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래의 CEO스토리]벤처업계 '의리' 보여준 황철주 회장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경영하는 크루셜텍 CB 인수 참여
앞서 벤처기업협회장 지낸 황철주 회장, 동료 벤처인 살리기 나서
한국 반도체장비 불모지였던 1995년 당시 주성엔지니어링 창업
현재 반도체 등 증착장비 분야 글로벌 회사 성장
청년기업가정신재단 설립, 청년창업 독려하고 후배기업가 후원
  • 등록 2019-07-13 오전 6:00:00

    수정 2019-07-13 오전 6:00:00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제공=주성엔지니어링)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반도체장비기업 주성엔지니어링(036930)을 이끄는 황철주 회장이 최근 전자부품업체 크루셜텍(114120)의 ‘백기사’로 나서면서 관심이 모아진다. 크루셜텍은 케이클라비스 신기술조합 등을 대상으로 최근 120억원 규모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황철주 회장은 평소 친분이 두터운 남민우 다산네트웍스(039560) 회장과 함께 케이클라비스 신기술조합을 통해 크루셜텍 CB 일부를 인수하기로 했다. 황 회장은 이 과정에서 회사 자금이 아닌, 사재 10억원 가량을 활용했다.

황 회장이 이번에 크루셜텍에 대한 투자를 결정한 것은 동료 벤처기업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황 회장은 과거 2010년부터 2년간 벤처기업협회장으로 벤처업계를 이끌었다. 이후 남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2012년부터 3년 간 벤처기업협회장직을 수행했다. 크루셜텍을 창업한 안건준 대표는 2017년부터 현재까지 벤처기업협회장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듯 황 회장을 비롯해 남 회장 등 벤처기업협회장을 지낸 이들이 모여 벤처업계 동료인 안건준 대표의 크루셜텍 살리기에 나선 것. 황 회장과 남 회장 외에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 김철영 미래나노텍 대표 등 벤처기업가들도 CB 인수에 일부 참여하며 힘을 보탰다. 한 때 모바일 지문인식모듈 등에 주력, 시가총액이 1조원에 육박했던 크루셜텍은 지난해 매출액 796억원에 적자는 428억원에 달하는 등 최근 실적 악화를 경험한다.

하지만 황 회장을 비롯한 벤처기업가들이 지원군으로 나서면서 과거 발행한 CB에 대한 상환 등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 황 회장은 앞서 2006년 경영난을 겪던 벤처기업 파이온텍에 25억원을 ‘엔젤투자’한 경험도 있다. 황 회장으로부터 자금을 수혈한 파이온텍은 이후 기사회생, 나노바이오화장품 ‘볼륨톡스’ 브랜드 판매 호조에 힘입어 현재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이렇듯 벤처업계에 대한 ‘의리’를 보여준 황 회장은 우리나라 반도체장비분야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그는 1986년 외국계 반도체장비회사에 입사, 당시 한국이 반도체 생산국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장비는 수입에 의존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접했다. 엔지니어로 10년 가까이 반도체장비 연구와 함께 노하우를 쌓은 그는 ‘세계 1등 반도체 장비회사를 만든다’는 일념으로 1995년 주성엔지니어링을 창업했다. 이 회사는 이후 반도체 원자층증착장비(ALD)를 독자기술로 개발, 국내외 유수 업체들에 활발히 납품했다.

그런 황 회장에게 창업 후 첫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반도체장비 국산화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2001년 국내 주요 거래처와의 관계가 갑작스레 끊기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듬해 적자는 매출액(227억원)보다 많은 52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황 회장은 반도체 장비기술을 응용해 액정표시장치(LCD) 플라즈마 화학증착장비(PE CVD)를 개발, 2003년부터 LG디스플레이와 거래하면서 부활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2004년에 매출액 1669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 1000억원 이상 실적을 올렸다.

황 회장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이어 2007년 태양광장비에도 뛰어들었다. 이후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태양광 등 다양한 장비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2010년에는 매출액이 4234억원에 달했다. 이는 현재까지도 주성엔지니어링의 최대 실적으로 남아 있다.

그에게 또 한 번 시련이 찾아왔다. 2011년 이후 태양광시장이 침체를 보이면서 태양광장비 수주량이 크게 줄어든 것. 여기에 LCD시장도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투자가 감소했다. 주성엔지니어링 매출액은 2012년 800억원에 머물렀고 영업적자는 그보다 많은 838억원이었다. 당시 인력도 40% 정도 줄이는 등 아픔을 겪어야했다.

비온 뒤에 땅은 더 단단하게 굳었다. 황 회장은 ‘제2의 창업’을 선언, 전반적인 사업을 재정비하고 LCD에 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주력 장비 전환을 꾀했다. 반도체장비 역시 공·자전 원자층증착장비 등 차세대 기술을 확보하는데 열을 올렸다. 다행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황이 회복하고 회사 실적도 빠르게 개선됐다.

주성엔지니어링 매출액은 2015년 1756억원에서 이듬해 2682억원, 2017년엔 2727억원으로 매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경기가 주춤했던 지난해에도 2640억원을 올리며 선방했다.

황 회장은 굴지 반도체장비기업을 키워낸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자신과 같은 기업가들이 많이 나올 수 있는 토양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이와 관련, 황 회장은 2010년 청년기업가정신재단을 만들었다. 청년창업을 독려하고 기업가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함이었다. 재단 초대이사장을 지낸 그는 남 회장(2대 이사장)에 이어 지난해 말 또 다시 재단 수장 자리에 올랐다. 재단은 현재 △스타트업 멘토링 △창업실무교육 △아이디어 사업화 △창업경진대회 △국제교류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 중이다. 지난 2월에는 재단 산하에 기업가정신연구소도 설립했다.

황 회장은 “우리나라는 그동안 미국과 일본 기술을 모방하는 ‘패스트팔로어’ 전략을 구사하며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했다. 이 과정은 ‘지식’이 아닌 ‘노동’에 의한 압축 성장이었다. 하지만 이제 빵(의식주)을 위해 노동을 하는 이들이 없다. 패스트팔로어 전략도 중국 등이 더 잘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국민소득 4만, 5만달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시 건국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며 “그리고 그 시작에는 반드시 기업가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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