들이 소득통계로도 잡히지 않는 자국의 부를 유출할 수 있다. 애덤 스미스 이래 받아들여지는 누진세 원칙도 증발한다. 가령 1950년대 미국 기업들은 총소득세 중 40%를 부담했으나 현재는 20%로 떨어졌다. `보물섬`. 그럴 듯한 제목이다. `Treasure Islands`란 원제 그대로를 번역했다. 해적보다 더한 악당들이 포진해 있는 현실판 무법지대란 의미를 씌웠으리라. ▶ 관련기사 ◀☞구글은 당신이 어젯밤 한 일을 알고 있다
2012.06.21 I 오현주 기자
구글은 당신이 어젯밤 한 일을 알고 있다
  • 구글은 당신이 어젯밤 한 일을 알고 있다
  •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14일자 35면에 게재됐습니다.[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16년 전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란 똑똑한 두 젊은이가 미래사회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했다. 온라인 공간이 검색을 중심으로 돌아갈 것임을 간파한 것이다. 웹이란 건초더미에서 정보란 바늘을 재빨리 찾아내는 작업 말이다. 답은 자동화와 알고리즘. 전체 웹을 그대로 본뜬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누구도 꿈꾸지 못했던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었다. 사용자를 추적하고 그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광고주에게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지 파악한 것이다. 두 청년은 자신들이 구축한 DB와 네트워크가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이상적 위치를 만들어냈다는 점을 인식했다. 이제 남은 건 선점. 빠르고 조용히 움직였다. 그리고 다른 이들이 존재조차 의식 못한 권력을 신속히 축적했다. 1998년 `검색의 제국` 구글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문제는 구글 밖에서 생겼다. 누구도 구글에 대항마를 낼 수가 없었던 거다. 견제와 균형? 원체 빨랐던 터라 그럴 시간조차 없었다. 그저 허둥지둥하는 사이 구글은 한 가지 기술을 더 얻게 됐다. `책임회피`다. 책은 구글의 그 책임회피에 대한 가차 없는 비판이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 급성장해 온라인시장은 물론 개인의 자유까지 위협하게 됐다는 것이다. 기업컨설턴트와 IT애널리스트로 활약하는 구글 전문가와 비즈니스·역사저술가인 칼럼리스트가 구글 성공스토리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한마디로 정치적 편향성에다가 비윤리성, 이익을 추구하는 반시장적 행태까지 두루 갖췄다는 것이다. 가장 우려한 것은 무소불위의 권력이다. 구글은 대놓고 프라이버시를 거부한다고 말한다. 퍼블리커시(publicacy), 다시 말해 모든 사람이 정보에 대한 평등한 접근권을 가지는 것이 우선이라는 거다. 그러나 그 권력으로 움직인 잣대는 둘이었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만 투명성을 요구한 것이다. 구글은 그들이 지배하는 시장에선 오픈시스템 같은 건 필요없다고 말한다. 스팸 같은 부작용만 낳을 뿐이란 거다. 그렇지만 광고용 키워드를 찾는다는 목적으로 G메일을 통해 개인생활을 엿보고 스트리트뷰로 누구의 동선을 파악한다. 또 검색솔루션인 구글데스크톱은 개인PC의 모든 파일을 스캔해 자료화한다. 저작권 침해를 밥 먹듯 하는 유튜브도 있다. 사용인구 10억명, 매일 20억회가 넘는 인터넷검색을 처리하고 1조개 웹페이지를 색인화했다. 1분씩만 훑어본다고 해도 3만8000년이 걸리는 양이다. 이를 밑천으로, 일찌감치 중요성을 꿰뚫었던 수많은 광고주까지 확보하게 됐다. 100만을 넘겼다. 가히 거대공룡이 된 구글은 공적 사적을 막론하고 역사상 그 누구보다 가장 많은 정보를 수집한 조직이 됐다. 게다가 그들은 취득한 정보를 사용하는 다양한 방법도 안다. `정보가 권력`이란 명제를 실천으로 보여줬다는 말이다. `사악해지지 말자`는 구글 모토에 숨은 진정성도 의심한다. 세상의 정보를 체계화해서 보편적으로 접근가능하고 유용하게 만들겠다는 그들의 사명이 얼마나 파괴적이고 위험하냐는 거다. 선심 쓰듯 무료로 쓰게 한 구글 제품은 결국 경쟁과 혁신, 일자리와 경제성장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 주장한다. 이미 세계 인터넷 검색의 70% 이상을 장악했다. 그 구글을 왜 믿어선 안 되는지 조목조목 따지는 책의 말미는 정보기술 디스토피아의 위험성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연결했다. 21세기판 `빅브라더`를 키워봤자 나올 결론은 `디지털화의 노예`뿐이란 얘기다.
2012.06.14 I 오현주 기자
佛 영부인, 美 루스벨트 여사에 `동병상련`(?)
  • 佛 영부인, 美 루스벨트 여사에 `동병상련`(?)
  •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대통령과 정식 결혼을 하지 않고 현직 기자로 계속 일을 해 화제가 되고 있는 프랑스의 영부인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가 쓴 기사가 주목받고 있다. 기사의 주제가 같은 언론인 출신이자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엘리너 루스벨트에 대한 것이어서 마치 `동병상련`의 정을 느낀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프랑스의 영부인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AFP통신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트리에르바일레는 자신이 재직 중인 프랑스 주간지 파리마치의 7일자에 영부인이 된 이후 첫 기사를 썼다. 그가 쓴 기사는 전기작가 클로드-카트린 키즈망의 저서인 `엘리너 루스벨트: 퍼스트레이디이자 반란자`에 대한 서평이다. 엘리너 루스벨트는 비단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으로서뿐만 아니라 유명한 여성 사회운동가이자 정치가로서 여성 권익 신장과 인권 문제 등 폭넓은 분야에서 활동했다. 남편이 사망한 후에도 국제연합 주재 미국 대표로 세계인권선언의 틀을 다지는 데 힘을 보태는 등 미 역사상 가장 활동적인 영부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트리에르바일레는 서평에서 루스벨트가 1932년 대통령이 된 후 엘리너는 정치를 포기했지만 신문 사설과 칼럼을 통해 여성 권익 신장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등 기존 영부인들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2차 대전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엘리너가 사회와 정치, 국제 문제 등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며 미 언론들은 이와 관련해 논란거리를 찾아내지 못했고, 엘리너는 이를 통해 미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트리에르바일레는 동거관계인 프랑수아 올랑드가 프랑스의 대통령에 당선된 것과 별개로 기자직을 계속 수행하면서 3명의 자녀를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엘리너에 대한 책의 서평을 쓴 것 역시 영부인으로서 남편의 내조에만 신경 쓰는 게 아니라 엘리너처럼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2012.06.07 I 김기훈 기자
아이팟은 주워도 돈은 줍지 말라
  • 아이팟은 주워도 돈은 줍지 말라
