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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김동전’ 스키즈VS홍김동전, 필사적인 ‘발대야 게임’에 폭소
- 사진=KBS2[이데일리 스타in 유준하 기자] KBS2 ‘홍김동전’에 도전장을 내민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가 목요일 저녁을 뜨겁게 달궜다.지난 1일 방송된 ‘홍김동전’ 39회는 ‘별들의 전쟁 스타워즈’ 편이 그려졌다. 프로그램의 찐 팬임을 입증한 스키즈 5인방 방찬, 창빈, 필릭스, 승민, 아이엔이 홍김동전 멤버들과의 정면 맞대결로 재미와 웃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저격했다.이날의 드레스 코드인 ‘외계인’에 맞춰 변신하고 등장한 홍김동전 팀. 예능계와 가요계 스타들이 모여 진정한 스타를 가려보는 스타워즈를 주제로 가요계 스타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 방찬, 창빈, 필릭스, 승민, 아이엔등 5인방이 환한 미소와 함께 등장했다. 지상파 예능에서 볼 수 없던 스키즈의 승민이 “막 대해 주셔도 됩니다”라고 호기롭게 나서자 주우재는 “우영이 후배 맞네” 라며 친근하게 반겼다.이번 ‘별들의 전쟁 스타워즈’는 총 3번의 대결이 진행되고, 대결의 승자에게는 별이, 패자는 벌칙을 받게 됐다. 첫 번째 노래 가사 끝말 잇기 게임에 앞서 주우재는 “봐 주지 않겠다”며 엄포를 놓았고, 스키즈 막내 아이엔도 이에 맞서 “보송하게 돌아가겠다”며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스키즈의 벌칙맨 아이엔은 물총을 맞으면서도 광고의 한 장면을 연출해 홍김동전 멤버들의 부러움을 샀고, 4대 4 접전 끝에 예능계가 마지막 라운드의 승리를 가져갔다. 이어 팀웍이 중요한 두 번째 게임 ‘5인 6각’ 달리기가 시작됐다. 벌칙인 물 따귀를 피하기 위해 운명의 동전 던지기가 시작됐고, 조세호와 방찬이 각 팀의 벌칙맨으로 당첨된 상황. 칼군무로 단련된 가요계 스키즈는 순식간에 합을 맞췄고, 예능계 홍김동전은 벼락치기에도 불구하고 줄넘기에서 순식간에 무너지는 모습으로 폭소를 유발했다. 두 번째 게임은 완벽한 팀워크로 가요계 스키즈가 여유있게 승리를 차지, 벌칙맨 조세호가 스키즈 5인의 강력한 물 따귀를 고스란히 맞았다. 스키즈의 뒤를 이어 조세호에게 물 따귀를 안긴 우영까지 벌칙맨 자리에 앉게 됐고 처절한 응징을 받으며 비명을 내질러 빅웃음을 안겼다. 글로벌 MC역량 강화 타임에 영어로 대화하던 조세호는 스키즈의 재력가로 방찬을 꼽았고, 방찬의 음원 저작권료에 대한 예능계의 궁금증이 고조되자 150곡을 작곡한 창빈까지 스키즈 재력가로 등판하며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별들의 전쟁 대미는 세 번째 게임 발대야 나르기였다. 등을 대고 바닥에 누운 상태에서 물이 담긴 대야를 발로 넘겨 받아 수조를 채워야 한다는 제작진의 설명에 방찬이 “속옷이 젖을 수밖에 없는 게임이냐”고 되묻자 주우재는 “우리 모두 보송한 상태로 집에 갔다”는 말로 스키즈를 자극했다. 게임은 시작됐고, 강렬한 안무로 다져진 하체 근력 소유자들도 대야를 넘겨 받자 마자 비명을 지르며 물을 쏟고 말아 폭소를 유발했다. 결국 창빈은 “세호 형님 속옷 빌려 주세요”라며 도움을 청하기에 이르렀고 1라운드는 경력직 예능계의 승리로 돌아갔다. 2라운드에 돌입해서야 감을 잡기 시작한 스키즈. 김숙이 단호하게 “우린 안 봐줘” 라며 쐐기를 박아보지만 “오늘 갈아 버려야지”라며 자신감 풀 충전 상태로 레이저 눈빛을 쏘는 스키즈 필릭스와 창빈의 기세 역시 대단했다. 멤버들을 진두지휘 하는 창빈을 필두로 척척 호흡을 맞춰가며 수조를 채웠고 결국 예능계보다 훨씬 높은 수위를 기록하며 2라운드의 승리는 스키즈가 차지했다. 1대 1 무승부로 세 번째 게임의 벌칙은 주우재와 승민이 수행하기로 했다. 스키즈가 신곡 홍보를 하는 동안 주우재는 얼음 위에 누워 긴 시간 대패질을 당했다. ‘별들의 전쟁 스타워즈’의 최종 승리는 별 11개를 획득한 예능계 ‘홍김동전’팀이 차지해 박수를 받았다. KBS2 ‘홍김동전’은 매주 목요일 오후 8시 30분 방송된다.
