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렬
  • 영역
  • 기간
  • 기자명
  • 단어포함
  • 단어제외

뉴스 검색결과 67건

  • [미리보는 이데일리 신문]권영세·나경원도 불안하다…한강벨트 안갯속
  •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다음은 4일 자 이데일리 신문 주요 기사다.△1면-권영세·나경원도 불안하다…한강벨트 안갯속-나프타도 코코아도 무섭게 올라…원자재 사고 나면 남는 게 없다-대만 25년 만에 최악 지진…TSMC 일부 가동 중단-손보 1위 삼성화재 은행서 보험 안 판다-[사설] 파란불 켜진 수출·무역수지, 문제는 내수 살리기다-[사설] 여론조사 공표 금지…부작용 큰 깜깜이, 왜 고집하나 △종합-자체제작 ‘정당송’ 배포했지만…유권자 귀에 쏙쏙 ‘트롯’이 최고-맞벌이 학부모 “늘봄 좋아요”…참여 초교 한달새 97곳↑△고물가 시대 생존 안간힘-‘못난이 사과’ 오픈런하는 주부…김·멸치 반찬 빼버리는 식당-삼성 ‘모바일 AP’매입액 1년새 30% 껑충△총선 D-6 격전지 여론조사-이재명 53.5% vs 원희룡 41.5%…‘명룡대전’서 李, 오차범위 밖 우세-‘20~40대’ 류삼영, ‘60대 이상’ 나경원…50대 표심이 승부 가른다-4년 만에 리턴매치…민주 강태웅 47.3% vs 국민의힘 권영세 45.2%-‘보수 텃밭’서 앞서 가는 野 이광재…그 뒤 쫓아가는 與 안철수-‘아빠찬스 논란’ 민주 공영운 44.5%…이준석 28%, 한정민 20.7%△총선 D-6 격전지 여론조사-거대 양당과 어깨 나란히 한 조국혁신당…수도권서 압도적 3위-20대 16% “상황 따라 지지후보 바꿀 것”-국민 절반 사전투표 예고에 촉각 “야당에 유리” vs “상황 달라져”-尹에 등 돌린 수도권 민심…열명 중 여섯 “지지 안 해”△종합-TSMC, 6시간 생산 중단에 800억원 손실…공급망 차질 우려-“팔수록 손해”…손보사, 방카슈랑스 ‘엑소더스’-D램 끌고 낸드 밀고…삼전, 코스피 상장사 역성장 끝낸다-반도체 인력유출·의대증원에 서울대, 해외 인재 영입 ‘시동’△정치 -이재명 “국힘은 4·3학살 후예”…한동훈 “제주 아픔 정치적 이용말라”-“아직 결정 못 했어요”…춘천갑 승부 2030이 가른다-“北 독자제재 포괄하는 법안 발의할 것”-“행정 아닌 전략 중심, ‘외교 개혁’ 앞장”-‘北 신형 미사일 뻥튀기’ 들통…합참 “비행거리 과장해 발표”△경제-아메리칸 마인드라며 회식서 입맞춤…2금융사 노동법 위반 ‘수두룩’-K조선 수주액 3년 만에 1위 탈환-힘 못쓰는 원화…‘환율 1300원’ 새 기준으로-가스공사, 17년 전 모잠비크 투자 성과…해외 자원사업 박차△금융-이복현 “주택구입 목적 사업자 대출, 명백한 불법”-‘24시간 트레이딩’ 하나 딜링룸 2.0시대-“롯데카드 안받아요”…중소마트, 가맹점 해지 행렬-이병래 손보협회장 “시니어·임산부 보장 실손 늘릴 것”△글로벌-‘역성장 쇼크’ 테슬라…中 저가공세·美 시장 둔화에 첩첩산중-‘민주당 텃밭’ 뉴욕 유권자들 “트럼프 재선 끔찍”-금리 인하 신중한 연준위원들 “달러·엔 환율 160엔” 전망도-유럽항공사 밀어내고…아시아노선 장악하나 ‘오일머니’△산업-한화, 동종사업 통합·재편…전문성 강화-혁신은 기대 넘어선 경험 고객에 주는 것-배터리 부진 SK이노베이션, 정유로 만회한다-“AI가전, 누가 시작했냐보다 가치 제공이 더 중요”-HD현대마린솔루션 “5년 내 매출 2배로 키울 것”-상의 국제통상위원장에 이계인 포스코인터 대표△ICT-AI, AI, AI…네·카오 조직개편 방점-“갑작스레 최대주주 바뀐 KT 리스크 줄이려면 밸류업 집중”-서울 2인가구, 온라인 쇼핑보다 편의점 국내서 유일하게 합성데이터 생성-“출연연 물리적 구조조정 없지만 효율화 필요…상반기 내 혁신안 마련”△제약·바이오-세계 최초 췌장암 진단키트 출시 임박…K바이오 쾌거-AI기반 신약플랫폼 기술로 합성신약 개발 속도-HLB그룹 3개 계열사 美학술대회서 성과 기대-오늘 주총 이후 첫 이사회…한미사이언스에 쏠린 눈△과학카페-위성 궤도 예측해 교통사고 예방…‘우주 속 CCTV’, 美도 주목-스페이스X가 쏘아올린 ‘위성 홍수’ 시대…발사 횟수 제한 움직임도△증권-테슬라 쇼크…방전된 배터리주-KB증권, 채권돌려막기 피해고객에 자율배상 추진-美 금리인하 멀어지나…힘빠진 반도체-AI로 2차전지 결함 검사…현대차·LG엔솔 등 고객사-KB운용 ‘코스피200 위클리 커버드콜’ 첫 월배당 지급△부동산-잠실5단지, 최고 70층·6491가구로 재탄생-‘압구정 앞’ 금호 공공재개발 좌초 위기-삼성 E&A·GS건설, 사우디서 ‘10조원 잭팟’-LH, 3조 들여 유동성 위기 건설사 토지 사들인다△엔터테인먼트-비어있는 수장자리, 쪼그라든 정부 지원…위기의 BIFF-중국 내 이야기서 인류의 보편적 스토리로 확장 ‘인기몰이’-엔터브리프△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감수성이 명품 과자를 만들죠” 밤양갱 회장님의 예술 예찬-대표제품 계속 업그레이드 중 정중동 전략으로 고물가 극봅△피플-소설가 한강 등 삼성호암상 영예…여성 수상자 역대 최다-“죽음으로 본 삶, 한국무용으로 풀었죠”-“우연히 꿈 마주친 윤이선과 공통점…항상 진실하게 연기할 것”-김동철 “국민 눈높이 맞춤 조직 혁신 속도”-우리銀·SH공사 청년주택공급 확대 한뜻-한국광고학회장에 최세정 고려대 교수-신보·기업은행, 중기 혁신 생태계 조성 맞손-[인사가 만사]-[명복을 빕니다]△오피니언-[이근면의 사람이야기]3無 국회,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도서관에서 만나요, 우리 모두의 미래를-[e갤러리] 고슈가 ‘우주를 탐험하며 굉음 속에서 꽃꽂이를 하는 오타쿠’△전국-이동환 고양특례시장 “저출생 극복, 지자체도 팔 걷어야”-윤환 인천 계양구청장 “계양, 국제 야경도시로 키울 것”-12ha 산나물 재배단지·명품숲…관광객 불러모아-동대문 새빛시장 합동단속 명품위조상품 854점 압수-신소재개발·친환경인증…경기도, 섬유기업 맞춤지원△사회-하루 수십억 적자에 건보 선지급제 요구…한계 몰린 병원들-식목일 대목은 옛말…건설경기 부진에 묘목 수요 실종-의대 신설 절실한 전남도 “목포대·순천대 중 선정”-“연금개혁안, 기금고갈 7~8년만 늦춰…보험료율 15% 올려야”-보호구역 방치 땐 전동킥보드 견인
2024.04.03 I 이용성 기자
"롯데렌터카 직원이 국내 여행코스 추천해드려요"
  • "롯데렌터카 직원이 국내 여행코스 추천해드려요"
  •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롯데렌탈(089860)이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국내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롯데렌터카 직원이 추천하는 국내 여행지를 소개한다고 19일 밝혔다.(사진=롯데렌탈)롯데렌탈은 이달을 시작으로 6월, 9월, 12월까지 총 4회에 걸쳐 국내의 매력적인 관광지를 소개할 예정이다. 선정된 지역 관광지와 맛집, 카페는 롯데렌터카 통합앱과 홈페이지, SNS 채널을 통해 공개된다.첫 번째 지역은 부산이다. 롯데렌터카 부산KTX역지점과 해운대지점, 김해공항지점은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함께 부산의 봄을 만끽할 수 있는 세 가지 부산 여행 관광 코스를 제안한다.먼저, 블루라인파크에서 출발하는 해변열차를 타고 청사포 다릿돌전망대와 해동용궁사를 둘러본 후 아홉산숲에서 마무리되는 코스를 추천한다. 부산의 명소를 두루 둘러볼 수 있는 코스다. 눈 앞에 펼쳐지는 탁 트인 바다 전망과 함께 시간을 맞춘다면 일출 또는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두 번째 코스는 2023~2024년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송도용궁구름다리에서 시작되는 여정이다. 발 밑에서 넘실대는 파도와 기암절벽이 빚어내는 천혜의 경관을 감상한 후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아찔한 뷰를 자랑하는 송도 스카이워크,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송도 해상케이블카까지 타고나면 부산 바다의 정취에 흠뻑 젖을 수 있다.마지막 추천 코스는 통일신라시대부터 이어져 온 천년고찰 장안사다. 기장군에 위치한 장안사는 매년 봄이면 화려한 벚꽃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으로 부산 시민들의 봄나들이 장소로 사랑받아왔다. 무료 주차도 가능하다. 웨더아이가 발표한 2024년 부산 벚꽃 개화 시기는 오는 22일로 평년보다 약 6일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부산지역 현지 직원들이 직접 추천한 숨은 맛집으로는 △노포 분위기를 한껏 즐길 수 있는 송도 암남공원 내 조개구이 △면은 쫄깃하고 국물은 진한 쫄우동과 짭조름한 유부김밥 △살이 꽉 찬 손질된 돌게와 국물이 시원한 원조 돌게탕집 △40년 전통의 계란만두 달인이 운영하는 서동 미로시장의 분식집 등 부산만의 특색이 살아있는 식당 등이 꼽혔다. 식후 디저트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로는 △팥과 밤으로 꽉 차 있지만 달지 않아 맛있는 수제팥빵떡을 맛 볼 수 있는 곳 △얇은 떡 안에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의 조화가 매력적인 젤라떡집 △창 밖으로 열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전통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가향차집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한 기장의 뷰 맛집 카페 등이 선정됐다.부산에서 롯데렌터카를 빌려 여행을 즐기는 고객을 위한 프로모션 ‘오이소, 보이소, 타이소!’도 함께 준비했다. 다음달 18일까지 △부산KTX역지점 △해운대지점 △김해공항지점에서 중형(2.0)급 이상 차량을 1일(24시간) 이상 빌리면 대여료가 50% 할인된다. 네이버나 구글 리뷰를 작성하면 현장에서 5% 추가 할인이 적용돼 최대 55%를 할인 받을 수 있다. 이 프로모션에는 외국인도 참여할 수 있다.
2024.03.19 I 공지유 기자
비극까지 지켜낸 남한산성…굴곡진 성벽따라 역사 걷기
  • 비극까지 지켜낸 남한산성…굴곡진 성벽따라 역사 걷기[여행]
  • 남한산성을 찾은 등산객들[경기 광주=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남한산성’은 아름다운 산세와 유려한 성벽이 한데 어우러져 호젓한 걷기 여행이 제격인 수도권 명소다. 조선시대엔 수도 한양을 지키던 난공불락의 요새였지만 지금은 언제든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넉넉한 품을 열어두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은 겨울이 물러가는 시기에 맘 편히 다녀오기에 ‘안성맞춤’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200여 개에 달하는 문화재를 품은 산성의 옛이야기에 관심을 둬보자. 약간의 지적 호기심만 발휘하면 된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으로 ‘동거춘래(冬去春來)’ 여행을 떠나보자.◇적 공격에 맞서 47일간 사투 벌인 역사의 현장남한산성 성곽길을 걷는 등산객.1626년(인조 4년)에 축성을 마친 남한산성은 해발 480m가 넘는 험준한 지형에 구축된 철옹성이었다. 조선의 16대 왕 인조는 병자호란 당시 이곳에서 47일간 청나라의 공격에 맞섰다. 종당엔 내부 물자가 바닥나면서 투항했지만, 전력의 열세를 무릅쓴 항전이 가능했던 건 방어력을 극대화한 남한산성의 덕이 컸다. 지금도 직접 마주한 남한산성에선 험준한 산세와 어우러진 단단한 모습에서 든든함을 느낄 수 있다. 동시에 쳐들어온 적들의 난감했을 얼굴이 겹쳐 보이기도 한다.남한산성의 기원은 따져보면 거의 10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672년 통일신라 문무왕 때 쌓은 주장성의 옛터를 활용해 산성을 지은 것이라는 설이 우세하다. 실제로 남한산성 행궁 터에서는 발굴 중 통일신라 시대 기와와 석축이 출토되기도 했다.축성 10년 후인 1636년 병자호란 당시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신했다. 쫓기듯 급히 움직인 탓에 물자는 부족했고 병력도 열세였다. 네덜란드제 홍이포를 앞세운 청의 거센 공격을 47일 동안 견뎌내던 인조는 추위와 굶주림에 결국 성문을 열고 나와 삼전도에서 항복하기에 이른다.남한산성의 성곽 길이는 12㎞에 달한다. 단 하루 만에 주파하기 쉽지 않은 거리다. 산행 전, 현지 문화관광해설사의 집에 들러 등산객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를 묻자 바로 ‘1코스’라는 답이 돌아왔다. 산성로터리에서 출발해 북문~서문~수어장대~영춘정~남문을 거쳐 돌아오는 코스다. 걷기에 편하고 날씨만 좋으면 한눈에 서울의 전망을 볼 수도 있단다. 길이는 약 3.8㎞로 2시간이면 충분하다.2021년 해체·보수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11월 재개방된 남한산성 북문.산성로터리를 출발해 카페와 식당이 모여 있는 거리를 지나 450m 정도를 오르니 북문이 나타났다. 2021년 해체·보수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11월 재개방된 북문은 원형을 충실하게 살린 깔끔한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1779년(정조 3년) 개축하면서 북문은 전승문(全勝門)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다시는 전쟁에서 패하지 말자’는 의미를 담았다.남한산성 서문. 산성 4대문 중 규모가 가장 작다.북문에서 1㎞ 떨어진 서문부터는 성 밖으로 펼쳐진 탁 트인 전망을 즐기며 걸을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엔 서문 전망대에서 한강과 잠실 롯데타워, 멀리 남산까지 볼 수 있다.인조는 남한산성에 들어올 때 가장 크고 넓은 남문(지화문)을 통했으나, 청나라에 항복하러 갈 때는 가장 작은 서문으로 나갔다. 조선왕조 500년 역사상 가장 큰 비극을 묵묵히 내려다봤을 서문 앞에 서니, 좁디좁은 입구가 처량한 인조의 가슴을 더욱 움츠리게 했을 것만 같다.지휘와 관측의 군사적 목적으로 지은 수어장대.서문에서 700m 정도 내려가면 나오는 수어장대는 지휘와 관측의 군사적 목적으로 지었다. 장수가 지휘를 위해 높은 곳에 세운 건물을 장대라고 하는데 남한산성 장대 5곳 중 유일하게 남아 있다. 인조 때 단층이던 수어장대는 영조 대에 이르러 2층으로 개축하면서 지금의 화려함에 웅장함을 갖추게 됐다. 인조가 겪은 시련과 8년간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던 효종의 원한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영조가 지시해 걸어두었던 무망루(無忘樓) 편액은 수어장대 오른편 보호각에서 볼 수 있다.청량당의 전경수어장대 근처에는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3호인 청량당이 있다. 남한산성의 동남쪽을 책임졌던 이회의 넋을 위로하는 사당이다. 축성 당시 이회가 워낙 꼼꼼하게 쌓아서 기일 안에 공사를 끝내지 못했고 공사비도 부족했다. 공사비를 횡령했다는 누명을 쓴 이회는 참수형을 당했다. 이회는 처형 전, 자신이 무죄라면 매가 날아올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정말 매가 날아와 그의 죽음을 지켜보았다고 한다. 후에 누명이 벗겨지고 그가 쌓은 부분의 공사가 가장 잘 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운 그의 넋을 기리고자 사당을 지은 것이 청량당이다. ◇춤추듯 유려한 성곽 따라 쭉쭉 뻗은 청송남한산성 서문에서 남문으로 가는 길. 마치 용이 산을 감싼 듯한 모습이다.수어장대에서 남문으로 내려가는 길은 1코스의 하이라이트다. 콘크리트로 잘 닦인 도로 대신 성곽을 따라가면 산등성이를 감싸며 춤을 추는 듯 유려한 곡선을 뽐내는 성벽이 쭉쭉 뻗은 푸른 소나무와 어우러져 있다. 바삐 지나다 눈앞에 펼쳐진 이곳 풍경을 보면 절로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인생샷을 위해 일행들끼리 서로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남한산성 남문에서 서문 방향으로 오르는 등산객.남한산성은 수도권에서도 손꼽히는 소나무 숲을 갖고 있다. 이곳에 고목이 많고 나무가 무성한 것은 1927년 성내 벌목을 막고 황폐해진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주민들이 나무를 지키자는 ‘금림조합’을 결성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현재를 사는 우리들은 솔바람을 맞으면서 남한산성을 걷게 됐다. 남문(지화문)은 왕이 다니는 문답게 남한산성 4대 문 중 가장 크고 웅장하며 유일하게 현판이 남아 있는 문이다. 지금도 성남으로 통하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서 1㎞를 더 내려가면 남한산성 행궁이 나온다. 왕의 업무 공간으로 쓰인 남한산성 행궁의 외행전.남한산성 행궁은 전시에 지어진 왕의 임시 거처로 병자호란 당시 임시궁궐로 사용됐던 곳이다. 임시로 지은 별궁인 탓에 서울 4대 고궁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곳곳에 왕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내부에는 왕의 침소인 내행전과 집무를 보던 외행전을 비롯해 정전, 영녕전 등 역대 왕의 신위를 모신 사당도 있다. 남한산성 행궁의 정문에 해당하는 누각인 한남루행궁의 정문에 해당하는 한남루는 2층 구조로 정조 22년에 광주 유수 홍억이 행궁의 대문이 번듯하지 못함을 안타까워해서 세웠다고 전해진다. 한남루의 주련(기둥이나 벽에 장식으로 써서 붙이는 글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다. “비록 원수를 갚아 부끄러움을 씻지 못할지라도, 항상 그 아픔을 참고 원통한 생각을 잊지 말지어다”병자호란의 뼈아픈 역사가 담긴 남한산성 행궁과 산성은 예약을 하면 해설사와 동행하며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비용은 무료, 단 인원이 10명 이상일 때에만 신청 가능하다. 경안천생태습지에서 월동 중인 고니들.남한산성을 둘러본 뒤엔 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경안천생태습지도 가볼 만하다. 팔당댐으로 유입되는 물의 오염을 막기 위해 조성한 인공저수지로 멸종 위기종인 금개구리가 서식할 정도로 깨끗한 환경을 자랑한다. 겨울엔 천연기념물 고니가 찾는 월동지로, 노을이 질 때 방문하면 장엄한 주홍빛을 배경으로 헤엄치는 고니 모습을 찍으려는 사진가들의 장사진도 만날 수 있다.