  •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07일자 35면에 게재됐습니다.[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전차 한 대가 선로를 따라 최대 속도로 내달리고 있다. 그런데 어떤 정신 나간 철학자가 그 선로에 5명을 묶어놓았다. 철로를 변경하면 참극은 면한다. 하지만 다른 선로에도 1명이 묶여 있는 것이 아닌가. 이때 철로를 바꾸는 것이 도덕적으로 허용되는가.” 여기 한 경제학자의 대답은 이렇다. “바꾸는 것이 옳다. 5명을 살릴 수 있다면 1명은 기꺼이 희생시키는 것이 도덕이다.” 이 과감한 결론의 근거는 이렇다. 목숨을 통계적으로 다룬다는 데 부담이 있지만 이는 오히려 사람들의 시야를 가리는 착시현상이란 거다. 윤리학의 목적은 그 착시를 깨부수는 데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런치타임 경제학`(2005), `발칙한 경제학`(2008) 등을 썼던 스티븐 랜즈버그 미국 로체스터대 교수가 그 경제학자다. 책은 그의 신작이다. 수학과 경제학, 물리학을 넘나드는 발상으로 학계에서 첨예한 논쟁이 오가는 이야깃거리를 풀어냈다. `부자세로 가난한 이들을 도와야 하는가` `10억명의 두통을 낫게 하기 위해 1명을 죽여도 되나` `기부를 해야 하나. 그렇다면 얼마가 적정한가` 등등, 존재의 구조에서 도덕적 딜레마까지 종횡무진 던지고 답을 찾는 방식이다. 이른바 `전차문제`를 다뤘던 다른 한 사람이 있었다. 마이클 샌델 교수다.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그는 5명을 구하는 것이 맞다고 입을 모으던 사람들도 피해자가 아닌 구경꾼 입장이 되면 사정이 달라질 거라 했다. 정의를 이해하는 틀 중 하나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지만, 다수를 위한다 해도 옳은 행위는 단지 비용과 이익으로 계산되는 게 아니란 논지였다. 그러나 샌델과 대척점을 이루는 저자의 신념은 단호하다. 도대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계범위가 어디인가”라는 것이다. 그가 볼 때 샌델의 의무론적 철학은 모호하기 짝이 없다. 그에겐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공리주의에 발을 담근 결과론적 철학이 답이다. 이거야말로 “제로섬이 아닌 윈윈 게임”이란 거다. 의무론과 결과론의 구분은 저자에게 대단히 중요하다. 다른 예를 보자. 누군가 도둑질을 했다고 치자. 의무론에서 보자면 도둑질은 옳지 않다. 하지만 왜 옳지 않은지는 애매하다. 남의 소유물을 탐해서? 인간은 자기 자산을 통제할 권리가 있어서? 물론 결과론에서도 도둑질은 옳지 않다. 그러나 저자의 이유는 좀더 선명하다. 사회적으로 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1시간을 들여 자전거를 훔치면 변함없이 자전거가 1대뿐이지만 그 시간에 자전거를 조립한다면 사회전체적으로는 2대가 된다. 바꿔 말해 절도행위가 나쁜 건 유용한 활용에 쓸 수 있는 생산적 자원을 소모시켜 결과적으로 이 세상을 가난해지게 만들어서다. ▲ 일러스트로 묘사된 저자가 세상 보는 눈을 키우는 생각습관을 말한다. “적절한 비유를 사용하고, 상상력을 넓히며, 큰 그림을 그리고, 논쟁에서 패하는 즐거움을 누려라”(사진=부키).비용보다 편익이 크다면 생산적인 행위다. 저자는 스스로 터득한 이 법칙을 `경제학자의 황금률(Economist’s Golden Rule)`이라 했다. EGR은 그에게 긴요한 잣대다. 일상에서 흔히 딜레마로 부딪히는 옳고 그름을 재단하는 데 썼다. EGR로 보면 많은 부분이 명쾌해진다. 가령 그는 `길에 아이팟이 떨어져 있으면 주워도 되지만 100달러짜리 지폐가 떨어져 있으면 주워선 안된다`고 한다. 아이팟을 주운 건 순수익이 되지만 지폐를 주우면 다른 사람들이 100달러만큼의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는 피해를 입는 까닭에서다.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를 비롯해, 저자는 하이제베르크와 괴델 등을 관통하며 해박한 지식을 자랑한다. 그러나 정통한 답변을 내놓겠다는 목적은 아니다. 갇힌 세상의 답답한 논란에 눈과 귀를 틔우는 사고틀을 적용해보라는 거다. 단순한 믿음이 순식간 지식으로 둔갑하는 세태를 비꼬는 냉소도 보인다.
2012.06.07 I 오현주 기자
애플 성공의 힘은 `비밀주의`
  • 애플 성공의 힘은 `비밀주의`
  •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31일자 32면에 게재됐습니다.[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이 회사에 목수가 나타나면 직원들은 뭔가 중요한 일이 시작됐다는 걸 직감한다. 벽과 문이 생기고 보안장치가 마련된다. 투명했던 창문은 코팅처리된다. 아예 창문이 없는 경우도 있다. 직원들은 비밀스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란 짐작만 할 뿐 그것이 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들은 알아야 할 것만 알게끔 돼 있다. 마치 퍼즐의 한 조각 같다. 모두 끼워 맞췄을 때의 모습은 단 한 사람 CEO만 안다. 그 CEO가 말한다. “그것은 애플 매직의 일부다. 나는 그 비밀을 밝힐 생각이 없다.” 그렇다. 이 기업은 애플이다. 경제전문지 `포천` 지 선임기자인 저자가 애플의 껍질을 깎고 알맹이를 내보인다. 최고위층부터 말단 엔지니어까지 애플의 직원을 인터뷰하고 탐사취재했다. 그리고 `상식 밖`의 내용을 꺼내놓는다. 혁신의 아이콘 애플의 바탕에 깔린 ‘비밀주의’다. 애플은 흔히 대학 MBA과정에서 가르치는 방향에 철저히 반한다. 정보 공유? 없다. 상사와 부하 간 소통? 없다. 조직과 구성원의 상생?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있나. 오로지 애플만 있다. 저자는 애플이 조직보다 상위개념이란 것에 주목한다. 조직원에게 “애플보다 가치있는 건 없고 애플 브랜드보다 비싼 건 없다”고 주장한다. 책의 의도는 현대경영학 이론을 거스르고도 세계경제를 휘어잡는 `애플 패러독스`를 파헤치는 거다. 가령 이런 거다. 최근 기업들에선 투명성이 화두지만 애플에선 철저한 보안이 우선이다. 권한을 내주는 리더십이 화제지만 애플 직원들에겐 제한된 권한만 부여한다. 이윤 창출을 최대가치로 삼는 경영환경에서 애플은 돈 앞에도 초연하다. CEO 외에 누구도 손익을 걱정하지 않는다. 물론 장점도 있다. 남의 일에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일에만 열중할 수 있다는 것. 덕분에 애플에는 사내정치라는 것이 없다. 대신 싸움은 있다. 최고의 제품을 위해 타협은 없으며 필요하다면 팀들끼리 인신공격도 불사한다. 애플 내부엔 이런 것도 있다. `DRI` `톱 100` `DEST`. 프로젝트를 직접 책임지는 사람(DRI), 스티브 잡스가 나서서 챙긴 극비의 최정예멤버(톱 100), 관리자 책임에서 자유로운 엔지니어그룹(DEST) 등. 핵심멤버는 이처럼 따로 추려진다. 이 모두를 감내해야 하는 애플 직원들은 행복한가. 저자가 직접 물었다. “일이 즐거운가.” 어떤 대답이 나왔을까. “그렇다”고 대답한 직원은 거의 없었다. 그들을 움직이는 건 하나다. “다른 곳에서 할 수 없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다. 애플 철학의 근간은 역시 디자인이었다. 디자인이 제품의 시작이란 판단을 고수했다. 애플에선 디자이너의 비전에 따라 조직이 움직이는 `디자이너 우선주의`를 견지한다. 제품계획이나 마케팅전략이 나온 후 디자인이 결정되는 다른 기업과는 다르다. 이런 애플을 모방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저자는 오랫동안 굳어진 실리콘밸리의 불문율을 끄집어냈다. 애플을 따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정설이었다는 거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모든 회사가 애플을 모방할 수는 없다는 데 방점을 찍는다. 애플의 문화는 잡스라는 천재의 힘에서 비롯됐다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애플의 성장세는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봤다. 애플은 잡스가 미래를 내다 본 통찰력으로 오랜기간 승화시킨 조직이기 때문이란 거다. 더구나 새 CEO 팀 쿡은 잡스를 뒤집기보다 더 살려내려는 경영자다. 그러면 10년 후에도 애플은 세계 최고기업으로 남을 것인가. 저자는 그건 아무도 모른다고 에둘러 피해간다. 잡스의 아우라가 얼마나 살아남아 있을 것인가에 달렸다는 생각이 엿보인다.
