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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어디서 뭐먹지] 남도 일번지 ‘광주’에서 느낀 맛의 본향
- 무등산 보리밥[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추석 연휴도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다. 명절을 계기로 오랜만에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도 보냈을 터. 그동안 보지 못한 친구나 친지들과 즐겁게 지낼 차례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친지와 함께 모일 수 있는 곳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추천한다. 전국의 맛집 골목이다. 네 번째로 추천할 곳은 광주광역시다. 광주는 남도음식을 대표하는 도시다.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의 남도 맛 기행 코스의 첫 시작도 바로 광주다. 맛의 본향이 바로 광주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이번에 소개하는 곳은 전통적인 광주의 먹거리다. 막바지에 이른 추석 연휴를 가까운 이들과 함께하기에도 모자람이 없는 곳이다.무등산 보리밥거리◇무등산 보리밥거리=광주를 대표하는 5가지 맛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무등산 보리밥이다. 무등산 보리밥은 증심사로 올라가는 등산로 초입에 모여 있다. 이곳과 함께 무등파크호텔이 있는 지산유원지로 가는 길목에도 보리밥집들이 모 여 있다. 보리밥에 들어가는 각종 채소와 제철 나물들은 신선할 뿐만 아니라 맛도 좋다. 여기에 고추장과 참기름 맛이 조화되면서 비빔밥이 완성된다. 보리비빔밥 상에 오르는 기본반찬 또한 20가지 정도가 된다. 김치류 몇 가지와 제철 나물 등과 함께 나오는 반찬도 입맛에 맞는다. 집주인이 손수 담근 김치를 곁들여 먹으면, 보리밥은 아주 기가 막힌 맛이 된다. 지산유원지 입구에도 보리밥집과 함께 한정식 음식점도 있다. 이들 음식점은 무등산 아래에 있으므로 대 부분 사람들이 무등산 등산을 한 뒤에 음식을 즐긴다. 무등산 등산을 마치고 보리밥과 함께 시원한 막걸리 한 잔 마시면 피로가 가신다. 보리의 효능은 이미 많이 알려졌다. 보리에는 칼슘, 인, 철, 나트륨, 칼륨 등이 함유되어 있다. 칼슘과 철 등은 쌀보다 5~8배 정도 많이 함유됐다. 또한, 비타민 B1, B2 등도 많다. 또한, 보리에는 항암효과에 도움이 되는 성분도 있다. 보리밥은 쌀밥보다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밥의 양이 줄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맛있는 팁= 보리밥은 무등산의 별미로 갖가지 산나물에 비벼 먹는데 여기서 는 이곳에서 주는 고추장과 참기름을 꼭 한두 방울 떨어뜨려 비 벼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쉽게 먹어보지 못하는 보리밥을 이곳에서 한번 먹어보면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송정 떡갈비 골목◇송정떡갈비골목= 송정리떡갈비는 예나 지금이나 시장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음식이다. 매스컴에 소개되면서 더 유명해진 뒤로는 광주를 여행하는 사람들도 즐겨 찾는다. 송정리떡갈비거리는 1976년에 시작됐지만 1980년대를 지나면서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지금처럼 떡갈비 음식점이 거리를 이루게 된 것은 1990년대 들어서다. 이곳에는 아직도 오일장이 열린다. 지금도 이 거리는 옛 재래시장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시장이 설 정도로 큰 장이었다. 지금은 행정구역이 광주광역시에 포함돼 있지만, 장이 서면 인근 나주 등지에서도 이 장터를 찾아온다. 장터음식이었던 떡갈비는 돼지뼈를 고와 낸 국물과 함께 팔았다. 시장 사람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던 영양식이었다. 송정떡갈비는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5:5의 비율로 섞는다. 맛을 내기 위해 배, 매실, 양파, 한약재 가루 등을 넣는다. 떡갈비의 모양을 만들기 위해 고기와 양념을 넣은 것을 반죽하듯 주물러댄다. 이렇게 만든 떡갈비를 하루 숙성시킨 뒤 참숯으로 굽는데 구울 때 양념장을 발라가며 굽는다. 떡갈비와 함께 나오는 뼛국 또한 그 맛이 일품이다. 돼지 등뼈를 푹 삶은 뒤에 다시마, 무, 파 등을 넣고 다시 푹 끓여서 만든다. 떡갈비와 함께 먹으면 서로의 맛이 조화를 잘 이룬다.△맛있는 팁= 떡갈비의 맛에 푹 빠져 함께 나오는 뼛국의 맛을 제대로 못 보는 경우가 많다. 떡갈비와 함께 먹으면 서로의 맛이 조화를 이루어 더 맛있다. 꼭 함께 먹도록 한다. 또한, 뼛국은 무한 리필되므로 마음껏 먹어도 된다.동곡동 꽃게장 백반거리◇동곡동 꽃게장 백반거리= 남도 음식은 지역마다 맛깔스럽고 풍성한 상차림으로 소문나 있다. 광주 동곡마을 꽃게장 백반거리도 그중 하나다. 광주광역시와 나주시의 경계에 있는 광산구 동곡마을에는 골목 양옆으로 ‘원조 꽃게장 백반’이라는 간판들이 눈에 들어온다. 꽃게장 백반을 주문하면 우선 반찬 가짓수에 놀란다. 집마다 차이는 있지만 꽃게장을 비롯해 고등어조림, 홍어찜, 조기구이, 조개젓갈, 석화무침, 어란, 도라지무침, 도토리묵 등 최소 10여 가지에서 30여 가지의 반찬이 커다란 쟁반 두 개에 실려 나온다. 뭐니 뭐니 해도 주요 음식은 꽃게장이다. 맛좋은 꽂게장을 제대로 만들려면 꽃게의 품질이 가장 중요하다. 꽃게는 6~7월에 알을 낳고 얕은 바다의 모래나 개펄 속에 살며 계절과 관계없이 언제나 시장에서 볼 수 있다. 꽃게장은 살아 있는 것을 골라 게딱지와 아가미, 모래주머니 등을 떼고 먹기 좋게 토막 낸 다음 소금을 살짝 뿌린다. 끓였다 식힌 생강을 저민 냄비에 간장, 실파, 고춧가루, 마늘, 통깨, 설탕, 물엿을 잘 섞어 양념장을 만든 다음 손질한 꽃게에 골고루 버무린다. 꽃게찜과 꽃게탕도 먹을 만하다. 알이 꽉 찬 꽃게와 표고버섯, 두부 등을 넣고 만든 꽃게찜은 달곰한 맛의 꽃게 살이 일품이고 홍합, 조갯살, 미더덕 등 해산물이 들어간 꽃게탕은 얼큰하면서 개운한 맛이다.△맛있는 팁= 꽃게장의 맛은 약간 매콤하면서도 달콤하기 때문에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어도 그만이다. 꽃게장 외에 간장게장도 있다. 매콤한 맛의 꽃게장과 다르게 간장게장은 약간 짭조름하고 혀를 감치는 맛이 있다.
