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갈릭걸스·배추보이..국민종목으로 이끈 기업 있었다

평창서 빛본 '키다리 기업들'
썰매종목엔 현대차-포스코대우
롯데·CJ그룹·신한금융은 스키
컬링팀은 신세계·KB금융이 맡아
조건없이 묵묵히 물심양면 지원
윤성빈·컬링·이상호 메달 결실
  • 등록 2018-02-26 오전 6:00:00

    수정 2018-02-26 오전 6:00:00

이상호(사진=CJ)
윤성빈(사진=CJ)
[이데일리 스타in 조희찬 기자] 한국에서 동계 종목이 전국민의 관심을 받는 건 4년에 한 번, 동계올림픽이 열릴 때다. 그럼에도 한국은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유일하게 종합 순위 ‘톱10’에 든 아시아 국가다. 이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자처한 기업들의 손길이 있었다.

한국은 25일 폐막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금5·은8·동4’로 종합 7위를 기록했다. 한국이 따낸 17개의 메달은 역대 동계올림픽 최다 메달이다. 무엇보다 쇼트트랙에서만 메달을 쓸어 담는 ‘메달 편식’ 현상을 없애고 스켈레톤과 컬링, 스노보드, 봅슬레이 등 아시아 선수들에게 불모지로 불렸던 종목에서도 메달을 따내는 게 주목할만한 쾌거다.

스켈레톤과 스노보드, 봅슬레이 등은 우리나라 동계 스포츠에서도 ‘비인기 중의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된다. 평창대회를 준비하기 전까지 메달은커녕 올림픽 출전권조차 따내기 어려운 종목들이었다. 수익을 위해 투자하는 기업의 특성상 동계 스포츠에 대한 투자는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와도 같았지만, ‘키다리 대기업 아저씨’들은 아낌 없이 지갑을 열었다.

◇“봅슬레이·스켈레톤 후원? 우리랑 닮아서요”

‘아이언맨’의 탄생을 위한 부품값과 연구개발비는 포스코대우와 CJ그룹 등의 후원으로 시작됐다. 포스코대우는 2011년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과 메인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7년 22억원. 계약 첫해 썰매 구입비 1억원을 포함해 4억원을 후원하고 이후 매년 3억원씩을 주는 조건이었다. 5평 남짓한 공간에 직원은 3명이 전부였던 연맹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3년 3월 미국에서 열린 아메리카컵 7차 대회에서 2인승 봅슬레이 대표팀은 한국 최초의 국제대회 금메달을 획득하기에 이른다. 평창에선 윤성빈이라는 ‘슈퍼 스타’를 탄생시켰다.

포스코대우는 “어려운 여건을 딛고 성장한 포스코대우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끊임없는 도전으로 세계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의 모습이 너무나 비슷했다”고 배경을 전했다. 이어 “봅슬레이·스켈레톤 종목의 발전 가능성을 선수단의 열정으로 느낄 수 있었다”며 “평창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의 가능성을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CJ그룹은 ‘비인기 종목 유망주의 꿈을 후원한다’는 철학으로 2010년부터 동계스포츠 선수들을 지원했다. 여기에는 ‘스포츠광’으로 알려진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의지도 담겨있다.

윤성빈은 CJ그룹이 눈여겨본 유망주였다. 단순히 돈으로 후원하는 것이 아닌 자사의 건강식품 등을 챙겨주는 정성을 보였다. 윤성빈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져 아예 봅슬레이스켈레톤 연맹의 후원사로 나섰다. 이밖에도 모굴스키 최재우,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김호준, 스노보드 알파인 이상호 등 이번 평창 올림픽에 참가한 비인기 설상 종목 선수들이 CJ의 후원을 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CJ는 연간 동계스포츠 선수 및 연맹 후원을 위해 10억여원을 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자동차와 LG전자, KB금융 등도 알려지지 않은 봅슬레이·스켈레톤의 ‘키다리 아저씨’다.

동계 스포츠 후원 기업 명단.(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컬링, 뜰 줄 알았다니까요”

신드롬 수준의 인기몰이를 하는 ‘팀 킴’ 여자 컬링 대표팀의 ‘키다리 아저씨’는 신세계와 KB 금융그룹이다. 신세계그룹은 2012년부터 대한컬링경기연맹과 공식 후원협약을 맺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연맹 운영비와 전국 대회 개최 등으로 약 100억원 규모의 후원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그룹은 대규모 베팅의 배경으로 컬링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100억원 베팅은 손기술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종목인 컬링에서 더 좋은 환경이 뒷받침된다면 효자 종목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됐다. 때문에 소속팀 창단이나 국가대표 등 특정팀을 지원하지 않고 저변 확대를 위해 연맹 차원의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신세계그룹 측은 이데일리에 “스케이트와 스키 외에 이렇다 할 동계레져스포츠가 없는 국태 특성상 저변이 확산한다면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컬링이 동계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KB금융그룹의 조건 없는 사랑은 김연아로 시작해 컬링 대표팀의 성공으로 정점을 찍었다. KB금융그룹은 피겨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의 경우 2008년부터 10년 이상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대한아이스하키협회, 대한컬링경기연맹 등 거의 모든 비인기 동계 종목의 스폰서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KB금융의 한 관계자는 “이미 스타가 된 선수들을 후원하기보단 비인기 종목이라 할지라도 선수들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 했다”며 “우리는 환경을 지원한다는 사회적 책임의식과 ‘꿈을 그리고 온 힘을 들이면 꿈이 이루어진다’는 경영철학이 있다”고 전했다.

윤종규 회장의 스포츠 사랑은 업계에서도 널리 알려졌다.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상상 이상이다. 윤 회장은 후원하는 선수들의 생일에 수제 케익과 직접 쓴 축하카드를 보내고 모바일 메신저로 응원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롯데는 2014년부터 대한스키협회 회장사를 맡아 한국 스키 첫 메달을 수확한 이상호를 후원해 왔다. CJ제일제당과 신한금융그룹 등도 대한스키협회의 공식 후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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