2012.06.01 I 오현주 기자
`나는 가수다` 진짜배기들의 이야기
  • `나는 가수다` 진짜배기들의 이야기
  •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31일자 32면에 게재됐습니다.[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정치와 음악의 공통점은? 둘 다 대중의 지지와 사랑을 얻어야 성공한다. 음악은 더 나아가 대중문화는 그래서 정치만큼 중요하다. 책은 2011년 대중의 귀와 대화를 점령한 TV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를 분석하며 이같이 강변한다. 발단은 `나가수`의 탄생에서 찾았다. `정말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좋은 음악을 들려주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바탕이었다. 하지만 이 단순한 생각은 치밀한 계획이 뒷받침돼 대중문화계를 변화시켰다. 현직기자인 저자들은 `나가수`의 위대함을 특정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오락을 만든 데 있다고 봤다. 청중을 객체에서 주체로 전환시켰다는 점이 그 근거다. `딴따라`를 전면에 내세운 일개 프로그램이 지난해 한국에서 만들어진 가장 `창의적인 발명품`이었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이소라·박정현·윤도현 등 출연가수 20여명의 음악인생과 활약상에 대한 설명은 잡지를 보는 듯하다. 개개인의 프로필과 히트음반 등을 지나치게 꼼꼼하게 정리해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문화 출판의 주류를 이뤘던 아이돌 가수의 화보집과는 다른, 음악성에 초점을 맞춘 분석이다. 제작자 김영희 PD의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모든 것을 계획하고 분석하는 프로정신, 대중의 필요를 꿰뚫는 안목이 그렇다. “`나가수`의 다른 말은 `나는 진짜다`라는 거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진짜다.” 시즌2가 나온 지금 `나가수`의 메시지를 돌이켜볼 만하다.
2012.05.31 I 염지현 기자
근무와 여가 구분 없는 세상
  • 근무와 여가 구분 없는 세상
  •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17일자 32면에 게재됐습니다.[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나`는 2022년에 와 있다. 3년 전부터 가상사무실에서 일한다. 원격근무로 업무를 본다. 바꿔 말하면 끊임없는 회의, 과도한 정보, 회사의 간섭이나 사내 정치 등등 일을 방해하는 소모전에서 비로소 벗어났다는 얘기다. 또 스마트홈을 능숙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이젠 생활서비스 로봇과도 제법 친해졌다. 어릴 때부터 인터넷은 물론이고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 소셜네트워크와 함께 한 덕분인지 웹으로 세상이 모조리 커넥팅 된, 초연결시대라 불리는 지금의 환경이 낯설지 않다. 하지만 `나`의 일상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초연결의 `상시접속`이 편리인 동시에 족쇄이기 때문이다. 근무와 여가의 구분은 없어진 지 오래고 `전자`에서 벗어난 삶을 기대하긴 힘들다. 오히려 이젠 `접속불능` 지역이 더 대접을 받는다. 얼굴도 한번 보지 못한 사람들과의 결속이 더 강해진 탓인지 때론 가상과 현실이 헷갈릴 지경이다. 이 스케치는 10년 후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나? 변한다. 모든 것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융합과 커넥팅은 미래사회의 특징이다. 한마디로 `사물지능망`이 성립된다는 거다. 500억개 기기들이 네트워크로 상호연결된 상태가 그것이다. `집단지성을 활용한 지식보고서` 격인 잡지 `트렌즈(Trends)` 특별취재팀이 지금부터 10년 후까지 지구촌 미래를 내다봤다. 세계 2만여명 전문가들이 공유하는 사회·경제·산업기술 관련 의견과 내용을 끌어냈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은 앞으로 10년은 `지식노마드 시대`다. 학문과 학문, 업계와 업계의 경계가 사라지는 상생을 부각했다. 그렇게 휘몰아칠 `제4의 물결`의 키워드는 바로 `융합`이다. 무엇보다 기술이 관건이다. 책이 주시한 건 광학컴퓨팅, 배양세포,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뉴로마케팅 등 세계 경제지도를 통째로 뒤바꿀 아이템들이다. 그 중 2025년 즈음 빛을 발할 영역으로 나노기술을 꼽았다. 그 직접적 혜택은 `물`이 받는다. 최근 캐나다 한 신생기업이 담수화에 드는 에너지비용을 80%나 줄이는 획기적인 나노기술을 개발한 것에 주목했다. 현재 농업에 쓰이는 담수의 70%가 절약된다는 것이다. 물은 곧 식품혁명과 연결된다. 염수에서도 재배할 수 있는 작물 개발도 그 한 부분이다. 2013년엔 가뭄에도 내성을 보이는 교잡종 옥수수가 미국서 상업적으로 재배될 수 있다. 2017년 이 옥수수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까지 확산될 거라고 했다. 하지만 첨단 신기술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최근 애플 사에선 차세대 혁신역사에 아이클라우드를 포함시켰다. 인공지능을 장착한 클라우드 컴퓨터가 또 다른 거대한 생태계를 이룰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개인정보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자칫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는 긴장하고 있다. 대책이야 강구하겠지만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우려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유는 두 가지. 신기술 발전에 보안조치가 미처 뒤따르지 못하기 때문이며, 클라우드 컴퓨팅이 사이버세계를 장악하면 그 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넘쳐나서다. `트렌즈`의 렌즈로 들여다 본 또 다른 미래세상은 이렇다. 어느 한 나라에 국한되지 않는 청년실업이 당분간은 여전히 심각하고, 중국 발 성비불균형이 재앙수준으로 확대되며, 인터넷은 갈수록 위험해진다. 2012년으로 돌아온 지금 책은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정답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무엇을 잡아도 결론은 하나다. `바뀐다`는 거다. 그러니 `대비하라`는 말이다.
