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규현(32)은 2010년 뮤지컬 ‘삼총사’를 통해 처음 만난 선배 뮤지컬배우 엄기준과의 일화를 털어놨다. 당시 아무 것도 모르고 뮤지컬을 시작한 규현은 뮤지컬 발성도 대사 톤도 잘 알지 못해 쩔쩔매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제대로 한 번 파보자’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뮤지컬에 도전했다.
그런 노력을 주변에서도 금방 알아챘다. 선배 배우들이 돕기 시작한 것이다. ‘삼총사’를 시작으로 ‘캐치 미 이프 유 캔’ ‘베르테르’ 등을 함께 한 엄기준은 규현에게 중요한 뮤지컬 멘토가 됐다. ‘베르테르’로 만난 조승우에게서도 무대에서 몸을 쓰는 법 등을 배웠다. “가수 리허설 때는 힘을 빼는 경우도 많지만 뮤지컬은 늘 연습부터 많은 에너지를 들여 몰입하려고 한다.” 그렇게 규현은 11년차 뮤지컬배우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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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가 1세대 아이돌 출신이다 보니 뮤지컬에 도전하는 아이돌 후배들을 자주 도와준다더라. 공연 끝난 뒤 목 관리 방법과 발성할 때 어떤 부분을 사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표현하기 좋은 발음법 등을 선배가 디테일하게 알려줘서 4시간 정도 정말 열심히 배웠다.”
‘웃는 남자’는 규현이 지난해 5월 소집해제 이후 처음 선택한 뮤지컬이다. 뮤지컬 복귀는 2016년 ‘모차르트!’ 이후 약 4년 만이다. 2018년 관람한 ‘웃는 남자’ 초연이 너무 재미있어서 다른 뮤지컬 제안도 마다하고 출연을 결정했다. 규현은 “연습 때는 부담이 컸지만 지금은 공연이 거듭될수록 다음 공연이 기다려진다”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규현이 맡은 그윈플렌은 어릴 적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에 납치돼 입이 양쪽으로 찢어진 비운의 캐릭터다. 매 공연 시작 전 30분 동안 분장을 하고 무대에 오른다. 분장 때문에 공연 직전 간단히 허기를 때우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무대에서는 분장이 더 큰 자신감이 된다. 제일 좋아하는 넘버는 2막 후반부의 ‘그 눈을 떠’. 규현은 “각박한 시대에 사람들에게 다 같이 잘 살아보자고 설득하면서 폭발하는 감정이 좋다”고 말했다.
“무대서 박수를 받는 순간이 감동적이다. 커튼콜 때 팬들이 콘서트마냥 박수를 쳐주면 소름이 돋는다. 내가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는 사람이라는 기분이 든다. 이렇게 사랑받는 것도 쉽지않은 일 아닌가. 다시 태어나도 아이돌이자 뮤지컬배우로 무대에 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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