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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대통령도 예외 없다…트위터, 트럼프 트윗에 '가짜뉴스' 경고
-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에 처음으로 ‘경고 딱지’가 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담긴 내용은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인 만큼 사실을 확인해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트위터는 26일(현지시간) 우편투표가 선거 조작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2건에 파란 글씨로 경고를 의미하는 느낌표와 함께 ‘우편 투표에 대한 사실을 확인해보라(Get the fact about mail-in ballots)’는 문구를 삽입했다. 트위터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팩트체크 경고 문구를 부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편투표는 사기나 다름없다”는 내용의 트윗 2건을 게재했다. 그는 “우편함은 도둑맞을 수 있다. 투표용지는 위조되거나 불법 인쇄될 수 있으며 서명이 위조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수백만명에게 투표용지를 보내고 있다. 투표용지가 누구에게, 또 어떻게 발송되든지 간에 주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투표용지를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는 어떻게, 누구에게 투표해야 할지 모르는, 투표할 생각조차 없었던 이들에게 전문가들의 투표 권유가 뒤따를 것”이라며 “부정선거가 될 것이다.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트위터는 곧바로 팩트체크 경고 문구를 부착했다. 문구를 클릭하면 CNN, 더힐, 워싱턴포스트(WP), CBS 등의 기사와 해당 언론사 기자들의 트윗이 나열된다. 이들 기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근거 없는 음모론을 펼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열된 기사들 중간에는 검은색 굵은 글씨로 ‘CNN, 워싱턴포스트, 그리고 기타 팩트체커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확실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우편투표가 사기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지적한다’고 적혀 있다. 앞서 트위터는 이달초 허위 정보를 담고 있는 트윗에는 적극 대처하겠다며 팩트체크 정책을 발표하면서 정부 관료를 비롯한 모든 사용자에게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 3월 게재했던, 입증되지 않은 신규 코로나19 치료제와 관련된 게시물들을 삭제한 바 있다. 트위터는 이날 별도의 성명을 내고 “해당 트윗들은 투표 절차에 관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담고 있다”며 “우편투표에 관한 추가적인 맥락을 제공하기 위해 경고문을 부착했다”고 설명했다.
- [밑줄 쫙!]동성애자 증오 범죄…올 여름 더위도 '활활활'
- 읽고 싶은 기사를 포털에서 골라보는 시대. 쏙쏙 이해하고 있나요? 항상 요약을 찾아 나서는 2030 세대를 위해 준비했습니다. 어제의 뉴스를 지금의 언어로 쉽게 전하는 시간. 밑줄 쫙, 집중하세요! 지난달 영국에서 동성애자 증오 범죄가 발생하자, 네티즌들이 공분을 쏟아냈어요. 가해자 10대 남성들은 최근 '증오 범죄' 혐의로 기소됐죠. (자료=트위터 갈무리)첫 번째/ 진짜 ‘떠나야 할 사람’은영국에서 발생한 동성애자 증오 범죄. ‘무서운 10대’는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증오 범죄요?증오 범죄(Hate crime)는 인종이나 성별, 종교, 성적 지향을 증오하면서 생긴 범죄를 말해요. 다른 말로 혐오 범죄라고 부르죠!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이나 인종이 다르거나, 종교 갈등이 심할 때 발생하는데요.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증오 범죄는 미국의 백인 우월주의 집단인 ‘KKK단’이에요. 19세기부터 활동한 KKK단은 흰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미국 흑인들을 상대로 테러를 일삼았죠. 그로부터 두 세기가 지난 지금, 영국에서 성적 지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또 다른 증오 범죄가 일어났어요.◆ 영국에선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이 나라를 떠나라”· “나의 성적 취향을 감추는 일은 없다”증오 범죄로 피해를 본 사람들은 크리스(29)와 멜라니아 헤이모나트(28). 이들은 지난달 30일 버스를 타고 가다가 10대 남자 청소년들에게 폭행을 당했어요. 가해자들은 “둘이 키스 해보라”며 조롱하기도 했죠. 심지어 소지품까지 강탈해갔어요. 무차별 폭행에 헤이모나트는 코뼈가 골절됐죠.증오 범죄로 충격에 빠진 영국. 헤이모나트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나의 성적 취향을 감추지 않을 것”이라고 당당하게 밝히면서도, 폭행 후유증 때문에 두려운 모습을 내비쳤어요. 그녀의 친구들이 “영국을 떠나라”는 말도 내뱉었다고 전했죠. 동정과 혐오의 시각이 공존하면서 영국 사회도 계속 시끄러운 상황. 한편 가해자들은 경찰에 체포돼 지난 25일 ‘증오 범죄’ 혐의로 기소됐어요. 심지어 그 중 한 명은 대마초 소지 혐의도 있다고 하니... 절레절레.◆ 영국은 동성애가 불법인가요?영국은 1998년 동성애 허용의 기반이 된 인권법을 통과시켰고, 2006년에 동성애자 차별을 불법으로 명시한 평등법이 제정됐어요. 지난 2014년부턴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에서 동성 결혼도 허용됐죠. 