2012.05.18 I 오현주 기자
"인터넷·재생에너지 결합 주목하라"
  • "인터넷·재생에너지 결합 주목하라"
  •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10일자 32면에 게재됐습니다.▲ `3차 산업혁명` 출간에 맞춰 내한한 제러미 리프킨은 “3차 산업혁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태양열·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인터넷 결합이 수평적 권력을 만드는 이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권욱 기자 ukkwon@).[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화석연료와 대량생산의 시대는 끝났다. 재생에너지와 네트워크에 주목하라.” 선언인 동시에 경고, 위기인 동시에 희망인 문명사적 대전환을 내걸고 제러미 리프킨(67)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다시 나섰다. `노동의 종말`(1995), `소유의 종말`(2000), `육식의 종말`(2002) 등으로 단골 `종말 예언가`란 별칭을 얻은 그가 또 한 차례 인간 삶의 미래를 가늠한다. `3차 산업혁명`을 통해서다. 산업혁명이란 사회역사어가 의미하듯 문명이행의 테마를 바탕에 깔았다. 19세기 석탄을 동력으로 한 대량인쇄·생산경제, 또 20세기 석유가 전기·커뮤니케이션 기술과 만나 이룬 자동차·전자산업이 세계를 부양하던 시대는 `끝`이란 것이다. 다시 말해 1·2차 산업혁명을 아우르던 화석연료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는 의미다. 리프킨에 따르면 2차 산업혁명 시대는 정점을 찍고 치열한 종반전 중이다. 석유기반 산업인프라는 황폐화됐으며 세계의 실업률이 칼끝처럼 곤두섰다. 더 심각한 건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기후변화다. 하지만 이들은 드러난 현상일 뿐 수면 아래선 이 모두를 품은 세계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무너지는 2차 산업혁명을 대체하는 일은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연관된다. 바로 3차 산업혁명이다. 네트워크 기반의 인터넷 기술이 재생가능한 에너지와 융합하는 격변이 이제 곧 시작될 거란 주장이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새로운 에너지 체계와 만날 때 거대한 경제혁명이 발생했다는 역사적 근거가 리프킨 추론의 강력한 배경이다. 덕분에 인류 절멸은 피해갈 것이다. 다만 대비가 필요하다. 어떤 `혁명`에라도 경제·사회·문화를 포함해 개인에까지 총체적인 변동은 불가피하다. 3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굵직한 변화는 권력구조에서부터다. 이제껏 유지됐던 수직적 구도는 수평적으로 전환된다. 중앙집중화된 거대기업만 살아남았던 경쟁관계에서 소규모 기업들이 상생하는 협업관계로 옮겨간다는 거다. 그렇게 무한경쟁시장은 협력적 네트워크에, 수직 자본주의는 `분산 자본주의`에 밀려난다. 경제모델이 `소유`에서 `공유`로 개념을 갈아타는 것도 중요한 변화다. 당연히 수익창출 비즈니스 모델도 달라져야 한다. 소유권보다는 접근권이 우선이란 얘기다. 3차 산업혁명이 가른 양끝을 리프킨은 산업시대와 협업시대로 구분한다. 규율·노동·권위·금융자본·시장·소유권이 중시됐던 산업시대는 더 이상 아니다. 3차 산업혁명의 협업시대엔 사회적 작용, 창의적 놀이, 개방형 공유체, 글로벌 네트워크가 우선시 된다. `제3부문`으로 불리는 `시민사회`가 이 시대에 부상할 경제세력이라 한 점도 주시할 대목이다. 시장이나 정부가 창출한 전통적인 일자리에서 벗어난 세계 똑똑한 젊은이들이 이 `비영리 시민사회`를 선택할 것이라고 봤다. 이대로라면 21세기 중엽 쯤 시민사회는 시장을 제치고 주요 고용원 위치도 꿰찰 수 있다고 단언했다. 물론 이해관계는 다시 얽힐 것이다. 3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려는 움직임 말이다.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공동체로는 유럽연합이 꼽혔다. 2000년부터 내놓은 탄소의존도 절감 정책들이 높이 평가됐다. 반면 무늬뿐인 대처세력도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단적인 예로 지적됐다. 겉으론 친환경에너지와 디지털그리드를 내세우지만 여전히 화석연료 시대의 내러티브를 고수한다는 거다. 리프킨이 `3차 산업혁명` 얘기를 꺼낸 건 전작 `공감의 시대`(2010)에서부터다. `종말 시리즈`를 발표하며 지나치게 비관적이라는 세간의 비판을 뒤집은 지점도 여기다. 인류 문명의 결말에 대한 낙관의 끝을 잡고, 그 문명의 잠재성을 믿고 현실로 만들자 했었다. 적자생존과 부의 집중을 가져온 패러다임은 끝났으며 오픈소스와 협력이 이끄는 3차 산업혁명에 진입할 것임을 언급했다. `3차 산업혁명`은 그 후속편이면서 완결본인 셈이다. 3차 산업혁명은 2050년경 절정에 올라 21세기 후반 내내 안정세를 탈 것으로 예측됐다. 책은 다음 40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석유에 목매는 대신 무엇을 끌어내야 하는지 통고한 묵직한 조언이다.
2012.05.10 I 오현주 기자
도덕은 얼마면 살 수 있나
  • 도덕은 얼마면 살 수 있나
  •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03일자 32면에 게재됐습니다.[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세상에 돈으로 못 사는 것이 있을까. 거의 없다. 최소한 여기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연회비 1500달러를 내면 전담 의사의 휴대전화 번호를 `딸 수 있다`. 당일 진료서비스를 받는 건 물론이다. 만약 교도소 수감자라면 쾌적한 감방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 1박에 82달러 추가비용을 지불하면 말이다. 남의 나라 얘기에, 개인간 흥정이 아니냐고? 천만에 말씀이다. 거래는 국가규모급도 있다. 실업률이 높은 지역에 투자해 열 군데서 일자리를 창출하면 미국 영주권을 얻을 수 있다. 50만달러가 투자비다. 또 유럽연합은 탄소배출시장을 운영해 기업들이 대기에 탄소를 배출할 권리를 챙겨준다. 1톤에 13유로. 그렇다면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돈으로 사면 안 되는 것이 있는가. `정의`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마이클 샌델(59) 하버드대 교수가 신작을 냈다. 이번엔 `시장과 도덕`이다. 시장이 지닌 도덕적 한계와 시장만능주의의 맹점을 파헤친다. 절대선으로 취급받는 시장가치가 공공선을 훼손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거다. 개인관계·교육·건강·환경·스포츠·심지어 죽고 사는 문제에까지 돈과 시장은 영역을 넓혔다. 그렇다면 과연 시장은 옳은가. 결론적으로 말해 샌델의 주장은 이렇다. “시장거래가 도덕적·공동체적 가치를 훼손하고 변질시킨다면 효율성이란 이름 아래 허용해선 안 된다.” 근거는 최근 수십년 동안 변화한 사회형태에서 찾았다. 누구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세상은 `시장경제`에서 `시장사회`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시장경제에서 시장은 부를 창출하는 도구였지만 시장사회에서 시장은 인간 모든 영역에 스며들어간 생활방식이다. 당연히 가치가 변질될 수밖에 없다. 기존에 거래가 없던 곳에 돈과 시장이 개입하면서 생긴 이상현상이다. 가령 한 어린이집은 아이를 늦게 데려가는 부모가 많아지자 벌금제도를 도입했다. 어느 학교에선 독서량을 늘리기 위해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마다 푼돈을 쥐어줬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죄책감에 면죄부를 얻은 부모들이 늦게 오는 횟수는 더 늘어났고, 아이들은 독서를 용돈벌이 수단으로 여기게 됐다. `새치기`도 당당하게 만드는 것이 돈이다. 공항·놀이공원·병원대기실 등에서 행해지는 `선착순` 줄서기윤리가 `돈을 낸 만큼 획득한다`는 시장윤리로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이 볼 때 사람을 고용해 대신 줄을 세우거나 암표를 파는 `새치기`는 잘못이 아니다. 거래 결과, 구매자·판매자 모두 행복해지고 효용이 증가하지 않냐는 거다. 자유시장이 재화를 효율적으로 분배한다고 역설하는 그 논리다. 그러나 도덕성 측면에선 문제다. 웃돈을 얹고 줄서기 대리인을 쓰는 비용은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에겐 불공정한 행위인 거다. 샌델이 볼 때 시장은 경제학자의 확신처럼 결코 가치중립적이지 않다. 게다가 재화의 특성까지 변질시키는 힘까지 키우고 있다. 희망은 문제의식을 공적 담론의 장으로 끄집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시장의 무한한 확장에 맥놓고 당할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토론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시장만능주의가 지난 수십년간 사회를 지배하게 된 것은 “사람들 스스로가 도덕적 믿음을 공공의 장에 드러내 보이기를 두려워 해, 시장에 맡겨야 할 것과 그렇지 않아야 할 것에 대해 묻지 않았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마이클 샌델, 이 철학계의 대스타가 다시 정착한 곳은 `공동체적 생활`이다. 샌델의 공동체주의는 자유주의와 공리주의의 정의관에 대한 비판과 맞물려 있다.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에는 동의하지만 시장만능주의에 빠진 가치추구 방식은 곤란하단 말이다. 그가 볼 때 시장의 문제는 결국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싶은가`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2012.05.04 I 오현주 기자
