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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치·대안 실종된 尹 발언에…여권 내부서도 파열음
- [이데일리 김기덕 박태진 기자] 22대 총선 이후 엿새만인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첫 공식 입장표명했다. 하지만 기대보다 못한 내용에 야권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실제로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일방통행식 소통을 한 윤 대통령의 발언에는 거대 야당과의 협치나 김건희 여사·채 상병 특검·의정갈등 관련 입장, 대통령실 인사 실패 사과 등과 같은 민감한 사안은 쏙 빠져 국민 눈높이에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권에서는 “불통의 국정운영에 대한 변명만 늘어놓은 독선적 선언”이라고 혹평했다. ◇尹 “낮은 자세로 소통하겠다”…야권 비판 목소리도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집권여당의 참패로 끝난 4·10 총선 결과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총선 직후인 지난 11일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국정 쇄신과 민생 안정이라는 대국민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밝힌 적이 있지만, 윤 대통령이 직접 관련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더 낮은 자세와 더 유연한 태도로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1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설치된 텔레비전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가 생중계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총선 패배와 관련한 입장에선 “취임 이후 지난 2년 동안 국민만 바라보며 국익을 위한 길을 걸어왔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예산과 정책을 기울여 물가 관리에 총력을 다했지만 어려운 서민들의 형편을 개선하지 못했고, 미래세대를 위해 건전재정을 지키고 과도한 재정 중독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자평했다. 윤 대통령은 원전 생태계 복원, 첨단산업 육성 등 현 정부 들어 시행한 주요 정책들을 강조하면서도 국민이 체감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경제 회생을 위한 정책과 노력들이 중소기업, 소상공인, 많은 근로자들에게 온전히 전달되는 못했다는 주장이다.야권을 겨냥한 비판의 목소리도 냈다. 윤 대통령은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의 미래를 망친다. 경제적 포퓰리즘은 정치적 집단주의와 전체주의와 상통한다”며 “우리 미래에 비춰 보면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는 올바른 국정 방향과 정책에도 거대 야당의 견제로 민생 현장에서 국민들이 체감을 하지 못한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또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 이후 정치권에서 나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남 등 야권과 협치와 관련된 부분도 언급하지 않았다. 야권에서 재차 밀어붙이는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채 상병 특검법 등에 대한 입장 역시 없었다. 또 총선 과정에서 여당에 악영향을 끼친 황상무·이종섭 등 전직 대통령실 인사 문제에 대해서도 사과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국무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국정 운영이 국민으로부터 매서운 회초리를 맞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영수회담 가능성에 대해선 “현 국회가 5월 말에 마무리되기 때문에 22대 국회가 열리고 원구성이될 예정이라 어느 시점이 더 소통하기에 적절한 시점인지 보고 있다.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수 회담·언론소통 등 전환 필요…특검법 수용 가능성도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국민을 철저히 무시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불통의 국정운영에 대한 반성 대신에 ‘방향은 옳았는데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변명만 늘어놓았다”며 “야당을 국정운영 파트너로 인정하라는 총선 민의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말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은 “자화자찬으로 일관하며 국정 전환은 없다는 선언이자 오기였다”고 지적했으며, 진보당 역시 “자신은 최선을 다했으나 부족했고 공직기강을 운운하며 외면한 민심의 책임을 떠넘겼다. 