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최상목의 시간이 온다

野 압승으로 끝난 22대 총선…더욱 어려워진 기재부
용산숙제 후방지원 그만하고 경제정책 재검토 필요
野 설득 위해 포기할 정책 선별해 부총리 목소리 내야
與野 예산 압박도 버텨야…다가온 최상목의 시간
  • 등록 2024-04-23 오전 5:00:00

    수정 2024-04-23 오전 5:00:00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기재부의 시간이 온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대 총선을 9일 앞둔 지난 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여야가 재정 고민없이 던진 총선 공약을 한정된 재원에 녹이는 것 그리고 국가재정전략회의(5월), 세법개정안(7월), 예산안 제출(8월) 등 기재부 주요 숙제를 제출할 시간이 임박했단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총선이 야당의 압승으로 끝난 지금, 최 부총리의 발언은 “기재부 고난의 시간이 온다”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 맞을 듯 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 이데일리DB)
22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야당은 향후 4년간 입법·예산을 사실상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게 됐다. 좋든 싫든 정부는 21대 국회에 이어 22대에서도 강력한 야당을 설득하지 않고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일례로 정부가 1월 경제정책방향에서 상반기 내수진작을 위해 발표했던 전통시장 카드공제율 상향 및 노후차 개소세 인하 등은 야당을 설득하지 못해 4월이 끝나도록 여전히 법제화가 요원하다. 22대 국회에서도 이 같은 사례가 빈번할 것이다.

올해 기재부는 ‘용산숙제’의 후방지원을 하는 데 급급했다. △출산지원금 세제혜택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밸류업 지원을 위한 법인세 인하 및 배당소득세 경감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세제 지원 확대 등 정책은 모두 대통령실이 민생토론회 등에서 이슈를 던지고 기재부가 세부대책을 마련 중이다. 대통령이 광역급행철도(GTX) A·B·C 연장과 D·E·F 신설을 꺼내 들자 예산실장이 직접 GTX를 타고 “2기 GTX 관련 중장기 투자계획을 조속히 앞당기겠다”고 지원했다.

총선 전이라면 해당 정책이 ‘진짜 민의’라고 주장해볼 수 있겠지만 지금은 궁색하다. 정책 하나하나에 대한 민의는 알 수 없어도, 현 민심이 야당에 쏠린 것이 뚜렷해진 이상 대통령실이 던졌다는 이유만으로 매달리는 것은 야당과의 대화·협상 여지만 차단할 수 있다. 정부·여당이 낸 공약은 국가발전을 위한 것이고, 야당의 공약은 포퓰리즘이라는 시각은 총선 참패 앞에서 이미 초라해졌다.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용산숙제를 포함한 경제정책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되돌아보는 것이다. △야당이 반대하더라도 끝까지 밀고 갈 정책 △정부여당안은 아니지만 야당안에서 비슷한 효과를 낼수 있는 정책 △야당과의 협상·설득을 위해 수정·포기해도 될 정책은 무엇인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그리고 과감히 포기해야 할 정책이 있다면 경제수장인 최상목 부총리가 직접 대통령실과 여당을 설득해야 한다. 올해 세수가 벌써 경고음을 내는 상황에서 용산숙제라는 이유만으로 추진하는 일부 감세정책은 궁색해 보인다.

앞서 여러 기재부 장관들은 필요한 순간 대통령·여당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 그리고 문재인 정부 시절 홍남기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그랬다. 홍 전 장관은 여당의 각종 정책에 반대했다가 결국 수용하거나 가끔은 무시까지 당해 ‘홍두사미’, 홍백기‘, ‘홍패싱’ 등으로 불리며 조롱당했으나 어쨌든 경제부처의 수장으로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최 부총리는 최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용산숙제’인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배당소득을 분리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금투세 폐지 등도 지속추진하겠다고 했다. 야당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에는 “여야 간에 합의점을 찾지 않을까 기대한다”고만 답했다. 여전히 대통령실-정부의 ‘원팀’만이 강조될 뿐 22대 국회를 설득할 의지는 부족해 보인다.

아울러 최 부총리는 지난 2월 예산·정책 분야 전·현직 공직자의 모임인 예우회 정기총회 참석해 “지금도 예타를 면제해 달라는 부탁이 참 많이 온다”며 “예산을 했던 선배들의 어려움을 알겠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예산시즌, 부총리는 야당뿐 아니라 여당이 들고 올 많은 총선 청구서를 거절해야 할 숙제도 시작됐다. 모든 압박을 앞에서 버텨줘야 하는 이는 기재부 모두가 아닌 최 부총리다. 기재부의 시간이 아니라 최상목의 시간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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