美·中 둘 다 해결사 아니다, 그러면…
  • 美·中 둘 다 해결사 아니다, 그러면…
  •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26일자 30면에 게재됐습니다.[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세계사에서 `두 개의 태양` G2는 세 차례 있었다. 처음은 1차대전 즈음 형성된 미국과 영국의 구도였다. 두 번째는 미국과 소련. 2차대전 이후 세계를 칼처럼 양분하던 냉전과 함께 만들어졌다. 세 번째는 미국과 중국이다. 급격하게 성장한 중국이 미국의 파트너 자리를 꿰찼다. 물론 이들 G2가 바통 받듯 이어지진 않았다. 소련이 붕괴한 직후 미국은 단 하나의 슈퍼파워였다. 신세계질서를 외쳤고 `자유의 제국`이란 개념으로 이를 이론화했다. 그런데 미국이 금융위기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종내는 한참 뒤졌던 중국과 권좌를 나누게 됐다. 미국을 가라앉힌 위기는 미국 내 머물지 않았다. 글로벌 경제위기란 도미노를 불렀다. 게다가 중국의 번성은 세계 자원부족과 원자재 가격급등을 동반했다. 이도저도 없는 제3세계는 핵을 무기로 쥐었다. 당연히 미래는 불투명하다. “세계는 거대한 소말리아가 되어가고 금융위기는 더 큰 연쇄반응을 일으킬 것이며 전쟁과 내란, 자연파괴에 시달릴 것”이다. 이 문제를 도대체 어떻게 풀 것인가. 누가 나서서 능력을 내보여야 하나. 미국인가 중국인가 아니면 유럽연합인가. 프랑스의 자존심이라는 세계적 석학 자크 아탈리(69·사진)가 답을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두 `아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전 지구적 세계정부`다. 한마디로 `국가경계를 허물어라`다. 책은 그 거대담론을 따라가는 긴 과정이다. 세계정부의 근거는 장구한 인류역사에서 찾았다. `세계를 지배하는 주체는 누구인가`를 시작으로 `이젠 누가 지배해야 하는가`를 따지고 든다. 아탈리에 의하면 누구를 권력주체로 세울 것인가를 고민한 건 인간이 사고능력을 가진 순간부터다. 그 `패권`을 그는 고대 신권부터 로마제국을 거쳐, 중세와 현대까지 연대기로 나열한다. 드디어 도착한 곳은 시장의 힘으로 `세계의 중심`이 꾸려지는 지점이다. 자본주의 헤게모니로 장악되는 `패권`이 형성된 거다. 역사를 통해 그가 얻은 패권의 성립요건은 하나다. 군대로든 돈이로든 `그 당시 가장 큰 통신망`을 갖고 있느냐 여부다. 이 기준에서 볼 때 미국은 얼마간 권좌를 유지할 수 있다. 최첨단 무기와 기축통화로 무장한 덕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쇠퇴할 것이다”. 예측은 쉽다. 더 빨리 크는 나라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 후보는 중국. 인구파워에 힘입어 군사력도 증강할 것이다. 기축통화 자리도 넘볼 수 있다. 하지만 한참 뒤의 일이다. 예전 영화를 누리던 1800년대 세계 GDP에서 차지하던 비율은 2100년이 돼야 회복될 것으로 진단했다. 설사 패권을 쥔다 해도 지구촌 수십억 인구의 연대를 도모할 힘도 돈도 없다. 제 식구 다스리기에도 벅차다. 아탈리가 생각한 세계정부는 인류 전체의 이익을 돌봐야 한다. 다국적으론 부족하다. 초국가적이어야 한다. 권력을 잡는다는 측면에서 세계정부를 생각해도 안 되고 기존 권력기구에 편입된 모양도 아니다. 이쯤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문제는 과연 그 세계정부가 제대로 기능할 것인가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전략을 거론했다. 법치주의를 기본으로 각 국가가 독립적인 연방정부를 구성하며, 시민운동가·철학자·SNS의 주체들까지 포함한 하이퍼유목민의 초국경적 역할을 끌어내고, 예산·군대·경찰은 물론 `세계 삼부회`까지 갖춘다. 하지만 아탈리 자신도 이 역설이 품은 이상향을 부인하진 않았다. “실현가능하려면 실현가능하다고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는 후기까지 달았다. 세계 경제권력 향방에 관한 이 거대한 그림틀을 서울에서 아탈리가 직접 그린다. 이데일리가 개최하는 `세계전략포럼`을 통해서다. 6월12일과 13일 양일간 열리는 포럼에서 아탈리는 첫째 날엔 마이크 무어 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좌담을, 둘째 날엔 `더 나은 미래와 자본주의의 길`이란 주제로 강연을 한다. 거장다운 스케일로 키운 세계정부, 그 구상과 실행에 대해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기회다. 
2012.04.27 I 오현주 기자
"게으른 흑인에 왜 돈 줘야 하나"
  • "게으른 흑인에 왜 돈 줘야 하나"
  •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19일자 35면에 게재됐습니다.[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여기 두 가지 선언을 보자. 하나는 “복지는 반노동적이고 반가족적이다. 가난한 자들의 처우로는 불평등하고 납세자의 세금만 낭비한다.” 또 하나는 “복지는 마약이고 인간정신의 미묘한 파괴자다. 지속적인 보조금 의존은 도덕적 붕괴를 유발하고 국가의 정신력을 파괴한다.” 이 주장·주의가 어디서 나왔다고 생각하는가. 미국이다. 앞은 카터 대통령, 뒤는 루스벨트 대통령이다. 미국인은 복지를 기피한다. 아니 혐오한다고 한다. 미국에선 단 한 번도 복지가 인기를 끈 적이 없다. 도대체 왜? 내세운 연유는 그럴 듯하다. 자신들이 지향하는 작은 정부의 소신을 깨야 하고, 개인의 자유에 부딪치며, 사회구성원이 져야 할 책임감에 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복지는 역사상 미국인들의 신념과 가장 치열하게 충돌해온 가치다. 그러나 미국에도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가난한 이들이다. 빈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는 그래서 복지와 자주 충돌해왔다. `복지는 곧 빈민구제`라는 인식 때문이다. 바로 이곳이 미국식 `선별적 복지`가 형성되는 원천인 동시에 한계가 싹트는 지점이다. 미국인들이 복지를 싫어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자격 없는 빈곤층에게 보상하는 프로그램”이라 여겨서라는 게 일반적 `설`이다. 정말 그처럼 싫어할까. 사회학을 전공하고 미국 프린스턴대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가 그 `설`에 의문을 품었다. 미국인의 `부정적 복지관`의 배경을 한번 따져보자는 거다. 그렇게 복지를 비딱하게 바라보는 가장 큰 이유로 저자가 찾아낸 건 뜻밖에도 `인종차별적 고정관념`이다. 미국 대중들은 직업윤리에 헌신하지 않고 `그저 놀고먹는 복지수혜자`에 흑인 다수가 속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가 볼 때 “그건 당신의 편견”이다. 실제 복지수혜자 중 흑인은 36%에 불과했고 빈곤층에서조차 흑인은 27%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흑인에 대한 냉소적 시선이 `흑인은 게으르다`는 믿음으로 확장돼 복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했다는 주장이다. 언론도 그 편견에 단단히 한몫을 했다. 1960년대부터 수십년 간 `타임` `뉴스위크` 등 미국 대표 시사주간지에 실렸던 빈곤층 보도사진을 보니 흑인이 등장하는 비율이 무려 57%에 달하더라는 거다. `무조건 복지가 싫다`가 왜곡이었다는 건 또 다른 조사를 통해서 끌어냈다. 여기서 압도적(96%) 미국인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직업훈련과 교육, 탁아를 더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더란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절대반대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이 부분은 앞으로 미국인이 복지와 직접 연결된 빈곤퇴치의 확대를 지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책은 인종편견과 대중매체의 동조, 정부의 빈곤퇴치 정책이 빚어낸 미국 복지정치의 메커니즘을 깔끔하게 빼냈다. 여기서 챙길 것은 신자유주의 선두주자인 미국이 고수하고 있는 복지철학의 `완고하고 뿌리깊은 골`이다. 정치사회적 격변에도 불구하고 한 세기가 다 되도록 부정적 복지관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다만 포커스를 맞춘 건 복지정책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바라보는 대중의 관점이다. 결론은 이렇다. 흔히 믿고 있는 것처럼 미국인의 경제적 이기심이나 개인주의가 그들의 복지를 밀어내지는 않았다는 것. 미국이 30년 전보다도 높아진 빈곤율을 잡는 데 계속 실패한다면 그건 정치 탓이지 대중 탓이 아니라는 논지다.
