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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인·동탄…일자리 생기니 부동산 '들썩'
-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도 용인, 동탄 등 대규모 일자리가 들어서는 지역에 주택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통상 일자리가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임대수요가 늘어나고 상권이 활발해지면서 부동산 가격을 밀어 올리는 효과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인구증가와 집값 상승 간 상관관계가 높다며 인구증가 지역의 부동산 시장 반등이 쉬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반도체 국가산단 지정된 용인시 남사읍 일대. (사진=연합뉴스)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한다고 발표하자 지역 아파트 매매가가 반등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e편한세상용인한숲시티6단지 전용 84㎡는 지난 20일 4억 4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크기의 매물이 발표 직전(11일) 3억 4000만원에 거래된 데 비해 1억원 상승했다. e편한세상용인한숲시티5단지 전용 84㎡도 지난 17일 4억 55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인 3억 5400만원(15일)보다 1억원 이상 상승했다. 계약을 맺었다가 취소한 사례도 속출했다. 반도체 단지에 고소득 근로자가 대거 유입되면 집값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 심리 때문이다. 용인한숲시티는 올 들어 이달 14일까지 체결한 매매계약 53건 중 15건이 이달 15일 이후 취소됐다.용인 처인구의 A 공인중개소 대표는 “일자리가 늘어나면 지역 임차수요 증가와 함께 의료, 문화, 교육, 쇼핑 등 도시 기능과 생활 인프라가 발전한다”며 “일자리 증가는 자족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최상의 조건이어서 교통인프라 확충보다 뛰어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정부청사가 대거 이동한 세종시 역시 일자리 확대에 따른 인구 유입으로 집값이 크게 올랐던 사례다. 실제 세종시는 공무원, 군인, 국영기업체 직원뿐 아니라 교수, 학생, 금융인, 외국인, 전문가 등 인구 대이동이 일어났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0년~2022년까지 3년간 가장 인구 증가율이 가장 높은 지방 도시는 세종시로 나타났다. 2020년도 35만5831명에서 2022년 38만3591명으로 증가해 7.80%의 증가세를 보였다. 통계에 따르면 지방 127개 시·군·구 중 인구가 늘어난 곳은 25곳(19.6%)에 불과하다.인구 증가에 따른 집값 상승도 뒤따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세종시는 지난 3년간 아파트 가격이 37.7% 상승했다. 지난해 부동산 한파로 ‘대세 하락’ 분위기가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에서도 가격 방어에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인구 증가에 따라 일정 수준 수요가 뒷받침돼 하락장에서도 가격 방어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세종시 3.3㎡당 실거래가를 작년부터 월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1487만원에서 올해 2월 1602만원, 3월 현재 1583만원으로 저점이후 반등한 모습이다.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지방 도시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몇몇 도시들은 오히려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부동산 가격도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 일로를 겪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치가 올라가는 인구 증가 지역에 관심을 둘 만하다”고 말했다.
- 장하준의 일침…“주69시간 ‘70년대’ 아젠다, 경악스럽다”
- 장하준 영국 런던대 교수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밥 먹고 살만한 사람은 안 해도 되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어요. 노동 시간 연장을 논한다는 것은 18~19세기 사고방식입니다.”경제학자 장하준(60) 영국 런던대 교수가 윤석열 정부에서 거론한 ‘주69시간 근로제’ 개편안에 대해 쓴소리했다. 장 교수는 27일 10년 만에 펴낸 책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부키) 출간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할 자유가 (현 정부의) 아젠다(의제·안건)에 나왔다는 게 경악스러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그는 주 96시간 안건에 대해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사회과학·경제학 훈련을 안 받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근대적 자유의 개념이다.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정부의 아젠다가 맞냐”며 “시간이 있어야 애도 낳는다. 도대체 애는 누가 낳고, 누가 키우냐”고 일갈했다.상황과 구조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길에서 강도를 만났다고 치자. 강도가 총을 들이대고 선택할 자유를 줄테니 지갑을 줄래, 총 맞을래 했다면 그게 진정한 자유의 선택일까”라고 되물으면서 “그런 일을 없게 하려고 독극물을 규제하고, 노동시간도 규제하는 것”이라고 했다.노동시간의 문제는 결국 생산성의 문제라는 게 장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더운 나라 사람들이 자연(자원)이 풍부해 게으르다는 건 낭설”이라며 “사실 가난한 사람들이 일을 훨씬 많이 한다. 결국 생산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기술 개발하고, 교육 연구에 투자해야 한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와 문화도 만들어줘야 한다”며 “결국 그런 것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윤석열 정부의 대규모 감세정책과 관련해선 논의의 초점부터 잘못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파라과이와 독일의 법인세를 예로 들었다. 그는 “파라과이는 법인세 10% 내면 되지만, 서비스나 치안 등이 좋지 않다. 독일의 경우 30%의 법인세를 내지만 기업들은 독일에서 사업을 하려 한다”면서 “더 중요한 것은 가성비다. 세율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광범위한 논의가 돼야 한다”고 했다. 세금을 더 내더라도 도리어 기업들 입장에서 가려웠던 부분을 개선해준다면 더 낼 수도 있는 게 세금이라면서 “세금이 무조건 낮거나 높은 게 좋은 게 아니다”는 얘기다.윤석열 정부에 제안할 만한 경제학 이론을 물었더니, “정공법을 따르라”는 조언이 나왔다. 그는 “경제발전을 이룬 나라라면 생산성 향상이 제일 중요하다”며 “딴생각하지 마시고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 어떻게 하면 기술개발하고, 창의적 사회를 만들 것인가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재차 강조했다.“1970년대 사회는 다시 오지도 않고, 와서도 안 됩니다. 출산율(0.78%)은 우리나라가 꼴찌예요. 단순히 나온 숫자가 아니라는 걸 아셔야 합니다. 복지제도를 통해 애 낳고 키우는 것을 도와줘야 합니다. 기업들이 성차별을 안하고 똑같이 대우해 줘야 하고요. 교육 역시 경쟁 안 해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알려줘야 합니다. 삶의 질과 생산성 향상은 같이 가야 합니다.”한편 장 교수는 10년 만에 신작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부키)를 펴냈다. 마늘에서 초콜릿까지 우리에게 친숙한 18가지 음식 재료를 매개로 가난과 부, 성장과 몰락, 자유와 보호, 공정과 불평등, 복지 확대와 축소 등 우리에게 밀접한 경제 현안들을 흥미롭게 풀어낸 책이다.장 교수는 “대중을 위한 경제서를 쓰고 글도 기고하면서 점점 느낀 것이 경제 문맹 퇴치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라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게 경제라는 렌즈를 통해 파악된다. 모든 것이 경제 논리로 결정되는 만큼 모든 시민이 어느 정도 경제를 이해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다. 음식 얘기로 시작해 묘하게 틀어 경제학 얘기로 가는 식으로 미끼를 던지는 식으로 썼다”고 웃었다.
