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스파링’을 가장한 학교 폭력으로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진 고등학생을 돕기 위해 주민들이 자발적인 모금에 나섰다.
| 인천 영종도 지역 맘 카페에서 스파링을 가장한 학교 폭력 피해를 당한 학생들 돕기 위한 모금을 시작했다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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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종도 지역 주민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맘 카페에서는 지난 15일부터 학교 폭력 피해자인 고교생 A(16)군을 돕기 위한 모금을 시작했다.
카페 측은 ‘마음을 조금씩 모아서 아이가 눈을 뜨고 일어나는 날 이모 삼촌들이 밥 한 끼 사 주기로 하자’며 ‘단 100원이어도 좋으니 마음을 모아달라’고 공지했다.
이달 31일까지 카페 명의 계좌에 모인 금액은 금액 입금 내역을 모두 공개한 뒤 피해자인 A군 측에 전달할 방침이다.
앞서 영종도 지역 주민 820명은 가해 학생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모아 A군 측에 전하기도 했다.
가해 학생 B(16)군 등 고교생 2명은 최근 중상해 혐의로 구속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오후 3시께 인천시 중구 한 아파트 내 주민 커뮤니티 체육시설에서 A군을 심하게 폭행해 크게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A군에게 머리 보호대를 씌운 뒤 2시간40분가량 번갈아 가며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A군은 머리 등을 크게 다쳐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B군 등 가해 학생들은 경찰 조사에서 “스파링을 하다가 발생한 사고”라며 고의성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자를 엄벌해달라며 피해 학생 부모가 올린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지난 16일 청와대 답변 충족 기준인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 학교 폭력 피해자 A군 부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잔인하고도 무서운 학교 폭력으로 우리 아들의 인생이 망가졌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지난 16일 답변 충족기준인 20만 명 동의를 얻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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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군 부모는 글에서 “(경찰 수사 과정에서) 가해 학생들이 폭력을 가장한 스파링을 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아들이 기절했는데도 가해 학생들은 119구급대를 부르지도 않고 물 뿌린 차가운 바닥에 아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녔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깨어나도 일반인처럼 생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후가 더 많이 보여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로 끝이 나니 아무런 죄의식 없이 금방 풀려난다고 생각할 것이고, 우리 아들 같은 피해자들은 계속 늘어갈 것”이라며 “가해 학생을 엄벌하고, 학교폭력이 사라질 수 있게 관련 법을 만드는 분이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