- [추석맛기행③] 대추로 '보양'하고, 사과 먹고 예뻐지다
- 즐거운 대추 수확(사진=보은군청)황토에서 자라 미네랄이 풍부한 보은 사과[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충북 보은을 달리다 보면 대추가 주렁주렁 열린 나무가 자주 눈에 띈다. 살이 포동포동 오른 대추는 보기만 해도 마음이 넉넉해진다. 올해 비가 많이 와서 흉작을 걱정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대추는 풍작이다. 초록색 대추가 빨갛게 익어가는 시월,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보은으로 떠난다. 보은은 예부터 대추로 이름난 고장이다. 보은 대추는 임금님 진상품이기도 했다. 허균의 음식 품평서 《도문대작》에 “대추는 보은에서 생산된 것이 제일 좋고 크다. 보은 대추는 뾰족하고 색깔은 붉고 맛은 달다”고 기록되었다. 보은에는 “비야 비야 오지마라 대추 꽃이 떨어지면 보은 청산 시악시들 시집 못 가 눈물 난다”는 민요도 전해 내려온다.과자처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대추 칩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보은 대추는 한때 가지와 잎이 빗자루처럼 마르는 빗자룻병으로 주춤했으나, 농부의 정성과 지자체의 노력으로 옛 명성을 되찾았다. 보은 대추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는 ‘2017대한민국과일산업대전’에서 최우수상과 우수상, 장려상을 휩쓸기도 했다. 보은 대추는 자연과 기술의 합작품이다. 보은은 일조량이 많고 토양이 비옥해 대추가 자라기 좋다. 대추대학을 열어 재배 기술을 보급하고 비가림막 설치를 지원하는 등 고품질 대추를 만들기 위한 지자체와 농부의 노력이 더해져, 알이 굵고 당도가 높은 보은 대추가 탄생했다.대추 하면 말라서 주름진 대추가 떠오르지만, 보은에서는 아삭하고 달콤한 생대추가 더 인기다. 양지촌농원 전형선 대표는 “과거에는 대추를 한약재로 많이 이용했지만, 지금은 과일처럼 먹는 추세”라며 “대추는 생으로 먹어야 가장 맛있다”고 설명했다. 생대추는 말린 대추와 달리 아삭하게 씹히는 맛이 좋다. 막 수확한 대추는 당도가 30브릭스에 이른다.즐거운 대추 수확(사진=보은군청)또 대추는 비타민 A·B·C, 사포닌, 마그네슘이 풍부하고 장 기능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계탕을 비롯해 음식 재료로 폭넓게 이용될 뿐만 아니라, 제사상에 꼭 필요한 과일이다. 과자처럼 먹는 대추칩, 씨만 제거한 통대추, 달콤한 대추시럽 등 보은에서는 대추를 이용한 가공식품도 다양하게 생산한다. 대추는 폭에 따라 분류한다. 22mm인 중초부터 32mm 왕별초까지 2mm 간격으로 나뉜다. 폭이 좁은 대추는 대부분 말려서 판매하고, 폭이 큰 대추는 곱게 포장해 생대추로 내놓는다.10월은 보은이 자랑하는 생대추를 맛보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보은 대추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축제도 열린다. ‘2017충북농특산물판매활성화최우수축제’에 선정된 보은대추축제가 10월 12일부터 21일까지 열흘 동안 보은읍 뱃들공원과 속리산 일원에서 펼쳐진다. 축제 기간에는 대추왕선발대회, 조신제, 대추떡 만들기 등 대추를 주제로 다양한 행사가 마련되고, 싱싱한 생대추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즐거운 대추 수확(사진=보은군청)대추와 함께 보은에서 손꼽히는 과일이 사과다. 사과는 ‘하루에 사과 하나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건강에 좋다. 산화방지제와 안토시아닌 성분이 있어 당뇨 위험성도 낮춰준다. 특히 수확 철인 10월에 사과는 달콤하고, 비타민과 식이 섬유가 더 풍부하다. 가을 사과를 놓치면 안 되는 이유다.삼승면에 가면 사과 과수원이 줄줄이 이어진다. 걸음을 멈추고 사과 한입 베어 물면 청량한 소리가 퍼진다. 윤기 나는 붉은빛에 눈이 즐겁고, 달콤한 맛에 혀가 행복하다. 보은 사과의 특징은 단단하다는 것. 보은 땅이 황토라서 그렇다. 땅에 있는 미네랄 덕분에 사과가 잘 자란다고 한다. 보은은 겨울에 -20℃ 이하로 떨어질 정도로 춥고, 봄에는 남부 지방만큼 따뜻하다. 청정 지역 속리산 인근에서 나는 보은 사과는 큰 일교차와 긴 일조시간 덕분에 당도 역시 높다.보은 사과를 직접 수확하고 맛보는 기회가 있다. 사과나무체험학교에 신청하면 사과 농가와 연결해준다. 기간은 10월 12일부터 21일까지. 수확 체험은 2kg에 1만 원이며, 전화로 예약하고 방문해야 한다. 수확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맛있는 사과도 먹고 일석이조다. 사과 수확 체험은 아이들이 있는 가족 여행객에게 특히 인기다. 사과를 따는 팁 하나. 손바닥 전체로 가볍게 잡고 위로 들어서 딴다.삼년산성에서 내려다본 보은군생대추와 사과를 맛본 뒤에는 보은 여행을 즐길 차례다. 발길이 먼저 향한 곳은 보은 삼년산성(사적 235호). 신라 시대 산성으로 높이 13~20m, 위쪽 너비 8~10m에 이르는 난공불락의 요새다. 돌을 쌓은 정교한 기술과 산성의 웅장함이 놀랍다. 삼국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토기를 비롯한 각종 유물이 출토되어, 보은이 과거 요지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고즈넉한 성벽을 천천히 걸으며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도 좋다. 