- 1월 출생아수 2.3만명 '역대 최소'…인구 자연감소 39개월째
-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지난 1월 출생아 수가 2만3000여명으로 월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저출산이 장기화하면서 인구 자연감소도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고령화의 영향으로 국내 인구이동은 2년째 감소 추세다. 2019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신생아실. (사진=연합뉴스)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출생아 수는 전년 동월 대비 6.0%(1486명) 감소한 2만317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981년 통계 작성 이래 1월 기준 가장 적은 수치로, 2015년 12월부터 86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최근 2개월간 1만명 대로 떨어졌던 출생아 수는 다시 2만명대를 회복했다. 지난해 1월(2만4894명) 이후 월간 기준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통상 연초인 1월에 출생이 많은 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3년과 비교해 감소 추세는 비슷한 정도라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시·도별 출생아수를 보면 전년 동월 대비 인천(1428명)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감소했다. 인구 1000명에 대한 연간 출생수를 의미하는 조(粗)출생률은 5.3명으로 1년 전보다 0.3% 줄었다.1월 사망자 수는 3만2703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9.6%(2856명) 늘었다. 경기(6879명), 서울(4738명), 경남(2575)을 비롯한 전국 시도에서 전부 증가했다. 조사망률은 7.5명으로 0.7명 증가했다.출생아 수는 줄고 사망자 수는 늘면서 인구 자연감소는 총 9524명을 기록했다. 이런 현상은 2019년 11월부터 39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세종(146명)과 경기(78명)를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 인구 자연감소가 나타났다. 경남(1345명)이 폭이 가장 컸고, 경북(1333명), 서울(1103명), 전남(1025명) 등이 뒤를 이었다.혼인 건수는 1년 전 대비 무려 21.5% 증가한 1만7926건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혼인 건수는 지난해 8월부터 6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혼 건수는 7251건으로 1.4%(103건) 감소했다. 시·도별로는 대구(290건), 세종(40건) 등 8곳은 증가했고 서울(946건), 부산(425건)은 감소했다. 광주(193건)는 유일하게 유사한 수준이었다.통계청 관계자는 “2021년 코로나19로 인해 워낙 혼인이 줄어들다 보니 기저효과로 늘어난 부분이 있다”며 “혼인과 출산의 시점에는 차이가 나서 지난해부터 늘어난 혼인 건수의 영향은 2분기 이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요즘은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출산·사망 추이. (자료=통계청 제공)한편 통계청은 이날 ‘2월 국내인구이동통계’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인구이동은 62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3% 감소했다. 작년 동월 대비 이동자 수는 2021년 1월부터 26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시·도 내 이동자는 8.9% 감소한 59.6%, 시·도 간 이동자는 2.1% 감소한 40.4%를 차지했다. 인구 100명당 이동자 수를 말하는 인구이동률은 15.9%로 1년 전보다 1.0%포인트 감소했다.전입에서 전출을 뺀 순이동을 보면 경기(4738명), 서울(3467명), 인천(2569명) 등 7개 시도로 순유입됐고 경남(-4162명), 경북(-2015명), 대구(-1701명) 등 10개 시도는 순유출됐다. 시도별 순이동률은 세종(2.1%), 인천(1.1%), 충남(0.9%) 순으로 높았고 경남(-1.7%), 울산(-1.6%), 경북(-1.0%) 순으로 낮았다.통계청 관계자는 “인구구조적인 측면에서 이동률이 높은 2~30대 인구가 감소하고 이동률이 낮은 60대 인구가 증가하는 영향이 있다”며 “주택매매량이 감소된 부분도 연동이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코로나19 백신접종 1년에 1회만…65세 이상 등 연 2회로
-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내달 8일부터 코로나19 동절기 백신접종이 중단된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2022~2023년 동절기 추가접종’이 오는 4월 7일로 종료된다고 22일 밝혔다.이달 중순에 접어들며 겨울철이 종료됐고 현재 방역상황이 안정적인 점과 전 국민의 면역수준, 접종 효과, 국외 사례 등을 고려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22일 조규홍 복지부 장관 등이 중대본 회의를 하고 있다.(사진=복지부 제공)◇ 동절기 백신 중단…희망자 무료 접종 가능실제로 3월 2주 신규 확진자 수는 일평균 1만58명으로 35주 만에 1만명 미만으로 감소했다. 2월 3주 8만1179명→2월 4주 7만469명→3월 1주 6만5539명→3월 2주 7만404명 등으로 12월 3주 이후 지속 감소하는 추세다. 신규 위중증 환자 수는 1월 1주 정점 이후 감소세다. 사망자는 최근 5주간 연속 감소 중으로 지난해 7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이같은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영국은 지난 2월 백신접종을 종료했고 일본은 이달 말로 접종을 중단한다. 이에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고위험군의 중증·사망 예방을 목표로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2023년 코로나19 백신접종 기본방향’을 수립했다. 우선 동절기 접종의 경우 기초접종(1·2차접종)을 포함한 12세 이상 모든 접종 인프라는 현재 1만7000여개에서 4월 종료 이후부터는 5000여개로 축소키로 했다. 접종 비 유지기관의 경우 사전예약분은 4월 말, 당일접종은 보유백신 소진 때까지 접종 가능하다. 다만 4월 7일 이후에도 12세 미만 소아 및 영유아는 현행 인프라를 유지키로 했다. 접종유지 및 非유지기관별 접종 가능 시기그렇다고 접종이 전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동절기 미접종자, 해외 출국, 감염취약시설에서 외출을 위해 접종을 희망하는 경우 등은 접종유지기관에서 접종 가능하다. 고위험군을 포함해 연 1회 접종을 무료로 시행한다. 접종 시기는 10~11월이다. 면역 형성이 어렵고 지속기간이 짧은 면역저하자는 연 2회 접종을 해야 한다. 고위험군 대상은 소폭 수정했다. 현재는 60세 이상이지만, 누적치명률이 높은 65세 이상으로 변경했다. 지영미 청장은 “예상하지 못한 대유행 등 방역상황, 신규변이 출현 등 국내 유행 변이 등에 따라 접종계획이 변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백신 효과 톡톡…접종 시 항체 10개월 이상 유지코로나19 백신접종은 2021년 2월 26일 첫 접종을 시작으로 2021년 10월에 3차, 2022년 2월 4차접종, 2022년 10월 2가백신을 활용한 동절기 추가접종으로 추진됐다.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화이자(단가) △모더나(단가) △노바백스 △스카이코비원 △모더나(BA.4/5) △화이자(BA.1) △화이자(BA.4/5) △모더나(M.BA.4/5) 등 총 10종의 백신을 활용했다. 지난 13일 기준 총 1억3800만회분의 접종을 시행했다. 접종률은 1차 87.6%, 2차 86.8%, 3차 65.7%, 4차(60세 이상) 44.3%, 동절기 추가접종 14% 등이다. 