정치인들도 동성애에 긍정적인 의견을 밝혀 왔는데요. 윌리엄 영국 왕세손은 “자녀들이 커밍아웃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전적으로 괜찮다”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걱정된다”며 불안한 속내도 덧붙였어요. 여전히 동성애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죠. 리카르도 로세요 푸에르토리코 전 주지사가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혐오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많은 시민이 시위에 나섰어요. (사진=연합뉴스,)두 번째/ 엘 푸에블로!누군가의 “사퇴하세요!”가 푸에르토리코에서 나왔다면.◆ 푸에르토리코 이야기인가요?이번 문제의 장본인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의 주지사에요. 영국에서 증오 범죄가 발생했다면 여기는 혐오 발언이 나왔죠. 논란의 중심에 선 장본인은 리카르도 로세요 푸에르토리코 주지사. 그는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대화 도중 막말을 내뱉었고, 언론에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시민들의 분노를 불러왔어요. 홍콩 시위에 버금갈 정도로 많은 시민이 시위에 참여했는데요. 푸에르토리코 7분의 1 수준인 50만 명이 시위에 동참했어요.◆ 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그렇게 해주면 고맙지~”이른바 ‘챗 게이트’라고 불리는 이 사건에서 로세요는 동성애자, 정치인 등을 대상으로 혐오 발언을 내뱉었는데요. 먼저 가수 리키 마틴이 ‘맹목적 남성 우월주의적인 동성애자’라며 조롱했죠. 미국의 여성 정치인들에게는 ‘매춘부’라는 발언도 나왔어요. 지난 2017년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한 허리케인의 희생자들을 주제로 한 이야기도 나왔죠. 이 가운데 로세요의 측근이 야당 소속인 모 시장을 “총으로 쏘고 싶다”고 말하자 로세요가 “그렇게 해주면 고맙겠다”고 답했어요. 챗 게이트가 점점 커지자 로세요는 “부적절한 발언을 사과한다”며 “주지사 선거에 재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어요. 그러나 시위대는 로세요의 퇴진을 요구했죠.◆ 결국 사퇴했나요?챗 게이트의 피해자인 가수 리키 마틴까지 주지사 퇴진 시위에 동참하면서 대규모로 번졌어요. 시민들은 “주지사가 물러날 때까지 시위를 이어간다”고 주장했는데요. 결국 로세요가 현지 시간으로 지난 24일 퇴진 의사를 밝혔어요. 챗 게이트가 벌어진 지 12일 만이었죠. 시민들은 “드디어 해냈다”고 외치며 승리를 만끽했어요. 로세요가 사퇴하면서 푸에르토리코의 행정은 완다 바스케스 법무장관이 대행하게 됐어요. 원래 1순위로 대행을 맡아야 할 국무장관도 문제의 채팅방에 있었고, 로세요보다 먼저 사퇴해 버렸거든요! 프랑스 파리에 섭씨 40도가 넘는 더위가 다가오면서, 시민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어요. (사진=로이터)세 번째/ 낮 기온이 활활활!올여름 프랑스 파리와 이집트 카이로, 어디가 더 뜨거울까요?◆ 음... 적도랑 더 가까운 카이로?프랑스 현지 언론들은 카이로보다 파리가 더 뜨거웠다고 전했어요. 최근 서유럽에서 섭씨 40도가 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기 때문. 현지 시간으로 지난 25일 프랑스 파리는 최고 42.5도를 달성했어요! 벨기에, 네덜란드 등 인접 국가들도 뜨거운 날들을 보냈죠. 심지어 독일 북서부 지역에서는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이 기록됐다는 소식도 있었고요. 항상 무난한 여름을 보냈던 시민들도 당황한 기색이었죠.◆ 왜 이렇게 더워진 거죠?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온 뜨거운 바람이 서유럽으로 몰렸기 때문이죠. 대서양에 저기압이 들어오면서 건조한 공기가 서유럽을 강타했거든요. 이를 두고 기상학자들은 ‘뉴 노멀’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어요. 한국처럼 뜨거운 여름을 보내게 될 서유럽의 새로운 모습이라는 얘기. 갑작스러운 폭염으로 원자로가 멈추고 폭염 적색경보가 발령되는 등 각국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어요.세 문장, 세상 이야기◇ 생사 엇갈린 자사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교육부가 전북 상산고를 일반고로 전환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러나 함께 평가를 받은 경기 안산동산고는 일반고로 전환하게 됐죠. 교육부는 전북 교육청의 높은 평가 기준점은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일부 평가에서 재량권 일탈에 해당한다고 평가했어요.◇ “마두로, 그만두로!”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주변인들이 미국으로부터 강한 제재를 받고 있어요. 마두로가 부정선거와 경제난 등으로 지탄받고 있는 가운데, 그의 의붓아들까지 확대됐죠. 이번엔 식품 계약을 부풀려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13개 단체와 10명이 제재 대상에 올랐어요.◇ 난민선 전복 사고유럽으로 가는 이민자들이 탄 배 3척이 아프리카 리비아 인근에서 전복됐어요.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약 140명이 구조됐고 250명이 실종된 상태에요. 적지 않은 난민들이 해상 사고로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스냅타임
- "총알 살 돈이 없어서"…베네수엘라 살인물가에 범죄마저 줄었다