- 밤의 레고랜드에는 기차가 다니지 않는다
- 춘천 도심과 의암호를 배경으로 불을 밝힌 레고랜드의 야간 개장 전경 (사진=김명상 기자)[춘천=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가족나들이 하기 좋은 계절이다. 더욱이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 자연스레 어디로든 떠나 가족과 좋은 추억을 쌓고 싶은 욕구가 절로 생길 정도다. 이왕이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동심의 세계로 빠져보는 게 어떨까. 수도권에서도 멀지 않은 가까운 강원도 춘천은 최근 아이들을 위한 최적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어른의 마음마저 홀리는 테마파크와 동화 속 세계에서 해맑게 웃는 아이들을 보면서 일상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어보자. ◆어린 시절의 꿈 레고, 거대한 테마파크로 레고랜드의 식당인 브릭스 패밀리 레스토랑의 내부 조형물 (사진=김명상 기자)어린 시절 ‘레고’는 아이들 세계에서 부의 상징과 같았다. 생일잔치를 하는 초등학교 친구네서 처음 레고를 봤을 때 ‘와~’하는 감탄사를 터뜨린 것은 신기하면서도 높은 가격 때문이었다. 작은 블록을 조립해 형태를 만들어 내는 아기자기함은 그때까지 다른 장난감에서 본 적 없는 레고만의 특징이었다. 한참을 놀다 친구네를 나올 때 레고를 바라보던 아이들의 눈에 부러움과 아쉬움이 반씩 섞였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 성인이 돼 춘천에 레고랜드가 개장한다는 소식을 듣고 옛 기억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쉽게 가질 수 없었던 레고가 지천으로 널린 세상이라니. 지난해 어린이날 개장한 레고랜드는 1년간 누적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춘천시 인구 약 28만 명의 3배가 넘는 인원이 찾은 것이다. 국내에 처음 선보인 글로벌 테마파크인 데다 ‘어른이 된 아이들’에겐 단순한 놀이공원 이상의 의미를 지녔기 때문이었다.레고랜드 정문에 있는 거대한 붉은 용 조형물 (사진=김명상 기자)레고랜드가 있는 춘천 하중도는 멀리서 보면 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꿈동산처럼 느껴진다. 도착 전부터 기대감이 가슴 속을 꽉 채운다. 레고랜드에는 미니랜드를 비롯해 브릭토피아, 브릭 스트리트, 레고 시티, 레고 닌자고 월드, 해적의 바다, 레고 캐슬 등 7개 테마구역이 있다. 놀이기구가 목적이라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레고로 만든 세상 자체를 즐기고 싶다면 천천히 돌아다녀도 충분히 즐길 만하다. 입구의 거대한 붉은 용부터 성의 수문장, BTS 피규어, 닌자고 캐릭터 등 어디에나 레고 조형물이 있다. 그 정교함과 규모에 놀라지 않는 것이 힘들 정도다.레고랜드 호텔 입구에 있는 체크인 키오스크 (사진=김명상 기자)레고의 정체성을 제대로 살린 곳은 미니랜드를 꼽을 수 있다. 전체 레고랜드를 꾸미는 데 사용한 브릭(레고의 개별 조각) 3000만 개 중 700만 개 이상이 미니랜드에 사용될 정도로 많은 공을 들인 곳이다. 국내 주요 명소들이 충실하게 재현돼 있는데 주요 작품으로는 경복궁, 남산서울타워, 롯데월드타워, 국회의사당, 서울시청사를 비롯해 부산 누리마루, 영도대교, 부산타워, 조선소를 오가는 대형 선박 등이 있다. 미니랜드 내부의 레고로 만든 경복궁 (사진=김명상 기자)그중 서울 구역에 쓰인 기본 사이즈 브릭은 83만 2000여 개에 이르고, 부산 구역에 쓴 물은 8만 리터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 ‘미니랜드’라는 이름이 어색할 정도다. 특히 경복궁은 레고 모형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빌더 100명이 약 3개월에 걸쳐 제작한 대작으로, 궁의 세부적인 사항까지 구현한 것은 물론 움직이는 레고 인형들이 수문장 교대의식까지 보여준다. ◆한국에 적응하며 진화하는 레고랜드 불을 밝힌 레고랜드 정문 (사진=김명상 기자)사업 추진 11년 만에 개장한 레고랜드는 한국에 특화된 정책을 시행하며 발전하고 있다. 전 세계 레고랜드 최초로 야간 개장을 시작한 것도 현지화 전략 중 하나다. 오는 10월 29일까지 금·토·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오후 9시까지 운영한다. 밤늦게까지 활동하는 한국인의 생활방식을 고려한 것으로 환한 조명과 함께 멋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레고랜드 ‘해적의 바다’ 구역 (사진=김명상 기자)대부분의 레고랜드 놀이기구는 자극적이지 않다. 그래서 성인들은 ‘심심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다른 테마파크가 공포감을 극대화한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과 대조적이다. 레고랜드의 롤러코스터 격인 드래곤 코스터는 360도 회전 구간이 없고, 바이킹과 비슷한 앵커스 어웨이도 배가 원형으로 회전하는 대신 상승 고도가 낮은 편이라 무서움이 덜하다. 음악에 맞춰 춤을 배우는 야외공연 ‘렛츠고! 파티고!’ (사진=김명상 기자)레고를 즐기는 주 고객은 어디까지나 어린이다. 