지난해 12월 전 국민 항체가 조사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약 70%가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을 갖고 있으며, 항체가는 약 10개월 이상 장기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연면역을 의미하는 N항체 보유율은 67.7%, 인구표준화 시 70.1%로 우리 국민의 약 2/3 이상이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접종과 감염으로 획득한 복합면역(hybrid immunity)은 중증·사망예방효과를 장기간 제공하며 높은 수준의 항체를 10개월 이상 유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재감염 소요기간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지난 2월 기준 2회 감염 추정사례의 평균 소요기간은 약 10개월(309일)로, 지난해 7월 약 5개월(161일)에 비해 5개월가량 증가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참여한 분석에서 복합면역이 장기간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회 접종 또는 최종감염 후 12개월 경과 시 입원·중증화 예방효과는 97.4%, 재감염예방효과는 41.8%로 나타났다.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년간 접종을 통해 많은 이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중증화를 예방했다”며 “앞으로도 나 자신과 가족, 이웃을 위해 예방접종에 적극 참여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골수 기증자의 NK세포 투여’ 백혈병 진행 절반으로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혈액질환 중에서도 급성골수성백혈병과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항암제에 잘 반응하지 않고 골수이식을 받아도 재발이 잦아 좋은 예후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부모나 자식의 골수를 이식한 후 동일 가족의 자연살해(NK) 세포를 투여하면 병의 진행 가능성을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NK세포는 혈액 내 백혈구의 일종으로 면역체계 최전방을 방어하는 세포다. 다른 자극 없이도 암 세포의 근원이 되는 암 줄기세포를 인식하고 살상하기 때문에 차세대 면역치료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이규형 교수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최인표 명예연구원(㈜인게니움 테라퓨틱스 최고연구책임자), 조광현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급성골수성백혈병 및 골수형성이상증후군으로 부모 자식 간 골수이식을 받은 환자들에게 골수 공여자의 NK세포를 투여한 결과, 투여 받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병이 진행한 비율이 50% 정도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혈액암 분야 세계 최고 권위지인 ‘루케미아(Leukemia’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이번 연구는 재발이 잘 되거나 고위험으로 분류되는 혈액질환에서 NK세포 치료제가 효과가 있음을 입증하며 난치성 암 치료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데 의의가 크다. 해외에서 비슷한 연구들이 있었지만 근거 수준이 높은 무작위 대조 방식에 기반해 진행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연구팀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시험 참가자 76명을 모집했다. 참가자는 모두 급성골수성백혈병 및 골수형성이상증후군으로 인해 부모 자식 간 골수이식을 받은 반일치 골수이식 환자들이었다.급성골수성백혈병과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인구 고령화에 따라 발병 빈도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백혈병 세포가 항암제에 내성을 보이고 골수이식을 시행하더라도 대부분의 환자에서 치료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연구팀은 참가자들을 NK세포 투여군(40명)과 대조군(36명)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NK세포 투여군에게는 골수 공여자로부터 유래한 NK세포 치료제를 골수이식 후 2~3주에 걸쳐 2회 투여했으며, 치료에 따른 면역학적 상태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혈중 림프구 수치, 세포 독성 등을 정기적으로 측정했다.관찰기간은 2020년 9월까지 30개월로 그 사이 병이 진행된 경우는 투여군이 35%, 비투여군이 61%로 두 집단 간 50% 가량 큰 차이를 보였다. 골수이식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면역회복 정도를 살펴보기 위해 NK세포와 T세포의 평균적인 개수를 측정했더니, 투여군이 비투여군보다 각각 1.8배, 2.6배 더 많았다. 반일치 골수이식 당시 치료 효과가 매우 낮은 불응성 환자는 57명이었는데, 이 중에서 완전한 차도를 보인 비율이 투여군에서 77%, 비투여군에서 52%로 나타났다.연구팀은 단일세포 RNA 시퀀싱(scRNA-seq)을 통해 작용기작을 분석해보았는데, NK세포 투여군에서 유사메모리 NK세포(memory-like NK cell)가 비투여군에 비해 34배 증가한 점을 확인했다. 또한 증가된 유사메모리 NK세포가 환자의 메모리 CD8 T세포를 증식시킴으로써 항암 효능을 높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이규형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난치성 혈액질환에서 NK세포의 효력을 임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추가 치료가 불가능했던 많은 환자들을 위해 NK세포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 연구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최인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명예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연구자 주도 임상 2상으로 진행됐으며, 현재 NK세포 치료제의 조건부 허가를 위해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군을 대상으로 국내 의료기관 세 곳에서 NK세포 치료제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한편 연구팀은 2000년대 초부터 말초단핵구로부터 NK세포를 분화·증식시키는 핵심 원천 기술을 개발해왔으며, 기존에 얻을 수 있던 NK세포 양보다 약 10배 정도 증폭된 NK세포를 얻는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최근 ㈜인게니움 테라퓨틱스에 이전돼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 코이카, 과테말라 기후변화 대응 위한 산림복원 지원