2024.02.16 I 김명상 기자
에티버스 직원들, 신사옥 입주 뒤 “3000원의 행복”
  • 에티버스 직원들, 신사옥 입주 뒤 “3000원의 행복”[회사의 맛]
  • 고물가시대, 회사 구내식당은 직장인들에게는 또 하나의 ‘복지’입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식사를 할 수 있어서입니다. “오늘 점심은 뭐 먹지?”라는 고민 없이 식당을 오가는 시간, 조리를 기다리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것도 강점입니다. 특색 있는 구내식당을 탐방해봅니다.[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서울 중구 남대문 옆에 위치한 ‘에티버스타워’. 통합 정보기술(IT) 솔루션 전문기업으로 올해 창립 30주년인 에티버스가 지난해 5월 옮긴 새 둥지다. 신사옥으로 이사하면서 직원들은 ‘복지 플렉스’를 한다. 건물 꼭대기층인 20층과 21층에 마련된 에티버스라운지, 에티 테라피존이다.◇ 2주에 한번 ‘특식’…몸짱족 위한 식단도통합 IT 솔루션 전문기업 에티버스의 구내식당 모습(사진=김미영 기자)층 전체를 쓰는 에티버스라운지엔 구내식당과 카페 등이 자리해 있다. 서울 한복판의 입지답게 창 밖 풍경은 빌딩숲이지만, 라운지 안은 ‘초록초록’하게 꾸며져 있다.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는 직원들에게 힐링을 주는 공간이다.지난 12일 찾은 에티버스 구내식당의 점심메뉴는 △매콤오직어볶음과 계란파국, 잡곡밥, 두부간장조림, 상추겉절이, 배추김치 △우육면과 김가루양념밥, 모둠고로케, 오복지무침, 배추김치 이렇게 두 가지에 후식은 매실차였다. 가격은 3000원.양복을 차려 입은 전형적인 모습의 남성 직장인들이 긴 줄을 섰다. 직원 1000여명 중 600여명이 신사옥에 근무하는데다, 현대그린푸드 위탁으로 질이 보장된 음식을 셀프배식해 좋아하는 반찬을 양껏 먹을 수 있으니 수요가 상당했다. 회사 관계자는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주기 위해 부서별로 식사시간을 돌린다”며 “남성 직원들이 80%가량 되는데 식사 만족도가 좋다보니 잔반도 거의 없는 편”이라고 했다.창립기념일 등 특별한 날 뿐만 아니라 2주에 한 번씩 특식이 나오지만 안타깝게도(?) 이날은 특식이 나오는 날이 아니었데이가 아니었다. ‘성수&더 현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맛집 메뉴인 ‘수제 패티가 들어간 내슈빌 핫 치킨버거’, 서울 문래동 맛집인 양키 통닭 스타일의 ‘마늘 크림 시금치 통닭’ 등이 그간 특식으로 제공됐다고 한다.트렌드를 읽는 식당답게 ‘혼밥족’과 ‘몸짱족’을 위한 식단도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전 예약을 하면 샐러드팩, 샌드위치팩, 닭가슴살 등의 헬시팩을 역시 3000원에 살 수 있다. 식단관리를 돕기 위해 영양 균형을 맞춘 팩으로 테이크아웃이 가능하다.에티버스의 지난 12일 점심 메뉴(사진=김미영 기자)에티버스 구내식당에서 나온 특식들(사진=에티버스 제공)◇ 달콤한 점심 휴식…무료안마·낮잠공간까지이 구내식당은 아침이면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해장에 좋을 백반, 빵과 시리얼 등 양식, 라면 등을 무료로 누릴 수 있다. 조식 뷔페 느낌이다. 라면은 한강 편의점 스타일의 한강라면기계로 직접 끓여먹을 수 있는데, 취향에 따라 계란과 치즈, 만두 등을 토핑으로 얹을 수 있다. 저녁식사 제공은 하지 않는다. 야근 없는 워라밸(일과 생활의 조화)을 중시해서란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다만 외부 손님 접견이나 회의, 회식 때는 미리 예약하면 라운지 내 독립된 공간에서 만찬을 즐길 수 있다.식당 옆엔 카페가 나란히 위치해 ‘식후 커피’를 위한 이동 동선이 매우 짧다. 아메리카노 한잔 700원, 카페라떼는 1300원이면 마실 수 있다. 이 회사 직원은 점심과 식후 커피까지 5000원도 안되는 돈으로 해결하는 셈이다.식사 후엔 한 층을 올라가 에티 테라피존에서 30분씩 무료 안마를 받거나 잠시 누워 낮잠을 즐길 수 있단 점도 부러운 복지다. 회사 관계자는 “신사옥으로 옮기면서 가장 좋은 뷰를 가진 꼭대기층은 직원들을 위해 쓰자는 경영진 뜻에 따라 공간들을 마련했다”며 “지방 및 해외 지사 직원들이 본사를 찾거나 IT 업계 파트너들도 찾아 편하게 식사하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에티버스의 안마 공간(왼쪽)과 낮잠 공간(사진=에티버스 제공)
2023.09.16 I 김미영 기자
옛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빛이 난다…전북 완주의 멋
  • 옛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빛이 난다…전북 완주의 멋
  • 전북도립미술관의 전시 작품 ‘라이브 드로잉’[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전북 완주는 최근 주가가 급등한 대표적인 여행지다. 유명 가수가 다녀간 촬영지는 팬들의 성지 순례지가 됐고, 수탈의 가슴 아픈 역사가 담긴 창고는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예술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고택을 옮겨 놓은 조용한 마을은 여행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됐다. 예술과 관광의 도시로 거듭난 완주는 이제 하루가 부족한 여행지로 사람들을 매혹하고 있다. ◇예술의 향기 품은 전통고택 ‘오성한옥마을’아원고택의 한옥과 정원한옥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를 더하는 공간 중 하나다. 해발 608m 종남산을 마주하고 있는 오성한옥마을은 넉넉하게 품어주는 한옥의 매력과 예술의 향기를 담은 곳이다. 20여 채의 한옥이 모여 있는 이곳은 카페, 갤러리, 책방, 맛집 등도 자리해 감성 넘치는 여행지로 인기가 높아졌다.오성한옥마을에서 사람들이 가장 몰리는 곳은 아원고택이다. 방탄소년단(BTS)이 ‘2019 서머패키지 인 코리아’ 화보를 찍은 이후 완주의 대표 여행지로 급부상했다. 아원고택 입구에 들어서니 바깥 풍경이 내다보이는 공간에 선 거대한 벽이 등장했다. 지난해 개관한 새 갤러리로, 벽면에는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아트가 오는 9월까지 전시된다. 빛과 자연물을 표현하는 아트월이 주변 자연 풍경과 어우러지면서 디지털이라는 이질감이 사라진 듯한 정경을 연출한다. 아원 뮤지엄의 전시 작품인 ‘타임 드롭’이곳에서 좀 걸어가면 현대적인 건축물이 나온다. ‘한옥 속 미디어아트 센터’를 표방하는 아원 뮤지엄으로 현재 ’타임 드롭(Time Drop)’이라는 작품이 전시 중이다. 헤드폰을 착용하고 앉으면 커다란 돔이 씌워지고 약 5분 동안 몰입된 상태로 명상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 특이하다. 갤러리에서 나오면 대숲 명상길로 연결된다. 기와를 쌓은 흙길을 걸으면서 대나무에 스치는 바람 소리를 듣다 보면 마음이 정화되고 복잡한 감정이 내려앉는 듯하다. 아원고택은 천지인, 사랑채, 안채, 서당, 별채 등 5개 동 7개 객실로 구성돼 있다. 이중 안채는 경남 진주에 있던 250년 된 한옥을 옮겨 지었고, 최근 생긴 서당은 전남 함평에서 조선 말기 실제 사용하던 것을 옮겨다 지은 것이다. 숙소로 쓰이는 이곳의 주말 1박 숙박가격은 100만원 안팎. 꽤 부담스러운 가격에도 6월까지 주말 예약 대부분이 찰 정도로 인기가 높다.완주 아원고택의 서당에서 바라본 풍경서당의 대청마루에 앉아 있으니 마당의 연못 너머 종남산의 푸른 산세가 눈앞에서 춤을 추는 듯했다. 객실 안쪽 히노끼 탕은 문을 열면 따뜻한 기운을 즐기며 자연을 오롯이 눈에 담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소양고택 내부아원고택 아래쪽에는 100년이 넘는 세월을 품은 소양고택이 있다. 철거 위기에 놓였던 고창, 무안의 고택 3채를 해체해 이곳으로 옮겨 놓았다. 완주 1호 독립서점인 플리커 책방은 장작 타는 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다. 바로 옆에 계곡이 있어서 여름에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문화적 갈증을 풀 만하다. 다슬기 부추 돌솥비빔밥이 유명한 식당 기양초오성한옥마을에는 맛집도 많다. 그중에서 기양초는 다슬기 부추 돌솥비빔밥을 판다. 기양초는 부추의 다른 이름이다. 다슬기의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는 밥을 놋그릇에 담고 부추를 넣고 양념간장을 섞어 비비면 끝. 옛날 할아버지네 집을 연상케하는 하얀 양옥집에서 맛보는 건강식이라 그런지 더욱 정겨운 느낌이 든다. 멸치조림, 백김치, 냉이나물, 김부각, 된장찌개 등 10가지 반찬과 즐기는 식사는 호사스럽지는 않지만 몸을 채우는 건강함이 있다. ◇완주에서 방탄소년단의 흔적을 찾다 BTS가 방문했던 곳은 전 세계 아미의 ‘성지’로 떠올랐다. 완주군은 이들 주요 촬영지에 모두 ‘완주 BTS 힐링 성지’라는 입간판을 세워두고 스탬프 인증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스탬프를 모두 찍으면 작은 선물을 준다. 위봉산성 성문조선 숙종 원년(1675)에 쌓은 위봉산성도 방탄소년단의 촬영지 중 한곳이다. 예전에는 16㎞ 길이의 성이었으나 지금은 성벽 일부와 석문 정도만 남아 있다. 높이 3m, 너비 3m의 아치형 석문 아래에서 BTS가 사진을 찍은 뒤 가장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 오성제 저수지에 있는 소나무오성제 저수지 일대에는 ‘BTS 소나무’로 불리는 소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카페 오성제 근처에 있는데 이곳에서 BTS 멤버들이 멋진 의상을 차려입고 화보를 촬영했다. BTS가 비틀스와 비슷한 자세로 사진을 찍었던 고산 창포마을 개울가 다리도 유명하다. 마음은 아직 청춘인 중년 남자들이 모여 아이돌 포즈를 취하고 있으니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진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되새기며 조금 뻔뻔해지면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 고산 창포마을은 2020년 한국관광공사 ‘비대면 관광지 100선’에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일제 강점기 수탈현장이 문화예술촌으로 청소년전통문화체험관 내 웅치전투 게임장1592년 임진왜란 초기, 왜군은 전라도 일대를 장악하고자 했으나 ‘곰티제’라 불리는 웅치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큰 타격을 입고 결국 후퇴하고 만다. 장수 4명과 조선군 3000여 명이 전사한 웅치 전투는 왜군의 전라도 공략을 무력화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완주 전통문화체험장은 웅치전투 현장으로 뛰어들 수 있는 곳이다. 대형 스크린 앞에서 몰려드는 왜군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면 가상의 화살이 발사돼 격퇴할 수 있다. 처음엔 재미 삼아 활을 잡아당기지만 어느새 팔이 저릿해질 만큼 몰입도가 높다. 완주 전통문화체험장 내부의 충차체험관 밖에는 임진왜란 당시의 상황을 재현한 야외 전통무예 체험장이 있다. 성문을 공격하는 수레인 충차, 공성용 사다리차인 운제, 목책 등이 놓여 있는데 이곳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서바이벌 게임을 벌일 수 있다. 활에 장착된 액정 화면을 통해 적을 조준해 쏘면 적중 여부를 알 수 있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게임은 현재 완주군에서 시설 정비를 진행 중이며 완료 후 일반에 개방할 계획이다.놀토피아의 기구들34종류의 심신발달형 모험놀이 시설이 갖춰진 대형 실내놀이터 놀토피아도 이곳에 있다.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즐길 만한 놀이시설이 있으니 전통 한옥 체험을 겸해 들러서 좋은 추억을 쌓아보자. ◇예술공간이 된 양곡창고, 삼례문화예술촌삼례문화예술촌 내 전시관과 태권브이 조형물완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예술 투어’다. 삼례읍은 조선시대 교통의 요지이자 토지가 비옥한 만경평야의 일원을 이루는 지역이다. 일제는 이 지역의 쌀을 일본에 반출할 목적으로 대규모 곡물 창고를 만들었다. 이 수탈의 현장은 2011년 8월 삼례 문화예술촌으로 탈바꿈했다. 삼례역 바로 앞에 있는 예술촌은 일제강점기 창고 건물들을 부수지 않고 활용했다는 점에서 뜻깊다.삼례책마을문화센터삼례문화예술촌의 옛 창고 건물은 모두 7개 동. 현재 클래식 명화, 현대미술, 디지털 미디어 파사드, 지역작가 작품, 공예품 등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과거 제1전시관 건물에는 쌀을 8000가마 정도 보관할 수 있었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예술촌 인근에는 삼례 책마을 문화센터가 있다. 역시 양곡창고를 개조해 고서점과 헌책방, 북카페, 공연장 등으로 활용 중이다. 각종 도서전과 세미나, 공연 등도 열리므로 예술촌과 함께 가볼 만한 곳이다.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태초의 숲’완주의 또 다른 예술문화공간은 전북도립미술관이다. 모악산 자락의 수려한 주변 풍광과 함께 펼쳐지는 예술 세계에 흠뻑 빠져들기 좋은 곳이다. 7월 16일까지 본관에서 ‘PLAY×FUN=HAPPY’ 전이 열린다. 놀이를 통해 현대미술과 친숙해지도록 돕는 전시다. 미술관 벽에 색칠이나 낙서를 하는 행위를 통해 개구쟁이 시절로 돌아가게 해준다. 역량 있는 청년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북 청년 2023’도 새로운 충격과 전환을 주기에 충분하다. 유휴열미술관의 작품 중 ‘돌담미학’차로 5분 정도 거리에는 전주지역권의 원로화가 유휴열 선생의 미술관이 있다. 이곳 야외전시장에는 춤사위를 펼치는 무녀, 가족상 등 작가의 다양한 조각품들을 전시 중이다. 카페 르모악과 함께 있는 미술관은 작가의 딸이 큐레이팅을 맡고 있다. 다양한 작품과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2023.04.21 I 김명상 기자
대전시 대전둘레산길, 전국 지자체 중 2번째 국가숲길로 지정
  • 대전시 대전둘레산길, 전국 지자체 중 2번째 국가숲길로 지정
  • 남성현 산림청장(앞줄 왼쪽에서 8번째)이 26일 대전 중구 보문산 숲속공연장에서 열린 ‘대전둘레산길 국가숲길 지정’ 기념 행사에 참석, 이장우 대전시장(앞줄 왼쪽에서 7번째), 산악단체 등 참석자들과 ‘대전둘레산길 국가숲길’이라고 쓰여진 손수건을 펼쳐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산림청은 대전둘레산길을 국가숲길로 지정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26일 대전 중구 보문산 숲속공연장에서 국가숲길 지정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에 앞서 산림청은 지난해 지리산둘레길과 백두대간트레일, 대관령숲길, 디엠지(DMZ)펀치볼둘레길, 내포문화숲길, 울진금강소나무숲길 등 전국의 6개 대표숲길을 지정했으며, 올해 추가로 대전둘레산길과 한라산둘레길을 국가숲길로 지정했다. 지방자치단체 중 2번째로 국가숲길로 지정된 대전시 대전둘레산길은 매년 118만명 이상이 찾는 명품숲길이다. 대전둘레산길은 대전시 동구, 중구, 서구, 유성구, 대덕구에 걸쳐 조성한 138㎞의 둘레길로 식장산, 보문산 등 20여개의 산이 연결돼 있다. 은꿩의 다리, 선씀바귀, 쥐방울덩굴, 하늘다람쥐 등 희귀동식물이 있으며, 숲도 울창해 생태·경관적 가치가 높다. 또 보문산성, 계족산성 등 14개의 산성을 통과하며, 목재문화체험장, 만인산자연휴양림 등 산림복지시설도 있어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고 볼거리가 많은 숲길이다.대전시는 이번 국가숲길 지정으로 전국적 인지도 상승으로 10만명 이상의 산행객 증가와 함께 숲길의 국가관리 전환에 따라 연간 20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전시는 안내센터, 숲속야영장, 숲속산장 등을 시설을 조성해 시민 편의성을 개선하고, 숲길걷기대회, 산성투어, 스템프투어 등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여기에 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이 이용할 수 있도록 무장애코스 설치하고 경사 구간 우회노선도 신속하게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앞으로 전국의 숲길 중 생태적,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숲길을 연차적으로 국가숲길로 지정할 계획”이라며 “국가숲길에 숨겨진 문화적·역사적 가치를 발굴해 체계적으로 관리해 모든 국민이 숲길을 걸으며 다양한 산림문화를 체험하고 누릴 수 있도록 산림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장우 대전시장도 “이번 국가숲길 지정을 계기로 대전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이 늘어나 대전관광에 활력소가 되고, 숲길 주변의 식당, 카페 등 지역민의 소득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국가숲길 명성에 걸맞도록 대전둘레산길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한편 숲길 주변에 안내센터, 숲속야영장, 숲속산장 등을 확충해 전국 최고의 국가숲길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2022.11.28 I 박진환 기자
 명량·한산 그리고, 이순신의 마지막 격전지를 가다
  • [여행] 명량·한산 그리고, 이순신의 마지막 격전지를 가다
  •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관음포에는 관음포해전을 기념하는 기념비가 서 있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지금 싸움이 급하니, 부하들에게 내 죽음을 알리지 말라.”1598년 11월 19일(음력) 새벽. 조선과 명나라 수군은 경남 남해와 하동 사이의 노량 앞바다에 접근했다. 이어 연합군은 해협 양쪽에 자리를 잡았다. 얼마 후 수많은 왜군을 태운 500여척의 배가 어둠에 잠긴 노량 앞바다에 불빛을 밝히며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7년간(1592~1598) 조선 땅을 짓밟은 왜군들이 탄 배가 떼 지어 나타난 것이다. 이순신은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퇴각하는 왜군을 공격했다. 그는 이곳에서 왜선 50여척을 격파한 뒤 관음포 쪽으로 후퇴한 왜군의 퇴로를 막아 400여척의 적선마저 침몰시켰다. 그러나 그는 이곳에서 적의 유탄을 맞아 끝내 눈을 감았다.◇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장을 찾아가다이순신이 최후를 맞이한 곳은 경남 남해의 관음포다. 노량해전을 승리로 이끈 그의 유해가 처음 육지에 오른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곳의 또 다른 이름은 이락사(李落祠). 당시 그의 나이는 쉰넷. 그토록 바라던 전쟁의 끝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 그는 아무에게도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않도록 했다. 자신의 죽음이 알려져 적들의 사기가 오르고 조선과 명나라 수군이 동요할까 우려했기 때문이었다.이곳에서 조선 수군은 왜군을 향해 총공세를 폈다. 아침까지 이어진 이날의 전투로 왜군의 배 500여 척 중 겨우 50여 척만 본국으로 도망갔고, 나머지는 모두 격침됐다. 그리고 조선은 노량해전에서 큰 승리를 거둠으로써 7년에 걸친 임진왜란을 비로소 끝낼 수 있었다.경남 남해 남해대교 아래에 있는 충렬사500여년이 지난 지금, 관음포에는 이순신의 사당과 유허비가 세워져 있다. 소나무가 빽빽한 오솔길을 따라 500여m 지나면 첨망대(瞻望臺)가 있다. 여기에 서면 노량해전의 전장이 한눈에 펼쳐진다. 가만히 그 바다를 바라보면 이순신 장군이 군사를 독려하던 북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관음포 앞에는 이순신의 순국공원이 조성돼 있는데, 이순신영상관에서는 노량해전의 입체 영상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경남 남해와 하동 사이의 길게 뻗은 노량해협 사이로 노량대교가 놓여져 있다. 그 아래에는 거북선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거북선 모형이 있다.노량해전이 펼쳐졌던 바다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현수교인 남해대교가 놓였다. 남해 노량리와 하동 금남면 노량리를 이은 다리다. 하동에서 남해방향으로 남해대교를 건너면 이순신 장군의 사당인 충렬사가 지척이다. 충렬사 앞에서는 노량 앞바다에 걸린 남해대교의 수려한 자태가 한눈에 잡힌다. 길이 660m, 높이 52m로 웅장한 현수교지만 굼떠 보이지 않고 날렵하다. 1973년 개통이 된 후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꼽힌다.금산 상사바위에서 바라본 앵강만◇보광산이 금산으로 이름이 바뀐 이유남해는 그림 같은 풍경들이 곳곳에 펼쳐진다고 해서 ‘보물섬’이라고도 불린다. 여기에 덜 알려지고 더 그림 같이 숨어 있는 풍경은 남해 여정의 덤이다. 관음포를 나와 남해 한복판에 솟아오른 금산(錦山)에 오른다. 비단(錦)을 이름으로 삼기는 했지만, 그 이름처럼 마냥 부드럽지만은 않은 산이다. 