그래서 레고랜드의 놀이기구 역시 만 12세 미만 어린이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시설로 채웠다. 가족 여행객이 즐겨 찾는 테마파크에서 정작 아이들이 탈 만한 놀이기구가 부족했던 다른 테마파크에 도전장을 내민 격이다.레고랜드 관계자는 “국내 다른 테마파크의 경우 나이, 신장에 따라 탑승을 제한하다 보니 어린이들이 마음 놓고 탈 수 있는 놀이기구가 그리 많지 않다”며 “하지만 레고랜드는 전체를 어린이 친화적으로 디자인해 모든 시설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레고로 만든 BTS 조형물 (사진=김명상 기자)레고랜드는 7개 구역마다 각기 특징이 다르고 넓기까지 해 취향에 맞는 곳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브릭토피아에선 전망대를 겸한 시설인 ‘레고랜드 룩아웃’이 제일 인기다. 43m의 높이까지 올라가 레고랜드의 화려한 전경과 의암호의 호젓한 분위기를 한눈에 볼 수 있어 관람객이 늘 줄지어 서는 곳이다. 레고랜드 입구 근처에는 ‘BTS 포토존’이 있다. BTS 멤버 7명의 대형 조형물이 늘어서 있어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해적선을 타고 물총 싸움을 펼치는 ‘스플래시 배틀’ (사진=김명상 기자)날이 더워지는 날에는 물놀이가 제맛. 레고시티의 ‘웨이브 레이서’는 수상보트를 타고 조종을 통해 회전력을 이용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기구다. 해적선을 타고 물총 싸움을 펼치는 ‘스플래시 배틀’은 수면 위를 잔잔하게 항해하는 배를 타고 다른 배에 탄 탑승객과 물총 싸움을 하는 시설이다. 비옷을 입고 탄 아이들이 맞은편 배 탑승객에게 물세례를 퍼붓자 상대방도 흥분해서 열을 내며 맞대응한다. 난데없이 물벼락을 맞은 사람들의 비명과 환호성이 여기저기서 터진다. 흠뻑 젖어도 그저 즐겁기만 했던 옛 추억이 떠오른다. 이순규 레고랜드 대표 (사진=김명상 기자)인기가 높아질수록 레고랜드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안전이다. 대부분의 놀이기구는 밤에도 이용할 수 있지만, 파크를 도는 기차인 레고랜드 익스프레스는 야간 보행객의 안전을 위해 운행하지 않는다. 밤에는 느린 열차라도 시야 확보가 어려워 보행자의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순규 레고랜드 대표는 “레고랜드의 안전담당자는 사장을 거치지 않고 본사에 직접 보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전만큼은 다른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레고랜드의 완성은 호텔 레고랜드 호텔의 해적 테마 객실 (사진=김명상 기자)레고랜드를 제대로 즐기려면 레고랜드 호텔에 숙박해야 한다. 방문 전에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레고랜드보다 호텔에 더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레고랜드가 지은 환상적 공간에서 편안한 하루를 보내고 여유롭게 숙소를 오가면서 야간 개장까지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숙박은 매력적인 옵션이 될 것이다. 호텔 입구에서 객실로 들어가는 거의 모든 곳은 레고 브릭으로 채워져 있다. 복도 곳곳에 놓인 레고 인형, 층별로 다르게 디자인된 카펫, 알록달록한 무늬의 벽지, 레고로 만든 벽 장식 등이 그야말로 ‘레고천국’을 이루고 있다. 네온 조명이 불을 밝힌 엘리베이터에 타자 아바의 댄싱퀸 등 익숙한 팝송이 흘러나오며 흥을 돋운다. 레고랜드 호텔의 ‘닌자고’ 테마 객실 (사진=김명상 기자)다양한 테마룸은 레고랜드 호텔을 찾는 이유다. 객실은 총 154개이며 해적, 킹덤, 닌자고, 레고 프렌즈 등 4가지 콘셉트로 구성돼 있다. 선택 장애를 유발하는 개성 넘치는 디자인들은 예약 시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드는 요인이다. 객실에선 보물찾기 게임을 꼭 해야 한다. 방에 그려진 바나나 개수, 카펫의 열쇠 숫자 등을 물어보는 퀴즈를 풀면 나오는 비밀번호를 조합해 금고를 열 수 있다. 안에는 소정의 상품이 있는데 추억을 돌아볼 좋은 기념품이 되어 준다. 야간에 본 레고랜드 호텔 (사진=김명상 기자)
- 여야, 노무현정신 외치며 봉하행…중도확장·내부결속 '동상이몽'
- [이데일리 이유림, 김해=이수빈 기자] 여야 지도부는 23일 노무현 정신을 외치며 앞다퉈 봉하마을로 집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경남 거제시의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보수 정당의 뿌리를 먼저 확인한 뒤, 노 전 대통령 추도식으로 향하며 통합 행보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고 지지층 결집을 꾀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달라진 與, 진보진영 행사 참석노 전 대통령 추도식은 이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 인근 생태문화공원에서 엄수됐다. 봉하마을로 향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추도식 한참 전인 아침 일찍부터 이어졌다. 노란색 바람개비를 들고 있었고, 노 전 대통령이 즐겨 쓰던 밀짚모자를 한 참배객도 눈에 띄었다. 