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져야 본전'식 호가 띄우기…실거래가와 1억差 넘는 단지 수두룩

"이 호가 실화냐" 1월 서울 아파트 거래 내역 보니
집주인들 매물 거두고 호가 올려
매물 거두고 실거래가 신고 늦게 돼
확인 안된 소문도 호가 경쟁 부채질
"60일 이내 실거래가 신고기간 단축해야"
  • 등록 2018-02-26 오전 6:00:00

    수정 2018-02-26 오전 8:12:21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올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으면서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와 ‘실거래가’ 사이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매수 희망자는 “호가는 호가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집주인들은 “실제 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맞선다.

26일 이데일리가 국토부 실거래가 사이트에 올라온 1월 서울 아파트 거래 내역을 확인한 결과 상당수 아파트는 호가와 거래가 간 차이가 수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각적인 시세 파악 힘든 실거래가 시스템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재건축 조합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속도전을 내고 있는 강남구 개포동 주공7단지 전용면적 73㎡는 지난 1월 호가가 17억원까지 뛰었지만 실제 거래는 15억 5000만원 선에 이뤄졌다. 이후 1월 말 거래가는 14억 3000만원으로 더 낮았다. 호가와 거래가 차이가 1억 5000만원에서 많게는 2억 7000만원까지 나는 것이다.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아파트 역시 1월 중순 전용 59㎡이 11억원을 호가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실거래가로 등록된 7건 중 가장 높은 가격은 10억원이었다.

오는 12월 입주 예정인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원 아이파크 아파트 분양권은 1월 중순 전용 84㎡ 호가가 8억원을 찍었다. 분양가 5억 9000만원에서 프리미엄(웃돈)만 2억 1000만원이 붙은 것이다. 그러나 실제 1월 중순 이뤄진 거래는 7억 3962만원 한 건이었다.

호가가 이처럼 터무니없이 높은 것은 주택시장이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바뀐데다 매물조차 없어 매수자들이 시세를 제대로 알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운영하는 실거래가 사이트는 계약 체결 후 60일 이내에 구청 등 관할 행정기관에 실거래가격을 신고하면 돼 즉각적인 시세 파악이 어렵다. 다양한 매물이 나와야 적합한 시장가격이 형성되는데 가격 상승을 기대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데다가 정부의 각종 규제로 매물이 더욱 줄어들면서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결국 집주인들이 ‘밑져야 본전’이라며 기존 거래가격보다 1억~2억원 오른 가격에 매물을 내놓고 마음이 조급한 매수자가 매입하면 또다시 호가가 더욱 상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는 전용 84.88㎡ 기준으로 호가가 10억 6000만원까지 뛰어올랐고 지난 1월 말 마침내 10억원에 팔렸다. 이후 호가는 10억원을 넘어 12억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광진구 자양동 더샵스타시티는 지난 1월 말 전용 139㎡이 14억원에 거래됐다. 당시 상한가는 14억 5000만원이었다. 지금은 고층 이상은 최고 20억원까지 호가가 올라갔다. 이달 전용 59㎡가 19억 2500만원에 거래되며 3.3㎡당 8000만원을 넘긴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은 최근 34억원을 호가하는 매물이 등장했다. 호가를 3.3㎡당 1억원으로 올린 것이다.

수요자들 “집값 상투 잡을라” 위기감 커져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 올라오는 ‘실제 이 가격에 거래됐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도 호가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는 전용 84㎡가 17억원 이상이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1월 신고된 거래 중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것은 16억 5000만원이다. 송파구 신천동 장미아파트는 총 3522가구의 대단지이지만 가격 상승을 기대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싹 거둬들이면서 지난달 거래할 수 없는 매물 자체가 없었다.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33평(전용 82㎡)이 15억원에 거래됐다”는 글이 올라왔으나 지금까지 신고된 전용 82㎡ 거래는 12억 9000만원 한 건에 그쳤다.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 분양권은 전용 84㎡가 27억원에 거래됐다는 소문이 퍼지며 호가가 일제히 올랐다. 그러나 현재 실거래가 신고는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인근 M공인 관계자는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매물 정보가 담긴 문자를 보내면서 와전된 듯하다”며 “해당 물건이 거래됐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매수 희망자들 사이에는 이러다 ‘상투’를 잡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강남구 수서동 강남데시앙포레 전용 84㎡는 1월 중순 2건의 거래가 이뤄졌는데, 한 건은 11억 4000만원이었고 한 건은 13억 5000만원에 매매됐다. 그러나 1월 말 거래에서는 10억 9500만원에 팔린 것으로 신고됐다. 비슷한 기간에 이뤄진 거래였는데도 가격 차이가 2억원 가까이 벌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실거래가 시스템을 개선해 부동산시장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용만 한성대 교수는 “현재 실거래가 신고는 60일 이내에만 하면 되도록 돼 있어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부동산시장 투명화를 위해서는 현재 60일로 된 신고기간을 단축하고 부동산전자거래시스템을 활성화할 인센티브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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