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근의 흑자상식]北 미사일 도발, 김정은 폭죽 사랑 때문일까

  • 등록 2016-07-01 오전 9:03:01

    수정 2016-07-01 오전 9:18:45

[이데일리 e뉴스 최성근 기자] 이데일리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보는 ‘흑자상식’을 연재합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어떤 분야라도 좋습니다. 심각, 엉뚱, 발칙한 질문 모두 환영합니다. 이메일 sgchoi@edaily.co.kr로 보내 주시면 유익한 정보로 돌려 드리겠습니다.

화성-10(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지켜보는 김정은.(사진=연합뉴스)
Q.북한 김정은이 어릴 적 폭죽놀이를 좋아했는데, 요즘엔 ‘무수단’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대리만족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사실인가요.(삼성동 최무선)

A.질문하신 내용의 해답을 얻기 위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전화로 직접 물어보려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다른 방법으로 답을 찾아봤습니다. 말씀하신 ‘폭죽놀이 대리만족설’은 인터넷상에 떠돌고 있는 내용이더군요.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에서 불꽃놀이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폭죽놀이를 미사일 발사로 대리만족하고 있다는 풍문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북한 전문가들도 고개를 저으며 다른 방향으로 도발 이유를 댔습니다. 한반도 유사시 괌 미군기지의 미군 투입을 저지하고, 김정은의 치적 과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거죠.

지난 22일 북한은 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 발사 실험에서 성공이라 부를만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이날 미사일 발사 직후 “태평양 작전지대 안의 미국놈들을 전면적이고 현실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확실한 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6번 실패 끝에 얻은 결실이었습니다. 4월 5일과 28일, 지난달 31일 발사 때는 공중 폭발과 추락을 반복하며 자존심을 구겼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북한의 미사일 도발 이유를 모두 설명하기엔 2%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북한을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 체제는 김일성 주석 시절에 완성됐습니다. 무려 49년간 북한 최고권력자로 군림했던 김일성은 세상을 떠난 지금도 주체사상이란 이름으로 북한 정책 결정의 뼈대가 되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최고 지도자는 김정은이지만, 그도 ‘할아버지 따라 하기 논란’이 일 정도로 김일성의 후광에 기대 통치하고 있습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 주민이 자신들을 ‘김일성 민족’이라고 부를 정도로 북한 내 김일성의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군사 대외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각 뿔테안경을 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오른쪽). 김 위원장이 뿔테안경을 쓰고 등장한 것이 김일성 주석(왼쪽)을 연상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김일성 회고록 뜯어보니 ‘불리할 수록 돌진’

그렇다면 미사일에 대한 김일성의 생각은 어땠을까요. 김일성은 1992년 4월 당시 80세 때 ‘세기와 더불어’라는 회고록을 남겼습니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 김일성의 무장투쟁이 주로 서술돼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생각을 직접 글로 남겼다는 점에서 김일성의 생각, 군사 정책을 읽는데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황일도 연세대 국제정치학 박사의 논문 ‘북한의 전략문화와 군사행태’에 따르면 ‘세기와 더불어’의 텍스트를 분석하면 ‘외교적 수단으로는 평화와 자주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며, 오로지 무장투쟁만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상대의 핵심과 후방을 타격해 심리적 충격을 가할 수 있는 전략과 능력을 선호한다.’ ‘객관적 상황이 불리할수록 예상치 못한 공세적 태도를 과시함으로써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로 요약됩니다.

이를 현재 시점에 적용해보면 북한은 UN의 강력한 대북제재가 취해지는 이때 예상치 못한 공세적 태도를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사일 발사를 택한 셈입니다.

과거 미사일 발사와도 맞아떨어집니다. 북한의 첫 장거리 미사일인 대포동 1호는 1998년 8월 3차 북미 미사일 협상을 앞둔 시점에 발사했습니다. 대포동 2호 발사는 방코델타아시아은행 제재가 한창이던 2006년 7월에 단행됐습니다. 은하3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듬해인 2012년 두 차례 쏘아 올렸고, 광명성 4호는 북한의 수소탄 실험으로 UN의 대북제재가 임박한 2016년 2월에 발사했습니다.