이제 대통령 자리와 헤어질 결심만 하면 된다”고 논평을 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대통령 발언 내용에 대한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지난해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달리 이번 총선 패배는 대통령 입장에서 충격이 아주 클 것”이라며 “윤 대통령 이날 발언에 빠졌지만 앞으로 쟁점 법안이나 영수 회담 등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야당과 협력을 강화하고, 언론과도 소통을 자주하는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정 기조 대전환을 보여주기 위한 첫 단추로 인사 문제를 꼽는 당내 의견도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대통령은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때와 마찬가지로 본인 잘못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없이 변명을 늘어놓았다”며 “앞으로 국정기조 전환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쓴소리를 했다. 해당 의원은 이어 “윤 대통령이 그동안 여권 내에서 쓴소리를 해서 내쳤던 인물들을 2기 대통령실 구성 때 임명하거나 반윤의 선봉장에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을 대통령실에 불러들이면 변화의 상징적인 단면으로 보여줄 수 있다”며 “민주당 공천 갈등으로 비명계로 찍혀 탈락한 인사들을 현 정권의 핵심 요직에 배치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여야가 극한 대립을 보이는 채 상병·김건희 특검법도 여당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당내 관계자는 “채 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의 칼끝은 현직 대통령을 향하고 있지만, 군에서는 수사가 아닌 조사를 했던 사항이라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김건희 종합 특검법은 그동안 기조를 보면 22대 국회에서도 논의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 당선자 총회에서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결의문을 채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억만금 준대도"...3명 숨지게 한 과속·신호위반 80대, 형량은 고작
-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과속에 신호까지 어기며 차를 몰다 새벽 기도를 마치고 귀가하던 3명을 치어 숨지게 한 80대가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데 대해 검찰이 항소했다.춘천지검은 지난 15일 A(82) 씨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 사건 1심 판결에 불복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고 밝혔다.A씨에 금고 5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항소 이유에 대해 “속도위반, 신호위반, 횡단보도 사고라는 중과실로 무고한 피해자 3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중대한 사안인 점, 피해자 1명의 유족과 합의에 이르지 못해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을 고려하면 1심 형량은 가볍다”고 설명했다.사진=YTN 방송 캡처A씨는 지난해 11월 22일 오전 6시 45분께 춘천시 퇴계동 남춘천역 인근 도로에서 링컨 승용차를 몰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던 70대 B 씨 등 여성 3명을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피해자들은 모두 사고 지점 인근 교회의 신도들로, 사고 당일 새벽 예배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참변을 당했다.조사 결과 A씨는 차량 신호가 적색임에도 이를 무시한 채 그대로 달려 신호를 위반했으며, 제한속도 시속 60㎞ 도로에서 97㎞로 달린 것으로 확인됐다.A씨 측은 법정에서 고령인 점과 이 사건 이후 건강이 악화한 점, 초범이고 그동안 단 한 번도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적이 없는 점, 피해자 2명의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을 들어 선처를 호소했다.춘천지법 형사1단독 신동일 판사는 지난 9일 “피고인이 초범이고 피해자 3명 중 2명의 유족과 합의한 점,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한 점, 고령이고 건강이 좋지 못한 점 등 유리한 정상을 고려했지만 과실 정도가 중하고 피해자 1명의 유가족이 아직 엄벌을 탄원하고 있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했다.판결 선고가 끝낸 뒤 A씨 측과 합의를 거부한 피해자 1명의 아들은 “(A씨가) 고령이고 몸이 아픈데도 운전을 한 게 문제인데, 고령인 걸 고려해서 형량을 감경했다고 보니 아쉽다”며 “노인분들께 주의하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줄 수도 있었던 판결인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억만금을 준다 한들 저희 손으로 어머니를 대신해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쓸 수 없는 심정이었다”며 “검사께서 판결을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으나 형량이 너무 가볍다”고 덧붙였다.
- 침대 위 살해된 母子…증거가 가리키는 ‘단 한 사람’ [그해 오늘]