성벽에 오르면 보은읍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삼년산성에서 내려오면 보은 우당고택(국가민속문화재 134호)으로 향한다. 고택 입구에 우거진 소나무 숲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소나무에 둘러싸인 우당고택은 1919~1921년 당대 훌륭한 목수를 뽑아서 지었다. 안채와 사랑채, 사당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한옥으로, 안채에는 ‘선행을 최고의 즐거움으로 삼는다’는 위선최락(爲善最樂) 현판이 걸렸다. 현재 부분적으로 공사 중이라 관람이 제한될 수도 있다.한옥의 미를 엿볼 수 있는 우당고택보은에 대해 이야기할 때 소나무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보은 속리 정이품송(천연기념물 103호)과 서원리 소나무(천연기념물 352호) 외에도 곳곳에서 소나무를 볼 수 있다. 소나무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솔향공원에 있는 소나무홍보전시관에 들르자. 소나무의 생태와 전국의 특별한 소나무 이야기를 정리한 곳이다. 아이와 함께한 가족 여행자라면 스카이바이크도 놓치지 말자. 모노레일과 레일바이크를 합친 것으로, 약 30분 동안 소나무 향기에 푹 빠질 수 있다. 높이 2~9m에 길이 1.6km로, 오르막길은 페달을 밟지 않아도 자동으로 올라가도록 설계되었다.올해 8월 보은군농경문화관이 준공되었다. 보은의 기반인 농경문화 관련 내용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으며, 대장간도 마련되었다. 10월부터 대장간에서 농기계를 만들어보는 체험이 진행될 예정이다. 관심 있다면 전화로 문의하고 출발하자.마지막으로 가볼 곳은 오장환문학관이다. 1918년 보은에서 태어난 오장환은 백석, 이용악과 함께 1930년대 후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해방의 감격과 혼란을 그린 〈병든 서울〉을 비롯해 여러 작품이 문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문학관에서는 오장환 시인의 생애와 아름다운 작품을 만날 수 있다.솔향공원에 있는 스카이바이크◆여행코스= 은대추축제→보은 삼년산성→보은군농경문화관→솔향공원→숙박→사과 수확 체험→보은 우당고택→오장환문학관◇여행메모△가는길= 경부고속도로 청주 JC→청주(당진)→당진영덕고속도로 보은 IC△먹을곳= 한정식은 내북면 온제향가, 대추정식은 속리산면의 배영숙산야초밥상, 한정식은 속리산면의 경희식당, 능이칼국수는 보은읍의 능이칼국수가 유명하다. △주변 볼거리=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 말티고개, 펀파크, 보은 속리 정이품송, 세조길, 법주사
- 500년 전 가을이 따라온다, `경주 양동마을`
- [이데일리 트립in 심보배 기자] 시간여행은 사계절 중 가을이 가장 좋다. 더욱 풍성해지는 계절, 가장 화려해지는 산과 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감동이 밀려오니 말이다. 지나온 수많은 시간에도 지금의 우리와 비슷한 풍경을 보며, 감탄하며, 이 계절을 즐겼으리라. 가을의 맛은 다양함이다. 집마다 장맛이 다르듯, 같은 나무에서 자란 나뭇잎의 색이 다르듯, 같은 모습과 다른 모습을 모두 가지고, 조화를 이룬 가을의 산과 들. 이런 가을과 닮은 시간 속 여행지는 ‘경주 양동 마을’이다. 청명한 하늘, 머릿결만 살짝 날리는 바람, 햇살은 적당히 따사로우며, 나지막한 토담 길은 정겨움이 묻어난다. 그 어느 날, 헛기침하며 양반이 느린 걸음으로 거닐었을 길, 해맑은 아이가 골목을 뛰어다녔을 것 같은 길을 걷는다. 해 질 무렵 굴뚝에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밥 짓는 냄새가 마을을 가득 채우고 저녁을 먹었을 것 같은, 아련한 풍경이 마을 이곳저곳에서 불쑥 튀어져 나온다.아담한 초가집 평상에는 빨갛게 익은 고추가 햇살에 붉은 윤기를 머금고, 제맛을 내기 위해 자기를 불태운다. 가을이면 추수 하느라 분주했을 옛날 그들의 삶이 그려지고, 추억은 미화되어 아름다운 잔상을 남긴다. 마을 사람들은 500년 동안 이곳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며, 생로병사를 거듭했으리라.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사연이 흙과 나뭇결과 돌담에 새겨져 있을 것이다. 마을을 지키는 고목과 고택, 마루를 받치는 디딤돌까지 온전히 그 시간을 함께 했으리라. 안방에선 사랑이 피었을 것이고, 사랑방에선 맑은 술 한잔하며, 달빛과 황금빛 들판을 보며 가을의 풍류를 즐겼을 것이다.양동마을은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1992년 영국의 찰스 왕세자가 방문하면서 더욱 관심을 끌게 되었다. 100년 이상 된 54호의 기와집과 110여 호의 초가집이 마을을 이루고, 관가정, 손소영정, 무첨당, 통감속편과 서백당 등 국가 민속문화재 12점, 여주이씨 수졸당파 문중 고문서 등 도지정문화재 8점이 있다. 양반 집성촌을 이루는 대표적인 곳으로 성리학자 회재 이언적 선생을 배출한 여주 이씨, 이조판서와 우참찬을 지내고 청백리에 녹선 된 우재 손중돈 선생을 배출한 경주 손씨가 함께 500년 동안 마을을 이어오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전 이미 문화적 가치를 인정 받았고 유교적 정신, 전통 양반문화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1984년 국가 민속문화재 189호로 지정되었다.주요 탐방코스를 둘러보자면 반나절이 훌쩍 넘는다. 