1967년 10월 당시 푸에블로호
▶미사일 도발,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의 진화형

김일성 시대 한 사건이 북한의 군사 외교정책에 중요한 이정표가 됐으며, 이후 하위 전술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바뀌었지만, 기본구도는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1968년 1월 23일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가 원산 앞바다에서 북한군의 공격을 받아 나포됐습니다. 이 사건 덕분에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 직접 대화에 나서게 됩니다. 승무원 83명(생존자82명, 사망자1명)을 인질로 활용한 북한은 미국에게 요구한 것을 다 얻어냅니다. 푸에블로호의 영해 침범 인정, 사과, 재발방지를 약속받았습니다. 푸에블로호 사건은 김일성이 미국을 대하는 태도를 완전히 바꿔놨습니다. 이신재 국방부 군사편찬 연구소 연구원은 “푸에블로호 사건 때 사용했던 인질 활용, 통미봉남, 체제인정 투쟁이 이후 대미 협상전략으로 자리 잡았다.”며 “김정일 선군정치의 근거로도 활용된 이 협상전략은 현재까지도 유효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당시 승무원을 인질로 활용했던 방법은 지금 핵개발이나 미사일 발사 등으로 수단이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정부 수립 이후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고, 거의 모든 대북관계를 남한을 통해 진행했는데 푸에블로호 사건 때 이게 다 무너졌습니다. 1968년 12월 23일까지 총 29번의 북미 비밀협상이 판문점 중립국 감독 사무실에서 열렸으며 이때 미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북한의 정식 국호를 불러줬습니다. 협상 주역들은 이후 출세 가도를 달렸고, 지금도 북한 사회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김정일은 협상을 주도했고, 김영철 정찰총국장은 당시 연락장교였습니다. 또 현재 북한 외교의 고위급 인사 다수가 당시 사건과 함께했습니다. 이신재 연구원은 “이들의 처지에서는 현재 정책 결정을 할 때 과거의 경험을 활용할 수밖에 없고, 푸에블로호 사건 때 가졌던 기본적인 시각과 전략이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푸에블로호는 김정은 집권 이후 평양 중심부인 전승기념관 옆으로 옮겨졌습니다.

북한의 향후 행보는 지금까지 그랬듯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고유환 교수는 “김정은은 7차 당 대회 이후 남한에 대화공세를 펴고 있지만, 긴장국면이 조성되면 전략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 미사일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신재 연구원은 “국제사회에서 몰리는 상황임에는 분명하기에 올해와 내년 각각 열리는 미국과 한국의 대선을 주시하며 대책을 찾을 것이다”고 했습니다.

2016년 첫날 평양 김일성광장과 대동강변에서 진행했던 불꽃놀이 행사(사진=연합뉴스)
▶미사일 성패 여부, 방산주 주가에 큰 영향 없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방산주, 대표적으로 빅텍 풍산 한화 등이 주목받곤 합니다. 최근 6차례 무수단 미사일 발사 때 거래량은 대체로 늘어났지만, 실험의 성패와 주가는 큰 상관관계가 없었습니다. 빅텍은 실패했던 4월 5일(0.17% 하락), 4월 28일(3.65% 상승), 5월 31일(0.95% 상승) 등락이 엇갈렸습니다. 성공한 6월 22일엔 3.12% 주저앉았습니다. 풍산은 4월 5일(1.73 상승), 4월 28일(1.62% 상승) 오름세였지만 5월 31일(0.33% 하락)엔 내렸습니다. 6월 22일엔 1.51% 올랐습니다. 한화 역시 4월 5일(2.97% 하락), 4월 28일(1.03% 하락), 5월 31일(1.99% 상승) 주가가 엇갈렸고, 6월 22일은 전날과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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