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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인의 회고록·신재민의 고백록…선거철 쏟아진 정치서적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제21대 총선’을 맞아 정치를 주제로 한 책들이 주목받고 있다. 페이스북을 통한 해외 여론조작 사건부터 국회의원의 안일한 행태 고발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14일 예스24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 정치관련 책의 판매율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6일부터 4월 5일까지 정치·사회 관련 카테고리의 책 판매율을 조사해본 결과 전년 동기대비 2배 이상인 101.5%, 전월 동기간 대비 111.5% 증가했다.신간도 잇따랐다. 해외도서 중에서는 ‘어셈블리’와 ‘타겟티드’가, 국내 책 중에서는 ‘영원한 권력은 없다’와 ‘이낙연은 넥타이를 전날 밤에 고른다’ ‘왜 정권이 바뀌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가’ 등이 최근 독자들을 찾아왔다. 손민규 예스24 사회·정치 MD는 “선거가 있는 해에 주목받는 정치인이나 정치평론가의 신간이 나오다 보니 정치·사회 도서의 판매가 통상 늘기 마련”이라며 “다만 국회의원 선거는 특정 정치인에 대한 주목도가 높은 편은 아니라 한 인물을 다루는 책보다 정치 전반을 다루는 책들의 비중이 높다”고 설명했다.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용지를 배부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동정표 얻으려 선거 치러선 안돼”‘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자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회고록이다. 김종인은 서문에서 “정치인이 회고록을 쓰는 일은 기나긴 반성문을 쓰는 일과 같다”며 “후배들에게 반드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내 인생을 빌어 적었다”고 했다.책은 박정희에서 문재인까지 역대 대통령들을 가까이에서 보좌하며 추진했던 정책과 진행 과정 중 느꼈던 점들을 세세하게 소개한다. 전두환 정권이 금융실명제를 급하게 도입하려 했던 이유, 87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넣는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 일산과 분당 신도시 설립 배경 등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담았다. 그는 국민에게 동정표를 얻으려는 식으로 선거를 치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든든하게 믿을 수 있는 세력’이라는 자신감을 보여주고 당당하게 표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 정부가 걸어온 여정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근본을 바꾸지 않고 국민이 최악 또는 차악의 선택만 반복하도록 정치를 끌고가서는 안된다”고 일갈했다.‘이낙연은 넥타이를 전날 밤에 고른다’는 이낙연(NY) 전 총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양재원 전 총리실 정책민원팀장이 집필한 책이다. 이 전 총리가 국회의원 4선(14년), 도지사 3년, 국무총리 2년 8개월을 거치는 동안 가까이서 보좌했던 사람들의 증언과 사례, 후일담을 모았다.행동과 말에 공을 들이는 ‘정치인 이낙연’의 꼼꼼함과 인간스러움, 배려 등을 소개한 것은 물론 총리실 공무원들이 바라본 NY의 모습, NY가 총리로 재직할 당시 대한민국 행정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실무진의 목소리로 재구성했다.‘왜 정권이 바뀌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가’는 유튜브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민간기업에 대한 청와대 인사개입 의혹’과 ‘적자국채 발행과 관련한 청와대 외압 의혹’을 폭로했던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당시 미처 하지 못한 말들과 관련 자료를 담은 책이다. 책에서 그는 국회 대응 업무를 하면서 지켜본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고발한다. 동일한 정책에 대해 정치적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가 하면 법률안을 살피지도 않고 심사하거나 공무원을 사적으로 부려먹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한때 동료였던 행정부 공무원들과 정부 정책 수립·집행 과정의 근본적 결함, 채무관리의 맹점을 신랄하게 지적했다.◇데이터는 어떻게 여론을 조작하는가‘타겟티드’는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영국의 데이터 분석기업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가 수천만 페이스북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해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를 지원하는 데 활용한 ‘데이터 게이트’ 사건을 다룬다. 당시 사람들은 자신이 타깃이 됐다는 사실을 모른 채 개인 맞춤형으로 제작된 수천 가지의 메시지를 페이스북, 스냅챗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접했다. 개인화된 광고 효과는 놀라웠다. 트럼프에 대한 4000개의 서로 다른 온라인 광고가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에 의해 15억 회나 조회됐다. 매크로 여론조작 의혹 사건, 드루킹 사건 등 거짓 프레임으로 여론이 조작돼왔던 우리나라의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어셈블리’는 이탈리아 출신 좌파 철학자인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 미국 듀크대 교수가 함께 쓴 학술서로 ‘21세기 새로운 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제언’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어셈블리’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저항과 투쟁이 이어지면서 이뤄진 정치적 결합체를 지칭한다. 정치적으로 합심하는 힘에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지를 분석했다. 저자들은 한국의 촛불집회, 홍콩 우산혁명에서 중앙 집중화한 리더십이 사실상 해체됐고, 지도부가 아닌 다중이 전략을 수립해 나갔다고 주장한다.