- 거리에서 ‘엘 네그리토’로 불리는 24세의 한 베네수엘라 범죄자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한 손에는 총을 든 채 AP통신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NBC방송 홈페이지 캡쳐)[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베네수엘라 경제가 5년 만에 반토낙 났다. 살인적인 물가상승률 등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선 범죄자들조차 “먹고살기 힘들어졌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29일(현지시간) 국내총생산(GDP), 물가 등 일부 주요 경제지표를 발표했다. 작년 GDP 성장률의 경우 마이너스(-) 18.7%를 기록했다. 공공부문 소비가 9% 줄었고, 제조업과 소매업은 22.5%, 34.1% 각각 뒷걸음질쳤다.파이낸셜타임스는 “2013년과 비교하면 GDP가 5년 만에 47% 쪼그라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학자들이 추정한 것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2014년 이후 후퇴하기 시작한 GDP가 2015년 말부터 매분기 최소 10% 이상 감소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GDP를 공개한 것은 2015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간 식량난이나 정전사태, 의약품 부족 등 인도주의 위기와 관련된 지표들을 의도적으로 숨겨왔기 때문이다.월스트리트저널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영아 및 산모 사망률이 공개된 직후 보건부 장관을 즉각 해고한 적도 있다”면서 “공개하길 꺼렸던 경제지표를 돌연 발표, 그 배경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국가 경제가 붕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희귀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GDP가 반토막 난 것은 경제 버팀목인 원유수출이 급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현재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103만배럴로, 10년 전 320만배럴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CNN은 “2013년 3분기부터 2018년 3분기까지 국가 GDP가 52% 하락했다”면서 “베네수엘라 경제는 석유산업에 크게 의존하는데, 원유 수출량이 2013년 850억달러에서 2015년 350억달러, 작년엔 300억달러까지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물가상승률은 2017년 863%, 지난해 13만60%로 각각 집계됐다. 다만 그대로 믿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야당에서 발표한 170만%, IMF가 추정한 2017년 93만%, 2018년 137만% 등과 비교하면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편 베네수엘라 경제난은 범죄마저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두로 정부는 최근 “지난 3년간 살인 사건이 39%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비영리단체인 베네수엘라 폭력감시기구(VOV)도 같은 기간 살인 건수가 20% 줄었다고 거들었다. AP통신은 지난 13일 24세 길거리 범죄자와의 인터뷰를 보도하며 “베네수엘라에선 범죄자들조차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전했다. 거리명 ‘엘 네그리토’라는 이 범죄자는 인터뷰에서 “총알 한 알에 1달러다. 총을 많이 쏠수록 그만큼 지출이 많아진다. 반면 거리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난으로 범죄로 생계를 이어가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권총을 잃어버리거나 경찰에게 압수당하면 800달러가 사라진다. 탄창 하나를 다 비우면 15달러다. 총을 쏘는 것조차 이제는 사치”라고 설명했다. (사진=AFP)
- [글로벌pick] 혼돈의 베네수엘라‥제2의 시리아 되나
-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며 반정부 시위대를 이끌고 있는 후안 과이도(왼쪽) 국회의장과 현 대통령인 니콜라스 마두로. (사진=AFP)[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준기 뉴욕특파원] ‘한 나라 두 대통령’ 사태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제2의 시리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대립구도를 형성하며 서로 다른 진영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이 군사개입 가능성을 거듭 내비치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시리아 등 세계 곳곳에서 러시아와 대치해왔다. 시리아에서는 미국이 한발 물러섰지만, 베네수엘라는 다르다. 미국 뒷마당이나 다름이 없는 곳이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베네수엘라가 시리아, 쿠바, 북한 또는 이란과 같은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美 “베네수엘라는 우리 영역”…軍개입 가능성 시사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군사작전은 가능하다. 만약 그것이 필요하다면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안보사령탑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그의 지지 세력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도 미국 하원 세출위원회 국방소위에 출석해 “대통령이 요구할 경우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 고위 관료들이 잇따라 베네수엘라 군사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정권 교체를 위한 미국의 공약”이라고 설명했다.