시간이 여유롭지 않다면 필수 코스는 꼭 둘러보고 가자. 보물 제442호인 관가정(觀稼亭), 보물 제412호인 향단(香壇), 보물 제411호인 무첨당(無堂), 중요민속자료 제23호인 서백당(書百堂). 관가정(觀稼亭)이란 ‘곡식이 자라는 모습을 보듯이 자손들이 커가는 모습을 본다’는 뜻이다. 사랑채에서 바라 보이는 평야와 배롱나무꽃이 가을의 풍류를 더해준다. 대청마루에 앉으면 보이는 파란 하늘과 떠다니는 구름이 여행자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좁은 문을 통해 시간도, 사람도, 바람도, 풍경도, 스쳐 지나간다. 양동마을은 우리가 보았던 영화 ‘취화선’, ‘내 마음의 풍금’, ‘혈의 누’, ‘스캔들’ 등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양동마을 초입에 있는 오동나무 집은 식당 내부와 정원도 깨끗하게 관리가 잘 된 곳이다. 든든한 식사로 토종닭 백숙, 오리백숙, 빨간 찜닭 요리가 가능하다. 더위에 지친 심신에 활력을 주는 보양식으로 진한 콩국수를 택해도 좋다. 전통 술맛을 느끼고 싶다면, 찹쌀과 누룩을 넣고 발효시켜 만든 동동주 맛도 놓칠 수 없다. 발효과정에서 생기는 특유의 맛은 여름에는 신맛이, 겨울에는 단맛이 난다. 또 다른 맛집 우향 다옥은 7대째 내려오는 한정식 전문점이다. 양동마을도 북촌 한옥마을처럼 사람이 사는 곳이라 여행자는 에티켓을 지켜야 하는 곳이다. 먼 훗날 우리 아이들이, 그 후손들이 보아야 할 귀중한 마을이라는 사실, 역사는 멈추는 것이 아니라 보존되고, 지속하여, 이어지는 것이다. 양동마을을 빠져 나오는 길, 500년 전의 가을이 따라온다.
- 경주로 떠나는 가을맞이 시간여행
- [이데일리 트립in 심보배 기자] 가을은 살랑거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다시 내 앞에 서성이고 있다. 하늘의 구름이 그러하고, 스치는 바람결이, 고된 여름을 견디느라 굳게 닫았던 마음의 문이 열리고 하늘거리는 실바람이 가을 여행을 재촉한다. 그 바람이 데려다주는 곳은 경주다. 서울에서 출발, 영동고속도로와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거쳐, 상주영천고속도로를 한참을 달렸다. 시속 100km~140km 이상을 오가며 빠른 속도로 3시간 30분만에 경주에 도착했다. 330km가 넘는 거리를 달리면서 ‘하늘이 참 이쁘다’는 생각과 말을 수없이 한 게 된 하루였다. 눈은 자동셔터 모드를 장착하듯 연신 깜빡였고, 또 다시 다른 장면이 펼쳐져 지난 풍경을 저장하기도 전에 잊혔다. 경주에 들어오면서 자동차 속도는 점점 줄어들었다. 시속 60~70km를 달리면서 지그시 눈을 감듯, 마음을 내려놓고 멍하니 스치는 풍경 안으로 들어갔다. 가을 초입의 경주는 한산하고 고요했다. 나지막한 풍경, 높고 낮음 보다는 옆으로 펼쳐져 너른 품을 가진 고장, 풍성하게 곡식이 익어가는 들판, 여행자의 시간을 잠시 멈추게 하는 느림의 공간이 경주다. 구름은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합쳐졌다, 다시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경주의 하늘도 새들의 안무처럼 장관을 이루었다. 경주가 주는 단아함과 아늑함은 어린 시절에 느끼지 못했다. 시간이 지난 지금 세월의 참맛을 느끼게 되는 묘한 접점에 있는 경주는 다르게 다가왔다. ◇ 경주의 맛은 요석궁에서보지 않았어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단아하고 귀품이 있는 여인이 이 정원 곳곳을 다니며 남겨을 흔적을. 요석공주가 살았던 요석궁터에 지어진 한옥집이 지금의 요석궁이다. 조선 말엽부터 300여 년 동안 명성을 이어온 최부자집의 전통 가정집으로 마지막 최부자로 불리는 최준의 동생인 최윤씨가 운영하는 한정식 전문점이다. 최부자집은 육훈부터 특별하다. 1.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벼슬을 하지 마라. 2.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3.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4.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마라.5. 며느리들은 시집온 후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6.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300년전 경주 교동에 터를 잡은 이후 12대 최준 선생은 해방 후 농지를 소작인에게 나누어 주고, 남은 모든 재산을 1947년 영남대학교에 기부함으로써 나눔의 철학을 실천한 본보기가 되었다. 특별한 장소에, 의미까지 더해진 이곳의 맛은 변함없이 전해진다. 놋그릇에 담긴 정갈한 음식, 더운 음식은 따뜻한 놋그릇에, 찬 음식은 찬 놋그릇에, 음식을 먹는 사람까지 고려한 근사한 한 상 차림은 담백함과 정성이다. 귀한 국빈급 손님이나, 국내외 유명인사의 만찬행사가 진행되었던 곳으로 특별한 날 가기 좋은 이곳은 예약제로만 운영된다. 반월정식 1인 기준 39,000원, 계림정식 69,000원등 4가지 차림이 있다.◇ 경주 골목길 시간여행 ‘황리단길’경주 황리단길을 걷는 사람들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사랑방을 드나들 듯, 그 길에서 멈추다, 머물다, 스치다, 지나간다.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이 다시 살아나, 복숭앗빛 얼굴을 한 고운 커플들은 사랑하는 커플이 되어 그들만의 아지트를 찾듯 분주하게 움직인다. 