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지분 매각이 공정위의 총수(동일인) 지정을 회피하려는 목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보기술(IT) 업계는 이번 논란이 재벌 대기업들이 키워왔던 제조업 생태계와 다른, 디지털 혁신경제로 나가는데 필요한 규제의 합리적 수준을 정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 깜짝방문부터 블록딜까지…지분 매각은 공정위 이슈와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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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공정위의 동일인 규제가 친인척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같은 재벌경제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벤처 창업자로 출발해 성장해 온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네이버에 대한 ‘무총수기업 지정’을 요청했다.
일각에선 공정위 규제를 앞두고 지분 줄이기 시위에 나선 것 아니냐고 보지만 ▲매각 지분이 소량이어서 상징적 의미가 크지 않다는 점 ▲공정위가 이미 지분율이 아니라 기업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 여부로 보겠다고 밝힌 점 ▲이해진 전 의장의 상반기 보수는 8억1000만원으로 네이버 한성숙 대표이사(15억 4500만원)의 절반 수준이어서 큰 돈이 필요하면 네이버 지분을 팔아야 한다는 점 때문에 설득력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전 의장은 월급을 올려 달라고 하지 않아 현금이 별로 없다”라며 “개인목적으로 자금이 필요할 때에는 네이버 지분을 팔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라인의 스톡옵션을 행사하려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고, 이번에 818억 원을 마련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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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의장은 부친이 대기업 간부 출신으로 알려졌지만 재벌가 같은 ‘금수저’ 출신은 아니다.
그는 지분율이 아닌 전략으로 네이버를 통솔해 왔다. 이 전 의장의 네이버 지분율은 이번 매각으로 기존 4.64%에서 4.31%로 내려갔다. 이는 같은 서울대 출신으로 1990년대 초반 카이스트(KAIST) 대학원을 함께 다닌 김정주 넥슨 전 회장과도 온도차가 난다. 김 전 회장은 우호 지분 유지에 유난히 많은 신경을 썼고, 서울대 동문이었던 진경준 검사장에 대한 주식 특혜 의혹까지 낳았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라인 상장과 관련해 신중호 CGO에게 주식을 몰아주면서 “내가 당신을 주식부자로 만들어줬듯이 열심히 해서 (브이나 웹툰 같은 다른 것들도 글로벌 증시에 상장시켜) 다른 후배들도 부자가 되게 도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라인이 도쿄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신고서에 따르면 신중호 CGO는 총 1026만4500주의 스톡옵션을 보유했고, 이 전 의장은 절반 수준인 557만2000주를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몇몇 천재가 시장을 바꾸는 IT 업종의 특성상, 창업자의 지분율은 낮아도 신사업 진출이나 서비스 개발 같은 경영의 주요 의사 결정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산업화 시대 재벌규제 패러다임으로 똑같이 규제하는게 맞느냐”라고 되물었다.
박용후 PYH 대표는 “다른 나라의 벤처 창업자들은 어떻게 세계시장에서 싸울까 고민하는데 우리나라는 ‘공무원’과 ‘규제’, 이런 것들과 싸워야 한다”며 “이런 일이 새 정부들어서도 계속된다면 4차 산업시대의 대한민국은 암울할 수 밖에 없다. 기업들이 자유롭게 도전하며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