2012.04.20 I 오현주 기자
글로벌 기업만 배 불리는 공정무역
  • 글로벌 기업만 배 불리는 공정무역
  •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12일자 32면에 게재됐습니다.▲ 좁고 위험한 광산에서 주석을 캐내는 콩고 광부들. 주석은 과자나 담배, 음료의 포장재료로 쓰인다. 광부들을 따라 탄광에 들어간 저자 코너 우드먼은 자본주의의 그늘이 드리운 한 `공정무역`은 결코 이들을 돕지 못한다고 폭로한다(사진=갤리온).[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우연이었다. 커피를 마시다 대단할 것 없는 문구가 한 남자의 눈에 확 꽂힌 것은 말이다. `당신이 마신 이 커피가 우간다 농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줍니다.` 확신에 찬 그 문구 옆엔 공정무역재단의 로고와 슬로건도 선명하다. `제3세계 생산자와 공정한 거래를 약속합니다.` 순간 의심이 생겼다. 과연 그럴까.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그후 1년여, 커피를 마시던 그 남자는 세계서 위험하다고 소문이 난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공정무역 상품들의 생산과정을 역추적했다. 책은 그 불편한 진실에 대한 고발이다. BBC 통신원, `인디펜던트`지 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저자는 한때 수십억대 연봉을 받는 애널리스트였다. 파산한 회사의 구조조정 일을 하다 회의가 생긴 그는 직장을 때려치우고 세계 자본주의 시스템이 실제 어떻게 움직이는지 체험에 나섰다. 전작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가 먼저 나왔다. 전 재산을 걸고 세계 상인들과 한판 대결을 벌인 일화가 묶였다. 이번 여행은 그가 꾸린 두 번째 가방이다. 니카라과 해안에서 중국 폭스콘 공장을 거쳐 콩고 탄광까지 찾아간 저자가 알려한 것은 공정무역으로 포장된 자본주의의 현실이다. 그런데 들여다볼수록 또렷해지는 점이 보였다. 공정무역 시장은 커졌다는데 왜 밤낮 없이 일하는 생산자들은 더 가난해지는가. 이들 가난과 직접 연결되는 매개자는 글로벌 대기업이었다. 윤리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상품을 판매한다지만 직접 목격한 장면은 `아니올시다`였다. 대기업의 공정거래 윤리선언이 어긋난 것은 가장 단순한 해산물 유통경로에서 바로 드러났다. 바닷가재가 주요 메뉴인 세계적 레스토랑 체인점의 유통망을 거스르자 니카라과의 한 어촌마을이 나왔다. 바닷가재가 팔릴 때마다 주민들은 사선에 내몰렸다. 심해의 수압 때문에 혈관이 손상되는 잠수병에 시달리는 이들의 벌이는 하루 고작 2000원 남짓이었다. 첨단 스마트폰과 IT 기기들을 거꾸로 따라가보니 중국 폭스콘 공장이 나왔다. 2010년 한 달 새 16명의 노동자가 자살한 곳이다. 타이어나 신발 같은 고무제품의 추적지엔 라오스의 밀림이 있었다. 밀림을 밀어내고 고무나무만 빽빽하게 심은 시골마을에 대기업의 목소리가 울린다. “우리는 자연친화적인 개발을 하고 있다.” `공정무역으로 돈 버는 이는 따로 있다`는 실태는 가까운 데서 찾아냈다. 영국 맥도날드다. 여기엔 묘한 거래관계가 있다. 공정무역재단은 로고를 팔고 대기업은 그것을 사들여 마케팅에 이용하고 있던 거다. 공정무역의 커튼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본주의의 잔인함은 오히려 더 컸다. 그렇다면 이 가혹한 자본주의에서 다같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그 싹은 결국 현장에서 발견했다. 코트디부아르 면화 생산 농장과 상생 경영을 하는 대기업 올람이다. 이들은 공정무역보다 최고의 품질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투자방식을 취했다. 사업적 성과와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확보는 `똑똑한 이기주의`. 이것이 저자가 끌어낸 답이다. 누구든 오늘도 공정무역 상품을 샀다. `의식 있는 소비자`란 위로도 받았을 게다. 하지만 상품 생산자를 가난으로 모는 책임에서 소비자도 자유로울 수 없다. 대기업은 스스로 착해지지 않는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어떤 기업이 윤리적 상품판매를 시작한다고 할 때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외침. 의식이 있는 데다 현명하기까지 한 소비자가 칼자루를 쥐어야 한다는 말이다.    
2012.04.12 I 오현주 기자
배려의 경제가 행복을 준다
  • 배려의 경제가 행복을 준다
  •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05일자 32면에 게재됐습니다.[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이제 인간은 창조된 이후 처음으로 진정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벗어난 자유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복리와 과학이 안겨준 여가로 어떻게 현명하고 즐겁게 살 것인가.” 케인스의 예측은 맞았다. 80여 년 전인 1930년 그가 발표한 `손자세대의 경제적 가능성`은 이제 우리 몸에 딱 붙는 현실이 됐다. 먹고사는 일이 절박했던 대공황을 넘어선 혜안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미 `증손자세대` 쯤이 된 지금에도 경제적 압박은 인간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사안이다. `국가의 드러난 부`인 국내총생산(GDP)으로 환산되는 번영의 가치 말이다. 그렇다면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숨겨진 부`가 뭐냐는 거다. 간단하다. GDP에는 잡히지 않는 사회적 자본이다. 그 부를 거론해야 하는 까닭도 복잡하지 않다. 국민의 행복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이 논제는 경제성장으로 축적한 국가의 부가 정말 국민을 행복하게 하느냐를 꼬집는 첫 단추인 셈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사회정치과학부 교수를 거쳐 노동당과 보수당에서 정책 입안자로 활동했던 저자의 논지는 한마디로 `국민의 행복` 운운하며 GDP에 목숨 걸지 말라는 거다. 국민의 행복이란 건 결코 GDP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역설한다. 이를 위해 끌어온 건 `이스털린 패러독스`. “국가경제의 성장이 개인 행복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단순치 않다. GDP가 성장해도 국민이 행복해지지 않는다면 도대체 정책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 건가. 그 매듭을 저자는 `사회불평등 완화` `시민 간 연대의식 강화`로 푼다. 그리고 다소 파격적인 방안을 꺼낸다. 개인 성과급제를 피하고, 성년이 된 청년들에게 자본금을 일괄 지급하며, 자녀가 아닌 손주나 증손주에게 상속하도록 유도하고, 서비스나 물품을 교환할 수 있는 보완적 화폐를 만들어낸다 등이다. 핵심은 한곳에 모인다. 국가의 부는 경제성장률보다 사회규범과 구성원 간 신뢰 같은 사회적 자본으로 쌓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막연한 얘기가 아니다. 시장서 제값 주고 물건을 사고, 빌려준 것이 제때 돌아오고, 열심히 일하면 나은 미래가 보장될 것을 의심치 않게 하는 거다. 이때 만들어지는 것이 `연대적 복지`다. 누구나 하루의 많은 부분을 GDP에 포함되지 않는 영역에 쓰게 되는데, 그런 활동이 이뤄지는 범위가 확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배려의 경제`를 키우자는 말이다. 눈치 챘겠지만 여기엔 전제가 깔렸다. 사회는 혼자 사는 곳이 아니란 인식이다. 가족·친구·동료 등 나와 관계를 맺은 일원이 다 들어 있다. 그래서 관계는 `배려의 경제`에 기본이다. 가령 그 안에선 친구를 위해 선물을 산다든가, 동료에 대한 신의 때문에 직장을 옮기지 않는 행동, 싼 가격을 포기하고 지인에게서 물건을 사는 일 등이 수시로 이뤄진다. 그리고 이것이 `진짜 경제`의 상당 부분을 이루고 있는 알맹이라고 말한다. 참으로 일관되게 낙관적인 것도 책의 특징이다. 안 될 땐 어떡하나 따위로 속 끓일 고민은 일단 접어뒀다. `배려의 경제` 하나면 환경·빈부격차·실업·경제위기쯤 북어 엮듯 한 쾌에 해결할 수 있단 입장이다. 이상론이 드세지만 시사점도 적잖다. 한국사회서 요즘 같은 선거철만큼 `국민의 행복`을 요란하게 들먹이는 때도 없다. 그런데 그들의 국민 중 누가 행복하다 하는가. 더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더 행복해지는 것으로 패러다임을 뒤집어야 할 이유가 설득력을 얻는 시점이다.  
