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엿보기]⑥압구정 로데오거리 중고명품점을 가다

"가격 더 쳐 달라" 여기저기서 흥정
  • 등록 2012-04-17 오전 11:07:00

    수정 2012-04-17 오후 1:52:12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17일자 20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다른 곳은 둘러보셨나요? 상태가 별로 좋지 않네요. 45만원 정도 드릴 수 있어요. 위탁이면 좀더 나은 가격으로 받을 수 있고요."

지난 13일 오후 찾아간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의 한 중고 명품(名品)가게에서는 주인과 손님 사이의 눈치작전이 한창 펼쳐지고 있었다. 명품 중고제품을 팔러 온 손님은 흥정 가격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시큰둥해진 표정으로 "더 둘러보고 오겠다"며 출입문을 나섰다.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골목에 들어서면 중고 명품가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곳에는 30여곳의 소규모 중고 명품숍이 몰려 있다.
압구정동 로데오길에는 부촌(富村)의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을법한 15~50㎡ 이하의 소규모 가게들이 30여개 몰려 있다. 중고명품을 판매하는 가게다. 이곳에서는 유행이 다했거나 매년 출시되는 인기 명품백과 시계 등을 정가의 50~60%에 구입할 수 있다. 고객이 명품을 되팔 경우엔 구입가의 20~45% 정도를 받을 수 있다.

이 중에는 가격표도 떼지 않고 장롱 속에 고이 모셔 두었거나 선물로 받았으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 중고 명품시장에 나온 제품도 꽤 있다. 그중 한 매장에 들어서니 매장 전면에 진열된 `샤넬 2.55` 핸드백이 눈에 띄었다.

제품을 가리키자 "이 제품은 들어오면 바로 나간다"며 "남이 쓰던 가방을 350만원이나 주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이죠"라는 여주인의 말이 돌아왔다.  
▲중고 명품가게 쇼윈도에 진열된 제품들을 주의깊게 바라보고 있다.  
한때 백화점에서 197만원에 팔렸던 `루이비통 베르니 라인` 중고 몸값은 90만원 정도. 루이비통 `스피디`와 `네버풀 라인`은 되파는 사람이 많은지 선반 두 개를 꽉 채우고 있었다. 정가 210만원의 `티볼리`는 155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었다.

주 고객은 경제력이 있는 30~40대 고객부터 주부, 노년층까지 대중이 없다는 게 점원들의 얘기다. 역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거리에서 3초에 한번씩 볼 수 있어 3초백이란 애칭이 붙은 `루이비통`이고, 이어 `샤넬`, `에르메스`, `프라다` 순이다. 매스티지 브랜드(준명품)로 인식되는 `메트로시티`나 `MCM`은 10대 중·고등학생들이 많이 찾는단다. 50~60대는 `펜디`나 `버버리`를 선호한다.  
▲압구정동 중고명품가게에서는 명품 구입뿐 아니라 갖고 있는 명품을 매입, 위탁은 물론, 물물교환 등 대출까지 받을 수 있어 현금이 급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3년 전부터 중고명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영환(43)씨는 "손님이 예전보다 줄었다"며 "대중화된 명품시장의 영향으로 온라인이나 아울렛 매장 이용객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명품매입과 판매, 위탁, 대출, 물물교환까지 가능해 명품 마니아층 사이에서는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중고명품들이 매장 가득 진열돼 있다.
명품을 되파는 방법은 위탁과 매입이 있다. 위탁은 말 그대로 중고명품 매매업자에게 판매를 맡기는 식이기 때문에 매입일 때보다 가격을 더 쳐준다.   매입은 매매업자가 그 자리에서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방식. 이 경우 해당 제품을 감정한 뒤 일방적으로 가격을 매기기 때문에 당장 현금을 손에 쥘 수는 있지만 흥정할 수 없다는 게 단점이다. 하지만 위탁은 물건이 팔려야 돈을 받을 수 있다.

중고 명품의 시세는 연식·시중가·유행·상태(태닝, 얼룩, 마모감), 부속품(구매영수증, 포장) 등의 유무로 결정된다.

명품을 구입하러 나온 장미영(35)씨는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싫증을 느껴 가지고 나오는 명품이 많다"며 "발품만 팔면 중고제품이라도 새것 같은 제품을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내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귀띔했다.

되팔러 나온 한 여성은 "갑자기 돈이 필요한 경우 현금서비스나 주변 사람들에게 아쉬운 소리 할 필요 없이 돈을 융통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백화점 명품시계 매장에서의 25년 경력으로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중고명품시계가게 문을 연 김승준 대표가 명품시계를 수리하고 있다.
명품시계 수리, 판매하고 있는 김승준 대표(52)는 백화점 명품 시계매장에서의 25년의 경력을 발판으로 1년전 이곳에 가게 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경기가 어려운 만큼 수선하는 사람도 늘고 급전을 구하는 사람도 늘어 중고품이 쏟아지고 있다"며 "한때 강남에선 촌스럽게 여겨졌던 롤렉스는 중장년층이, 까르띠에는 젊은층에게 인기있는 품목"이라고 전했다.

요즘 중고 명품 시계 매장은 단순한 매매 외에도 수리까지 책임지는 곳이 많다. 김 대표는 "구매 영수증이 있어도 제조국까지 보내져 A/S를 받으려면 최소 5~6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명품전문 매장도 국내 수선업체에 수리를 맡긴다"고 덧붙였다.

한편 관련업계는 중고명품 시장의 규모를 1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국내 전체 명품 시장 매출(5조원)의 25%에 이르는 수준이다.   ▶ 관련기사 ◀ ☞[명품엿보기]⑤손님보다 직원이 많네 ☞[명품엿보기]④`우린 달라`..가장 몸값비싼 명품은? ☞[명품엿보기]③구찌등 4곳 매출 1000억 클럽 ☞[명품엿보기]②男-의류 女-가방 명품 선호 ☞[명품엿보기]⑥압구정 로데오거리 중고명품점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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