-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기후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중남미 과테말라를 위해 코이카는 총 388만 평의 산림복원을 목표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 나선다.코이카 지원으로 복원한 산림 전경. (사진=코이카)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는 지난 9일(현지시각) 과테말라 치말테낭고(Chimaltenango)주 텍판(Tecpan)시에서 ‘지역공동체 2차 농민조합’ 착수식을 열고 현지 정부 관계자와 주민들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복원력 강화사업계획과 기대성과를 공유하였다고 10일 밝혔다.과테말라의 서부고원지대는 중미 태평양 연안의 ‘건조 회랑(dry corridor)’에 속해, 엘니뇨-남방진동(ENSO)로 불리는 기후변화 현상으로 심한 가뭄의 피해를 받고 있다. 농가가 타격을 입어 수확량과 소득이 감소하였고, 과테말라 내 약 92만 명의 인구가 식량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배고픔을 피해 미국으로 불법 이민을 떠나는 과테말라 국민이 증가하며, 2050년까지 약 4백만 명의 과테말라 국민이 미국으로 이주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구의 역외 유출은 국가 경쟁력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과테말라 정부는 기후변화 여파로 국민의 국외 이주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이를 위해 코이카는 2025년까지 과테말라 서부고원지대 내 5개 주인 치말테낭고(Chimaltenango), 솔롤라(Solola), 토토니카판(Totonicapan), 케찰테낭고(Quetzaltenango), 키체(Quiche)의 기후변화 복원력과 대응력 향상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동 사업은 코이카와 과테말라 정부, 녹색기후기금(GCF)이 사업비를 각각 분담하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사업 수행을 맡고 있다.코이카는 사업대상지 내 산림 및 유역의 회복을 위해 소규모 농민조합을 조직해 산림배양, 혼농임업, 산림보존과 복원 활동을 지원했고, 일정에 맞게 목표를 달성한 농민조합을 대상으로 평균 4만 4000달러의 예산을 지원했다.지난 2021년 1차 사업을 통해 소규모 농민조합(11개)을 조직해 약 1년간의 지원 활동 결과, 사업지역 내 산림면적이 총 176만 평(58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종 목표 대비 45%에 달하는 성과이다.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코이카는 올해 2차 소규모 농민조합을 조직해 과테말라 서부고원지대 내 산림복원을 가속화 할 예정이다. 1차 지원의 성과 모델을 유지해 농민조합을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며, 남은 기간 21개의 농민조합을 구성하여 약 212만 평(701ha)의 산림을 추가로 복원하는 데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 '국내 초대형 오피스리츠' 온다…한화리츠, 年배당률 6% 목표
-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한화그룹 스폰서 오피스 리츠 한화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한화리츠)는 2일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한 기업공개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3월 말 상장을 목표한다고 밝혔다. 한화리츠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영업인가를 승인 받았으며, 지난달 23일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발생됐다.(사진=한화그룹)한화리츠는 한화생명보험을 스폰서로 하는 초우량 스폰서 오피스 리츠로 한화손해보험 여의도 사옥과 서울·경기권역의 한화생명보험 사옥 네 곳 등 한화금융 계열사의 오피스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규모가 큰 그룹 계열사를 대주주로 둔 초우량 스폰서 리츠인 만큼 높은 신뢰도와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한화리츠는 연 2회 반기 배당으로 연평균 약 6.85%의 배당률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유사한 상장리츠의 배당률을 상회하는 수치다. 또 국내의 기준금리 안정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변동금리 중심의 자금조달을 해온 한화리츠는 금리 안정세의 수혜를 받으며 배당수익률 증가 효과를 거둘 가능성도 높다.한화리츠의 총 공모 주식 수는 2320만주로 단일 공모가 5000원이 적용된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은 3월 6일과 7일 양일간 진행되며,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은 13일부터 14일까지 실시된다. 회사는 이번 공모를 통해 약 116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며 대표 주관회사는 한국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이 공동으로 맡았다.한화리츠는 한화손해보험 여의도 사옥과 서울 노원구, 경기 안양·부천·구리 등에 위치한 한화생명보험 사옥 네 곳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 여의도 사옥의 경우, 서울 주요 도심권역인 YBD(여의도권)에 위치해 있으며 전체 임대율 99.9%, 한화그룹 계열사 임차 비율 91.7%에 달하는 대표 우량자산이다.한화생명보험 사옥들 역시 각 지역별 랜드마크 오피스 건물로서 유동인구가 많아 지역 금융 영업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주요 상권에 위치한 점과 근처 지하철역과의 거리가 가까워 접근성이 높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한화리츠 자산들은 그룹 계열사가 임차면적의 68.2%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 중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등 자산을 매각하면서 신규 임차하게 되는 일부 금융계열사들과는 5년에서 7년의 장기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이 외에도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이 임차인으로 구성돼 변동성이 적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회사는 한화생명보험이라는 우량 계열사를 스폰서로 두고 있다. 스폰서 리츠는 스폰서의 자산 및 역량 활용, 자본조달 이점, 임대차 안정성 등의 이유로 다른 상장 리츠 대비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특징이 있다.한화리츠는 이처럼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자산 구성으로 5개년 평균 6.85%의 배당수익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타 오피스 리츠의 최근 시가배당률 4~5%대를 상회하며, 4월과 10월 연 2회 반기 배당으로 3월 공모 이후 배당기준일인 4월말 까지 단기 보유하더라도 반기배당금 전액을 받을 수 있다.한화리츠는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만들어진 리츠로 향후 금리 안정화 속도에 따라 수익성이 자연스럽게 증가할 수 있는 구조다. 회사는 금리인상 여파로 가치가 하락한 타이밍에 유사 사례 대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자산을 매수했다. 이에 투자 대비 수익률(Cap Rate)이 한화손해보험 여의도 사옥의 경우 4.9%, 네 곳의 한화생명보험 사옥 평균 6.6%로 비교 권역 대비 1.5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한화리츠는 자산 매입을 위한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지난해 대출만기를 1~3년으로 차등화해 조달금리 5.57%(가중평균)로 대출을 받았다. 해당 대출은 금리 최절정기에 이루어져 다른 상장리츠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회사는 1년 만기 대출의 경우 고정금리, 2년·3년 만기 대출의 경우 변동금리로 설정해 향후 금리 하향세에 따라 대출 이자 비용 감소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회사는 전체 대출금에 대한 만기 일정을 균등하게 분산해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였으며, 2024년 이후 조기 상환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해 향후 리파이낸싱에서의 협상력을 확보해 안정적인 자본 조달이 가능하다.