그 대신 기기묘묘한 암봉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절경을 빚어낸다. 마치 수석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다. 이 암봉들에 서광이 비치는 모습을 보고 신라 말 원효대사는 보광(普光)산이라 불렀고, 이후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가 산에 금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남해 금산 보리암과 기기묘묘한 암릉이성계는 이 산에 올라 조선 개국을 열망하는 기도를 했다. 그리고 ‘개국의 꿈을 이루면 비단으로 보광산을 감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산 하나를 어찌 다 비단으로 감을 수 있을까. 그의 열망처럼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는 산에 비단을 두르는 대신 비단 금(錦)자를 이름으로 삼는 편법으로 그 약속을 지켰다. 부드러운 산은 아니지만, 암봉의 화려함에 그 의미를 둔다면 금산이라는 이름도 썩 잘 어울린다.금산 정상 턱밑쯤에는 암자 보리암이 있다. 일찍이 신라시대부터 해수관음도량으로 이름 높던 사찰이다. 줄잡아 1500년이 훨씬 넘는 시간의 저편에서부터 지금의 명성에 못지않을 만큼 성지중의 성지였던 셈이다. 그 이유가 바로 금산의 치솟은 암봉과 그 암봉이 뿜어내는 기운이 대단했던 것이리라.남해 금산 봉수대금산을 오르는 일은 비교적 쉽다. 보리암의 어깨까지 차로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산을 찾은 이들은 대개 보리암만 들렀다가 내려간다. 하지만 보리암 종루 뒤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가야 비로소 금산의 웅장한 참모습을 만날 수 있다. 금산에는 모두 38경(景)이 있다. 하나하나 헤아릴 필요는 없다. 숫자를 매겨본들 곧 그것이 쓸모없는 일이라는 걸 깨닫는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풍광이 빼어나니 구태여 거기에 순서를 매길 필요가 없다.그 암봉들의 형상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보리암 뒤쪽의 절하는 모양을 한 바위 ‘형리암’이며, 고승대덕들이 앉아서 불법을 닦았다는 ‘좌선대’, 바위 모양이 화엄(華嚴)이란 한자의 모습을 닮았다는 ‘화엄봉’…. 그중 빼어난 것이 바로 보리암에서 이어진 능선의 서남쪽 끝자락에 솟아있는 상사암이다. 금산을 통틀어 가장 웅장하고 큰 암봉이다. 이 암봉에는 조선 숙종 때 전남 여수에서 남해로 이주해왔다가 사랑에 빠진 남자의 전설이 깃들어 있다. 상사암에 서면 금산의 기기묘묘한 암봉과 그 아래 앵강만이 훤하게 펼쳐져 보인다.하늘에서 본 남해 물건리 방조어부림◇남해의 빼어난 경치와 전설을 만나다금산을 둘러싼 물미해안도로로 들어선다. 물건리와 미조리를 잇는 해안도로다. 미조항에서 싱싱한 회 한 접시를 먹고 출발해 꾸불꾸불한 해안도로의 경치를 만끽하면 ‘이런 곳도 있구나’라는 신선한 충격을 느낄 수 있다. 도로는 초전~항도~가인포~노구~대지포~은점~물건으로 이어진다. 지나는 마을마다 빼어난 경치와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내항도와 외항도라는 쌍둥이 섬을 가진 항도마을에 있는 전망대는 데이트코스로도 유명하다. 전망대 앞으로 사량도, 두미도, 욕지도는 물론 가까이에 마안도·콩섬·팥섬 등 남해의 온갖 섬들이 펼쳐진다.경남 남해 물건리 방조어부림을 산책하고 있는 여행객이 길 끝에 물건리 방조어부림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150호다. 원래 태풍과 염해로부터 마을을 지키고, 고기를 모이게 만든 인공림이다. 길이는 1.5㎞, 너비는 30m에 이른다. 녹음 짙은 방조어부림에는 산책하는 이들로 가득하다. 팽나무·상수리나무·느티나무·이팝나무·푸조나무 등 낙엽수와 상록수인 후박나무 등 무려 300살이 넘은 40여 가지 수종들이 숲을 가득 채우고 피톤치드를 내뿜는다.물건리 마을 뒤편에는 독일마을이 있다. 50여년 전 독일로 파견됐던 광부들과 간호사들이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정착할 터전을 마련해 주기 위해 정부가 조성한 마을이다. 건축방식에서부터 생활 여건을 독일식으로 꾸며 이국적인 풍경을 접할 수 있다. 최근에는 예쁜 카페와 식당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소위 ‘인싸’ 명소로 이름이 나 관광객들이 부쩍 늘었다. 노구에서 대지포까지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도 환상적이다. 아홉 등 아홉 굽이로 일컬어지는 수많은 고개를 넘어설 때마다 펼쳐지는 풍경에 입이 쩍 벌어진다.하늘에서 본 남해 독일마을금산 동북쪽 자락에 자리한 삼동면의 편백 자연휴양림은 전체 207㏊(62만평) 중 절반이 편백이다. 섬마을 남해에 편백을 본격적으로 심은 것은 1960년대. 수령 40년이 넘은 편백이 빼곡히 들어선 이곳에는 알싸한 나무향이 가득하다. 비 오는 날이면 그 나무향이 짙어진다. 편백은 다른 어떤 나무보다도 피톤치드가 많아 삼림욕에 좋다. 그림엽서에 등장하는 ‘숲속의 집’을 연상시키는 통나무집 등 숙박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사철 푸르지만 봄이 무르익으며 이곳의 편백은 한결 더 산뜻한 녹색을 띠기 시작했다.창선교 아래 좁고 긴 해협 사이에 죽방렴이 설치되어 있다◇남해 멸치가 더 쫄깃하고 맛있는 이유삼동면과 창선도를 잇는 창선교로 들어서면 부채 모양으로 촘촘하게 박아 놓은 참나무 말뚝이 보인다. 귀한 남해 별미 ‘죽방멸치’를 잡는 죽방렴이다. 조선시대부터 조수간만의 차가 큰 해역에서 사용된 전통어업 방법으로 남해 멸치가 귀한 대접을 받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죽방(竹防)’은 대나무로 만든 둑, 방죽으로 대나무 어사리라고도 부른다. 간만의 차가 크고 물살이 세며 수심 얕은 갯벌에 참나무 말뚝을 V자로 박고 대나무로 그물을 엮는다. V자 끝 모서리 부분에 임통이 있는데 밀물 때는 열리고 썰물 때는 닫힌다. 물고기 입장에선 들어갈 때는 자유지만 나갈 방법은 없어 꼼짝없이 갇히게 되는 것이다.남해 창선교 인근의 죽방렴체험공원특히 창선도와 삼동면 사이의 좁은 바다, 지족해협은 예로부터 물살이 세기로 유명했다. 이곳 멸치들이 탄력성에서 후한 점수를 받은 이유다. 흐물거리는 생선보다 쫀득쫀득하게 씹히는 생선이 더 맛있지 않았을까. 거센 물살에 단련된 쫀득한 멸치들을 살아 있는 채로 뜰채로 곱게 떠서 잡아 올렸으니 그 맛이 오죽 달았을까.죽방렴으로 멸치만 잡는 것은 아니다. 갈치와 학꽁치, 도다리 등 남해 바다를 유영하는 다양한 물고기들이 잡힌다. 그중 멸치 수가 월등해 ‘죽방멸치’란 이름을 차지했다. 죽방렴으로 다른 생선이 많이 잡혔더라면, 그게 도다리거나 갈치였다면 우리는 지금쯤 ‘죽방도다리’나 ‘죽방갈치’에 열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다른 생선보다 상대적으로 몸체가 작은 멸치를 상처없이 잡아내기 어려운 것도 죽방멸치가 귀한 대접받는 데 한몫했다. 그물로 잡는 멸치는 비늘이나 몸체에 상처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족항에는 길이 100m, 폭 2m의 도보교와 관람대가 있어 죽방렴의 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곳 삼동면과 남해의 남도 미조면에는 멸치 요리 전문점들도 모여 있다.남해 창선교 일출
2022.08.19 I 강경록 기자
 '다큐' 감독이 만든 ‘숲’에서 호랑이를 만나다
  • [여행] '다큐' 감독이 만든 ‘숲’에서 호랑이를 만나다
  • 강원도 홍천 화촌면 숲속 깊숙한 곳에 자리한 ‘나는 숲이다’의 트리하우스. 이 집은 다큐멘터리 감독이었던 최기순 씨는 이곳 오지 땅에 러시아 자연보호구역에 사는 사람들의 집, ‘까르돈’에서 영감을 얻어 그만의 공간을 만들었다.[홍천(강원)=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강원도 홍천. 국내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면적이 넓은 고장이다. 무려 1820㎢다. 우리나라 땅에서 차지하는 지분만 1.8%에 달한다. 서울보다 3배, 속초보다 17배나 더 넓고 크다. 홍천 땅이 넓은 이유는 전형적인 산악지형이기 때문. 태백산맥의 서산면에 자리 잡아 땅의 기복이 심하고, 동부와 북부에는 1000m 이상씩 쭉쭉 뻗은 장중한 산봉우리들이 홍천 땅을 에워싸고 있다. 이 깊고 궁벽한 땅에 자신만의 숲을 만든 이가 있다. 러시아 야생동물을 카메라에 담았던 최기순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그는 러시아 자연보호구역에 사는 사람들의 집, ‘까르돈’에서 영감을 얻어 홍천에서도 오지인 화천면에 ‘그만의 숲’을 만들었다.◇두메산골 아이, 시베리아 호랑이를 만나다“오래전 사람들이 만든 미로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나는 숲을 만났다.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오직 숲의 냄새만이 표범을 부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숲이 되어야 한다.”6월 개봉한 최기순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숲이다’ 내레이션 중 일부다. 장마와 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7월초, 이 영화를 만든 최 감독을 만나러 갔다. 그가 있는 곳은 강원도 홍천 깊은 숲속.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스미고, 밤이 되면 작은 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오지 중의 오지였다.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그는 이미 ‘시베리아 호랑이 촬영’으로 이름 꽤나 알려진 다큐멘터리 감독이었다. 당시 야생 호랑이를 관찰하기 위해 과거 시베리아의 영하 40도 추위에서 몇 달씩 텐트 생활을 하기도 했다. 추위에 떨고 있던 어느 날, 그는 호랑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호랑이와 사랑에 빠졌다. 그는 이 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강원도 홍천 화촌면 숲속 깊숙한 곳에 자리한 ‘나는 숲이다’의 트리하우스. 이 집은 다큐멘터리 감독이었던 최기순 씨는 이곳 오지 땅에 러시아 자연보호구역에 사는 사람들의 집, ‘까르돈’에서 영감을 얻어 그만의 공간을 만들었다.“영하 30~40도의 추운 겨울 숲에서 15m 높이 나무 텐트를 치고 열흘을 기다려 호랑이를 촬영했다. 하지만 그 열흘은 일반적인 열흘이 아니었다. 호랑이에게 인간의 냄새와 소리를 전달하지 않기 위해 식사와 배변까지 초인적인 절제를 해야 했다. 그런 고난 속에서 호랑이를 만나며 나는 조금씩 숲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다.”시베리아 촬영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 길로 사표를 내고 호랑이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처음에는 호랑이로 시작했지만, 이후 표범이나 곰 등 맹수에 빠져 전국으로 사진을 찍으러 다니고 개인 갤러리까지 열 정도였다. 그는 10년 넘게 호랑이와 표범, 그리고 숲을 찍었다. 호랑이와 표범을 깊이 알게 될수록, 그 또한 숲에 대해서도 점점 깊게 알아갔다.“사람의 발자국이 대지를 흔들면, 곤충과 짐승은 일시에 사방으로 흩어졌다. 한참을 기다리면 흩어진 그들은 다시 사람에게 다가왔다. 호랑이도, 표범도, 그렇게 다가왔다. 이상하게 한 달 이상을 이렇게 쪼그리고 앉아 있어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그때 ‘아, 이게 자연이 주는 힘이구나!’를 깨달은 순간이었다”.강원도 홍천 화천면의 ‘나는 숲이다’에는 캠프닉을 즐길 수 있는 까르돈 캠핑장이 있다.◇호랑이에 반해 숲으로 들어간 사연자연에 빠진 그는 강원도 홍천의 땅을 샀다. 화전민이 살던 콩밭이었다. 이 척박한 땅에 어린 자작나무를 심고, 양지에 이끼를 기르며 자신만의 낙원을 만들었다. 자작나무를 기둥 삼아 트리하우스와 인디언 텐트도 설치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어릴 적, 누구나 꿈꾸던 ‘나만의 숲’을 그는 이렇게 만들어갔다. 그리고 작은 집 한편에 ‘나는 숲이다’라고 써 놓았다. 그가 시베리아 깊은 숲에서 호랑이를 만났던 그 숲이었다.초대받지 않은 그의 집에 들어가는 길. 들머리에 들어가자 ‘나는 숲이다’ 안내판이 투박하게 서 있다. 이 안내판에는 손글씨로 적힌 다섯 개의 이정표가 있다. ‘나무 위의 집’, ‘야생 갤러리 카페’, ‘자연 다큐멘터리 제작소’, ‘나는 숲이다’ ‘까르돈’ 등이다.‘나는 숲이다’에는 최기순 감도의 작품을 전시해둔 갤러리가 있다. 이곳에는 아무르 표범과 시베리아 호랑이 사진이 벽에 걸려 있다제일 먼저 카페 ‘나는 숲이다’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주변으로 ‘싱글 베이커 리(LEE)’란 간판을 내건 빵집 겸 피자집도 있다. ‘까르돈’이란 간판을 내건 캠핑장도 있다. 이제 더이상 운영하지는 않지만, 대신 당일치기 ‘캠프닉’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여기까지는 일반 캠핑장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자작나무숲으로 들어서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숲에는 나무 위에 집을 지은 ‘트리하우스’가 있고, 그 앞에는 야생동물 사진을 전시하는 갤러리가 있다. 또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곳과 최 감독이 거주하는 집도 있다. 그 앞으로는 작은 연못도 있다. 숲 하나를 두고 그는 세상과 완벽하게 분리된 자신만의 세상을 구축한 것이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공간은 최 감독의 작품을 전시해둔 갤러리다. 아무르 표범과 시베리아 호랑이 사진이 벽에 걸려 있다. 마치 액자 속에서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듯 생생하다. 이 작품들은 한반도에서 사라진 야생동물을 찾아 시베리아의 대자연에 들어가 찍은 것들이다. 그가 숲이 된 순간 만나게 된 기적 같은 순간들이다. “나는 다시 숲으로 간다. 그리고 나는 숲이 된다. 나는 숲이다.”강원도 홍천 종자산 깊은 자락에 자리한 힐리언스 선마을◇불편함이 가득한 리조트를 찾아가다홍천에는 숲을 활용한 여러 공간이 있다. 그중 ‘힐리언스 선마을’은 조금 특별한 마을이다. 종자산 깊은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데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것도 저마다 상처입은 사람들이다. 이곳에 대단한 의료시설이나, 명의가 있어서가 아니다. 이곳에는 ‘의도된 불편함’만 가득하다. 이 불편함 속에서 그들은 그동안 잊고 살았던 삶의 여백을 발견한다. 편리가 아닌 불편을 통해 시인의 주옥같은 시 구절이나, 성경 또는 불경의 구절처럼 큰 가르침을 얻는다.이 마을을 처음 제안한 이는 이시형 의학박사다. 대웅제약, 매일유업, 풀무원 등이 이 박사의 제안에 동참했다. 그렇게 자본을 모아 2007년 이곳에 힐리언스 선마을을 만들었다. 이 마을의 목적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웰에이징)이다. 그 비결은 우리 몸의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가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식습관, 운동습관, 마음습관, 생활리듬습관 등 4가지 습관을 개선하자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습관들을 바로 잡으려면 조금은 불편해져야 한다는 것이다.힐리언스 선마을 건강식당그 불편함은 이런 것들이다. 휴대폰이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고, TV 시청도 안된다. 단, 비즈니스센터에서 무선 와이파이나 PC를 사용할 수 있지만, 그것도 ‘만일’을 위해서다. 이마저도 오전 8시부터 오후 10까지로 정해져 있다. 밥 한끼도 쉽게 먹을 수 없다. 숙소에서 식당까지 부지런히 종자산 중턱을 오가야 한다. 능선을 따라 지어진 선마을의 비탈길을 걸으면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다. 식단도 조금 다르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저염식이다. 그렇다고 맛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30분 동안 음식을 아주 천천히 먹어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처음에는 어색하게 다가오지만, 이내 점점 익숙함으로 바뀌는 습관들이다. 이런 습관들이 익숙해지면 불편함은 비로소 쉼표가 되어 다가온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 네 가지 습관을 모두 바꾸기는 무척이나 힘든 일. 힐리언스 선마을에서의 삶에 조금 집중하고 노력하다 보면 일상에서도 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습관이 몸에 새겨진다는 것이다. 빠름과 편리함만을 추구해온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가보라고 권할 만한 공간이다.강원도 홍천 내촌면의 가령폭포◇함께 가볼 곳▲가령폭포=내촌면에는 발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쏠쏠하게 피서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와야리 백암산(1099m) 서남쪽 기슭에 숨어 있는 가령폭포다. 50m 낭떠러지에서 흩뿌리듯 쏟아져 내리는 자태가 자못 웅장하다. 등산 동호인들이 찾으며 알려지기 시작한 폭포로 아직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 폭포 주차장은 약 2km 아래 도로변에 있지만, 폭포 아래 연화사라는 작은 암자 부근에 대여섯 대를 주차할 공간이 있어 대개는 이곳에 차를 대고 걷는다. 약 500m 가파르지 않은 산길이니 등산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도 부담 없이 걸을 만하다.▲아홉사리재= 가령폭포에서 인제 상남면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가면 군 경계 고갯마루에 ‘아홉사리재’라는 커다란 표석이 세워져 있고, 표석 뒤로 아담하게 자작나무숲이 형성돼 있다. 길가에서 만나는 뜻밖의 풍경이다. 아홉사리재에는 ‘아홉 살배기’와 관련된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온다. 갓 결혼한 새신랑이 사흘째 되는 날 아흔아홉 굽이 도로 개설 공사에 끌려갔다가 돌아와 보니 태어난 아들이 아홉 살이 되어 있었다는 이야기와, 인제군 상남면에서 홍천군 내촌면으로 시집온 아낙이 험한 산길을 도저히 넘을 수 없어 어린아이가 아홉 살이 된 해에야 처음으로 친정 나들이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가령폭포에서 인제 상남면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가면 아홉사리재가 나타난다
2022.07.22 I 강경록 기자
최자도 ‘픽’한, 현지인이 즐겨찾는 구례 맛집
  • 최자도 ‘픽’한, 현지인이 즐겨찾는 구례 맛집[미식로드]
  • 전남 구례 쌍둥이식당의 돼지 족발탕. 전남의 대표 보양식으로, 과거에는 산모에게 족발탕을 끓여 주었다고 한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전남 구례 읍내에는 그야말로 옛날식 분위기의 맛난 밥집이 있다. 구례읍의 ‘쌍둥이식당’이 그곳. 푸짐한 돼지 족발탕과 가오리찜, 그리고 찰순대 등에 막걸리와 소주 한잔을 곁들일 수 있어 구례 토박이뿐 아니라 외지 식객들도 알음알음 찾아가는 선술집이다. 여기에 돼지국밥과 순대국밥 등의 식사메뉴도 인기다. 이 집의 대표메뉴는 족발탕과 가오리찜. 여느 곳에서 흔히 맛볼 수 없는 것들이다. 돼지 족발탕은 전남의 대표적인 보양탕. 과거에는 산모에게 이 족발탕을 끓여 주었다고 한다. 뽀얀 국물에 야들야들 쫄깃한 육질이 압권이다. 쌍둥이식당은 아니지만, 다이나믹듀오의 멤버이자 연예계 대표 미식가로 알려진 최자도 돼지 족발탕을 ‘최자로드’에서 소개했다. 족발탕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그 만큼 정성이 깃든다. 정육점에서 토막 낸 족발을 사와 핏물을 빼고 초벌 삶은 물은 버린 후 푹 삶아낸다. 이후 당근, 양파, 감자 등을 넣고 끓이다가 파, 마늘, 매운 고추를 넣어 한소끔 더 끓인다. 일반적인 족발에 비해 육질이 부드러워 먹기가 편하다. 돼지 특유의 잡냄새가 없고, 구수하면서도 칼칼한 국물맛이 입술에 쩍쩍 달라붙는 게 자꾸만 숟가락을 들게 만든다.쌍둥이식당의 가오리찜. 쫄깃, 야들, 오돌한 가오리의 육질이 술잔을 금세 비우게 한다.가오리찜도 특미다. 작은 솥뚜껑만 한 큼직한 가오리를 잘 씻어 하루 정도를 말린 후, 살짝 꼬들꼬들해진 가오리에 파, 부추, 당근, 매운 고추 등의 고명을 얹어 20여분을 찐다. 살짝 데친 부추와 초장을 곁들여 먹는 쫄깃, 야들, 오돌한 가오리의 육질이 술잔을 금세 비우게 한다. 서해안에서 맛보는 간자미찜, 나주 영산포에서 접한 홍어찜과는 또 다른 맛이다.세자매식당의 ‘꽃나물밥상’매천로의 ‘세자매식당’은 꽃나물밥상으로 유명하다. 제철 식용꽃으로 화려하게 옷을 입은 푸짐한 상차림은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여기에 시골 정취 물씬 풍기는 밑반찬까지 무려 16가지 음식이 차려진다. 치자돌솥밥도 호평을 받는 메뉴다. 치자 열매를 가을에 수확해 1년 내내 건강한 치자밥을 만들어낸다. 말린 치자 열매를 찬물에 담가 하루나 이틀 우려내 짙은 치자물을 만들어 낸 후 물로 희석해 돌솥에서 밥을 짓는다.숲과 식당&카페의 경양식돈까스노고단으로 들어서는 861번 지방도에는 ‘숲과 식당&카페’가 있다. 메뉴는 우리밀다슬기수제비, 산채비빕밥, 경양식돈가스, 해물파전, 도토리묵 등이다. 양식과 정겨운 메뉴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한 양이다. 여기에 식당 곳곳에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들도 많아 연인들이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 많이 찾는다.숲과 식당&카페의 우리밀다슬기수제비