2012.04.06 I 오현주 기자
최평규 S&T그룹 회장, 경영에세이 출간
  • 최평규 S&T그룹 회장, 경영에세이 출간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S&T그룹의&nbsp;33년 창업역사를 담은 경영에세이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웅진리더스북)이 지난 2일 출간됐다.이 책의 저자인 최평규 S&T 그룹 회장은 1979년 7명의 직원으로 ‘삼영기계공업사’(이하 ‘삼영’)를 설립해 열교환기와 발전설비 분야의 기술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발전시켰다. &nbsp;최 회장은 ‘삼영’의 성공적 경영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S&T중공업(舊 통일중공업), S&T모티브(舊 대우정밀), S&T모터스(舊 효성기계) 등을 차례로 인수해 경영정상화를 이뤄냈으며,&nbsp;국내외 22개 계열사를 가진 중견그룹으로 성장시켰다. 최평규 회장의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는&nbsp;‘기술보국’의 창업정신으로 철저한 현장경영과 소통경영을 실천하면서 해묵은 분규사업장과 만성적자기업을 어떻게 변화시켜 왔는지&nbsp;조명하고 있다. &nbsp;특히 한계에 다다른 국내 제조업을 유지하고 고용을 창출하기 위한 해법은 현장과 소통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한국의 기계공업이 세대를 이어 더욱 발전해가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nbsp;대화체로 엮었다. 소설가 이문열씨는 서평에서 “새롭게 다가오는 그의 기업가적인 면모에 감동을 넘어 은근한 압도까지 느낀다”며 “사업은 돈이나 요행이 아니라 가치와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그의 신념에 관해서는 언뜻언뜻 들은 기억이 있지만, 기업이 그의 인생을 연마하는 도량(道場)같다는 느낌은 이 글을 통해 처음 받는다”고 평했다.경제평론가 공병호 박사는 “이 책은 독자들에게 신발끈을 한 번 더 조여매고, 자신의 분야를 개척해가겠다는 결의를 심어주도록 독려한다”며 “척박한 환경 속에서 창업해 기업을 재건시키고, 지금의 S&T그룹을 일궈낸 과정은 한 편의 장대한 드라마와 같다”고 찬사를 보냈다.&nbsp;
2012.04.03 I 김현아 기자
지금이 바로 부자 될 찬스
  • 지금이 바로 부자 될 찬스
  •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29일자 35면에 게재됐습니다.[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검소하게 살아라, 예산을 세우고 퇴직연금에 가입하라, 저축하라, 부채를 없애라, 가능한 한 더 오래 일하고 늦게 퇴직하라.”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금융생활의 절대법칙. 2011년 1월 미국 `투데이쇼`에서 `컨슈머리포트`지 한 기자가 출연해 `황금조언`이라고 귀띔한 내용도 역시 똑같았다. 그런데 이 법칙이 앞으로 10년 동안에도 계속 먹힐까.천만의 말씀이다. 만약 이 충고를 성실히 이행했다면 엄청난 손실을 면치 못할 것이다. 경제부침 여파와 높은 세금에 허덕일 것이며 인플레이션으로 곤란을 겪을 것이다. 주식폭락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더 큰 손해는 앞서 본 “세상에서 가장 나쁜 금융조언 5가지”를 답습하다가 부를 창출할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거다. 금융상식을 이처럼 통째 흔들어버린 이는 세계서 가장 많이 팔렸다는 재테크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바로 그 저자다. 그가 말하는 `앞으로 10년`은 세계 경제위기의 2막에 진입하는 시점이다. 10년 내 산업화 시대가 완전히 끝나면서 평생 고임금을 받는 직업, 노동조합의 보호, 죽을 때까지 지급되는 은퇴연금 같은 건 깡그리 사라진다. 그러나 그 위기가 부의 대전환을 이룰 적기이기도 하다. 나쁜 금융조언을 대체할 `지식·세금·부채·위험·보상`이란 다섯 가지 키워드를 숙지한다면 말이다. 다섯 가지 키워드는 부자와 보통 사람을 가름하는 차이를 만든다. 키워드를 알고 모름에 따라 불공정한 경쟁우위(unfair advantage)를 차지하느냐 못하느냐가 결정된다는 말이다. 가령 누군가 물었다. “좋은 직장에 취직해 저축하고 집을 사고 부채서 벗어나고 주식과 채권 뮤추얼펀드에 장기적으로 분산투자했다. 그런데 뭐가 문제인가.” 답은 세금이다. 열심히 일해 더 많이 벌수록 세금도 늘어난다. 봉급생활자들이 세금을 적게 내고 싶으면 소득을 줄이면 된다. 하지만 벌면서도 세금을 적게 내고 싶다면 소득 종류를 어서 바꾸는 게 상책이라 했다. 또 많은 사람들이 `부채`로 어려움을 겪는 까닭을 `부채를 사기 위해 빚을 져서`라고 설명한다. 이는 부자들이 자산을 사기 위해 빚을 지는 경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자산과 부채를 결정하는 기준은 소유한 품목이 아니다. 현금흐름의 방향이다. 현금이 주머니로 들어오면 자산이 되고 빠져나가면 부채가 되는 것이다. 투자라는 건 결국 `위험`을 관리하는 눈이란 것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저 피하는 것이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아니다. 최선은 위험의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래서 위험의 반대말은? 통제다. 결론은 `금융교육`으로 모았다. 금융위기는 현실세계와 동떨어진 교육제도서 비롯됐다고 단언한다. 다섯 개 키워드 모두는 그래서 금융교육과 연결돼 있다. 위기의 10년을 앞두고 가장 절실한 건 금융교육에 대한 투자라고 누누이 강조한다. `원숭이 잡는 법`을 비유로 내놨다. 작은 구멍이 있는 나무 안에 과일과 호두를 넣어둔다. 이윽고 나타난 원숭이가 구멍 속에 손을 넣는다. 그러나 과일과 호두를 움켜쥔 원숭이는 손을 빼지 못한다. 그만 함정에 빠진 거다.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을 치지만 원숭이는 결코 과일과 호두를 포기하지 못한다. 원숭이는 이때 잡을 수 있다. 사람은 원숭이와 다른가. 아니다. 움켜쥔 것이 직업·자산·돈이란 것이 다를 뿐이다. 구멍 안 그들의 배반이 시작되기 전 어서 조치를 취하란 얘기다.