- “선다형 수능 창의력 말살…챗GPT시대에 서술형 개편 필요”
- [이데일리 신하영·김형환 기자] 저출산·학령인구 감소 여파가 국가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다. 특히 교육계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 폐교’가 예상되는 대학가를 비롯해 이제는 수도권 유·초·중·고교까지 신입생 모집난을 겪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개혁은 유·초·중등 부문에서의 국가책임 강화와 대학 자율성 확대가 골자다.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낡은 교육체계를 미래형 인재 양성에 맞게 혁파하는 데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보통합·늘봄학교를 통해 만 0~11세까지의 돌봄·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원대한 계획은 유치원·초등교사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해 반도체 등 미래 산업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계획도 이공계 최우수 인재들을 빨아들이는 ‘의대 블랙홀’ 현상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이데일리는 지난 24일 서울 중구 이데일리 본사 회의실에서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좌담회를 열었다. 이날 좌담회에는 20대 대선에서 윤 대통령의 교육공약을 설계한 나승일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전 교육부 차관)을 비롯해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이데일리가 지난 24일 개최한 교육 좌담회에서 김도연 전 교육부 장관(오른쪽) 나승일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오른쪽에서 두번째)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오른쪽에서 세번째),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교육부가 올해 상반기까지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예고하면서 새 대입제도가 교육계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큰 틀의 대입 개편은 없을 것이라고 시사했지만 이날 좌담회에선 큰 폭의 대입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도연 전 장관은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해 정답을 찾아주는 사회가 도래하고 있지만, 지금의 오지선다형 수능은 학생들의 질문하는 능력, 창의력을 말살하고 있다”며 “미래형 인재를 키우기 위한 논·서술형 수능 도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 박남기 교수도 “수능은 지금의 오지선다형보다는 서술형 평가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상훈 교수는 수능 비중을 축소하고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중을 늘리는 개편이 필요하다고 봤다. 배 교수는 “학생이 대입에 지원하기까지의 성장 과정을 평가한다는 의미에서 학종이 오히려 고교학점제에 부합하는 전형”이라고 강조했다. 학생이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골라 듣는 선택형 교육과정인 고교학점제를 표준화된 대입 시험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반면 나승일 교수는 “새 대입제도는 초·중등 교육의 정상화, 대학 교육의 경쟁력 확보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각 대학이 인재상을 명확히 설정하고 전공 학문의 특성을 반영한 인재를 뽑을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표준화된 대입 시험으로는 고교졸업·대입 자격만 평가하고, 구체화된 입학 전형은 대학이 설계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주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2025년 전면 시행될 예정인 고교학점제에 대해선 교사·강사 확보가 관건이란 주장이 중론을 이뤘다.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권을 보장해줘야 학점제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만큼 다양한 교과목을 담당할 교사·강사가 필요하다는 의미에서다. 나 교수는 “교사들의 담당 교과목을 유연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 역시 “과학 교사라면 생물·물리·화학 등을 모두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며 “지금처럼 각각의 교과 담당을 나누고 칸막이를 두는 제도는 고교학점제 시대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 교수는 “대학에 입학한 성인들도 자신의 진로를 찾지 못하는 게 현실인데 고1 학생에게 조기에 진로를 선택토록 하고 이에 따라 과목을 이수토록 하는 게 과연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자칫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왼쪽부터 김도연 전 교육부 장관, 나승일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사진=김태형 기자)-2025년 고교학점제 시행을 앞두고 2028학년도 대입제도에 관심이 쏠린다. 향후 대입제도는 어떻게 개편돼야 하나.△김도연=교육이란 미래 사회에 대비해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다. 미래 인재는 정답을 찾는 인재가 아니다. 챗GPT(대화형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사람을 대신해 인공지능이 답을 찾아주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지금의 오지선다형 수능은 질문하는 능력, 창의력을 말살하는 시험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지식 전달형 수업과 오지선다형 수능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력을 억제해왔다. 12년간 창의력을 말살하는 교육을 받다가 대학에 와서 창의력을 키우려니 학습 능력이 저하되는 것이다. 미래 인재를 키우기 위한 논·서술형 수능 도입을 고민해야 할 때다. △나승일=우리나라는 유·초·중등 교육이 모두 대입이란 굴레에 종속돼 있어 이를 혁신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새 대입제도는 초·중등 교육의 정상화, 대학 교육의 경쟁력 확보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 시대를 반영한 대입 개편이 필요하다. 각 대학이 인재상을 명확히 설정하고 전공 학문의 특성을 반영한 인재를 뽑을 수 있도록 교육부가 적절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 △박남기=입시제도 개편에는 이원화 전략이 필요하다. 현행 입시제도 하에선 개천에서 용이 나기 힘들다. 대입 정원의 절반은 실력으로, 나머지 절반은 배경을 보고 뽑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 배경을 보고 선발한다는 의미는 합격자 중 일정 비율을 ‘소외 지역 고교 출신’에게 할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소외 지역 고교 출신은 사회배려자전형처럼 별도의 트랙에서 경쟁토록 해야 한다. 다만 수능은 지금의 오지선다형보다는 서술형 평가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언어를 이해·처리하는 인공지능 기능이 강화되면 채점의 공정성이나 시간적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배상훈=현재 개편 논의가 한창인 ‘2028학년도 대입’은 고교학점제 세대를 평가하기 위한 대입제도로 수능 중심의 대입과는 그 취지가 맞지 않는다. 학생이 대입에 지원하기까지의 성장 과정을 평가한다는 의미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오히려 고교학점제에 부합하는 전형이다. 저출산 시대에는 학생 맞춤형 교육을 통해 인재를 키워야 한다. 해당 학생이 고교 3년간 어떻게 성장했는지, 진로·적성에 따라 이수한 선택과목이 지원한 전공과 부합하는지를 보고 선발해야 한다. 지금처럼 서울 주요 대학에 정시 40%를 강요하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한다. 수능 선발 비중은 20~30%로 축소하고 나머지는 학종으로 뽑아야 한다. 다만 숙명여고·조국 사태 등의 재발을 막기 위해 학종의 신뢰성을 강화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 -최근 카이스트(KAIST) 등에서 이공계 인재가 의대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과학기술 인재들이 의대 진학을 위해 재수를 선택하는 세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김도연=혹자는 과학 인재 양성을 위해 과학고·영재학교 출신의 의대 진학을 아예 금지하자고 하지만 헌법상의 권리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어떻게 막겠는가. 결국 사회가 학생들에게 다른 길을 선택하게끔 만들어줘야 한다. 지금은 수능에서 98점 받은 학생이 의대에 가면, 99점은 받은 학생은 이공계를 진학하고 싶어도 손해 본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 측면에서 수능이 최근의 ‘의대 블랙홀’ 현상에 영향을 줬다고 본다. 정시모집 기준으로 지금은 수능 최상위권이 의대에 진학하고 차순위 학생들이 이공계로 진학하고 있다. 수능 위주의 평가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의대 선호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대입 개편 이후에는 이공계 인재에 대한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 의사 면허를 취득하면 고용안정과 고연봉이 보장되지만 이공계 박사는 그렇지 못하다. 