2022.05.20 I 강경록 기자
거리두기 해제 첫 날 자정..'이태원 프리덤' 외쳤다
  • [르포]거리두기 해제 첫 날 자정..'이태원 프리덤' 외쳤다
  •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자정이 넘은 시각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에 위치한 ‘와이키키 비치펍’ 앞은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제 막 시작하는 것처럼 입장 대기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맞은편 해밀톤관광호텔 별관 1층 프로스트 펍도 오랜만에 밤늦게까지 음주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19일 자정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에 유흥을 즐기는 사람들로 거리가 붐비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친구들과 놀러 온 장 모씨(30)는 “자유, 이 한 단어로 모든 게 설명이 되는 거 같다. 억압받던 시간에서 해방된 느낌이다”며 “장사를 하려고 준비 중인데 이 정도 분위기면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10시경 홍대입구역 3번 출구 경의선 숲길공원 일명 ‘연트럴파크’는 비교적 한적했다. 주말은 나들이객으로 가득 차 붐비는 편이나 평일 저녁인 만큼 얼큰하게 취한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 신촌 젊음의 거리는 더 한산했다. 대면 수업 재개에 따른 대학가 일상 회복 기대감도 있지만 건물 곳곳에 폐업,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10년째 홍대에서 꼼장어집을 운영하는 강 씨는 “예전에는 24시간 운영했는데 지난 2년 동안 사람들이 일찍 오고 일찍 가는 게 습관이 되다 보니 저녁 시간 한바탕 손님이 왔다가 빠지면 그걸로 장사는 끝”이라며 “이 시간에도 거리가 꽉 차는 편이었는데 오늘은 첫날이니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사람들 패턴이 하루아침에 바뀌긴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2020년 3월 22일 첫 행정명령을 기점으로 757일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첫날, 유흥가와 식당·대학가는 상권별로 일상 회복에 대한 온도 차가 뚜렷했다. 평일 저녁이라 주말 대비 유동 인구가 적은 편이긴 해도 유흥가는 활력이 살아나고 있는데 비해 상권 회복이 더딘 곳은 큰 기대를 뒤로하고 조심스럽게 분위기를 살피는 모양새다. ▲19일 자정을 넘은 시각 이태원 와이키키 비치펍에 손님이 입장을 위해 스탬프를 찍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이태원 유흥가의 상권 회복세가 뚜렷했다. 2020년 5월 클럽발 확진자가 쏟아진 이후 상권이 완전히 바닥을 찍었지만 지난해 2월부터 상권 활성화 추진이 본격화한 이후 다시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 사업용 부동산 임대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이태원 관광특구 일대 공실률은 중대형 상가는 9.4%, 소규모 상가는 5.9%로 전년 대비 각각 17.3%, 29% 줄었다. 음식문화거리 중심부에 위치한 브론즈 바 관리자는 “지난달부터 사람들이 늘더니 지난 금요일과 주말에는 길거리에 사람들로 가득 찼다”며 “매출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로 이번 주말에 사람들이 얼마나 모일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업계도 유흥용 시장 기대감이 높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거리두기 전면해제 이후 코로나에 가장 매출 타격이 컸던 업소용 판매 회복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변이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조심스럽지만 회식이나 단체 모임이 자연스럽게 늘다 보면 소주·맥주·와인 등 주종 가릴 것 없이 전반적으로 반등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오후 10시경 홍대입구역 3번 출구 경의선 숲길공원. (사진=백주아 기자)식당·대학가는 회복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홍대·신촌 지하철역 인근 프랜차이즈 카페는 시험 기간을 앞두고 공부하는 학생들로 가득 찼다. 코로나가 할퀴고 간 상가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붙은 곳이 눈에 띄었지만 그나마 장사 공백을 견딘 업장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오후 8시경 찾은 아웃닭 신촌역점은 12석 좌석 모두 만석이었다. 사장 나승주(23)씨는 “코로나 기간 동안 매출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었는데 학생들이 자주 찾아주던 곳인 만큼 다시 예전처럼 회복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정에서 야키토리 전문점 쿠이신보를 운영하는 김현종(37)씨는 “지난 주 영업제한 해제 발표 후 예약이 밀려들면서 이번 주 평일 예약은 웬만큼 다 찼다”며 “지난 2년간 거리두기로 매출 타격이 있었지만 차차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신촌과 홍대 부근 공실률은 하반기가 될수록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신촌·이대 지역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1분기 5.5%에서 4분기 16.2%로, 같은 기간 홍대·합정 부근은 22.6%에서 28.1%로 늘었다. ▲오후 9시경 신촌 젊음의 거리 먹자골목. (사진=백주아 기자)장기간 단축 영업에 따른 구인난으로 당장 연장 운영이 어렵운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촌역 인근 춘천집 닭갈비 막국수 집 사장은 “원래 12시까지 운영하다가 10시로 영업시간을 단축했는데 당장 늦게까지 일할 사람을 뽑기가 어렵다”며 “상황이 금방 좋아질지는 이번 주까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2022.04.19 I 백주아 기자
숨 고르는 꼬마빌딩 시장, 차별화 전략은
  • 숨 고르는 꼬마빌딩 시장, 차별화 전략은
  •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지난해 서울 마포구 홍대 앞 건물을 내놓은 M씨는 아홉 달째 매수인을 못 찾고 있다. 공실도 없고 수익률도 주변 건물보다 높지만 좀처럼 건물을 사겠다는 사람이 안 나타나고 있다. M씨 건물과 길 하나를 두고 있는 다른 건물은 연식도, 규모도 비슷한데 내놓자마자 M씨가 부른 값보다 더 비싸게 팔린 걸 보면 속이 탄다. 같은 상권에서도 사소한 입지 차이와 관리 상태, 임차인 등에 따라 옥석이 갈리고 있다는 게 주변 공인중개업소 설명이다.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에 있는 상가들. (사진=뉴시스)◇“살 만한 건물이 없다” 변곡점 선 꼬마빌딩 시장꼬마빌딩 시장이 변곡점에 섰다. 가격 피로감은 쌓이는데 매수세는 이전만 못 하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이나 키 테넌트(핵심 임차인 유치) 등으로 차별화하는 꼬마빌딩만이 시장에서 빛을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올 1분기 서울에서 신고된 꼬마빌딩(연면적 1000㎡ 이하 상업·업무용 건물. 집합건물 제외) 매매는 482건이다. 3.3㎡당 평균 4433만원에 매매됐다. 지난해 1분기(3516만원)와 비교하면 1년 새 시세가 20% 넘게 올랐다.가격만 보면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거래량은 다르다. 1년 전(881건) 거래량의 절반 남짓 수준으로 시장이 위축됐다. 지난해 사상 최대 거래량을 기록한 꼬마빌딩 시장이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최근 시장 여건은 이런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매수세는 힘을 잃는데 수익률은 떨어져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매수 수요는 여전하지만 살 만한 물건이 없다”며 “금리는 오르는데 경제 여건상 임대료를 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창동 빅밸류 리서치팀장도 “시장에 값비싼 물건밖에 안 남았다”며 “대출 이자에 관리비 등을 더하면 임대료로 수익을 맞추기 쉽지 않다”고 했다. 저금리에 대출을 끼고 매입한 후 임대료를 받으며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꼬마빌딩 매력이 이젠 빛바랬다는 뜻이다.[이데일리 김정훈 기자]◇“리모델링으로 건물 가치 오르면 이자 상쇄할 수 있어”매입 후 건물 가치가 오르길 마냥 기다리는 대신 건물주 스스로 건물 가치를 올려야 하는 각자도생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리모델링은 건물 가치를 올리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이다. 연식은 비슷하지만 관리가 되지 않은 건물보다 값도 후하게 받을 수 있을뿐더러 임차인을 모으거나 임대료 협상을 할 때도 유리하다. 김주환 원빌딩 대표는 “금리가 올라가고 있지만 리모델링을 해서 임대료를 올리면 늘어난 이자를 상쇄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신흥 상권에선 단독주택이나 빌라 등을 리모델링, 용도 변경하는 투자 방식도 유행하고 있다. 2018년 K씨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에 있는 연면적 150㎡짜리 3층짜리 빌라를 11억원에 샀는데 지난해 20억원에 되팔았다. 3년도 안 되는 사이 시세 차익으로 약 9억원을 벌었다. 그 사이 K씨가 빌라를 근린생활시설로 바꿔 카페와 식당 등을 유치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 건물에선 월세도 층당 100만원 넘게 나온다.다만 어느 건물이나 리모델링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고 구조나 지목 등에 따라 리모델링이 불가능한 건물도 있다. 이런 낭패를 피하려면 꼬마빌딩 매입에 앞서 토지·건축물 대장이나 토지이용계획확인원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콧대 높은 임차인 모시기도 과제키 테넌트를 유치하는 것도 건물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다. 콧대는 높지만 이런 임차인을 모셔오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건 물론 건물을 팔 때도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다.건물주 사이에선 스타벅스가 키 테넌트 가운데서도 첫손에 꼽힌다. 프랜차이즈 업체 가운데서도 집객 효과가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를 유치할 수 있느냐가 입지 등 건물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로 통용될 정도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회사인 건물닷컴 유진 대표는 “스타벅스 같은 경우 안정적인 임대료를 얻을 수 있는 데다 상징성도 크다. 스타벅스가 퇴점한 후에도 다음 임차인을 유치하기도 수월하다”고 말했다. 최근엔 여러 층 공실을 한 번에 해소할 수 있는 데다 인테리어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유 오피스도 건물주 사이에서 인기가 좋아졌다.반면 은행은 찬밥 신세가 됐다. 유진 대표는 “평일 낮에만 영업하는 은행은 집객 효과가 떨어지다보니 건물 가치를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대로 변에서 건물 보여야...사대문 안·2호선 라인 추천”상권도 꼬마빌딩 투자에서 무시 못할 요인이다. 큰 틀에서 건물 가격은 건물 자체 가치보다는 그 건물이 서 있는 토지 가치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김주환 대표는 “오피스 상권은 여전히 건재한 상황이고 코로나19로 위축됐던 대학가 상권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며 “대학가 등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상권에 투자한다면 가급적이면 너무 골목 안쪽 건물 매수는 지양하고 역세권 위주로 매수할 것을 추천하다”고 말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도 “부동산은 교통이 기본이다. 지하철역에서 10분 이내에 건물이 있어야 하고 대로변에서 봤을 때 보일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며 “강남이 너무 비싸다면 사대문 안이나 2호선 라인을 추천할 만하다”고 말했다.
2022.04.17 I 박종화 기자
자정 영업에 벚꽃까지…'일상회복' 신호탄, 마스크도 벗나
  • 자정 영업에 벚꽃까지…'일상회복' 신호탄, 마스크도 벗나[사회in]
  •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사실상 마지막 거리두기를 맞이한 첫 주말. 영업시간이 자정까지 늘어나는 등 방역지침이 완화되면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의 끝이 보이고 있다. 사실상 일상회복으로 가는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가운데 시민들은 봄 나들이를 즐기고 밤 늦게까지 사적모임을 즐기면서 코로나19 발생 이전 모습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지만 방역당국은 ‘완전한’ 일상회복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5일 경북 포항시 남구 대이동 일대 철길숲에 벚꽃이 활짝 핀 가운데 시민이 산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변이종인 오미크론이 유행하면서 다시 빗장을 건 사회가 마지막 거리두기를 지나고 있다. 정부는 4일부터 17일까지 사적모임 인원제한을 10명으로 늘리고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제한 시간을 자정까지 완화했다. 오미크론 체제에서 거리두기 효과가 미미한 만큼 마지막 거리두기를 시사한 방역당국은 다음 조정 때 실외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모든 거리두기를 해제할 가능성이 있다.여기에 완연한 봄 날씨까지 더해져 시민들은 나들이를 나서는 등 일상을 되찾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문을 닫았던 서울 여의도 윤중로와 송파구 석촌호수가 3년 만에 다시 개방했고 서초구 양재천, 은평구 불광천 등 시내 주요 벚꽃길도 전면 개방됐다. 이번 주말이 벚꽃의 만개 시점인 만큼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져 인산인해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전히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흘 연속 2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어 여전히 방역 주의가 필요하다. 8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0만 5333명으로 사망자는 373명으로 집계됐다. 영등포구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여의도 벚꽃길 곳곳에 질서유지 관리부스를 설치하고, 거리두기와 음식물 섭취를 통제하는 요원을 배치해 방역 관리에 나선다고 밝혔다.방역당국 또한 코로나19에 대한 엔데믹(풍토병화) 선언은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진행된다고 강조하며 완전한 일상회복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는 조치도 방역조치 해제 중에서 가장 마지막 단계라는 점을 강조하며 급격한 방역 완화는 섣부르단 입장을 내놨다.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현재 감소세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의료체계에 여력이 있다면 사회경제적 피해와 특히 생업시설 피해가 큰 거리두기 조치부터 해제를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마스크 해제 여부는 우선순위가 높은 분야는 아니기 때문에 방역상황 등을 보면서 결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2022.04.09 I 조민정 기자
낯'섬'을 욕망하다<21>
  • 낯'섬'을 욕망하다[이윤희의 아트in스페이스]<21>
  • 폴 고갱이 타히티섬에서 그린 ‘망고와 여인’(1896). 후기인상파를 대표하는 작가인 고갱은 1891년 남태평양 타히티섬으로 처음 이주한 뒤 2년 동안 독특하고 과감한 색채가 돋보이는 회화 60여점을 그렸다. 하지만 고독과 향수에 시달리고, 무엇보다 돈이 떨어지자 1893년 고국 프랑스로 돌아가게 되는데, 이후 1895년 다시 타히티섬, 1897년 다시 프랑스로의 여정을 반복했다. 작품은 두 번째로 찾은 타히티섬에서 그렸다. 원주민의 건강한 인간성을 강렬하고 원시적인 색감에 묻혀낸 작품들 중 한 점이다. 캔버스에 유채, 97×130㎝, 러시아 모스크바 푸시킨미술관 소장200여년 전 소설 ‘오만과 편견’이 탄생한 곳은 낡은 책상이었답니다. 종이 몇 장과 잉크병, 깃대펜이 전부인 그곳이 바로 영국작가 제인 오스틴의 작업실이었던 셈입니다. 장서가 그림처럼 꽂힌 책장, 큼직한 책상이 근사한 ‘서재’란 공간은 남성 작가만 차지할 수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서재뿐인가요. 화가의 공간이던 ‘아뜰리에’도 그랬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카페’와 ‘술집’ ‘광장’도, 한 가정집의 ‘부엌’과 ‘식당’ ‘침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속해 있던 공간이지만, 그곳이 모든 이들에게 늘 공평했던 것은 아니었던 겁니다. 오랜 시간 미술관을 일터로 삼아온 이윤희 큐레이터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장면,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론 객관적 기록으로, 때론 상징을 담아, 때론 비틀린 풍자를 숨겨낸 ‘그림으로 읽는 공간이야기’ ‘그림으로 읽는 사람이야기’입니다. 주말 독자 여러분을 아트인문학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편집자주> [이윤희 큐레이터·미술평론가] 폴 고갱(1848∼1903)이 고국 프랑스를 떠나 타히티섬에 갔던 일은 유명하다. 아마도 우리가 타히티란 지명에 익숙한 것은 고갱 덕분일지도 모른다. 증권회사에 다니던 고갱이 주식시장 붕괴로 전업화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프랑스와 덴마크의 여러 지역에서 작품활동을 하다가 타히티섬에 처음 찾아간 것은 1891년이다. 문명을 버리고 오지를 찾아간 화가의 굳은 결단이라기에는, 이미 당시 타히티섬은 프랑스 식민지로 귀속돼 서구문물이 많이 퍼져 있던 상태였다. 여인들이 스스럼없이 옷을 벗고 다니고, 먹을거리가 풍부하고, 문명인의 고뇌가 없는 이상세계를 꿈꿨던 고갱은, 생각과는 다른 모습에 다소 실망을 했다. 하지만 이내 타히티섬 곳곳에 남아 있는 원시매력에 푹 빠져들었고, 마흔네 살 기혼자임에도 불구하고 그곳 부족장의 열세 살 난 딸과 결혼을 했으며, 프랑스에서 이미 매독에 걸린 상태였기 때문에 갓 결혼한 어린 부인은 물론 십대의 다른 소녀들에게도 매독을 옮겼으며, 그네들은 그런 상태에서 출산을 하기도 했다. 고갱은 태어난 아이들을 양육하는 책임을 지진 않았다. 풍습이 다른 식민지 섬에서 자국의 법과 도덕을 위배한 성적 방종이 고갱에게 죄책감을 주진 않았던 것 같다. 당시 타히티는 프랑스 총독부의 관할 아래 물자·자원을 착취당하고 있기도 했다. 고갱의 ‘망고와 여인’(1896)은 푸른 바다가 있는 언덕에 나체로 누워 있는 여인을 그린 것이다. 슬쩍 몸을 가리고 비스듬히 누운 여인의 포즈는 단박에 서양의 비너스 그림들을 떠올리게 한다. 서구 그림의 전통적인 주제, 그러니까 비너스나 성모자상 같은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주제에 타히티섬 여인들을 동원해 그리는 것은 고갱이 종종 사용하던 방법이고, 이러한 그림들은 유럽인을 대상으로 판매하기에도 좋았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의 여인 곁에는 망고열매가 나뒹굴고 있는데, 열대과일 망고는 고갱이 여인들의 손에 들려 그리거나 정물만으로도 그렸던, 애호한 소재였다. 