이번 추도식에는 주최측 추산 7000여명이 참석했다. 여권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근조화환을 보내 애도의 뜻을 전했다. 야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 이해찬 전 대표가 참석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함께 퇴임 이후 2년 연속 참석했다. 김기현 대표는 추도식 참석에 앞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았다. 그는 대통령 기록관을 둘러보며 김 전 대통령의 학창시절부터 대통령 당선, 정상외교 활동 등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김 전 대통령의 23일간 단식투쟁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역사에 없던 진짜 단식이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체제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금융실명제, 부동산실명제, 하나회 척결 등에 대해서도 “혁명적 개혁”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하는 의미에 대해 “대한민국 정치 선진화를 위해서는 더 이상 전직 대통령에 대한 흑역사가 반복돼선 안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그런 면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생각과 철학이 다르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예우하고 존중의 뜻을 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과거 보수 정부 때만 하더라도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은 야권 친노 인사들의 행사로 여겨졌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국민의힘은 노 전 대통령 추도식뿐 아니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세월호 참사 기억식 등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제야 당이 제대로 가는 느낌”이라며 “예년이면 시민들로부터 물벼락을 맞았을 텐데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5·18 정신’, ‘노무현 정신’이 특정 정치 집단의 전유물로 여겨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들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위기의 이재명, 권양숙 여사 만나 이재명 대표는 추도식 참석에 앞서 권양숙 여사와 1시간 동안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권 여사는 이 대표에게 독도가 그려진 ‘무궁화 접시’ 도자기와 책 ‘일본 군부의 독도 침탈사’, ‘진보의 미래’ 두 권을 선물했다. 독도 영토주권과 진보진영의 역할 성찰의 의미가 담긴 이번 선물에 대해 이 대표는 “의미를 잘 새기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추도식 참석 직후 취재진과 만나 “민주주의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이지만 아무나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이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으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민주주의 발전, 역사의 진보가 가능하다”며 “민주주의가 퇴행하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이 훨씬 큰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는 최근 검찰의 민주당 인사들을 향한 수사가 ‘정치적 기획’에 따른 것이라고 반발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이 꿈꾸셨던 ‘사람 사는 세상’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향해서 깨어있는 시민들과 함께 조직된 힘으로 뚜벅뚜벅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동시에 최근 ‘전당대회 돈봉투’ ‘김남국 의원 코인 의혹’이 불거진 민주당의 상황을 돌이키며 자성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같은날 SNS에서 “민주당은 노무현의 유산을 잃어가고 있다”며 “높은 도덕성은 민주당의 정체성이다. 도덕성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다. 엄격한 잣대로 자기 개혁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을 희생해 모두를 살린 노 전 대통령 앞에서 우리는 과연 떳떳할 수 있는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고 쓴소리했다.
