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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회담 4일 전인 23일, 평양을 떠나면서 무려 66시간의 대장정에 올라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차 정상회담 때와는 달리 외교안보라인 뿐만 아니라 경제라인 실세들도 대동하면서 ‘하노이 선언’ 합의에 자신감을 보였다.
회담에 돌입해서도 성급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론에 대고 길게 모두발언을 하는 동안에도 김 위원장은 말을 아끼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더 많은 시간을 바랐다. 김 위원장은 취재진의 질의가 이어지자 “우리가 좀더 이야기할 시간을 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는 1분이라도 귀중하다”고도 절실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벼랑 끝 전술’을 들고 나오면서 분위기가 180도 뒤집혔다. 지난해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으로 외교 데뷔전을 치렀던 김 위원장으로서는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의 3차례 정상회담, 역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며 승승장구했지만 처음으로 제동이 걸리게 된 셈이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경제건설 총력노선을 채택하며 인민들을 독려했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제재 완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경제개발은 난망한 목표가 됐다. 집권 자체에까지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추후 협상 과정에서 부담감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협상 무산의 원인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기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가질 부담이 크다”라며 “협상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이번 회담에 강경한 목소리를 내온 미 조야의 전문가들에게 실패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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