푸른 바다와 하늘, 그 아래 푸릇푸릇한 나무그늘 아래 벌거벗고 누운 타히티 여성은 과연 풍요로운 낙원을 느끼게 한다. ◇고갱이 그린 ‘망고와 여인’, 그 암울한 이면 하지만 남태평양 한가운데의 식민지 섬에서 낙원을 느끼는 것은 지배국 남성의 과도한 낭만이 아니었을까. 고갱이 그린 타히티 그림들은 이내 고정 컬렉터가 생겼고 큰 명성도 안겨줬지만, 타히티섬 사람들은 그의 그림을 어떻게 봤을까. 그들은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전통문화가 있었으며 말과 복장이 다른 타국의 지배자들이 멋대로 건물을 짓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것을 지켜봐야 했을 것이다. 모델이 된 여성들이 프랑스에서처럼 제대로 모델료를 받았을지도 의문이거니와, 필시 고갱의 성적 대상이 됐을 것이란 짐작까지 가능케 한다. 고갱에게 타히티섬은 자신의 독창적 예술형식에 걸맞은 소재를 제공한 개인적 식민지가 아니었을까. 식민지 섬이 아니더라도 섬은 인간에게 어떤 환상을, 그것이 아름다움이든 공포든, 지금 발 딛고 있는 이곳과는 다른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 것 같은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예컨대 스위스화가 아르놀트 뵈클린(1827∼1901)이 그린 한 쌍의 섬, ‘죽음의 섬’(1880)과 ‘삶의 섬’(1888)은 섬에 대해 인간이 가지는 양가적 감정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아르놀트 뵈클린의 ‘죽음의 섬’(1880). 자주 또 반복적으로 죽음을 암시하거나 주제로 삼은 뵈클린이 그린 여러 ‘죽음의 그림’ 중 대표작이다. 침묵과 고요, 꿈꿀 수 있는 장소로 죽음과 섬을 동일시했다. 풍부한 상상력이 바탕이 된 독특한 감각과 색채가 분위기를 극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캔버스에 유채, 110.9×156.4㎝, 스위스 바젤 바젤미술관 소장.‘죽음의 섬’은 오래 바라보게 되는 그림이다. 죽음의 세계를 이토록 지독한 외로움으로 그려낸 그림이라니. 어떠한 전거 없이도 그림은 그 자체로 무덤인 섬으로 보는 이를 안내한다. 거대한 바위를 깎아 만든 섬에는 배를 정박할 입구가 나 있다. 섬을 장식하는 나무는 유럽의 공동묘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이프러스다. 사이프러스는 섬 가운데 컴컴한 숲을 이루고 있어, 그 안쪽 통로로 들어서면 빛을 볼 수 없을 것만 같다. 사이프러스숲을 감싼 바위들에는 조각된 문의 형태가 보이는데, 각각이 무덤인 듯하다. 서구는 오랜 석관의 전통이 있고, 작은 건물처럼 가족묘를 돌로 만들기도 했으므로, 건축물의 일부처럼 보이는 바위의 문들은 무덤의 부분으로 쉽게 식별할 수 있다. ◇혼자 겪는 가장 고독한 과정…‘죽음의 섬’ 가는 일 이 그림은 극도로 고요하다. 밤바다를 노 저어가는 소리조차 어둠에 묻힐 듯하며, 바람도 불지 않고, 흔한 새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노를 젓는 금발의 남성과 흰 망토를 머리끝까지 두른 사람은 각자 섬을 향해 있고, 서로 대화를 나눌 것 같지도 않다. 고요하게 섬으로 전진하고 있는 배 위에는 하얀 천으로 싸인 상자가 있는데, 아마 관인 듯하다. 흰옷을 입은 사람은 누구일까. 어둠 속에서도 흰옷 입은 사람의 그림자가 하얀 관 위에 짙게 드리워져 의문은 더욱 커진다. 망자의 관을 운반하는 안내자일까, 아니면 관에 누운 사람의 영혼인가. 배는 곧 섬의 안쪽 입구에 당도할 것이고, 하얀 관은 어둠 속으로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그림에서 인간의 죽음은 드라마틱한 어떤 사건도 없이, 죽은 이의 사연에 대한 어떤 설명도 없이, 그저 소리 없이 외딴섬에 가닿는 것으로만 묘사돼 있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혼자 겪어야 하는 이토록 고독한 과정일 것이므로. 뵈클린은 이 그림을 여섯 번 반복해 그렸고 2차대전 중 폭격으로 파괴된 한 점을 제외하고 다섯 점은 각국의 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바위섬의 형태와 하늘빛이 조금씩 달라지고, 후원자의 요청에 따라 관에 꽃을 두르거나 하는 변형이 있긴 했어도, 흰옷을 머리끝까지 둘러쓰고 선 사람의 모습은 변한 적이 없다. 뵈클린에게 흰옷을 입은 사람은 죽음의 알레고리일 것이다. 뭐라 따로 표현할 길이 없는 죽음의 실체에 그는 유령 같은 뒷모습만 부여했고, 앞모습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아르놀트 뵈클린의 ‘삶의 섬’(1888). ‘죽음의 섬’ 연작 이후에 뵈클린이 옮겨간 ‘삶이 있는’ 섬 그림이다. 색·소리·분위기 등의 대비를 의도해 죽음과는 다른 삶·생명을 묘사했지만 ‘죽음의 섬’만큼 큰 주목은 받지 못했다. 고대 신화에서 영감을 얻은 ‘반인반수’ 등은 뵈클린이 즐겨 사용한 장치다. 마호가니 나무에 유채, 93.3×40.1㎝, 스위스 바젤 바젤미술관 소장.여섯 점의 ‘죽음의 섬’을 그리고 나서 뵈클린은 ‘삶의 섬’ 한 점을 그렸다. ‘삶의 섬’에서는 다양한 나무들이 제멋대로 자라나고 있다. 야자수부터 색색의 꽃을 피우는 꽃나무까지 푸른 하늘 아래 생명력을 뽐내고 있다. 섬 아래에는 물에 들어가 노는 사람들이 보이고 여러 마리의 백조가 그들 곁에서 헤엄치고 있다. 갈색 수염을 기른 남자는 반인반수 사티로스(그리스신화에서 반은 사람이고 반은 짐승인 괴물)처럼 보이지만 하체가 물에 잠겨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다. 섬 위에는 화려하게 차려입은 색색의 사람들이 화관을 쓰고 즐겁게 어울리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 ◇섬으로 훌쩍 ‘한달 살이 떠나는 이유이 그림에는 소리가 있다. 첨벙거리는 소리, 즐거움에 넘치는 사람들의 소리 말이다. 뵈클린은 ‘죽음의 섬’과 대응하는 ‘삶의 섬’에서 여러 대척점을 만들고자 했을 것이다. 섬 모양과 나무, 사람과 동물의 생기 있는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소란스럽고 역동적인 이승의 단면을 보여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죽음의 섬’과 비교해 봤을 때, ‘삶의 섬’은 밀도가 대단히 떨어진다. 죽음에 고도로 집중해 완벽하게 고요한 풍경을 만들어냈던 것만큼, 삶의 생동감을 묘사하기에 적합한 형태를 찾진 못한 것 같다. 하지만 그럴 만하다. 삶은 원래 지나치게 가지각색이지만, 죽음은 오롯이 한 길이기 때문이다. 고갱의 섬도 뵈클린의 섬도 결국은 환상의 소산이다. 섬이란 공간은 원시적 이상세계라거나 삶과 죽음의 상징을 덧붙이기에 알맞은 속성을 가지고 있다. 내가 선 이 장소와는 다른 일이 펼쳐지리라 기대되는, 땅이면서도 독자적이고 세상의 부분이면서도 세상을 떠나 있을 것만 같은 장소기 때문이다. 물론 섬사람이 아닌 이방인의 시선에서 말이다. 그러니 일상에 지친 이들이 어느 순간 배낭을 메고 섬에 가서 ‘한 달 살기’ ‘한 해 살기’ 등의 프로젝트를 감행하는 것일 게다. △이윤희 큐레이터는… 1970년생. 대학을 다니던 20대 어느 겨울, 해외여행 자유화 덕분에 유럽행 비행기에 오른 것이 인생에 미술을 들인 결정적 계기가 됐다. 누구나 들렀던 어느 미술관에서 뜻밖에 렘브란트의 ‘어머니 초상’이란 작품이 발을 붙들었다. 뭔가 꿈틀거리는 게 올라왔다. 세상을 감동시킨 그 수많은 작품을 설명하는 언어를 가지고 싶다는 열망도 함께였다. 이화여대에서 독문학과를 졸업한 뒤론 동대학원 미술사학과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미술의 역사, 미술의 말을 공부했다. 이후 ‘공간’ 지 미술기자를 시작으로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실장, 청주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 등을 거치며 오래전 그 렘브란트의 감동을 현장으로 옮겼다. 번역서로 ‘그림자의 짧은 역사’(2006), ‘포토몽타주’(2003), ‘바디스케이프’(1999)가 있으며 저서로 ‘여성의 눈으로 보는 미술 키워드’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2022.01.29 I 오현주 기자
공부는 누가 하나<14>
  • 공부는 누가 하나[이윤희의 아트in스페이스]<14>
  • 앙드레 앙리 다르겔라스가 1860년 그린 ‘세계여행’. 한바탕 난리법석인 교실풍경을 그려냈다.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붓선으로 도시 안팎의 정겨운 전경을 그렸던 다르겔라스가 유독 몰입했던 소재는 ‘아이들’이었다. 동네 골목길 또 언저리 숲에서 놀이를 하거나 집안에서 사고를 연신 쳐대던 장난기는 학교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또래의 왕성한 에너지 집합소가 된 학교를 그린 작품에선 자유스러운 교실 분위기까지 입혀 누구나 떠올릴 유년시절의 서정성을 짙게 풀어놨다. 캔버스에 유채, 46×37.5㎝, 개인 소장.200여년 전 소설 ‘오만과 편견’이 탄생한 곳은 낡은 책상이었답니다. 종이 몇 장과 잉크병, 깃대펜이 전부인 그곳이 바로 영국작가 제인 오스틴의 작업실이었던 셈입니다. 장서가 그림처럼 꽂힌 책장, 큼직한 책상이 근사한 ‘서재’란 공간은 남성 작가만 차지할 수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서재뿐인가요. 화가의 공간이던 ‘아뜰리에’도 그랬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카페’와 ‘술집’ ‘광장’도, 한 가정집의 ‘부엌’과 ‘식당’ ‘침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속해 있던 공간이지만, 그곳이 모든 이들에게 늘 공평했던 것은 아니었던 겁니다. 오랜 시간 미술관을 일터로 삼아온 이윤희 큐레이터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장면,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론 객관적 기록으로, 때론 상징을 담아, 때론 비틀린 풍자를 숨겨낸 ‘그림으로 읽는 공간이야기’ ‘그림으로 읽는 사람이야기’입니다. 주말 독자 여러분을 아트인문학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편집자주> [이윤희 큐레이터·미술평론가] 등·하교하는 학생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큰소리로 서로를 불러대는 모습이 요즘처럼 그리울 때가 있을까. 영원히 변치 않을 풍경인 줄 알았는데, 전쟁도 천재지변도 아닌 지나가는 역병에 그 풍경은 너무 쉽게 바뀌었다. 하지만 과거 역사를 되돌아보건대 인간은 가르치고 배우는 것을 멈춰 본 적이 없다. 오래전부터 지혜가 있는 사람들은 더 어린 이들을 모아 가르쳐 왔고, 1000년 전부터 공적인 교육시스템을 만들어 왔으며, 지금은 학교를 다니는 일이 당연한 삶의 과정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이 흐르기 전에 반드시 학교는 예전과 같은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 믿는다. 학교의 교실 풍경은 이전 시대에도 오늘날과 매우 비슷했다는 것을 옛 그림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14세기 전반기, 그러니까 중세 후반기에 양피지에 그린 이탈리아 화가 라우렌티우스 데 볼토리나의 ‘헨리쿠스 데 알레마니아의 윤리학 수업’(1300s)에는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듯한 학생들이 보인다. 어려운 화가의 이름이나 교수의 이름에 신경 쓰지 않은 채, 또 수염을 기르거나 중후한 모자를 쓴 나이 지긋한 학생들이란 사실을 뒤로 하고 그림을 바라보면, 피식 웃음이 날 정도로 학창시절의 장면이 떠오르게 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셋째 줄 맨 앞에 보이는 학생이다. 도저히 졸음을 참을 수 없는지 팔을 베고 그만 잠들어버렸다. 너그럽게 봐주자면 전날 밤을 새우면서 공부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눈이 초롱초롱한 학생들은 앞줄에 앉는 법, 펼친 책을 똑바로 쥐고 교수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배움의 기쁨에 뭔가 질문을 쏟아낼 것 같은 학생들은 앞줄과 둘째 줄에 모여 있다. 하지만 둘째 줄 끝으로 보이는 학생부터 턱을 괸 자세 등 상태가 좀 달라지기 시작해, 세 번째 줄에서의 산만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한 학생은 아예 잠들었고, 가운데 두 학생은 교수가 뭐라 하거나 말거나 천연덕스럽게 얼굴을 맞대고 대화 중이다. 마지막 줄에도 아예 일어나 수업을 빼먹으려는 학생과 멍하니 딴 곳을 쳐다보는 학생, 또 ‘나는 누구며 여기는 어디인가’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든 것 같은 얼굴도 보인다. 헨리쿠스 데 알레마니아 교수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어 수업이 어떤 내용인지는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우나, 중세의 대학이란 특수하게 허락된 공간에서도 공부하는 학생은 하고, 노는 학생은 놀고, 조는 학생은 졸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재미있는 그림이 아닐 수 없다. 수염이 덥수룩한 어른들의 교실이라도 말이다. 라우렌티우스 데 볼토리나의 ‘헨리쿠스 데 알레마니아의 윤리학 수업’(1300s). 중세 말 강의실의 풍경. 교수나 학생의 외양만 보고 기대했던 엄숙한 수업 분위기는 ‘반전의 디테일’에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 졸고 떠들고 무념무상에 빠진 학생들을 캐치한 화가의 재치가 보인다. 양피지에 채색, 18×22㎝, 독일 베를린 쿠퍼슈티히카비네트미술관 소장.◇18세기 서민에게도 교육 길 열렸지만…근대 이전 시기에 귀족은 훌륭한 가정교사를 들여 자녀를 교육했지만, 먹고사는 일에 급급했던 일반 서민에게 교육은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18세기와 19세기에 걸쳐 지역에 따라서는 신분제가 완화됐고, 계몽주의의 영향으로 서민층 어린 학생들이 교육 받는 일도 가능해졌다. 약간 여유가 있는 부모들이 더 좋은 일자리를 가지면서 계층 상승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자녀를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프랑스 화가 앙드레 앙리 다르겔라스(1828∼1906)의 ‘세계여행’(1860)은 19세기 중반 프랑스 시골학교 교실의 생생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교실 천장에 학습용으로 매달아 놓은 지구본에 기어코 한 아이가 올라탔고, 다른 한 아이는 지구본을 밀고, 또 다른 아이는 잡아당기는 중이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두 손으로 줄을 단단히 잡고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지구본에 두 다리를 단단히 붙인 이 아이는 보나마나 이 학급에서 최고의 말성꾸러기일 것이다. 그림에는 일곱 명의 아이가 등장하는데, 가장 멀리 보이는 아이는 이 신나는 일탈의 놀이보다 야단맞을 일이 더 걱정인지 교실 문을 열고 황급히 뛰어들어오는 선생님을 쳐다보고 있다. 거의 일어서듯이 지구본을 탄 아이를 바라보는 붉은 옷의 아이는 이 광경을 꿈꾸는 듯한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다. 혼날 것을 각오하고 지구본에 올라탄 친구가 부러워서일 수도 있고, 저 동그란 구에 붙어 있는 이국의 세계에 언젠가 가보고 싶다는 용기가 샘솟는 중일 수도 있을 것이다. 교단에 앉아 얌전하게 책을 펼친 아이도 이 시끄러운 놀이에서는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이 사태를 진정시키러 들어오는 선생님이 아니라면 아이들은 줄을 서서 이 ‘세계여행’을 한 번씩 즐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앙드레 앙리 다르겔라스의 ‘세계여행’(1860) 부분. 교실 천장에 학습용으로 매달아 놓은 지구본에 올라탄 한 아이와 밀고 있는 아이의 표정이 제법 진지하다. 이 장난에 동참하지 못한 붉은 옷의 아이는 이 광경을 꿈꾸는 듯한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다.이 교실 풍경에서 여학생은 보이지 않는다. 19세기 중반인 이 시기에 여자아이는 남자아이에 비해 교육의 수혜를 덜 받았다. 학교를 다니더라도 여자아이에게는 세계여행을 꿈꾸게 하기보다 기존의 좁은 사회적 역할에 충실하게 성장하는 게 목표였다. 물론 글자와 숫자를 익히고 책도 읽겠지만, 양재 같은 실용적인 과목을 배워 장차 현숙한 여인으로 성장해 좋은 어머니가 되는 것을 장려했던 것이다. 물론 이 중에서도 특출난 재능으로 모든 방해물을 스스로 제치고 어떻게든 공부할 길을 찾아 후에 노벨상을 받게 된 마리 퀴리 같은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일반적으로 교육에 깔린 성별의 차등 외에 각 분야의 전문영역에서는 뭐가 좀 달랐을까. 미술 분야만을 보자면 별로 그렇지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 오늘날 미술대학의 전신인 유럽의 미술아카데미들, 특히 왕립으로 운영하던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여성의 참여가 아예 허락되지 않거나 소수 인원으로 한정해 기회가 주어졌다. 영국의 로열아카데미는 처음 설립한 1768년에 34명의 회원으로 시작해 40명까지 허락됐는데, 여성회원으로 스물네 살이던 메리 모저와 스물일곱 살이던 앙겔리카 카우프만이 창립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초상화로 자리한 모저·카우프만의 비운이들은 함께 토론하고 서로의 작품을 품평하고 전시하고 수업을 만들어 참여하기도 했다. 이들이 함께한 수업의 모습은 독일 화가 요한 초파니(1733?∼1810)의 ‘로열아카데미 회원들’(1771∼1772)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체를 탐구하기 위한 누드교실이 그림의 배경이다. 오른쪽으로 남성 두 명이 옷을 벗고 포즈를 취하거나 잠시 쉬는 모습이 보이고, 회원들은 이들을 관찰하거나 토론을 하고 있다. 그림은 당시 흔했던 집단 초상화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회원들의 얼굴이 잘 보이도록 그려져 있다. 그런데 아무리 살펴도 모델을 포함해 전부 남성으로만 그려져 있을 뿐이다. 어이없게도 여성 화가의 얼굴은 오른편 벽에 걸린 두 점의 초상화 속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요한 초파니의 ‘로열아카데미 회원들’(1771∼1772). 남성들끼리 ‘그들만의 수업’을 꾸려가던 18세기 영국 한 미술아카데미의 교실을 들여다봤다. 수업에 참석하는 여부를 자신의 의지대로 결정하지 못했던 당시 여성들은 벽에 걸린 초상화에 걸린 채 수업에 참석 중이다. 캔버스에 유채, 101.1×147.5㎝, 영국 런던 왕가 컬렉션 소장.두 명의 여성 회원 중 모저는 정물화를 그리는 화가였고, 카우프만은 영국 귀족의 가족초상화를 그려 이미 명성이 높은 화가였다. 하지만 카우프만은 초상화에 만족하지 않고 역사화에 지속적으로 도전해 역사화가로 이름을 남기고 싶었던 야심찬 화가였다. 따라서 역사화에 필수적인 인체 탐구를 반드시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남성의 누드를 관찰한다거나 위대한 장르인 역사화에 도전하는 것은 여성의 미덕에 해를 끼치는 일이란 판단에 의해, 두 명의 여성 회원은 이 수업에서 배제당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초기 로열아카데미 회원의 초상화를 전부 그려야 했던 초파니는 고민 끝에 이들의 얼굴을 벽에 걸린 초상화로 넣어준 것이다. 미술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여성과 남성이 균등한 교육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여자아이도 교실에서 지구본을 망가뜨리고 대학 강의에서 전날의 숙취로 정신을 못 차리는 세상이 됐다. 눈을 반짝이거나 졸거나 떠드는 교실의 오래된 풍경 속에 여학생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 있는 것, 이는 과거의 그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었던 것이다. △이윤희 큐레이터는… 1970년생. 대학을 다니던 20대 어느 겨울, 해외여행 자유화 덕분에 유럽행 비행기에 오른 것이 인생에 미술을 들인 결정적 계기가 됐다. 누구나 들렀던 어느 미술관에서 뜻밖에 렘브란트의 ‘어머니 초상’이란 작품이 발을 붙들었다. 뭔가 꿈틀거리는 게 올라왔다. 세상을 감동시킨 그 수많은 작품을 설명하는 언어를 가지고 싶다는 열망도 함께였다. 이화여대에서 독문학과를 졸업한 뒤론 동대학원 미술사학과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미술의 역사, 미술의 말을 공부했다. 이후 ‘공간’ 지 미술기자를 시작으로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실장, 청주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 등을 거치며 오래전 그 렘브란트의 감동을 현장으로 옮겼다. 번역서로 ‘그림자의 짧은 역사’(2006), ‘포토몽타주’(2003), ‘바디스케이프’(1999)가 있으며 저서로 ‘여성의 눈으로 보는 미술 키워드’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2021.12.11 I 오현주 기자
보느냐 보여지느냐…'시선'도 권력이다<11>