건강한 빵집 랑콩뜨레, 루프탑이 있는 황남 PLACE카페, 수제 만둣집으로 유명한 대화맥주, 주차가 가능한 한옥카페 락가까지,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곳은 시간 여행자들에게 더 없이 좋은 장소다. 황리단길은 주차공간이 협소해 차량을 가지고 갈 경우 먼 거리에 주차하거나, 미리 주차가 가능한 식당이나 카페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밤이 아름다운 동궁과 월지가까이 있어도 성큼 다가가지 못했던, 그 마음의 거리는 동궁과 월지, 그 아름다움으로 둘의 모습은 하나의 실루엣을 완성한다. 어린아이의 입에서도 ‘예쁘다’, ‘와’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는 경주의 밤, 그 밤의 주인공은 이곳을 거니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곳이라도 사람이 없다면, 그저 풍경일 뿐이다. 눈으로 아름다움을 담고, 가슴으로 새겨 입으로 폭풍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며, 감흥에 흠뻑 빠져들게 하는 곳이기에 밤의 성지라 할 수 있다.웅성거리는 소리는 중요하지 않다. 함께 간 그 사람의 목소리는 더욱 선명하게 들리고, 달빛 아래 동궁과 월지의 모습은 연못에, 머릿속에 데칼코마니처럼 박힌다.이곳은 신라 왕궁의 별궁 터로 나라의 경사가 있거나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연회를 베풀었던 장소다. 걷는 내내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누각주변은 오렌지색 조명은 따뜻함을, 대나무는 백색 조명을, 물이 흐르는 연못 주변은 색깔이 계속 변한다. 곡선과 직선이 이어지며, 한 곳에서는 풍경을 감상할 수 없기에 한 바퀴 모두 둘러봐야 이곳의 감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걷는 길도 유모차나 휠체어 이동이 가능하다. 높은 능선에 올라 연못을 바라보면, 그곳을 보는 사람들 또한 그곳 일부가 된다. 시선이 멈추고 발길이 멈추었던 그들처럼 말이다. 빛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고, 자연은 빛으로 재조명되었다. 이 모든 것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졌으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비로움을 간직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1시간 이상 멈추다 서성이다, 거닐다, 바라보며 다시 출입구까지 다다랐을 때 누군가는 끝나는 시간 내 이곳을 떠나지 못할 것이다. 그 아름다움을 더 담기 위해, 카메라가 아닌 마음에 새기고, 머리에 담아두기 위해.
- “소상공인 롤모델” 혁신 자영업자 ‘백년가게’ 16곳 선정
-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경상남도 마산에서 42년간 한우갈비와 갈비탕을 팔고 있는 ‘화성갈비’. 한우라는 한우물만 판 음식점으로 전통의 맛과 자체 노하우의 소스 제조를 통해 고객들에게 옛 추억을 회상시켜 입소문을 탔다. 이 업체는 1대 사장이 창업 후 현재 자녀들에게 가업상속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녀들이 SNS 활동 등으로 가게를 홍보하며 인지도를 한층 강화시켰다. 맛과 마케팅, 두 가지 토끼를 쫓은 화성갈비는 ‘창원시 지정 맛집’, ‘모범업소’, ‘착한가게스토리’ 음식점으로 지정되며 현재까지도 고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7일 평가위원회를 열고 화성갈비처럼 30년 이상 도소매·음식업 영위 업체 중 혁신성이 검증된 16개 업체를 ‘백년가게’로 선정했다고 13일 밝혔다.백년가게는 과도하게 높은 자영업자 비중과 빈번한 창·폐업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구조 속에서 지속성장하는 소상공인 성공 모델을 확산코자 마련된 사업이다. 중기부는 이번 평가위원회에서 서류심사와 현장평가를 통과한 20개 업체를 대상으로 평판도 등을 종합해 최종 선정했다. 선정된 업체는 도·소매업 7개, 음식업 9개 업체이며 지역별로는 서울 6개, 전북 4개, 대구 2개, 부산·강원·경남·충남이 각각 1개씩이다.이번 백년가게 선정은 과밀업종으로 분류되는 도소매·음식업에서 30년 이상 사업을 유지하며 전문성, 제품·서비스, 마케팅 차별성 등 일정 수준 이상의 혁신성을 가진 업체들이 대상이 됐다. 평안북도 출신 주인이 직접 운영해 평안도의 맛을 유지하고 있는 인사동 한정식 전문점 ‘선천집’, 일반 자동차 부품 매장에서 온라인 판매와 해외까지 판로를 개척한 ‘형제상회’, 냉장숙성방식으로 특별한 맥주맛을 유지하고 있는 ‘을지OB베어’ 등이 대표적이다.백년가게에 선정되면 백년가게 확인서 및 인증현판을 제공하고 민간의 온·오프라인연계(O2O) 플랫폿 업체·한국관광공사·소상공인방송 등과 협업해 홍보 지원을 해준다. 동시에 컨설팅·금융지원 등 다양한 정책 지원도 병행된다. 또한 백년가게들을 일반 소상공인 교육시 강사로 활용해 성공 노하우를 전수하고 모범사례집 발간·배포 등을 통해 혁신성과를 확산시켜나갈 계획이다.중기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과제인 소득주도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주요정책 대상인 소상공인의 역량강화 및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백년가게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통해 악순환 구조인 소상공인 생태계를 선순환구조로 전환하는 초석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신동욱X유리, 예능드라마 ‘대장금이 보고있다’ 출연
