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봤습니다]한해 고독사 2천여명…남겨진 죽음을 정리하다

고독사·살인 현장 전문 청소하는 '특수청소업체'
한 달 최다 20건 고독사 흔적 청소하기도
日 민간자격제도 도입···특수청소업체 5000개
  • 등록 2018-12-04 오전 5:00:00

    수정 2018-12-04 오전 5:00:00

지난달 27일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한 주택에서 특수청소작업에 앞서 함께나눔 직원들이 고인에 대한 예를 올리고 있다. (사진=신중섭 기자)
이데일리에서는 ‘관찰자’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부 기자들이 다양한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보고 듣고 느낀 경험을 독자 여러분에게 전해 드리는 ‘해봤습니다’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지난 27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한 주택.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만수무강 하십시오’라는 글귀가 적힌 빛바랜 가족사진이 보였다. 몇 발자국 더 내딛자 난생처음 맡아보는 악취가 마스크를 뚫고 들어왔다. 심하게 부패한 정체모를 액체들이 이불과 바닥에 엉겨 있었다. 이곳에 홀로 살던 노인의 고독사 흔적이었다. 유가족들은 사망 후 약 한 달이 지나서야 노인을 발견했다.

“한 달 정도 지나서 분비물이 꽤 있는 편이지만 여름이 지나서 냄새는 덜 나는 편이네요.” 이창호 함께나눔 전무이사는 당황해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기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이렇게 말했다.

시신의 부패나 훼손 상태가 심각할 경우 시신이 옮겨진 뒤에도 그 자리에 흔적이 남는다. 아무리 유가족이라고 해도 처참한 흔적을 정리하기란 쉽지 않다. 이창호 이사는 고독사나 자살, 살인 등이 발생한 현장을 청소하고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는 특수청소 업체를 운영한다.

사체 분비물 청소·유품 정리까지…죽은 이의 흔적을 정리하다

“입고 오신 옷에 냄새가 밸 거예요.” 함께 현장에 온 한 직원이 TV에서만 보던 방진복을 건네며 말했다. 이 직원은 “분비물 냄새는 심할 경우 콧속에도 남아 하루 종일 떠나지 않는다”고 했다. 함께나눔의 경우 보통 3인 1조로 작업을 하지만 이날은 집이 넓어 2명의 직원이 더 참여했다. 시신의 흔적을 치우는 것도 일이지만 집 안에 있는 모든 유품을 모두 정리하고 청소해야 하기 때문에 집이 클수록 작업량도 늘어난다.

직원들은 작업 시작에 앞서 향을 피우고 고인에 대한 예를 올렸다. 고인의 마지막 흔적을 잘 정리하겠다는 일종의 다짐이다.

묵념을 마친 직원들은 조용히 각자 담당한 구역에서 고인의 물건들을 종류별로 나눠 포대에 담았다.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의 옷가지와 추억이 담긴 빛바랜 사진들이 포대에 차곡차곡 쌓여 갔다.

본지 신중섭 기자가 특수청소업체 직원과 함께 유품정리를 하고 있다.
거실 한쪽에 놓인 박스를 들어 올리자 구더기 수십마리가 붙어 있어 놀랐다. 직원들은 “구더기가 사망한 시신이 있던 곳에서 따뜻한 곳으로 숨어든 것”이라며 “한여름 밀폐된 원룸에는 큰 대야 하나가 가득 차도록 구더기가 나올 때도 있다”고 귀띔했다.

장례지도사 출신인 박우람(32)씨는 이날 사체 분비물이 있는 방 청소를 맡았다. 코를 찌르는 악취속에서도 박씨는 능숙하게 분비물을 쓸어 담았다. 악취와 해충 등 2차 위생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특수약품으로 소독까지 마쳤다.

박씨는 “염을 했던 경험이 있어 크게 부담은 없다”면서도 “고독사 현장을 청소할 때마다 가족들이 있는데도 오랫동안 연락이 끊겨 뒤늦게야 시신이 발견된 걸 볼 때면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일본은 ‘특수청소업’ 호황…“고독사 증가에 특수청소도 전문성 필요”

우리나라에서 고독사는 매년 증가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3년 1280명이던 무연고 사망자는 지난해 2010명으로 4년만에 57%(730명)이나 늘었다. 무연고 사망자 10명 가운데 4명은 65세 이상 노인이다.

이창호 이사는 “무연고 사망자 뿐 아니라 유가족이 있음에도 고독사 하는 경우가 꽤 많다. 한 달에 많게는 20건 정도 작업한다”며 “처음 고독사 현장에 갔을 때 아파트 난간을 부여잡고 헛구역질을 했지만 수년 동안 현장을 다니다 보니 이제는 조금 무뎌졌다”고 했다.

수년 전부터 1인 가구와 고독사 증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한 일본의 경우 지난 2013년 특수청소업 민간 자격제도를 도입했다. 그다지 달갑지 않은 호황을 누리고 있는 특수청소업체들이 5000개에 달한다. 이 이사도 일본 특수청소업체에서 착안해 2011년 전문업체를 차렸다.

국내에는 특수청소전문업체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은 탓에 일반 폐기물업체가 유품정리와 특수청소를 맡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이사는 유품관리협회를 설립해 내년부터 유품정리사 교육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이사는 “안타깝게 떠난 고인의 마지막 모습이라도 잘 정리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 전문성을 갖춘 유품정리사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몸짱이 될거야"
  • 내가 구해줄게
  • 한국 3대 도둑
  • 미모가 더 빛나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