  • 보느냐 보여지느냐…'시선'도 권력이다[이윤희의 아트in스페이스]<11>
  • 오귀스트 르누아르가 1874년에 그린 ‘특별석’. 인상파 그룹에 들었으나 르누아르의 색채표현은 여느 화가와는 달랐다. 부드럽고 담백한 색조를 유지하며, 화면 구성과 스토리에 좀더 몰입한 형태다. 자연에 비친 빛의 변화 대신 사람에 비친 빛과 그림자를 포착했는데 부유층의 여성과 아이, 소녀를 그린 작품이 많다. 공연장 남녀가 향한 시선을 특이한 구도로 잡아낸 ‘특별석’에서도 르누아르만의 이야기가 읽힌다. 80×63.5㎝, 캔버스에 유채, 영국 런던 코털드인스티튜트 오브 아트 소장.200여년 전 소설 ‘오만과 편견’이 탄생한 곳은 낡은 책상이었답니다. 종이 몇 장과 잉크병, 깃대펜이 전부인 그곳이 바로 영국작가 제인 오스틴의 작업실이었던 셈입니다. 장서가 그림처럼 꽂힌 책장, 큼직한 책상이 근사한 ‘서재’란 공간은 남성 작가만 차지할 수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서재뿐인가요. 화가의 공간이던 ‘아뜰리에’도 그랬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카페’와 ‘술집’ ‘광장’도, 한 가정집의 ‘부엌’과 ‘식당’ ‘침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속해 있던 공간이지만, 그곳이 모든 이들에게 늘 공평했던 것은 아니었던 겁니다. 오랜 시간 미술관을 일터로 삼아온 이윤희 학예연구관이 이데일리와 함께 그 장면,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론 객관적 기록으로, 때론 상징을 담아, 때론 비틀린 풍자를 숨겨낸 ‘그림으로 읽는 공간이야기’ ‘그림으로 읽는 사람이야기’입니다. 주말 독자 여러분을 아트인문학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편집자주> [이윤희 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 직장인 입장에서 보면 음악회는 퇴근 후 저녁식사를 하기도 빠듯하게 허겁지겁 달려 찾게 되는 기꺼운 예술적 사치이다. 몸을 일으키기도 버거운 주말에조차 떨쳐 일어나 그래도 괜찮은 옷을 갖춰 입고 오늘을 달리 살 수 있는 시간을 기대하며 찾게 되는 곳이 공연장인 것이다. 첨단 음향기술과 영상의 발전으로 굳이 직접 찾지 않아도 얼마든지 감상이 가능하지만, 그래도 온몸이 음악에 휘감기는 경험을 하기에는 콘서트홀만한 곳이 없다. 피곤을 못 이겨 몇초 살짝 졸았다 깨도 여전히 연주가 끝나지 않아 기분이 좋은 곳은 역시 음악회뿐이다. 둥근 형태의 공연장, 특히 음악회를 여는 극장식 음악당의 건축은 런던·비엔나·파리 등 유럽 전역에서 17~19세기를 거치며 모양을 갖춰갔다. 고급예술로 여겨지는 여러 공연이 시야와 음향을 잘 배려해 지은 공연장에서 이뤄지고, 왕족이나 귀족뿐 아니라 시간과 자금에서 여유가 생긴 신흥 부르주아가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된 때는 19세기에 이르러서다. 이즈음 남성이든 여성이든 좋은 옷을 차려입고 무대를 가까이 볼 수 있는 망원경인 오페라글라스와 부채 등을 챙겨 공연을 보러 가는 일은 매우 인기 있는 여가생활이었다. 새로운 현대식 생활에 관심이 많았던 19세기 인상주의 화가들은 특히 공연장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에 관심이 많았고, 그 가운데서도 특별석(la loge)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즐겨 그렸다. 특별석은 무대의 아래가 아닌 무대의 위쪽에서 내려다볼 수 있도록 작은 방처럼 만들어져 함께 온 이들과 좀더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는 자리였다. ◇둥글게 배치된 ‘특별석’, 시선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워프랑스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가 그린 ‘특별석’(1874)에는 한쌍의 남녀가 공연의 막간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창백해 보이도록 얼굴에 하얗게 화장한 여인은 희고 검은 줄무늬 의상을 입고 흰 장갑을 낀 한 손에 오페라글라스를, 다른 손에 부채를 쥐고 있다. 하지만 이 여인은 오페라글라스로 아래쪽 무대를 바라보는 대신, 그림을 그리는 르누아르를 정면에서 응시하고 있는 듯하다. 때문에 이 여인의 그림은 실제 공연장의 특별석 대신 르누아르의 작업실에서 그려졌으리라 추정한다. 이 여인은 니니 로페즈란 이름을 가진 르누아르의 모델이었고, 이후에도 그의 작품에 여러 번 등장한다. 여인의 뒤에서 더 성능이 좋아 보이는 망원경으로 위쪽을 집중해 쳐다보고 있는 남성은 르누아르의 남동생이다. 그 역시 따로 그려져 로페즈의 초상과 더불어 공연장 장면에 합성됐을 것으로 짐작한다. 따라서 이 장면은 르누아르가 일부러 배치한 인물들의 모습인 것이다. 그림 뒤쪽의 남성은 몸을 젖히면서까지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다. 옆자리 여인에게는 일말의 관심도 없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커다란 원형극장 저편에서 발견한 더 아름다운 여성이었을까. 다른 관객들을 생각하면 이러한 행동은 혹시 실례가 아닐지. 여러 의문이 한꺼번에 떠오를 정도로, 남성의 시선은 갖가지 상상을 하게 만든다. 메리 카사트의 ‘특별석’(1878). 미국에서 났지만 인생 대부분을 프랑스에서 보낸 카사트는 에드가 드가를 만나 친분을 쌓으며 인상파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가정적인 주제·소재의 작품이 많은데, 특히 주변에서 보고 관찰한 여성들의 안락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즐겨 그렸다. 드가 덕분에 발레 혹은 공연장 그림도 적잖다. 그중 ‘특별석’은 카사트 특유의 눈썰미와 역동성을 제대로 발휘한 작품이라 할 만하다. 81×66㎝, 캔버스에 유채, 미국 매사추세츠 보스턴미술관 소장.미국 필라델피아 출신이지만 미국의 미술교육에 답답함을 느끼고 파리에 유학을 왔던 여성작가 메리 카사트(1845∼1926)가 그린 ‘특별석’(1878)을 보면, 공연장에서 관객들끼리 이런 방식으로 시선이 오가는 것은 당시에 매우 흔했던 일임을 알 수 있다. 고층 공연장의 특별석은 둥글게 휘어지는 곡선을 따라 배치돼 있다. 따라서 모두 앞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불만 밝혀져 있다면 옆·위·아래로 얼마든지 자유롭게 시선을 돌릴 수 있는 장소였던 것이다. 카사트의 그림 속에서 전면에 등장하는 여성은 르누아르의 그림에서와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르누아르의 그림 속 여성은 오페라글라스를 든 다른 남성의 시선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듯했다. 물론 르누아르 작업실에서 그가 원하는 포즈로 그려졌기에 그렇겠지만, 르누아르는 자신이 언젠가 공연장에서 봤던 장면을 재현했을 것이기에, 여성은 누군가의 시선을 받아들이고, 남성은 적극적으로 시선을 던지는 모습이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카사트의 그림 속에서도 저 건너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머리를 올린 화려한 복색의 여인들은 대개 무대 쪽을 쳐다보고 있는 데 반해 한 남성은 눈에 띄게 몸을 난간에 기대고 바로 이쪽, 그림의 주인공인 여성 쪽을 응시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여성도 만만치 않다. 몸을 앞으로 굽히고 한쪽 팔을 난간에 척 올린 채 앞쪽을 응시하고 있다. 오페라글라스의 방향이 무대인지 다른 볼거리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오랜만의 외출에서 이 여성은 만만하고 얌전하게 남의 볼거리가 돼줄 생각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건너편 난간에서 정말 부자연스러운 포즈로 자신을 쳐다보는 남성의 시선은 피할 수가 없다. 대개 여성들은 불쾌한 시선을 가리기 위해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무대를 볼 때만 오페라글라스를 활용했지만 이 여성은 자신을 가리는 것보다 무엇인가를 바라보는 것에 골몰해 있다. 반면 무대의 공연자를 바라보는 것 이외에도 잘 차려입은 여성 관객을 얼마든지 훔쳐볼 수 있는 남성 관객에게 특별석은 그야말로 볼거리 천지였을 것이다. 다만 카사트는 여성 관객에게 역동적인 관찰자의 역할을 부여해 그 경계를 일부 허물어뜨리고 있으며, 건너편 남성의 포즈로 인해 이 상황에 대한 풍자적인 느낌마저 주고 있다. 에드가 드가의 ‘발레, 스타’(1878).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이 집밖 야외로 향했던 것과는 달리 드가는 주로 실내장면을 많이 그렸다. 뛰어난 데생화가란 평가답게 움직임을 묘사하는 데 능했는데, 발레리나를 앞세운 무용수 그림이 많았던 이유기도 하다. 공연의 절정을 묘사한 듯한 ‘발레, 스타’는 드가의 수많은 걸작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꼽힌다. 아름다운 스타 발레리나 뒤에 그려넣은 검은색 정장은 당시 난잡하고 환멸적인 현실을 꼬집은 드가의 장치였다. 58 ×42㎝, 종이에 파스텔, 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 소장.◇화려한 무대의 이면…발레리나와 검은 후원자발레 공연장의 무대를 즐겨 그린 화가 중 에드가 드가(1834∼1917)는 다른 화가들보다 더 특수한 응시의 각도를 자주 보여줬다. 발레 무대를 즐겨 그렸던 드가는 발레공연단으로부터 발레리나의 연습 장면이나 리허설, 또 무대 뒤편을 보고 그릴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발레는 대단히 전문적인 기량을 요구하는 데다가 훌륭한 발레리나가 되려면 재능을 보이는 어린 시절부터 특수교육을 받아야만 했다. 그래서 대개 가난했던 발레리나 지망생은 상류층의 후원을 받아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무대에 서게 되더라도 특별 제작한 의상 등을 후원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후원자는 성장하는 발레리나의 교육과정을 지켜볼 수도, 리허설이나 무대 뒤편에서 이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순수하게 발레예술을 돕기 위한 목적의 후원자도 있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음흉한 목적을 가진 이들도 분명히 있었고, 오직 그것만이 목적인 후원자도 많았다는 게 이 시대의 기록이다. 드가의 ‘발레, 스타’(1878)는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기량을 펼치고 있는 무대 위 발레리나의 아름다운 장면을 그린 것이다. 양팔을 우아하게 뻗고 한 다리로 서 있는 발레리나는 공연에 완전히 몰입해 있지만 무대 뒷배경 쪽에는 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드가의 시선으로 볼 때 무대 뒤쪽에는 적어도 네 사람의 다리가 더 보인다. 나무숲을 표현한 듯한 칸칸의 무대장치 사이에 대기 중인 발레리나의 흰 치마와 다리가 보이기도 하지만, 그중 유독 한 남성이 눈에 띄는 것이다. 바지에 손을 찌르고 우뚝 서서 무대를 바라보는 검은 슈트 차림의 남성은 발레리나의 후원자로 해석된다. 무대 뒤편에서 발레리나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사람 말이다. 덕분에 그의 시선은 무대의 앞이든 위든 뒤든 얼마든지 ‘자유롭게’ 위치할 수 있다. 이렇듯 누가 보여지는 대상이 되고 누가 볼 수 있는 주체가 되는가의 문제는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시선은 일종의 권력인 것이다. △이윤희 학예연구관은… 1970년생. 대학을 다니던 20대 어느 겨울, 해외여행 자유화 덕분에 유럽행 비행기에 오른 것이 인생에 미술을 들인 결정적 계기가 됐다. 누구나 들렀던 어느 미술관에서 뜻밖에 렘브란트의 ‘어머니 초상’이란 작품이 발을 붙들었다. 뭔가 꿈틀거리는 게 올라왔다. 세상을 감동시킨 그 수많은 작품을 설명하는 언어를 가지고 싶다는 열망도 함께였다. 이화여대에서 독문학과를 졸업한 뒤론 동대학원 미술사학과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미술의 역사, 미술의 말을 공부했다. 이후 ‘공간’ 지 미술기자를 시작으로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실장, 청주시립미술관 학예실장 등을 거치며 오래전 그 렘브란트의 감동을 현장으로 옮겼다. 지금은 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으로 일한다. 일터에 나가면 미술작품들이 바로 곁에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전시기획을 하고, 글을 쓴다. 번역서로 ‘그림자의 짧은 역사’(2006), ‘포토몽타주’(2003), ‘바디스케이프’(1999)가 있으며 저서로 ‘여성의 눈으로 보는 미술 키워드’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2021.11.20 I 오현주 기자
골동품·한약재에 수목원…동대문 전통시장서 타임머신 타세요
  • 골동품·한약재에 수목원…동대문 전통시장서 타임머신 타세요
  •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가을을 즐기려는 나들이객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 전통시장을 방문해보는 것이 어떨까. 동대문구에서는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서울약령시부터 골동품이 가득한 고미술상가, 풍물시장, 경동시장에서 전통 문화와 정서를 느낄 수 있다. 한국 최초의 수목원인 홍릉시험림에서는 잘 보존된 다양한 식물들을 함께 볼 수 있어 도심 속 휴식처로 안성맞춤이다.서울 동대문구 약령시장 전경.(사진=서울관광재단 제공)◇골동품이 즐비한 답십리 ‘고미술 상가’답십리(踏十里)의 지명은 조선 건국 당시 무학대사가 도읍을 정하려고 도성에서 10리 떨어진 땅을 밟았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1980년대부터 청계천, 아현동, 황학동 등지에 흩어져 있던 고미술상들이 답십리로 모여들어 상가 거리를 형성했다.답십리역 대로변 뒤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삼희아파트가 나타난다. 아파트 1층의 상가 구역 앞에는 박물관에서나 볼법한 유물들이 길가로 쏟아져 나와 있고 복도에는 한옥의 문, 창살, 장식장 등이 빼곡하게 놓였다. 공예품, 도자기, 석물, 그림 등 각양각색의 물건은 가격 역시 천차만별이다. 고급스러운 고미술품부터 가볍게 꾸밀 수 있는 소품까지 수많은 골동품이 진열돼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고미술에 매력을 느낀 외국인들이 주로 찾아와 물건을 구매해 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고풍스러운 인테리어 소품을 찾는 국내 고객들의 발걸음이 주를 이룬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서울풍물시장’한국전쟁 이후 청계천 인근에 고물상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에서부터 풍물시장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전국의 골동품상과 수집가들이 모여들면서 시장을 형성해 ‘황학동 도깨비시장’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이후 거래 물품의 다변화로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라는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낼 정도로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벼룩시장-도깨비시장-개미시장-만물시장-마지막 시장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릴 만큼 천의 얼굴을 간직한 시장으로 명성을 이어왔다. 이후 2003년 동대문 풍물벼룩시장, 2008년 서울풍물시장으로 명칭이 바뀌며 서울을 대표하는 중고시장으로 자리 잡았다.시장은 총 2층으로 색깔별로 구역을 지정해 간판의 색을 맞추어 시장을 찾는 고객의 편의성을 높였다. 1층의 노랑동은 생활잡화, 주황동은 구제 의류를, 초록동은 각양각색의 골동품을, 빨강동은 먹거리를 파는 식당가로 이뤄져 있다. 2층의 남색동은 생활잡화를, 파랑동은 의류를, 보라동은 취미생활 용품을 판매한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초록동의 골동품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놋그릇부터 동양의 고미술품, 유럽풍의 장식품이 가득 차 있다.2층에는 60~70년대 서울 시내 상점가를 재현한 테마존인 ‘청춘 1번가’가 있다. 스튜디오처럼 꾸며진 공간에는 교복을 대여해주는 청춘사진관, 옛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레코드 방, 추억의 만화 주인공을 만날 수 있는 만화방, DJ가 있는 음악다방 등으로 꾸며져 과거로 추억여행을 떠나온 것 같은 기분을 즐길 수 있다.풍물시장 안에는 ‘빨강동’이라 불리는 식당가가 있다. 여러 점포가 들어선 만큼 국밥류, 면류, 불고기, 생선구이 등 메뉴도 다양하다. 국립산림과학원 홍릉시험림은 오랜 시간 연구원으로 개방되지 않던 숲이다. 숲의 향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제2 수목원의 모습이다.(사진=서울관광재단 제공)◇옛 보제원 터에 국내 최대 한약재 시장 ‘서울약령시장’널리 구제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보제(普濟)원’은 조선 시대 백성들에게 의술을 베풀던 의료기관이다. 서울약령시장은 옛 보제원 터에 자리 잡고 질 좋은 약재를 공급하는 국내 최대의 약령시로 공간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한약재의 약 70%가 서울약령시에서 거래될 만큼 규모가 크다.서울약령시장은 제기동역부터 경동시장 사거리까지 골목길 사이 사이로 수많은 약재상과 한의원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약령시장 골목 깊숙이 들어가면 서울약령시한의약박물관이 있다. 한의약과 관련된 유물과 다양한 약재를 전시하고 있어 시장에 왔을 때 함께 방문해 볼 만 하다. 한약재를 넣은 물에 발을 담가 피로를 풀어주는 족욕체험, 온열안마배드에 앉아 스트레스를 진단하고 한방팩을 처방받는 보제원 체험실 등을 운영하고 있어 몸으로 느끼는 한방 관련 체험을 해볼 수 있는 웰니스 여행지이기도 하다. 약령시 골목에는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노포 식당들이 있다. 그중 연탄불에 돼지갈비를 굽는 감초식당과 경동연탄돼지갈비, 30년 넘은 세월 동안 갈비탕과 도가니탕을 팔아온 토성옥 등이 대표적이다. ◇70년 세월 이어온 ‘경동시장’경동시장은 ‘약령시’와 맞닿아 과거에는 따로 구분 없이 ‘경동한약상가’라는 이름으로 한약재를 파는 시장으로 명성을 얻었다. 고추, 버섯, 도라지나 인삼, 수삼 등을 함께 취급하면서 점포가 점점 늘어났다. 이후 수산시장과 청과물시장까지 갖춰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제기동역부터 청량리역 사이의 상권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시장 2층과 3층에는 색다른 공간인 상생 스토어가 있다. 대형마트와의 경쟁으로 시장에 매출이 감소하자 상인들의 동의를 얻어 2층에는 이마트 노브랜드 매장을, 3층에는 청년몰을 입점시킨 상생 스토어가 탄생했다. 2층에는 작은 도서관과 카페, 인삼 판매장과 함께 노브랜드 매장을, 3층에는 ‘서울훼미리’라는 이름으로 청년몰을 만들었다. 청년몰은 청년들의 젊은 감각이 입혀진 음식을 먹거리로 내놓는 푸드코트와 디저트를 파는 점포가 들어섰다. 마트와 시장이 공존할 수 없다는 기존의 관념을 깨고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상생의 가치를 담았다.시장을 벗어나 청량리역 2번 출구로 가면 ‘청량리 먹자골목’이 있다. 먹자골목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감자탕, 닭볶음탕, 아귀찜 등 다양한 가게가 즐비해 있다.◇도심 속 휴식처 ‘홍릉시험림’홍릉시험림의 정식 명칭은 ‘국립산림과학원 홍릉시험림’이다. 1922년 일제강점기 시절, 서울의 동쪽 천장산 남서 자락에 임업시험장을 창설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이 조성됐다. 현재 국내외 다양한 식물유전자원 총 2035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연구하고 있다. 일반에 공개되지 않다가 1990년대부터 숲을 개방하여 평일에는 생태학습 교육장, 주말에는 자유 관람으로 도심 속 휴식처가 되고 있다.명성황후는 1895년에 일제에 의해 경복궁 곤녕각에서 시해된 후 폐위되었는데, 1897년에 복원되어 국장을 치르고 이곳에 묻혀 ‘홍릉’이라고 불렸다. 1919년 고종 황제가 승하한 후 명성황후의 능을 고종의 능인 홍유릉으로 이전하여 합장하게 되면서 현재 터만 남아있다.수목원은 침엽수원과 활엽수원으로 구성, 제1 수목원부터 제8 수목원까지 있다. 약용식물원과 난대식물원, 조경수원까지 총 11개의 구역으로 나눠진다. 평일에는 예약을 통한 해설사 투어만 가능하고 주말에는 예약 없이 해설사 투어와 자유 관람이 가능하다.고종의 후궁인 순헌황귀비 엄씨의 능인 ‘영휘원’과 순헌황귀비의 손자인 이진의 묘인 ‘숭인원’이 홍릉수목원 길 건너에 있다. 순헌황귀비는 을미사변 이후 아관파천 때부터 고종을 모신 후 후궁이 돼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로 알려진 영친왕을 낳았다.