- "아직 떠나보내지 못했습니다"…盧 서거 14주기, 눈물의 노란 물결
- [김해(경남)=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14년이 흘렀지만 봉하마을은 ‘노무현’을 보내지 못한 시민들의 노란 물결로 가득 찼다. 노란 바람개비를 든 이들은 추도식 화면에 나온 노 전 대통령을 보며 ‘노짱’을 외쳤다.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은 노 전 대통령과의 개인적 추억을 언급하며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 등 정부·여당 인사를 향해서는 시민들의 야유와 고성도 있었다.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사진=뉴시스)23일 경상남도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의 14주기 추도식에는 권양숙 여사와 문재인 전 대통령, 김진표 국회의장 등이 참석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당 지도부는 앞서 권 여사와 오찬을 함께 하고 추도식 자리를 지켰다. 정부·여당에서도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진복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구자근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 윤희석 대변인이 함께 했다.맨 먼저 추도사를 낭독한 사람은 참여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국회의장이었다. 그는 “저는 대통령님을 6년 동안 모셨고, 떠나보내고 또 14년을 살았다”며 “해마다 찔레꽃 필 무렵이 되면 대통령님이 그리워지고 불쑥불쑥 가슴이 저려 온다”고 애통한 심정을 표했다.이어 “대통령님은 사람 사는 세상과 정치개혁을 갈망하셨다. 여의도 높은 담벼락 안에 있던 우리 정치를 평범한 시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며 “그렇게 사랑방 정치, 제왕 정치의 막을 내리고 시민이 중심이 되는 새 정치 시대의 문을 여셨다”고 추켜 세웠다.김 의장은 “저는 대통령님이 남긴 정치개혁의 유업을 완수하는 것이 제가 풀 마지막 숙제라고 생각한다”며 “선거를 앞둔 여야가 목전의 유불리에 고심하다 이번에도 정치개혁에 실패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권력의 절반을 내주는 한이 있어도 꼭 정치개혁을 이루고자 했던 대통령님의 간절한 그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역임한 한덕수 국무총리도 추도사를 낭독했다. 한 총리가 등장하자마자 시민들의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시민들은 “배신자” “때려 치워라” 등 고성을 질렀고 추도사를 낭독하는 중간 중간에도 “내려와”라고 외쳤다.한 총리는 “대통령님은 국정의 모든 분야에서 시대정신을 구현하고 대한민국의 새 역사를 만들기 위해 헌신했다”며 “그중 가장 힘쓰셨던 국정 과제는 바로 국가균형발전”이라고 소개했다.그는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의 위기를 겪는 지금,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문제”라며 “정부는 중앙의 권한을 과감히 지방에 이양하고 국가발전의 축을 지역 중심으로 전환하겠다. 과감한 규제개혁과 투자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참여정부에서 4년간 문화재청장을 지내고 노 전 대통령 묘역 조성 역할을 맡았던 유흥준 전 문화재청장은 “오늘 저는 추도사가 아니라 지난 가을, 저 앞에 있는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이 개관됨으로써 묘역 공사가 이제 완공된 것을 노무현 대통령님께 보고를 드리려고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그는 묘역에 새긴 노 전 대통령의 발언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언급하며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고 계시어 감사하다”고 그리움을 드러냈다.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대통령 노무현’은 특정 진영과 정파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었다”며 “이제 우리가 대통령님의 뜻을 이어 이상이란 것은 더디지만 실현된다는 믿음으로 깨어있는 시민들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만들어나가겠다”고 했다.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추도식 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취재진을 만나 “민주주의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이지만 아무나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이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으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민주주의의 발전, 역사의 진보가 가능하다”며 “지금,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는 이 안타까운 현실 속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이 훨씬 큰 것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정부·여당을 향한 날을 세웠다.이어 “노 전 대통령이 꿈꾸셨던 ‘사람 사는 세상’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향해서 깨어있는 시민들과 함께 조직된 힘으로 뚜벅뚜벅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다짐을 밝혔다.한편 이번 추도식에는 주최 측 추산 7000여명이 참석했다.