- "홍콩시위, 단순 반중시위 아닌 中·홍콩 민주화 요구하는 것"
-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단순히 반중(反中) 시위가 아니다. 홍콩 사법체계 속 자유와 안전의 보장이 사라진다는 불안과 공포가 100만 홍콩인들을 움직였다.”장정아 인천대학교 중국-화교문화연구소 소장(중어중국학과 교수)은 15일 이데일리와 전화 인터뷰를 갖고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에 대해 “정치에 무관심했던 사람들까지 시위에 나섰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장정아 인천대 중국-화교문화연구소 소장(중어중국학과 교수)장 교수는 “홍콩인들은 그동안 부당한 정부 정책에 수많은 반대 시위를 벌였지만 그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적이 없다. 어떻게 해도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이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고 했다. 장 교수는 이번 홍콩 시위에 대해 “큰 틀에서 보면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하나의 국가 안에 다른 두 체제가 공존할 수있다는 원칙) 이행 방식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표출된 것”이라고 했다. 1997년 영국이 중국에 홍콩을 반환할 당시 양측은 오는 2047년까지 일국양제 원칙에 따라 홍콩의 정치, 입법, 사법체제 독립성을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최근 홍콩에선 이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장 교수는 “중국은 홍콩의 목소리를 억눌러 왔다. 애국주의 교육, 직선제 불허, 고속철 열차 내부 등 홍콩 일부 지역에서 중국 법을 적용하는 일지양검(一地兩檢) 모두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홍콩인들이 원하는 것은 독립이 아니라 중국의 개혁과 민주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홍콩인들은 중국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최근 양쪽 남녀 간 혼인이 크게 늘었고, 중국에서 홍콩으로 이민해 정착한 인구도 100만명에 달한다”면서 “대다수는 중국이 조금 더 나은 조국, 즉 민주화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래야 홍콩도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고 했다. 연령·성별을 불문하고 100만명이나 거리로 나오게 만든 핵심 이유는 “자유가 사라지고 개인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라고 장 교수는 설명했다. 송환법이 통과되고 나면 범죄인 인도시 최소한의 견제 기능인 의회 심의가 사라진다. 특히 홍콩시민은 물론, 홍콩에 피신해 있는 중국 인권운동가 및 반중국 인사, 홍콩에서 일하는 외국인, 홍콩을 경유하거나 홍콩을 여행하는 관광객 등도 법 적용 대상이 된다. 장 교수는 “국적을 불문하고 중국 법을 위반한 사람이 홍콩에 있다고 판단되면 중국 정부는 인도를 요청할 수 있다. 홍콩에서 일하는 외국인들도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가 불미스러운 일을 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 경영진이나 직원, 외국인 투자자 등이 법안 통과시 홍콩을 떠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유이기도 하다. 홍콩인들은 정작 수많은 시위들이 성공한 사례가 없다며 좌절하고 있지만, 중국의 생각은 다르다. 중국 지도부에선 사사건건 반기를 드는 홍콩인들에 대해 “애국심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유일한 성공 사례는 2003년 국가안전법 철회인데, 이는 중국이 홍콩에 대해 위기의식을 갖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아울러 홍콩 시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부 국가의 행태도 중국 정부를 자극하고 있다는 게 장 교수의 설명이다. 장 교수는 “영국 의회는 반대파 인사들을 불러 연설을 듣고 영웅시하기도 한다. 2014년 우산혁명을 주도했던 조슈아 웡만 해도 이미 홍콩에선 신뢰를 덜 받고 있다. 하지만 영국 의회는 그와 같은 인사들을 한껏 추켜세운다”면서 “마치 다시 영국 정부의 통치를 원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는데, 중국 입장에선 곱게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홍콩정부가 송환법 심의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한 것에 대해 장 교수는 중국 정부도 예전과 달리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103만 시민이 거리에 나섰고 전 세계가 주목하면서 법안 통과가 무기한 연기됐다. 과거에도 잠정 연기된 적은 많았고, 결국에는 강행됐다. 하지만 100만 시위는 이례적인 일”이라며 “문제는 중국이 가장 싫어하는 게 내정간섭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추후 더 강경하게 대응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장 교수는 홍콩인들이 한국이 어떻게 민주화를 이뤄냈는지 알고 싶어하고, 또 한국을 보며 힘을 얻는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14일 홍콩 시위대는 ‘임을 위한 행진곡’개사해 광동어와 한국어로 불러 눈길을 모았다. 하지만 장 교수는 “홍콩은 실제로 한국과 많은 연대활동을 그동안 해왔다. 다만 우리는 ‘우리 정부’를 바꾸려고 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홍콩은 홍콩 정부를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중국 정부가 변해야 한다. 이 차이는 크다”고 지적했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주민 100만명이 결집한 지난 12일(현지시간) 홍콩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고 있다. (사진=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