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GO를 찾아서]'힙지로'에서 '냉삼'을 외치다

1980~1990년대 유행한 냉동삼겹살 인기 부활
레트로 대명사 '을지로' 지역에 많아
수입육 대신 신선한 냉장육으로 손님에 적극 어필
  • 등록 2020-01-12 오전 8:00:00

    수정 2020-01-12 오전 8:00:00

을지로3가에 위치한 ‘전주집’에 차려진 기본 반찬들과 냉동 목 삼겹살. (사진= 김민정 기자)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현재 대한민국은 ‘뉴트로’ 열풍이 불고 있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의 합성어로 옛 트렌드를 최신것처럼 즐기는 것을 말한다. 이는 외식 문화까지 번졌는데 젊은층에게 ‘냉삼(냉동 삼겹살)’은 외식 메뉴 대세로 떠올랐다.

1980년대 ‘원조 냉동 삼겹살’ 식당들은 주로 학생들이 많은 대학가에 위치했다. 오랫동안 보관이 쉬운 냉동 삼겹살을 대패로 얇게 썰어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내어 주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과거 대학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던 냉동 삼겹살은 2030세대에서 ‘냉삼’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다시 핫해졌다. 냉삼은 1980~1990년대의 분위기를 복원한 인테리어와 짝을 이뤄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힙스러운’ 코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뉴트로 열풍 속 ‘힙지로’로 불리는 을지로에서 1989년부터 운영한 31년 전통의 냉동 목 삼겹살집을 찾아가봤다.

서울시 을지로3가에 위치한 냉동 목삼겹살 전문점 ‘전주집’. (사진= 김민정 기자)
을지로3가 골목 제일 구석에 위치한 ‘전주집’은 골목 안에서 그 전통을 자랑하고 있었다. 한자로 쓴 진로 소주 로고가 크게 박힌 빛바랜 간판과 네온사인으로 붉을 밝힌 상호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퇴근 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방문했음에도 이미 가게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어르신들부터 직장인, 그리고 학생들까지 다양한 손님들이 각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첫 느낌부터 ‘정말 맛집이구나’라는 생각이 단번에 들었다.

이곳은 종일 손님이 북적이는 만큼 각 테이블 위에는 데친 콩나물 더미와 부추무침, 그리고 달걀 노른자가 올라가 있는 파절이, 김치와 쌈 등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여기에 고기를 굽기 위한 무쇠 불판에는 종이 포일을 깔아 놓았다.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젊은 직장인과 학생들이 북적이는 테이블에는 각자 휴대전화를 들고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힙지로에 온 만큼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기 위해서다.

서울시 중구 을지로3가에 위치한 냉동 목삼겹살 전문점 ‘전주집’ 테이블. (사진= 김민정 기자)
이후 이곳의 대표 메뉴인 ‘냉동 목 삼겹살’을 주문하자 기름과 살코기가 절반씩 섞인 냉삼이 고운 빛깔을 하며 등장했다. 이어 얇게 썰린 고기가 불판 위에 올라가자 좋은 소리를 내면서 금방 먹기 좋게 익어갔다.

적당히 익은 고기는 그냥도 먹고 노른자가 뒤섞인 파절이와 함께 먹으면 고소하면서도 새콤함이 기분을 좋게 했다. 어떤 이는 냉삼을 맛본 뒤 “어렸을 때 엄마가 집에서 고기를 구워주던 그 맛”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도 있듯이 정신없이 고기를 굽다 보면 탄수화물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손님들의 마음을 헤아리듯 식당의 벽면에는 “마무리 볶음밥 한 공기, 단 고기 몇 점 남겨주세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그 맛을 보면 ‘마무리’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알 수 있다.

뉴트로 열풍으로 냉삼이 대세 메뉴로 떠올랐지만 그만큼 ‘맛’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 냉삼집들은 저렴한 가격의 수입 냉동 삼겹살을 내놓았지만, 지금의 소비자들은 신선한 재료를 바탕으로 최상의 맛과 품질을 원한다.

이곳 역시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켰던 이유가 있었다. 신선한 고품질의 냉장육을 급냉장시켜 당일에 손님상에 내놓는다고 했다.

세월을 돌아 냉삼에 다시 열풍 하는 현재 누군가는 변변치 않았던 젊은 날의 추억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새로운 것을 경험하며 즐거움을 느낀다. 이것이야말로 모두가 뉴트로에 열풍하는 것이 아닐까.

서울시 중구 을지로3가의 한 골목. (사진=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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