2021.10.01 I 양지윤 기자
골동품·한약재·수목원까지…없는거 빼고 다 있다
  • 골동품·한약재·수목원까지…없는거 빼고 다 있다
  •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민족 대명절인 추석 연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전통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이번 추석에는 명절을 맞아 특색있는 전통시장들이 자리한 동대문을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서울약령시부터 골동품이 가득한 고미술상가 그리고 풍물시장, 경동시장에서 우리의 멋과 정서를 느낄 수 있다. 또한, 한국 최초의 수목원인 홍릉시험림에서는 과거 대중에게 오픈되지 않았던 만큼 잘 보존된 다양한 식물들을 함께 볼 수 있어 도심 속 휴식처로 안성맞춤이다.골동품이 즐비한 답십리 ‘고미술 상가’◇골동품이 즐비한 답십리 ‘고미술 상가’답십리(踏十里)라는 지명은 조선 건국 당시 무학대사가 도읍을 정하려고 도성에서 10리 떨어진 땅을 밟았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1980년대부터 청계천, 아현동, 황학동 등지에 흩어져 있던 고미술상들이 답십리로 모여들어 상가 거리를 형성했다.답십리역 대로변 뒤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삼희아파트가 나타난다. 아파트 1층의 상가 구역 앞에는 박물관에서나 볼법한 유물들이 길가로 쏟아져 나와 있고 복도에는 한옥의 문, 창살, 장식장 등이 빼곡하게 놓였다. 공예품, 도자기, 석물, 그림 등 각양각색의 물건은 가격 또한 천차만별이다. 고급스러운 고미술품부터 가볍게 꾸밀 수 있는 소품까지 수많은 골동품이 진열돼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고미술에 매력을 느낀 외국인들이 주로 찾아와 물건을 구매해 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고풍스러운 인테리어 소품을 찾는 국내 고객들의 발걸음이 주를 이룬다. 답십리 고미술 상가를 돌아다니다 마음에 드는 가게 한 곳을 정해 나만의 단골집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고미술 상가 방문 후에는 노포 맛집인 ‘성천막국수’에서 식사하는 것을 추천한다. 도보로 약 10~15분 거리에 있는 30년 전통의 막국수 전문점이다. 대표 메뉴인 물막국수는 오로지 동치미 국물만을 이용하고, 고명과 양념을 곁들이지 않아 막국수 본연의 맛에 집중하게 한다.노포 맛집인 성천막국수에서는 오로지 동치미 국물만을 이용해 막국수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서울풍물시장’한국전쟁 이후 청계천 인근에 고물상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에서부터 풍물시장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전국의 골동품상과 수집가들이 모여들면서 시장을 형성해 ‘황학동 도깨비시장’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이후 거래 물품의 다변화로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라는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낼 정도로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벼룩시장’ - ‘도깨비시장’ - ‘개미시장’ - ‘만물시장’ - ‘마지막 시장’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릴 만큼 천의 얼굴을 간직한 시장으로 명성을 이어왔다. 이후 2003년에 ‘동대문 풍물벼룩시장’, 2008년에 ‘서울풍물시장’으로 명칭이 바뀌며 서울을 대표하는 중고시장으로 자리 잡았다.풍물시장은 색깔별로 구역을 지정해 물품을 판매한다. 화려한 골동품이 줄을 잇는 녹색동의 모습이다.시장은 총 2층으로 색깔별로 구역을 지정해 간판의 색을 맞추어 시장을 찾는 고객의 편의성을 높였다. 1층의 노랑동은 생활잡화, 주황동은 구제 의류를, 초록동은 각양각색의 골동품을, 빨강동은 먹거리를 파는 식당가로 이루어져 있다. 2층의 남색동은 생활잡화를, 파랑동은 의류를, 보라동은 취미생활 용품을 판매한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초록동의 골동품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놋그릇부터 동양의 고미술품, 유럽풍의 장식품이 가득 차 있다. 2층에는 60~70년대 서울 시내 상점가를 재현한 테마존인 ‘청춘 1번가’가 있다. 스튜디오처럼 꾸며진 공간에는 교복을 대여해주는 청춘사진관, 옛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레코드 방, 추억의 만화 주인공을 만날 수 있는 만화방, DJ가 있는 음악다방 등으로 꾸며져 과거로 추억여행을 떠나온 것 같은 기분을 즐길 수 있다.풍물시장 안에는 ‘빨강동’이라 불리는 식당가가 있다. 여러 점포가 들어선 만큼 국밥류, 면류, 불고기, 생선구이 등 메뉴도 다양하다. 날씨나 기분에 따라 끌리는 음식을 골라 가게를 방문해보자. 먹자골목 특유의 구수한 냄새와 상인들의 손맛이 더해져 맛이 좋다. 약령시 상가 골목은 국내 최대 한약재 시장인 만큼 다양한 한약재들이 즐비해 있다.◇국내 최대 한약재 시장 ‘서울약령시장’널리 구제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보제(普濟)원은 조선 시대 백성들에게 의술을 베풀던 의료기관이다. 서울약령시장은 옛 보제원 터에 자리 잡고 질 좋은 약재를 공급하는 국내 최대의 약령시로 공간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한약재의 약 70%가 서울약령시에서 거래될 만큼 규모가 크다.서울약령시장은 제기동역부터 경동시장 사거리까지 골목길 사이 사이로 수많은 약재상과 한의원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약령시장 골목 깊숙이 들어가면 서울약령시한의약박물관이 있다. 한의약과 관련된 유물과 다양한 약재를 전시하고 있어 시장에 왔을 때 함께 방문해 볼 만 하다. 한약재를 넣은 물에 발을 담가 피로를 풀어주는 족욕체험, 온열안마배드에 앉아 스트레스를 진단하고 한방팩을 처방받는 보제원 체험실 등을 운영하고 있어 몸으로 느끼는 한방 관련 체험을 해볼 수 있는 웰니스 여행지이기도 하다. 약령시 골목에는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노포 식당들이 있다. 그중 연탄불에 돼지갈비를 굽는 감초식당과 경동연탄돼지갈비, 30년 넘은 세월 동안 갈비탕과 도가니탕을 팔아온 토성옥 등이 대표적이다. 점심시간에는 가벼우면서도 든든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토성옥에 많은 손님이 찾아온다. 오랜 시간 끓여낸 육수의 맛이 맑고 깊어 진하고 부드러운 맛을 낸다.경동시장의 건어물 코너의 모습◇70년이 넘는 세월을 이어온 ‘경동시장’경동시장은 ‘약령시’와 맞닿아 과거에는 따로 구분 없이 ‘경동한약상가’라는 이름으로 한약재를 파는 시장으로 명성을 얻었다. 고추, 버섯, 도라지나 인삼, 수삼 등을 함께 취급하면서 점포가 점점 늘어났다. 이후 수산시장과 청과물시장까지 갖춰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제기동역부터 청량리역 사이의 상권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경동시장 2층과 3층에는 색다른 공간인 상생 스토어가 있다. 대형마트와의 경쟁으로 시장에 매출이 감소하자 상인들의 동의를 얻어 2층에는 이마트 노브랜드 매장을, 3층에는 청년몰을 입점시킨 상생 스토어가 탄생했다. 2층에는 작은 도서관과 카페, 인삼 판매장과 함께 노브랜드 매장을, 3층에는 ‘서울훼미리’라는 이름으로 청년몰을 만들었다. 청년몰은 청년들의 젊은 감각이 입혀진 음식을 먹거리로 내놓는 푸드코트와 디저트를 파는 점포가 들어섰다. 마트와 시장이 공존할 수 없다는 기존의 관념을 깨고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상생의 가치를 담았다.경동시장은 동대문구의 지원으로 온라인 전통시장 장보기 서비스를 운영한다. 신선한 채소, 수산물, 육류 등을 온라인에서 주문하면 동대문구 지역 내에 2시간 이내에 배송한다. 최소 주문 금액은 1만 5000원이며 배달료 4000원이 추가된다.경동시장에 왔다면 ‘청년몰의 푸드코트’를 이용해 보자. 약 20여 개의 청년 업체가 입점해 중화요리, 분식, 한식 등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감각이 어우러진 맛과 부담 없는 가격에 든든하게 한 끼를 즐길 수 있다. 시장을 벗어나 청량리역 2번 출구로 가면 ‘청량리 먹자골목’이 있다. 먹자골목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감자탕, 닭볶음탕, 아귀찜 등 다양한 가게가 즐비해 있다.5-4. 홍릉시험림 길 건너에 위치한 영휘원과 숭인원은 찾는 이가 많지 않아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 좋다.◇다양한 식물유전자원이 가득한 도심 속 휴식처 ‘홍릉시험림’빌딩 숲이 가득한 서울에도 숲의 향기를 즐길 수 있는 홍릉시험림이 있다. 정식 명칭은 ‘국립산림과학원 홍릉시험림’이다. 1922년 일제강점기 시절, 서울의 동쪽 천장산 남서 자락에 임업시험장을 창설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이 조성되었다. 현재는 국내외 다양한 식물유전자원 총 2,035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연구하고 있다. 일반에 공개되지 않다가 1990년대부터 숲을 개방하여 평일에는 생태학습 교육장, 주말에는 자유 관람으로 도심 속 휴식처가 되고 있다.명성황후는 1895년에 일제에 의해 경복궁 곤녕각에서 시해된 후 폐위되었는데, 1897년에 복원되어 국장을 치르고 이곳에 묻혀 ‘홍릉’이라고 불렸다. 1919년 고종 황제가 승하한 후 명성황후의 능을 고종의 능인 홍유릉으로 이전하여 합장하게 되면서 현재는 터만 남아있다.홍릉시험림 입구의 모습이다.수목원은 침엽수원과 활엽수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1 수목원부터 제8 수목원까지, 그리고 약용식물원과 난대식물원, 조경수원까지 총 11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오랜 시간 연구원으로 개방되지 않던 숲이라 입구에서부터 호젓한 분위기가 물씬 난다. 고요한 어머니에 품속에 안긴 듯 아늑하게 산책하기 좋다. 평일에는 정해진 시간(10:30, 13:30, 15:30)에 예약을 통한 해설사 투어만 가능하고 주말에는 정해진 시간(10:30, 14:00)에 예약 없이 해설사 투어와 자유 관람이 가능하다.고종의 후궁인 순헌황귀비 엄씨의 능인 ‘영휘원’과 순헌황귀비의 손자인 이진의 묘인 ‘숭인원’이 홍릉수목원 길 건너에 있다. 순헌황귀비는 을미사변 이후 아관파천 때부터 고종을 모신 후 후궁이 되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로 알려진 영친왕을 낳았다. 영휘원과 숭인원은 다른 조선 왕릉에 비하면 규모가 작지만 찾는 이가 많지 않아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즐기기 좋다.
2021.09.19 I 강경록 기자
 수도권 두달째 4단계...거리두기 내달 5일까지 연장
  • [밑줄 쫙!] 수도권 두달째 4단계...거리두기 내달 5일까지 연장
  • 읽고 싶은 기사를 포털에서 골라보는 시대. 쏙쏙 이해하고 있나요? 항상 요약을 찾아 나서는 2030 세대를 위해 준비했습니다. 어제의 뉴스를 지금의 언어로 쉽게 전하는 시간. 밑줄 쫙, 집중하세요! 정부가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인 지금의 거리두기를 2주 더 연장한다고 발표한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 공원에 시설 이용 자제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첫 번째/현행 거리두기 내달 5일까지 연장...‘백신 인센티브’도 시행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인 현행 거리두기 단계가 내달 5일까지 2주 더 연장됩니다.신규 확진자가 2000명대를 상회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데 따른 조치입니다.정부는 다만 오후 6시 이후 사적모임 2인 제한과 관련해서 식당·카페에 한해 백신 접종 완료자 2인을 포함한 4인 모임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고강도 방역 조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 피로감을 덜기 위해 ‘백신 인센티브’를 적용한 건데요. '백신 접종 완료자'는 2차 백신 접종을 마친 뒤 면역 형성 기간인 14일이 경과한 사람입니다. ◆김부겸 국무총리 “행정처분 기준 강화하고 위법 행위 철저히 가려낼 것”김부겸 국무총리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번 코로나19 4차 유행의 거센 불길이 여전하다"며 이같은 현행 거리두기 연장을 밝혔습니다.김 총리는 이날 "극히 일부의 일탈과 위반 행위로 인해 방역의 부담을 공동체 전체가 짊어지는 일은 더 이상 없도록 하겠다"며 "행정처분 기준을 강화하고 역학조사 과정에서부터 위법 행위를 철저히 가려내겠다"고 전했어요.이어 "모든 지자체에 방역수칙 이행관리 전담 조직을 설치해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아울러 네 자릿수 확진자 발생이 지속되며 의료체계 부담이 커지고 있는 데 대해 "단 한 분의 국민이라도 헛되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전국의 가용병상을 통합적으로 운용하고 각 지자체와 함께 신규병상을 신속히 확보해 나가겠다"고 강조했어요. ◆4단계 식당·카페 오후 10시→9시 영업시간 제한 강화 조치보건당국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를 2주 연장하기로 했어요. 이에 따라 이전과 같이 수도권은 4단계, 비수도권은 3단계 적용을 받습니다.특히 4단계 적용 지역에서 식당 및 카페는 영업시간이 기존 오후 10시에서 9시로 앞당겨 제한됩니다. 오후 9시 이후엔 포장·배달만 허용돼요.일일 확진자가 2500명 선을 넘어설 경우 현 의료 체제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방역 강화 조치입니다.휴가철 이동량 증가와 지역사회 내 감염 전파 확산이 이번 결정의 근거가 됐는데요. 특히 빠른 감염 속도와 높은 전파력을 보이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으로 자리 잡으며 짧은 시간 내 유행을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백신 접종 완료자 있다면 오후 6시 이후 식당·카페 4명까지 이용 가능다만 이번 방역조치 카드에는 ‘백신 인센티브’가 적용됩니다.오후 6시 이후 식당·카페 이용은 2명 이하로 가능했지만 코로나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있다면 제한 인원이 4명으로 늘어납니다.백신 접종자 1명만 있으면 미접종자를 포함한 3명도 저녁식사 모임이 가능해요. 단 4명이 모일 때는 접종자 수가 2명 이상이어야 합니다.‘백신 접종자’는 2차 접종(얀센은 1차) 후 14일이 경과해 항체가 생긴 사람을 뜻하는데요. 1차만 접종했을 경우 미접종자와 동일하게 취급합니다.백신 접종을 장려하는 조치이지만 한편으로는 ‘돌파 감염’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원 제한 완화 대신 영업시간 현행 유지를 원하는 소상공인의 반발 또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사진=연합뉴스) 두 번째/ 황교익 '보은 인사' 논란 끝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직 사퇴‘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20일 경기관광공사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국면에서 ‘보은 인사’ 논란으로 인사 파문이 일어난 지 일주일 만입니다.이재명 경기지사는 사퇴 의사를 수용하면서도 경선 상대 후보의 ‘정치 생명’을 끊겠다고 발언한 황씨를 감싸는 모습을 보엿습니다.이번 논란을 두고 이낙연 전 대표 선거캠프와 이 지사 측이 ‘친일 프레임’ 등을 두고 전면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 여당 경선 국면에 불이 붙고 있습니다. ◆황씨, "소모적 논쟁하며 공사 사장으로 근무한다는 것은 무리“황씨는 이날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자 자리를 내놓겠다”고 전했어요.그 이유로는 “소모적 논쟁을 하며 공사 사장으로 근무를 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습니다.그는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신나게 일할 생각이었다"며 "그러나 도저히 그럴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중앙의 정치인들이 만든 소란 때문"이라고 정치권에게 논란의 책임을 돌렸어요.그러면서 "이미 경기관광공사 직원들이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 듯하다"며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앞서 지난 13일 경기도 산하기관 경기관광공사의 사장 자리에 황씨가 내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요. 관광 분야 전문성이 부족함에도 황씨가 이재명 경기지사를 두둔하는 발언을 한 사실 때문에 발탁됐다는 '보은 인사'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 “적격자 생각 변함 없지만 사퇴 의사 수용"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황씨가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많은 분들의 의견을 존중, 의사를 수용한다"고 밝혔습니다.이 지사는 SNS에 글을 올려 "지금도 황교익 선생이 훌륭한 자질을 갖춘 전문가로서 경기관광공사에 적격자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어요.이 지사는 인사 논란을 둘러싼 이낙연 캠프의 공세에 황씨가 '이낙연의 정치 생명을 끊겠다'고 반격한 것을 두고 "선을 넘은 발언에 대해 저 역시 우려하고 경계했다“며 이 후보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하지만 그러면서도 이 지사는 "황씨는 정치적 공방의 대상으로 끌려들어 와 전문가로서의 평판에 치명적 손상을 입고, 검증 기회도 갖지 못했다"며 "한 시민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삶의 모든 것을 부정당한 참담한 상황"이라고 황씨를 옹호했어요.아울러 "더 이상 소모적 네거티브로 우리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드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저부터 경계하겠다. 저부터 더 배려하고 원팀으로 승리하는 데에 힘을 모으겠다"고 덧붙였어요.◆‘황교익 리스크’ 여당 내홍 끝 상처만 남아황씨의 자진 사퇴로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자 내정을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됐습니다.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여당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경기 지사·이낙연 전 대표·황교익 칼럼니스트까지 모두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요. 이른바 ‘황교익 리스크’입니다.먼저 임명권자인 이 지사는 네거티브 공세를 펼친 이 전 대표 측에 대한 황씨의 거친 발언으로 ‘인사 스타일’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여권에 힘을 싣는 발언을 이어 온 인물을 요직에 앉힌 ‘코드 인사’라는 거예요.이 전 대표 역시 황씨를 ‘친일’로 규정한 데 대한 캠프 인사들의 발언에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입니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네거티브 논란’을 확산시킨 상황에 놓였어요.