- [이데일리 스타in 박현택 기자] MBC 새 예능 드라마 ‘대장금이 보고있다’(연출 선혜윤)가 편성과 주연 캐스팅을 확정 짓고 시청자들과 만날 준비에 들어갔다.‘대장금이 보고있다’는 MBC 복도에 붙어 있던 드라마 ‘대장금’ 포스터를 보며 “그 후손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란 발칙한 상상으로부터 시작한 예능 드라마. 오로지 먹는 게 낙이고, 먹기 위해 사는 삼남매의 로맨스도 뿜뿜하고, 침샘까지 뿜뿜하는 먹부림 드라마로, 맛있고 건강한 웃음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다.배우 신동욱과 유리는 각각 삼남매 중 첫째 ‘절대 미각’ 한산해 역과 영업팀 신입사원 복승아 역으로 캐스팅되어 연기 호흡을 맞춘다. 신동욱은 ‘소울메이트’(2006)에서 선혜윤 PD, 박은정 작가와 작업한 바 있어 그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복승아 역할과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여주는 유리는 건강한 에너지와 함께 안방극장에 식사가 주는 즐거움을 전할 예정이다. 그리고 삼남매 중 둘째 ‘절대 후각’ 한진미 역할에 이열음, 셋째 ‘절대 손맛’ 한정식 역은 모델이자 배우 김현준, 편의점 미스터리 단골손님으로 기도훈이 출연을 확정지어 신예들의 참신한 만남이 돋보인다.그 외에도 삼남매의 엄마로 요리연구가 이혜정, 영업팀 부장 이나영 역으로 정이랑이 출연해 맛깔스런 연기로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대장금이 보고있다’는 예능 드라마 ‘보그맘’의 선혜윤 PD와 박은정, 최우주 작가가 또 한 번 뭉쳐 화제를 모으고 있으며, 8월 중 첫 촬영에 돌입할 계획이다. 오는 10월 4일 밤 11시 10분 첫 방송 예정.
- [성공異야기]①맛있는 역발상으로 대박낸 ‘풀잎채’
- 정인기 풀잎채 대표가 13일 서울 송파 오금로 풀잎채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 대표는 “풀잎채가 전문적인 한식 메뉴의 ‘플랫폼’ 역할을 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겠다”고 말했다.(사진=방인권 기자)[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한식집 가서 배불리 먹고 나와서 ‘맛있게 먹었다’는 손님은 몇 명 없다. 한 상에 수십 가지 반찬만 늘어놨지 정작 먹을 음식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고객이 정말 원하는 메인 요리와 유명한 맛집에서나 맛볼 수 있는 반찬을 나눠서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한식 뷔페가 전문적인 한식 메뉴의 ‘플랫폼(정거장)’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으면 한다.”◇단골 두부집서 한식업 ‘길’ 찾다정인기(57) 프리미엄 한식 뷔페 브랜드 풀잎채 대표는 지난 13일 서울 송파 오금로 풀잎채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일식, 서양식부터 가정간편식(HMR)까지 다양한 먹거리가 쏟아지고 빠르게 변하는 유행에 발맞추기 위해 정 대표는 고민이 많은 얼굴이었다. 현재 전국에 44개 매장을 운영 중인 풀잎채는 계절밥상(CJ푸드빌), 자연별곡(이랜드파크), 올반(신세계푸드)과 함께 4대 한식 뷔페 레스토랑으로 꼽힌다. 연 매출은 지난해 기준 약 274억원을 기록했다.그는 풀잎채를 만들기 20여 년 전 비싸기만 했던 한식집을 보면서 “우리도 패밀리 레스토랑처럼 1~2만원대 합리적인 가격에 쾌적한 분위기에서 한식을 먹을 수 없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수십 가지의 반찬이 나오는 한식집은 가격 대비 질이 떨어졌고 당시만 해도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대중이 한식을 즐긴다는 것은 부유층에나 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풀잎채로 이를 실현한 그는 요즘 또 다른 고민에 빠져 산다. 바로 한식의 세계화다. 정인기 풀잎채 대표가 13일 서울 송파 오금로 풀잎채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풀잎채가 전문적인 한식 메뉴의 ‘플랫폼’ 역할을 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겠다”고 말했다.(사진=방인권 기자)한식으로 ‘외길’을 걸어온 정 대표는 기계 개발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일명 공돌이였다. 회사 동료와 자주 찾던 청계산 단골 두붓집. 어느 날 단골가게 주인의 “두부 만들기 힘들어서 더는 장사 못 하겠다”는 푸념을 듣게 된다. 콩을 잘게 부수고 가는 것은 기계가 맡았지만 콩죽을 끓여 자루에 담고 짜는 과정은 손으로 해야 했다. 당시에도 콩을 갈고 짜는 기계가 있었지만 육중한 몸집에 비싼 가격 탓에 일반 가게에 둘 수 없었다. 당시 회사에서 기계류 설계 및 영업을 담당했던 정 대표는 단골집 식당 주인의 말 한마디에 작은 두부 기계를 만들기 위해 밤낮을 매달렸다. 조밀한 두부 기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작은 모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 모터가 1분에 몇 번을 회전해야 콩물과 비지가 분리될까. 