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들은 혼돈의 시기를 어떻게 나고 있을까. 12일 짐 로저스가 한국을 찾았다. 조지 소로스와 공동으로 퀀텀펀드를 설립해 대박을 터뜨렸던 로저스는 요즘 어디서 돈 냄새를 맡고 있는지,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 봤다.
◇ 굿바이 달러
벌어들인 돈 보다 갚아야 할 돈이 급속히 늘고 있는 나라의 화폐를 계속 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 - 마치 15개월마다 적자가 1조 달러씩 불어나는 기업의 주식을 보유할 이유가 없듯이 - 기축 통화라는 매력외에 미국 달러화의 투자매력은 거의 없다는게 로저스의 시각이다.
로저스는 "달러의 가치는 정점에 다달았다"며 "미국정부의 외환관리도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달러자산을 팔아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그의 다섯살과 한살배기 두 딸 조차 미국 은행이 아닌 스위스 은행에 계좌를 열 만큼 지금은 미국 달러를 피하는게 상책이라는 주장이다.
◇ "채권 매니저신가요?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시는게"
채권 딜러나 채권펀드매니저에게 `채권 붐은 끝났다`고 외치는 로저스는 확실히 거북살스런 존재다. 로저스는 "채권으로 재미를 보던 시절이 있었지만, 앞으로 10~20년간은 큰 재미를 보기 힘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 장기 국채에 대해서는 숏(shot : 공매도)을 질렀고, 단기 국채는 일부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명한 투자자라면 단기 국채나 특수 채권이 아니면 매도하라고 조언했다.
채권펀드 매니저들에게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게 좋겠다"며 "안 좋은 시기에 그 일을 맡았다"고 심심한 위로의 말도 잊지 않았다.
◇ "한국 주식 매수하기 시작했다"
주식시장은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당분간 기복이 있겠지만 지금 주식을 사면 4~5년뒤에는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 로저스는 뭘 팔고 뭘 샀을까. 미국 주식은 숏(공매도)을 쳤다고 했다. 반면 지난달 중순부터 중국과 한국 주식을 사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쉽게도 한국 시장에서 어떤 종목을 샀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 "상품(Commodity) 죽지 않았어..곡물시장 주목"
`상품투자의 귀재`라는 칭호만큼이나 상품투자 예찬론은 이날도 이어졌다. 경기침체 때문에 잠시 원자재 상품의 가격이 주춤거리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안겨줄 투자처라고 했다.
특히 중앙은행은 과잉 유동성에서 비롯된 위기를 더 많은 돈을 찍어내 해결하려 하니 앞으로 물가는 더 오를 수 밖에 없다고 봤다. 장기 인플레 국면에서 상품 원자재 만한 유망 투자처는 없다는 말이다.
그는 "상품투자의 적기는 지금 같은 불황기"라며 "적어도 10년이상 원자재 시장은 호황을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품 중에서 눈여겨 볼 품목은 농산물이다. 지난 10년간 수익률이 지지부진했지만, 앞으로는 유망하다고 했다. 종자와 농기계, 농부까지도 부족한 상황인데다, 농부들 마저 이제 다 노인이라 공급불안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향후 가장 위대한 산업은 농업이 될 것이니 농부가 되라"고 조언했다.
◇ 로저스의 육아법.."내 자식 이렇게 가르친다"
자식 농사는 어떻게 짓고 있을까. 올해 다섯살된 그의 큰 딸에게는 태어나자마자 중국인 보모를 붙여줬다고 했다. 젖을 떼기도 전에 중국어를 가르쳤고 이제 능통한 수준에 와 있다고 설명했다.
로저스는 자신이 딸에게 준 최고의 선물은 "아시아를 알도록 하고 중국어를 가르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학부모에게도 당부했다. "자녀와 손자 손녀가 있다면 중국어를 가르치라"고.
그는 큰 딸에게 `돈 낚는 법`을 전수하는데도 열심인 모양이다. 다섯살난 그의 딸은 현재 주식과 채권은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내 딸이 농부가 될리는 없지만, 농산물 상품선물은 매수해서 보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