2012.03.30 I 오현주 기자
`복지한국` 미국 말고 유럽을 보라
  • `복지한국` 미국 말고 유럽을 보라
  •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22일자 35면에 게재됐습니다.[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고용 없는 성장,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몰락, 양극화, 은행 민영화와 해외매각 그리고 FTA까지. 한국경제를 곳곳에서 막아선 이 문제들의 부모는 같다. 신자유주의. 의도했든 아니든 그 자식들이 됐다. `좋다 나쁘다`로 세상일을 편 갈라 보는 사람들은 이를 두고 또 이렇게 말한다. 신자유주의는 나쁘고 자유주의는 좋다. 과연 그런가. 2005년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펴낸 3인이 다시 뭉쳤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운영위원, 이종태 `시사IN` 경제·국제팀장. 7년 전 금융자본주의 폐단, 복지국가 대안 등으로 반향을 일으켰던 논의를 더 키웠다. 산더미 같은 난제를 품은 한국경제에 직설화법으로 던진 대담을 묶었다. 신자유주의의 허점과 과오를 낱낱이 뽑아내는 길목에서 저자들은 우선 한국이 혼동하는 `자유주의`를 들춰냈다. `자유(liberal)`란 어감에 말려 자유주의를 마치 진보인양 착각하지 말라는 경계다. “자유주의도 근본적으론 시장주의”라는 거다. 자유주의가 가진 본질적 위험성은 신자유주의와 다르지 않단 말이다. 그런데 착각은 고스란히 드러나는 중이다. MB정부의 우파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발이 앞서 이미 실패로 검증된 좌파 신자유주의로 회귀할 조짐이다. 물론 비틀린 경제상황의 원인은 주주 자본주의와 금융자본에 주도권을 넘긴 우파가 제공했다. 그렇다고 경제민주화나 재벌해체로 되돌리는 건 답이 아니란 지적이다. 저자들의 핵심은 우파든 좌파든 신자유주의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안은? 복지다. 우파 신자유주의의 실패는 좌파 신자유주의가 아닌 복지국가로 바로잡으란 거다. 경제·사회 현안들에 비판과 처방을 쏟아냈다. 하지만 다다른 곳은 한 자리, 복지다. 마침 총선·대선 바람을 타고 마치 모든 장애를 처리하는 `마스터키`처럼 거론되는 `닥치고 복지` `왜곡된 복지`에 제동을 건다. 일단 개념이다. 복지는 공짜나 무상이 아니다. 육아·교육·의료 등을 세금으로 싸게 공동구매하는 것이다. 가격을 낮추고 질을 끌어올리는 장치란 얘기다. 더구나 가난한 이들만을 위한 제도란 생각은 아예 버리는 게 좋다. 그래서 빈자들만 골라 시혜 주듯 지원하는 미국식은 아니다.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유럽식을 지향해야 한다. &nbsp;그렇다면 세금은 어떻게 되나. 당연히 늘어난다. 세금 증액 없는 복지란 공허한 구호라고 못 박는다. 그러나 세금을 단순히 정부에서 갈취하는 돈으로 여기는 건 잘못이다. 부담이 아니라 혜택이 느는 것이라 했다. 책이 인쇄되는 동안 한·미 FTA가 발효됐다. 그 시기에 임박해 저자들은 노동자와 농민에게 필연적으로 돌아갈 폐해를 언급했다. “시장개방으로 농업이 불리해질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가뜩이나 취약한 서비스업이 시장개방으로 경쟁력을 키울 것이란 논리는 어떻게 가능하냐”고 꼬집는다. 그리고 “가장 좋은 FTA 대책 역시 복지국가”란 결론을 낸다. 복지 강화로 그 악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제제기도 복지, 해결방법도 복지다. 깊이보단 산적한 현안들을 아울러 복지란 궁극의 방향으로 몰고가는 데 집중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가 따로 가는 것이 아니란 역설도 그 선상이다. 유럽식 보편적 복지의 확대가 결국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라 했다. 보수와 진보 양쪽을 향해 날선 칼날을 세웠다. 7년 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먹고 사는 일이 바쁜데 복지가 뭐냐`던 분위기는 그새 완전히 바뀌었다. 저자들은 이제 `이래도 복지국가가 이상주의기만 한가` 되묻고 있다.&nbsp;
2012.03.23 I 오현주 기자
"중국 공산당은 神이다"
  • "중국 공산당은 神이다"
  •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08일자 35면에 게재됐습니다.[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장면 하나. 중국 최대 대형가전 제조업체인 하이얼을 이끄는 장루이민 회장에게 물어봤다. 그는 1984년 파산 직전 하이얼에 취임한 CEO면서 사내 당 서기였다. “당과 사적 이윤 간에 이해상충이 생기면 어떻게 해결하십니까.” 대답은 쉽게 돌아왔다. “내가 나 스스로를 하이얼의 당 서기로 임명했는데 내가 나 자신과 갈등 빚을 일이 뭐가 있겠나.” 통계 하나. 2009년 세계은행이 보고서를 냈다. 1981∼2004년 세계 개도국의 빈민 수가 15억에서 11억으로 감소했다는 내용이었다. 눈여겨볼 것은 중국 집계. 같은 기간 중국 빈민 수는 5억이 줄어 있었다. 바꿔 말하면 지난 20여년간 중국은 홀로 세계 빈민층을 줄여놨다는 뜻이다. 이 두 가지 사실에 걸쳐진 공통분모가 있다. 중국 공산당이다. 국가와 사유기업 간 밀착관계를 만든 데도 부자와 빈자를 늘리고 줄이는 데도 `당`이 있었다. 중국 공산당은 세계서 가장 크고 성공적인 정치조직이다. 중국의 전부를 움직이는 그 지배원리는 이렇게 정리된다. “나는 할 수 있고 너는 할 수 없다. 네가 못하므로 내가 한다.” 당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는 뜻이다. `파이낸셜타임스` 워싱턴지국장으로 있는 저자가 정부와 법, 언론과 군사 위에 군림하는 중국 공산당을 속속들이 헤집었다. 2009년 당원 7500만명을 넘긴 이 거대한 조직은 중앙정부의 최말단을 비롯해 티베트·신장의 작은 마을에까지 국가통치기관 이상의 파워를 내뿜고 있다. 물론 입법·사법·행정이란 서방의 3권 분립을 중국도 갖췄다. 당·정·군이다. 하지만 이 전부를 장악한 기관은 하나, 공산당이다. 저자는 중국 공산당이 18세기 영국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설계한 원형감옥과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간수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죄수들을 감시할 수 있는 구조가 기본 시스템이다. 그처럼 “당은 신과 같다. 보이지 않고 접할 수 없지만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렇다면 중국 공산당의 법통성은 어떻게 유지되는가. 저자는 경제에서 답을 찾았다. 경제성장은 중국에서 당을 지탱하는 축인 동시에 세계서 진행하는 다양한 사업의 버팀목이란 데 방점을 찍는다. 중국에선 “당이 사업가와 손을 잡으면 사회주의에 해가 되기는커녕 구원이 되더라”는 거다. 시장개혁을 도입한 30여년간 중국 몰락을 추측하는 시나리오가 없던 것도 아니다. 특히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했던 때 서방 다국적기업들은 중국 경쟁사를 휘저으며 노골적으로 약점을 들춰냈다. 가장 그럴듯했던 것이 금융위기로 인한 몰락이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이 열리자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서방은 침체에 빠져 버둥거리는 중이고 중국은 부상의 날개를 펄럭이고 있다. “중국은 비서방세계가 반드시 서방의 발자취를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저자는 2009년 10월 `환구시보` 사설을 인용, 중국이 다른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처럼 무너져갈 거란 예측이 깨진 서방의 당혹감을 대신 전했다. 그리고 애써 서방의 편견이 저질러온 그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 중국 공산당과 지도자들은 처음부터 서방을 닮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서방은 이제야 깨달았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 성장모델이 지금처럼 지속될 수는 없을 거라 내다봤다. 당이 투자로 얻은 이익을 인민들에게 얼마나 어떻게 내줄 것인가가 향후 경제개혁에 절대변수가 될 거란 판단에서다. 그러나 중국이 쓰러지든 더 큰 위세를 떨치든 그 변화에 따라 세계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데는 이견을 달지 않는다. 게다가 아프리카의 원유를 탐사해도 첨단 휴대전화의 표준을 만들어도 반드시 중국과 경쟁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벌어질 모든 세계 논쟁의 핵엔 늘 중국이 있을 거란 말이다. 당연히 그 중심엔 자신들 방식으로 세계에 치솟겠다고 선언한 중국 공산당이 있다.
2012.03.08 I 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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