미국이 군사개입 카드를 거론한 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 폼페이오 장관, 볼턴 보좌관 등은 지속적으로 “군사개입도 하나의 옵션”이라고 밝혀 왔다. 하지만 이번엔 무게가 다르다. 미국이 지지하고 있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실제로’ 군사 충돌 가능성을 키우고 있어서다. 과이도는 지난달 30일 중무장 군인 70여명을 이끌고 거리로 나와 군사봉기를 일으켰다. 과이도가 군사력을 동원해 직접 행동에 나선 건 처음이다. 자칫 대규모 군사 충돌로 번질 경우 마두로 정권을 지원하고 있는 러시아가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뒤뜰이나 다름 없는 베네수엘라에 러시아 군대가 들어오는 것을 미국이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날 볼턴 보좌관이 “이곳(베네수엘라)은 우리 영역이다. 러시아가 간섭할 곳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은 지난 1962년 러시아가 쿠바에 미국을 겨냥한 핵미사일을 배치했을 때, 쿠바 영해를 봉쇄하는 등 “중남미에 감히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 당시에는 러시아가 물러섰다. ◇러시아, 발 빼기엔 쓴 돈 너무 많아그러나 러시아 입장에서도 기득권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처지다. 러시아는 마두로 정권을 군사·경제·재정적으로 대폭 지원해왔다. 지난 수년 동안 무기, 식량, 현금, 차관 등을 제공하며 미국 제재 속에서도 버틸 수 있게 도왔다.또 베네수엘라 위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는데도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는 투자와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러시아의 투자 규모는 200억~2050억달러에 달한다. 러시아는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의 자회사인 시트고의 지분 절반을 갖고 있다. 시트고는 마두로 정부의 최대 수입원이다. 첨단 장비를 포함해 베네수엘라군이 쓰고 있는 무기 대부분도 러시아산이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자처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30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AFP)◇러→독재정권 Vs 미→반대진영 지원…시리아 닮은꼴 과이도는 지난 1월 23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며 스스로 임시 대통령을 자처했다. 미국은 즉시 마두로 현 대통령이 아닌 과이도를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인정했다. 이후 유럽연합(EU)과 캐나다를 비롯해 칠레, 페루, 파라과이, 콜롬비아,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등 중남미 우파정부들이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지지한다고 표명했다. 러시아는 쿠바 등과 함께 마두로를 지지하고 있다. 마두로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 그와 마찬가지로 반미 노선을 걷고 있다. 터키, 이란, 시리아, 볼리비아 등 미국과 적대 관계에 있는 대다수 국가들도 마두로 편에 섰다. 이러한 대치 구도는 시리아를 연상케 한다.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독재 정권을 지지하고, 미국이 반군 진영을 지원했던 것과 유사하다. 초기 모습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원유 ‘자원’ 문제가 걸려 있다는 점, 처음엔 자국 내 충돌이었으나 점차 국제 분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 등이 닮아 있다. 호르헤 아레아사 베네수엘라 외교장관은 지난달 초 시리아를 방문했을 때 “아사드 대통령이 시리아 내전 이전의 상황을 설명하자마자 나는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시리아식 내전을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親마두로 Vs 反마두로…둘로 쪼개진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는 현재 마두로 정권과 과이도 의장을 각각 지지하는 진영으로 쪼개져 있다. 미국이 과이도를 지지하기 시작한 이후 더욱 내분 양상은 더 심화되는 모습이다. 유혈 사태로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과이도의 요청으로 이날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선 수천명이 참여한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하지만 친정부 맞불 집회도 만만치 않았다. CNN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해 카라카스에서 모였다”고 보도했다.과이도는 군인들과 장갑차를 배경으로 찍은 동영상에서 1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군대도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군의 대대적인 전향을 의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동조하는 움직임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극소수만이 등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마두로는 이틀간 이어진 반정부 시위에 대해 “합법적이고 정당한 정부를 전복하려는 시도”라며 쿠데타라고 규정했다. 