한편 이 지사가 지난 6월 17일 경남 창원에서 유튜브 ‘먹방’ 영상을 촬영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시 경기 이천 쿠팡 물류창고 화재가 발생했지만 재난재해 총책임자로서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입니다. 국토교통부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방안이 발표된 20일 서울시내 부동산 중개사무소의 모습. (사진=뉴스1) 세 번째/부동산 중개수수료 개편안 확정오는 10월부터 부동산 중개수수료 부담이 낮아질 예정입니다. 매매는 6억원 이상, 임대차는 3억원 이상 거래부터 수수료가 줄어듭니다.그러나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등 업계는 정부 발표에 대해 반발 기류를 시사하며 단체 행동에 돌입할 의지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됩니다. ◆국토교통부,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방안’ 발표국토교통부는 20일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방안'을 확정·발표했습니다. 그동안 추진해 온 연구용역과 지난 2월부터 진행한 의견 수렴 과정 등에 따른 결론입니다.정부는 거래건수와 비중이 증가한 매매 6억 원 이상과 임대차 3억 원 이상에 대해 상한요율을 인하했는데요.9~15억 원 구간을 1개에서 3개로 세분화하고 15억 원 이상 최고구간을 신설해 거래금액 증가에 따른 보수부담 급증을 완화하기로 했어요.현재 9억 원 이상 시 최고 0.9%였던 요율은 9~12억 원 최고 0.5%, 12~15억 원 최고 0.6%, 15억 원 이상 최고 0.7%로 변경됩니다. 임대차의 경우 6억 원 이상 최고 0.8%에서 6~12억 원 최고 0.4%, 12~15억 원 최고 0.5%, 15억 원 이상 최고 0.6%로 바뀝니다.10억원 가격의 아파트를 거래할 때 내야 하는 중개비 상한선이 현재 9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낮아지게 된 셈입니다.정부는 이날 발표한 변경 내용을 이르면 10월부터 전국에 적용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공인중개사 자격증 합격 인원을 조정하기 위해 시험 난이도를 손보거나 현행 절대평가 선발 방식을 상대평가로 전환하는 제도 개선 또한 검토하기로 했어요. ◆업계 “정책 실패 따른 희생 강요한다” 반발 이어져한편 이날 부동산 중개 보수 개선안 발표에 업계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 실패에 따른 집값 폭등을 중개사들의 희생으로 덮으려 한다는 주장입니다.그러나 이와 관련 정부는 현장에서 요구되고 있는 고정요율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고정요율을 정하는 경우 중개사 간 경쟁이 차단돼 소비자 권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인데요. 아울러 최근 프롭테크 업계에서 제공하고 있는 중개보수 할인과 같은 다양한 서비스 제공 기회를 위축할 우려도 있다는 설명입니다.애초 정부가 제시한 3가지 개편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던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현재 공식 입장과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어요.중개사들 사이에서는 거래량이 가장 많은 가격 구간인 6∼9억원 사이의 매매와 임대차의 중개 보수 상한 요율이 0.4%로 같아진 점도 이해할 수 없다는 기류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스냅타임 윤민하 기자
2021.08.21 I 윤민하 기자
둘리뮤지엄·응답하라 1988·쌍리단길…도봉구는 가족 나들이 종합세트
  • 둘리뮤지엄·응답하라 1988·쌍리단길…도봉구는 가족 나들이 종합세트
  •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가정의 달인 5월 가족과 함께하는 국내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상황. 사람들이 몰리는 유명 관광지에 방문하고 싶지만, 막상 발걸음을 주저하기도 한다.마이크로 투어리즘(micro-tourism)은 이런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마이크로 투어리즘은 집에서 한두 시간 내에 다녀올 수 있는 이른바 근교 여행을 일컫는다.둘리뮤지엄 앞에 화단에 설치된 둘리와 친구들 조형물.(사진=서울관광재단 제공)‘아기공룡 둘리’와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 덕선이의 고향 서울 도봉구는 8090세대와 그 자녀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마이크로 투어리금 코스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쌍문동은 ‘둘리 아빠’ 김수정 작가가 둘리 만화를 집필했던 둘리뮤지엄과 둘리테마거리가 있고, 2015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배경이기도 하다. 또 도봉구에는 연산군 묘, 세종대왕의 딸 정의공주 묘, 우리 문화재 수집가 간송 전형필의 고택, 독립운동가 함석헌의 기념관, 자유시인 김수영의 문학관 등 다양한 역사·문화 관련 명소가 있다.◇만화 체험놀이 공간 ‘둘리뮤지엄’아기공룡 둘리는 1983년 월간 만화잡지 ‘보물섬’ 4월호에 처음 선보인 후 10년 4개월간 연재됐다. 지상파 방송의 애니메션으로도 방영돼 한국 만화 열풍을 일으켰다. 캐릭터 산업에도 이바지하며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둘리뮤지엄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체험형 캐릭터 박물관이다. 중년에게는 추억을, 아이에게는 만화 속 주인공들과 게임을 하듯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둘리뮤지엄은 뮤지엄동과 도서관동으로 나뉘는데, 뮤지엄동 1층 ‘매직어드벤처’ 전시실에는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1996)’ 이야기에 인터렉션 기술과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접목한 실감형 체험 전시물이 있다. 2층 2전시실 ‘코믹 테마타운’에서도 체험 전시물을 통해 둘리와 친구들의 이야기에 동참할 수 있다. 3전시실 ‘김파마의 작업실’은 둘리 역사관 같은 공간이다. 김수정 작가의 쌍문동 작업실, 둘리 연대기, 둘리 원화, 둘리 역대 캐릭터 상품 전시실로 꾸며져 있다. 3층 4전시실 ‘드림스테이지’는 시계추 그네, 대왕문어 미끄럼틀 등을 타며 신체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유아 놀이방이다. 3층은 야외 미로공원과 통한다. 미로 곳곳에 숨어 있는 둘리와 친구들 조형물을 찾다 보면 옥상에 설치된 해적선을 만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최고 인기 있는 둘리 3D영화는 지하 상영관에서 1일 4회 상영한다. 극장 옆 기획 전시장에서는 내달 27일까지 체험형 전시인 ‘감성놀이 보일락말락 전(展)’이 열린다. 도서관동에는 어른도 이용할 수 있는 둘리도서관이 있다. 아기공룡 둘리 애장판을 비롯해 만화의 고전 삼국지부터 신작까지 비치했다. 뮤지엄동 3층, 도서관동 1층에 카페가 있으나 현재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운영하지 않는다. TV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모티브가 되었던 쌍문시장 골목 풍경.◇쌍문역 일대 맛집 골목 쌍리단길과 ‘응답하라 1988’ 배경지 쌍문역 2번 출구 골목은 ‘쌍리단길’로 불린다. 이 골목에는 가성비 좋은 파스타 맛집이 여럿 있다. ‘노말키친’은 삼겹살 스테이크를 얹은 크림파스타가 맛있다. 양이 푸짐하면서도 값이 저렴해 단골이 많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한 파스타 전문점 ‘헬로’는 크림파스타 위에 빵가루를 입혀 튀겨낸 이탈리아식 주먹밥 아란치니를 얹어준다. ‘리얼파스타’에서는 인기 메뉴인 베이컨토마토파스트와 새우필래프를 다른 식당의 반값으로 먹을 수 있다. ‘화승꽈배기’는 설탕 대신 쌀가루로 단맛을 내고, 기름을 먹지 않는 반죽으로 건강한 도넛을 만든다. 1개 단돈 500원이다. 찹쌀탕수육이 생각날 때는 중식당 ‘미미’를 방문해보자. 드라마 ‘봄밤’에 등장해 이름을 알린 ‘쌍문동커피’는 40년 된 주택을 목재로 인테리어 한 주인장 부부의 감성이 돋보인다. 달달하고 부드러운 아이스커피 ‘쌍리단길’이 대표 메뉴다. 이밖에 소금커피가 별미인 ‘카페 작약’,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카페고르’ 등이 쌍리단길 핫플로 소문났다.레트로 감성을 더 즐기고 싶다면 1970~1990년대 쌍문동 서민들의 일상을 담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배경지를 찾아보자. 쌍문역 3번 출구 앞 쌍문시장 골목이다. 주택가에 형성된 시장으로 사람 냄새 나는 골목 풍경이 정겹다. ‘응팔’을 이곳에서 촬영하지는 않았지만 드라마 속 약국, 금은방, 덕선이네 집 등의 모티브가 된 가게와 골목이 존재한다. 쌍문역 3번 출구 쌍문약국 앞에 ‘응팔’속 장소가 표시된 쌍문3동 마을 지도가 있다.5월 중순 창포원의 붓꽃원에 보랏빛 붓꽃이 만발했다.◇봄날 붓꽃의 향연 ‘창포원’붓꽃 특화 식물원이자 생태공원인 창포원은 도봉산과 수락산, 중랑천 사이에 조성됐다. 도봉산역이 바로 옆인데도 전원적인 풍경이 펼쳐져 교외로 나들이 나온 기분이 든다. 창포원 정문에 들어서면 백합목 붓꽃과 식물들이 있는 붓꽃원과 꽃창포원이 가장 먼저 반긴다. 창포원에서 볼 수 있는 붓꽃과 식물은 노랑꽃창포, 부처 붓꽃, 타레붓꽃, 범부채 등 13종의 자생붓꽃과 117종의 독일 아이리스다. 꽃봉오리가 붓과 닮아 붓꽃이라 불린다. 만개한 붓꽃과 꽃창포 군락을 보려면 5월에 방문해야 한다. 이 시기에는 탐스럽게 핀 작약과 모란, 백발을 휘날리는 할미꽃 군락도 볼 수 있다. 붓꽃원과 꽃창포원 옆에는 습지원이 자리했다. 이곳에 능수버들, 어리연, 부들, 생이가래, 속새 등 50여 종의 식물이 산다. 습지원 안에는 수생식물과 수변 식물을 관찰할 수 있도록 관찰 덱이 설치돼있다. 꽃창포원에서 도봉산을 바라보고 섰을 때 습지원 풍경이 가장 아름답다. 수면에 도봉산 봉우리의 반영이 비친다. 습지원 둘레에 조성된 넓은잎목원, 소나무군락, 초화원, 억새원, 부들원, 초화원 등도 5월의 싱그러움을 뽐낸다.12개 주제원 사이에는 울창한 숲 속의 쉼터와 잔디마당, 원형광장처럼 사방이 트인 구역이 고루 배치돼 있다. 소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버드나무 등 18종의 나무에 에워싸인 ‘책읽는언덕’은 책을 읽으며 휴식을 즐길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부들원의 연못과 이어진 수로에는 시골 냇가처럼 맑은 물이 흐른다. 수로 가에 앉아 ‘물멍’하기에 좋다. ◇자유시인의 역사를 담은 ‘김수영문학관’자유시인, 저항시인, 4·19의 시인 등으로 불린 김수영(1921~1968)은 도봉구에 살면서 200여 편의 시와 시론을 발표했다. 대표작은 1968년 김수영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기 2주 전에 쓴 ‘풀’이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로 시작하는 이 시는 1970년대 민중시의 물꼬를 튼 것으로 평가된다.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난 김수영은 처음에는 소시민의 슬픔을 담은 시를 주로 썼다. 1960년 4·19혁명을 기점으로 자유와 저항 정신을 바탕으로 한 참여시를 쓰기 시작했다. 사망하기 전까지 사회의 부조리와 허위의식을 비판하는 글을 주로 썼다. 김수영문학관 1층 전시실에 김수영이 한국전쟁, 4·19혁명, 5·16쿠데타 등을 겪으면서 쓴 시와 시학, 육필 원고,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2층 전시실에서는 생활인으로서의 김수영을 조명했다.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 김수영이 앉아 원고를 썼던 식탁과 즐겨 읽던 서적들을 볼 수 있다. 창가에 김수영의 시집과 산문집을 열람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3층은 김수영도서관이다. ◇우리 문화재 지킴이 간송이 머문 고택 ‘간송옛집’ 간송미술관 설립자 간송 전형필(1906~1962)은 일제 강점기에 빼앗긴 우리 문화재를 수집·보존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인물이다. 대부호의 차남으로 태어난 독립운동가 오세창과 교류하며 20대부터 우리 문화재를 수집했다.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의 국난을 겪는 중에도 문화재를 향한 간송의 집념은 꺾이지 않았다. 그 덕분에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제70호), 청자기린형향로(국보 제65호), 청자 상감연지원앙문 정병(국보 제66호), 혜원 신윤복의 혜원전신첩(국보 제135호) 등의 국보 12점과 겸재 정선의 해악전신첩(보물 제1949호), 김득신의 풍속도 화첩(보물 제1987호) 등의 보물 32점 등 총 48점의 문화재와 고미술품을 만날 수 있게 됐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간송의 최고 수집품으로 손꼽힌다. 훈민정음 해례본을 통해 한글 창제 이유와 원리가 밝혀질 수 있었다.간송이 말년까지 머물렀던 간송옛집은 1900년 무렵 간송의 양부(작은아버지)인 전명기(1870~1919)가 별장으로 지은 집이어서 단출하다. 본채, 협문, 담장, 화장실로 이뤄져 있는데, 본채의 유리문과 함석으로 만든 지붕 물받이가 근현대 가옥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본가는 종로4가에 있었고, 99칸 저택이었다. 간송은 간송옛집을 곡물 관리를 위한 사무실로 사용하다가 양부가 사망한 뒤에는 옛집 옆에 묘소를 조성하고 재실로도 사용했다. 간송 사후에는 후손들이 재실 용도로만 사용했다고 한다. 간송옛집은 2012년 국가 등록문화재 제521호 ‘서울 방학동 전형필 가옥’으로 등재되면서 2015년부터 일반인에 공개되었다. 간송옛집 오른쪽 언덕 위에는 간송 부부와 양부 전명기의 묘역이 자리한다.
2021.05.14 I 양지윤 기자
서울근교 양평, 느린 여행지
  • 서울근교 양평, 느린 여행지
  • [이데일리 트립 in 장세희 기자] 서울에서 차로 1시간 이내로 도착할 수 있는 양평은 인적이 드문 언택트 여행지로 딱이다. 갑갑한 도심, 단조로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힐링을 즐기고 싶다면 가까운 양평을 다녀오면 어떨까. 단,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코로나 예방수칙을 지키는 것은 필수다.힐링 스파가 있는 앨리스펜션앨리스펜션은 자연 속에서 소중한 이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프라이빗 숙소다. 팔당대교를 건너 북한강을 거슬러 올라가 꼬불꼬불한 산길로 들어가면 계곡 바로 앞에 위치한 앨리스펜션이 나타난다. 이곳에는 총 9개의 객실이 있는데, 2명~4명을 수용할 수 있는 8개의 스파 객실과 10명~30명 수용이 가능하고 세미나실, 노래방 시설을 갖춘 1개의 단체 객실로 나뉜다. 객실마다 앨리스, 모자장수, 붉은여왕, 도도새, 장미정원사, 공작부인 등 동화 속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이름에 걸맞게 독특한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다. 앨리스펜션은 특히 최고급 스파시설을 구비한 스파펜션으로 유명하며 커다란 욕조 안에서 느긋하게 마사지를 즐길 수 있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와 함께 나무들이 우거진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스파를 즐기다 보면 쌓여있던 몸과 마음의 피로가 모두 풀릴 것이다. 단, 입욕제는 스파 시설을 고장나게 할 수 있어 사용이 불가하니 주의해야 한다. 또 다른 특별한 점은 스파룸과 바비큐 시설이 한곳에 모여 있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기 시스템이 잘 구비되어 있어 실내에서도 마음껏 바비큐 파티를 열 수 있다. 외부에 마련된 개별 데크에서도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 바비큐를 즐기기 좋다. 객실에는 벽난로도 설치되어 있는데 가을이나 겨울에 장작 타는 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난로를 쬐다 보면 또 하나의 낭만적인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자연 속 힐링 카페 히든어드레스한적한 숲속 계곡 근처에 위치한 히든어드레스는 하얀 벽과 갈색 지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누군가 살고 있는 집처럼 친근하고 아늑한 느낌이 든다. 지붕 아래 위치한 간판은 아기자기한 그림과 글씨체로 꾸며져 있고 동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면 화이트톤의 인테리어와 멋스러운 가구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나뭇결이 살아 있는 테이블, 빈티지 의자, 고풍스러운 액자,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조명들이 조화를 이루며 공간을 채우고 있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창가에 앉으면 따스한 햇살, 선선한 바람, 청량한 물소리가 어우러져 힐링을 만끽할 수 있다. 창가 옆의 문을 열고 나가면 나무 계단이 이어지는데 운치 있는 계곡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탁 트인 자연 경관을 보고 있으면 가슴 속 답답함이 뻥 뚫리면서 몸과 마음이 평온해진다. 히든어드레스에서는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푸치노 등의 커피뿐만 아니라 얼그레이, 카모마일, 하와이안히비스커스 등의 티, 화이트피치에이드, 자몽에이드, 청포도에이드, 요거트스무디처럼 다양한 음료를 맛볼 수 있다. 또한 우유빙수, 망고빙수, 프렌치토스트 같은 디저트도 곁들일 수 있다. 든든히 배를 채울 수 있게 해산물 로제떡볶이, 해산물 상하이파스타, 크림스파게티, 스테이크덮밥, 리코타 샐러드 등 푸짐한 식사도 가능하다. 운치 있는 자연경관 속에서 커피와 식사를 함께 즐기고 싶다면 히든어드레스에 가보길 추천한다. 건강한 한상차림 토담골북한강 인근에 위치한 토담골은 신선한 식자재로 요리한 웰빙 한정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다. 토담골에 도착하면 고즈넉한 한옥 외관이 보이는데 시선을 사로잡으면서 따뜻하고 푸근한 분위기를 풍긴다. 안으로 들어서니 아늑한 조명과 나무 테이블, 푹신한 소파가 손님을 맞이한다. 한옥 구조를 살린 예스러운 인테리어가 공간을 한층 더 편안하고 멋스럽게 만들어준다. 토담골의 가장 인기 있는 자리는 야외 테이블인데 운치 있는 북한강 전망을 만끽할 수 있다. 푸른 하늘 아래 넘실거리는 산, 둥실둥실 떠다니는 구름, 햇살에 반짝이는 강물이 어우러져 탁 트인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이 풍광과 함께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토담골에는 다채롭고 푸짐한 한정식 메뉴가 준비되어 있는데 먼저 스페셜 돌솥 정식에는 갈치조림, 더덕구이, 제육볶음, 고등어구이, 황태구이, 돌솥밥, 청국장, 기본찬이 포함되어 있다. 이외에도 토담골 돌솥 정식, 돌솥 장어정식, 돌솥 제육정식, 돌솥 갈치조림, 돌솥 코다리조림, 갈치구이, 고등어구이, 곤드레밥 등 메뉴 선택의 폭이 넓다. 간편식으로는 도토리묵 무침, 두부김치, 김치전, 더덕구이가 준비되어 있다. 푸짐한 양과 건강한 맛, 탁 트인 전망 모두 놓치고 싶지 않다면 토담골에 가보면 어떨까.
2020.11.13 I 장세희 기자
1 2 3 4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