정부가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이공계 인재들을 전폭 지원해야 한다. △나승일=의대 선호 현상의 본질은 경제적 유·불리에 따른 것이다. 의사는 안정적 직업이며 직업 선택은 개인의 문제이지만, 국가가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는 취지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의대가 유리하고 이공계가 불리한 현상부터 개선해야 한다. 단적으로 군 복무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되면서 이공계 병역특례의 실효성이 저하됐다. 전문연구요원제도는 이공계 석·박사급 인력이 군 복무 대신 병무청장 지정 업체에서 3년간 근무하는 제도이지만, 군 복무기간이 줄면서 병역특례란 말이 무색해진 것이다. 과학을 좋아하는 인재가 적성·소질을 살려 이공계로 진학한다면 국가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 병역특례를 비롯해 이공계 학생들에 대한 장학·국비유학제도 등 정부 차원의 유인책이 절실하다. △박남기=모든 개인은 자신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행동하기 마련이다. 의대 블랙홀 문제를 해소하려면 국가의 정책 방향을 따르는 게 개인에게도 유리하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 지금은 의사가 되면 사회적으로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우수 인재가 의대로 몰리고 있다. 예컨대 과학고 재학 중에 받은 장학금을 회수한다고 해도 학생들은 의대를 선택하고 있다. 과학기술 인재 양성이 설립 목적인 과학고·영재학교만이라도 졸업 후 5년간 의대 진학을 차단하거나 의대생이 일반사병으로 군 복무하는 것을 막고 5년간 군의관으로 복무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지금은 의대 졸업 후에 받는 사회적 혜택은 크지만 그에 따른 책임은 적다는 점이 문제다. △배상훈=의대 선호 현상은 대학의 연구역량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최상위권 대학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대학원은 학생을 충원하지 못해서 난리다. 정부가 대학원생을 지원하는 두뇌한국(BK)21사업에 대학원들이 목숨을 거는 이유다. 이공계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은 의대를 가거나 연봉이 높은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로 향하고 있다. 이공계를 졸업한 뒤 갈 수 있는 안정적 직장이 부족한 탓이다. 학생들이 대학원에 지원하지 않으면 대학의 연구역량은 저하될 수밖에 없으며, 학문후속세대(대학원생과 박사과정을 마친 연구인력)가 붕괴될 수 있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나라에선 과학기술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지 못할 것이다. 이공계 인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데일리가 지난 24일 개최한 교육 좌담회에 김도연 전 교육부 장관(오른쪽) 나승일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오른쪽에서 두번째)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오른쪽에서 세번째),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가 참석한 가운데 나승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교사·강사 확보 등 아직 산적한 문제가 많은 상황인데.△김도연=고교학점제는 우리 교육이 반드시 가야 할 방향이다. 학령인구 급감 시대에는 적성·진로에 맞춘 학생 개개인의 성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는 문재인 정부 공약으로 2017년부터 논의를 시작, 약 6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준비가 안 됐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2025년 전면 시행이니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준비해야 한다. 도시와 지방 간 교육 격차 문제는 충분히 예견되는 일이다. 그렇기에 농어촌 학교의 교·강사 확보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아직 전면 시행까진 2년이란 시간이 남았고 발생 가능한 문제점들이 예견되니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 보완해야 한다. △나승일=학습 동기를 유발하고 학생들의 선택권을 강화하겠다는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100% 공감한다. 다만 고교학점제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학부모들은 대입제도와 연계되지 않아 불안하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강사 확보다. 교사·강사 부족 문제를 풀려면 교사들의 담당 교과목을 유연화해야 한다. 예컨대 국어·수학·영어 등 보통교과 교사들은 맡을 수 있는 교과목 수가 한정돼 있다. 교원양성과정에서 본인이 이수한 과목과 연관된 과목이라면 다양한 교과를 맡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박남기=2025년부터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는 말만 학점제이지 사실상 ‘선택과목 확대’라고 보면 된다. 만약 지금 나와 있는 계획대로 고교학점제를 전면 시행한다면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 문제가 오히려 심화할 수 있다. 대학에 입학한 성인들도 자신의 진로를 찾지 못하는 게 현실인데 고1 학생에게 진로를 선택토록 하는 게 과연 가능한지 의문이다. 만약 자신의 진짜 장래 희망을 고3 때 발견했는데 그간의 이수 과목과 진로가 다르다면 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학생들의 실용주의적 선택도 늘어날 것이다. 대학생들도 학점 받기 편한 과목을 선택하고 있는데 고교생들이라고 그러지 말란 법이 없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를 통해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하지만, 수업을 재미있게 하는 것은 교사와 학교의 책무이지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배상훈=고교학점제라는 제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 취지가 좋다고 해서 도입한 제도가 취지대로 긍정적 효과를 낼지 미지수다. 수능 반영 과목이나 대입에서 점수 따기 좋은 과목으로의 쏠림 현상도 우려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능 제2외국어 과목 중 아랍어 선택 학생이 많았는데 이는 대부분의 학생이 아랍어를 못하기에 상대적으로 점수 따기가 쉽다는 이유로 ‘아랍어 로또’라고도 불렸다. 교사·강사 확보도 관건이다. 교사들은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교사 1인당 5개 과목은 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외부 전문가를 기간제교사로 채용하는 방안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 담당 교과목을 유연화해야 한다. 과학교사라면 생물·물리·화학 등을 모두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각각의 교과 담당을 나누고 칸막이를 두는 제도는 고교학점제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다.-현 정부의 고등교육 분야에서의 교육개혁을 요약하면 대학에 대한 규제 완화인데.△김도연=우리나라는 사립대가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사립대가 많은 국가다. 국내 사립대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대학별 인재상과 교육 방법이 다양화돼야 하는데 정부의 규제로 대학별 특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는 교육부령(학교법인·사립학교 직인 규칙)에 따라 대학 총장·학장의 직인마저 크기·서체를 제한받는다. 이러한 불필요한 규제를 모두 없애고 대학에 자율권을 줘야 한다. 등록금 인상 규제도 혁파가 필요하다. 올해로 15년간 이어진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대학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사립대의 실질 등록금은 오히려 23% 인하됐다. 등록금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들이 물가 압박에 교육·연구 혁신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나승일= 현행 교육체제가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이 어렵다는 공감대에서 교육개혁이 강조되고 있다. 디지털시대에 다양한 창의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결국 개인의 잠재력이 충분히 발현되는 교육개혁이 필요하다. 획일화되고 규제 위주의 교육체제를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게 다양화하고 자율성·창의성의 가치를 살리는 교육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대학에 대해선 재정 지원을 늘리고 국고지원에 대해선 대학이 인건비·경상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용도 제한을 풀어줘야 한다. 국가장학금 2유형(올해 예산 3800억원)과 연계해 등록금 인상을 억제했던 규제 역시 개선해 법정 상한선까지는 등록금을 올릴 수 있게 해야 한다. △박남기=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는 대폭 풀어야 한다. 등록금 규제도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과 연계해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 사립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부가 등록금 규제를 지속하려면 이에 상응하는 운영비를 지원해야 한다. 