- 석상은 왜 80여 년간 고택 대청마루 밑에 누워 있을까[여행]
- 수백당 대청마루 아래 누워 있는 문인석[대구=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대구는 외지인들에게 적지 않은 오해를 받고 있다. 거대한 쇼핑몰, 높은 빌딩, 빼곡한 아파트로 가득한 대도시 이미지가 커 호젓함과는 거리가 있다는 편견이다. 그러나 조금만 대구 도심을 벗어나도 숨어 있는 자연친화적 속살이 드러난다. SNS에 올려도 좋을 유서 깊고 예쁜 마을과 수려한 대구의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곳곳에 숨어 있다. 명소들을 다니면서 대구에 가졌던 콘크리트 도시라는 이미지는 눈 녹듯이 사라져 버렸다. ◆선조들의 애민·애국정신 깃든 ‘인흥마을’ 문익점 선생의 18대손이 터를 잡아 만든 인흥마을달성군에 자리한 ‘인흥마을’(남평문씨본리세거지)에 가면 큰 동상이 하나 보인다. 주인공은 1363년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가져온 인물인 문익점 선생. 인흥마을은 문익점 선생의 18대손이 1840년대에 터를 잡아 만든 마을로 남평 문씨 일족이 모여 살던 집성촌이다. 지금은 조선 후기의 전통가옥을 포함해 70여 채의 기와집이 한옥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얇은 삼베옷을 입고 추위에 떨던 백성을 따스하게 해준 목화의 하얀 물결이 넘실대는 마을. 여름이면 능소화가 담벼락을 수놓고 마을 앞 연못 인흥원에는 연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주머니에서 절로 카메라를 꺼내게 만드는 정경이다. 독립운동가인 수봉 문영박 선생을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지은 수백당이곳의 대표 건물은 입구에 있는 정자 ‘수백당’이다. 독립운동가인 수봉 문영박 선생(1897~1930)을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1936년에 지은 것으로 손님을 맞이하거나 문중의 모임 장소로 쓰였다. 특이한 것은 대청마루 아래 놓인 문인석(능 앞에 세우는 사람의 형상을 한 입석상)이다. 지금까지 80여 년째 쓰지 않고 보관 중인데 문영박 선생이 병석에 들자 후손들이 장례를 위해 마련했으나 선생이 무덤을 소박하게 하라고 지시해서 세우지 못하고 지금까지 누워만 있다고 한다. 대구 인흥마을 앞에 있는 문익점 선생 동상대구는 애국지사의 성지이기도 하다. 대구 형무소에서 순국해 서훈 받은 독립운동가가 202명. 악명 높던 서울 서대문형무소 순국 서훈자(175명)보다 많다. 그중에서 문영박 선생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시기부터 1930년에 별세할 때까지 13년간 극비리에 임시정부에 군자금을 지원하며 독립운동을 도운 인물이다. 후손들은 그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그저 문영박 선생이 인재 양성을 위해 많은 책을 사들였다는 것만 알 뿐이었다. 왜 책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샀는지도 베일에 싸여 있었다. 비밀은 나중에 알려졌다. 1963년 경남 창원의 한 가옥 천장을 뜯었는데 낡은 보자기가 발견된 것. 1931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작성한 독립운동 관련 문서가 세상에 나타난 순간이었다. 보자기를 숨긴 이는 독립지사 이교재였다. 국내에서 군자금 모금 등의 활동을 벌이다 일제에 붙잡혀 부산 형무소에서 복역 후 고문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일본 경찰에 체포되기 전 급히 임시정부의 문서를 집 천장에 숨겼는데 이것이 30여 년 후 집수리 과정에서 드러난 것이다. 보자기 안에는 수신처가 대구 달성 인흥마을로 표기된 문서가 있었다. 문영박 선생의 사후 임시정부가 조의를 표한 추조문이었다. 추조문에선 문 선생을 ‘대한국춘추주옹’(大韓國春秋主翁)이라 높여 불렀는데 ‘대한민국 역사의 주인이 되는 어른’이란 뜻이다. 인흥마을의 고즈넉한 흙담 골목문서는 발송 32년 만에 인흥마을에 살던 문 선생의 아들에게 전달됐다. 편지를 받고서야 가족들은 고인이 독립운동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문영박 선생은 중국에서 책을 구입하는 방법으로 일제의 눈을 피해 독립자금을 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문영박 선생의 공을 기려 1980년에 건국포장, 1990년에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목화를 가져와 백성을 따뜻하게 한 문익점 선생과 독립운동가 문영박 선생의 흔적이 짙은 인흥마을. 고즈넉한 정취로 가득한 이곳의 이야기를 알고 나면 누구나 선조들의 깊은 은혜에 감사를 표하게 될 것이다. ◆해발 510m 산 정상에 전망대 품은 ‘앞산’앞산전망대에서 대구 시내를 바라보는 외국인 관광객대구광역시 남쪽에 있는 앞산(해발 660m)은 특이한 이름이 궁금증을 더하는 산이다. 