실패를 거듭한 끝에 1800rpm(분당 회전수)이라는 ‘황금 회전율’을 찾았다. 이후 회사를 그만두고 직접 개발한 두부 기계를 팔기 시작했다.“밤에 와 밤에. 지금은 돈이 없으니까 일단 밤에 와.” 포천의 한 산길에서 쪼그려 앉아 두부를 팔던 한 욕쟁이 할머니는 정 대표에게 이렇게 말했다. 두부 기계를 구매 후 구매대금은 주지 않고 자꾸만 밤에 오라고만 했다. 정 대표는 그날 밤 깜짝 놀랐다. 기계값 350만원이 전대 주머니에서 나온 모습을 보고서다. 정인기 풀잎채 대표가 13일 서울 송파 오금로에 있는 풀잎채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풀잎채가 전문적인 한식메뉴의 ‘플랫폼’ 역할을 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겠다”고 말했다.(사진=방인권 기자)◇“한식집 주 고객은 주부”…편견 깨니 ‘대박’“아! 두붓집을 해야겠구나.” 때는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찬바람이 불 당시 정 대표가 일반 횟집을 리모델링해서 차린 두붓집(두부마을과 돌솥밥) 앞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에게 위기는 기회였다. 값비싼 외식 집은 문을 닫았지만 서민 음식인 두부집은 오히려 잘 나갔다. 체인점을 달라는 요청도 많았다. 정 대표는 팔다 남은 두부 기계 20여대를 가맹점에 주고는 프랜차이즈 사업에 발을 들이게 됐다. 장사가 잘되니 욕심이 생겼다. 두부만으로는 부족해 보였다. 반찬 가짓수를 늘리기 시작하면서 ‘한정식’이 됐다. 정 대표는 한정식 타깃층을 회사원이 아닌 ‘주부’로 잡았다. 매장도 번화가가 아닌 한적한 동네, 특히 주거지역을 택했다. 회사원들을 위한 식당만 있었지 정작 아이, 남편을 다 보낸 빈집에서 주부들이 점심에 이용할 식당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 정 대표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주부들끼리 삼삼오오 한정식집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이야기를 나눌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해냈다. 입소문을 타면서 저녁에는 모임 자리로 애용됐고 자연스럽게 매출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정 대표는 “주택가에서 한식집을 한다니까 다들 ‘망하려고 그러느냐’고 했다. 절대 장사가 안될 것이라는 편견이 많았지만 고객의 요구는 다른 곳에 있었다”고 말했다.일이 잘 풀리기만 한 건 아니다. 2005년 두란, 2007년 풀잎채 한상, 2008년 풀잎채 두부사랑, 2009년 족발전문점 옹고집 등을 선보이며 시행착오도 겪었다. 정 대표는 그래도 한식이 마냥 좋았고 끝까지 가 보고 싶었다. 먹는 것으로 즐거움을 주는 일, 세상에 이보다 행복한 직업은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정인기 풀잎채 대표가 13일 서울 송파 오금로에 있는 풀잎채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풀잎채가 전문적인 한식메뉴의 ‘플랫폼’ 역할을 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겠다”고 말했다.(사진=방인권 기자)◇한식 플랫폼 ‘풀잎채’로 한식 세계화“한정식도 패밀리 레스토랑처럼 샐러드 바로 즐길 수는 없을까” “서양식 레스토랑은 잘되는 데 왜 한정식은 안될까” “제철 식재료로 차린 우리 한식도 카페 같은 분위기에서 디저트 커피까지 풀코스로 즐길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라는 숱한 고민과 생각 끝에 2013년 풀잎채가 태어났다. 주요 식재료는 지역 농가와 손잡고 계약 재배하거나 산지와 직거래를 통해 원가를 절감한다. 그렇게 그는 풀잎채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밥상 제공의 꿈을 실현해 나갔다. 정 대표는 “밥집은 남기는 게 아니라 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손님이 음식을 가져다 드시는 불편을 끼쳐 송구했지만 5만원 하는 한정식 풀코스를 1만원대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제 그의 목표는 한식의 세계화다. 어떤 특정 메뉴가 아닌 한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는 것. 정 대표는 “이것이 ‘한식’이니까 한 번 먹어 봐야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세계인의 입맛에 한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팔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팔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정인기 풀잎채 대표는…정인기 대표는 1984년 한양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기계 개발 회사인 ‘지 테크 코리아(G tech Korea)’에 근무하다가 1997년 푸른마을 대표이사를 맡으며 본격적으로 한식시장에 뛰어들었다. 1997년 민속두부마을을 시작으로 식품사업에 뛰어들었으며 2013년 1월 한식 뷔페 풀잎채를 론칭했다. 현재 자사 브랜드로는 풀잎채, 사월에보리밥과 쭈꾸미, 전복죽 주는 냉면집 등이 있다.