물론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부실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배상훈=정부 규제에는 법령상 명시적 규제와 행정지도 목적의 규제가 있는데 문제는 후자다. 대학들은 이런 규제로 교육부의 눈치를 보게 된다. 예컨대 정부가 실내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했을 때도 대학들은 학내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지 교육부에 문의했을 정도다. 혹시라도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 향후 교육부 관리·감독에서 지적받을 수 있어서다. 대학들이 교육부의 규제에 길들여 있어 스스로 결정을 못 내리는 경우도 많다. 마침 윤석열 정부 들어 대학에 대한 규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한 만큼 불필요한 규제를 풀면서 더이상 행정지도 목적의 규제는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유·초등분야의 교육개혁은 ‘유보통합·늘봄학교로 0~11세 돌봄·교육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자‘는 것이 골자인데 교사들의 반발이 크다. △김도연=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는 필요하다. 다만 의도가 선한 정책이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유보통합이 필요하다면 설득과정에 조금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느 누가 유아교육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를 반박하겠는가. 유보통합뿐만 아니라 무엇인가를 통합하는 과정에선 반발 여론이 생기게 마련이다. 공선사후(公先私後)라는 가치를 내세워 반발하는 구성원을 설득하면서 유보통합을 추진해야 한다. △나승일= 유아교육의 질적 수준은 유치원·어린이집 통합(유보통합)을 통해 끌어올려야 한다. 아이들에게 유보통합을 통한 질 높은 공교육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출발선부터 생기는 교육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어린이집·유치원 어느 곳을 이용하든 교육 격차가 생기지 않게 하려면 단계적 통합이 필요다. 이 과정에서 보육·유치원 교사 간 처우에 대한 차이를 줄이고, 보육교사가 통합교사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자격 요건을 구체화해 유치원 교사들의 반발을 완화해야 한다. △박남기=지금의 저출산 문제를 완화하려면 보육·돌봄의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다만 이에 상응하는 재정투자가 부족한 점은 아쉽다. 유보통합을 예로 들면 별도의 재원은 마련하지 않고 기존 시도교육청에 배정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는 결국 시도교육감들의 반발을 촉발하게 될 것이며 유보통합 추진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결국 유보통합은 이뤄져야 하지만 교사들의 반발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어린이집 교사와 유치원 교사의 자격 기준이 달라 생기는 문제이기에 단계적으로 자격 기준을 상향평준화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늘봄학교에 대한 교사들의 반발은 업무부담 탓인데 교육부가 교사들에게 업무부담을 전가하지 않겠다는 점을 늘봄학교 시범 운영을 통해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배상훈=유보통합은 유아교육의 공교육화가 궁극적 목표다. 유보통합은 그 전 단계로 볼 수 있다. 유치원 교사들의 반발도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차별적인 교육환경을 용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늘봄학교도 민생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지만, 교사들의 업무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당국은 늘봄학교 업무를 전담할 인력을 대거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초중등교육에만 집중됐던 교육교부금 지원을 유아·고등·평생교육으로도 확대해야 하며 이러한 관점에서 유보통합 추진과 고등교육특별회계 신설은 바람직한 변화다. 이데일리가 지난 24일 개최한 교육 좌담회에 김도연 전 교육부 장관(오른쪽) 나승일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오른쪽에서 두번째)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오른쪽에서 세번째),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가 참석한 가운데 배상훈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교육부가 현행 교육감 직선제를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동반 출마)제’로 바꾸는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김도연=현행 교육감 직선제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은 제도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탈정치·비정치를 내세우지만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파란색이나 빨간색 옷으로 정치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 또 유권자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선거구에 어떤 후보가 출마했는지 모른 채 투표하는 ’깜깜이 선거‘ 논란도 여전하다. 선거 후에는 당선된 교육감들이 선거법 위반 등으로 재판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차라리 직선제를 러닝메이트제로 바꾸는 게 낫다. 정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시도지사와 동반 출마하면 선거 비용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는 사례도 감소할 것이다. △나승일=교육감 직선제는 주민들의 직접 투표로 교육감을 선출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깜깜이 선거 논란을 비롯해 후보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너무 큰 선거 비용으로 인한 선거법 위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물론 러닝메이트제가 최선은 아닐 테지만 현실적이고 긍정적인 차선책은 될 수 있다. 가장 쟁점으로 꼽히는 후보의 추천 과정 등 세부 내용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등을 통해 마련하면 된다. 수차례 교육감 선거를 겪어본 국민도 직선제의 폐해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 사안이라 소통을 통해 대안을 마련할 때다. △박남기=러닝메이트제가 과연 교육감 직선제로 인한 폐해를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교육감 선거에서 공천을 받기 위해 후보들은 정당에 엄청난 기여를 해야 할지 모른다. 그 과정에서 교육전문가보다는 정치적 인물이 출마하게 되고 결국 교육감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공산이 크다. 러닝메이트제 도입 주장은 교육자치를 폐지하자는 말과 다름 없다. 다만 단기적으로 현행 제도를 바꾸기 힘든 만큼 국가가 선거비를 우선 부담하는 선거공영제를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개인이 선거비를 부담하면서 금권선거·보은인사 논란이 있었는데 선거공영제를 도입해 후보의 금전적 부담을 줄여주면 이런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다. △배상훈=교육감 직선제 하에선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보단 어떻게 단일화하느냐가 당선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다. 단일화만 잘 되면 투표율이 50%가 되지 않아도 당선 가능성이 커진다. 각 정당의 후광효과를 얻기 위해 옷 색깔로 자신의 정치성향을 표현하는 등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도 훼손되고 있다. 또한 교육감의 권한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교육감이 자신이 전혀 모르는 지역의 학교장 발령까지 내고 예산을 내려주고 있다. 인사·예산권으로 초월적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셈이다. 광역자치단체의 교육감이 학교장 인사권을 모두 갖기보다는 교육지원청의 교육장 등으로 이를 이관, 교육감 권력을 일부 제한·분산할 필요가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4년제 대학의 91%가 올해 정시모집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했는데 향후 대학 구조조정은 어떻게 해야 하나.△김도연=벚꽃이 지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고 하는데 수도권도 이제 예외가 아니다. 대학 구조조정은 정원감축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지역 산업에 기여할 대학을 육성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 파산 직전의 대학 설립자·이사장이 잔여 재산을 환수할 수 있게 퇴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 △나승일=부실대학이나 한계 대학은 과감하게 구조조정해야 한다. 2000년 이후 매년 폐교하는 대학이 1~2곳씩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 재정이 열악함에도 버티는 대학들이 있다. 