좋은 이름 대신 왜 앞산이라고 불리는지 묻자 동행한 문화관광해설사는 “경상감영의 앞에 있는 산이라서 앞산으로 불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름만 들으면 작은 언덕 같은 느낌이 들지만 케이블카가 놓인 번듯한 산이다. 1974년에 개통된 앞산 케이블카는 남산, 설악산에 이은 국내 3호 케이블카다. MZ세대가 태어나기도 전에 생겼지만 해발 180m 정류장을 출발해 510m 높이의 전망대까지 5분 만에 닿을 만큼 힘이 넘친다. 토끼 조형물이 있는 앞산전망대도착 후 조금만 걸어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계묘년을 맞아 전망대 가운데에는 노란색 토끼조형물을 제작해 놓았다. ‘건강하세요’, ‘소원성취’, ‘부자되세요’ 등 각종 소원 문구를 새긴 토끼조형물은 인기 포토존이기도 하다. 전망대 주변을 둘러보면 가릴 것 하나 없는 도시 모습이 빼곡하게 펼쳐진다. 정면의 팔공산과 치솟은 건물이 대도시 대구의 번영을 보여주는 것 같다. 서쪽 끝으로 눈을 돌리면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비슬산 참꽃군락지와 대견사앞산은 비슬산(해발 1084m)에서 뻗어 내려온 줄기에 있다. 비슬산은 산 정상의 바위 모양이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서기 810년에 창건된 ‘대견사’가 있다. ‘크게 보고, 크게 깨우친다’는 의미를 담은 대견사는 고려시대에 삼국유사를 편찬한 일연 스님이 주지로 22년간 재임한 절이기도 하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는 적멸보궁이라 따로 불상을 모시고 있지 않지만 부처님의 모습을 닮은 사찰 앞 ‘부처바위’가 인간세계를 굽어살피고 있다. 원래 사찰은 일제강점기 때 강제로 폐사됐다. 당시 대견사의 대웅전이 일본 쪽으로 향해 일본의 기를 꺾는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조선총독부가 강제로 없애 버린 것이다. 석탑만 남은 폐허에 달성군이 2014년에 새로 건물을 지었고, 이후 부처님의 가호가 깃들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이가 찾는 기도 도량으로 떠올랐다. 대견사를 품은 비슬산의 참꽃군락지봄의 비슬산은 꽃 대궐이다. 중생을 구제하려는 부처님의 마음을 닮았는지 산 정상은 넓디넓고, 봄마다 온통 만개한 참꽃이 뒤덮는다. 비슬산을 보노라면 ‘진분홍 천상화원’이라는 말이 그냥 붙은 수식어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눈이 황홀해진다…화산마을 풍차전망대이국적인 분위기의 풍차전망대구 북쪽에 자리한 군위군은 7월 1일부터 대구시에 편입된다. 군위에서 가장 높은 산은 해발 828m의 화산이다. 이곳에서 커다란 카메라를 든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 곳은 100여명의 주민이 모인 화산마을이다. 화전민들이 일군 작은 마을로, 고랭지배추 생산지로 알려진 이 마을이 특별한 이유는 주변에 있는 풍차전망대와 하늘전망대 때문이다. 전망대로 가는 길은 무척 구불구불하고 험난해서 운전 시 주의해야 한다. 좁고 아슬아슬한 길을 고생해서 올라가면 방문객의 수고에 보상이라도 하듯 빨간 지붕의 풍차가 보인다. 이국적인 풍차 주변에는 전망대가 있는데 이곳에서 보는 주변 풍광이 일품이다. 산지 마을 특성상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많지만 치매 환자가 거의 없다고 한다. 주민들은 마을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이 가진 치유의 힘 덕분이라고 믿는다.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군위호 주변 풍경멀리 보이는 푸른 호수는 2010년 군위 댐 건설로 생긴 군위호다. 인공호수지만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의 백미라 해도 무방할 만큼 아름답다. 빨간 풍차와 함께 파도치듯 일렁이는 군위호 주변 산세의 장관을 담으려는 사진사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하늘전망대는 풍차전망대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있는데 차로 10분 정도 더 가야 한다. 징비록을 쓴 서애 류성룡 선생은 화산의 풍경에 반한 나머지 칠언절구의 ‘옥정영원’이라는 시를 남기기도 했다. 시는 하늘전망대 옆 바위에 원문으로 새겨져 있으며 서애 선생이 받은 감흥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 [르포]손수 지은 집도, 오션뷰펜션도 ‘폭삭’…“순식간에 불구덩이”
- [강릉=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자려고 눈만 감으면 귀에서 바람 소리가 맴돌아서 밤을 꼴딱 새웠어. 서서히 집이 타들어가던 모습이 머릿속에 너무 생생해.”12일 강원도 강릉 사근진 해변. 해안선을 따라 즐비했던 ‘오션뷰 펜션’들은 신기루처럼 사라져 있었다. 건물 외벽에 떨어질 듯 말 듯 붙어 있는 철판은 바람에 휘날리며 기괴한 소리를 냈다. 경포호를 둘러싼 펜션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화마가 할퀴고 간 곳엔 여전히 잔불 정리를 하는 소방차들이 눈에 띄었다.12일 강원 강릉시 안현동 일대 펜션단지. 전날 발생한 대형 산불 피해를 입어 다 타버렸다.(사진= 조민정 기자)◇ 화마 겪은 주민들, ‘트라우마’에 불면에 식음전폐이날 오후 찾은 강릉 아이스아레나 경기장은 90여 개 텐트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전날 산불로 집을 잃은 이들을 위한 임시 대피소였다. 이불가지와 생수 등 간단한 생필품이 마련된 텐트 앞에 덩그러니 놓인 휠체어와 의족은 대피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짐작케 했다. 