강경 진압을 지시한 그는 시위 진압 후 “쿠데타 시도가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시위 과정에서 100명이 넘는 인원이 부상을 당했다. 3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정부군에게 진압당하고 있다. (사진=AFP)◇미-러 대리전 양상으로…베네수엘라 의지와 무관베네수엘라 정국 혼란은 국민들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이미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베네수엘라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전화통화를 가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러시아와 쿠바이 개입이 베네수엘라와 미·러 양국 관계에 불안정 요소가 되고 있다”며 마두로 정권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오히려 “미국이 손을 떼야 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 측의 명백한 지원으로 야권이 권력 찬탈을 시도했다”며 미국 배후론을 제기했다. 이어 “미국의 주권 국가(베네수엘라) 내정간섭과 위협이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의 군사개입 가능성에 대해 “파괴적 외부 개입, 특히 무력적 개입은 민주적 절차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했다. 베네수엘라 사태 해법에 대한 양국 간 간극이 극명히 드러나면서 극도의 대치전선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난 오바마와 다르다”는 트럼프 최대 변수가장 큰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 꼽힌다. 그는 “나는 오바마와 다르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하면 용납하지 않겠다며 ‘레드라인’을 정했다. 이후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했지만, 미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달랐을 것”이라며 수차례 비난했다. 그는 지난 2017년 4월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을 때 차별성을 보여주려는 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도중 시리아에 미사일 폭격을 지시했다. 게다가 베네수엘라는 시리아와는 달리 지리적으로 미국과 가까운 곳에 있다. 미국의 무력 행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미국 역시 평화적인 정권 교체, 즉 마두로의 자진 퇴진이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우리는 폭력을 피하고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마두로가 떠나고 새 선거가 열리는 그곳에서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선호한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 베네수엘라에 울려퍼진 총성…마두로 Vs 과이도 무력충돌
- 베네수엘라 정부군이 30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장갑차를 동원해 반정부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사진=AFP)[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3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충돌이 일어났다. 미국이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군사 봉기를 일으켰다. 러시아 지지를 받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쿠데타로 규정하고 군대를 동원해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최소 71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번 군사 충돌은 과이도가 예고한 역대 최대 규모 반정부 시위를 하루 앞두고 일어난 일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 많은 반대 시위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국제사회는 이번 군사 봉기에 대해 민주 시위냐, 폭력 시위냐를 두고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 날 시위 결과가 베네수엘라 정국 혼란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과이도 “軍, 마두로 퇴진 동참하라”…마두로 “쿠데타, 진압 완료”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있는 과이도는 이날 수도 카라카스 내 공군기지 인근에서 군사 봉기를 시도했다. 과이도는 이날 동영상을 공개하고, 마두로 정부 퇴진에 군대도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자유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권리가 침해되는 것을 중단시키기 위해 모든 베네수엘라 국민들을 거리로 불러냈다. 자유 작전 마지막 단계를 시작하려고 한다. 우리는 충성스러운 군인들을 기다리고 있다. 거리로 나온 군인들은 함께 헌법을 수호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면 속 과이도 뒤에는 중무장한 군인들과 장갑차 여러대가 함께 담겼다. 또 과이도 옆에는 그의 정치적 멘토이자 반정부 시위 주도 혐의로 2014년 억류됐던 레오폴도 로페즈가 서 있었다. 로페즈는 자신들과 뜻을 같이하는 군인들이 자신을 풀어줬다고 주장했다. 과이도가 군사력을 동원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영상이 공개된 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대거 거리로 나섰다. 