- 복날 보양식도 '가성비' 열풍…외식업계, 닭·장어·전복 메뉴 선봬
-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오는 17일 초복을 앞두고 보양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름철 대표적인 보양 재료인 닭, 장어, 전복 등을 활용한 치킨, 삼계탕, 장어구이 등이 단연 인기 메뉴다. 가성비를 중요시 여기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외식업계도 앞다퉈 보양식을 선보이고 있다. 보양재료인 닭을 활용한 가장 대표적인 메뉴는 치킨이다. 보양식으로 가장 손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기에 많은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메뉴다. 오븐마루치킨은 원기 회복에 좋은 닭에 고추장과 조청 그리고 청양고추를 더해 화끈한 매운 맛과 달달함을 강조했다. 여기에 쫄깃하면서도 탱탱한 식감의 당면과 쌀떡을 더해 식감까지 살렸다. 또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밥 혹은 면을 추가해 ‘치밥’이나 ‘치면’으로도 즐길 수 있어 1석 2조의 보양식이다. 특히 최근 2만원이 넘는 고가의 치킨시대 속에서 만원 초반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은 오븐마루치킨 메뉴의 큰 매력이다. 포장 시 2000원 할인 혜택까지 받아 1만1500원이라는 가격에 치킨 보양식을 즐길 수 있다. 맘스터치는 뛰어난 가성비를 자랑하는 삼계탕 2종을 선보였다. 오랜 기간 닭고기 활용 메뉴를 개발하며 축적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한 제품으로, 크기에 따라 대중삼계탕(800g), 소중삼계탕(600g) 2종으로 나뉜다. 100% 국내산 닭에 찹쌀·인삼·대추를 넣고 긴 시간 우려내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을 선사한다. 상온보관 후 간단히 데우기만 하면 조리가 끝나 집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다. 가격은 각각 6900원, 4900원으로 누구나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보양식이다. GS25는 ‘유어스 보양 한정식 도시락’으로 올 여름 고객들의 건강을 책임진다. 만원이 안 되는 합리적인 가격에 장어, 전복, 오리고기까지 한번에 맛볼 수 있는 프리미엄 보양 한정식 도시락이다.민물장어구이와 오리고기와 함께 전복 내장을 넣어 깊은 맛을 살린 전복 볶음밥에 양념 더덕구이와 매콤한 쭈꾸미 낙지볶음, 바싹 불고기, 닭가슴살, 계란말이, 나물 등 11가지 사이드 메뉴로 구성했다. 직접 요리해먹기 어려운 보양식 재료를 활용해 1인 가구와 2030세대 ‘혼밥족’에게 인기가 높다.
- [e주의 신제품] 세븐일레븐 월드콘컵케이크 外
- (사진=세븐일레븐)[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편의점 업계 성수기인 여름을 맞아 신제품 출시도 봇물을 이뤘다. 편의점 업계는 여름 더위를 겨냥한 시원한 아이스 제품과 디저트인 컵케이크, 든든한 한 끼를 책임질 도시락까지 다양한 제품으로 소비자 입맛 공략에 나섰다.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월드콘을 활용한 디저트 월드콘컵케이크(3000원)를 단독 출시했다.월드콘컵케이크 오리지날은 월드콘의 맛을 그대로를 구현한 디저트케이크 상품으로 초콜릿과 아몬드를 토핑해 달콤함을 더했다. 또한 월드콘 패키지 디자인을 그대로 컵케익 패키지에 구현해 상품의 특징은 살리고 친근함은 더했다.이와 함께 도시락의 정석 모듬까스편(4500원)을 내놓았다. 이번 제품은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한 멘치카츠(돼지고기와 야채를 곱게 다져 튀겨낸 일본식 요리)를 메인으로 갈릭치킨 가라아게, 치킨링 등 인기 있는 튀김메뉴를 푸짐하게 담은 상품이다.부반찬으로는 튀김의 느끼한 맛을 잡아 줄 수 있는 포테이토 콘샐러드, 피클, 산고추 절임, 볶음김치 등을 함께 담아 든든한 한 끼를 구성했다.(사진=미니스톱)편의점 미니스톱은 일본 모찌크림사의 프리미엄 디저트 ‘모찌크림 아이스’ 4종을 판매한다.모찌크림 아이스는 30년 전통의 일본 모찌 전문기업 모찌크림사의 제품으로 엄선된 재료와 기술력으로 쫀득한 느낌의 모찌와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잘 조화시킨 프리미엄 디저트다.또한 모찌크림 아이스는 이미 백화점, 호텔 등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어 고객에게 맛과 품질이 검증된 디저트로 편의점업계에서는 미니스톱에서만 단독으로 판매된다. 가격은 각 2500원이번에 출시되는모찌크림 아이스는 총 4종으로 모찌 위에 코팅된 부드러운 화이트 초콜릿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더한 바닐라&화이트초콜릿, 새콤달콤한 망고 잼과 바삭한 식감의 코코넛 플레이크가 일품인 망고&코코넛, 녹차 아이스크림에 훗카이도 산 팥알이 어우러진 녹차오레, 바나나퓌레와 초콜릿아이스크림이 잘 조화된 초콜릿바나나이다.(사진=GS25)GS25는유어스 보양 한정식 도시락과 유어스 전복장 비빔 삼각김밥을 선보였다. 보양 한정식 도시락은 민물장어구이와 오리고기와 함께 전복 내장을 넣어 깊은 맛을 살린 전복 볶음밥에 양념 더덕구이와 매콤한 쭈꾸미 낙지볶음, 바싹 불고기, 닭가슴살, 계란말이, 나물 등 11가지 사이드 메뉴로 구성했다. 가격은 7900원. 전복장 비빔 삼각김밥은 전복 내장소스로 만든 비빔밥에 참기름과 깨소금을 더해 전복 특유의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으며, 큼직한 전복 볶음을 토핑해 식감을 살려냈다. 가격은 1100원이다.CU는 즉석원두커피를 라떼로 만드는 카페 겟(Cafe GET) 라떼시럽 2종(카페라떼, 바닐라향라떼 / 각 500원)로 여름 더위 사냥에 나섰다. 해당 상품들은 스틱형 패키지에 우유와 바닐라 추출물 등을 조합한 시럽을 담은 형태로, 즉석원두커피에 부어 부드럽고 달콤한 전문점 수준의 카페라떼를 즐길 수 있다. 이용 방법은 커피머신의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선택해 에스프레소를 내린 후 원하는 맛의 시럽을 부어 커피와 잘 섞이도록 저어 마시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