-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2021년 4월 15일,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조모 씨의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도예가인 조 씨는 왜 아내와 아들을 무참히 살해했을까.사건은 2019년 8월 22일에 발생했다. 관악구 재개발 지구 안 빌라에 살던 여성 박 씨(당시 41)와 아들 조모 군(6)이 침대 위에서 흉기에 찔려 살해된 채 발견됐다. 하지만 용의자를 특정하기란 쉽지 않았다. 집안 물건도 흐트러지지 않았고 안방의 귀중품도 그대로였다. 피해자들이 불과 30초 만에 다발성 치명상을 입고 사망한 것은 범행의 목적이 살인이었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또 피해자들이 상당량의 피를 흘렸음에도 혈흔에 남아 있을 법한 범인의 지문과 족적 등이 발견되지 않을 정도로 범행 과정이 치밀하고 깔끔했다. 범인은 창문을 닫고 커튼을 친 뒤 불까지 끄고 빠져나가는 등 우발적 범행이라고 보기 힘든 여유를 갖고 있었음을 알게 하는 대목이었다.경찰이 주목한 것은 외부 침입이 없던 것과 사망 추정 시간에 유일하게 집에 있었던 사람은 조 씨라는 점이었다. 사건 50일 만에 유력 용의자로 특정됐지만 조 씨가 살해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었다. 더군다나 조 씨는 “나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잃은 피해자이고 누구보다 범인을 잡고 싶어 하는 남편이자 아빠”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조 씨 측과 경찰의 줄다리기가 이뤄지던 어느 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을 통해 피해자들의 위 속에 남은 음식물로 사망 시간을 추정했다. 부검 당시 박 씨와 조 군의 위에서는 다 소화되지 않은 죽 형태의 내용물이 발견됐다. 국과수는 “식후 완전히 소화(위에서 소장으로 모두 이동)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통상적으로 식후 6시간 이내 살해됐을 것”으로 봤다.(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통상 저녁을 오후 6~7시쯤 먹었다면 범행은 새벽 1시 전에 이뤄졌다는 가설이 세워졌다. 조 씨가 집에 머문 시각은 오후 8시 56분부터 오전 1시 35분 사이였다. 경찰은 이를 증거로 조 씨를 검찰에 송치했다.그렇다면 조 씨가 사용한 흉기와 살해할 때 혈흔이 묻은 옷가지는 어디로 갔을까.사건 현장에서 유일하게 사라진 물건은 주방에 있던 6개의 칼 세트 중 하나였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따르면 도예가였던 조 씨는 사건 발생 6일 후 기자재 판매 사이트에 자신이 사용한 전기 가마를 매물로 내놓았다. 해당 가마를 구매한 A씨는 “상태가 좋은데 싼 가격에 올라와 바로 구입했다”고 했다.1000도 이상까지는 전기 가마를 이용해 흉기를 없앴을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혈액이 묻은 옷가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흉기는 녹지 않았다.흉기도, 피해자들의 혈흔이 묻은 옷도 발견되지 않았지만 조 씨에 대한 살인 혐의는 짙어졌다. 그 배경에는 5년의 결혼생활이 있었다.박 씨는 고정 수입이 많지 않았던 조 씨에 결혼 전부터 금전 지원을 했으며 결혼 후에는 생활비 및 도예 작업 비용 등으로 매달 2~300만 원을 지원했다. 또 철거를 앞둔 전세 빌라에 지내면서도 남편에게는 수억 원의 대출을 받아 78평형 신식 오피스텔을 매입해 도예 공방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그 외 공방의 공과금, 차량 할부금, 작업 도구 및 재료 구입비, 모발 이식 수술비용 등을 아낌없이 지원해줬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그러다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된 박 씨는 금전 지원 중단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조 씨는 분노를 나타내며 이혼을 요구했고 별거에 들어갔다.조 씨의 통장 잔액은 1900원까지 내려가는 등 어려움을 겪게 됐다. 아내에 이혼을 철회하며 급변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지만 박 씨의 생각은 견고했다. 부모와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려쓰던 조 씨는 경마장을 찾았다가 베팅에 성공하면서 매주 2~3회 경마장을 찾았다. 그러나 카드론 대출, 현금서비스 등으로 마련한 800만 원을 베팅하고 전부 잃는 등 경제적 상황은 악화됐다. 경찰이 조 씨의 노트북을 포렌식 한 결과 보험 사이트에서 아내의 사망 보험금 수령액과 본인이 피보험자인지의 여부를 확인한 것이 밝혀졌다. 아내는 5건의 손해보험이 있었고 사망시 보험금 1억 7500만 원을 수령하도록 돼 있었다.이뿐만이 아니었다. 결혼 6개월 후부터 불륜 관계를 이어온 내연녀가 있었던 그는 내연녀와 월 평균 17회의 만남을 가지는 반면 아내와는 월 1회만 만났다. 조 씨의 부모도 이 관계를 알고 있었다. 그들은 “내연녀가 일방적으로 아들을 쫓아다녔을 뿐이다. 설사 외도라고 해도 그것이 살인의 동기는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이후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사망 추정 시간에 제 3자가 침입했을 가능성은 없었으며, 조 씨가 부인과 갈등 관계였다는 점,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태였다는 점 등을 범행 동기로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항소심 재판부도 “위 내용물을 통한 사망 추정 시간 증거는 법의학적 신빙성이 있다”며 “사망 추정 시간과 피고인이 집에 머문 시간이 대체로 일치한다”고 봤다. 대법원도 “형사재판에서 증거는 반드시 직접증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간접증거를 종합적으로 고찰해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그러면서 “사망 시간 추정이나 3자의 살해 가능성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판단, 살인 동기 등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원심이 판결한 무기징역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