거리를 채운 반정부 시위대는 돌과 화염병을 던지면서 최루탄과 물대포로 무장한 경찰들과 맞섰다. 일부 지역에선 총성을 들었다는 목격자도 나왔다. 한편에선 친정부 ‘맞불’ 시위가 벌어졌다. 이에 따라 이날 베네수엘라는 전국적으로 혼돈 그 자체였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정부군은 강경 진압에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장갑차가 시위대를 향해 거침없이 돌진하는 일도 발생했다. 목숨을 잃든 말든 괘념치 않는 듯 브레이크도 밟지 않고 일직선으로 덮치는 모습이 동영상을 통해 전해졌다. CNN 등은 최소 71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마두로 대통령 이날 반정부 시위를 “합법적이고 정당한 정부를 전복하려는 시도”라며 쿠데타로 규정했다. 그는 트위터에 “나는 이 나라의 모든 군 지휘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들 모두는 베네수엘라 국민과 정부에 충성하겠다고 말했다”며 자신의 군대 장악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시사했다. 이어 “국민 대부분이 ‘평화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라며 쿠데타가 결국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니콜라스 마두로(왼쪽 첫번째)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 주도의 반정부 군사 봉기를 진압하기 위해 군 당국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AFP)◇민주시위 Vs 폭력시위…국제사회 양분군사 충돌 소식이 전해진 뒤 미국은 공식적으로 과이도를 지지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민과 그들의 자유를 지지한다”며 베네수엘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트위터에 “오늘 과이도 임시 대통령이 ‘자유 작전’ 개시를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베네수엘라 국민을 완전히 지지한다. 민주주의는 패배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과이도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자유를 위해 용감한 행동을 하고 있다”면서 “베네수엘라 군대는 헌법, 그리고 국민들을 보호해야 한다. 민주주의 침탈에 맞서 싸워야 하며 국회 및 합법적인 정부를 지지해야 한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민의 편에 설 것”이라고 밝혔다.반면 러시아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베네수엘라 야권이 폭력에 의존하고 있다며 강력 비판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베네수엘라의 급진적인 야권이 다시 폭력적인 대립 수단으로 복귀했다. 정치적 견해 차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대신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군사 충돌을 유발하고 공공질서를 침해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터키도 야권 및 군사 봉기 비난행렬에 동참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베네수엘라 헌법 질서를 거스르는 확실한 시도가 있다는 보도가 나올까 우려된다. 합법적인 정부를 바꾸기 위한 반민주적 방법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볼리비아는 미국이 베네수엘라 야권의 쿠데타를 지원했다고 주장했으며, 쿠바는 마두로 정권 지 지의사를 재확인하며 평화를 위협하는 공격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과 그를 추종하는 국민들이 30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 내 공군기지 인근에서 반정부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FP)◇美 “마두로, 쿠바 망명 준비”…마두로 “날조된 거짓말”정국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이날 쿠바로 망명할 준비를 끝내놨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러시아의 만류로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마두로 정권이 궁지에 몰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과이도에 동조하는 군대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마두로는 “베네수엘라 군대 사기를 꺾기 위한 날조된 거짓말”이라며 관련 사실을 부정했다.이와 관련, 카라카스 주재 브라질 대사관은 이날 25명의 베네수엘라 군인이 망명을 신청해왔다고 발표했다. 고위 군 관계자는 없었지만 ‘군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편 이날 군사 봉기는 과이도가 당초 예고한 역대 최대 규모 반정부 시위를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다음날 시위에 대한 국내외 관심을 극대화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는 “대담하지만 위험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성공하면 마두로 정권 퇴진을 앞당길 수도 있겠지만, 정부군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정치적 입지만 좁아질 수 있어서다. 이 경우 친정부론자들도 적지 않은 만큼 과이도 체포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