이는 퇴로가 없기 때문인데 관련 법 개정이 되지 않는 한 청산되는 대학의 잔여 재산은 국고로 귀속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 스스로 문 닫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계상황에 놓인 대학들을 정리하고 이곳에 투입되는 재정을 다른 대학에 주는 게 낫다. 한계 대학을 직업훈련기관으로 전환하거나 기업이 인수, 교육원으로 활용토록 하는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 △박남기=장기적으로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만큼 해외에서 학생들을 끌어와야 한다. 동남아 학생들 사이에선 한국 대학 진학에 대한 수요가 크다. 국가 차원에서 이들을 받아들이고 한국어 교육을 제공, 국내 대학·대학원 진학을 유도해야 한다. 외국 학생들을 고등학교 단계에서 받아들여 기숙학교 형태의 교육기관에서 교육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배상훈=대학구조개혁을 단순히 대학 개수 줄이기로 이해하는 자세는 지양해야 한다. 부정·비리 대학을 제외하고, 생존할 대학을 많이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대학 하나가 사라진 지역은 소멸 위기를 맞게 된다. 해당 대학에 다니는 학생뿐만 아니라 주변 상인, 임대업자 등이 타격을 받으면서 지역경제가 붕괴될 수 있다. 동일 지역 내 대학 간 중복·유사학과를 구조조정하고 대학 간 교육과정을 공유하는 방식도 필요하다. 대학이 사라지기 시작하면 지역 경제가 무너지며 이는 결국 동일 지역 내 다른 대학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대학 간 협력으로 동반 생존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 저출산 예산 280조 쏟아붓고도…매년 소도시급 인구 사라진다
-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저출산에 아기 울음소리는 줄었지만 고령화로 사망자는 늘면서 지난해 한국 인구가 역대 최대 규모의 자연 감소를 기록했다. 인구절벽은 수도권을 벗어나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혹독하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지난 15년간 28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도 저출산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에서 막연한 저출산 예산 확대보다는, 사회적 돌봄채널 확대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이데일리 문승용 기자]◇신생아 25만명선 무너져…오미크론에 고령층 사망 ‘급등’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수는 24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4.4%(1만1500명) 감소했다. 또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출생아수)은 0.78명을 기록, 197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으로 0.7명대로 내려 앉았다. 합계출산율은 2018년 처음으로 1.0명대가 깨진 후 5년 연속 계속 추락하고 있다. 작년 한국 인구는 12만3800명이 자연 감소(사망자 수-출생아 수)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출생아 수가 급감한 데다, 사망자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작년 한해 사망자는 37만2800명으로 전년(31만7680명)대비 5만5000명 이상 증가했다. 고령화의 영향으로 2013년부터 사망자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긴 했으나 증가폭이 1만명 안팎이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하다. 지난해 유행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60세 이상 고령층에 치명률이 높았던 영향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연령별 사망자 비율은 남여 모두 80대에서 가장 높았고, 60세 이상 사망자는 약 32만6000명으로 전체(37만2800명) 사망자의 약 8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사망자의 증가는)코로나19의 영향에 고령화가 더해진 영향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10년 전인 2012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인구는 21만7000명이 자연 증가했다. 그러나 △2017년 7만2000명 △2018년 2만8000명 △2019년 8000명으로 증가 규모가 급격히 줄다가 2020년엔 자연 감소로 돌아섰다. 이후엔 자연감소 규모가 빠르게 늘었다. 2020년 3만2000명이던 자연 감소 규모가 2021년 5만7000명, 작년 12만3800명으로 급증했다.[이데일리 이미나 기자]◇세종 제외 16개 시도 인구감소…영호남 ‘치명타’가파른 인구감소로 인해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모두 인구가 줄어들긴 했으나, 지방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호남지역과 영남지역의 인구 감소폭이 수도권보다 훨씬 가팔랐다. 세종을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모두 인구가 감소했는데, 그중에서도 경북(1만6500명), 부산(1만3600명), 경남(1만3400명), 전남(1만3000명)이 순으로 크게 줄었다. 인구수에 비례한 자연증가율(인구 1000명당 자연증감)로 따져보면 더욱 그렇다. 자연감소율이 높은 상위 10개 시도가 모두 비수도권 지역으로, 전남(-7.1명), 경북(-6.3명), 전북(-6.1명), 강원(-5.1명), 충남(-4.5명) 순이었다. 반면 수도권인 인천, 서울은 1.0명대의 자연감소율을 보였고, 경기도는 -0.3명으로 세종을 제외하고 자연감소율이 가장 낮았다. 한덕수 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인구문제에서 균형발전도 중요한 문제”라며 “최근 전주에서 진행했던 ‘제3회 중앙지방협력회의’도 중앙의 권한을 지방에 대폭 이양해 지방이 발전하면 좀 더 많은 인력이 남고 인구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 “대책 다시 짜야” 반성…“돌봄 문화 개선해야”다만 정부가 그동안 저출산 고령화 대응을 천명하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걸 고려하면 사실상 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생 대응 예산으로 약 280조원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정부, 여당 내에서도 이같은 지적이 많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교섭단체 대표연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지난 17년간 우리가 한 노력이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지금의 방식대로 돈을 더 투입할 것이 아니고 다른 특단의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지난 16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많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문제가 해소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되는 추세는 기존 대책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효과를 체감하기 모호한 저출산 대책보다는 돌봄 확대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출산율이 크게 떨어졌다가 올라간 유럽국가들을 보면 사회적 돌봄 시설의 확대와 아빠의 돌봄 채널 확대라는 공통점이 있었다”며 “한국도 영아에 비해 아직도 미비한 초등학생에 대한 돌봄 확대 및 아빠의 육아 장려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을 방문, 환아와 보호자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 손상환자 10년래 최저…원인 1위는 추락·낙상
-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외부적 요인에 의해 신체가 손상되는 환자가 2020년 297만여명으로 최근 10년간 가장 적었다. 16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제12차 국가손상종합통계’에 따르면 2020년 손상 환자는 297만8000명으로 2011년 이후 가장 적었다. 손상으로 인한 사망자는 인구 10만명당 51.5명꼴이다. 손상으로 인한 진료비는 5조147억원이었으며, 2011년(3조358억원) 대비 65.2% 증가했다.손상 환자 수는 2015년 457만4000명을 기록한 뒤 2016년 415만8000명, 2017년 355만3000명, 2018년 351만명 등으로 감소했다. 2019년 370만6000명으로 소폭 늘어난 다음 2020년 큰 폭으로 줄었다. 손상은 각종 사고, 재해 또는 중독 등 외부적인 위험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신체적, 정신적 건강상의 문제를 의미한다. 교통(운수)사고, 추락·낙상, 둔상(둔기에 의한 상처), 자상(흉기에 의한 상처), 화상, 질식, 중독, 신체 괴사, 자연재해 등이 원인이다.손상이 발생한 원인을 보면 추락·낙상이 37.7%로 가장 많았고 운수사고가 32.4%로 그 다음이었다. 둔상·관통상 11.5%, 중독·화학물질 3.0% 순이었다. 하루 평균 72명이 사망했고 3657명이 응급실을 찾았으며 2897명이 입원했다. 어린이에게서는 추락과 낙상이, 청장년에게서는 교통사고가 많았다.연령대별로 보면 10세 미만 어린이 100명 중 2명은 추락으로 응급실을 방문했고, 17세 이하 아동·청소년 1000명 중 4명은 아동학대로 인한 손상을 경험했다. 30대 1000명 중 7.9명은 교통사고 손상을 겪었고 40대 1만명 중 5.3명은 자해·자살로 응급실을 방문했다. 50대 1만명 중 43.2명은 산업재해를 경험했고, 70대 이상 노인 100명 중 1.6명은 추락으로 응급실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