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원, 왜 극단적 선택했나..‘辛의 충신으로 일생 마무리’

롯데에서만 43년, 신격호·신동빈 대 이어 보필한 ‘충신’
자살 이유 이인원이 걸어온 길에서 유추 가능할 듯
그룹 2인자이자, 창업주 다음으로 장기근속한 진골 ‘롯데맨’
누구보다 롯데를 사랑했고 롯데를 위해 헌신했던 사람
  • 등록 2016-08-28 오전 11:52:04

    수정 2016-08-28 오전 11:58:37

27일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에 마련된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 빈소에 신동빈 회장과 임원진들이 조의를 표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25일 저녁 “운동 다녀온다”며 집을 나섰다. 26일 오전 7시10분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의 한 산책로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날 오전 9시30분 서울중앙지검 출두가 예정돼 있었다.

그를 회사의 큰 어른으로 믿고 따라온 사람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하루 전날까지도 여느 때처럼 사무실로 출근해 “내일 보자”고 했던 그다. 그룹 정책본부 관계자들은 이날 서초동 검찰청 입구에서 대기하다가 언론보도를 통해 비보를 접하고 황급히 회사로 발길을 돌렸다.

롯데그룹 2인자이자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인 이인원(69) 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은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롯데그룹 관계자들은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 다음으로 장기 근속하며 롯데에 대한 자부심과 애사심이 남달랐던 고인의 생전 모습에서 나름의 이유를 찾고 있다.

이 부회장은 동부이촌동 자택 인근 충신교회에서 은퇴 장로로 활동할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기독교에서는 자살을 죄악시하기 때문에 그의 신심을 잘 아는 이들은 “그럴 분이 아닌데···.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몸이 불편한 아내를 극진히 간호하며 살뜰히 챙겼다고도 전해진다. 아내 방정성(65) 씨는 10여 년 전 사고를 당해 거동이 불편한 상태로 10여일 전에도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신념과도 같던 종교와 자신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 하고 그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나 혼자 희생하면 다 끝난다’ 생각했을 가능성 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2인자’이자 조직 내부에선 ‘정신적 지주’로 통했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아들 신동빈 회장 모두로부터 신임을 받으며 두 사람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필해왔다.

신 회장에 대한 그의 충심은 죽기 직전 차량에 남긴 유서에서도 읽힌다. 그는 “롯데에 비자금은 없다. 이렇게 어려운 시간에 먼저 가서 미안하다.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다”라며 마지막까지 신 회장을 옹호했다.

조직 내에서는 존경받는 선배였다. 오너 출신이 아닌 전문경영인으로는 최초로 그룹 부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롯데 임직원들은 강직함과 온화함을 두루 갖춘 ‘롯데의 아버지’같은 존재였다고 그를 평가한다. 말단 직원으로 입사해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는 점에서 모든 직원들의 ‘롤모델’이기도 했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 등 현재 그룹의 주요 계열사 대표 대부분이 이 부회장 밑에서 일을 배웠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롯데그룹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전 방위적 검찰수사로 이어지면서 그룹 이미지가 하락하고 함께 고생하며 지금의 롯데를 일궈온 후배들이 검찰에 소환되는 모습을 보면서 몹시 괴로워했다고 전해진다.

정책본부의 수석급 직원은 “내 나이가 올해 마흔 넷인데 내가 태어나던 해에 부회장님은 롯데(1973년 호텔롯데)에 입사했다. 뼛속까지 롯데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롯데의 기틀을 마련했다. 말하자면 롯데의 기둥과도 같은 분인데 연이어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상실감이 컸을 거라고 본다. 감히 이유를 짐작하기 조차하기 어렵지만 ‘나 혼자 희생하면 다 끝난다’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말했다.

무거운 짐 끌어안고 천길 낭떠러지로

신격호 총괄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회장 등 롯데 오너가를 향한 검찰수사는 이 부회장의 자살로 턱밑에서 멈췄다. 검찰은 일부 피의자 소환일정을 재검토 하겠지만 예정된 수사는 이 부회장의 자살과 상관없이 일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총수일가와 회사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온 이 부회장을 수사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향후 수사에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그룹에서 자금 관리는 물론 그룹과 계열사의 모든 경영 사항을 챙기는 위치에 있었다. 당장 이달 말로 예정됐던 신동빈 회장의 소환부터 다음 달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추석 이전 롯데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던 검찰의 수사 계획이 차질을 빚을 뿐만 아니라 비자금과 관련한 각종 혐의 입증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상사를 보호하고 조직을 지키려는, 롯데를 향한 충심이 그로 하여금 잘못된 선택을 하게 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과거 정책본부에서 10년 넘게 고인을 보필한 계열사의 한 임원은 “본인과 가족의 건강 문제 등이 겹치면서 수년전부터 계속 은퇴하고 싶어 했던 걸 회사에서 만류해 지금까지 계셨던 것”이라며 “경영권 분쟁 등 그룹 안팎으로 어려움이 계속됐어도 부회장님이 계셨기 때문이 버틸 수 있었다. 그 자리를 대신할 사람이 없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라고 롯데의 앞날을 우려했다.

고인과 함께 ‘가신 3인방’으로 꼽히는 소진세 롯데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은 이 부회장의 장례위원장을 맡아 이틀 연속 빈소를 지켰다.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은 “10년 동안 모셨는데 참담하다. 살아계셨으면 롯데를 더욱 훌륭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롯데그룹 2인자’ 이인원은 누구

출생
1947.8.12 경북 경산

학력 1966 경북사대부속 고등학교 졸업

1970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 졸업

경력 1973 롯데호텔 입사

1987 롯데쇼핑 이사

1995 롯데쇼핑 상품매입본부장

1997 롯데쇼핑 영업본부장

1998 롯데쇼핑 대표이사 사장

2007 롯데그룹 정책본부 부본부장 (사장)

2011 롯데그룹 정책본부장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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