삼삼오오 모인 피해 주민들은 “모자를 벗고 두 손으로 잡고 있는데도 날아갈 것 같았는데, 바람이 이래 부는 건 처음 봤다”고 혀를 찼다.이재민들은 바람을 타고 빠르게 번진 산불에 옷가지도 챙기지 못하고 간신히 몸만 챙겨 나왔다고 했다. 임호정(60)씨는 “불씨가 15분 만에 집으로 옮겨붙어서 밥 먹다가 싱크대에 다 놓고 휴대폰이랑 지갑만 들고 뛰쳐나왔어, 가재도구 하나도 못 건졌잖아”라며 “집이 서서히 타들어가는 모습을 건너편에서 똑똑히 지켜봤는데 트라우마 때문에 한숨도 못 잤어, 병원가서 약 처방 받아야겠어”라고 호소했다. 은퇴 후 고향인 강릉에 내려왔다는 임호철(67)씨는 손수 지은 집이 뼈대만 남은 채 사라져버렸다고 했다. 임씨는 “아침에 애 엄마를 시내에 태워주고 집에 가니까 연기가 너무 자욱해서 들어갈 수가 없더라고, 그래서 밖에 계속 서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어”라며 “고작 10분이었는데 순식간에 산 능선을 타고 불이 번져서 집까지 덮쳤어”라고 했다. 이어 “경치 좋은 소나무 숲에 집을 지었는데 이게 위험요소가 될 줄 몰랐지”라고 한숨 쉬었다.아내와 함께 임시 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연규진(80)는 “연기가 확 쌓여서 집이 어떻게 됐는지도 몰랐다”며 “가슴이 아직도 두근거리고 말도 못하는데, 남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게 무슨 감정인지도 모를 거야”라고 탄식했다.일부 이재민은 이날 완전히 타버린 터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곤 식음을 전폐하기도 했다. 이재민 A씨는 “보면 눈물만 나고, 마음이 너무 아파. 뭘 먹고 싶은 생각도 안 들어”라며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흐느꼈다. 60대 김모씨는 “우리 마을은 세 채 남기고 다 탔어”라며 “혈압약을 먹었는데도 머리가 너무 아파, 아까 혈압이 계속 올라서 재보니까 180까지 올랐더라”고 했다.펜션 주인들도 황망해하긴 마찬가지였다. 최근 펜션 리모델링을 했다는 최모(71)씨는 성수기를 맞아 주말 손님을 받을 생각에 들떠있다가 날벼락을 맞았다고 했다. 그는 “휴대폰마저 두고 나와 연락수단도 없다”며 “불이 난 걸 (예약손님들에) 어떻게 알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다른 펜션주인 50대 이모씨는 “맨발로 뛰쳐나왔는데 앞으로 뭐 먹고 살라는 거냐”며 “정부에서 다 보상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2일 강원 강릉시 안현동 일대 펜션단지(사진= 조민정 기자)◇ ‘강풍 타고’ 단시간에 이재민↑…특별재난지역 선포전날 강릉시 난곡동의 야산에서 난 대형 산불은 8시간 만에 주불이 잡혔지만, 축구장 면적의 530배에 달하는 산림이 소실됐다. 강풍경보와 건조경보가 동시에 내린 탓에 불은 더욱 빠르게 번졌고, 강릉시 안현동 소재 펜션 내부에서 80대 남성 1명이 숨지는 등 사상자 17명이 발생했다. 불은 주민들 집과 펜션단지뿐 아니라 식당, 공방, 편의점 등을 모두 덮쳤다. 경포대 인근의 사찰인 ‘인월사’와 정자 ‘상영정’ 등도 전소되면서 일부 문화재도 피해를 입었다. 초속 30m에 달했던 바람이 초속 1∼12m로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다소 강한 바람이 부는 탓에 산림 당국은 재발화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림당국은 이날 장비 213대, 인력 800여명을 투입해 잔불을 진화하고 있으며 소방 헬기 1대, 산림청 헬기 1대 등을 투입해 뒷불감시 작업에 돌입한다.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주변에서 나무가 타고 있다”, “불꽃이 보인다”, “연기가 보인다” 등 재발화 의심 신고가 40건가량 들어왔다.1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 강릉 산불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을 위한 구호텐트가 줄지어 있다.(사진=조민정 기자)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강릉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피해 복구 지원에 만전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 이번 산불로 인한 이재민은 323세대 649명으로, 이들은 생계구호를 위한 생활안정지원과 함께 지방세 등 납부유예, 공공요금 감면 등 간접 지원을 추가적으로 받는다. 행정안전부는 조기 수습을 위해 특별교부세 10억원과 재난구호사업비 6400만원도 긴급 지원한다.임시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이재민들도 피해 복구를 위해 자체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 채비를 하고 있지만, 재난을 당해 신경이 곤두선 이재민들 사이에선 마찰도 일었다. ‘대표성 있는 비대위’를 꾸릴 구심점이 잡히지 않아서다. 비대위를 조직하고 있는 최모씨는 “모든 이재민을 포함시켜서 비대위를 만들면 의견이 분분해서 시작하기가 어렵다”며 “우선 일부 의견을 수렴해 비대위를 만들고 나서 비대위 가입 신청자들에게 알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해 빠른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12일 강원 강릉시 안현동에 타버린 비닐하우스와 차량이 남아 있다.(사진= 조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